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120남북갈등 이슈 대북 전단역사

2014년 연천 실제사격.. 접경지 주민들 온몸으로 저지

 

수십만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4일치 <노동신문>에 실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의 엄포이튿날 북한 통일전선부도 남쪽에서 (대북전단 제재)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질쏘냐,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곧바로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25일께 대북전단 100만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실제 전단이 살포되는 경기도 파주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단살포를 온몸으로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16일에는 북한군 인민군 총참모부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하겠다며 남쪽을 향해 삐라를 살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도대체 삐라가 뭐길래, 최근 남북관계 뉴스를 도배하는 키워드로 떠오른 걸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를 소개했다.

대북전단 둘러싼 남북 합의와 갈등의 역사

접경지역에서 풍선 등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단 뒤 남북이 심리전의 일환으로 각자 주장을 담은 전단을 상대 쪽으로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전단 살포로 갈등이 잦아지자 남북은 19919월 남북한의 유엔(UN)에 동시 가입한 뒤 그해 12월 체결한 상호 체제 인정과 상호불가침, 남북한 교류 및 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13)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200464일 고위군사회담을 열고 서해 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서 31조는 쌍방은 20046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고 약속했다.

남북 당국의 합의대로 2000년대 들어 정부 차원의 전단 살포는 중단됐지만, 탈북자단체 등 민간에 의한 살포는 지속됐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전단살포가 확대되자 북은 대북전단 살포는 전쟁행위라며 조준사격 등을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2011227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쪽단장은 국방부에 전화통지문을 통해 심리전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 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 조준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란 것을 정식 통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 323일 보수단체가 백령도에서 천안함 1주기를 맞아 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심리전은 전쟁행위라며 조준사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410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전단 풍선을 날리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한 탈북자의 선글라스에 비쳐보이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고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4년에는 대북전단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그해 9,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파주시 통일동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히자 북은 도발 원점을 초토화하겠다며 거듭 경고했으나 전단 살포는 강행됐다. 같은해 1010일 정부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 살포를 강행했다. 또 다른 탈북자단체는 같은 날 오후 4시 경기도 연천군의 한 야산에서 대북전단 132만장을 담은 기구를 띄웠다.

계속된 전단 살포는 무력충돌로도 이어졌다. 북은 이날 전단을 담은 기구를 향해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방면으로 14.5고사포를 발사했다. 중면 면사무소에 총탄이 떨어지자 국군이 K-6 중기관총 40여 발을 북 GP를 향해 대응 사격해 남북은 2010년 비무장지대 총격전 이후 4년 만에 육상에서 무력충돌을 겪었다. 군은 연천군 일대에 전시경보인 진돗개 하나'를 발동했으며, 연천지역 주민 60여명이 대피하고 민통선 출입이 한동안 봉쇄돼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2018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공동선언 21항에서 “5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약속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경찰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탈북자단체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북전단 접경지역서 최소 2천만장 살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대북전단 살포 현황'을 보면, 대북전단은 지난 10년 동안 최소 2천만장 이상이 북을 향해 살포됐다. 통일부는 탈북민단체 등이 언론에 살포 사실을 공개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8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9239천장의 전단이 살포됐다고 파악했다. 이 가운데 38번은 살포량이 집계되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전단이 살포됐을 수도 있다. 경찰은 같은 기간 동안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이유로 12차례 전단 살포를 제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별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3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8차례 이뤄졌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한차례만 관련 조처가 취해졌다.

부르는 호칭은 전단이지만, 실제 내용물은 진화하고 있다. 2012년부터 탈북민단체들은 전단뿐 아니라 남한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영상과 컵라면, 1달러 지폐, 소책자 등 물품도 함께 날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의 경우 과거에는 DVD로 보냈지만, 최근에는 이동식 저장장치(USB)나 외부저장공간(SD카드) 등으로 바뀌었다. 재료와 제작 기술도 진화를 거듭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05년부터 대형풍선에 헬륨 대신 수소를 넣어 한번에 5만장 이상 전단 살포를 가능하게 했고, 물에 젖거나 썩지 않는 필름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기계식 타이머장치를 도입하고 전단 살포용 풍선 규격에 맞춰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사이 갈등 격화로 이어진 것은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08년부터다. 자유북한연합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81차례 대북 전단을 보내 전체(116차례)70%를 차지했다. 2003년부터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대북 풍선단이민복 대표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박상학 대표가 2008년부터 뛰어들면서 보여주기 식으로 강행해 사회 갈등만 부추겼다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15전쟁 불찌(불씨)를 날리는 정신병자제목으로 20154월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내보냈던 영상물을 재방송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 불씨를 날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메아리>) 본사 편집국은 조국과 민족을 배신하고 달아나 삐라살포 책동의 맨 앞장에서 제일 악질적으로 놀아대는 천하 역적 박상학놈의 죄행과 그것을 방치하고 돈까지 뿌려주는 적대 세력들의 정체를 까밝히기 위해 다시 내보낸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렇게 보낸 실제 전단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풍향을 고려해 날려보내도 북한 지역에 떨어지는 비중이 낮은 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산지에 떨어지고, 주민 손에 들어가더라도 소지만으로도 강하게 처벌받을 수 있어 선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인 홍강철(47)씨도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풍선이 북한에 제대로 가기나 하는가. 강화도 석모도에 떨어지고라며 “‘남한 사회가 이렇게 발전했다’, ‘경제 대국이다’, ‘카에티엑스(KTX)도 달리고 에스티알(STR)도 달린다고 하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런 것 다 알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부터 남한 드라마가 중국을 통해 들어와서 다 봤다고 말한 바 있다.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최종환 경기 파주시장이 14일 오후 파주 통일동산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평화통일 문화제에 참석해 행정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봉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파주 주민·지방정부 평화가 삶살포 방관 못해

보수단체와 탈북민단체는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돼 막을 명분이 없을뿐더러 북한 인권개선 운동을 위해서도 필요한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과 접경을 맞대고 사는 파주지역 농민·상인·주민들은 접경지역의 평화가 담보될 때에만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파주시 이장단연합회, 임진강 상인연합회, 겨레하나 파주지회 등 파주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오후 5시 파주 장준하공원에서 대북전단 반대 접경지역 주민·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성명을 통해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지난 912시를 기해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통신시험연락선 등이 모두 끊어졌다. 파주가 20184·27 정상회담 이전의 전쟁위험지역으로 뒤돌아 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국회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신속하게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안재영 겨레하나 파주지회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은 평화가 곧 삶이다. 우리의 생존을 송두리째 흔들려는 극소수 단체의 배를 불리기 위한 대북 전단 살포를 방관만 할 수 없다“25일 대북전단을 파주지역에서 날리면 온몸으로 막아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 때문에 9개월째 민통선 관광이 중단된 민통선 마을 주민들도 대북전단 살포에 비판적이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지금 민통선 지역은 관광객 출입이 통제돼 지역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북전단 마저 살포되면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파주 민통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시도되면 주민들이 트랙터 등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이를 저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촌 주민들은 앞서 지난 201410월에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5만여장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에 띄워 보내겠다고 하자 트랙터 등 농기계를 몰고 나가 탈북자단체와 대치하기도 했다. 25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예정된 대로 대북전단 보내기에 나서면, 비슷한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와 파주시도 대북전단 살포에 단호한 대처를 공언하고 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지난 14일 오후 파주 통일동산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0주년 평화통일 문화제에 참석해 일부 탈북민단체의 사적인 욕심 때문에 남북관계가 긴장과 경색국면을 맞고 파탄 위기에 처해 있다산불을 막기 위해 인화물질을 가지고 입산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행정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봉쇄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2일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는 위험천만한 위기조장 행위라고 판단한다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고 밝혔다. < 박경만 기자 >

개당 150만원삐라풍선 원가 12만원살포 경험 탈북민 완전 사기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가 15일 유튜브 채널 왈가왈북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드는 상세 비용을 공개했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두고 남북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까지 폭파하며 강한 적개심을 나타냈습니다. 남북 관계를 이렇게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몰아가는 대북 전단 살포를 왜 탈북민 단체들이 강행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갑니다.

특히 전단 살포 단체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는 13<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일부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 비용을 10배 이상 부풀려 전단 살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풍선 하나당 8~12만원 수준인 살포 비용을 150만원 수준으로 부풀렸다는 주장인데요. 홍씨는 15일 대북 전단 살포에 드는 상세 비용을 공개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왈가왈북을 통해 홍씨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대북 전단 풍선 하나의 원가는 12만원입니다. 홍씨가 제시한 비용의 상세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1.8m, 높이 12m가량의 풍선 제작에 드는 비닐값은 하나에 2500원입니다. 비닐 절단 비용은 750, 풍선 운반 차량의 유류비는 1개당 환산하면 5000원입니다. 풍선에 주입하는 가스 비용이 3만원, 일정 시간 뒤에 풍선을 터뜨리는 장치(타임기) 비용이 3000원 수준입니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은 사실 전단 제작비인데, 풍선 하나에 실리는 전단 6만장(7.5)의 가격은 37500원이었습니다. 홍씨는 상세 비용을 공개하며 “(일부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12만원 정도의 대북 전단비를 150만원으로 뻥튀기를 해서 돈을 받는 중이다라고 다시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또다른 탈북민 단체 대북풍선단의 이민복 대표도 풍선 제작 비용은 10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16<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술력이 좋아져서 지금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풍선 하나를 10만원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 전단을 천연색(컬러)으로 제작하면 비용이 2배 정도 뛸 순 있겠지만 10배 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2010년 초에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하다가 그만둔 탈북민 김아무개(51)씨도 단가가 12만원에 불과한데 150만원을 부르는 건 완전한 사기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전단 살포를 예고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은 북한 주민 인권 향상을 위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인권을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남북 긴장 상태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면 조용히 날릴 일이지 어디서 날리겠다고 소리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 인권에 도움이 될 리 없다남북 사이에 갈등이 있어야 극우단체가 후원을 해줘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전단 살포를 강행) 하는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 강재구 기자 >


박병석 의장, 여야 대치 이어가자 상임위 강제배정

코로나·남북관계 위기, 국민 생명보다 소중한 것 없어

  민주당 법사위원장 차지 공수처 등 검찰개혁 동력 확보

            

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미래통합당을 빼고 상임위원장 일부 선출을 강행하면서 21대 국회 임기 초반부터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1야당이 불참한 채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것은 1967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엔 야당이 아예 국회에 등록하지 않아 국회법상으론 교섭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말 그대로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둘러싸고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우려와 일하는 국회를 향한 기대가 함께 뒤섞였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법으로 정한 국회 개원일이 이미 일주일이나 지났다. 코로나19 위기, 남북관계 위기 앞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여야가 법사위를 둘러싸고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자 박 의장이 상임위 강제 배정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모든 상임위를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하고 일하는 국회를 부각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는 모양새가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실제로 상임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통합당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여론이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장 내일부터 가능한 상임위를 모두 돌린다.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임위도 간사를 선출하고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등 뭐든지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비롯해 검찰개혁에 동력을 얻게 됐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을 처리한 민주당은 이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 입법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상원 상임위를 확보했다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이 공언해온 입법 과제들을 수월하게 처리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민주당은 약속대로 그동안 법사위 월권으로 지목해온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재위, 보건복지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를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코로나19 대응에 빠르게 나설 수 있게 됐다. 국방위원장과 외교통일위원장을 차지한 것도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대북전단 살포 규제 등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를 돌파할 입법 수단을 확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통합당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선 의사진행발언에서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올린 것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제헌국회 이래 처음으로 야당 상임위원들을 일방적으로 강제 배정해 헌정사에 기록을 남겼다역사는 오늘을 국회가 없어지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가 진행되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장으로 돌아가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장외투쟁 등 극단적 대립은 피하기로 했다. 상임위원이 강제 배정되는 수모를 겪는 모습을 보이며 여당 독주를 강조하는 동시에 의정활동엔 참여하는 투 트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의 오만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었지만, 통합당은 국회 안에서 투쟁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추경 심사부터 따질 것은 따지고 일할 것은 하겠다고 했다. < 이지혜 노현웅 서영지 기자 >

민주당 이번주 나머지 상임위 완료박병석 의장, 19일까지 끝낼 방침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발 위기 확산에 대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라도 예결위를 포함한 나머지 상임위 구성을 이번주 안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지속해서 18개 상임위 구성을 박병석 의장에게 요청해왔다. 이번주 안에는 18개 상임위를 모두 선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을 시작으로 3차 추경의 차질 없는 집행을 위해 전 상임위원장이 선출되도록 힘쓰겠다. 야당과도 추가 협상을 하겠지만,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9일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상임위 구성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당이 야당을 배제한 상임위원장 선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예결위원장을 포함해 국토교통위원장·정무위원장·문화체육관광위원장·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환경노동위원장 등 7개 주요 위원장직을 통합당에 주는 안을 마지막 협상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후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 명령대로 조속히 일하는 국회를 완비하고 민생 챙기기에 전념해야 한다. 통합당도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원장으로 비법조인 출신인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을 내정해 눈길을 끌었다. 4선인 윤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아 지난 4·15 총선 압승에 기여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고 사법위원회로 축소하는 방안을 민주당 당론 1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만큼,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배치해 사법개혁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사무총장은 법사위원장 당선 직후 일하는 국회의 걸림돌이 되어온 법사위의 잘못된 관행 제도를 혁신하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밖에 기획재정위원장엔 윤후덕(3), 보건복지위원장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엔 각각 한정애(3이학영(3)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외교통일위원장엔 송영길(5국방위원장엔 민홍철 의원(3)이 뽑혔다. < 황금비 기자 >

통합당, 나머지 원구성 협상 거부 국회 안 투쟁나설듯

주호영 법사위원장 못 지켜내의원총회서 사의 수용하지 않기로

여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로 21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협상론자였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주 원내대표는 15일 민주당이 법사위·기재위·외통위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함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사위원장을 지켜내지 못했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제가 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의원 전원이 이견 없이 법사위 없는 상임위 배분은 무의미하다며 주 원내대표에게 강력한 협상을 주문했다. 주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지만, 의원총회에서는 주 원내대표를 다시 불러 힘을 실어주자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을 저지할 카드가 주 원내대표에게 마땅찮았던 점도 정상 참작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과 176석에 압도적 다수 의원을 확보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원하는 상임위원장을 합법적으로 차지하려고 하면 야당으로선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다. 20대 국회 시절 장외투쟁을 남발해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통합당으로선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은 민주당의 폭력적 원구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의 책임 문제는 나중에 따져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주호영 체제의 지속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다수의 횡포로 전체 상임위를 갖겠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우리는 국민 앞에 떳떳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국회 파행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몇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정책 경쟁에 집중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면 된다는 태도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이라고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잔여 상임위원장 선임 시한으로 제시한 19일까지 원구성 협상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병석 의장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강제 배정한 상임위원들은 사보임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전투력있는 의원들을 상임위 간사로 배치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벌였던 힘겨루기 무대를 상임위로 옮겨가려 할 공산이 크다. 통합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장외투쟁과 실력 저지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타협의 정치는 없었다. 이제 남은 방안은 민주당의 오만함을 원내에서 계속해서 추궁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 노현웅 기자 >

상임위 배정 보니최강욱 의원 국토교통위, 황운하도 법사위 배제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도 6개 상임위원회에 분산 배치됐다. 형사재판을 받는 상황임에도 법제사법위원회 배정을 희망해 논란을 빚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국토교통위원회로 배치됐다. 법사위에는 최 대표를 대신해 18대 의원을 지낸 김진애 의원이 배정되었다. 의장단이 최 의원의 법사위행은 이해충돌에 따른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거물급 무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도 눈에 띈다. 홍준표 의원은 국방위에, 김태호 의원은 외교통일위에 배정됐다. 홍준표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 모두가 선망하는 예산결산특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예결위에는 정의당 이은주,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배정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토교통위를 받았다. 당대표를 지낸 지역구 3선의원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에 배치됐다.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획재정위원회에 배치된 것도 눈길을 끈다. 법사위 간사를 지낸 무소속 권성동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로 배정됐다. 항구도시인 강릉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김미나 기자 >

 


      [남북 공존 약속 되새긴 ‘6·15 20’]

김연철 장관 비바람 불어도 갈 길, 20돌 행사 논평 안 해

김태년 민주 원내대표 판문점선언 비준 추진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북의 거친 말폭탄공세 속에 맞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일.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고 북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불러오려는 정부·여당의 노력이 온종일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와 오후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 보내온 영상 메시지에서 강조한 것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남북의 숙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쪽에 깊은 실망감을 토로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의식한 듯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아직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끌어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도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대북전단 살포라는 점을 들어 우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제정에 최대한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의 원 포인트 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배경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공언대로 북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2018년 이후 남북이 힘겹게 쌓아온 모든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자칫 상황이 유혈충돌로 번지면, 남북관계는 2017년 이전의 극한 대립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했지만, 특이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돌을 맞는 6·15 선언의 핵심은 공존의 약속이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진행된 늦봄 문익환 시비 제막식에 참석해 비바람이 불어도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가겠다“6·15정신은 사대가 아닌 자주, 대결이 아닌 평화, 분단이 아닌 통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선언 20돌을 기념하는 공식행사를 열지도, 논평을 내놓지도 않았다. 공을 남쪽에 넘긴 채 다음 단계의 행동을 준비하며, 그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길윤형 성연철 이제훈 기자 >

문 대통령 평화약속 뒤로 돌릴 수 없어협력사업 찾자

전단살포 등 적대행위 중단 합의 지켜지게 국민마음 모아주길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인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과 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찾아나서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남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첫 공식 반응이다.

그는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취임 3주년 때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개별 관광 추진 등을 언급하며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최근 북한의 격한 대남 비판에 빌미가 됐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국민께서 이 합의가 지켜지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대북전단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단속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에 견주며 남과 북은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다시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영상을 촬영하면서 20184·27 남북 정상회담 때 오른 연단에 올라 축사를 읽었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푸른색 넥타이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의원이 보내온 것으로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때 맸던 넥타이다. 소품과 의상을 통해서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접고 국론으로 남쪽에 대적 행동을 선언한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지 불확실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고위급 대화 제안 등 구체적인 제안이나 새로운 조처가 담겨 있지 않았다. 뾰족한 수가 마땅찮은 청와대의 고심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남북관계는 우리가 원치 않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엄중한 상황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 성연철 기자 >

남북관계 개선 팔 걷은 여당4·27선언 국회 비준 재추진

이해찬 약속 이행 국회 뒷받침 북한, 문재인 정부 의지 믿어야

김태년 , 남북관계 발전 도와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은 15일 더불어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재추진하고 법률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안건도 여럿 발의됐거나 검토 중이다. 북한이 군사행동까지 언급하며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국회 차원의 입법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는 모양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10년의 전진과 10년의 후퇴에서 뼈저리게 얻은 교훈은 정책 일관성이다. 정상 간 합의서가 법적 구속력을 가졌을 때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남북관계 발전이 가능하다며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를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911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 반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남북합의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 땐 국회가 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을 받게 되면 20189월 평양공동선언 등 나머지 후속 선언은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남북관계를 풀어갈 해법은 오직 신뢰와 인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 등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북한은 남북한 정치체제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의지를 믿어야 한다며 남북 모두를 향한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의 역할도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도와야 한다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이 조속 재개되도록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북한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제정도 서두를 것을 약속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간 무력충돌도 야기할 수 있는 일종의 심리전이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평화범죄 행위라며 대북전단 문제는 역대 정부를 거치며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사안이다. 금지하는 입법을 완료해 해묵은 소모전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 4개가 발의되어 있다. 이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소속 의원 174명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의 조속한 종전선언 실행,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 시작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 김원철 기자 >

, 경계·감시 강화정경두 긴장감 고조” “ 북 특이 동향은 포착 안돼

북한이 군사도발 의지를 내비치자 우리 군도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5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과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1부부장이 연속적인 보복 행동을 예고하는 담화를 낸 뒤 각 군도 최전방에서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최전방 지역에서 열상감시장비(TOD)를 비롯해 시긴트(감청·영상정보) 장비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공중과 해상에서는 피스아이(항공통제기)와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감시태세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반적인 대북 감시태세가 강화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북한의 군사 활동과 관련한)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합동참모본부 산하 모든 부대에 음주·회식·골프 금지 지시를 내렸다.

한편 정경두 장관은 이날 열린 ‘2020년 국방학술 세미나에서 북한이 최근 군사 행동을 시사하는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군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언급해 긴장감이 매우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역대 최대 예산을 들여 ··공 정밀 유도무기, 3t급 잠수함, 글로벌 호크, 정찰위성,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체계 전력화를 통해 전략적 억제능력과 전방위 위협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지원 기자 >

경찰 대북전단 살포 거점 24시간 방지체제 가동처벌 법리 검토

6·25전쟁 발발 70주기를 앞두고 일부 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하며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경찰이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24시간 방지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천, 경기, 강원, 충남까지 (각 지방청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조류와 풍향을 분석해서 주요 (살포) 지점에 (경찰을) 배치해 24시간 방지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큰샘을 고발한 것을 두고서도 법리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 청장은 “(통일부의) 수사 의뢰가 있기 전 이미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었다. 사건들을 병합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리 검토를 심도 있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 등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아동의 안전에 대해 우려가 나온 것에 대해 민 청장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 수준을 코드3’에서 코드1’ 이상으로 변경해 긴급 현장 출동하도록 조치했다가정폭력 신고 접수 시 해당 가정에 아동이 있을 경우 신고가 없더라도 아동학대를 추가조사하는 방안이 담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 2년 임기가 끝나는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어 임기 동안 인권 경찰의 초석을 다졌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 짧은 소회를 나타내기도 했다. 민 청장은 후속 조처가 남아있지만 수사권 개혁이 이뤄졌고, 자치경찰제와 정보경찰 개혁 등 경찰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했다. (국회) 입법까지 마무리되지 못한 게 아쉬움은 남는다인권영향평가제나 현장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화경찰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여성대상 범죄 피해 방지, 디지털성범죄 수사체제 등 조치를 해나가고 있는데 인권경찰을 위했던 것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 이재호 기자 >


[남북관계 원로전문가 3, 정세 진단과 해법]

문정인 북 실존 위협, 정면돌파, 남북정상 원포인트 회동

정세현 김여정 리더십 명운 걸려, 민주당이 입법 착수해야

이종석 전단대처 느슨, 위기 자초, 무조건 문제 해소시켜야

 

북쪽은 남쪽이 4·27 판문점선언을 이미 깼다고 생각한다. 대북전단 살포라는 합의 위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해소해 판문점선언을 살려야 한다.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후퇴할지 모를 위기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고언이다. 세 원로는 지금의 남북관계가 본질적 위기 상황이라면서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제정에 최대한 빨리 착수하는 게 위기 탈출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기념해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좌담에서 나온 진단이다.

세 원로는 북쪽의 대남 강경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문정인 특보는 북쪽은 남쪽이 미국과 함께 시간을 끌며 북한 체제를 넘어뜨리려는 게 아니냐, 그러니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쪽이 실존적 위험을 느끼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레닌식으로 말하면 남쪽을 (미국보다) ‘약한 고리로 판단한 셈이라고 짚었다.

정세현 부의장은 남북관계의 겨울이 길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13일 담화를 보면 김여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국가한테서 위임받은 권한으로 조선인민군까지 지휘한다는 얘기라며 (대북전단)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김여정이 2인자 자리를 굳힐 수도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남쪽에) 굉장히 극렬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쪽은 고강도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후계자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김여정의 리더십을 확보해나가려는 터라 (남쪽을 비난하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왼쪽부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 원로는 최근 북쪽의 대남 발언을 워싱턴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쪽이 대남 강경 행보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강력한 캠페인을 하고 있어 전단 문제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다른 얘기를 하지 말고 무조건 전단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원로는 정부가 북쪽의 누적된 대남 불만이 대북전단 문제로 불거지리라는 걸 알고도 느슨하게 대처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북쪽이 상징성이 강한 6·25에 맞춰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려 할 수도 있다. 정부가 굼뜨니 민주당이 그 전에 입법 절차에 착수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에는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국민 60%가 전단을 금지하고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접경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전단을 살포하는 몇몇 탈북자의 권리보다 못한 거냐 물으며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원로는 그럼에도 기회와 희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북쪽의 2인자인 김여정이 (대북전단이라는) 쓰레기만 치우려고 전면에 나섰겠냐정부가 우물쭈물하면 남북관계의 문이 아예 닫히겠지만, 전단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면 그다음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서로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 등 정상 간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죽어가던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린 2018526일 판문점 정상회담과 같은 원포인트 회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남북 정상이 비공개로라도 만나려면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미 설득과 대중 외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을 설득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남북 소통 창구가 끊겼으니 중국과 외교를 잘해서 북한의 군사 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햇볕정책의 제1원칙을 (중국이 북에 전하도록)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원 북핵문제는 미북 적대의 산물, 미국 결단이 해결 열쇠

미국, 2018년 싱가포르 합의 따라 비핵화 관계정상화 병행 추진해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5북한 핵문제는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며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말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 특별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렵게 건설한 핵무력을 결코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북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평화가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612일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상호신뢰를 다지며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미국에서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 한미안보동맹,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유럽에서는 냉전 종식 뒤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한반도 평화가 실현돼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유지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일시 중단됐으나 이제 다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