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김정은 약점’ 등 체제비판 담겨
남쪽 생활상·날씨 등 곁들여
방송효과 놓고 의견 엇갈려

북한이 지난 20일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포격의 빌미로 삼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른바 ‘최고존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약점 등 체제비판성 내용과 함께 남쪽의 생활상이나 날씨 등의 내용을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의 효과에 대해선 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갈린다.

군은 지난 4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폭발로 장병 2명이 큰 부상을 입자, 10일부터 연천과 파주 등 2곳에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심리전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는 전방 지역 11개 사단에서 1곳씩 모두 11개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하고 있다. 군에선 확성기를 소리가 잘 퍼져나가는 높은 곳에 설치해놓아, 북에서 타격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군 관계자는 21일 “전날 북한이 쏜 고사포가 확성기에서 870m 정도 떨어져 지나갔다. 조준사격은 아니었지만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이 운용중인 대북 확성기는 디지털방송 방식의 가로 4m, 세로 3m 크기인 500와트 고출력 스피커 40여개로 구성돼 있다. 낮에는 방송이 10㎞ 이상 퍼져나가 개성공단까지, 밤에는 24㎞까지 소리가 들린다. 현재는 비정기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북쪽에서도 지난 17일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구형이라 남쪽에선 내용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대체로 김정은 제1비서를 포함한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남북한 소식, 세계정세, 북한 날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에서 제작한 ‘자유의 소리’ 방송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담은 내용도 들어 있다. 여성 탈북자 1명도 방송에 참여해 탈북 경험담과 남쪽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북쪽 날씨 정보를 방송하는 것은 남쪽의 정확한 일기예보를 토대로 북쪽 군인이나 주민들이 빨래를 걷는 등 실생활에 도움을 받음으로써 남쪽 과학기술의 우월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군이나 보수단체 등에선 북쪽이 대북 방송 열흘 만에 포격을 해오는 등 도발하는 것 자체가 대북 방송이 북한군의 전투 의지를 꺾고 체제 이완을 강화하는 등 대북 심리전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본다. 반면, 대북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실제 효과를 고려할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포격 이유는 대북 심리전 효과 때문이 아니라 체제 모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대북 심리전으로 북한 주민·병사들이 조직적으로 탈북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광복 70주년을 앞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감방 앞에서 헌화를 한뒤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 있다.


“훈격 낮고, 예산 없다” 안 보내
“정부 의지 있다면 가능” 지적 나와
유 열사 훈격 상향조정 움직임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의 추모제에 대통령 이름의 꽃을 한 번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열사의 훈격이 대통령 헌화를 받을 수 있는 등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 열사의 공훈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인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을 위해서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슬픔’이란 유언을 남기고 모진 고문 끝에 옥사하신 유관순 열사 추모제에 대통령 (이름의) 꽃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예산이 없다고 안 보내고 있다”며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 지 95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 열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에 체포돼 모진 고문 끝에 1920년 9월28일 옥사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여성가족부 장관, 보훈처장 등에게 헌화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후속조처가 없었다”며 “국회의원의 장인·장모 등 나라를 위해 아무 한 일도 없는 사람들의 상가에는 대통령 이름의 꽃을 보내는 걸 보면, 이는 예산 문제 이전에 정부의 인식과 관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 열사에 대한 훈격 조정도 필요하지만, 헌화는 훈격과 무관하게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관순 열사의 건국훈장 훈격은 3등급(독립장)이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국가 수립에 뚜렷한 공을 세운 이에게 정부가 내리는 훈장으로 훈격은 그 훈장의 등급을 말한다.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안창호 선생 등의 서훈이 1등급(대한민국장)이고, 신채호 선생이나 이봉창 의사 등이 2등급(대통령장)이다. 대통령 헌화는 2등급 이상이 대상이다. 유관순 열사의 훈격은 1962년 결정됐으며, 현행법상 한번 결정된 훈격은 바꿀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훈격 조정을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은 지난 10일 역사적 평가가 부족한 서훈자들을 재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 의원은 “유관순 열사의 훈격은 국민적 인식과 평가 등에 비춰볼 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역사적 평가에 상응하는 훈격이 서훈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경욱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4일 밤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남재건축총회 참석자들 국비지원에서 제외돼
‘메르스 대응’ 둘러싼 정부-서울시 갈등의 연장


서울시가 자가격리 조치했으니 생계비도 서울시가 알아서 지원하라?’

정부가 35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간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 자가격리 조치된 이들에 대한 생계비는 지원하지 않기로 해 서울시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서울시의 결정이니까 서울시가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정부 역할을 위임받아 행한 조치로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국회 통과된 정부 추경예산안에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에 대한 긴급복지비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다른 격리자들과 동일하게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긴급생계비 지원 논란은 지난 6~7월 메르스 대응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벌인 갈등의 연장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난 6월4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35번째 메르스 확진자가 참석한 행사에 1500여명의 수도권 주민이 다녀간 사실을 공개하며 시 결정으로 참석자들에 대한 자가격리 조처에 들어갔다.

정부는 메르스 감염 경로, 병원 정보 등에 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다 비판에 직면했고, 서울시의 긴급 브리핑 뒤 기조를 크게 바꾸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자가격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시도·군·구가 감염 의심자를 입원 또는 격리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규정(49조)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문제는 국가재난 수준으로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 자가격리자에게 국가가 긴급생계비를 일괄 지원하면서, 서울시가 자체 통보한 자가격리자는 제외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는 27일 “지난 6월1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입원·격리자에게 소득재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1개월분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가 6월19일 자자체에서 별도로 격리 조치한 경우 전액 지방비로 지원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일관성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선 6월1일 “더 이상의 확산과 지역 사회로의 전파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합동대책반이 총력대응하고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조해서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서울시는 6월9일부터 자체 격리자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 방침을 밝혔고, 이후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 격리조치된 1298명에게 8억8600만원을 예비비로 지원했다.

서울시는 “가집행된 금액 가운데 시구 자체 지원비를 제외한 7억10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시·도에 가택격리 결정권한이 동시에 부여된 것이라 정부가 이를 차별해 (생계비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가운데는 경기도민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인택 기자>



18일 낮 12시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의 한 야산 중턱에서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45)씨가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임씨의 차량.


“해킹 대상 선정은 직접 안해”
4월 인사 발령으로 팀 옮겨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는 민간인 해킹 논란을 일으킨 아르시에스(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고 지난 4월까지 해당 팀에서 이를 사용해 활동한 사이버안보 전문가로 알려졌다.

국정원 출신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19일 브리핑에서 임씨에 대해 “전북 이리(현 익산)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북의 한 대학 전산과를 졸업한 뒤 20년간 사이버안보 분야에서만 일해온 직원”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구매하고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임씨가) 직접 해킹 대상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담당 파트에서) 대상을 선정해서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에 심는다든지 하는 기술자였다”고 말했다.

임씨는 아르시에스 운영팀 직원으로 일하다 지난 4월 승진과 함께 다른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최근 해킹 논란이 불거지자 자살하기 직전까지 나흘간 매일 밤을 새면서 과거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왔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임씨는 사건 당일인 18일에도 ‘출근한다’며 오전 5시께 집을 나섰으나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자 동료들이 가족에게 연락했고, 임씨의 부인이 이상을 감지하고 119에 신고했다.

이 의원은 임씨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고 한다”며 “딸 둘 가운데 큰딸은 사관학교에 입학했고, 둘째는 고3으로, 가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주변에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