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2023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추진…한국 선제노력“ 

"개도국 녹색회복 지원…2025년까지 기후 · 녹색 ODA 대폭 확대

'NDC 추가 상향 · 해외 신규 석탄발전 지원중단' 입장도 재확인

 

P4G 개회식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탄소중립 및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30일 오후 5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2018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첫 회의에 이은 두 번째 P4G 정상회의이자, 한국에서 열리는 첫 환경분야 다자 정상회의다.

 

이번 정상회의는 '포용적인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31일까지 계속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급·고위급 47명, 국제기구 수장 21명이 화상으로 참석한다.

올해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의 이행 원년인 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계획이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만큼 위기 극복 및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취약층과 개도국 등이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녹색회복'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 참석하는 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개회식은 '더 늦기 전에-지구를 위한 행동'을 주제로 한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영상과 무용 등으로 꾸며졌고, 문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P4G 정상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회사에서 유례없는 글로벌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도국 등을 아우르는 포용적 녹색회복을 위한 강화된 기후대응 공약을 발표했다.

 

개회식에 이은 정상 연설세션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녹색회복, 탄소중립, 민관협력 등에 대한 주요국 정상급·고위급 34명, 국제기구 수장 20명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등이 참여했다.

 

오는 31일에는 문 대통령 주재로 정상급·고위급 인사들이 화상으로 실시간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된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이 함께한다.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농업·식량,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도 진행된다.

 

P4G 정상회의 캠페인송 공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캠페인송 ‘We are One’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P4G 서울 정상회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나아지고 더 푸르른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결속을 다지고 2050 탄소중립 시대에 기후행동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시에 한국이 기후환경 대응의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 P4G 서울정상회의 개회사…"공존의 역사로 전환되길"

 

P4G 개회식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한국은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유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개최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사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극복 노력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주요 국제무대다.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또 문 대통령은 "앞으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기후·녹색 ODA(공적개발원조)를 대폭 늘려 녹색회복이 필요한 개도국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공연 관람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축하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500만 달러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할 것"이라며 "개도국들이 맞춤형 녹색성장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4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신규로 공여해 창의적 녹색성장 프로젝트가 확산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발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추가 상향 및 오는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의 NDC 제시, 해외 신규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등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와 과감히 작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이웃 국가들의 동참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다양한 생물종의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P4G 개회 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해운·선박 분야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며 "유엔 차원의 해양 플라스틱 관련 논의가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혁신 기술·산업·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라며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은 그린뉴딜의 경험·성과를 공유하며 2050 탄소중립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P4G 정상회의에 대해 "지속가능한 세계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인류의 역사가 공존의 역사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P4G 집결 정상급들…"포용적 녹색회복, 선진국이 기여해야"

각국 정상, 국제협력 중요성 강조…"개도국 지원에 힘 모아야"

 

P4G 개회 연설하는 문 대통령

 

30일 화상으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정상 연설세션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녹색회복, 탄소중립, 민관협력 등에 대한 주요국 정상급·고위급 34명, 국제기구 수장 20명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이들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속가능한 '포용적 녹색회복'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연설 요지. (발언순서 순)

 

◇ 김부겸 국무총리

최근 1년은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긴 장마를 비롯해 폭우와 한파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를 마주했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미래뿐 아니라 일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바로 지금 담대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 국가나 정부의 노력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 P4G 회원국들의 협력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인류가 직면한 전례없는 규모의 글로벌 도전과제,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는 본질적으로 범세계적 문제로 다자간 연대가 중요하다. 포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누구도 낙오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색회복을 추진해야 한다. 개발도상국, 여성, 취약계층, 미래세대를 위한 노력이 더더욱 필요하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막대한 기후 변화 대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영국은 연구개발(R&D) 투자, 기술개발 등을 통해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 리커창 중국 총리

지속가능한 녹색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개발도상국의 고충 해결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 중국은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 공약,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주최 등 저탄소 및 녹색회복 달성을 위해 기여할 계획이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대한민국의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선언과 같은 구체적 이행 정책을 각 국가에서 발표하기를 기대한다. 또 개발도상국의 기후 적응을 위해 (한국도 참석하는) G7 선진 국가들의 공여금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

◇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연합은 1조8천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 정책 예산 중 30% 이상을 경제의 녹색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선진국은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 탄소가격제와 녹색금융 발전을 위해 국가들의 더 많은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독일은 2045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기후재원을 위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후목표 상향, 투자 및 기업 활동의 투명성,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이 중요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화석연료 경제에 갇혀 있지 않고 전 세계와 함께 탈탄소 경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규모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비롯한 재정지원 수단을 찾아야 한다.

피해자들 “변호사는 조상도 없나” 힐난

 

일제에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송을 낸 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가족 등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내 대형 로펌들이 이들 전범기업의 대리인으로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28일 강제노역 피해자 송아무개씨 등 85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86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2015년 5월 제기됐으나, 일본 기업들이 법원 서류를 수령하지 않는 등 소송에 응하지 않으면서 지연돼 왔다. 이에 법원은 지난 3월 공시송달(서류가 상대방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 절차를 밟았고, 일본 기업들은 4월 말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나서면서 소 제기 6년 만에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이날 일본 기업 16곳 가운데 15곳의 법률대리는 국내 매출 기준 ‘톱3’ 로펌인 김앤장, 태평양, 광장이 수임해 눈길을 끌었다. 김앤장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0곳을 대리하고 태평양은 야마구치고도가스 1곳, 광장은 스미세키중공업 등 4곳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미츠비시흥업은 법무법인 두레를 선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앞선 강제노역 소송에서도 일본제철을 대리하며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은 2015~2016년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와 최소 3차례 독대하며 강제노역 사건을 논의하는 등 ‘재판 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한 변호사의 법정 증언내용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은 강제노역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것 등을 논의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노역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전범기업의 피해자 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결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김앤장은 이 사건 외에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일제 전범기업 관련 사건에서 일본 기업을 대리한 바 있다.

 

일본 기업 쪽 변호사들은 이날 재판부가 “이미 두 차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던 사건으로 법리가 다 정리됐다”며 다음달 10일 선고하겠다고 밝히자, 추가 변론 기일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에 나온 피해자들은 이들 변호사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변호사들은 조상도 없는가”라고 외쳤다.

 

재판을 마친 뒤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은 “재판이 6년 동안 이어지면서 원고 중 1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던 피고 쪽이 갑자기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합은 2018년 10월, 일제강점기 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이춘식씨 등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파기환송 후 원심을 확정했다. 전합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이 사건 재판부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신민정 기자

'탄력 인사'에 고검장들 반발…총장 기수역전 진통 해석도

 

사의 표명한 이용구 법무차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이 28일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물갈이' 검찰 인사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찍어내기' 인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총장 기수 역전에 따른 '진통'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이용구 차관과 강호성 범죄예방정책국장, 이영희 교정본부장이 사의를 밝혔다고 전하며 '조직 쇄신'과 '인사적체 해소' 차원임을 강조했다. 이들 3명 모두 비검찰 출신이지만, 보직은 직제상 검사의 보직 범위이거나 과거 검사가 맡았던 고위직이다.

 

법무부 차관에는 통상 고검장급 검사들이 보임해왔다. 지난해 12월 이 차관의 법무부 입성은 60년 만에 비검찰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여전히 직제상 대검 검사급(검사장) 이상 검사의 보직 중 하나로 남아있다. 교정본부장은 과거 검사 몫이었지만 1999년 이후 비검찰 출신 공무원이 맡아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런 점에서 이들의 전격 사퇴가 전날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예고된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사위에서는 검찰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고검장·지검장 구분 없이 탄력적으로 인사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주 후반께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에서 명퇴로 공석이 된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법무부의 검사장급 직위 일부로 고검장들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반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번 법무부 고위 간부의 줄사퇴가 현직 고검장들에게 '사퇴 압박' 신호가 되고 있다는 점은 검찰 내부에서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법무부 간부들의 줄사표 5시간 만에 조상철 서울고검장이 "떠날 때가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가운데 첫 사의 표명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인사 논의 과정에서 고검장급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범계 장관이 점검·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보직제 개선안의 윤곽이 나오면 고검장급 사퇴가 잇따를 수도 있다.

 

한 고검장급 간부는 "'탄력적인 인사'라는 것은 고검장을 지검장급 보직으로 보낸다는 뜻"이라며 "고검장 중 일부는 사표를 쓰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의 '찍어내기' 인사가 자칫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명퇴 수당 등 처우가 다른 고검장·검사장 보직을 섞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탄력적 인사' 방침에 대해 "검사들은 말을 듣지 않고 사표도 내지 않는 고검장들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검사장들이 보임된 지 1∼3년 정도밖에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도대체 무슨 인사적체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무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31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반면 검찰 간부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에 따른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사법연수원 20기)는 전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23기)보다 3기수 위다. 전임 총장보다 선배 기수가 후임 총장에 지명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신임 총장이 임명되면 총장의 동기·선배 기수의 고검장들이 '용퇴'하면서 검찰의 진용을 새로 짜는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곤 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관련 인권침해 · 선감학원 · 실미도 사건 등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진상규명 조사개시 결정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거 인권침해 사건 등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27일 첫 조사 개시를 결정하고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8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1330명이 접수한 사건 328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첫 조사 개시 결정이다. 지난 21일까지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진상규명 신청사건은 모두 3636건(7443명)에 이른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1호 신청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이 포함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부랑인들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아동과 장애인, 노숙인 등을 감금해 강제 노역, 구타, 성폭행 등을 자행한 사건이다. 이와 유사한 선감학원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등도 조사 대상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용의자 인권침해 사건도 조사할 예정이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 등 7명이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 밖에 울산 국민보도연맹사건, 전남 화순지역 군경 및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실미도 사건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신청인 수로는 형제복지원 사건(303명)이 가장 많았고, 서산개척단 사건(281명), 전교조 탄압사건(247명),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공작 사건(134명), 선감학원 사건(13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법으로 보장된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기간 3년은 첫 조사 개시 결정일인 이날을 기준으로 시작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최초 진실규명 조사 개시 결정일 이후 3년간 진실규명 활동을 하고, 필요한 경우 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6∼2010년 조사 활동 후 해산한 1기 위원회에서 규명하지 못한 사건과 새로 드러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설립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12월10일 출범했지만, 위원 임명이 지연되면서 지난 3월에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 개시 결정 사건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유린 사건이 많다”며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피해자들의 침묵을 강요했고, 이들이 피해자로 불리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침묵을 깨고 이야기할 용기를 주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