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조사결과 누락 · 왜곡

“정권이 언론 불신 부추기면 공멸” 주장

  진정 공멸을 부추기는 건 누구인가...?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라는 통계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한 중앙일보 칼럼이 오히려 가짜뉴스에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지난 16일자 ‘“한국 언론, 신뢰도 꼴찌”란 가짜뉴스’란 제목의 칼럼에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해당 조사) 언론 신뢰도에서 한국이 40개국 중 최하위였다는 결과는 언론 개혁이 얼마나 절실한지 웅변하는 증거로 회자 되어 왔다”고 밝힌 뒤 해당 결과를 가리켜 “가짜뉴스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칼럼은 “정확한 질문은 ‘당신은 거의 항상 대부분의 뉴스를 믿을 수 있나(You can trust most news most of the time)’였다. 어디보다 이념적 편 가르기가 심한 한국이다. 보수든, 진보든 이들 눈에는 대척점에 선 언론의 편파 보도가 난무하는데 어떻게 ‘그렇다’고 답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당신이 보는 뉴스를 믿는가’라고 물었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뉴스 이용 편향성이 높아 나와 다른 의견을 내는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이용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물었다면 답이 달랐을 것이란 의미다.
그러면서 해당 칼럼은 “같은 질문의 답변에 가중치를 줬더니 결과가 놀라웠다. 연구소는 ‘전혀 동의하지 않음-동의하지 않음-중립-동의함-적극 동의함’이란 응답에 1~5점씩을 줬다. 그런 뒤 순위를 다시 매겼더니 한국은 36위였다. 점수가 더 낮은 네 나라가 의외였다. 영국이 37위, 프랑스 미국 칠레 순이었다”며 “현 정권 해석대로라면 최고의 신문·방송을 자랑하는 미국·영국·프랑스의 언론 신뢰도가 최악이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월16일자 칼럼.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 한국 측 파트너로 2016년부터 해당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7일 낸 설명자료에 따르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나는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you can trust most news most of the time)는 질문 항목에 답변자가 5점 척도(전혀 동의하지 않음-동의하지 않음-중립-동의함-적극 동의함)로 응답하도록 한다. 응답 중 ‘동의함’(4점)과 ‘적극 동의함’(5점)이라는 긍정 응답만 선택한 사람의 비율을 합쳐 이를 ‘뉴스를 신뢰함’으로 표시하는데, 이 조사에서 한국은 21%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40위다. 해당 지표는 4점과 5점만 선택한 사람의 비율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 국가별 뉴스신뢰도. 최하위는 한국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그런데 2020년 조사에서는 해당 질문 이외에도 ‘내가 이용하는 뉴스를 신뢰할 수 있다’(I think I can trust most of the news I consume most of the time)는 질문 역시 진행했으며 이에 대한 신뢰도 조사결과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내가 이용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한국은 27%로 역시 40개국 중 40위로 최하위였다. 중앙일보 칼럼 주장처럼 ‘완전히 다른 결과’는 없었다. 오히려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칼럼에선 이 대목이 누락됐다.
‘같은 질문의 답변에 가중치를 줬더니 결과가 놀라웠다’라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 언론재단이 따로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신뢰도를 발표하는 방식이 논쟁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5점 척도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신뢰도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를 판단한 표본 응답자 2304명의 5점 척도 점수를 1점부터 5점까지 다 더해 나눈 값인데, 이 같은 환산 과정에서 ‘가중치’를 둔 일은 없다.
한국은 36위, 영국이 근소한 차로 37위, 뒤를 이어 프랑스, 미국, 칠레 순이었다는 칼럼 내용 또한 실제는 영국과 한국이 동일하게 2.8점이어서 사실과 다르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프랑스·미국·칠레가 한국보다 평균 점수에서 낮은 이유는 극단적으로 낮은 점수와 높은 점수를 준 패널이 한국보다 많아서라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은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다른 나라처럼 한국에서도 가짜뉴스의 최대 진원지로 정치인이 꼽혔다는 대목”이라며 “‘허위정보의 최대 출처’는 정치인이라는 응답이 32%를 차지해 언론사·기사(23%)와 일반 대중(20%)을 앞질렀다. 가짜뉴스를 없애려면 정치인부터 막아야 한다는 얘기”라고 한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거짓말’을 예로 들기도 했는데, 이 대목도 왜곡에 가깝다.
조사대상 40개국에서 허위정보 출처로 ‘정치인’을 염려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한국도 정치인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수치(40%)와 비교할 때 한국(32%)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었다. 반면 한국은 ‘언론(기자와 언론사)이 허위정보 출처’라는 답변이 23%로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수치(13%)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이 같은 한국의 ‘특수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근거로 등장하는 한국의 언론 신뢰도 불신 지표는 가짜뉴스이며, 징벌적 손배 도입보다는 정치인의 거짓말부터 막는 게 급선무’라는 게 해당 칼럼의 요지였다. 그러나 오히려 칼럼 스스로 언론이 허위정보의 출처라는 우려를 증명하고 언론 불신 지표를 높인 꼴이어서 안타깝다. 중앙일보 칼럼은 “검찰·법원에 이어 언론에 대한 불신까지 정권이 부추기면 남은 건 공멸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 진정 ‘공멸’을 부추기는 이들은 누구인가. 출처: 미디어 오늘

 

 

KDI 50주년 기념 콘퍼런스서 취약계층 선별지원 제안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장이 한국의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지원보다 취약 계층에게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앙헬 구리아 오이시디 사무총장은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5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국내 언론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로 향후 공적 지출에 대한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며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계층으로 대상이 정해진 선별 지원책은 보다 큰 승수효과를 유발해 전국민 지원금보다 민간소비를 큰 폭으로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고, 얼마나 많은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난제”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표적 지원이 타당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른바 ‘케이(K)자 회복’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는 한국 노동시장이 겪고 있던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와 여성, 노인층, 청년층의 고용 약화를 사례로 꼽았다. 이어 “한국 정부는 사회보호 체계의 포용성을 강화해 노동시장의 각 세부시장 간 격차와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를 촉진하고, 청년에게 다양한 직업훈련 기회 제공, 저숙련 노인층에게 훈련 기회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제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조세제도가 포용적이고 공정함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시장 참여, 그중에서도 여성의 참여를 제고할 수 있는 세제개혁 방안은 조세정책의 우선 순위 의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환경 관련 세금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세제개혁시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서 이태석 케이디아이 연구위원은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복지제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면 사회보호와 경제안정화를 위한 복지지출은 가능한 선별적이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기금이 2042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57년에는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것은 물론 고령화로 인한 재정수지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해서다. 이 때문에 이태석 연구위원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별 기준과 철회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관한 명시적·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사회갈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금 개혁 등 재정개혁을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원자력안전기술원 월성원전 정기검사보고서
“오염수 바다 유출·지하 매설 배관 누출 확인”
원안위는 “유출 확인 안 된다” 여전히 고수

 

지난달 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월성원전은 최근 규정된 경로를 통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 유출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 안전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이 지난해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 외부 유출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킨스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월성원전 1~4호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검사보고서에 담겨 있다. 검사 결과는 지난해 11월까지 원안위에 모두 보고됐다. 원안위는 그럼에도 “킨스의 공식 보고는 방사성 물질 외부환경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킨스는 국내 유일 원전 안전점검 기관이다. 18개월마다 원전 안전점검을 한다. 지난해 11월 원안위에 제출된 ‘월성원자력 4호기 제17차 정기검사보고서’에는 “수조 구조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과정에서 물 처리실 중화조 집수정(Sump)의 벽체 손상에 따라 집수정 내의 오염수가 외부 환경으로 누출되어 비방사성 지하수 처리계통인 터빈 갤러리를 통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중화조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어 비방사성 지하수와 함께 처리돼서는 안 된다. 보고서에 유출량은 나오지 않는다.

보고서는 “주요 구조물 하부와 지하관정 지하수에 대한 방사능 분석 결과에 대해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는 계통수가 누설돼 주변 지하수와 희석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환경 누설에 따른 오염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부적절한 유지관리·점검 절차와 부적절한 판정기준이 명시된 관련 절차서를 조속히 보완하도록 요구했다”는 점검 결과 내용을 담았다. 계통수는 원전 가동에 사용되는 물로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내용은 월성 4호기 정기검사보고서에 앞서 지난해 6월 원안위에 제출된 월성 3호기 정기검사보고서에도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부적절한 판정기준”의 사례로 “삼중수소가 포함된 액체폐기물 관리기준인 4만Bq/L를 비방사성 지역에 대한 오염 여부 판정기준으로 적용해 계통수(원전 가동에 사용되는 물) 누설이 발생해도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을 지목했다.

한수원은 배출수를 물로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13.2Bq/L까지 낮춰 배출하면서도 정작 비계획적 배출 삼중수소 농도는 4만Bq/L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동안 한수원과 원안위가 지하수에서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 이내여서 외부에 유출돼도 문제 없다는 태도를 취해온 것은 이런 전문기관의 판단을 무시한 셈이다.

방사성 물질 유출은 이미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실시된 월성 1호기 정기검사에서도 확인됐다. 킨스는 지난해 3월 원안위에 제출한 ‘월성원자력 1호기 제26차 정기검사보고서’에서 “발전소 내외 여러 장소의 물시료 분석 결과가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또는 계통수의 누설에 의한 자연환경으로의 누출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밝혔다.

킨스는 특히 월성 3호기 정기검사보고서에서 “현재 측정되고 있는 월성2발전소 부지 지하수 삼중수소 농도는 2010년 12월 월성1발전소(2발전소 바로 옆에 위치)의 배경 농도(7.8Bq/L)보다 100~1만배 정도까지 높아진 수준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지하 매설 배관을 교체한 것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원전시설물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누출돼 지하수에 유입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18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이 월성원전 관계자에게서 삼중수소 검출 관련 현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원안위는 최근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과 관련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는 이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 원안위는 “월성원전에서 정상 배출된 기체상 삼중수소는 배기구 인근에 가장 많이 침적되어 강우 등의 영향으로 지하수로 전이된다”는 설명을 앞세운 뒤, “다만 기타 구조물이나 매설 배관의 결함으로 인한 누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누설 여부를 판단하고자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기 중 삼중수소의 농축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이미 확인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등에서의 유출은 오히려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 답변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월성원전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원전 내부 공기에 있던 것이 농축됐을 가능성을 강조하며 ‘원전 괴담론’을 펴는데 활용됐다.

시민단체 원자력안전연구소의 한병섭 소장은 “킨스의 정기검사보고서는 한수원이 현장에서 인정한 내용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한수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17일 원안위에 “바다 유출” 등 보고서 내용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원안위는 “킨스는 월성원전 정기검사보고서를 통해서 주요 구조물이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기검사 합격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고했다”며 보고서 내용과 상충하는 답변을 했다.

이에 <한겨레>가 다시 킨스 쪽에 원안위 답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킨스 쪽은 “원안위에서 보고서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 요청이 들어왔다. 보고서 작성 실무자를 불러 확인하려 한다”고 했다. 김정수, 김민제 기자

수 차례 감시장비 포착에도 손놓고 있다 뒤늦게 병력 출동

해안서 5㎞ 이상 제지없이 이동…배수로 관리 소홀도 반복

 

적막감 감도는 동해안 접경지역: 북한의 군사행동 공언으로 남북관계 긴장국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통일전망대 등 안보관광지 출입이 수개월째 금지되고 있는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 마을 민통선 지역에 16일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의 남하 경로가 일부 확인되면서 군 경계의 허점이 또다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명 '머구리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헤엄쳐 건너온 이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군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대응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계 실패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17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전날 헤엄을 쳐 남하해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3㎞ 떨어진 해안으로 상륙, 옷을 갈아입고 남쪽으로 이동해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은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참은 밝혔다.

합참은 이 남성이 전날 오전 4시 20분께 MDL에서 8㎞ 정도 떨어진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뒤 '5분 대기조' 병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남성이 군 감시장비에 처음 포착된 건 이보다 3시간 정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접경 지역에서 군 감시장비에 신원 미상의 인원이 포착되면 군은 기동타격대를 출동시키고 검문소를 운용하는 등 신병 확보를 위한 작전에 바로 나서야 하는데 제때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군은 전날 오전 7시 20분께 민통선 북쪽에 있는 해당 검문소 인근 동북쪽 지대에서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오전 6시 35분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로 발령했다가 상황이 끝난 뒤인 오전 7시 29분 해제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남성이 최초 상륙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서 7번 국도를 따라 5㎞ 이상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으로 이동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검문소 CCTV에서 포착된 이후 경계태세를 격상하고 신속대응 병력까지 출동했는데도 신병을 확보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또 이 남성이 해안철책 하단의 차단시설이 훼손된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작년 7월 탈북민 월북 사건 이후에도 관련 시설의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 당국은 당시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배수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는데, 또 배수로가 몰래 남북을 오가는 통로로 이용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배수로의 차단시설이 작년 7월 이후 설치한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군의 경계작전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부대의 당직사관과 지휘 계통에 있던 지휘관 등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계작전 요원과 시설물 관리 등 해안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의 합동 조사 후에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하고 경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보고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조사를 통해 명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거기에 따른 후속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이번에 경계에 실패한 육군 22사단은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부대로 사건·사고가 잇따라 지휘관의 '무덤'으로 불린다.

작년 11월에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기동수색팀에 발견돼 초동 조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북한 남성은 GOP 철책으로부터 1.5㎞ 남쪽까지 이동해 있었다.

앞서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했다. 

[그래픽] 동해 민통선 지역 북한 남성 검거 상황: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겨울 바다서 6시간 수영 가능할까…'오리발 귀순' 의문점

 "민간인 10㎞ 헤엄쳐서 올 수 있나" 지적…軍, 잠수복·오리발 발견

  차단막 몸으로 밀어 훼손한 듯…군 "수영거리·훼손 방법 등 조사중"

 

                                  [그래픽] 동해안 북한 남성 월남 상황

 

군 당국은 17일 강원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쳐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으나 의문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북한 남성이 20대 초반의 건강한 체격이라도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10여㎞를 헤엄쳐 건너올 수 있느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 고성지역 주민들도 당시 동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어 높은 파도가 일었는데 어떻게 헤엄을 쳐서 넘어올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국회에서 이날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이 많았다.

◇ 차가운 바다에서 6시간가량 수영 가능한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이날 "군사분계선(MDL)에서 3㎞ 남쪽 해안에 상륙했고, 북한 경계구역에서 벗어나려면 10㎞ 정도를 헤엄쳤을 텐데 과연 헤엄쳐서 민간인이 넘어올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기준으로 속초해수욕장 해양관측부위에 기록된 동해 수온은 6.27℃로 나타났다. 이런 온도에서 오랫동안 물속에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기 쉬운데 어떻게 멀쩡하게 해안에 상륙해 남쪽으로 5㎞를 더 걸어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도 MDL에서 귀순자가 상륙했을 것으로 보이는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높은 파도에 헤엄쳐서 온 것으로 보인다는 군의 발표를 믿기 어렵다고 한다.

군 당국은 북한 남성이 최초 접근한 해안의 철책 부근에서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발견해 헤엄을 쳐서 월남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답변을 통해 "저희가 최초 가진 데이터로는 그 수온에서 수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간 방수복처럼 일체형으로 된 옷에, 그 안에 완전히 물이 스며들지 않게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잠수해서 수영해서 여섯시간 내외 될 거라고 진술한 걸로 아는데 수영해서 온 걸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도 국방위에서 "MDL에서 3㎞ 이상 이격된 (해안) 철책 부근에서 족적(발자국)이 발견됐고, 이 지점을 통해 상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철책 전방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고, 환복 후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 차단막 어떻게 훼손했나

박 작전본부장은 "철책 하단 배수로 차단막이 훼손됐음을 확인했다"며 "이 배수로를 통해 해안 철책을 극복한(통과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배수로 차단막은 보통 철제 그물망 또는 철봉 구조물로 이뤄졌다. 바닷물에 오래 노출되면 부식되어 성인 힘으로 충분히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월남자가 배수로 차단막을 몸으로 밀고 발로 차서 휘어진 상태에서 양손으로 벌려 통과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떻게 훼손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작년 7월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해안 철책 인근 배수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이번 배수로를 점검하고 새 장비로 교체했다면 훼손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해당 배수로의 차단시설이 작년 7월 이후 설치한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해안 철책 아래 설치된 배수로가 취약하다는 것이 작년 7월 증명됐는데도 이번에 훼손된 배수로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작전본부장은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에도 48개의 배수로가 있는데 유독 그 배수로가 보안이 안 된 것으로 파악을 했다"고 설명했다. 보안이 안 됐다는 것은 인근에 감시 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작년 8월 1일부로 (배수로를) 전수 조사해서 조치를 끝냈다고 보고를 받았다"면서 "새 철조망이 6개월 만에 녹이 슬어 열렸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서 장관은 "배수로가 아예 구조물이 너무 형편없어서 새로 설치한 곳도 있고, 기존 것이 튼튼해서 확인한 것만 있고, 보완한 것도 있고, 유형별로 다르긴 한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 북한 남성 출발 지역과 신병확보 과정은

군은 북한 남성이 동해 MDL까지 육상으로 이동한 후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쳐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가 방수가 가능한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준비했을 정도로 '해상 귀순'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 남성은 월남하기 전에 북한 지역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몇 차례 사전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 남성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출발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울러 군이 북한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도 석연찮다.

군은 지난 16일 오전 4시 20분께 민통선 검문소에 설치된 CCTV로 북한 남성을 식별하고, 22사단 및 8군단 기동타격대를 출동시켰다.

이어 오전 6시 35분께 대침투경계태세인 '진돗개'를 '하나'로 격상한 가운데 오전 7시 20분 수색작전 병력에 의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군이 남성의 모습을 최초로 식별한 후 수색 병력을 대폭 증강했고 무덤가에서 낙엽을 모아 덮고 자던 북한 남성을 찾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신병 확보에 3시간이 걸린 것도 이 남성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군 소식통은 "월남자가 헤엄쳐서 건너왔고 날씨가 추워 몸을 보호하려고 낙엽을 긁어모아 덮고 있었다"며 "일단 은거한 것으로 CCTV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