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신군부 밀접 항공대장 무장헬기 투입사실 없어

5·18단체 진실 기대했지만 실망위증고소 검토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했던 헬기부대장이 법원에 나왔지만 헬기 사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오월단체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22일 광주지방법원 제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14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백성묵 전 203항공대장(중령)이 피고인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증인으로 신청됐던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대장), 장사복 전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참모장(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도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백 전 중령은 “1980521203항공대가 보유한 유에이치1에이치(UH-1H) 20대 중 10대를 광주 전교사에 지원했다면서도 출동시킬 당시부터 무장하지 않았고 실탄 등 관련 장비도 보내지 않았다. 광주에도 무장 관련 장비가 없었으니 헬기 사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상부 지시가 있어야 헬기 사격을 하지만 관련 명령을 받은 적이 없고 사격을 한 적도 없다. 다른 부대에서 사격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05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당시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사격을 묻는 검찰 질문에 해가 뜨기 이전이라 어두워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심 한가운데 비행할 수 없다. 다만 무력시위 비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도청 주변을 낮게 비행한 적은 있다고 증언했다.

전일빌딩 내부 탄흔 자국에 대해서는 건물 외부에서 헬기 등 비행체로 사격할 수 없다. 내부 탄흔이 있다면 지상군에 의해서 생겼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앞선 재판에서 전일빌딩에 투입됐던 11공수여단 중대장은 전일빌딩 내부에서 사격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백 전 중령은 1980520일 광주역 앞 집단발포, 521일 도청 앞 집단발포에 대해서도 당시 알지 못했다고 증언해 재판을 방청하던 5·18단체 회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5·18연구자들은 백 전 중령의 헬기 사격 부인에 대해 이미 예견됐다고 분석했다. 백 전 중령은 5·18 직후인 1983년 대령으로 진급했고 갑종 장교 출신으로는 드물게 준장에 올라 육군항공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역하는 등 신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열린다. 광주에 투입됐던 헬기 조종사 이아무개씨와 함께 장사복 참모장, 이희성 사령관이 피고인 쪽 증인으로 재소환될 예정이다.

전씨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2017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재판은 전씨가 조비오 신부를 비판한 행위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것으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여부가 쟁점이다. < 김용희 기자 >

5·18기념재단, 헬기사격 부인 군 관계자 위증죄 고소 검토

5·18기념재단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한 증인들을 위증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2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부 증인에 대해 위증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상임이사는 "너무나 뻔뻔하게 아무런 반성 없이 재판에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위증을 한 사람들이 있다""이런 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진상규명은 물론 5·18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근거로 쓸 수 있는 주장 자체를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진원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과 506 항공대대장 김모 중령, 부조종사 2명은 지난해 11월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도 전씨 측 증인으로 이희성 전 육군 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과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백성묵 전 203 항공대 대장이 증인으로 신청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군 지휘부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백씨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고, 이날 재판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씨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만한 고위급 군 관계자 가운데 생존해계신 분들 이름 석 자만 가지고 증인 신청을 한 것"이라며 "제게 이분들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환 권한이 있는 법원에서 증인들을 소환해주면 성실하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고소인 측인 조영대 신부는 "출석했더라도 기존의 주장대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위증을 했을 것"이라며 "소환장을 받아놓고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되니 아예 전략적으로 소환장 자체를 수령하지 않은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5·18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발언을 두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자신의 회고록에 쓴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19651218일 이동원 외무장관과 시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상 등이 정부청사 장관실에서 한일협정 발효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 협정 체결은 이에 앞서 1965622일 도쿄의 일본 총리관저에서 이뤄졌다.

             

아사히신문화해·공감 인터뷰 한-일 관계 회복 모색 8개월째 연재

이수현씨 어머니 강제징용 노동자 위안부에 진지한 마음 사과해야

일본 작가 인간적 시각으로 대응 주문 한국 대법원 판결문 읽자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가 숨진 고 이수현씨의 모친 신윤찬(71)씨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22일 일본 <아사히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아들 기일에 사고 현장에 온 일본인 여성이 색종이에 담았던 말처럼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노동자와 위안부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 협정에 서명한 지 꼭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터뷰가 실린 코너의 제목은 이웃이다. 한일 양국 관계가 역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아사히 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공감과 화해의 시선으로 한-일 관계를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이웃이란 제목의 인터뷰 연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55전인 1965622일 도쿄에서 이른바 한일 기본조약한일 청구권 협정을 비롯한 4개의 부속 협정에 서명했다. 단절됐던 양국의 국교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됐지만,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아 한일 협정은 강제징용, 위안부 등 지금까지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무상 3억달러 지불등 청구권 협정으로 역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대법원은 201810월 일본 정부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불법적이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당한 불법행위나 인권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 법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고, 일본은 현실화될 경우 경제보복 등을 예고했다. 한일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강 대 강으로 맞붙고 있는 모양새다. <아사히 신문>의 인터뷰 연재는 한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 속에 시작된 것이다.

신씨에 앞서 지난해 10월 인터뷰에 나섰던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국가 이익의 대변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 대법원 판결문을 읽어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을 좋아하는 대학생 모찌라고 자신을 밝힌 일본인은 저에게 한국은 싸고, 귀엽고, 좋은 것이다. 우리 세대가 뭔가 새롭게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사히 신문>에는 14명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대부분 공감화해’ ‘이해를 강조했다. < 김소연 기자 >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화해·평화 세력 입지는 위축되고 적대적 공존의 냉전 세력은 기가 살았다.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난 백악관의 북핵난맥상, 한반도 운명 걸린 협상 지켜본 우리로선 분노할, 참담한 장면이다. 남북이 상황을 관리하고 스스로 협상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칼럼] ‘볼턴’ ‘부부장 김여정을 보는 분노와 참담함

                

20185월 유명한 도보다리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왔다. 남북정상회담 얘기에 이어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화제에 올랐다. 두 정상 사이에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이 있는 인천 송도까지 거론하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권하자 트럼프가 좋다며 즉각 공개하려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상의한 뒤 확정하라고 조언했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뒤집혔다. 그래서 결정된 게 싱가포르였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싱가포르 회담 전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라고 적었다. 폼페이오는 심장마비가 올 정도라고 했다고 썼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북-미 협상을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한 볼턴 입장에선 이런 통화 자체를 우리의 통일 어젠다에 휘둘리는 것으로 봤을 수 있다.

볼턴 회고록은 집필 동기가 의심스럽고 진위 논란도 있지만 간과하기 힘든 대목들이 적잖다. 예상대로 볼턴은 애초 싱가포르 회담 자체가 불발되기를 희망했고 하노이 회담이 불가피해지자 절망했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주문대로 핵 이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며 북한에 허들을 높인 사실도 자랑스레 적어놓았다. 트럼프는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바람에 회담을 망쳤다고 트위트를 날렸으나 여러 정황상 그 역시 이벤트 이상의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했는지 의문이다. 하노이 회담 때도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보느라 밤을 새우고, 이를 덮는 데 협상 타결과 결렬 중 어떤 게 더 큰 기사가 될지궁금해했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사실이라면, 한반도 운명이 걸린 협상을 초조하게 지켜봤던 우리로서는 분노할 만한, 참담한 장면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원로들과 만나 북핵 협상에 대해 미국에선 대통령이 하려 해도 참모들이 반대하니 안 되더라고 말한 모양이다. 그런데 참모만 문제가 아니다. 고인이 된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는 군산복합체와 이들의 지원을 받는 보수적 학자들, 보수파 의원들한반도 평화를 반기지 않는 비토세력’(<중앙일보> 2018410일치 시론’)으로 꼽은 적이 있다. 박한식 미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또 무기 구매를 종용·강요하기 위해 북한을 악마화하고 있다(<한겨레> 202068일치 평화에 미치다’)고 분석했다. 이런 구조와 세력이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내부 사정뿐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관심을 끌었을지는 몰라도 위험한 도박이다. 당장 한국 상황을 보자. <노동신문> 담화문에 등장하는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은 우리 국민에게 불과 1년 전까지 정상회담 때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던 그 김여정이 아니다. 난폭하고 패륜적인 말폭탄을 앞세운 생경한 김여정의 등장은 주적으로 대치해온 냉전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어렵게 협상을 이끌어온 민족화해·평화 세력 입지는 쪼그라들고 그간의 회담·합의를 위장평화쇼로 매도해온 적대적 공존의 냉전 세력은 기가 살았다. ‘3일만 참자는 선제타격론이나 전술핵 도입 등 비현실적인 주장을 펴던 이들이 거봐라. 내 말 맞지하고 있다.

볼턴 회고록은 툭하면 한국 정부 과속에 미국이 분노한다며 미국에 발맞추라고 정부 발목 잡던 수구보수 언론·야당에도 성찰을 요구한다. 한반도 평화는 트럼프-볼턴패거리의 안중에 없는 게 드러났는데도 동맹’ ‘동맹하며 미국만 따르자는 건 볼턴 편에 서자는 얘기다. ‘폭파이후 수구보수 언론들은 인내표현까지 꼬투리 잡아 환상에서 벗어나라며 대통령을 성토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시절 북한이 대북전단용 풍선에 고사총을 쐈을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북한과 마주 앉아 합의를 일궈내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긴 호흡으로 남북 대화를 이어갈 원칙과 분명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조선일보> 20141016일치 사설)고 조언했다. 때로 응징이 필요해도 결국 인내대화외엔 방법이 없음을 이들도 잘 안다. 그런데도 정권 따라 말을 바꾸니 언론이 욕먹고 기레기 소리 듣는 것이다.

정부는 좀더 적극적으로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한다. 북한 역시 선을 넘으면 안 된다. 그래야 남북이 좀더 주도적으로 나설 돌파구가 열린다. 트럼프나 볼턴 수준의 인물들에게 우리 운명을 통째로 맡겨서야 되겠는가.

< 김이택 대기자 >

[사설] 한반도 위기 속 일방적 폭로 나선 볼턴의 파렴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곧 출간될 회고록에서 남··미 정상의 외교 협상 내용에 대해 무책임한 폭로전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외교 규범을 무시한 행태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시종일관 방해해온 자신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합리화하는 파렴치한 짓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판문점 남--미 정상회동 등의 막후 과정과 정상 간 대화 내용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졌고 회담에도 직접 참여했던 당사자가 고위공직자의 직업윤리를 망각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정상 외교의 내용을 폭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 간 신뢰를 무너뜨리면 앞으로 과연 어느 나라가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볼턴의 폭로는 위기의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볼턴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볼턴의 회고록에는 시종일관 미국 패권주의를 옹호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그의 뒤틀린 인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진 찍기용으로 남--3자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비꼬고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들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한국의 역할을 멋대로 폄훼한 것이다. 청와대는 22-미 정상 간의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볼턴은 네오콘의 대표적인 인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할 때도 앞장서 한반도 평화에 훼방을 놓았다. 그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완료해야만 제재 완화 등을 해줄 수 있다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해 북-미 협상을 좌초시키려 했다.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우리는 미국 강경보수 세력이 북한과의 대결을 통한 한반도 긴장 고조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보고 행동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다시 위기에 빠진 지금, 볼턴의 회고록은 남북관계를 단단하게 진전시켜야만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 편견·선입견 바탕 왜곡, 기본 못갖춘 부적절 행태

일방 공개, 외교원칙 위반백악관 NSC에 적절한 조처 요구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비꼬며 깎아내린 것을 두고 청와대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대한 볼턴 전 보좌관의 기술이 현안에 대한 관점 차이를 드러내는 수준을 넘어 사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볼턴이 회고록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630일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 당일 여러차례 미국이 내켜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동행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이를 관철시켰다고 썼다.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구상을 두고선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빈정대기까지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맞받았다.

과거 그의 상대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윤도한 수석이 전한 입장문에서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한-미 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30일 오후 판문점 남쪽 자유의 집에서 회동한 뒤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의 실무를 총괄했던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볼턴 전 보좌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와 여권의 이런 대응을 두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왜곡과 주관적 해석이 뒤섞인 부정확한 기억이 기정사실화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외교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참에 선을 분명히 그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백악관 참모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면서도,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턴 전 보좌관을 잘 아는 한 미국 전문가는 볼턴이 북-미 관계 개선을 막으려고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왜 실패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국내 보수세력이 (볼턴 회고록을 근거 삼아) 남북, -미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정부의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성연철 노지원 황금비 기자 >

청와대, 한반도 평화노력 찬물 볼턴 일방적 주장조기 차단

일부 언론, 볼턴 주장 확대·재생산 남북관계 악영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묘사한 한반도 관련 언급에 대해 청와대는 22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며 신속하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편견에 가득한 볼턴 전 보좌관의 일방적 기술이 국내 일부 언론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며 한반도 평화를 향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흐름을 조기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청와대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날 언론들이 집중 보도한 지난해 6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3개국 정상의 깜짝 회담관련 언급이었다. <조선일보> 등은 트럼프도 김정은도 문 대통령 동행 원치 않았다는 말을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만남에 동석한 것이 상당한 외교적 결례가 되는 듯 묘사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볼턴은 현장이 아닌 몽골에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싫어하고 북도 불편해하니 참석시키지 않았다. 책을 팔아야 하니 굉장히 왜곡해 쓴 거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볼턴이 판문점 3자 회동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동석을) 3번 거절했다지만, 협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의 순간적 판단에 따라 국익이 좌우되는 정상회담의 특성상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한 것이라면, 상황에 맞춰 잘 대응한 것으로 적극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가 적극 반박에 나선 것은 볼턴 전 보좌관의 단순한 사실 왜곡때문만은 아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내놓은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구절은 볼턴 전 보좌관이 한-미 정상 간의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실제, 볼턴은 회고록 전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냉소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방해하기 위해 자신이 꾸민 일들을 나열했다. 지난해 228일 하노이 노 딜로 타결 직전에 무산된 북-미 합의에 대해선 아예 재앙(catastrophe)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에 의해 추동된 북-미 핵 협상을 평가절하했던 미국 주류가 자신들이 유지해온 부정적 견해를 강화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 사실상 거리를 둬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역시 지금의 현상 유지기조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한국의 보수 진영이 동조하게 되면, 최근 급격히 악화된 남북관계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이후 기적처럼 열린 대화의 문이 상당 기간 닫히게 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이후 최대 업적으로 꼽아온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핵 협상이 긴 휴지기에 들어가게 되면, 남은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하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도 하락 흐름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매체들이 볼턴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기본 전제를 깔고 쟁점화하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포함한 한-미 외교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길윤형 성연철 기자 >

볼턴, 징역형 선고받을 수도백악관, 기밀 폭로전에 경고

워싱턴 포스트, CNN 등 미 언론도 기회주의적 행태비판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나바로 정책국장은 21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lt;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gt;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을 폭로하고 있는 데 대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1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볼턴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을 폭로하고 있는 데 따른 경고다.

나바로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존 볼턴이 고도의 기밀 정보를 아주 방대한 책 전체에 걸쳐 흩뿌려놨다그는 책에서 나온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험에도 처했다고 밝혔다. “볼턴이 미국 국가안보 측면에서 대단히, 대단히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지난 18일 볼턴의 폭로를 돈을 목적으로 한 리벤지 포르노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날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백악관이 제기한 출판금지 소송을 기각했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고록 주요 내용이 상당수 공개된 만큼, 출판금지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볼턴이 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해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볼턴이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도 볼턴의 회고록을 두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엔엔> 평론가 엘리 호니그는 의회와 국가가 탄핵 과정에서 입을 열어달라고 간청할 때 침묵을 지키며 숨었던 그가 이제 회고록 홍보 모드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이 책의 중대 결점 중 하나는 자기비판이 완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정책결정에 대해 볼턴은 자신이 맞았고, 자기 얘기를 들어야 했으며, 안 될 줄 알았고 자신은 죄가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 이정애 기자 >

볼턴, '대북 초강경 프리즘'으로 남··미 회담 굴절시켜

북미대화 회의감 넘어 파국 기대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폄하

-미 정상회담 등의 비사를 담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책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이 백악관과 청와대를 들쑤셔놨다. 볼턴은 악담을 퍼붓듯 써내려간 회고록을 통해, 안 그래도 상처 난 남북 및 북-미 관계를 마구 헤집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강경파 중에서도 슈퍼매파로 불리는 그의 주장은 사실과 의도를 가려 들을 필요가 있다.

57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볼턴 회고록은 법적·도덕적 논란과 별개로, ‘메모광으로 불리는 그가 백악관에서 근무한 17개월 간 꼼꼼하게 축적한 기록에 바탕해 집필한 책이다. 그는 20184월부터 20199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미국의 대외전략을 조율한 핵심 인물이다. 특히 그의 재임 기간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들과 함께 한반도에 역동성이 펼쳐지던 때여서, 당시에 관한 퍼즐조각을 맞추는 데 쓰임새가 있다.

하지만 볼턴이 어떤 인물인지, 책에서 빠뜨린 측면은 없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볼턴은 북한과 이라크 등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오랜 소신을 가진 초강경파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그는 영변 핵시설 해체와 경수로 제공을 맞바꾼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깨는 과정에 주요 인물로 등장했었다. 볼턴은 20028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축·비확산담당 국무차관으로서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1997년부터 추진해온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압박해 2차 북핵 위기의 서막을 열었다. 그의 북한관을 요약하면 역대 미국 정부들이 모두 북한과 협상하려다 실패했고, 오직 강력한 제재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화나 협상은 북한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본다. 하지만 볼턴 주장처럼 일방적 압박만 가하고 대화에는 손 놓으면 한반도 평화는 시작도 할 수 없다.

볼턴의 이런 시각은 회고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20186월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에게 먼저 정상회담에 초대하라고 제안한 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고 정 실장이 나중에 인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춤)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김정은이나 미국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연관 있었다고 적었다. -미 대화가 미국 이익과는 무관하게 한국이 만든 판에서 시작됐다는 인식이다. 볼턴은 그해 초 평창겨울올림픽부터 이어져온 남--미 사이의 숨가쁜 평화무드 노력과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북-미 대화에 관해 회의감을 넘어 아예 성사되지 않기를 원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양쪽이 평양·판문점(북한)과 제네바·싱가포르(미국)로 실랑이를 벌이던 때를 기술하면서 나의 희망: 어쩌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적었다. 볼턴은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 북한의 반발을 샀다. 2019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볼턴은 준비과정부터 회담 현장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트럼프에게 핵무기 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까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해, ‘노 딜을 관철해냈다.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촉진자 역할도 트럼프-김정은 사이에서 빛 보려는 속셈정도로 깎아내렸다. 그는 문 대통령이 애초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열고 남--3자 정상회담도 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하면서, “이것은 대체로 사진찍기 행사에 자신을 끼워넣으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이었다고 적었다. 당시 청와대는 남--3자 종전선언 등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턴은 또 지난해 6월 판문점 남--미 정상 회동 당시 북한과 미국 모두 문 대통령의 동행을 원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고집했다고 적었다. 평화를 주선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정치적 이득을 노린 행동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2<문화방송>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극우파 중에서도 초강경파라고 할 수 있는 볼턴의 일방적 주장이 되게 많이 담긴 것 같다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상당히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볼턴의 책에는 불화 끝에 자신을 내쫓은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가득하다. 볼턴은 트럼프는 국가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구분하지 못한다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볼턴이 반쪽 진실과 완전히 틀린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