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뒤 '풀세트'로 보복 당해…은폐하려던 사람들 아직도 현직"

 

                       현대차 엔진결함 내부고발자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 [김광호씨 제공]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고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약 280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 김광호(59)씨는 "한국의 제도적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 보상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상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의 공익제보자 보상체계가 없었다면 잃을 게 너무 많았기에 내부고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내 공익제보자 보상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공익 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현대차 부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회사 감사팀에 엔진 결함을 제보했지만 묵살당했다.

 

그는 2016년 8월 현대·기아차의 의도적인 엔진 결함 은폐에 관한 정보를 NHTSA에 전달하고 국토교통부·국민권익위원회·언론 등에도 알렸다. 이후 회사에서 해고되고 소송까지 당하며 취업 길마저 막히는 등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NHTSA는 현대·기아차에 과징금 8천100만 달러를 부과했다. 결함 엔진을 장착한 차량 469만대가 리콜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권익위에서 공익제보 보상금 상한액 폐지를 골자로 한 부패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올렸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보상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익제보·내부고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행령이 다시 관철돼 보상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익제보 뒤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현실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과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의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부고발 뒤 25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던 현대차로부터 해고되고 집까지 압수수색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김씨는 공익제보 활동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공익제보 뒤 해고, 형사고소, 민사소송 등 내부고발자가 당할 수 있는 보복은 '풀세트'로 당했다"며 "사회봉사·환원 차원에서 공익제보자들로부터 자동차 제작결함 등에 대한 제보를 받는 (가칭) '자동차제작결함연구소'라는 조직을 세우고, 이들을 돕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권익위 청렴연수원에서 청렴 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국의 제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강연을 이어가고, 국회의원들을 만나 법령 개선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현대차 공익제보가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범죄행위를 은폐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현직에 있다"며 "주장해왔던 사실이 밝혀지고 리콜이 이뤄져 첫째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공익제보 포상이 "대한민국에서도 공익제보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다는 데 의미가 큰 것 같다"며 "공익제보 뒤 구속을 당하거나 가정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훈장과 포상금을 받고 사회와 언론으로부터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280억 포상’ 현대차 내부고발자 “자동차제작결함연구소 설립할 것”

“내부고발 뒤 ‘풀세트’로 보복 당해…은폐하려던 사람들 아직도 현직”

“내부고발자 보상제도 개선 필요…제보자 돕는 유튜브 채널 만들 것”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고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약 280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 김광호(59)씨는 "한국의 제도적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 보상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상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의 공익제보자 보상체계가 없었다면 잃을 게 너무 많았기에 내부고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내 공익제보자 보상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공익 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현대차 부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회사 감사팀에 엔진 결함을 제보했지만 묵살당했다.

 

그는 2016년 8월 현대·기아차의 의도적인 엔진 결함 은폐에 관한 정보를 NHTSA에 전달하고 국토교통부·국민권익위원회·언론 등에도 알렸다. 이후 회사에서 해고되고 소송까지 당하며 취업 길마저 막히는 등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NHTSA는 현대·기아차에 과징금 8천100만 달러를 부과했다. 결함 엔진을 장착한 차량 469만대가 리콜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권익위에서 공익제보 보상금 상한액 폐지를 골자로 한 부패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올렸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보상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익제보·내부고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행령이 다시 관철돼 보상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익제보 뒤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현실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과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의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부고발 뒤 25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던 현대차로부터 해고되고 집까지 압수수색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김씨는 공익제보 활동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공익제보 뒤 해고, 형사고소, 민사소송 등 내부고발자가 당할 수 있는 보복은 '풀세트'로 당했다"며 "사회봉사·환원 차원에서 공익제보자들로부터 자동차 제작결함 등에 대한 제보를 받는 (가칭) '자동차제작결함연구소'라는 조직을 세우고, 이들을 돕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권익위 청렴연수원에서 청렴 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국의 제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강연을 이어가고, 국회의원들을 만나 법령 개선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현대차 공익제보가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범죄행위를 은폐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현직에 있다"며 "주장해왔던 사실이 밝혀지고 리콜이 이뤄져 첫째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공익제보 포상이 "대한민국에서도 공익제보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다는 데 의미가 큰 것 같다"며 "공익제보 뒤 구속을 당하거나 가정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훈장과 포상금을 받고 사회와 언론으로부터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권인숙 의원,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밝혀

유은혜 부총리 “국민대 특정 감사에서 조사”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서일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안양대학교에 이어 수원여대와 국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도 허위 경력 및 학력을 기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김씨는 2007학년도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 경력사항에 ‘영락여상 미술강사’를 ‘영락여고 미술교사(정교사)’로 기재했고, 2014학년도 국민대 겸임교수 임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 경력사항에는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시간강사/산학겸임교원’을 ‘부교수(겸임)’로 허위 기재하고, 학력사항에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김명신(김건희)의 서울시 관내 학교 근무 이력 확인 요청’ 자료를 보면, 김씨는 1997~1998년 서울 대도초등학교, 1998년 서울 광남중학교, 2001년 서울 영락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2001년 영락여상(현 영락의료과학고)에서 미술강사로 근무한 이력만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가 2004년 서일대 강의를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 대도초와 광남중, 영락고 등에서 근무했다고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허위 경력 제출’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2001년 1학기 한림성심대 컴퓨터응용과 시간강사에 임용될 때도 대도초 실기강사 경력을 썼고, 2013년 2학기 안양대 겸임교원 지원 때 역시 영락고 미술교사로 근무했다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교사, 석사, 부교수로 셀프 업그레이드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에 나와 “8일부터 국민대 특정감사를 진행중인데, (김씨의) 이력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검찰, ‘김건희 연루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자 추가 기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의혹이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 사건 가담자 한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가담자 2명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증권회사 출신 김아무개씨를 지난 5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주가 부양이나 주가 관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씨와 함께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또 다른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먼저 구매한 뒤 권 회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이나 지인들에게 흘려 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10~2011년께 주가 조작꾼들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4월부터 수사를 이어 왔다. 김건희씨는 이런 주식 시세조종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하고 2012년 도이치모터스의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 2일 의혹의 핵심인 권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만간 권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등 구속기소된 3명의 재판은 이달 19일부터 시작된다. 강재구 기자

 

검찰, 윤석열 장모 ‘모해위증 의혹’ 재수사 불기소 처분

혐의 입증할 ‘증거 불충분’ 결론 내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7월2일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의 모해위증 의혹을 재수사한 검찰이 9일 최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는 윤 후보 장모 최씨의 모해위증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 승인을 거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5일과 이달 1일 최씨의 동업자이자 이 사건 고소인인 정대택씨를 불러 조사를 하는 등 재수사를 벌여왔지만, 최씨 혐의를 입증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은 2003년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매매 과정에서 생긴 이익금 53여억원의 분배를 놓고 최씨와 정씨 사이에서 생긴 분쟁에서 비롯됐다. 정씨는 152억원 상당의 스포츠센터 채권을 싸게 사서 팔자고 제안했고, 투자금을 댄 최씨는 채권을 99억원에 낙찰받아 53억원가량의 이익을 남겼다. 이에 정씨는 자신의 중학교 동창인 법무사 백아무개씨의 입회 아래 체결한 약정서를 근거로 최씨에게 이익의 절반인 26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씨는 “정씨의 강요로 약정서를 체결했다”며 그를 강요·사기 미수 등 혐의로 고소했다. 법무사 백씨도 법정에서 “이익의 반을 나누기로 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후 백씨는 항소심에서 “최씨로부터 아파트와 2억여원을 받고 위증을 했다”고 말을 바꿨지만, 법원은 최씨 손을 들어줬다.

 

정씨는 최씨가 법무사를 매수해 이익금을 가로챘고, 법정에서도 거짓증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최씨와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를 모해위증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불기소처분했고, 서울고검도 정씨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정씨는 대검에 재항고했고, 대검은 지난 7월 이를 받아들여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대검은 당시 고발인이 주장한 내용이 많아 수사과정에서 최씨의 모해위증 혐의 관련 판단이 누락됐다고 보고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오는 13일이다. 강재구 기자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아무개씨를 9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가 사건 관계자들의 자금흐름을 따라가며 이른바 ‘50억원 클럽’ 등 로비 의혹 규명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오전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대장동 사업초기 토목업체 대표 나아무개씨로부터 사업권 수주 청탁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았는데, 사업권을 따지 못하자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뒤, 이를 나씨에게 그대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나씨에게 원금의 5배를 돌려준 이유와 김씨 등으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2014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에게 건넨 2억원의 출처가 이씨일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전 특검

 

한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재판 날짜가 오는 10일에서 24일로 2주 미뤄졌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8일 유 전 본부장의 첫 재판 날짜를 미뤄달라는 기일변경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추가 기소 사건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기일 변경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씨 등과 공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배임), 화천대유에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뇌물수수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1일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배임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강재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 광주 방문, 분위기 ‘싸늘’

이재명·심상정 후보, 구묘역 ‘전두환 비석’ 밟아

다수 보수 정치인들, ‘비석 없는’ 신묘역만 참배

 

광주·전남민주동우회는 1989년 1월13일 전두환씨 부부 민박 기념비를 망월동 옛 5·18묘역으로 옮겨 깨 들머리 땅에 놓았다.

 

‘전두환 옹호 발언’, ‘개 사과 사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지만, 이를 대하는 광주 시민사회 단체들 분위기는 싸늘하다. 윤 후보가 5·18묘역을 찾아 ‘전두환 기념비’를 밟을지를 두고서도 관심이 쏠린다.

 

광주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9일 오후 2시 5·18민주광장에서 ‘윤석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광주공동체 일동’ 명의로 기자회견을 열어 “5·18과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라며 면담, 간담회 등 어떤 접촉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병근 조선대(정치외교학) 교수는 “윤 후보의 광주 방문 강행은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사과할테니 문을 열라’는 것처럼 일방적인 방식이어서 반발하는 것이다. 사과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시민들의 마음을 풀어주지도 않고 오겠다고만 하는 것은 정치적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2일 망월동 옛 5·18묘역를 참배하면서 ‘전두환 비석’을 밟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광주를 찾는 정치인들의 5·18묘지 참배 행태는 두가지로 나뉜다. 진보·개혁 쪽 정치인들은 흔히 신묘역으로 불리는 국립5·18민주묘지 뿐 아니라 망월동 옛 5·18묘역도 찾아 참배한다. 망월동 옛 5·18묘역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까지 평범한 시립공원묘지였지만,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주검이 청소차에 실려와 묻히면서 역사적인 상징공간이 됐다. 1997년 5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운정동에 국립5·18민주묘지가 들어서 희생자들 대부분이 이장됐고, 옛 5·18묘역은 5·18진상규명 투쟁과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숨진 학생·노동자·시민 등이 묻히면서 ‘민족민주열사의 묘역’이 됐다. 이곳엔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이한열(연세대생)씨 등 민족민주 인사 58명이 안장돼 있다.

    망월동 옛 5·18묘지

 

지 교수는 “정치인들이 망월동 옛 5·18묘지를 방문하는 것은 1980~90년대 목숨을 걸고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의 주장과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보수 진영 정치인들은 신묘역(국립5·18민주묘지)만 참배한다.

 

망월동 옛 5·18묘역 들머리엔 ‘ㅈ두환’이라고 적힌 비석이 박혀 있다. 원래 ‘전두환’이라고 적혔던 비석은 깨지고 밟혀 ‘전’씨라는 글자가 거의 지워진 상태다. 1982년 3월10일 광주 학살 주역인 전씨 부부가 광주 인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숙박하고 가자, 마을 유지 등이 이 기념비를 세웠다. 광주·전남민주동우회는 1989년 1월13일 민박 기념비를 옮겨와 부순 뒤 5·18 영령들이 묻힌 망월동 묘지로 가는 들머리에 묻었다.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표지판)는 취지였다.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논란 뒤 정치인들의 ‘전두환 비석’ 밟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2일 망월동 옛 5·18묘역을 참배하면서 ‘전두환 비석’을 밟았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도 여기 왔었느냐?”고 물은 뒤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밟겠네”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8일 망월동 5·18묘역에서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전두환 비석’을 발로 밟았다. 심 후보는 “전두환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광주 방문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광주 시민사회 “윤석열, 5·18 헌법전문 수록 등 약속해야”

10일 방문 예정 100여개 단체 ‘반대 행동’ 돌입

 

100여개 광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광주 시민단체 일동’이 9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예정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 반대 뜻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을 하루 앞두고 5·18단체를 중심으로 한 광주시민사회가 반대 행동에 나섰다.

 

9일 100여개 광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윤석열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광주 시민단체 일동’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민주정신을 더럽히려는 윤석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살자 전두환을 옹호하고, ‘개 사과 사진’을 통해 국민을 조롱한 만행은 단순한 말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 후보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한 역사의식과 5·18에 대한 거부감이 은연중에 터져 나온 것”이라며 “윤 후보가 5·18 영령과 광주시민에게 진정한 용서를 구하려면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 △당내 5·18 왜곡·폄훼 청산 △전두환 등 헌정 질서 파괴자들의 국립묘지 안장 배제를 위한 국가장법 개정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부터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는 윤 후보가 광주를 찾는 10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모여 민주주의와 5·18 정신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또 윤 후보 방문에 맞춰 시민 200여명이 5·18묘역을 참배하고 묘비를 청소해 윤 후보 방문 거부 의사를 전달할 방침이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5·18이 정쟁과 특정 정치인들의 소모적인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5·18을 폄훼했던 국민의힘에 구체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된 윤 후보에게 묻겠다. 광주에 와서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겠다는 것이냐. 대선 후보로서 5·18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 구체적인 답변을 보여주시라”고 요구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과 관련한 5·18단체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5·18단체들은 “5·18 정신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참배와 방문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5·18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사람과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단체들이 윤 후보 방문 반대 행동에 나선 가운데, 5·18구속부상자회는 윤 후보와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규연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할 때 귀빈(VIP) 실에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기존 5·18단체의 요구말고도 5·18유공자 정신적 손해배상 지원, 5·18유공자 보훈수당 지급, 김종인 등 국보위 출신 인사 선거캠프 배제 등을 더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 광주선거대책위원회(이하 광주선대위)에 참여한 송기석 변호사는 “광주선대위에서 5·18단체에 간담회를 요청한 상황이 와전된 것 같다. 윤 후보 일정에 5·18단체 간담회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사회에서는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사고 여파로 문흥식 전 회장이 구속된 뒤 회장 자리를 놓고 내홍이 일었던 5·18구속부상자회가 5·18단체의 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시각도 있다. 김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