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소장 유출 헌법 가치 짓밟았다면, 검찰개혁 허무의 강 될 것"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일부러 검찰개혁을 조롱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언론사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이 공소장을 유출해 헌법 가치를 짓밟았다면, 언론의 화살받이가 돼 건너온 검찰개혁의 강이 허무의 강이 될 것"이라며 "법무부는 누가 특정 언론사에 공소장을 몰래 넘겨줬는지 신속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한 무신경함으로 저지르는 인격 살인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유출된 공소사실 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관여 정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지검장의 혐의 특정과 무관한 제3자들에 대해 공소장에 기재한 추측이나 주관적 사실"이라며 "제3자들은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가 보장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사실인 양 간주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가지고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의 빌미로 삼을 계략을 의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의사실 특정과 무관한 것을 공소장에 마구 기재하지 않도록 '공소장 일본(一本)주의'를 법에 명시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개인정보 등 보호 법익 침해 의혹 있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지적…"피고인도 공정 재판 받아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기소된 피고인이라도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소장 유출로 피해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 '기소가 완료돼 불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또 수사기밀과 같은 보호 법익이 있는데 그걸 통칭해 침해된 게 아닌가 의혹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4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불법 유출된 의혹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가 협업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했다.

박 장관의 지시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돼 불법 유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출된 공소장엔 이 지검장의 개인정보도 들어있지 않다.

 

이에 박 장관은 공소장 공개와 관련해 "제1회 공판 기일 전후, 또 당사자에게 공소장이 송달되기 전, 법무부에 정식으로 보고되기 전, 국회와 같은 헌법상의 기구에 알려지기 전후의 상관관계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진행 경과에 관해서는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유출자 징계 여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미얀마의 지방 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13일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이 16일 자 지면을 통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펼쳐지는 미얀마에서 한국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사연을 자세히 소개했다.

 

다하라 노리마사(田原德容) 아시아총국장의 기명 칼럼 형식으로 게재된 이 글에 따르면, 미얀마 주재 일본인이 현지인들을 상대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 올 2월 1일 일어난 쿠데타 이후 인상이 좋아진 나라로 89%가 한국을 꼽았지만, 일본을 거론한 사람은 46.9%에 그쳤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 이유로는 쿠데타를 규탄하는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라거나 '미얀마 시민의 편에 섰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하라 총국장은 미얀마 군부와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일본이 쿠데타에 대해 보인 태도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에 한국의 미얀마 군부 비판 태도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90%에 가까운 미얀마인들이 한국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설문 조사에서 한국 호감도가 높아진 이유로 '우리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실제로 자신이 취재한 미얀마인들한테도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고 밝혔다.

1980년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한국 군부가 탄압한 것을 미얀마인들은 현재 자신들이 겪는 일과 같은 사건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하라 총국장은 광주 민주화 시위 당시 한국 군부가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김대중 씨를 구속하고 항의 시위에 나선 광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해 160명 이상이 희생된 사실을 들면서 미얀마인들의 눈에는 쿠데타로 구속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을 군부가 학살하는 모습과 광주 항쟁이 겹친다고 분석했다.

 

    광주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그는 또 미얀마에서 한국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도록 하는데 한몫하는 것으로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들었다.

다하라 총국장은 SNS 공간에선 '택시운전사'를 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영화 속에서 운전사로 등장하는 송강호가 진압군의 총탄에 쓰러진 시위 참가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말을 잃는 장면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지금 일어나는 것과 똑같다. 한국은 우리의 고통과 분노를 알아준다"는 한 미얀마인 여대생(19)의 말을 소개했다.

다하라 총국장은 한국이 광주 민주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 도입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나간 일련의 흐름을 미얀마가 추구해야 할 이상(理想)으로 미얀마 시민들은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경제살리기’ 명목 석방 가능하면 또 다른 국정농단 부정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소동이 이제는 가석방론으로까지 옮겨 붙으며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부회장의 반도체와 백신 역할을 기대하는 재계와 언론의 반복적인 여론몰이에 문재인 정부가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경제살리기와 반도체 백신 전도사라는 허황된 가설에 휩쓸려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사법정의를 맞바꾸는 사법거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등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법조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지만 가석방은 법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데, 가석방의 요건이 갖춰진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국민적 공감대’, ‘형평성’, ‘반도체 산업에 관한 문제’, ‘전례’ 등 네 가지 요소를 언급한 것을 들어 “가석방과 관련된 우리 형집행법이나 이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종합하면 가석방과 관련돼 고려될 수 있는 것 중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국민적 공감대와 유사한 표현이 있다”며 “사회의 감정통념과 정상참작의 여지 등 가석방 심사에 동원되는 용어들을 종합하면 국민의 법감정, 공감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재용씨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장관

그는 가석방 요건이 되는 형기와 관련 형법에는 3분의 1을 채워야 가능한데, 하위 법류인 장관예규상 복역률 65%, 현실적으로는 80%를 채워야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 장관은 “(법률상) 가석방이라는 게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가능한데 예규에 의해 커트라인을 만드는게 합당한가 의문을 가졌고. 취임하자마자 수차례 회의를 통해 예규상 65%, 실무상 80%로 돼 있는 것을 5%정도 완화해 60%로 완화하는 방안을 오늘 결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가석방 절차는 교도소장이 신청하면 심사위원회가 열린다”며 “심사위원회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고, 교도소장의 가석방 신청 자체도 객관적으로 잘 이뤄지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가석방률을 높여야 한다는 건 취임 전부터 가졌던 철학”이라며 “이재용씨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용씨가 60% 복역율 요건을 갖춘다 해도 가석방 심사는 교도소장의 신청이 있어야 하며, 그건 누구도 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신문은 13일자 ‘이재용, 사면 대신 '가석방' 될까...법무부, 다음주 514명 가석방’에서 “박 장관이 원칙적으로 장관의 개입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국민여론’과 ‘교도소장 자체 판단’이라는 가능성은 열어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전쟁과 백신 외교 등에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면 찬성론이 일고 있다”며 “사면이 부담스러울 경우 가석방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고 추측했다.

이 신문은 “특히 석가탄신일 다음날인 20일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백악관에 호출됐고, 그 다음날인 21일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떠보기식 사면 여론몰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4일 논평에서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혹은 가석방을 암시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러한 ‘떠보기식’ 이재용 부회장 사면 여론 몰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재용 사면 논의가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로움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안 맞고, 촛불정부와도 모순적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재용 사면 움직임은 과거 재벌총수들의 경제범죄 때도 있어 왔다. 문 대통령도 “반도체 경쟁이 격화돼 우리도 반도체 산업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반도체 투자 결단이 늦춰지고 있다고 연일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는 2009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2015년 최태원 SK 회장은 사면 직후 반도체 공장에 거액을 투자한 점에 주목했다. 재벌총수들이 마치 자신의 석방과 투자를 거래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뿌리뽑혀야 할 관행이라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지금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언행은 행정부가 나서서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가 당연히 집행해야 할 투자에 제동이 걸린다면 이는 총수 개인의 독단적인 결정과 사익추구에 따라 경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재벌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삼성그룹과 문재인 정부는 더이상의 부끄러운 사법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행정부는 사법부의 법적 판단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관여를 멈추라”며 “재벌총수가 행정부의 수장에게 뇌물을 주어 감옥에 가도 투자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경제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석방이 가능하다면 다음에 또 다른 국정농단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느냐”고 성토했다. 재판이 진행중인 점을 들어 재판에 영향을 주는 언동을 자제하라고도 했다. 참여연대는 “지금이라도 사면론을 없던 일로 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일벌백계하라”며 “가진 자만 특혜받는 나라가 이 정부의 국정철학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판에 박범계 장관과 법무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장관은 14일 저녁 참여연대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한 견해를 물었으나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대변인도 14일 SNS메신저를 통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미디어오늘

추미애 전 법무장관 "헌법가치 짓밟아 검찰개혁 허무의 강 될 것"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일부러 검찰개혁을 조롱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언론사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이 공소장을 유출해 헌법 가치를 짓밟았다면, 언론의 화살받이가 돼 건너온 검찰개혁의 강이 허무의 강이 될 것"이라며 "법무부는 누가 특정 언론사에 공소장을 몰래 넘겨줬는지 신속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한 무신경함으로 저지르는 인격 살인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유출된 공소사실 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관여 정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지검장의 혐의 특정과 무관한 제3자들에 대해 공소장에 기재한 추측이나 주관적 사실"이라며 "제3자들은 법률적으로 다툴 기회가 보장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사실인 양 간주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가지고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의 빌미로 삼을 계략을 의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의사실 특정과 무관한 것을 공소장에 마구 기재하지 않도록 '공소장 일본주의'를 법에 명시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개인정보 등 보호 법익 침해 의혹 있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지적…"피고인도 공정 재판 받아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기소된 피고인이라도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소장 유출로 피해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 '기소가 완료돼 불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또 수사기밀과 같은 보호 법익이 있는데 그걸 통칭해 침해된 게 아닌가 의혹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4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불법 유출된 의혹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가 협업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했다.

 

박 장관의 지시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돼 불법 유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출된 공소장엔 이 지검장의 개인정보도 들어있지 않다.

 

이에 박 장관은 공소장 공개와 관련해 "제1회 공판 기일 전후, 또 당사자에게 공소장이 송달되기 전, 법무부에 정식으로 보고되기 전, 국회와 같은 헌법상의 기구에 알려지기 전후의 상관관계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진행 경과에 관해서는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유출자 징계 여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법적 정의, 무엇을 노린 것인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의 마지막 '퍼즐'... 어떻게 풀리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2019년 3월22일 밤 10시49분. 법무부 출입국본부 내 ‘중점관리대상 알람’이 울렸다. ‘별장 성접대 사건’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타이 방콕행 비행기표를 발권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늦은 밤 출입국본부 사무실엔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전 별장 성접대 사건 진상조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김 전 차관이 국외로 출국한다면 여론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출입국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아,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어 차 본부장은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통화 중,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에게 연락하면 필요한 조처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국금지 서류는 수사기관 검사만 작성 권한이 있기 때문에 차 본부장은 이 검사에게 출금 관련 서류 작성을 요청했고, 곧바로 이 검사가 만든 서류를 전달받아 출금 조처가 이뤄졌다. 급히 작성된 ‘긴급출국금지신청서’에는 가짜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가 적히는 등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출금 조치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던 중 23일 아침 7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문건의 내사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검찰 공소장에 담긴 김학의 출금 사건 발생 당일 8시간 동안 상황이다. 출금 과정에 관여한 검찰 고위간부와 청와대 관계자들 모두 수사선상에 올랐다. 출입국 관리 책임자인 차규근 본부장과 출금 서류를 직접 작성한 이규원 검사는 지난달 1일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차관 출금 조처에서 시작된 사건은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외압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검찰 공소장에는 사건이 2019년 3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로 시작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지검장이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팀의 ‘불법 출금 보고서’ 작성 경위를 따져 묻고,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도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연락해 “법무부와 대검이 승인해 이뤄진 일”이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수사외압의 정황이 담겼다. 이 지검장 쪽은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정당한 수사지휘”라고 반박했지만, 검찰의 기소를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은 수사외압 의혹에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김학의 차관 재조사와 출금 과정에 관여한 청와대에 겨눠졌다. 검찰 안팎에선 출금 과정과 수사외압 의혹에 모두 연루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다음 타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이규원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해 유포했단 의혹과 함께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김학의 사건을 부각했다는 기획사정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연루 의혹도 정국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비서관을 겨냥한 것은 무리한 출국금지를 하게 만든 문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를 겨냥한 것”이라며 “청와대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정권 말 정부-검찰 간 갈등이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별장 성접대를 받은 영상이 공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처벌받지 않은 검찰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문제는 증발했다. 재수사를 피하기 위한 김 전 차관의 국외도피 시도는 무고한 시민의 국외출국 자유를 침해한 ‘절차적 불법’이란 프레임에 가려졌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김학의 사건은 불법 출금뿐 아니라 검찰의 과오를 조사하는 과거사위에 대한 검찰의 비협조와 보이지 않는 반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부 갈등까지 함께 볼 때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의 사건과 정권 말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 친정부 성향으로 낙인찍힌 검사들에 대한 기소…. 검찰이 생각하는 법적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다. 옥기원 기자


박범계 장관, 대검에 ‘이성윤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지시

대검 감찰1 · 3과 · 정보통신과 협업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출국 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에 따른 조처다.

 

대검은 14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공소장 유출 사안에 대해 대검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가 협업해 진상을 규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박 장관은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검찰 내부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지검장의 공소사실을 유출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조처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날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 사건 공소장이 당사자 쪽에 송달되기 전에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박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이 지검장 공소장에 이 지검장의 공소 사실과 사실상 무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 청와대와 법무부 관계자들을 대거 끼워 넣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아침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공소장 유출 관련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지난달 재보궐선거를 앞뒤로 김학의 출금 사건 관련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될 때도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며 후속 조처를 예고했다. 옥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