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더라도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66%

"북-러 군사협력 강화 위협적이다" 73%

윤석열 긍정평가 20% 40일만에 최저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등 군사적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10월 3주 차 여론조사에서는 이밖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또다시 최저점 20%를 찍었다.

북한 ‘러시아 파병설’에도 ‘우크라 군사 지원’ 13% 불과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전화면접방식 여론조사(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시행한 결과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대해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답변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식량 등 비군사적 지원만을 해야 한다’는 66%,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 16%로 나타났다. 5%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원을 하지 말거나, 하더라도 비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82%에 이른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6월에 실시한 ‘갤럽’의 같은 조사에서도 72%가 비군사적 지원만을 바랐고, 군사적 지원(15%) 주장은 소수였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론은 당시 6%에서 현재 16%로 10%포인트 늘었다.

한편 최근 국정원의 발표로 부각된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설과 관련,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은 결과 '위협적이다' 73%, '위협적이지 않다' 21%로 나타났다. 6%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는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직후 우리 국민이 느꼈던 위협성 수준과 비슷하다고 ‘갤럽’은 설명했다. 2022년 10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서는 71%가 '한반도 평화에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의 3~6차 핵실험 직후 조사에서도 그 비율이 대체로 70%를 웃돌았다.

이같은 답변 성향을 보면 우리 국민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안보에 대단히 위협적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까지 군사적 지원으로 러-우 전쟁에 끼어드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1년간 국제분쟁에 대해서는 64%가 '증가할 것', 8%가 '감소할 것', 21%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관계 비관론은 올초 두 달간 감소하다 4월 다시 늘었고, 특히 이번 달은 3년 내 최고치에 가깝다. 이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고 ‘갤럽’은 설명했다.


 
대통령 긍정 평가 또다시 최저치 20% 중 ‘나몰랑’ 지지 1/5

‘갤럽’의 대통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긍정 평가가 40일여 만에 다시 20%, 최저치로 떨어졌고, 부정 평가 역시 최고치 70%를 기록했다. 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7%.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고,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성향 진보층, 40대 등에서는 그 비율이 90%를 웃돈다. 대구/경북에서 긎정과 부정이 26% 대 60%, 부/울/경에서 27% 대 69%를 기록했고 여태껏 대통령을 가장 후하게 평가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긍·부정적 시각차가 48% 대 40%로 크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이하 '가중적용 사례수' 기준 199명, 자유응답) '외교'(27%), ‘모름/응답거절’(21%), '국방/안보'(9%), '결단력/추진력/뚝심', '전반적으로 잘한다', '의대 정원 확대'(이상 5%), '주관/소신'(4%) 순으로 나타났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698명, 자유응답) '김건희 여사 문제'(15%), '경제/민생/물가'(14%), '소통 미흡'(12%),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독단적/일방적'(이상 6%), '외교', '경험·자질 부족/무능함'(이상 4%), '의대 정원 확대', '통합·협치 부족'(이상 3%) 등을 이유로 들었다. 2주 연속 김 여사 관련 문제가 경제·민생과 함께 부정 평가 이유 최상위에 올라 있다.

경기 전망 58%, 살림살이 전망 31% ‘나빠질 것’ 악화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대통령 직무 긍·부정 평가자 간 양극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58%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고, 14%만 '좋아질 것', 25%는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낙관(좋아질 것)-비관(나빠질 것) 간 격차(Net Score, 순(純)지수) 기준으로 보면 보수층에서는 -14, 중도층 -53, 진보층 -69다. 올초 잠깐 호전되는 듯했던 체감 경기가 4월 총선 이후 다시 나빠졌고, 이번 달은 전월보다 더 악화했다. 최근 3년 내 경기 낙관론 최고치는 2021년 10월 35%, 비관론 최고치는 2022년 10월 66%다.

향후 1년간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좋아질 것' 14%, '나빠질 것' 31%, '비슷할 것' 54%다. 살림살이 전망에서는 주관적 생활수준별 차이가 뚜렷하고(상/중상층 -2, 중층 -9, 중하층 -35, 하층 -37), 경기 전망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정치적 태도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대통령 긍정 평가자 +18, 부정 평가자 -28 / 국민의힘 지지층 +5,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31, 무당층 -22 / 성향 보수층 -1, 중도층 -18, 진보층 -30.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30% 동률, 조국혁신당 6%, 개혁신당 4%, 진보당, 이외 정당/단체 각각 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7%다. 조국혁신당은 최고 14%(4월 3주)에서 이번 주 6%까지 변화폭이 컸다. 개혁신당은 2~5% 범위에 있다.   < 민들레 강기석 기자 >

“ 전쟁 위기를 한반도까지 끌고 들어오려는 것이냐. ”강력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한·폴란드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며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25일 야당이 “정부가 앞장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 ‘북한군을 폭격해 심리전을 하자’는 제안까지 나오자, 야당은 정부·여당이 ‘김건희 리스크’ 등 국내 문제를 안보 위기로 덮으려는 ‘북풍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전쟁 위기를 한반도까지 끌고 들어오려는 것이냐. 지금은 전쟁을 획책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신 실장이 “넵 잘 챙기겠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고 답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규탄대회도 열어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정권이 마주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도무지 묵과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공세를 펼쳤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히틀러 같은 전쟁광이나 할 법한 제안”, “소시오패스적인 발상”, “극악무도한 발상”이라는 격한 표현을 동원해 한 의원의 제안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 의원 제명과 신 실장 문책도 촉구했다. 한편,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이 전쟁 상황을 이용한 전시 계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본다”며 ‘계엄 음모론’을 다시 제기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심리전 소재로 활용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자고 안보 책임자와 논의하는 자가 악마가 아니면 뭐냐”며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위한 일이라면 전쟁이라도 불사할 자”라고 한 의원에게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 제언들이 있고, 그것에 대한 의례적인 응대였다”며 신 실장의 답변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규탄에 “북한 파병에 대한 규탄이 먼저 아닌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론은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가 66%,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가 16%였다.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같은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는 6%였는데, 이번엔 10%포인트 늘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 북한군 파병 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불안을 느끼는 탓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북-러 군사협력 강화가 ‘위협적’이라는 응답은 73%였는데, 갤럽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 우리 국민이 느꼈던 위협성 수준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21%였다.

이는 정부가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러시아 등보다 한발 앞서 북한의 파병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군 활동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정부의 최근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발표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더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의 북한군 동향 파악,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는 관망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우크라이나 전세에 관여하기보다 한반도 안보 차원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와 어떻게 대응할지 긴밀하게 조율하는 게 우선이지, 대응 수위를 지금 높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승준 엄지원 고경주 기자 >

한동훈이 꺼낸 특별감찰관 카드가 '뻥카'인 이유

● COREA 2024. 10. 25. 10: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김건희 특검 대신 '오답'만…'이 정도로 매듭짓자'
지엽적 방안으로 국민 현혹…논점 일탈, 눈속임

이재명 1심 유죄 예단, 정치 공세 여론전 측면도

특별감찰관은 독립성, 인력, 권한 등 한계 뚜렷해
이미 벌어진 '게이트'급 사건 수사‧처벌은 불가능

그나마 한동훈 역량‧세력으로 당내 관철도 어려워
추경호‧친윤, "원내에서 결정할 사안" 사실상 반대

윤석열 뜻 반영…북한인권재단 연계 꼼수로 기피

 

김건희 여사의 사과, 대외활동 자제,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도입….

김건희 씨의 갖가지 국정 농단과 개인 비리 의혹을 향한 국민적 분노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 같은 지엽적인 방안들만 제시해왔다. '김건희 게이트'의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유일한 해법은 김건희 특검뿐인데도 의도적으로 '오답'만 내놓는 모습이다. 한 대표의 메시지는 결국 '용산에서 이 정도 수용하면 국민들도 대통령 부부를 용서해주고 이쯤에서 매듭짓자'는 얘기다. 이는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거나 중대성을 희석시켜 여론을 현혹하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24. 연합
 

한 대표는 그중에서도 특별감찰관 도입을 최근 집중적으로 밀고 있다. 그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출범한 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아직 특별감찰관 추천과 임명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라며 "우리는 문재인 정권보다 훨씬 나은 정치 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감찰관의 실질적인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지금까지의 입장은,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의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면서 "우리는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히 요구하고 관철시킬 것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와 연계해서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만약 그렇게 한다면 특별감찰관 하기 싫어서, 대통령 주변 관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치 기술 부리는 것이라고 국민이 오해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정당이 아니다. 당 대표로서 다시 말씀드린다.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하자"고 거듭 못박았다.

그 전날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확대당직자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안 될 거라는 점, 많은 국민이 점점 더 실감하시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겠는가.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것이라고 예단하며 재판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정치 공세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도입을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연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일견 전향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해야 우리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전혀 별개인 두 사안을 패키지로 묶어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인권법 중 북한인권재단 관련 조문 일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북한인권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3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부가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 인권 보호 및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 개발 등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재단 이사는 통일부 장관이 추천한 2명과 여야 교섭단체가 각 5명씩 동수로 추천한 10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법이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북한에 인권 개선을 강제할 수도 없어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사실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 등 보수우파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삐라 살포 지원법' 아니냐는 의구심도 강했다. 남북 대화와 협력, 한반도 긴장 완화를 중시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재단 이사 임명을 특별감찰관 임명과 연동시킨 국민의힘의 일괄 처리 방안은 사실은 특별감찰관 도입을 안 하겠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였다. 여기엔 물론 특별감찰관을 두고 싶지 않은 대통령 부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지난해 7월 개인 비리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을 때도 특별감찰관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지만 대통령실은 국회가 후보를 추천해야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 대표가 '면담'에서 건의했을 때도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특별감찰관법 조문 일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실 한 대표 역시 종전까지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대통령실 입장과 보조를 맞추는 쪽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기로 비로소 특별감찰관 카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윤 대통령이 여당 뒤에 숨어 국회 핑계를 대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을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으로 연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진전된 측면이 있지만 여기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김건희 씨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는 데 특별감찰관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명백한 한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2월 국회를 통과해 제정된 특별감찰관법은 ▲대통령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감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15년 이상 경력 변호사 3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이내에 1명을 차관급 공무원인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도록 했다.

우선 태생적으로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뜻에 반하는 인물이 임명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박근혜 대통령도 여당·야당·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후보 3명 가운데 여당 몫인 이석수 변호사를 첫 특별감찰관으로 선택했다). 직무에 관해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대통령 소속'인데다, 감찰의 개시와 종료 즉시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감찰 기간은 불과 1개월이고, 1개월 더 연장하려면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16년 8월 29일 감찰 내용 유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실 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2016.8.29. 연합
 

감찰 대상도 한정돼 있어서 김건희 씨 의혹의 한 축인 소위 '7간신' '한남동 라인'으로 지목된 비서관‧행정관들을 조사하기도 어렵다. 강제 조사권이 없다는 점은 결정적 약점이다. 감찰 대상자의 비위 행위 확인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공공기관을 상대로 '협조·지원 요청' '자료 제출이나 사실 조회 요구'를 하고 필요할 경우 감찰 대상자에게 '출석·답변 요구'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자체적인 수사‧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특별감찰관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해야 한다.

이처럼 실질적 독립성, 인력, 권한 등에 있어서 제약이 많고 입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이른바 '이채양명주'를 비롯해 국민의힘 공천 및 당무 개입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광범위한 국정농단 의혹을 특별감찰관이 규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까지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정권 호위대' 검찰에게 수사를 의뢰한다면 더더욱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따라서 특별감찰관은 제한된 영역에서 대통령 주변의 비위를 예방하고 경고 신호를 보내는 역할에 적당하지, 이미 벌어진 '게이트'급 권력형 비리 사건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특별검사가 나설 수밖에 없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특검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데, 한동훈 대표는 특검엔 반대하면서 엉뚱한 대안인 특별감찰관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처럼 국민을 계속 오도하고 있다. 이는 논점 일탈이고 눈속임 술책일 따름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3. 연합
 

둘째, 그나마 특별감찰관 도입도 현실적으로 관철시킬 능력이 없거나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려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필수적인데 윤 대통령의 복심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놓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고 당내 주류인 친윤 의원들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원외 인사인 한동훈 대표와 20명 안팎인 친한계 의원들이 이를 돌파하기엔 역부족이다.

추 원내대표는 2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진을 공식화하자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 부분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원총회이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맞받았다. 그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관련 위원회의 위원들과 중진 등 많은 의원의 의견을 우선 듣고 최종적으로는 의총을 통해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당분간은 여러 의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 상당 시간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외 당 대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노골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 의중을 대변해 한 대표에게 곧바로 태클을 건 것으로 해석됐다. 추 원내대표는 24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다음 달 1일 이후에나 의총을 소집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는 법적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해 '원내 사안'이라는 추 원내대표에게 직접 반박했지만 곧 친윤계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대표적으로 권성동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 연동은 우리 당론이고, 당론을 변경하려면 원내대표와 사전에 상의를 해야 했다"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라고 쏘아붙였다. 권 의원은 본인도 검사 출신이면서 "한 대표가 검사 수사하듯이 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연합
 

야권은 한 대표가 특검이 아닌 특별감찰관 제안으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성토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국민의 일관된 요구는 특검을 받으라는 것이다.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 있으니 수사를 받고 진실을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으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적당히 사과하고, 적당히 활동 자제하고, 적당히 인적 쇄신하고, 적당히 특별감찰관 임명하고 해서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주가조작,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뇌물 수수, 국정 개입, 인사 개입, 관저 비리, 선거 개입, 국정농단, 마약 수사 무마, 수사 외압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의혹들이 쌓여 있다"면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 놓고 김건희 특검을 반대한다면 비겁하다는 소리만 듣게 될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제 더 이상 피하지 말고 행동으로 국민 앞에 결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할 말을 할 것처럼 큰소리치다가 윤 대통령 기세에 눌려 항상 흐지부지했다. 늘 용두사미였다"며 "윤석열 정권 출범에 기여한 죗값을 조금이나마 씻을 기회다. 국민의 편에 서겠다면 윤김 부부와 단호히 결별하라"고 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도 "어쭙잖은 정치인 흉내 내는 놀이하며 말로만 국민팔이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꼬리를 내리는 '애매모호 한동훈' 그만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창원국가산단 발표 5개월 전, 선정 전반 개입 증언 나와
“김영선 사무실에 부시장·담당국장 찾아와 명씨에 보고”
윤 대통령·김건희 친분 영향 의혹... 수사로 범법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2022년 4월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원전 가스터빈 부품업체인 진영티비엑스(TBX)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경남 창원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몇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산단 입지 선정을 위해 현장 조사를 하러 창원에 온 국토교통부 실사단을 명씨가 직접 안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었던 명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에 개입한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24일 한겨레21이 입수한 문건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2년 10월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창원시 공무원들을 면담하고 산단 관련 문건을 보고받았다. 한겨레21이 확보한 4건의 문서는 △‘창원 방위 원자력 산업 특화 국가산업단지 제안서’(대외비 자료) △‘창원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 추진현황’ ‘국가산업단지 개발 관련 업무현황 보고’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창원시 내부 자료)이다. 이 중엔 입지별 현황 비교, 거점 개발 계획, 유치 시설 목록 등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되는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보고 받은 경남 창원 신규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사업 관련 창원시 내부 문건들.
 

명씨의 지시로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벌였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강혜경씨는 한겨레에 “당시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반띵’해갈 뿐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갔다”며 “창원시 부시장 ㅈ씨와 담당 국장 ㄹ씨가 자주 김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고, 사무실 밖에서도 명씨와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강씨는 “산단 추진 인력과 산단 부지 구역”에 명씨가 주로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 ㄹ국장은 “김영선 의원에게 보고할 때 명씨가 있었고, 4~5차례였던 걸로 기억한다. 시 직원들은 명씨가 총괄본부장이라 하니 김 의원 보좌관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민간인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명씨가 창원산단 유치를 위해 창원시뿐 아니라 국토부, 국회 등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복수의 진술도 나왔다.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김태열씨는 “2022년 연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명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목한 현장 조사는 2022년 11월23일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와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에서 진행한 실사단 방문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전달한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엔 이 현장점검에 대한 상세 내용이 담겨 있다. 강씨 역시 “명씨가 여러 차례 창원시 공무원,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입지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 관계자는 “(2022년 11월엔)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입지 선정 평가위원들이 현장 실사를 간 것이고, 만약 (명씨가) 동행했다고 해도 당시에는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사 동행은 창원시 직원들이 하지 민간인은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구 숙원사업인 창원산단 사업을 따내기 위해 김 전 의원은 2022년 12월28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회의원 51명이 연서명한 ‘창원국가산단2.0 신규 지정을 위한 서명 건의문’을 전달했는데, 강씨는 이 과정에도 명씨가 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명 건의문을 명씨 지시로 만들었다”며 “명씨가 누구누구에게 서명을 받아오라며 의원을 찍어줬다. 51명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인물들은 명씨가 지목하고 섭외했다”고 했다.

 

명태균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옮겨놓은 창원 신규 국가산업단지의 한 건물. 이 건물 소유주는 명씨와 사업적 동반자였던 강아무개씨다. 강씨는 이 건물에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사업체를 신고했다. 사진 곽진산 기자
 

명씨는 창원산단 선정에 개입하면서 산단 예정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10년지기’이자 ‘동업자’인 강아무개씨와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 산단 예정 부지에 있는 땅과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주변에 창원산단 땅을 사라고 했고, 본인에게도 사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로 동업자 강씨는 창원산단 지정 두달 전에 공단 예정 부지의 땅과 건물을 샀다. 한겨레21이 확인한 등기부등본을 보면 강씨는 2023년 1월24일 창원 의창구 동읍 화양리에 72㎡ 규모의 건물을 매입했고, 명씨는 같은 해 7월께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이 건물로 옮겼다. 강씨는 이 밖에도 공단 예정지에 있는 다른 땅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건물 일부를 임차해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ㄱ씨는 한겨레21과 만나 “강씨가 인근에 임야도 샀다. 하지만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등은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강씨는 지난 7월 해당 건물에 ‘매○○디엔씨’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업체를 차렸으나 현재 해당 사무실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달 초 창원지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미래한국연구소의 짐도 어디론가 치워졌다.

동업자 강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회사 부지와 사무용 부지를 위한 사업용 땅을 산 것일 뿐, 창원국가산단과는 상관없다”며 “명씨와는 2015년 동문회 사업으로 알게 된 사이여서 짐을 맡아 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한겨레에 “(창원)부시장을 만나든 말든 내가 땅 한평을 샀느냐. 소설 쓰는 것”이라며 “(국토부 공무원) 안내한 바 없고, 차 타고 쫓아다녔다. 난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창원시도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명씨가 산단 지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본구상안 마련부터 제안서 제출과 현지 실사, 제안서 발표 및 마지막 후보지 선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홍남표 창원시장이 직접 챙기며 강력한 유치 의지를 피력한 끝에 경남 유일의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해명했다.     < 창원=김완, 곽진산 채윤태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