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소장 의문사근거없이 배후설·타살설 주장

자살 결론 내놓고 부실조사도 넘은 의혹 제기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쉼터를 운영해온 손영미 소장의 죽음에 대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뒤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이어왔다. 그의 행태는 과거 공안검사 시절 자살방조라는 음모론에 기반해 무고한 시민을 처벌한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 사건’(1991) 수사팀에 참여한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

곽 의원은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손씨가 숨졌을 당시의 정황을 언급하며 경험이나 상식에 비춰볼 때 사망까지 이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찰에서 손 소장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의문사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사건에 배후가 있음을 암시하는 음모론을 펼쳤다. 현재 손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파주경찰서의 배용석 서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 책임자를 교체해서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타살의 혐의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증거를 모두 수집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도 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국과수 관계자도 현장에 왔다. 현장의 흔적이나 끈의 흔적 등 모든 내용을 봤을 때 자살이라는 소견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곽 의원 쪽이) 법의학 전문가들에게 먼저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곽 의원은 앞서 10일에는 손씨와 관련해 119에 처음 신고한 이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서인 점을 들어 음모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119에 녹음된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곽 의원과 같은 당의 조수진 의원은 신고자가 복수 표현인 저희가를 썼다윤 의원이나 정의연 쪽 인사들이 증거인멸, 사전모의 등을 위해 고인과 연락을 취하다가 찾아간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시 녹취록을 보면 신고자는 아는 분이 지금 몇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 차도 집 앞에 있어서 집 안에 있을 거라고 추정이 되는데 지금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굉장히 걱정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고자는 오랫동안 정의연에서 일해온 활동가 출신으로 당일 옛 동료들과 함께 연락이 안 닿는 손씨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곽 의원은 극우 성향의 유튜버 및 보수언론과의 상호작용으로 음모론을 유포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극우 유튜버들에게 음모론의 단초를 제공한 뒤 그들이 음모론을 제기하면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보수언론이 이를 퍼뜨려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곽 의원은 손씨가 숨진 지 이틀 뒤부터 언론 등을 통해 슬그머니 음모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손씨가 숨진 당일 밤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 소장을 언급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했다. “같은 날 밤 손씨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그는 윤 의원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손씨와 연락을 한 적이 있는지 등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해 어떤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씨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윤 의원의 비서, 정의연 관계자 등이 손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의 일로, ‘추모의 성격이 커 보인다.

이런 주장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커뮤니티 등에서 음모론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곽 의원의 주장은 그럴듯한 의혹으로 포장됐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을 했을 것’(8)이라는 수준의 주장에 보수언론이 반응하자, 급기야 이날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타살설에 가까운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반면 곽 의원은 손씨가 검찰 수사에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검찰에서는 고인을 조사한 사실이 없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혀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의연 쪽은 손씨가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고 증언한다. 지난 10일 손씨의 장례 절차가 끝나자마자 검찰이 신속하게 그의 휴대전화 등 유품을 경찰에게서 압수수색한 것은, 손씨가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검찰이 정의연 관련 수사에서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곽 의원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댓글까지 언급하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유가족이라고 하는 분이,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후에 손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은행계좌에다가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해온 걸 알게 되어,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댓글을 쓴 이는 생존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가족이지만 근거를 갖고 쓴 것은 아닌 걸로 전해졌다. 길 할머니의 가족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해당 글을 보고 깜짝 놀라서 (글을 올린 이에게)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 배지현 엄지원 기자 >

곽상도, 29년전 유서대필 사건강압수사강기훈 씨에 사과 안해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의 죽음과 관련해 무차별적 의혹을 제기하며 11일 논란의 중심에 선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지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1991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수사팀에 참여한 검사로 강압수사를 벌였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검찰은 1991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한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의 유서를 강기훈씨가 대신 써줬다는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재심 결과 강씨는 2015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8년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곽 의원은 단 한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

곽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등 논란이 일자 지난달 25일부터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아 정의연 저격수로 나섰다. 그는 윤미향 의원의 딸 미국 유학 비용, 윤 의원 가족의 주택 구입 비용 출처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으며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앵벌이 시켜서 돈을 벌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정의연과 윤 의원을 거칠게 비난해왔다.

죽음마저 정치 공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곽 의원의 모습에 정치권은 우려와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전날 손 소장의 죽음과 관련한 ‘119 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뚜렷한 근거 없이 타살 의혹을 제기하자 당내에서도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상규명 티에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의혹만 제기하는 건 티에프의 역할이 아닌데 안타깝다. 곽 의원 개인 입장으로 봐달라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이런 주장을 공식적으로 당이 하면 부담스러우니 티에프에서 총대를 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회견은 티에프 위원들도 동의해준 적이 없다며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성급하게 죽음의 원인을 규정하는 데 대해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곽 의원은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며 타살 가능성을 유포하고 있으니 비통한 심정이다. 희박한 근거로 음모론을 퍼트리는 행위는 반드시 규탄받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 김미나 김원철 장나래 기자 >

윤미향, 곽상도 향해 고인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아달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1일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과 관련해 무차별한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사망 경위를 자세히 언급하며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미향 의원실은 이날 윤 의원 페이스북 통해 최근 곽상도 의원은 고인의 죽음을 의문사’, ‘타살등으로 몰아가고 있다최초신고자가 윤미향 의원실 비서관이라는 이유로 윤 의원에게 상상하기조차 힘든 의혹을 또다시 덮어씌우고 있다. 이도 모자라 이제는 고인에게마저 부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고인을 죽음을 이르게 한 것은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서 비롯된 것일진대, 이는 다시 한 번 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 당시 119에 신고한 최초신고자는 윤미향 의원실 비서관이 맞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비서관이 왜 신고자냐는 물음을 던지지만, 이는 고인과 비서관, 윤 의원의 끈끈한 자매애를 모르고 하는 허언에 불과하다“16년 세월 동안,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가족이 최근 상황으로 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하고 수면제를 복용해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냐고 말했다. “6일 당일 오후 연락이 닿지 않아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다. 최근 심적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인의 집에 찾아가 보자는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119에 신고했으며, 결국 고인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이라며 고인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 서영지 기자 >

손영미 소장 죽음에 도 넘은 음모론펼친 곽상도

[한겨레신문 사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의 죽음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손 소장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하게 암시했다. 하지만 곽 의원이 제시한 근거들은 빈약하기만 하고, 논리 비약도 심하기 이를 데 없다. 적어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려면 충분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고인을 욕되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게 된다.

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손 소장이 발견될 당시 자세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어렵다며 사실상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1차 부검까지 마친 뒤 타살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곽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의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곽 의원은 또 손 소장이 숨진 날 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스엔에스에 손 소장에 대한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우연의 일치일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글과 손 소장의 죽음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윤 의원이 글을 올린 시각은 손 소장이 숨진 이후다. 선후 관계부터 틀렸다.

곽 의원은 어느 인터넷 기사에 위안부 피해자 유가족이름으로 올라온 댓글을 들어, 손 소장이 할머니 계좌에서 거액을 빼내 돈세탁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비리를 덮으려는 과정에서 죽음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댓글 내용의 신빙성을 검증하지도 않은 채,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이에게 파렴치범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할 도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작 당시 곽 의원이 수사팀 검사였고, 국과수가 강씨 필적 감정을 조작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곽 의원은 아직까지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이제 와서 손 소장에 대한 국과수 부검에 의혹을 제기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2017위안부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을 강화하는 법률에 반대표를 던진 그가 미래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티에프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곽 의원은 근거 없는 주장을 거두고, 어울리지도 않는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기 바란다.


목사 부부가 모시겠다요양사도 거주하며 돌볼 예정

손 소장은 어머니 딸 같은 분마포 쉼터, 8년만에 공가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로 2012년부터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생활해온 길원옥(92) 할머니가 11일 쉼터를 떠나 양아들 황선희(목사)씨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정의연과 황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길 할머니는 이날 오전 쉼터를 찾아온 황씨를 따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황씨 집으로 이동했다. 쉼터를 운영하며 길 할머니를 돌봐온 손영미 소장이 지난 6일 숨진 뒤 황씨가 정의연 쪽에 길 할머니를 직접 부양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길 할머니는 처음엔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황씨가 찾아오자 함께 길을 나섰다고 정의연 쪽은 전했다. 정의연 쪽은 길 할머니가 당뇨 등을 앓고 있어서 건강이 많이 염려된다고 했다.

길 할머니의 새 거주지는 지하 1층이 교회, 지상 1층은 교육관’, 2층은 황씨 가족이 생활하는 주택이다. 길 할머니는 1층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황씨는 전했다. 이날 오후 <한겨레>가 교육관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길 할머니는 16.5(5) 남짓한 방에 놓인 환자용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이 방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쓰인 곳이다. 길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24시간 길 할머니를 돌볼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옆방에 거주하기로 했다고 한다. 황씨는 손 소장님도 돌아가셨고, 때가 돼서 모시고 왔다. 어머니(길 할머니)는 이 집에는 처음 오시지만, 아들 집으로 모셔가겠다고 했더니 우리 집에 간다며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황씨는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잘 모른다다만 어머니와 여기서 잘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부인은 그동안 어머니의 계좌 등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하나도 몰랐는데, 아무래도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손 소장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손 소장은 어머니의 딸 같은 분이었다.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우리집2012년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명성교회로부터 사용권을 기부받아 조성한 쉼터다. 길 할머니를 비롯해 고 김복동·이순덕 할머니 등이 생전에 이곳에 살았지만, 이날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 됐다. < 채윤태 강재구 기자 >

길원옥 할머니가 새로 살게 된 황선희 목사가 운영하는 인천 연수구 교회 교육관.

양아들 황아무개 목사가 11일 아침 모셔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로 그동안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생활해온 길원옥(92) 할머니가 11일 아침 쉼터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길 할머니의 양아들인 황아무개 목사가 길 할머니를 모셔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황 목사는 이 쉼터를 운영해온 손영미 소장이 숨진 뒤 길 할머니를 모셔가 직접 부양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길 할머니는 처음엔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날 아침 황 목사가 짐을 실어갈 차량과 함께 도착하자 길을 나섰다고 한다. 정의연 쪽은 할머니와 아드님의 뜻을 막을 순 없지만, 할머니가 당뇨 등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셔서 건강이 많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평화의 우리집에 있는 동안 길 할머니는 손 소장과 두 명의 요양보호사, 정의연 활동가 등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다.

인천의 한 교회에서 목회 활동중인 황 목사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 강재구 기자 >


4년만에 최종심, 대법원승계작업이재용 뇌물 등 인정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비선실세였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형량이 징역 18,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여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201611월 구속기소된 뒤 4년 동안 다섯 번의 재판 끝에 나온 결과다.

대법원 2(주심 안철상 대법관)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형량을 원심대로 확정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징역 4년에 벌금 6천만원형이 확정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50여개 대기업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그룹 현안 해결등을 대가로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201611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서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용 말 3마리를 지원받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200억여원을 받은 혐의(뇌물죄)도 샀다.

최씨는 1·2심에서 모두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뇌물죄는 인정하면서도 최씨가 전경련과 대기업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한 행위는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14일 파기환송심은 형량이 2년 줄어든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고 대법원 재상고심은 이를 확정했다.

한편, 지난 9일 옥중에서 회고록(<나는 누구인가>)을 발간한 최씨는 검찰과 특검의 강압 수사를 비판하며 언젠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날이 오면 재심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 장필수 기자 >


교류협력법 위반 남북정상 합의 위반 접경지 주민 생명안전 위험

                        

통일부는 10일 북한이탈주민단체(탈북민)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큰샘’(대표 박정오)이 전단·패트병을 북쪽에 보낸 행위를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미승인 반출로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고발)하고, 법인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대북전단과 관련한 정부 대응의 무게중심을 기존의 처벌 없는 단속에서 처벌을 통한 원천 차단으로 옮기겠다는 선언이다.

북한 당국이 남북 사이 모든 직통 연락선을 차단하며 대남 강경 기조로 돌아선 직접 원인인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 차단해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고,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대북전단·패트병 살포 관련 정부 입장을 통해 정부는 오늘(10)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상기 대변인은 두 단체가 대북전단 및 패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으며 남북 정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경찰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한 사례가 있지만,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교류협력법 위반으로 판단해 사법적 처벌 절차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교류협력법은 물품 등을 북쪽으로 반출하려면 사전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13), ‘미승인 반출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271). 역대 정부도 경찰관직무집행법(51) 등을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원천 차단에 한계가 있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속에 이전과 달리 교류협력법을 적용하기로 판단한 핵심 이유로 20184·27 판문점선언에 따른 사정 변경을 들었다. 4·27 판문점선언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21)를 명시하고 있다.

앞서 20162월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신체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국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북전단 처벌 통한 원천차단남북관계 경색에 강경 전환

통일부가 10일 전단과 페트병을 북쪽에 보내온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두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를 실정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건, 정부의 대북전단 대응 기조 전환 선언이다. ‘처벌 없는 단속에서 단속과 처벌, 원천 차단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 처벌의 근거로 내세운 법률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이다. 교류협력법은 131항에서 물품 대북 반출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27조에서 미승인 반출은 징역(3년 이하) 또는 벌금(3천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북전단에 교류협력법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사정이 있다. “전단 살포는 북한의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교역에 해당하지 않아 통일부 장관의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명박 정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 통일부가 그동안 교류협력법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처벌하려는 의원입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배경이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교류협력법을 위반한 미승인 반출로 판단해 처벌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의 10일 발표를 두고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의 비판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속·처벌에 교류협력법을 적용하겠다고 법률 유권해석을 바꾼 사정 변경사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들이 밝힌 사정 변경사유는 전단을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를 명시한 4·27 판문점 선언 접경지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이유로 국가(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가 적법하다고 한 대법원 판결(2016225) 대북전단을 매개로 한 남북 사이 전염병 전파 우려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 라디오·달러·유에스비(USB)·쌀까지 담아 보내는 전단 살포 방식의 다양화·대규모화 등이 그것이다.

사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단속·처벌해야 한다는 법률가들의 지적은 전부터 있었다. 예컨대 김하중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던 201410월 언론 기고문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교류협력법상 통일부 장관 승인 사항이라며, 미승인 살포 행위를 단속·처벌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유기죄(형법 122)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대북전단은 교류협력법에 따라 반출 때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광고물 또는 인쇄물에 해당(통일부 고시 2012-2호 등)한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법인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두 단체는 통일부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이다. 민법은 특정 비영리법인이 공익을 해치거나 설립 목적 밖의 활동을 하거나 허가 조건을 어겼을 때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정부의 통일정책 추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의 활동을, 큰샘은 탈북청소년 지원을 내세워 설립 허가를 받았다두 단체가 이를 어겨 허가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박정오 큰샘 대표는 친형제 사이인 탈북민이다.

통일부의 이런 정책 기조 전환엔 정부와 접경지역 지자체·주민의 제지·반발에도 한국전쟁 70돌인 26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살포하겠다고 공언해온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막무가내식 태도와 북한 당국의 반발 등이 두루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통일부의 10일 발표는 청와대 등 관계부처의 조율을 거쳐 이뤄졌다. 범정부 차원의 기조 전환인 셈이다. 대북전단 살포 단속·처벌 방침을 둘러싼 국내 논란의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더라도 4·27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강조해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고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연일 항의 군중집회 등을 조직하고 이를 <노동신문>에 닷새째 대대적으로 보도해온 북한 당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 해당 탈북민 단체의 주요 이동 지점인 경기도 파주·연천지역 36곳에 5개 중대(400), 강화에 2개 제대(60) 등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