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선사고등학교 2학년4반 학생들이 제86회 ‘학생의 날’ 기념행사에서 손도장을 찍은 태극기 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 선언문을 쓰고있다.


박근혜 정부, 교과서 국정화 속전속결 고시

거센 후폭풍‥ 격돌 2라운드


박근혜 정부가 11월3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86년전인1929년 11월3일은 광주고보 학생들이 거리시위를 벌이며 3.1 운동 이후 최대의 항일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이승만 정권에서 1953년 학생의 날로 제정됐으나, 197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폐지되었다가 1984년 들어서야 국가기념일로 부활된 날이다.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고시강행은 진보·보수 이념과 상관없이 여론이 반대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음에도 무조건 2017년엔 학생들 손에 국정 교과서가 들리게 한다는 선포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를 ‘역사 쿠데타’로 규정한 학계·교육계·시민사회·야당과의 ‘국정화 전쟁’ 2막이 시작된 양상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을 확정 고시했다고 밝혔다. 황우여 부총리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총리는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해 가며 “전국에 약 2300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전체,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정부 발표와 비슷한 시각,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내며 현행 검정 교과서 검정 과정을 총괄했던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8종 교과서는 모두 중도 또는 우파 성향이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각계각층의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도 줄을 이었다. 기독교 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성명을 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그 자체가 이미 역사적 사건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가르칠 뿐 아니라 오늘날 일어나는 역사를 가르칠 것이며,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오늘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기자회견이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에선 퇴직 교사 656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등이 연이어 나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청소년 단체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는 이날 저녁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켰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방송인 김제동씨 손에 들린 팻말에 쓰였던 이 말이 이날 SNS에 하루종일 퍼져나갔다.
< 전정윤 김미향 기자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COREA 2015. 10. 23. 15:40 Posted by SisaHan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00차 정기 수요시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00차 정기 수요시위가 10월14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1992년 1월 8일 첫 집회가 열린 지 24년만이다.
노란 나비 날개를 등에 메고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이용수 할머니가 단상에 올라 환한 웃음으로 참가자들을 맞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매주 주관 단체를 신청받아 시민들이 스스로 집회를 이끌도록 문을 열어왔는데, 이날은 특별히 할머니들이 꾸리는 수요시위로 준비한 것이다.


무대에 오른 김복동 할머니는 인사말을 통해 “세상이 나고 이렇게 길게 수요집회를 (오래)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일본이 빨리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수요집회를 끝내서, 하루라도 빨리 다리 뻗고 잠잘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집회 도중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촉구하는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품은 노란 나비가 날아올랐다. 지금까지 수요시위에 참가한 할머니들의 사진이다. 서른 한 장 사진 속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지병으로 입원해 현장에 나오지 못했다.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위로하듯 진지한 눈빛의 청소년과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준엄히 일본을 꾸짖었다. 그 외침 끝 한 소녀가 단재 신채호의 금언이 쓰인 손팻말을 단단히 고쳐 쥐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이정아 기자 >



65년의 기다림, 짧은 만남

● COREA 2015. 10. 23. 14:55 Posted by SisaHan

그리웠던 아버지! 내 딸아! - 20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1회차 단체상봉행사에서 남쪽 이정숙(68)씨가 북쪽 아버지 리흥종(88)씨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남북 96가족 금강산서 눈물범벅 상봉

남과 북 이산가족이 20일 금강산에서 60여 년만에 꿈같은 재회를 했다.
이날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1진 행사에 참가한 우리측 상봉 대상 96가족, 389명은 오후 3시 금강산에 도착해 첫 단체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에서 북쪽 가족을 만났다. 남쪽 상봉단은 오후 2시50분부터 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을 기다렸다. 기대와 긴장이 뒤범벅된 10여분의 적막을 가르며 북쪽 노래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왔다.


모두의 눈길이 입구로 쏠렸다. 북쪽에서 상봉자 본인과 동반 가족을 포함한 141명이 나와 우리쪽 가족과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 안았다.
“저인가?” “아니야.” “오셨나봐!” “한번에 알아보시네.” “살았어, 살았어!” “누나 왔다, 누나 왔어!” “우리 아버지 맞아… 우리 아버지구나.” 짧은 외침과 긴 탄식이 엇갈리며 여기저기서 눈물을 뿌렸다. 너나없이 부둥켜안고 어루만졌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눈물과 탄성으로 출렁였다. 남쪽에서 휴전선을 넘은 96가족 누구 하나 애달픈 사연 없는 이가 없었다.
이어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우리쪽 주최 환영만찬에서 음식을 함께 먹으며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가족의 정을 나눴다.


2시간여 단체상봉의 마무리는 길고 어려웠다. 22일 금강산을 떠날 때까지 여러 차례 다시 만날 줄 알면서도 다시는 못 만날 사람처럼 손을 놓지 못했다. 해묵은 그리움과 미안함이 너무 커서다.
이들은 저녁 7시 다시 만났다. 남쪽이 면회소에 마련한 ‘환영만찬’ 자리다. 눈물바람 사이로 웃음이 도드라졌다.
< 신소영 기자 >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각계 원로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국제회의장에서‘국정교과서 사태에 즈음한 시민사회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활동가 등 각계 인사 620명과 305개 단체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획일화와 위험한 역사왜곡을 강요하는 국정 교과서 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국선언에는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신호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에는 현대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하는 전체주의적 기획이 깔려 있다”며 “이는 과거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치하 소련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역사 교과서에서 ‘단 하나만의 해석을 강요하려는 시도’는 역사 해석의 무오류성을 전제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역사 해석에 대한 통제를 권력을 통해 관철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왜곡된 역사 해석을 선전과 선동을 통해 대중 사이에 확산한 독일 나치가 가져온 역사적 폐해로 얼마나 오랫동안 전후 독일사회가 괴롭힘을 당했는가를 보아왔기에,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전체주의적 발상에 전율하고 있다”며 “역사해석의 다양성이 곧 민주주의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정 교과서는 전체주의의 시작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를 위시한 외국 언론들은 ‘일본과 한국 모두 교과서를 고치려는 위험한 시도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부인하려는 위협’임을 지적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간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눈부신 성과를 통해 한국이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박근혜 정부가 갉아 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국정교과서’라는 글씨가 적힌 천으로 눈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