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보수, 더이상 설 자리 없다준엄한 민심의 경고장

성공적 방역에국가 효능감확인사실상 문 대통령의 승리


유권자에 심판당한정권심판론탄핵당하고도 성찰·방향전환 없어
퇴행적 이념정치 매몰돼 신뢰 상실 대안 없이 극단적 파당정치 매몰
태극기세력 눈치 보며 망언 고질병 세월호 막말·사후처리 보며 민심 분노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심판론을 앞세워 1당 지위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야당 심판의 거센 파도에 휘말려 치명상을 입었다.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수구 세력의 눈높이에 맞춘퇴행적 보수로는 더 이상 설 곳을 찾기 힘들다는 민심의 준엄한 경고장을 받아든 셈이다. 사실상의 양당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비례대표 19석을 더해 103개의 의석을 얻어 제1야당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모두 180석을 내줘 국회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물러나고, 심재철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낙선하면서 지도부마저 붕괴했다.

이런 보수의 위기의 원인으로는 선거 전략의 뼈대였던정권심판론이 전혀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퇴행적 이념 정치에 매몰돼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저버린 결과다. 보수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른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지만, 성찰과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 친박·비박으로 편을 나눠 주도권 다툼에만 골몰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통합은 이뤄냈지만,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쇄신의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황교안 대표 본인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력을 정치적 자본으로 활용했다. 탄핵까지 당한 낡은 수구 세력이라는 낙인 속에 스스로를 가둔 셈이다.

이념적 퇴행은 경제적·정책적 해결 능력을 갖춘시장경제 보수로의 진화마저 가로막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보수의 정치적 뿌리를 나눠보면안보 보수시장경제 보수가 있는데, 통합당은 보수의 본류인 시장경제 보수 대신 반대 방향인 안보 보수 쪽으로 갔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통합당 득표율이 과거 보수 진영이 얻은 지지율보다 10%포인트 남짓 낮아진 사실을 언급한 뒤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연결이 약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보 보수를 상징하는 황교안 대표가 뒤늦게시장 보수인 김종인 전 의원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화학적 결합대신 인식차만 노출했던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스스로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통합당은 집권당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정치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은 습관화된 장외투쟁으로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만들었고, 이는 다시 통합당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집권 3년차에 치러진 총선이어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는데,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을 외치는 야당에 과연 심판의 자격이 있는지를 표로 물었다고 진단했다. 김만권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도통합당은 보수를 지키겠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무엇이 보수의 가치인지에 정책과 입법을 통해 아무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의 유권자는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는 정당에 쉽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콘크리트 지지층 눈치 보기까지 겹쳤다. 차명진 후보의세월호 막말과 그 사후처리 과정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 선거운동을 했던 한 통합당 관계자는차명진 후보의 막말이 터진 뒤 확실히 지역에서 대하는 눈빛이 달라졌다. ‘너희는 정말 어쩔 수 없구나라는 인상을 중도층에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개표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 5천표 이내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만 15곳에 이른다. 적어도 이들 지역구의 승부 결과에는 막말 파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관후 연구위원은결과적으로 2016년 촛불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을 거치며 보수 세력이 포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다다만 개헌저지선을 지켜낸 티케이를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견고하게 결집할 경우 정치 지형의 양극화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 노현웅 이지혜 기자 >

민주당 압승 ‘3가지 요인

코로나 방역 굳건한 지지 국가가 중요한 역할 하는구나인식
통합당 막말 릴레이 차명진 등이 보여준 혐오감역풍
세대별 결집 현상 4050 똘똘 뭉쳐 여당 지지해석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적 압승을 거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을 첫손에 꼽았다.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릴레이 막말 파동과 선거 막판 확연해진 세대별 결집 현상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끈 선거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민주당 승리의 일등 공신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직전 조사(4 7,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57%로 치솟았다. 덩달아 민주당 지지율도 두달여 만에 10%포인트를 회복하며 44%를 기록했다. 총선은 이런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는코로나 사태 대응을 잘한 것 등을 포함해 문 대통령 인기가 좋았고, 대통령 후광효과를 민주당이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 위기 상황 자체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유권자들이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이란 공동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9·11 사태 이후 부시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 것과 같은 애국결집효과라며예전에는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다면, 코로나 사태 이후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라며 국가효능감이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민주당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었다면 결정적인 승기는 미래통합당이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에 대해 국제사회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보수언론과 통합당이 짜놓은무능 정권 심판프레임이 무력화됐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것은 통합당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여준 행태들이 유권자들에게 혐오감을 갖게 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세대로 갈린 표심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중 103석을 수도권(121)에서 가져왔다. 역대 선거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압승이다. 지방에서도 선전했지만 수도권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상을 두고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노장년층 유권자 비율이 높은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60대 이상이 많아야 20%대에 그친다. 이런 데서 40~50대 초반이 똘똘 뭉쳐 민주당을 지지하니 통합당으로선 판세를 뒤집기가 힘들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중요한 건 40대에서 50대 초반이 수가 많고 인구 비중도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라며통합당은 이들이 수용하기 힘든 비합리적 언행을 일삼다가 심판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민심을 얻은 건 맞지만, 180석을 가져갈 정도로 싹쓸이를 한 데에는소선거구제의 도움도 컸다. 정병기 교수는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40% 안 되는 정당득표율로도 의석의 6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반대로 말하면 상대가 40%만 가져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김원철 서영지 황금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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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민주당 압승보수야당의 반성없는 정치에 대한 또 하나의 탄핵

보수야당의 지리멸렬, 대안 없던 중도와 진보정당,  코로나19 호평도 영향

경실련 전문가 토론회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요인을 두고 보수정당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 대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중도와 진보 정당에서의 대안 부재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토론회를 열고 21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가 보수야당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여당이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는) 보수야당이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세월호 참사 막말, 공천 문제 등 반성 없는 정치를 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이뤄진 것이다. 또 하나의 탄핵이라며여당이 잘했다기보다 어부지리 격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이번 선거에선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와 야당 심판론이 동시에 나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수한 형태였다야당이 리더십도 부족하고, 정책, 공천과정 잡음, 막말 논란 등 내홍이 나타나면서 엄중한 심판을 내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출현한 중도와 진보 정당들이 유권자들에게 대안으로서 작동하지 않은 점이 여당에게 표가 몰린 이유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이번 총선은 단순히 보수 야권만이 아니라 진보 야권과 중도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중도는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의당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유권자들에게 선택적 정당이 없던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가 적절하다는 국외의 평가도 여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잘한다는 국외의 칭찬이 이어지면서 투표율이 오르고 (시민들의) 결집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개혁 의지가 떨어지고 다양하게 분출되는 사회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거대 정당이 탄생해 다른 정당을 포용하기보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민생 문제와 시민사회 요구가 법으로 제정되거나 개정되는 반응성의 정치는 약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아쉬울 게 없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방치한 기후위기, 젠더, 인권문제, 정치개혁 문제에 제대로 나설지 위기의식이 든다여당은 더는 남 탓할 조건 사라졌으니 개혁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강재구 기자 >


, '안정적 단독 과반' 확보할듯범진보 180석시 개헌 빼고는 다 가능

문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로 여당 승리 견인청와대 주도 당청관계 지속

군소야당 고전에 제3당 체제 붕괴여대야소 속 양당 '강 대 강' 대결 가능성

'참패' 통합당, 황 대표 사퇴에 극심한 내홍 전망대선 전초전서 잠룡들 희비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견제''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진행된 선거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던 정부·여당에 이례적으로 강한 지지를 보내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특히 민주당은 기존 원내 1당을 사수하는 것을 넘어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단독으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거여'(巨與)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4년 만에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여당이 확실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50분 현재(개표율 63.8%)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156, 통합당 후보가 92, 무소속 후보가 5곳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비례대표 의석 예상치(현재 17석 전망)까지 합치면 민주당은 170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정부 심판론은 물론 독주 견제론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미래통합당은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초유의 4연패를 할 운명을 앞두게 됐다.

초경합 지역의 결과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통합당은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의 의석을 합쳐도 115석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코로나 블랙홀' 현상에 더해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 등 막판에 터진 각종 악재도 통합당 패배에 적잖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통합당은 출구조사가 현실화할 경우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1야당의 참패로 민주당 계열 정당인 민주당이 16년 만에 의회 권력을 확보하고 군소 야당의 고전으로 지난 총선 때 만들어진 3당 체제도 붕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정국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임기를 2년 정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은 여대야소 정국이 조성되면서 '레임덕'이 없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확보하면서 이른바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토대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운동 기간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당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당청 관계에서 원심력이 커지면서 당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에서다.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친문재인) 경쟁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민주당이 실제 과반 의석을 달성하게 되면 정부·여당은 국무총리와 대법관 등 국회 인준이 필요한 인사에 대한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야당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인준 가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국회 운영에 있어 민주당은 보다 과감하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가령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정국에서 이전에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통합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군소 야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단독 추진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다.

당장 16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나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놓고 제1야당과 입장차가 있으나 수적 우위로 입장을 관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7월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민주당 비례정당인 시민당이 상황에 따라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고 별도 교섭단체 구성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2명이 야당 몫인데 이를 노리고 별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민주당과 시민당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을 포함해 범진보 진영의 의석이 180석이 넘어갈 경우 국회선진화법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200석이 필요한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은 선거 참배를 둘러싼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 나오면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서울 종로에서도 패배한 황교안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렇게 되면 당 리더십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조기 전당대회 주장과 함께 당권과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국회에서는 수적 열세를 다시 절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쟁점법안 저지에 실패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 경우 통합당이 장외 투쟁 등 과격한 대응에 나서면서 국회에서 대치 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을 기대했던 군소 야당도 고전이 전망된다.

현재까지 지역구에서 1위를 하는 곳이 한 곳도 없는 가운데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목표에 훨씬 못미치는 성적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2016년 총선 때 탄생했던 제3당 체제가 붕괴하면서 국회도 양당 체제로 환원, 국회 운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세력이 없어지면서 민주당과 통합당간 '강 대 강' 대결이 일상화될 수 있다.

 '대선 전초전'인 이번 총선의 결과는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토대로 유리하게 풀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잠룡들은 생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최대 승부처서울·경기·인천 표심 민주당, 서울 27곳서 당선 예측

경합 16곳도 앞서는 곳 더 많아 경기지역도 59곳 중 37곳 우세

 

통합당은 초라한 성적표예상 강남벨트 6-인천 1곳만 앞서

공천 잡음 지휘부 불협화 세월호 망언등 영향 끼친 듯

 

전체 의석의 40%(121)가 걸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목표치인 90석을 넘어 100석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15일 저녁 615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1·2위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는 지역이 많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점차 민주당 후보 쪽으로 표심이 쏠리는 현상이 짙어졌다.

전체 의석이 49석인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40석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밤 1150분 기준 개표 현황에 따르면 총 42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이 앞선 지역구는 강남 벨트와 용산을 포함한 7곳뿐이었다.

미니 대선으로 불렸던 서울 종로는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57.5%로 통합당 황교안 후보(40.8%)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74.2% 개표율을 보인 동작을에서는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52.0%를 얻어 나경원 통합당 후보(45.3%)와 접전을 이어갔다. 최대 접전지로 분류돼 여당 지도부의 집중 지원을 받았던 광진을의 고민정 후보(51.9%)도 오세훈 후보(46.5%)를 앞서갔다.

통합당은 강남벨트를 수성하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이었다. 강남을과 송파갑, 송파을의 전현희, 조재희, 최재성 후보는 모두 출구조사에서 2위로 예측됐지만, 1150분 기준으로 박진, 김웅, 배현진 후보를 앞섰다. 강남벨트의 상징인 강남갑에서도 김성곤 민주당 후보는 태구민 통합당 후보를 210표 차로 바짝 뒤쫓았다. 통합당은 출구조사에서 2위였던 권영세(용산김선동(도봉을) 후보가 개표 중반까지 1위를 달린 데서 위안을 찾았다.

경기 지역도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출구조사 결과 전체 59석 가운데 37석이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1150분 기준 개표 현황에는 민주당 후보들의 이름 앞에 절반 이상 당선 확실표시가 붙었다. 통합당이 앞선 지역구는 12곳뿐이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에서 82석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35석을 얻었다.

13석이 걸린 인천에서는 11곳에서 민주당이 앞섰다. 통합당은 중구·강화·옹진에 출마한 배준영 후보가 50.8%로 선두를 달렸을 뿐, 나머지 지역에선 1위 후보가 없었다.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의 윤상현 후보는 밤 1150분 현재 41.5% 득표율로 선두를 지켰다.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급격히 쏠린 데는 선거 막판 불거진 차명진 통합당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모욕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선거판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조국 사태나 경제 문제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코로나 방역 성공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을 견인하는 흐름이 선거일까지 이어진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가장 지배적인 이슈인 코로나19에 대해 통합당은 우한 폐렴표현 말고는 마땅한 메시지조차 내지 못했다김종인 위원장이 뒤늦게 경제심판론을 꺼내들었지만,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이슈로 죽고사는 문제(코로나19)를 덮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짚었다. < 노현웅 기자 >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사무실에서 캠프 관계자들이 탄식을 내뱉고 있다.


대구·경북 이변은 없었다온통 분홍빛 물결

 25석 모두 통합당 싹쓸이

보수의 아성 더욱 견고해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단독 과반은 허락했지만,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아성티케이(TK·대구경북)에선 더욱 견고해졌다.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기며 두터운 지역주의에 균열을 냈던 이 지역은 이번엔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15일 투표시간 종료 직후 방송 3사가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통합당은 대구·경북의 25석을 모두 석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년 전 민주당은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나중에 복당한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을 당선자로 배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텃밭 투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는 37.8%의 득표율로 통합당 주호영 후보(61.2%)에게 크게 뒤졌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명실상부 여권의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피폐해진 보수층의 마음을 두차례 연속으로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인 대구 북을 홍의락 후보도 34.4% 득표율에 그쳐 상대 후보인 김승수 후보(62%)에게 큰 격차로 1위를 내줬다.

통합당 후보들은 대구 12개 지역구에서 고루 선전했다. 류성걸 후보(대구 동갑·70.6%), 김상훈 후보(대구 서·66%), 추경호 후보(대구 달성·68.5%) 등은 각각 상대방인 민주당 서재헌 후보(25.3%), 윤선진 후보(16.6%), 박형룡 후보(25.6%)를 크게 앞질렀다. 선거 막판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잇단 막말이 파문을 일으키며 더불어민주당이 180석까지 넘볼 수 있다는 여당 압승론이 돌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정통 보수 야당에 표를 몰아주는 결집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날 대구 지역 출구조사에서 통합당 후보가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분류된 지역구는 이인선 후보(39.5%)가 홍준표 무소속 후보(36.4%)와 맞붙은 수성을뿐이었다.

보수 유권자의 통합당 쏠림 현상은 경북의 농촌 지역으로 가면 더욱 두드러졌다. 경북 김천의 송언석 후보(82.3%)는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권역 내에서 가장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해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어 군위·의성·청송·영덕의 김희국 후보도 78.6% 지지율을 기록해 강부송 민주당 후보(20.3%)3배 넘는 격차를 보였다.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는 예상한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흐름은 이날 빠르게 치솟은 지역 투표율 추이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대구와 경북 지역 투표율은 각각 67%, 66.4%로 전국 평균(66.2%·오후 6시 기준)보다 높았다.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23.56%)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공포의 시나리오에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에 대거 투표소로 몰려나왔다는 해석이다. < 노현웅 기자 >

 

민주당, 호남 28개 선거구 사실상 싹쓸이전망

양향자·김성주, 천정배·정동영과의 리턴매치에서 설욕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광주지역 후보들이 15일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윗줄 동남갑 윤영덕·동남을 이병훈·서구갑 송갑석·서구을 양향자 후보. 아랫줄 북구갑 조오섭·북구을 이형석·광산갑 이용빈·광산을 민형배 후보.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28개 선거구 대부분을 싹쓸이하며 고토를 되찾았다. 4년 전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주며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호남의 귀환이 이번엔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해준 모양새다.

15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국방송>(KBS)이 예측한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전북 28개 선거구 가운데 전북 남원·임실·순창 1곳을 뺀 27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전남·북에서 이정현(전남 순천), 정운천(전북 전주을) 두 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는 듯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보수정당 후보 중 민주당 후보와 경합을 벌인 후보조차 없었다. 국민의당에서 갈라져나온 민생당 후보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후보들도 대부분 쓴잔을 마셨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에선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이 8곳을 모두 석권했지만 이번엔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큰 득표율 차이로 민생당 등 상대 후보들을 따돌리고 있다.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송갑석(광주 서갑) 후보를 뺀 7명의 민주당 후보가 모두 초선의원에 도전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민생당 중진 의원들을 크게 눌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시절 직접 영입한 뒤 고졸 학력 삼성전자 상무로 화제를 모았던 양향자 후보(광주 서을)는 민생당 소속 6선 의원인 천정배 후보와의 리턴매치에서 설욕할 수 있게 됐다. 출구조사에서 양 후보는 73.8%의 득표율로 20.9%에 그친 천 후보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갑에선 윤영덕 민주당 후보가 71.4%의 득표율로 4선에 도전한 장병완 민생당 후보(26.0%)를 눌렀고, 광산갑에선 이용빈 민주당 후보가 76.9%4선의 김동철 민생당 후보(13.1%)를 앞질렀다.

지난 총선에서 담양·함평·영광·장성 한 곳에서만 민주당 후보(이개호)의 당선을 허락했던 전남 10개 선거구에서도 민주당의 압승이 유력하다. 특히 목포에선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지낸 김원이 민주당 후보가 관록의 박지원 민생당 후보를 제칠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에서 김 후보는 48.7%의 득표율을 보여 관록의 박 후보(38.4%)보다 10.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하 정의당 후보는 11.2%의 득표율을 거뒀다.

전북의 경우 그동안 여론조사에선 국민의당 출신의 두 무소속 후보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군산의 무소속 김관영 후보는 신영대 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져 무소속의 높은 벽을 재확인했다. 김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35.5%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신 후보는 60.8%를 기록했다.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국민의당 출신 이용호 후보는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지낸 이강래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경합을 벌였다. 전북 선거구 10곳 가운데 9곳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전주병의 정동영 민생당 후보(34.8%)도 현 정부에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성주 민주당 후보(64.1%)에 크게 뒤져 4년만의 리턴매치에서 지역구를 내놓게 됐다. < 엄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