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120곳에서 학술조사 목적 발굴 진행
토목공사 도중 발굴되는 것 포함하면 훨씬 많아
내년 7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여부 결정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가야고분군’에 포함된 경남 창녕군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2018년 국도5호선 거제-마산 구간 건설공사 도중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공사현장에서 3~5세기 조성된 무덤 840여기 등 대규모 가야 유적이 나왔다. 가야고분군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아라가야 계통의 통모양굽다리접시, 불꽃무늬토기 등 다양한 토기와 망치, 덩이쇠, 둥근고리큰칼, 비늘갑옷, 투구 등 2500여점의 유물도 출토됐다. 특히 가야고분에서는 처음으로 고대 항해용 선박을 형상화한 배모양토기가 나와 학계를 흥분시켰다. 국도5호선 거제-마산 구간 건설공사의 창원 지역 공사는 4일 끝났는데, 창원시는 현동고분군 일부를 복원하고 현장에 유물전시관을 세울 계획이다.

그런데 가야 최대 고분군이라는 현동고분군 기록은 채 2년도 지나지 않아서 깨졌다.

지난해 경남 창원시 제2안민터널 건설 도중 터널 진출입로 예정지에서 무덤 1000여기 등 대규모 가야 유적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이 유적 발굴작업은 내년 4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아직 생활유적 부분은 발굴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토기·철기·장신구 등 유물 5500여점이 출토됐다.

유적을 발굴하는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4세기 전반부터 300년가량 이어진 유적인데, 전혀 도굴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발굴되고 있다. 특히 가야가 ‘철의 왕국’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집게·도끼·화살촉·큰칼 등 철기 유물이 1800여점이나 나왔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 제2안민터널 건설공사 도중 발굴된 가야유적지에서 지난해 11월11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옛 가야의 중심지역인 경남에선 최근 “파면 나온다”고 할 만큼 곳곳에서 가야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게다가 발굴할 때마다 ‘최고’ ‘최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큼 문화재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 유물이 쏟아져나온다.

경남도 가야문화유산과는 9일 “경남 도내에서 학술조사 목적의 가야유적 발굴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2016년까지는 연간 10건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 3년 동안은 2018년 30곳 36건, 2019년 48곳 57건, 2020년 42곳 48건 등 120곳 141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규모 토목공사 도중 발굴돼 조사하는 구제조사까지 포함하면, 현재 경남에서 조사 중인 가야유적은 훨씬 늘어난다.

발굴조사가 진행되는 지역은 경남 18개 시·군 전체에 고루 퍼져있다. 경남 전역이 옛 가야의 영역이었으나, 가야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뜻이다.

경남에서 가야유적 발굴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3년 ‘가야고분군’(Gaya Tumuli)의 세계유산 등재추진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가야고분군’은 김해시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함안군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창녕군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 고성군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 합천군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 등 경남 5곳과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전북 남원시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 등 7개 고분군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이들 7개 고분군은 가야 정치체제의 각 중심지에 위치하고, 가야 문명을 대표적으로 증명하며, 가야 문명의 사회구조를 반영한 묘제와 부장유물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야고분군’은 지난해 9월10일 국내 심의 최종단계를 통과해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최종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오는 9월 현지실사를 하고, 이후 토론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내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판가름난다.

우리 정부는 2017년 7월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를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2018년부터 관련 예산을 집행해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가야고분군’이 경남·경북·전북에 걸쳐있어 지난해 6월엔 ‘초광역협력 가야문화권 조성’ 기본계획도 마련됐다. 이 작업은 단순히 ‘가야고분군’ 정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야사 규명과 확립, 가야유산의 합리적 보존과 관리, 가야 역사자원 활용과 가치창출 등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덕택에 가야유적 발굴조사가 2017년부터 더욱 활발해졌다.

특히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역사적 가치규명이 시급한 가야유적 조사를 지원하는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사업’이 2019년 시작되면서 경남 도내 가야유적 조사건수가 부쩍 늘어났다. 최근 3년 동안 학술조사 목적으로 발굴한 120곳 가운데 77곳이 비지정 유적이다.

경남 고성군의 대표적 고대 성곽인 만림산 토성이 5세기 소가야 전성기에 축조된 토성이라는 사실이 지난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됐는데, 이 조사는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사업 덕택에 이뤄졌다. 경남 통영시 팔천곡 고분군은 통영지역의 유일한 높다란 모양의 고분인데, 이 역시 지난해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사업 덕택에 발굴조사를 해서 소가야 고분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곳에선 금으로 만든 가는고리귀걸이, 굽은옥·대롱옥·유리구슬 등으로 만든 목걸이, 철제 큰칼, 뚜껑 있는 굽다리접시, 긴목항아리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경남 김해 유하리 유적에선 지난해 건물지 7동이 발굴됐다. 역시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사업으로 발굴조사를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유물이 나왔는데, 건물지 중앙의 넓은 나무판재 흔적 위에서 금관가야 토기의 대표격인 아가리가 밖으로 꺾인 굽다리접시 15점이 5점씩 세줄로 나란히 눕혀진 채 출토됐다. 무덤이 아닌 생활유적에선 처음 확인된 것으로, 관련 학계는 이를 통해 제사 행위 등 특수용도의 건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남도 가야문화유산과는 “경남의 가야유적 가운데 95% 이상이 비지정 유적이다. 비지정 유적이라고 해서 문화재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중요성을 규명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 지원사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가야의 실체를 더욱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도5호선 건설공사 도중 발굴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가야유적지(사진 가운데 빈터). 창원시는 유적 일부를 복원하고 현장에 유물전시관을 세울 계획이다. 경남도 제공

가야유적 발굴조사가 활발해지면서 가야유물의 가치도 뒤늦게나마 인정받기 시작했다. 김해 대성동 76호분 출토 목걸이, 김해 양동리 270호분 출토 수정목걸이, 김해 양동리 322호분 출토 목걸이 등 가야고분에서 출토된 목걸이 3점은 지난해 10월8일 보물 제2081~2083호로 지정됐다. 김해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금동허리띠는 지난해 11월19일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예고됐다. 창원시는 현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수습해 지난해 10월 창원시립 마산박물관에서 특별전시회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을 열기도 했다.

김수환 경남도 학예연구사는 “가야유적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 일본학자들에 의해 시작됐는데, 당시엔 왕릉 등 최고지배층 유적 중심으로 조사했다. 해방 이후에도 사실상 일본학자들의 연구 방식과 결과를 그대로 이어받아 문화재로 지정된 유적에만 주목했다”며 “가야유적은 신라·백제에 견줘 가치를 규명할 기회가 적었는데, 비지정 가야유적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야 가야유적에 대한 본격적인 기초조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월14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18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전면 중단·폐쇄’ 5년이 지난 개성공단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와이티엔>(YTN) ‘뉴스특보’에 나와 “개성공단사업 재개는 남북 정상의 합의 사항이다.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기섭)는 지난 9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미국의 지나친 관여로 개성공단 재개 선언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개성공단의 청산을 요구한다”며 “정부는 개성공단을 청산하고 기업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정부입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한-미 군사훈련이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긴장을 조성·격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피했으면 좋겠고, 그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통일부 장관 입장에선 군사훈련보다 평화회담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면 좋겠고, 혹여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북쪽이 이에 반발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이제훈 기자

 

이인영..남북 판문점의 봄 언제 다시 오나?

장기 교착 국면 한반도 정세 변곡점 인식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장관 취임 닷새째인 2020년 7월31일 강원도 동해선 남쪽 최북단 역인 제진역의 철로 위에서 북쪽을 바라 보고 있다.

 

처음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아주 비장했고 그만큼 자신감에 넘쳤다.

북한 당국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2020년 6월16일) 직후 전임 김연철 장관이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제단에 올릴 희생양을 자처하며 물러난 터라 이인영 장관의 첫걸음은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27일 오전 11시45분 임명을 재가하자, 이인영 장관은 취임식·취임사도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이 장관은 취임사 대신 한 문장짜리 문자 메시지를 통일부 직원들한테 보냈다. “전략적 행보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고,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됩시다.” 이 장관은 다음날엔 통일부 간부들을 불러모아 ‘자유토론’을 벌이며 “기다림의 자세를 넘어서, 차고 나아가는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취임 초 이 장관은 “아주 대담한 변화”와 “창의적 발상”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북쪽은 깊은 ‘침묵’으로 그를 대했다. 그 침묵이 탐색인지 주시인지 외면인지 무시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 장관의 곡진한 대북 제안과 호소는 번번이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장관의 ‘말’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이 장관한테 물어봤다. 여의도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에 비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7층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며 남북관계를 대하는 태도나 인식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지난해 11월24일 신문으로는 처음으로 이 장관을 따로 인터뷰하는 자리에서다.

이 장관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을 갈무리하느라 중간중간 숨을 고르는 특유의 조심스런 말투로 답변을 이어갔다. “음…(고민하는 표정)… 국회의원 할 때는 ‘남북관계가 왜 이렇게 더디지? (정부가 일을) 왜 이렇게 답답하게 하지?’라는 생각을 좀 했다.”

2020년 7월3일 청와대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며 이렇게 소개했다. “민주화 운동가 출신의 4선 국회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남북관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집권당 원내대표 출신의 4선 의원 이인영’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자신감에 넘치는 태도로 첫걸음을 내딛은 게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통일부 장관이 전문성이 있고 자신감에 넘친다고 남북관계가 순풍을 탄다면, 우리가 분단 70년 세월을 이리 비참하게 살아오지는 않았을 터. ‘북한을 상대로는 그 어떤 장담이나 단정적 예측을 삼가라’라는 경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 장관은 장관이 된 뒤의 ‘깨달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막상 (통일부 장관으로)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더라. 꽤 어렵다는 생각도 한다. 평양의 응답이 없으니까….”

이 장관의 고백처럼, 북이 침묵으로 일관하니 되는 일이 없다. 통일부 차원의 당국 간 대화는커녕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도 끊긴 지 오래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이중 장애물에 막혀 숨구멍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남북 당국회담에서 통일부 장관의 북쪽 상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누군지, 있기는 한 건지조차 이 장관은 아직 알지 못한다. 조평통 위원장이던 리선권이 2020년 1월 외무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새 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은 아직도 없다.

하지만 세상에 나쁘기만한 일은 없다. 북의 침묵도 마찬가지일 터. 북은 정세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네가 모욕을 당했다고 여기면 당국 공식 발표문조차 상대에 대한 욕설로 도배를 하는 민망한 의사 표현 습관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를 “믿기 어렵다”고 국제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사실을 두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개인 담화(2020년 12월8일)를 내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며 “강경화의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실명 저격한 게 최근의 한 사례다.

그런데 이인영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지금껏 단 한번도 북한 당국이나 북쪽 ‘3대 주요 매체’한테 실명 저격을 당하지 않았다. 최소한 북쪽이 이 장관을 “상종 못할 종자”로 여기진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 장관을 향한 북의 오랜 침묵은 아마도 주시의 다른 얼굴일 터인데, 어쩌면 얼마간의 호감이 섞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20년 9월1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 들어 이 장관은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관련한 공개 발언을 자주 한다. 지난 1일 <티비에스>(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선 “통일부 장관으로서 군사훈련이 많은 것보다 평화회담이 많은 것을 당연히 원한다”고 했다. 그러곤 “정치인의 입장”이라는 안전장치를 달아 “군사훈련이 연기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데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한·미 군사훈련 연기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셈이다.

이 장관의 이런 행보는 조선노동당 8차 대회(1월5~12일)와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 출범(1월20일)을 계기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한반도 정세가 변곡점에 진입했다”(1월25일 통일부 출입기자 간담회)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짚자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노동당 8차 대회 연설을 염두에 둔 남북관계 재개 길닦기의 일환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1월5~7일 당대회 연설에서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며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남쪽에 촉구했다. 이 장관은 특히 김정은 총비서가 “3년 전 봄날”과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을 굳이 입에 올린 사실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알다시피, ‘3년 전 봄날’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첫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2018년 4월27일).

이 장관의 바람대로 3월 한·미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한다고 북쪽이 바로 남북 당국회담 등 관계 재개에 적극 나선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한·미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남북 당국 관계의 교착 국면이 더 길어질 위험이 커지는 건 불문가지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갈등이 급속도로 높아질 위험도 있다.

자연계에선 때가 되면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겠지만, 인간계엔 사람의 애씀 없이 ‘봄’이 오지 않는 게 세상 이치다. 이인영 장관의 곡진한 애씀은 봄바람과 함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여 이 장관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이제훈 기자

 

문 대통령,  설 가족모임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관저에서 뉴스도 같이 봐…나이들수록 더 기대”
‘퍼스트 도그’ 마루·토리·곰이 근황 사진도 공개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묘 ‘찡찡이’가 문 대통령의 책상 위에 앉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같이 사는 반려동물 찡찡이, 마루, 토리, 곰이 소식을 전했다. 올해 17살이 된 고양이 ‘찡찡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문 대통령에게 기대는데 그 바람에 관저에서 뉴스를 함께 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청와대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랜만에 찡찡이, 마루, 토리, 곰이 소식을 전한다’며 문 대통령이 반려동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 동안 가족모임을 하지 않고 관저에서 반려묘, 반려견과 지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관저에서 진행된 국민과의 영상통화를 마친 뒤 참모들에게 관저에 머무는 청와대 식구들 소식을 전했다.

 

올해로 17살이 된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묘 ‘찡찡이’가 창틀에 올라서 있다.

문 대통령은 “다들 나이가 많다. 찡찡이가 설 지나면 17살이 되는데, 사람으로 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다. 마루가 15살,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구조된 토리도 꽤 됐다”며 “점점 활동이 줄어들고 있어서 안쓰럽다. 시간이 나는 대로 산행도 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찡찡이’는 문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택에서 키우던 고양이고, ‘마루’도 양산시 자택에서 찡찡이와 함께 키우던 반려견이다. 곰이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저에서 토리, 마루, 곰이와 산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찡찡이의 일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찡찡이가 예전에는 창틀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는데, 나이가 들어서 지금은 안 된다”며 의자를 딛고 올라서야 하기 때문에 의자를 놓아주었다고 전했다. 또 “관저 내 책상에서 일할 때 책상 위에 올라와서 방해도 한다”며 “나이가 들다 보니 종종 실수도 하는데, 책이나 서류가 책상 바깥으로 삐져나간 게 있을 때 그걸 디뎠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눈을 뜨면 찡찡이 밥을 챙겨주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라고 얘기했다. 찡찡이는 양산에 살 때 주인에게 예쁨받고 싶은 마음에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죽은 쥐를 종종 선물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2017년 7월 청와대에 입양된 토리

김정숙 여사도 “토리가 처음 왔을 때 관절이 안 좋았는데, 산책을 많이 시켜줬더니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토리는 지난 2015년 여름 1m도 안 되는 노끈에 묶여 식용견으로 팔려갈 뻔하다가 동물권 단체 ‘케어’에 의해 구조됐다. 토리는 ‘검은 개'라는 편견 때문에 입양이 안 됐다가 지난 2017년 5월 <한겨레>와 동물단체가 벌인 ‘유기견을 대한민국 퍼스트 도그로!’ 캠페인에서 케어가 퍼스트도그 후보견으로 추천했다.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토리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했고, 2017년 7월 케어의 입양심사 절차를 마치고 청와대에 들어가게 됐다. 서영지 기자


문 대통령 설날 메시지 직접 촬영… “평범한 일상 되찾길 간절히 소망”

  문 대통령 작동법 서투르자 김 여사가 직접 알려줘
  녹화 시작하기 전 쑥스러운 듯 카메라 앞에서 ‘멈칫’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상춘재에서 설 명절을 맞아 영상을 통해 국민께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날을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장사도 마음껏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12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설 인사 메시지 영상에서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설 연휴에도 방역에 노심초사하실 방역진과 의료진들께도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민족에게 가장 경사스러운 명절이 설인데, 섭섭한 설날이 됐다.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해의 복을 서로 빌며 덕담을 나누는 가족공동체의 날이기도 한데, 몸은 가지 못하고 마음만 가게 됐다”며 “하지만 만나지 못하니 그리움은 더 애틋해지고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더욱 절실해진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도 “지난 1년을 생각하면 모든 국민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가족에게 뿌리는 말의 씨앗으로 우리는 덕담이라는 걸 한다. 덕담의 이야기를 꼭 전하는 안부 전화 꼭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설 메시지 영상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문 대통령이 녹화 시작을 위해 “하얀 버튼을 눌러야 돼요?”라고 묻자 김 여사가 작동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쑥스러운 듯 잠시 말을 시작하기 전 멈칫하기도 했다. 녹화가 끝나자 문 대통령은 “편집하면 될까요, 새로 해야 할까요”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넥타이 잘 매지 않는 이유는?

“넥타이뿐 아니라 ‘재킷 벗고 할까요’ 일하기 편안한 분위기 만들기 선호”
국무회의 등 토론 활성화 입 모으기도…주요 행사 때는 의미 담은 넥타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거의 매일 대통령 관련 기사를 씁니다. 청와대 안팎 공개된 일정에 대해 기사를 쓰기 때문에, 대통령 사진도 거의 매일 확인합니다. 그런데 지난 5일 전남 신안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 사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사진을 보니 문 대통령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차림이었습니다. 보통 청와대 내에서 회의를 할 때는 이른바 ‘노타이’ 차림을 자주 보기 때문에 당연하게 넘겼는데, 이날 따라 생각지 못했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5일 전남 신안 임자2대교에서 열린 해상풍력 투자협력식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정치인에게 넥타이는 때론 대중에게 보여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브랜드의 푸른색 정장 차림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취임식장에 섰습니다. 푸른색은 미국 민주당의 상징 색깔입니다.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한 뒤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넥타이를 즐겨 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다음 날 행사 성격에 맞춰 넥타이를 골라 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2019년 10월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었는데, 당시 맨 주황색 넥타이에 대해 ‘따뜻함과 수확’을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잘 풀어보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5일 청와대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영상을 통해 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의미가 담긴 넥타이를 맬 때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습니다. 이 넥타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두 손을 맞자고 만세를 부를 때 착용했던 것이었습니다. 남북관계가 다시 어려워진 상황에서 20년 전 마음을 기억해보자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4월 16일에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국외 순방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노란색 리본 배지 대신 넥타이로 마음을 같이 한 것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2019년 4월17일 투르크메니스탄 공항에 도착한 모습. 전날 찬 노란색 넥타이가 보인다.

사실 문 대통령은 넥타이를 즐겨 매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이 참석한 일정 가운데 국제회의 연설, 외국 정상과의 화상회의 등을 제외하면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 하는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는 이른바 ‘노타이’ 차림으로 하는 게 이제는 당연할 정도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전부터 넥타이를 풀고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때부터 곁에서 본 관계자는 “넥타이뿐만 아니라 만나면 ‘재킷을 벗고 할까요’라는 말씀을 자주 하실 정도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옆방에 있는 국회의원에게 보고하러 갈 때도 보좌진들은 넥타이 차림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와대 사람들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수적인 공직사회지만 일반 기업처럼 캐주얼하게 입고 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단순히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등 회의에서 토론이 활성화되었다고 입을 모으기도 합니다. ‘넥타이 풀고 편하게 이야기하자’는 뜻이 상당한 문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닥친 뒤 ‘넥타이 풀고 만나자’는 의미를 지키기 어려워진 것도 있습니다.

2019년 문 대통령의 간담회 일정을 살펴보면 모두 19차례에 이릅니다.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현장방문 간담회와 국외 순방 동포간담회 등을 제외하고 청와대 내 일정만 세어본 횟수입니다. 2019년 1월15일 기업인과 대화를 시작으로 종교지도자, 사회 원로 등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간담회 일정은 대략 14차례 정도에 그쳤습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횟수까지 포함했지만 2019년보다 일정이 적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강화된 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감염의 위험도 있어 대통령이 자주 외부 인사들을 접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가 재확산된) 8·15를 전후해 간담회를 많이 진행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중요한 정치적인 소통인데 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공개된 간담회도 축소되는 상황인데 대통령 비공개 일정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방역수칙대로 설 연휴 가족모임도 안 하겠다는 문 대통령이 외부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소규모 간담회를 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7월 15일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 때 각 정당의 상징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색이 조화롭게 디자인된 넥타이를 차고 있었다.

이제, 넥타이 이야기를 꺼낸 진짜 이유를 말해 보려 합니다. 청와대는 고립된 곳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밥을 먹거나, 버스를 타거나, 시장에 가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주위엔 청와대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입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처럼 멀리 부산에서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직접 찾아온 이들의 목소리도 직접 듣기 힘듭니다. 우선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뜻대로 ‘넥타이를 풀고 편하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완 기자

 

조선중앙통신 논평 "땅 찬탈하려는 섬나라 족속 책동 용납 안 해"

 

북한이 최근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놓고 "날강도적 행위"이자 "천년숙적"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논평을 내고 "전범국인 일본이 독도 관련 자료들을 날조해내며 재침 책동에 미쳐 날뛰는 것은 악독한 식민지통치로 지울 수 없는 아픈 상처를 입은 우리 민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의 파렴치한 날강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일본이 자위대 무력 질량적 증대와 함께 파렴치한 독도 강탈 책동에 계속 매달리고 있는 것은 재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선조들이 물려준 살붙이와도 같은 땅을 또다시 찬탈하려 드는 섬나라 족속들의 책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을 향해 "천년숙적"이라고 지목하고 "일본 반동들은 날강도적인 영토강탈 책동이 초래할 재앙을 똑똑히 알고 분별없이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평은 일본 정부가 연초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가운데 나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9일 독도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우리 민족에>)열도, 쿠릴 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홈페이지에 독도 관련 내용을 보강했다.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정기국회 외교 연설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발언했고, 최근에는 우익성향 산케이(産經)신문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