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6번째 무력 행동...미·일, 탄도미사일 추정

“유엔 대북결의안 위반” 규탄... 북, 한미 반응 떠보며

 미 대북정책·남 종전선언 제안 ‘말 아닌 행동’ 진정성 보려한 듯

 

북한이 지난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열차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25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남북 정상회담도 논의할 수 있다는 담화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을 쐈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이에 김 부부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기대되던 때 북한이 무력시위를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28일 “군은 이날 오전 6시40분께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5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고, 올해 들어 여섯번째 무력 행동이다. 합참은 북한 단거리 미사일이 순항미사일인지 탄도미사일인지 등에 대해선 “포착된 제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1000㎞ 이하를 단거리로 보는데, 이번 북한 미사일은 사거리 200㎞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착된 북한 미사일의 속도·고도·비행궤적 등이 과거 미사일 시험 발사 때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포물선 모양 궤적인 탄도미사일과 일정 수준의 저고도를 유지하며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은 비행궤적 분석만으로 구별이 가능하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모두 나타내 군당국이 미사일 제원을 바로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는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2발을 쏘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1발만 발사했다. 기술적 특징들에 주목해 일부에서는 이날 북한이 기존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봤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 쪽으로 쏘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 핵 비확산체제에서 비행체로 간주되는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핵탄두 운반체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긴 ‘도발’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 미·일과 달리 탄도미사일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남북관계 상황과 이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기술적 특성이 작용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5일 담화에서 ‘북한 미사일은 도발이고 한국 미사일 발사는 대북 억지력’이란 한·미의 태도를 ‘이중기준’이라고 반발하며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지난 25일 담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을 확인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자신들의 미사일 실험을 ‘도발’로 간주하며 이른바 ‘이중기준’을 보였던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살피려는 것이다.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에 ‘도발’이나 ‘우려’가 아닌 ‘유감 표명’을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이 발사된 자강도 무평리는 북한-중국 국경에서 40여㎞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서는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가 있었다. 자강도에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생산공장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보관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5일 열차 발사 미사일에 이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장소를 곳곳에 분산시키는 점도 눈에 띈다. 권혁철 기자

송진원 당시 준장 위증혐의 공판

군 기록 들자 2년여만에 증언 번복

 

 송진원 전 1항공여단장(오른쪽) 등 육군항공 관계자들이 1989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90)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1심 재판에서 광주 방문 사실을 부인했던 1980년 당시 육군항공 최고 지휘관이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법정에서 “기억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28일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의 주재로 열린 송진원(90)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준장)의 위증혐의 첫 공판에서 송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송씨는 재판에서 “40년이 지나며 5·18 때 광주에 왔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검찰에서 연락이 와 <80 항공병과사>를 찾아보고 뒤늦게 위문 방문을 했던 기억이 났다”고 해명했다.

 

이에 5·18단체는 재판이 끝난 뒤 송씨 등 신군부 세력이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5·18 당시 송진원 육군 1항공여단장이 광주에 투입됐다고 나온 <80 항공병과사> 기록.

 

5·18단체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송씨는 지금의 항공작전사령부 전신인 1항공여단을 창설하며 헬기 조종사들의 상징적인 분이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하기 위한 전제로 광주 방문 사실을 부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송씨는 2019년 11월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씨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5·18 당시 광주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982년 육군 항공감실이 발간한 <80 항공병과사>의 ‘사태일지’ 5월26일 부분에는 ‘1항공여단장 외 6명 광주 UH-1H(1310~1445)’라고 적혀 있다. 송씨는 기록에 나온 당시 1항공여단장이었고, 이 책이 발간될 때는 항공감이었다. 5·18단체는 이 책을 근거로 지난해 9월7일 송씨를 위증죄로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9일 불구속 기소했다.

 

송씨의 위증 혐의 재판의 다음 기일은 다음달 26일 오후 1시에 열린다. 김용희 기자

수도권 민간인 사상자 100만 등 전쟁 피해 눈감아

김영삼 폭격반대 불분명...당시 미 당국자들 부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토론에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안 막았으면 북한이 북핵을 못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 후보 3차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안보 무지’를 공박하다 “94년도에 클린턴이 영변에 북폭을 하려고 했을 때 와이에스가 막았다”며 “안 막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북핵이 발전됐겠나. 북핵을 만들지 못했겠죠. 그만큼 대통령 자리는 순간적 결심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27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94. 클린턴 정부가 영변 핵시설 폭격을 하려고 했을때 YS는 이를 극력 저지하고 KEDO로 돌파하려 했으나 그건 오판이였습니다. 만약 그때 영변 핵시설 북폭이 있었다면 북한은 핵개발하기 어려웠을 겁니다”라고 밝혔다.

 

홍 의원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 제1차 북핵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1994년 5월 클린턴 정부가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 등을 준비한 것은 사실이다. 나중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당시 미국은 폭격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파괴하고 북한이 반격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전면전을 감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의 북한 폭격을 막았는지는 불확실하다. 클린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강하게 항의해 한반도 전쟁을 막았다는 것이 김영삼 대통령의 주장이다. 김영삼 대통령 쪽은 미국한테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뒷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때 미국이 분쟁 당사국인 한국에 최소한의 통보나 설명도 없이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군사작전을 펼치려 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며 “경악을 넘어서 ‘우리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고 있었구나’ 하는 허탈감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로버트 갈루치 등 클린턴 행정부의 핵심 당국자들은 이 주장을 부인한다. 당시 클린턴과 김영삼의 통화 사실도 없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4년 출판한 자서전에서 “1994년 3월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결심했으나 5월 초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양측이 입을 막대한 피해 규모에 관해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1994년 미국이 실행 직전까지 갔던 북한 폭격을 접은 큰 이유는 엄청난 피해 규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 합동참모본부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보면, 한반도 전면전 때 미군 3만명, 한국군 45만명, 수도권 민간인 100만 명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비용은 600억달러가 들고, 한국 경제의 피해 규모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홍 의원은 ‘만약 그때 영변 핵시설 북폭이 있었다면 북한은 핵개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는 한반도 전면전에 따른 막대한 피해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권혁철 기자

한국, 64년 만에 IAEA 의장국 첫 선출

● COREA 2021. 9. 28. 01: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외교부 “북 핵문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

 

한국이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지 64년 만에 처음으로 이 기구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나라가 27일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서 개최된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의장직은 맡은 건 1957년 이 기구 창설 회원국으로서 가입한 뒤 처음이다. 의장국 임기는 내년 9월까지 1년이며, 의장역은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겸 주빈 국제기구대표부 대사가 수행하게 된다.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의장국은 8개 지역그룹이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이번은 한국이 속한 극동그룹 차례로, 극동그룹에는 한국·중국·일본·베트남·몽골·필리핀 등 6개국이 속해 있다. 의장국은 해당 연도 지역그룹 내 컨센서스(전체 합의)가 이뤄지면 국제원자력기구 총회 이후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승인이 되는 구조다. 2020~2021년 회기엔 캐나다가 의장국을 맡았다.

지금껏 7차례의 의장국 순번을 맞이했던 극동그룹에서는 일본이 여섯 차례, 베트남이 한 차례 의장국을 수임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우리나라가 이제는 영향이 커졌고 일본이 사실상 독점한 관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저희가 고려”했다며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서 일본도 적극 지지했고, 극동그룹 국가들의 동의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극동그룹에서 일본이 그간 독주했던 데는 국제원자력기구 내 일본의 영향력과 원자력 분야에서의 기여, 능력 등이 고려됐던 것 같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 문제에 관한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이며, 이사회는 35개국으로 구성된다.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는 △북한 핵문제, 이란 핵문제 등 핵 검증·사찰 문제 △원자력 안전 △핵안보 △기술 응용 등 국제원자력기구 실질 사안을 논의·심의하고 총회에 필요한 권고 등을 한다. 이사회 의장은 연 5차례 열리는 이사회 및 이사회 산하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회의 전 주요 의제별 사무국 및 지역그룹, 유사입장그룹 간 사전 협의를 통해 회원국 간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외교부는 “(한국이)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의장직을 수임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비확산 분야 모범국으로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이 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온 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를 계기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심 이슈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여와 기여를 확대하고,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