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엘지(LG)에너지솔루션(엘지엔솔) 일반공모 청약에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인 1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청약자 수는 440만명을 넘어 일약 ‘국민주’로 떠올랐다.
19일 엘지엔솔 일반 청약을 받는 7개 증권사의 청약증거금을 합산하면 114조1066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인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1조원)의 기록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케이비증권에만 50조8073억원이 몰렸다. 청약자 수는 442만4470명으로, 중복 청약이 금지된 이후 최대였던 카카오뱅크(186만건)를 뛰어넘었다.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의 청약 건수(474만건)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당시에는 중복 청약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약자 수로는 사실상 역대 최대다.
금리인상과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도 이런 자금이 몰린 것은 엘지엔솔의 공모금액(12조7500억원)이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세계 배터리 제조업체 2위라는 성장성이 부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엘지엔솔의 공모가(30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70조2천억원이다. 증권사들은 상장 후 적정 시총이 100조원 안팎으로 에스케이하이닉스(92조923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광덕 기자
엘지엔솔 청약에 440만명 몰려… ‘국민주’ 반열 올랐다
‘국민주’가 탄생했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엘지엔솔)의 일반공모 청약에 442만명이 참여해 주식을 나눠갖는다.
19일 대표주관사인 케이비(KB)증권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1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넣었다면 증권사에 따라 많게는 7주, 적게는 1주를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신증권, 하이투자, 신영증권, 신한금투, 케이비증권에서 청약했을 경우 6~7주, 하나금투는 5~6주, 미래에셋은 1~2주를 받는다. 청약물량의 50%는 청약한 주식 수에 따라 나눠주는 비례 방식으로, 나머지 절반은 10주(증거금 150만원) 이상을 청약한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물량을 나눠주는 균등 방식으로 배정한다. 균등배정은 대부분 1~2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미래에셋(0.27주)은 1주도 못 받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엘지엔솔의 공모금액은 12조7500억원으로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 규모다. 전날 우리사주 청약에서 4.1%(34만5482주)의 실권이 발생해 일반투자자의 배정 몫은 애초 공모주식의 25%인 1062만5천주에서 1097만482주(3조2911억원)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 엘지엔솔 청약을 받는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개설이 지난해 대비 2∼3배 넘게 늘어나 공모 흥행을 예고했다. 특히 균등배정이 도입되면서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미성년 자녀 등 가족 계좌를 추가로 트는 경우가 많았다. 중복 청약이 안돼 어느 증권사에서 청약하는 게 유리할지 가늠하느라 막판까지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이에 따라 실시간 경쟁률을 중계하는 유튜브에는 동시 접속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인 엘지엔솔의 상장 후 적정 시총을 100조원 안팎으로 전망한 것도 청약 열풍을 부추겼다. 공모가(30만원) 기준 시가총액(70조2천억원)에 견줘 43% 정도 주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상장 초기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공모주(14.7%) 뿐인데다 기관투자자가 일정기간(15일~6개월)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비율이 77.4%에 달해 수급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스피 시총의 3%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엘지엔솔의 상장은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 전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상장 직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한 종목에 쏠리면 같은 업종이나 시총 상위종목들의 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도 크래프톤 등 대규모 기업의 상장이 이뤄진 8월부터 게임업종 주가가 약세를 보였고 코스피도 본격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코스피200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등에 엘지엔솔이 편입되는 2~3월에는 이러한 수급의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엘지엔솔이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모기업의 소수주주가 피해를 보는 대표 사례인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도 증시 안팎에 숙제로 던져졌다. 한광덕 기자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앞두고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본의 ‘강력한 요구’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 다른 회원국의 이의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시키는 제도를 지난해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대에도 등재를 강행하면, 일본이 자신의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놓인 난감한 상황을 지적하며 “(중국이 추진한) 난징대학살 기록이 등재된 뒤 일본 정부의 호소에 따라 유네스코가 지난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회원국이 반대하면 등재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이 (한국 등과) 합의 없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하면 애써 도입한 제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놓이게 된 궁색한 처지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앞선 2015년 10월 일본군이 1937년 난징 점령 이후 중국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자 “중-일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다. 중립·공평해야 할 국제기구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2016년 한국·중국 등 8개국 14개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등재 신청을 하자, 유네스코에 분담금을 내지 않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지난해 4월 회원국이 반대하면 심사를 중단한 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당사국 사이에 대화를 계속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 때문에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등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 제도는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것으로 사도광산과 같은 ‘세계유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진성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유산의 종류가 다르다고 해서 논리가 달라질 수 없다”며 “사도광산 등재 신청을 강행할 경우 세계기록유산 제도개혁 논의과정에서 자신들이 주장했던 논리를 스스로 거스르는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부의 시선이 신경 쓰여 등재 신청을 보류하면, 엄청난 내부 역풍이 예상된다. 자민당의 보수·우익 성향의 의원 등으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은 18일 회의를 열고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외무성과 문화청에 제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기자단과 만나 “등재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생각해서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사도광산의 등재 추진과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려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야 한다. 다음주 외무성이 주도하는 관계부처 회의와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건희씨가 남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 인사나 캠프 조직 등에 적극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씨의 친오빠도 함께 관여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윤 후보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하반기 캠프에 대한 불만 등을 제기하며 ‘조직 재정비’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 하나의 본거지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경선 때부터 캠프 안팎에 무자격 인사들이 활동한다는 논란을 키워온 실정이다.
친오빠 개입 정황은 김씨가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지난해 반년에 걸쳐 7시간여 나눈 통화에서 드러난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 등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8월말 친오빠 등 5명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7월부터 캠프 조직, 선거 관련 얘기를 나눠오던 이아무개 기자로부터 ‘맞춤형 강의’를 받았다.
무속인 전아무개씨(맨 오른쪽)가 지난 1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안내하고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모임엔 친오빠뿐만 아니라 윤 후보의 공식 경선캠프(2021년 7월초 구성된 ‘국민캠프’, 서울 안국동)에서 활동하던 인사 2명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도 참석했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건희씨는 모임 뒤 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성 직원 2명 외) 다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캠프에서 일하는 애들인데 여기서 같이 SNS 토의도 하고 자료 같은 것도 본다”며 “(강연 때) 오빠 온다 그래가지고 내가 좀 들으러 와라, 배울 것도 있으니까, 자기는 좋다 그러지, 현장에서 뛴 사람들도 또 그런 경험이 애네들은 없잖아. 그래서 들으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전 통화에서 그의 친오빠를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헤드”의 한 예로 소개하며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한다”(2021년 7월21일)고 말한다. 당시 김씨는 “캠프가 엉망”이라며 “재정비”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후보 쪽 사람들이) 유튜버를 전혀 모른다”는 고충도 터놓는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캠프로 오지 말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 “강의”를 해달란 요청을 하기 이른다.
김건희씨의 통화는 강의모임 나흘 뒤인 9월3일 이뤄졌다. 여기서 김씨는 “(캠프에서 교육받으러 온 이들은) SNS 영상도 만들고 그런 건데, 아직 어려가지고 메시지 내고 그런 건 아니고 영상 같은 거 좀 만들고 따라다니면서 그런 거 하는 애들인데 현장에서 소리 듣자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왔다”며 “(강연 들은 이들이) 도움이 되고 재밌다던데. 또 부르라고 하는데?” 말하기도 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캠프의 SNS 담당자들은 “젊은 애들”로 통칭되며 코로나 때문에 휴직 중인 승무원도 있다고 김씨는 소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려견 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논란이 된 뒤 계정 자체가 없어졌다.
이듬달인 10월은 전두환씨 옹호 발언으로 비난을 받은 윤 후보가 ‘사과는 개나 줘버려’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때다. 당시 ‘개 사과’ 사진을 김건희씨가 촬영했다는 의혹이 일자 윤 후보는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가 없다”며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와 교육모임에 참석했던 캠프 인사들이 이 사건에 관련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부터 SNS 중심의 대응이 논의되고 훈련되어 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화방송>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 기자가 지난해 8월30일 코바나컨텐츠에서 30분 특강을 한 뒤 김씨로부터 105만원 강의료를 받았다고 16일 보도했다. 다만 참석자와 강연 내용, 또 참석자들이 던졌을 질문 등은 여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겨레>는 이씨에게 자세한 사정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한겨레>에 “김○○(김건희씨의 오빠)씨는 기본적으로 캠프에 관여하지 않았고, 8월말 이씨가 방문한 자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이씨가 구성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0대 후반 SNS 담당자 2명이 후보자 면담 등을 위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방문했다 대기한 정도”라고 밝혔다. 장필수 김완 기자
손바닥 王, 천공스승, 건진법사…윤석열-김건희, 끊이지 않는 무속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윤 후보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 국면에서 이들에게서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경선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씨와 인터넷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후보와 역술인과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측근인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비선으로 조언을 들으며 결국 국정농단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윤 후보 부부의 ‘무속 의존 의혹’에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무속인 전아무개씨(맨 오른쪽)가 지난 1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안내하고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네트워크위원회 해체했지만…‘건진 법사 의혹’ 여전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날 오전 국민의힘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선대본부에) 몇 번 드나든 것이 전부”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네트워크본부가 스스로 올린 동영상에서 그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영상 속에서 전씨는 지난 1일 윤 후보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전씨가 윤 후보를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그는 윤 후보의 어깨와 등을 툭툭 치거나 잡아끌었고, “직원들 다 이리로 와. 전부 다 김형준 (네트워크본부) 본부장 옆으로”, “유세팀들 빠지고 다문화 팀들, 동작을 빨리해야 돼”라며 상황 지휘까지 나섰다. 또 “후보님, 딴 거 없어. 여기 와서 빨리 좀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선대본부 업무에 익숙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씨가 선대본부에 “몇 번 드나든 적이 있다”는 국민의힘 해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윤 후보는 전날 ‘건진 법사’ 논란에 대해 “당 관계자한테 그 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 있는데, 스님으로 안다. 법사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전씨는 빨간 목도리를 두른 자켓 차림으로 승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건진 법사’가 기획실장으로 일한다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에서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등불축제’를 주관하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올려 동물 학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건진 법사’ 전씨가 ‘일광조계종’ 소속 승려로 알려져있지만 조계종 쪽은 “일광조계종은 조계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건진 법사’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티브이’는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석열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스님은 김건희씨에게 초청을 받아 코바나컨텐츠에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씨를 통해 윤 후보와 연결됐을 정황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이미 ‘윤 후보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진 법사’ 전씨가 3개월 뒤 실제로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천공 스승, 연결해준 사람도 김건희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윤 후보 손바닥에 적히 ‘임금 왕(王)자’가 포착된 것이다. 당시 윤 후보는 “같은 아파트 주민인 지지자가 손바닥에 적어준 것을 손세정제로 지워봤지만 잘 안 지워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력 대선주자의 동선이 지지자에게 쉽게 노출되고, 손세정제로도 손바닥 낙서가 지워지지 않을 수 있느냐는 등의 의문을 남기며 무속 논란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후보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난해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에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지난해 10월 <와이티엔> 인터뷰에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씨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줬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천공 스승과 윤 후보를 연결했다는 얘기다.
천공 스승. 정법 유튜브 갈무리
김건희, 기자 관상·손금 봐줘…“이직해라. 정보 일이 맞아”
김건희씨와 이아무개 <서울의 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에서도 윤 후보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지난해 7월20일 통화에서 김씨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에서 윤 후보의 멘토로 알려져있는 인물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라면서도 윤 후보가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 사법고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는 이야기도 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 문재인 대통령 되고 나서 남편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김씨는 또 “세간에 내가 무당 많이 만난다고 이렇게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 제가 더 (점괘 등을) 더 잘 본다”고 하며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로 와서 정보 수집 업무를 하라’는 제안과도 맥이 통하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함께 가까이 지내던 역술인이 있었고 깊은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서원 국정농단’ 트라우마가 있는 국민의힘은 윤 후보 부부 관련 무속 논란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무속인 논란은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하면서 빠르게 대처했다.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언론에 비친 모양이 좋지 않고 오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 중요한 시기에 (무속인이) 그림자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장필수 기자
윤석열 부부 에워싼 ‘도사들’…논란 일자 네트워크본부 해체
선대본부 고문 역할 의혹 ’건진법사
석달 전 그 스승이 “캠프서 활동” 발언
김건희 녹취에도 등장하는 ‘무정스님’
결혼 맺어준 ‘윤 후보 멘토’로 알려져
대선출마 단언한 유튜버 ‘천공스승’
검찰총장 사퇴 계기 김건희씨가 소개
지난해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본부가 올린 자체 동영상을 통해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해온 사실이 확인되자 조직 자체를 없애 논란을 피하려는 것이다.
■ 네트워크본부 해체했지만…‘건진법사 의혹’ 여전
하지만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윤 후보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 국면에서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진법사’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티브이>는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법사에게 윤석열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씨의 초청을 받아 코바나컨텐츠에서 주관한 전시회에 세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법사’도 김씨를 통해 윤 후보와 연결됐을 정황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이 방송이 나간 지 3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혜우 스님 발언처럼 건진법사가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게 확인된 것이다.
■ 무정 스님, 윤 후보에게 고시 계속, 김씨에겐 결혼 권유
김건희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도 윤 후보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해온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해 7월20일 통화에서 김씨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에서 윤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윤 후보가 20대 시절에 무정 스님과 만났고 “(남편이) 사법고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 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씨는 무정 스님이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 윤석열-천공스승, 연결해준 사람도 김씨
유튜버 ‘천공스승’과 윤 후보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스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난해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에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스승’은 지난해 10월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씨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줬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천공스승과 윤 후보를 연결했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경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적고 나와 무속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같은 아파트 주민인 지지자가 손바닥에 적어준 것을 손세정제로 지워봤지만 잘 안 지워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의문은 이어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함께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트라우마가 있는 국민의힘은 윤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적극 차단하고 있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무속인 논란은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하면서 빠르게 대처했다.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언론에 비친 모양이 좋지 않다. 중요한 시기에 (무속인이) 그림자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민주당, 국민의힘에 ‘무속’ 공세 “윤핵관은 무당, 왕윤핵관은 김건희”
'윤석열 캠프 무속인 비선 실세’ 부각 집중 공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의 ‘무속인 선거대책본부 활동’ 논란에 “윤핵관은 무당, 왕 윤핵관은 김건희”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인재 영입 발표식에서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무당과 무속에 의존하는 이런 국가 결정권자가 있다고 한다면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방송을 통해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가 “도사들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공개된 데 이어,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선대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무속인 비선 실세’ 프레임을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핵관은 무당이고 왕 윤핵관은 부인 김건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 쪽이 사실무근이라던 ‘건진법사’ 전아무개씨가 캠프 실세로 활동한 것이 (영상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며 “최순실의 오방색도 울고 갈 노릇”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주술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윤 원내대표는 또 “선거 공식기구에 대놓고 무당을 임명할 정도면 이는 샤머니즘 숭배”라며 “직책도 없는 후보 부인이 캠프 인사, 언론 관리, 집권 (뒤) 계획까지 서슴없이 말하는 과정에서 예비 최순실의 모습을 봤다. 많은 국민이 되살아난 국정농단 트라우마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윤영 기자
이수정 “안희정 불쌍” 김건희 발언 유감 뜻…고문직 사퇴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시절의 이수정 경기대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안희정이 불쌍하다. 나랑 아저씨는 안희정 편”이라는 김건희씨 발언에 유감을 나타내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여성본부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이 교수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아무래도 나의 소신이 더 중요하고 양심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직책을 내려놨다. 여전히 질문이 오면 자문 역할은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번 <서울의소리> 녹취록 파동이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님께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본부 고문으로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쥴리설’로 인한 여성 비하적 인격 말살로 후보자 부인 자신도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님의 고통에 대해선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리 사과’를 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으로 열린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개헌 논의가 ‘정치 개혁’ 이슈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이날 ‘어르신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헌법은 87년 체제에서 문민정부로 넘어가는 과도적인 상태에서 (마련한) 절충적인 헌법”이라며 “아주 많은 변화가 일어난 현재 대한민국에 맞는 옷인가. 안 맞는 옷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전면 개헌만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순차적으로 가능할 때마다 개헌을 조금씩 해 나가자”며 “합의된 개헌안을 실행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임기 단축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엠비엔>(MBN)과 한 인터뷰에서 “임기 1년을 단축하더라도 권한이 분산된 4년 대통령 중임제 방식의 개헌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로 개헌 논의에 불을 댕긴 데 이어 이날은 “(정치권에서) 합의된 게 일부라도 있으면 총선·대선·지방선거 등의 기회에 투표로 결정하는 것도 좋겠다”며 한 발 더 나간 구체적인 실현 방안까지 제시했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개헌에 운을 떼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에 탄력을 붙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개헌에 대해 비교적 뚜렷한 의견을 밝힌 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다. 그는 지난 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중심제를 의회 중심제로 전환하자”며 대통령제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모두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 후보가 지금 이 시점에서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이 ‘국면 전환용’일 뿐이라며 의구심을 보내고 있어 진지한 논의로 이뤄지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윤석열 후보는 이 후보의 개헌 주장에 대해 “논평하고 싶지 않지만 국민이 알아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개헌 이야기를 국민들께서 진정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대통령 권력이나 통치 구조가 초헌법적으로 운영된 것을 어떻게 법 안쪽으로 끌어들여 정상화하느냐 그렇게 생각했는데, 4년 중임제란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건 그쪽으로도 갈 수 있는 문제이지만 지금 권력구조에 대해 말하는 건 대통령 권한을 줄이자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개헌보다는 ‘대통령 권력 분산’ 방식의 정치 개혁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4년 중임제 개헌은)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주장과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4년 중임제가 되면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서 재선될 것”이라며 “국민을 속이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4년 중임제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제 자체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며 “저는 4년제, 중임제라는 것 자체가 국민을 속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된 다음에 그런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4년중임제가 동과돼도 헌법상 개헌 당시 대통령은 적용되지 않아 출마가 불가능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적극 응수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발언이 평소의 소신일 뿐이라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질문이 들어와서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이라는 평소의 소신을 얘기한 것일 뿐 선대위 차원에서 공약화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서영지 김해정 기자
이재명 “5년 단임제, 정책 일관성 위해 과학기술 부총리 필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
원전 이슈 “이념적 아니라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
“있는 건 쓰고 건설하던 건 하고 가능하면 재생에너지 전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화두로 띄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5년 단임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과학기술혁신 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과학기술혁신 부총리가 국가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게 기획과 예산 권한을 대폭 부여하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를 신설하고, 2030년까지 달 착륙 프로젝트를 완성할 우주개발 전략 수립과 목표 달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우주전략본부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컨트롤타워 기능의 부총리급 과학기술혁신부 신설을 주요 정책으로 꼽으며 “정부기구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시기적으로 필요한데 너무 손을 대면 일이 안 될 수 있다”며 “시스템보단 지휘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정부부처 개편은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입장이어서 꼭 해야 할 것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며 개헌 논의에 불을 댕긴 이 후보는 “5년 단임제라는 것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 그래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국가 장기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며 “그런 점 때문에 부총리 위상을 갖는 과학기술혁신 부총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사례를 언급하며 “위험성 문제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며 “원전이 많이 위치한 지역의 지진 문제도 있고 원전 숫자도 상당히 많고 지역 대비 밀집도도 전 세계적으로 높다. 안전하면 좋겠는데 수백년 만에 한번 사고가 나도 엄청난 피해가 있어 위험성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수급 현황을 생각해보면 무조건 원전을 없애자고 할 수도 없다”며 “이념적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인데 있는 것은 쓰자, 건설하던 것은 건설하자 그리고 가능하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후보는 “설계하다 중단해 놓은 것이 현실적 논쟁거리인데 상황을 다시 체킹(확인)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지 주권자의 의지도 중요하니까 공론화를 거쳐 판단하자”라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를 위해..대통령 단임은 너무 짧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권한이 분산된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며 대통령 당선 시 임기 1년 단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언급을 피했던 권력구조 개편 구상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엠비엔>(MBN) ‘뉴스와이드’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한 측면이 있고 지방분권은 취약하고 단임제는 취임하자마자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자기중심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며 “책임정치를 하려면 4년 중임제를 해야 한다. 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내각책임제는 선호하지 않는다”며 의원내각제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어 “5년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결과를 볼 수 없다. 성남시장도 재선하며 그 결과들이 나타났다”며 “재선이 있어야 실질적 중간평가가 되며 최선을 다하는 국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정치를 위해 대통령 단임은 너무 짧으므로 사실상의 중간평가를 거친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개헌 때 대통령 임기 조정 문제와 관련해 “기간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이 1년에 한번 톱니바퀴 바뀌듯이 엇갈리는데 이를 조정하려면 임기를 조정해야 한다”며 “지금 합의가 가능하면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임기 1년을 단축하더라도 그런 방식의 개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임기 단축이) 그리 어려운 일이겠냐. 국가 백년대계, 경국대전을 다시 쓰는 것인데 특정 임기 1년을 줄이는 것이 뭐 중요한 일이겠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중임제 개헌과 대선·총선이 2년마다 돌아오는 주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임기를 1년 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가 제시한 권력구조 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발의한 ‘대통령 4년 연임제’(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번 중임할 수 있다)와 내용이 같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야당이 합의하지 않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이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합의가 쉽지 않다. 촛불 혁명 직후 할 수 있었는데 실기했다”며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개헌해 기본권 강화, 자치분권 강화, 경제적 기본권과 환경에 대한 국가 책임 등을 헌법에 명시하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애타게 ‘2030 여성’ 마음 잡고 싶은…이재명의 공약은?
성별-임금 등 차별과 배제 해소 ‘여성 · 가족 5대 공약’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구녀관에서 열린 청년 간호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동시장의 구조적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공공 분야에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민간 분야로 확대해가겠다”고 18일 밝혔다. 이 후보가 직접 ‘여성 공약’을 공식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지율 30% 박스권 탈출을 위해,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2030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유리천장 지수가 최하위권에 속한다”며 ‘여성·가족 5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성별과 세대를 가르는 차별과 배제가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 여러분의 집단지성을 믿고 분열을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먼저 ‘차별 없는 공정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함께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임금차별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돌봄서비스와 같이 특정 성별이 집중된 직군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채용 단계의 성차별을 막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을 개정하고, 성희롱 피해구제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기업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지표에 성별 다양성 항목 비중을 높이고 공적연기금 이에스지 투자고려 요소에 성평등 관점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아빠가 ‘자녀와 함께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육아휴직 급여액을 현실화하고 ‘육아휴직 부모쿼터제’를 추진해 휴직 사용에 따르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데 눈치 보지 않도록 자녀 출산시 부모 모두 육아휴직이 자동신청되는 ‘자동 육아휴직등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애 전반의 성과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이 후보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변경해 청소년과 미혼 여성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겠다”며 “난임시술 약제비를 급여화해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건강검진 항목에 난임 관련 남녀 기초검사를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 구입비를 지원하고, 남성 청소년에게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무료 접종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외에도 △임의후견제도를 활성화해 1인 가구가 치매, 질환 등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사회 △한부모 아동양육비 지급 대상을 중위소득 80%까지 단계적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가 사실상 총망라한 여성공약을 발표한 것은 ‘꿈쩍않는’ 2030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14일 전국 성인 3031명을 대상으로 대선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8%포인트)를 보면, 이 후보는 36.7%의 지지를 받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밀렸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이 호응하는 공약을 낸 데 힘입어 2030 남성의 지지율을 한 주 전보다 2배 가까이 끌어올린 데 힘입은 것이다. 이에 이 후보 쪽에선 상대적으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은 2030 여성(부동층 20대 9%, 30대 14.9%) 표심을 파고 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2030 남성 겨냥해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공약 낸게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이미지 변화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에 2030 여성 위한 정책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