문학관 소장하던 책 속표지 속

인장과 함께 휘갈겨 쓴 사인

반전 기법 쓴 육사의 것 밝혀져

 

이육사 서명의 원본. 이육사문학관 제공= 이육사의 일본어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 보이는 육사의 인장과 서명. 이육사문학관 제공

 

민족 시인 이육사(1904~1944)의 현존하는 유일한 서명(사인)이 확인됐다.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관장 손병희)은 지난 16일 열린 이육사의 78주기 추념식에서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던 이육사의 일본어판 장서 속표지에 있는 서명이 이육사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본명이 이원록이고 ‘이육사’ 또는 ‘이활’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그의 서명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육사 서명을 뒤집어서 보면 그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임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육사문학관 제공

 

이육사의 서명은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육사의 장서 <예지와 인생> 속표지에 그의 인장과 함께 남겨져 있다. 프랑스 작가 포르튀나 스트로프스키(Fortunat Strowski, 1866~1952)의 책 <예지와 인생)(오오사와 히로미 옮김, 1940) 속표지에는 ‘육사’(陸史)라는 전서체 한자로 된 이육사의 인장과 함께 의문의 사인이 적혀 있다. 얼핏 알파벳을 휘갈겨 쓴 것처럼 보이는 이 사인의 정체를 그동안 확인하지 못한 까닭은 이것이 ‘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이라 불리는 반전(反轉) 기법으로 쓰였기 때문. 이 서명을 뒤집어서 보면 이육사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을 흘려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 서명에 관한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의 강연을 듣던 한 법무사 직원이 “뒤집어서 보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한 것이 확인의 단초가 됐다.

 

한복을 입은 이육사(오른쪽) 시인의 사진. 이육사문학관 제공

 

손병희 관장은 이날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육사가 남긴 장서에 그의 인장과 함께 들어 있는 서명이 육사의 것이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글씨를 해독하지 못해 확정하지 못했던 것을 이참에 깔끔하게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심지어는 애초에 이육사 소유였던 책을 다른 이가 소장하게 되면서 남긴 타인의 서명이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반전 기법을 활용한 서명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이육사는 편지나 원고 말미에 자신의 필명을 적었을 뿐 서명을 한 다른 사례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것이 이육사의 유일한 서명”이라고 밝혔다. 이육사 문학관에는 육사가 그린 난초 그림과 함께 이 서명의 사본이 아무런 설명 없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번 확인을 계기로 서명에 대한 설명과 반전 사진 등을 추가해 전시물을 교체하겠다고 손 관장은 덧붙였다. 육사의 따님인 이옥비 여사도 <한겨레> 기자와 만나 “아버지가 보시던 책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서명을 확인하게 돼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 것처럼 기쁘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린 육사 이원록 시인 78주기 추념식에서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이 ‘반전’ 기법으로 된 이육사 서명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 벽에 전시된 육사의 난초 그림과 서명 사본.

 

한편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의 아우이자 언론계에 종사했던 이원창의 엽서 4점 역시 확보해서 이날 함께 공개했다. 이원창은 <남선경제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 등의 인천지국에서 활동했으며, 1944년 1월 형 이육사의 유해를 베이징에서 인수해 국내로 들여온 인물이다. 이 엽서는 이육사 형제들의 친인척 관계와 일상 생활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고 문학관은 설명했다.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이 새로 확보한 이육사의 아우 이원창의 엽서 앞면. 이육사문학관 제공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이 새로 확보한 이육사의 아우 이원창의 엽서 뒷면. 이육사문학관 제공

 

아울러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 사전, 이육사 전집, 현대글 이육사 단행본 시리즈 발간 등을 포함하는 3개년 계획의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육사의 활동을 동아시아 지성사와 문학사의 지평 속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사과…

안전진단에서 문제 있다 나오면

계약해지·철거뒤 재시공도 고려”

 

아파트 대책위 “책임 회피 말라”

전제조건 내건 수습책에도 반발

 

정몽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몽규 에이치디씨(HDC)그룹 회장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또 사고 수습책과 관련해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나 재시공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사고 수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의도가 묻어나는 데다, 재시공 등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조건부 대책이어서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을 위한 조처로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공개 사과했다. 정 회장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대책에 대해서는 “광주시 등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실종된 분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는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 뿐만 아니라 전체 단지를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포함된다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은 물론 입주 예정자분들과 이해관계자분들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또 신뢰회복 방안의 하나로 주민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품질보증을 대폭 강화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으로, 이를 3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도 밝혔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회장직은 유지해 왔다. 그는 다만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지주사인 에이치디씨 회장직은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그룹 회장으로서 이번 사고의 수습과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정 회장의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고 엿새째인 이날까지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속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구조가 지연되고 있는 등 사고 수습과 피해 보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 정 회장의 사퇴 입장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는 관심 없다.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구조·수색작업에서 가해자인 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들은 “구조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예산투입을 현산에서 망설이며 비협조적인 만큼 구조작전에서 현산을 배제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대표회의도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회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책임 없는 사퇴를 반대한다”며 “회장 직위에서 실종자 구조를 책임지고 유가족, 피해자가족에 대한 사죄와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진단 결과라는 전제조건을 두지 말고 화정아이파크 1단지, 2단지는 전체 철거 후 재건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1일 신축공사 중 붕괴사고로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 화정아이파크(전체 2개 단지, 총 705가구)는 1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60% 수준이었다. 최종훈 김용희 기자

이종환 - 한원교 부장판사 등 정기 인사 앞두고 최근 사직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최근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들이 2월로 예정된 법원 인사를 앞두고 법원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판사들이 사직서를 내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중대한 판단을 내리자마자 법복을 벗고 변호사 일을 하는 것을 두고는 ‘사법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환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와 같은 법원 한원교 부장판사 등이 다음 달 예정된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최근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 재판장으로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멈춰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 부장판사도 지난 14일 17종의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 가운데, 서울지역 상점·마트·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고 12~18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려던 방역패스 정책을 중단시켰다.

 

국가 방역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내리자마자 사직서를 낸 것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사법신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개혁센터 간사는 “현행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이들이 냉각 기간 없이 바로 변호사로 개업하거나 로펌으로 가게 될 경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법관이 어떤 사건을 맡았는지와 관계없이 전관예우 문제 또한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민감한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로 사직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감이 있다”, “일괄 배당된 사건을 처리한 뒤 떠난다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행법상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만 퇴직 3년 이내에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갈 수 없다.

 

한편, 이번 정기 인사를 앞두고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심리하는 최한돈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재판을 진행하는 김선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성·황은규·박필종·서영호·이상현 등 대법원 재판연구관 5명도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광준 기자

추가 입수 통화내용... 국민힘 간사 박완수 의원 적극 나서

김기현 원내대표도 움직여... 여야 합의 채택해 놓고 번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9월 여야 합의로 국정감사 증인에 채택되었던 정대택씨의 국감 증인 철회를 두고 “우리는 이미 취소시켰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윤석열 후보와 인연을 맺어줬다고 말한 ‘무정스님’과 가까운 황아무개(30대)씨가 김씨를 돕는 정황도 드러났다. 정대택씨는 윤 후보 처가 쪽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인물이다. 김씨가 실제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했다면 어떤 경로인지 등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에 대한 당 차원 대응’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건희, 작년 9월 먼저 전화해 논의

비선 황 비서 “간사가 막판 뒤집을 수”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직접 거명

 

20일 <한겨레>가 추가 입수한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을 보면, 김씨는 비서를 통해 지난해 9월25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정대택씨의 국감 증인 채택 건에 대해 문의했다. 앞서 9월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3차)에서 정대택씨 증인 채택은 가결됐고, 10월5일 경찰청 국감에 정씨의 출석이 예정된 상태였다.

 

9월25일 저녁 7시께 김씨는 이 기자에게 전화해 인사만 나눈 뒤 “비서”라고 부르는 황아무개씨를 바꿔줬다. ‘황 비서’는 “정대택 이 양반 출석한다고 해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면 좋겠냐”고 이씨에게 물었다. 정대택씨는 윤석열 후보의 장모이자 김씨의 모친인 최아무개씨와 18년째 법적 다툼을 진행하며, 김씨 관련 의혹, 최씨의 범법 의혹 등을 줄곧 제기해온 인물이다. 김씨는 ‘7시간 통화’에서 정씨를 수차례 “나쁜 사람”이라고 하거나 욕을 한다.

 

국감 당시는 윤 후보의 장모 최씨가 요양병원 부정수급 사건으로 법정구속됐을 때다. 경찰청 국감에서 정씨 출석을 요구했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래 무혐의 불기소 처분되었던 것인데 다시 재판이 진행돼서 (최씨가) 법정구속되는 것을 보고 이전 사건들이 어떤 곡절이 있을 수 있다 판단하고 증인 신청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윤 후보로선 ‘처가 리스크’에 대한 불리한 발언이 예상되고, 정씨 또한 출석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9월 통화에서 증인 채택 경위를 묻는 ‘황 비서’에게 이 기자는 “여야 합의로 채택된 것”이라 증인 출석 번복은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황 비서는 국회 행안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완수 의원을 거론하며 “간사가 막판에 뒤집어질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주일 뒤인 10월2일 이 기자에게 “정대택 증인(채택)이 거부됐다”고 단정해 말했다. 국회 행안위 회의록을 보면, 정씨를 증인·참고인 명단에 포함시켜 합의 가결한 3차 회의(9월16일) 이후, 4차 회의(10월1일)까지 국민의힘 의원들 누구도 정씨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었다. 다음날인 10월3일 통화에서 “증인 철회가 되지 않았다”고 확인해주는 이 기자에게 김씨는 “취소 안 됐다고? 잠깐 끊어보세요. 제가 알아볼게요”라며 다급한 듯 통화를 끝내기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완수, 김도읍 의원이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10월5일, 실제 국회 행안위에서 정대택씨 증인 출석은 전격 철회됐다. 국민의힘으로서도 경선 중이긴 하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윤 후보에게 불리한 증인 채택을 반길 리 없어 보이나, 그간 두차례 행안위 회의에선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그러다 국감 당일 결국 전격적으로 증인 출석이 뒤집어진 셈이다. 당시 정씨는 피감기관인 경찰청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행안위 소속 여당 위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정씨의 증인 채택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간사인 박재호 의원은 “이미 (정씨를 증인으로) 채택했고 (국민의힘에서도) 동의를 했는데, 뒤늦게 국민의힘에서 강력하게 반대해 회의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박완수 간사가) 개별적으로 (위원들을) 계속 접촉해 ‘행정 착오’를 이유로 철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완수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통해서도 증인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행안위 위원장이었던 서영교 의원은 “뒤늦게 박완수 야당 간사가 ‘정대택이 포함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간절하게 (증인 철회를) 요청해왔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통해서도 요청을 해왔다”고 말했다. 처음 정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던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박완수 간사가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으로 (증인 철회를) 요청했고 양당 원내대표들끼리 얘기가 있었다는 건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간 협의에서도 정씨 증인 철회가 원만히 합의되지 않자, 10월5일 국회 행안위의 경찰청 국정감사는 파행 직전까지 갔다.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특검 요구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며 정씨의 증인 채택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정회 끝에 서영교 위원장과 여야 간사 합의로 정씨 증인 철회와 ‘대장동 특검 요구 마스크’ 교체를 서로 맞바꿨다. 이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정대택씨는 윤석열 장모와 10년간 여러 송사가 있었기에 지금 수사 중인 사건과는 별개로 질의하고 응답할 것들이 많이 있다”며 “행안위에서 정상적인 의결 절차를 거쳐서 의결을 했었고 (여야가) 합의를 했던 내용인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증인이) 철회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은 현재 검찰에 출석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오늘 국감에서 여야 간사 간에 합의한 대로 정대택 증인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다”(회의록)고 말했다.

 

김, 일주일 뒤 “증인 채택 거부” 알아

국민의힘 ‘황씨 비서 아닌 지인’ 주장

 

사태가 마무리된 국감 당일 저녁에도 김씨는 이 기자와 통화를 나눴다. 이 기자가 “오전에 이 건(증인 철회) 가지고 여야가 한시간 동안 싸웠다”고 하자 김씨는 “내가 벌써 얘기했잖아. 동생(이 기자)한테 정해졌다고. 뉴스는 그렇게 나왔는데, 이미 그거(증인 철회)는 조치가 되어 있던 것으로 우리는 여기서는 이미 취소시켰었던 상태였다. 이걸 통과시켜주면은 국민의힘이 너무 힘이 없어 보이지 않냐 그래서 취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취소시켰는데, 휴일(10월2~3일)이 있어 통보가 안 되었다”는 말도 했다.

 

 

국감 증인 채택은 여야 간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첨예한 문제다. 대기업 총수의 증인 출석이 종종 뉴스가 되듯, 이해관계자들의 ‘정치력’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증인 채택을 빼주는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져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케이티(KT) 이석채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씨처럼 출석 당일 증인 채택이 번복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건희씨 쪽에서 국정감사 증인 건으로 긴밀하게 이 기자와 의견을 나눈 이는 ‘황 비서’였다. 황씨가 국회나 국민의힘 쪽을 상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앞서 국민의힘은 ‘황 비서’의 존재를 묻는 <한겨레>에 “김건희씨는 수행비서가 없다”고 18일 답한 바 있다. 김씨가 “비서”라고 부른 황씨는, 김씨가 윤석열 후보와의 부부연을 맺어준 사람이라고 말했던 ‘무정스님’을 사내이사로 재직시켰던 ㄷ전기건업 사장의 아들이다.

 

국민의힘은 20일 <한겨레>에 “황씨는 수행원이 아니고, 지인일 뿐이고, (누가 통화했든) 지인이 몇차례 대신 통화했다고 해서 수행원이라 할 수도 없다”며 “(김건희씨 쪽에서) 이명수씨로부터 정대택 증인 채택된 사실을 듣고, 정대택이 평소 불륜설, 유흥접대부설 등을 퍼뜨린 사람이라는 점을 선거캠프에 알린 사실밖에 없다.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에 대하여 당 차원에서 증인 채택 문제를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알려왔다. 김완 장필수 김미나 기자

 

 민주 행안위원들 “김건희 ‘국감 농단’ 의혹, 책임 있는 해명 요구”

“김씨 지시받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소속 행안위원들 움직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김건희씨의 국정감사 농단 의혹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씨가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정대택씨의 증인 철회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에서 “김씨의 문제의 7시간 통화 내용 중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 경찰청 국정감사 당시 윤 후보의 장모가 연루된 ‘송파구 스포츠센터 약정서 사기 사건’ 관련해 윤 후보 부인 김씨의 지시로 핵심 관계자인 정씨의 증인이 철회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윤 후보의 장모와 법적 다툼을 벌이며 윤 후보 처가 쪽 의혹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을 보면, 김씨는 비서를 통해 지난해 9월25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정씨의 국감 증인 채택 건에 대해 문의했다고 한다. 행안위 국감 당일 저녁 김씨는 이 기자와 통화하며 “오전에 이 건(증인 철회)으로 여야가 한시간 동안 싸웠다”고 하는 이 기자의 말에 “내가 벌써 얘기했잖아. 동생(이 기자)한테 정해졌다고. 뉴스는 그렇게 나왔는데 이미 그거(증인 철회)는 조치가 돼 있던 것으로 우리는 여기서는 이미 취소시켰었던 상태였다. 이걸 통과시켜주면 국민의힘이 너무 힘이 없어 보이지 않냐. 그래서 취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시 국민의힘은 증인 채택을 숙지하지 못했다며 국정감사 보이콧까지 하며 정씨 증인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씨가 본인 입으로 “우리가 취소시켰었다”라고 말한 것”이라며 “김씨 지시를 받아 움직인 사람들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민간인인 김씨의 지시를 받고 철회를 요구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제 ‘국정농단 사건’의 후예에서 ‘국감농단 사건’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쓴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지시하고 국감을 무력화한 김씨의 행태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연상된다”며 “국감농단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권력인 국회를 김씨가 사유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정씨 증인 철회 건은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반박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정씨는 유흥접대부설·불륜설을 퍼뜨려온 사람”이라며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발된 사람이 국감에 출석한다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감에서의 증인 채택·철회는 여야 간사 간 협의 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증인 철회 합의를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를 두고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사설] 추가 공개된 ‘김건희 발언’, 분명한 해명 필요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파일’과 관련해 <열린공감티브이(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에서, 서울중앙지법이 19일 “사생활 부분을 제외하고 방송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대선 후보 배우자의 신분과 발언의 공적 성격을 분명히 적시하면서, 서울서부지법이 14일 공개를 금지했던 내용 대부분을 추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법원이 인용한 김씨의 발언을 보면 하나같이 헌법적·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김건희씨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도 이런 발언들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하는 게 마땅하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김씨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 여성관, 정치관, 권력관 등은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논문 및 각종 학력·경력·수상실적 표절·왜곡·과장 의혹 등도 유권자의 공적 관심 내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혼 전 사생활 의혹도 “기업, 검찰 간부 등과의 커넥션, 뇌물수수 의혹 등과 얽혀 국민의 관심사가 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새로 공개된 김건희씨의 발언을 보면, 앞서 <문화방송>(MBC)이 공개했던 내용보다 더욱 충격적이다. 김씨는 일부 언론사를 지칭하며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감옥에 넣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보복의 방안으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놀랍다. “한동훈 (검사장)하고 연락을 자주 하니 제보할 것이 있으면 대신 전달해주겠다”고 한 대목은 검찰 고위직에게 단순한 친분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해왔음을 암시한다. 한 검사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최측근이었다. 윤 후보는 부인의 이런 행동을 모를 수가 있었던 건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김씨가 무속에 심취해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윤 후보 주변에 무속인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정에 무속이 개입했던 폐단을 이미 박근혜 정부 때 똑똑히 봤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한겨레>는 윤 후보 장모 문제를 제기한 정대택씨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철회되는 과정에 김건희씨가 개입한 정황을 녹취록을 근거로 취재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이것 또한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법원, 서울의소리 '김건희 통화' 공개 대부분 허용

"공개로 얻게 될 공공이익이 우월"…사생활 관련 · 제3자 대화 녹음만 금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자신과 이명수 씨의 '7시간 통화' 녹음을 공개하지 못 하게 해달라며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대부분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김태업 수석부장판사)는 21일 김씨가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인용하면서 대부분 내용의 방영을 허용했다.

 

방영이 금지된 내용은 ▲ 공적 영역에 관련된 내용과 무관한 김씨 가족들의 사생활에만 관련된 발언 ▲ 서울의소리 촬영기사 이명수 씨가 녹음했지만 이씨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2가지이며 나머지는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인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이고 대통령의 배우자가 갖게 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와 언론관·권력관 등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사로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의 결혼 전 유흥업소 출입과 동거 의혹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생활에 연관된 사항이 일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문제는 기업, 검찰 간부 등과의 커넥션, 뇌물수수 의혹 등과 얽혀 이미 각종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는 등 국민적인 관심사가 돼 있어 단순히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음성권, 명예권, 인격권, 사생활의 자유 등이 일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함로써 얻게 되는 그보다 우월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했다.

 

전날 열린 심문기일에서 김씨 측은 "서울의소리가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와 사전 모의했다"며 "정치 공작에 의해 취득한 녹음파일이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녹음파일의 내용 자체는 김씨의 발언을 그대로 녹음한 것으로서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씨가 기자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했고 대화 내용이 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이는 이상 언론·출판의 자유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로지 사생활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하고 현저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이씨가 녹음한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씨 측은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이씨가 동의 없이 녹음해 불법이고, 통화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 인격권에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며 서울의소리 등을 상대로 방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MBC 용두사미’…김건희 녹취록 후속보도 안 하기로

 MBC “앞으로 후보 가족 검증은 뉴스데스크에서”

 

문화방송 <스트레이트>가 지난 16일 방송한 화면. 연합뉴스

 

문화방송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오는 23일 방송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 파일 관련 후속 보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스트레이트>는 20일 누리집 공지를 통해 “지난 16일 159회 방송에서 김건희씨 녹취록 관련 내용을 방송한 뒤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후속 취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취재 소요시간, 방송 분량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23일 160회에서는 관련 내용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와 가족에 대한 검증보도는 앞으로 MBC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충실히 취재·보도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는 지난 16일 방송에서 김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눈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고, 김씨 쪽이 추가 반론보도 요청을 할 경우 다음 방송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트레이트>가 후속 방송을 안 하기로 결정하면서, 김씨 쪽은 문화방송을 상대로 냈던 ‘7시간 통화 녹음’ 2차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21일 오전 취하했다. 서정민 기자

 

"윤석열 처가 리스크? 언론플레이 하면 다 무효 돼”

지난 11월15일 통화 발언…그 다음달 허위경력 사과

윤석열 대선후보 선출 뒤 선거 전망 분석 적극 밝혀

“조국의 적은 유시민”… 비판매체 대한 경고 발언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 완전히 하하하(웃음)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 (폭로성 비판 보도를 해온 열린공감TV를 지칭하며) 거기는 이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경찰(열린공감TV 쪽은 “검찰”로 얘기하고 있음)들이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가운데 공개 여부를 두고 다툰 대목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힘은 이를 공개하겠다는 인터넷매체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19일 사생활 대목을 제외한 나머지 보도가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해당 발언은 <한겨레>가 입수한 7시간 통화 내역 등에 따르면,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지난해 11월15일 나눈 대화 가운데 일부로 확인된다. 발언 자체만큼이나 전체 대화 맥락이 중요해 보이는 통화가 이뤄진 날이다. 30분 이상 이어진 이날 전체 대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대선 판세 분석 전망으로, 열흘 전인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로서, 본격화할 대선전에 대한 자신의 분석과 전략 등을 과단하게 드러내 보인다.

 

윤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한 시기였다. <티비에스>(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1월 5~6일 실시한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 대상·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윤 후보 지지율은 43%로 이 후보(31.2%)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1월 8일∼9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도 윤 후보는 지지율 41.7%를 받으며 이 후보(32.4%)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6.3%)를 앞섰다.

 

이날 통화에서 김건희씨는 “중도표가 중요하다, 이걸 가져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즈음해 발생했던 이재명 후보 부인의 낙상사고에 대한 이 후보 쪽 대응이 “가식적”이라 “표를 많이 잃었다”고 분석하는 반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은 “이제 마음먹고 언론플레이 하고 다 까지면 다 무효화가 된다. 그때 되면 우리가 더 올라간다. 지금 처가 리스크가 있잖아, 다 우리가 안 깠으니까, 공격적으로 안 했으니까”라고 말한다.

 

이 후보에 대해선 “이번에 낙상사고, 자기 눈 떠 보니까 울고 있더라 이런 게 난 내가 이재명 캠프에 있으면 절대 그런 짓 못하게 했을 것”이라며 “가식적이잖아… 진보 보수 다 이념에 관계없이 상식적인 정서가 있고 인식 수준이 그 정돈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나에 대한 사건들은 조금 있으면 하나하나 해명될 거다. 거짓말한 게 없거든”이라며 서울대 석사 학위를 포함, 학력위조 의혹 등을 부인한다.

 

이러한 구도에서 “처가 리스크가 너무 많이 왜곡됐다”며 이를 특히 부각하는 ‘인터넷매체’의 향후를 사실상 경고하는 보복성 발언을 이씨에게 한 것이다. ‘처가 리스크’는 윤석열 후보의 장모가 연루된 형사사건, 아내 김건희씨를 둘러싼 과거 이력의 진위 등이 후보 검증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르며 나온 말이다.

 

김씨는 ‘적폐에 대한 분노’가 표심을 작동시킨 과거와 달리 “경제 문제”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때문에 유권자들 사이 정권교체 열망이 높다고 그는 봤다. 이렇게 진보-보수 대결 구도를 논하던 중에 “조국의 진짜 적은 유시민이다, 유시민이 너무 키웠다”며 “가만히 있었으면 조국 그냥 정경심도 가만히 있고 이렇게 구속 안 되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고 검찰을 몰아붙이면서 판을 키운 ‘친조국 세력’이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 쪽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김건희씨는 다 “해명될 것”이라던 가족 리스크 가운데 계속 제기된 자신의 경력위조 의혹을 두고 통화 한달여 만인 12월26일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용서해달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장필수 김완 임인택 기자

 

비판언론 등에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 큰소리

'7시간 통화' 추가 발언 공개…"조국 가만 있으면 구속 안하려 했다'"

고발사주 의혹 관련, 김건희 "홍준표 · 유승민 쪽이 공작 하는 것'"

 

MBC, 김건희 씨 '7시간 전화 통화' 관련 방송 방영=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을 보도한 MBC 기자가 17일 김씨가 "내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언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MBC 장인수 기자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MBC에서는 방송되지 않았고 직후에 서울의소리가 공개했다"며 이 발언을 소개했다.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 초까지 김씨와 52차례 통화를 나눈 이명수 기자가 소속된 유튜브 매체다.

 

장 기자는 "(김씨가)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기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이란 게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입건하고 수사한다. 권력이 그래서 무섭다' 이런 발언을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을 상대로 했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윤석열 후보의 행동, 캠프의 전략이나 방향 이런 것들을 김건희 씨가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말 중간중간 묻어난다"며 이와 관련된 추가 보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8월 김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진행한 강의는 선거운동 이미지 관련 주제였고, 코바나컨텐츠 직원 1명, 김씨의 수행비서 2명, 선거 캠프 관계자 2명 등 총 5명을 상대로 진행됐다는 것이 장 기자의 설명이다.

 

장 기자는 국민의힘에서 MBC가 특정 제보자와 보도 시점을 조율했다는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이른바) 제보자X가 지금 굉장히 재미있는, 이것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내용을 파고 있다"라고도 했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씨의 발언을 추가 공개했다.

 

백 대표는 "딱 하나 김씨가 이런 얘기를 한다.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이어 "이거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김씨와 상의를 했다는 거나 아니면 (윤 총장이) 김씨한테 그런 의향을 내비쳐서 김씨가 그런 얘기를 했을 거라 이렇게 본다"고 주장했다.

 

한겨레가 자체 입수한 녹음 파일을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국민의힘이 좋은 당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게 너무 아마추어인 거야"라며 "총장이란 이 상품은 좋은데, (국민의힘이) 너무 안 따라주는 거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아마추어 정도가 아니고 캠프가 다 망치고 있는 꼴"이라며 경선 캠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씨는 이명수 기자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하며 "우리 캠프에 선거전략본부장으로 와. 나한테 가르쳐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그니까 우리 남편이 한 적이 없는데 정치공작 하는 것"이라며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거론하며 "유승민하고 홍준표 쪽하고 공작을 하는거지 뭐. 유승민하고 홍준표 쪽에서 우리 남편을 떨어트려야 자기네가 나오니 그렇게 하는 것 같다"라고도 언급했다.

 

김씨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진심이 있었고 희생하신 분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여기저기 신하 뒤에 숨는 분"이라고 평가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김씨는 전날 MBC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김건희 통화 내용 문제 없다는 국민의힘 인식에 더 경악”

기자에게 거액 제시한 것,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제기

 

지난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 방송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통화 내용보다 국민의힘 인식이 더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우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방송이 끝나자마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고 입장을 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 단장은 한 발 더 나가 고 이병철씨 사망을 덮기 위한 기획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까지 했다”며 “이준석 대표의, 윤 후보 선대위의 인식에 경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문제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눈 감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항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와 배우자는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97조는 선거를 위해 언론 종사자에게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씨가 기자에게 한 행위는 이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건희씨는 자신과 통화한 유튜브채널 기자에게 캠프 영입 제안을 하며 “잘하면 1억도 줄 수 있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김씨가 캠프 비선 실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후보 부인이나 가족이 그 정도도 안 하는 캠프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며 “어느 대통령 후보 부인이 김씨처럼 기자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정보를 갖고 오라는 매수를 시도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남 대변인은 이어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한술 더 떠 언론 보도를 ‘악질적인 정치공작’으로 매도했다”며 “김씨가 본인 입으로 한 얘기가 방송된 것인데 무엇이 공작이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씨 (녹취록) 보도 내용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할 것”이라며 “다만 김씨의 통화 내용이 문제가 있는 발언인 것은 사실인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투의 태도가 공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장막 뒤의 김건희? 통화 녹취록 공개 뒤 남는 의문 3가지

① 인터넷 매체 기자와 50여차례 접촉, 왜?

② 캠프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나

③ ‘배우자 리스크’ 계속 이어질까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김씨의 발언과 행동에는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여의도 문법과는 거리가 있는 후보 가족의 돌발적 발언, 인터넷 매체 촬영 기자 이아무개씨와 이어온 장기간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 배경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7일 해당 녹취 내용을 방송한 <문화방송>(MBC)과 인터넷 매체 ‘열린공감티브이(TV)’, ‘서울의소리’ 등을 향해 “반론권을 보장하라”,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라”고 압박을 이어갔다.

 

특정 기자와 5개월간 통화하며 친분 관계…왜?

 

지난달 허위 이력과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석상에 처음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극도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고, 잠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경쟁 후보들이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거나, 지역 지지자들을 만나는 데 힘을 보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씨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때는 지난해 6월 당시 ‘윤석열 엑스(X)’파일에 등장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던 <뉴스버스>가 처음이었다. 이후 6개월 뒤인 지난달 자신의 허위 이력과 관련한 <와이티엔>(YTN) 보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공개되면서 간헐적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을 뿐이었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김씨의 본격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며 ‘배우자포럼’ 등 다양한 방식을 따져보며 준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50여차례에 걸쳐 7시간45분간 이씨와 전화통화를 했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에서도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친여 성향의 인터넷 매체 촬영 기자와 몇 달간 통화하고 직접 만나기도 한 행보는 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의힘은 전날 <문화방송> 쪽에 보낸 반론요청서에서 “김건희 대표 어머니가 구속된 직후 이씨가 먼저 접근했고, ‘어머니를 20여년간 온갖 소송으로 괴롭혀 온 정아무개씨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이씨는 정씨를 비판하고 최근 근황을 알려주면서 김씨를 위하는 것처럼 해 환심을 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왜 관계를 유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선대위 관리 없이 직접 결정을 해왔고, 사전 조율 없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등 제어가 안 됐던 부분이 이번 사태로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 · 강연 요청도 배우자 활동 영역?

 

공개 석상에서 볼 수 없던 김씨가 선거캠프 운영과 관련 직접 개입한 정황은 녹취록을 통해 여럿 확인됐다. 실제로 당내 경선 과정 때부터 김씨가 윤 후보 선거 업무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은 거듭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윤 후보의 ‘전두환 망언’ 사과 직후 에스엔에스에 이른바 ‘개사과’ 사진이 게재됐을 때도 김씨 주변인물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씨가 이아무개 기자를 자신의 사업체에서 30분 강연을 하도록 주선한 뒤, 강의료 105만원 지불한 것에 대해선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이씨와의 통화에서 “한 번 와서 좀 우리 몇명한테 캠프 좀 구성할 때 그런 것 좀 강의해 주면 안 되냐”면서 제안했고, 이후 실제로 코바나컨텐츠 직원 등과 함께 강연을 들었다고 한다. 또 이씨로부터 윤 후보의 의상,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자세, 좌우 청중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하는 습관 등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97조 2항은 ‘후보자 또는 그 가족과 관계 있는 회사 등은 선거에 관한 보도·논평이나 대담·토론과 관련하여 당해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경영·관리하거나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 또는 그 보조자에게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의 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당 내에서는 배우자의 정상적인 활동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의 그런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부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개입하거나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윤희석 상임공보특보도 “배우자 입장에서는 배우자 회사도 운영하고 하니 선거를 비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떤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뭔가 좋은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그런 활동을 했다고 본다”며 “그걸 뭐 이해하고 말고의 개념이 아니라, 배우자로서 할 수 있는 활동영역에 속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여론 살피는 국힘…‘등판 시점’ 앞당기나?

 

이번 녹취록 공개를 기점으로 김씨가 본격적인 정치권에 등장하는 시기가 언제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 뒤 기자들이 ‘김씨의 선거운동 시점’에 관해 묻자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권 본부장은 그러면서 김씨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녹취록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면서, 이제는 김씨가 선거운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오히려 여당 쪽에 역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라며 “배우자 리스크의 고비는 넘겼다고 본다. 공개 활동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유죄확정 사건에 비아냥”…여성계, 김건희에 분노

김건희 “안희정 편” 미투 부정 발언

김지은 “음모론적 태도…사과 요구”

전문가들 “끔찍한 2차가해…맞서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019년 9월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관련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희정은 유죄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하늘을 향해 던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안 전 지사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인터넷 매체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안희정이 불쌍하다”고 발언한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졌다.

 

김지은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김건희씨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지은씨는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서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고 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9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김지은씨는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달라.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이 먼저 그거(미투)를 터뜨리면서 그걸 (화두로) 잡자 했잖아. 뭐하러 잡냐고 미투를.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해”라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난 안희정 편이었거든. 아니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강간한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건희씨는 16일 관련 발언을 방송한 <문화방송>(MBC)을 통해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건희씨의 해명과 사과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된 발언이 공개되었다면 그 잘못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실존하는 피해자에게 직접 그리고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건희의 발언은 누나 동생으로 칭하는 지간의 사적 대화 공개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피해자에 대한 끔찍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른 이들이 사실을 왜곡하려 할 때 앞장서서 이를 바로잡아도 모자랄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이렇게 정반대의 부적절한 인식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우리는 세상을 미투 이전으로 돌리는 정치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는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를 조롱하는 김건희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많은 김지은들의 이야기”라고 썼다.

 

이재명 캠프의 성평등자문단 공동 단장을 맡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가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미투 운동이 돈을 챙겨주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김건희씨 발언처럼 힘겹게 용기를 낸 피해자가 조롱받고 비난받는 현실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