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보전하는 간부 지켜줄 권리 없어"…박정천·최상건도 해임된 듯

정치국 상무위원·비서 교체…상호비판에 조용원·김여정·현송월 참여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문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그 책임을 물어 군 서열 1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전격 해임한 것으로 보인다.

 

*고개 숙인 채 거수의결 못한 북한 리병철·박정천: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에서 책임 간부들이 국가비상방역전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을 태업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각각 소환·선거했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주석단 앞줄 하얀 원)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주석단 뒷줄 하얀 원)이 고개를 숙인 채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최상건 당 비서의 자리(주석단 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비어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를 주재하며 전원회의(6.15∼18) 이후 11일만에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이유에 대해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국가비상 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울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중대과업 관철에 제동을 걸고 방해를 노는 중요 인자는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이라고 비판하고 "간부들 속에 나타나는 사상적 결점과 온갖 부정적 요소와의 투쟁을 전당적으로 더 드세게 벌일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경제 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책임 간부들 질책하는 북한 김정은… "방역 태업으로 중대사건":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에서 책임 간부들이 국가비상방역전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을 태업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각각 소환·선거했다. 김 총비서가 손을 들어 지적하면서 간부들을 질책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그러면서 "일하는 흉내만 낼뿐 진심으로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지 않고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절대로 없다"고 강조, 간부들에 대한 강한 통제와 단호한 처벌 원칙을 밝혔다.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선거했으며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이동) 및 임명해 문책성 인사가 이어졌다.

 

북한이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해임된 간부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병철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들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 보건부문을 포함해 교육·과학기술을 담당한 최상건 당비서로 관측된다.

 

TV 영상 중 손을 들어 의결하는 장면에서 김 총비서를 비롯한 주석단 정치국 성원들이 모두 손을 들었지만, 리병철과 박정천은 손을 들지 않았다. 또 최상건이 앉았던 주석단 자리는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이 내보낸 의결 사진에서도 상무위원 중 유독 리병철만 눈을 아래로 깔고 어두운 표정이고 김 총비서가 리병철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회의에서는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소개했으며 고위간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비판토론에는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여했다.

 

* 북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 비판 토론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에서 책임 간부들이 국가비상방역전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을 태업했다고 비판했고, 고위 간부들도 비판 토론을 했다.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각각 소환·선거했다.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비판토론자로 나서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보고자료에는 "당 결정과 국가적인 최중대과업 수행을 태공한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행위"를 담았고, 토론자들은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경제사업 인민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줌으로써 "당중앙의 구상과 영도 실현에 해독적 후과"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이로 미뤄 이번 회의에서 언급된 '중대사건'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보다는 장기적인 '봉쇄방역'에 따른 식량난과 민생문제 등을 풀기 위해 김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에서 직접 지시한 사항의 미이행 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 발언하는 현송월: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에서 책임 간부들이 국가비상방역전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을 태업했다고 비판했고, 고위 간부들도 비판 토론을 했다.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각각 소환·선거했다.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토론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중대사건 관련 구체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예단해서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어떤 인사조치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후속조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또 중앙과 지방의 일부 간부가 패배주의에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자료 보고와 함께 이들을 당적·법적으로 검토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겠다는 결정을 승인했다.

 

회의에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간부, 성·중앙기관의 당 및 행정 책임간부, 도당책임비서와 도인민위원장, 시·군·연합기업소 당책임비서, 무력기관, 국가비상방역부문의 해당 일군 등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당 전원회의에 버금가는 규모여서 김 총비서가 간부들의 당결정 이행 자세와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 더 바싹 죄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임원으로 재직 중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맏사위가 미국에서 마약류를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조용래)는 지난 4월 ㄱ(45·남)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공소를 접수했다.

 

ㄱ상무는 2019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국내로 입국하며 엑스터시와 대마를 밀수입한 뒤, 같은 해 7월과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에서 두 차례에 걸쳐 투약하거나 흡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ㄱ상무와 함께 엑스터시와 대마를 함께 투약하거나 흡연한 ㄴ(29·여)씨도 함께 기소됐다. ㄴ씨는 2017년에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ㄴ씨에게 마약을 제공하거나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는 다른 공범 2명도 재판에 넘겼다.

 

현직인 ㄱ상무는 최근까지 정상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약식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이동희 판사는 28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약식 기소된 이 부회장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약식기소로 가볍게 볼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을 벌금 5천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범죄에 대해 검찰이 정식 공판 없이 약식 명령으로 벌금·과료·몰수 등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은 사안이 무겁거나 약식 명령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수사를 받았다. 그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을 뿐 불법 투약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기도 했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3월 검찰에 수사 중단을 권고했으나,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신민정 기자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 특별법과 3·15의거 명예회복법 함께 통과

 

정부 수립 초기 다수의 민간인이 국가폭력에 희생됐던 여순사건의 진상이 73년 만에 밝혀지게 됐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로써 73년 동안 반공주의의 억압으로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희생자와 유족들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회는 이날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 특별법과 3·15의거 명예회복법을 함께 통과시켰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여순사건의 시기적 범위를 14연대가 제주4·3 진압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1948년 10월19일부터 지리산에 입산금지 조처를 해제한 1955년 4월1일까지 6년 반으로 규정했다. 장소적 제한은 여수·순천을 비롯해 전남·북, 경남 일부 지역으로 명시했다. 역사적 성격은 당시의 혼란과 무력충돌, 이의 진압과정에서 민간인 다수가 희생당한 사건으로 명시해 이들의 안타까운 피해를 치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48년 10월 여수·순천에서는 제주4·3의 진압명령을 거부한 14연대의 봉기와 토벌군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국무총리 소속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명예회복위)는 2년 동안 진상조사 활동을 벌인 뒤 6개월 안에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한다. 여순사건으로 사망·행방불명·후유장해·수형 등 피해를 본 희생자와 그 유족들은 명예회복위 구성 1년 안에 진상규명 신고를 하고, 피해 내용에 대한 조사를 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국가는 또 희생자를 추모하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위령묘역·공원을 조성하고, 사료관·위령탑을 건립하는 등 기념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특별법은 공포 뒤 6개월 뒤에 시행되기 때문에 명예회복위의 활동은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3년은 진상규명 작업, 이후 3년은 위령시설 건립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발의자인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순사건 발발 73년 만에, 특별법 발의 20년 만에 드디어 국회의 빗장이 풀렸다”며 “사건 당시 희생자 대부분 돌아가셨고, 유족들조차 80~90대 고령인 만큼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시행령 제정도 챙기겠다”고 말했다.

 

여순사건 유족회와 시민단체도 숙원이었던 특별법의 제정을 환영했다.

 

여순사건 유족회는 이날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유족조차 고령이 된 상황을 고려해 신속하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반겼다. 당시 유복자였던 서장수 여수유족회장은 “하늘나라에 먼저 가신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이라 믿는다”며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애써주신 모든 분께 한없이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여순민중항쟁 전국연합회 등 시민단체 30여곳은 “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늦어 아쉬움도 많다”며 “국방부, 검찰청, 경찰청 등 국가기관이 여순사건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공개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신 희생자와 유족한테 다시 한 번 위로를 드린다. 진상규명 신고와 조사에 차질이 없도록 실무위원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지난 2001년 16대 국회부터 4차례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에서 번번이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지난해 7월 의원 152명이 발의했고, 상임위 심사가 늦어지며 미뤄지다 야당인 국민의 힘이 태도를 바꾸면서 행정안전위와 법제사법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1월8일 여순사건으로 순천 일대 민간인 다수가 군인과 경찰에 집단 사살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할 특별법의 제정을 국가에 권고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도 지난해 1월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씨의 재심에서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같은 피해를 본 다수의 희생자를 구제하기 위해 복잡한 재판을 거치기보다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의 일부 군인이 제주4·3을 진압하라는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다수가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 사건 직후 1949년 이뤄진 전남도 조사에서는 희생자 수가 1만1131명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