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형태 구조물 곳곳에서 건설 중

 

 

                     지난 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연합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휴전선) 곳곳에서 장벽 형태의 구조물을 건설 중인 것이 확인됐다.

14일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한반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군사분계선 여러 지점에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장벽으로 보이는 시설물을 짓고 있는 정황이 감시자산에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이 짓고 있는 시설물의 용도에 대해 “북한군 활동에 대해서는 추가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주요 지점의 경계를 강화하려고 장애물을 만들 가능성과 휴전선 248㎞를 동서로 잇는 긴 장벽을 쌓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올들어 남북관계에서 ‘통일’과 ‘동족’ 개념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선언한 이후 관계 단절에 나서고 있어, 냉전 때 베를린 장벽을 연상시키는 긴 장벽을 휴전선을 따라 쌓아 남북 단절을 상징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군사분계선에는 철조망이나 장벽이 없다. 정전협정을 보면 임진강에서 동해안까지 한반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1292개의 말뚝을 박았고 이 말뚝을 연결하는 약 248㎞ 가상의 선이 군사분계선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짓고 있는 구조물들이 주요 지점들의 방호·경계 시설물로 그칠지 군사분계선 전체 장벽으로 이어질지는 공사 진전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휴전선 전체 장벽을 만들려면 공사 기간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하게 추적·감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포착된 북한의 움직임은 지난 9일 북한군 수십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에 물러났던 일과도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지난 9일 길을 잘못 들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고 밝혔지만, 당시 북한군 병사들은 곡괭이와 삽 등의 작업 도구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후반 한국은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한 대전차 장애물로 군사분계선 이남 2㎞ 지점인 남방한계선상 서부·중부 전선에 높이 5~6m 총 길이 30㎞인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해놓고 있다. 1990년대 북한은 이 장벽을 ‘분단의 상징’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북한도 동·서부 전선 여러 곳에 장벽 형태의 대전차 방어용 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권혁철 기자 >

영수회담 모두발언 통해 할 말 다하며 '최후통첩'
'국민 준엄한 명령' '마지막 기회'라는 점 못박아
생중계 거부, 취재진 퇴장 뚫고 13개 의제 직격

여권 "항복 받으러 온 점령군…보수 유튜버 난리"
진보 일각선 회담 반대했지만 전략‧전술적 판단
탄핵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도 명분 '빌드업' 필요

촛불행동 "윤석열 민낯 만천하에 확인시켜" 평가
민주, 회담 직후부터 동시다발적 강공 모드 돌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그런 마음으로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주길 부탁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9일 영수회담에서 폭포처럼 쏟아냈던 발언의 핵심은 이 두 마디에 함축돼 있었다. '준엄한 명령'과 '마지막 기회'.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의 사전 의제 조율에 진척이 없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일단 회담 자체를 수용한 뒤 '무제한 의제'라는 점을 역이용해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총망라한 모두발언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최후통첩'의 성격이었다. 모두발언에 담긴 국민의 준엄한 명령과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끝내 저버린다면 그 이후의 사태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 발언이 여과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걸 최대한 차단하려는 듯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영수회담의 TV 생중계를 거부했다. 한술 더 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생략한 채 현장에서 취재진을 일찌감치 퇴장시키고 서둘러 비공개로 전환하려 했다. 야당과 소통하는 흉내만 내면서 이 대표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곧장 윤 대통령을 향해 본론에 돌입했다. 박정희 정부 이래 역대 25회에 달하는 영수회담 사상 가장 긴 15분간의 모두발언에 모두 13가지 의제를 담아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의제는 보도하는 언론마다 제각각인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언론 탄압 및 반민주적 독재화 중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R&D 예산 지체 없는 복원 ▲전세사기 특별법 등 화급한 민생 입법 ▲의료개혁을 위한 국회 공론화 특위 구성 ▲연금 개혁안 처리 독려 ▲과도한 거부권 행사 중단 및 유감 표명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적극 수용 ▲채 상병 특검법 적극 수용 ▲가족 비리 의혹 정리 ▲저출생 종합대책 수립‧추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 재편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전환

이 대표는 이처럼 구체적인 국정 전환 방향을 제시하면서 윤 대통령이 아전인수로 해석하지 않도록 직설적이고 때론 날 선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직격에 윤 대통령이 상당한 당혹감과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그야말로 작심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듣기에 거북하고 불편할 수 있는데 정중하게는 말씀했지만 면전에서 직설적으로 다 말씀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두발언 내내 저는 사실 많이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9. 연합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가 처음부터 반칙을 한 것"이라는 등 이런저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과 보수진영에서도 이 대표 발언에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이들은 이 대표가 그렇게까지 강도 높은 발언을 장시간 쏟아낼 줄은 몰랐다고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대표가 할 말을 제대로 했다고 인정하는 양가적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의제 없이 만난다고 했을 때 아마 하고 싶은 말은 다 준비해 올 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길 줄은 몰랐다"며 "특히 대통령이 듣기에 거북한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 얘기까지 했어야 했나 아쉬움은 있지만 이재명 대표도 민주당 지지자들, 총선에서 자신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준비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영수회담의 정치적 손익계산서를 따지자면 누가 더 이익을 봤다고 보느냐"고 묻자 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손해를 보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대화에 응했다는 측면에서 대통령께 좋은 평가를 드리고 싶은데 이재명 대표도 정치적 입지를 굉장히 강화했다. 대통령과 동급 수준에 올라 위상을 재고했다는 측면에서 큰 도움을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당 이상휘 경북 포항 남·울릉 당선인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소통이 아니라 본인 말하기를 미리 준비해 온 게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대통령과 첫 만남이기 때문에 듣기 거북하더라도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한 것 같다"면서 "채상병 특검, 이태원 특별법,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 등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이야기했다"고 평가했다.

신동욱 서울 서초을 당선인은 YTN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항복 문서 받으러 오신 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국회의원 당선인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가 나가려고 하는 기자들을 붙잡고 작심 발언했던 그 내용들. 또 (윤 대통령) 면전에 대고 스웨덴 연구기관의 '독재화'를 말씀하시고 이런 것은 싸우려고 오신 거 아닌가"라며 "사실상 국정을 포기하라고 협박하신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성 보수 패널로 시사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서정욱 변호사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대통령 앞에서 일방적으로 A4 10장을 읽는 이런 오만방자한 행태가 있느냐"며 "이런 영수 회담 처음 봤다. 야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대통령을 이렇게 모욕을 줄 수가 있느냐. 항복 받으러 온 점령군인가?"라고 흥분했다. 서 변호사는 "지금 보수 쪽 유튜버들이 난리다.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4.4.29. 연합

여권 전체를 격발시킨 이 같은 폭탄성 모두발언은 이 대표 자신의 결단이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김건희 씨의 이름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차원에서 직접 거명하진 않고 '가족'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의제 조율이 지지부진하니까 이재명 대표가 시일만 자꾸 끌고 김만 빠지고 그런 것보다는 책임 있는 대안 정당으로서 결단을 해서 들어간 것"이라며 "대통령과의 대화라기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선언'이었다"고 방점을 찍었다. 김건희 씨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제1 야당 대표이자 영수회담 당사자로서 일종의 배려이고 에티켓"이라고 설명했다.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실에서) 처음에 3분 어쩌고 하길래 아이고 그렇게 해서는 우리 할 얘기 못 한다, 총선 민심 전달하러 가는 건데 준비해서 차분하게 할 얘기는 다 하자, 결과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렇게 결론이 난 것"이라며 "저쪽(대통령실)에서는 자신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소통한다, 이 이미지만 차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의제 조율이 안 되자 이 대표가 결단을 한 것이다. 저쪽에서는 제대로 소통할 생각이 있는 게 아니구나, 일단 위기를 좀 모면해 보려고 하는구나 해서 그러면 우리가 할 얘기는 다 해야 한다, 그렇게 방향이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 경기 안산을 당선인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진행자가 "김건희 여사 관련된 문제가 나올지도 굉장히 관심거리였다. 민주당 강경 지지파 쪽에서는 김건희 여사 얘기를 직접 하라고 했는데 이 대표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말하자 "직접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준비해 간 A4 용지 10장에서 가장 처음에 등장한 것이 언론사 압수수색과 기자들 탄압인데 이는 선방심위(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문제나 고속도로 문제 이런 것들이 법정 제재로 다뤄지고 있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그리고 이 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일정 정도의 예우로 언급을 다른 방식으로 했지만 '가족'을 얘기한 것도 결국 주가 조작과 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짚고 넘어간 것"이라고 해설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제87차 촛불 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4. 04. 27. 이호 작가

사실 진보 진영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지금은 대화가 아니라 탄핵을 해야 할 때"라며 영수회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자칫 총선 민의에 반해 윤 대통령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면죄부를 줄 수 있으니 곧바로 탄핵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총선 결과가 야당의 탄핵 의석 확보에는 못 미쳐 당장은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대표도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취임 이래 2년 가까이 8차례나 영수회담을 촉구해온 입장에서 막상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는데 거절할 경우 언론의 맹비난은 물론 중도층을 비롯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위험이 크다. 총선 이후 정국 흐름을 주도해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고려할 때도 대통령과의 대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법하다. 영수회담에도 불구하고 국정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면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뒤 보였던 온갖 반성 제스처가 모두 눈속임이었고 구제 불능이라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분명히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탄핵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전략‧전술적으로 긴요한 '빌드업' 과정이 될 수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민주적 대화 정치 복원에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갖추게 됐다. 대통령의 맞상대로서 정치적 위상을 보수층에까지 각인시킨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뚜렷이 공유하게 만들었다. 폭주하는 정권을 상대로 한편으로는 대화와 설득이라는 정치의 기본 원칙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에서 해야 할 각종 민생법안과 특검법 추진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투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영수회담 관련 각종 기사와 방송에 달린 시민들의 숱한 댓글을 통해서도 이 대표의 판단이 적절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윤석열에게 애당초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이 대표가 국민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빠짐없이 다 해줘서 속이 시원하다."

"전혀 감정 동요나 흐트러짐 없이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뚫리는 쾌감. 총선 민의를 전달하기 위한 고심과 진정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재명이 의제가 없어도 그냥 만나자고 할 때 아니 왜 들러리 서려 가냐고 화났는데 역대급 반전."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대통령에게 아무도 못 했던 말을 다 함으로써 윤석열의 실정을 세상에 공식적으로 선포했고 이로써 앞으로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해나갈 특검 등에 대해 명분을 쌓은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윤 대통령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이 대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거다. 이것이 실력 없는 꼼수 정치의 한계. 아마 보수 지지층의 20%는 욕하고 손절할 것이다."

"영수회담 왜 하냐고 그냥 탄핵하자는 유튜버들이나 정치평론가들, 웃으면서 사진이나 찍고 올 거면 때려치우라던 이들. 영수회담으로 윤석열이 안 바뀔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런데 굳이 해야 했던 건 국민들에게 그걸 확인시켜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특검이든, 특별법이든, 민생법안이든 국민들의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TV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2024.4.29. 연합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윤석열 탄핵의 절실성, 긴급성에 더 힘을 실어준 영수회담>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재명 대표는 영수회담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가 무엇인지를 윤석열에게 전달하고 대화하는 노력을 보여줬다"면서 "윤석열이 총선에서 대참패를 하고 나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국민을 우습게 보고 우롱하고 기어이 적대하겠다는 민낯을 만천하에 확인시켜 줬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도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을 입법독재라고 하는 윤석열과 국힘당의 파렴치한 비난에 바람을 빼버렸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며 "앞으로 야당은 국민이 만들어준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정리한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특별법, 채상병 특검법 등 민의가 담긴 법안들을 거침없이 제정해야 한다. 대화를 해도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윤석열 정권의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야당은 국민이 준 권한으로 국민의 의사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당당히 선언하고 민의에 따르는 입법에 전면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번에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요구해온 '윤석열 탄핵'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성과도 가져왔다"면서 "총선에서 윤석열을 응징한 우리 국민은 이번 영수회담을 보며 저 윤석열 일당에게 탄핵과 타도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 저지 긴급 현안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4.4.30. 연합

실제로 민주당은 영수회담 바로 다음 날부터 윤석열 정권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강공 모드에 들어갔다.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5월 2일 본회의에서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5월 2일 국회를 반드시 열게 만들 것"이라고 확언했다. 문정복 원내부대표는 "너무 실망스러워서 잠조차 이룰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변하지 않는 국정 인식과 원론적인 답변 회피로 국정 쇄신과 민생 회복의 의지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주를 용인하지 않겠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국정 기조 대전환을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5월 2일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2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김 의장의 해외 순방을 저지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승원 법률위원장 등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찾아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해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 촉구서를 접수했다. 고민정·민형배·조승래 의원과 노종면·이훈기·최민희 등 당선인들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 저지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방송3법 재입법과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김건희 여사 관련 특별검사법을 바로 발의할 생각"이라고 못박았다. 박 의원은 "채 해병 특검법은 오는 2일과 28일 있을 21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의 처리를 기대하고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협의를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 여사 특검법과 채 해병 특검법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바로 발의할 생각"이라고 거듭 공언했다. < 김호경 기자 >

'자유형식 회담' 수용…대통령실도 "환영" 밝혀

이르면 28일 회담 가능성도…형식은 오찬·차담 등 일단 거론

 

윤석열 대통령 - 이재명 대표 회담 (PG) [강민지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의제 협상 난항으로 일정을 좀처럼 잡지 못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회담이 26일 성사되는 쪽으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가 의제부터 먼저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을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면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제안한 사전 조율 없는 자유 형식의 회담을 전폭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그간 두차례 실무 회동에서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 문제를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으나 이 대표는 이날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오랜만의 영수회담으로, 의제를 정리하고 미리 상의해야 하는데 그거조차도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복잡한 의제가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리하는 데 시간 보내는 게 아쉬워서 신속하게 만날 계획을 잡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5일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회담 준비를 위한 2차 실무 회동을 열었으나 의제 조율을 하지 못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각오로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발언이 있은 지 약 40분 만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 환영 입장을 밝히며 "일정 등 확정을 위한 실무 협의에 바로 착수하겠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의 후 두 차례 열린 실무회동에서 대통령실은 사전 의제 조율이 필요 없는 자유형식 회담을, 민주당은 의제 사전 조율을 주장하며 평행선만 그렸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이 대표가 이날 의제 조율 문제라는 한 고비를 넘어서면서 양측은 곧바로 이날 오전 중 비공개로 3차 실무회동을 하고 회담 일정과 형식을 정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1비서관이, 민주당에서는 천준호 대표비서실장·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대통령실은 회담 시점에 대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와 통화하며 회담을 제안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만큼, 회담이 조속히 열리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역시 지체 없이 일정을 잡자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르면 28일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권혁기 당 대표 정무기획실장은 최고위원회의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준호 비서실장이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오늘 오전 중 3차 준비 실무회동을 갖자고 제안했고, 오전 중 3차 실무회동이 진행될 것"이라며 "회동 결과는 오후 2시 각각 브리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권 실장은 이날 3차 실무회동에서 날짜와 회담 방식을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래야겠다"라고 답했다.

일단 회담 형식과 관련해선 오찬이나 차담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측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회담을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었으나 이후 오찬과 차담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회담 자체에 의의를 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 중요하다"며 "2년 만에 회담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고, 그 자체가 변화"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어려운 시기에 민생을 돌아봐 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모두 받아들여서 회담이 성사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통 큰 결단'을 한 만큼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나와 회담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대통령실이 원하는 것을 다 수용해서 회담에 응한다고 했으니 3차 실무협의에선 대통령실이 전향적 자세로 나와서 사전 조율이 잘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성과 없는 회담이 돼선 안 된다는 실무진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민생 회복의 골든타임을 고려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통 큰 결단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도 전향적 태도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합= 정아란 설승은 한주홍 기자 >

이재명 대표 “특검법 수용해 국민명령 따라야”
의제조율에 시간 걸려…일정 다음주로 넘어가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3월21일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첫 일대일 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여당을 향해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다. 채 상병 사건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는 과정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관여한 정황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서 드러나자 직접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 의제와 더불어 채 상병 특검이 ‘윤-이 회담’의 최대 화두가 됐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하던 당일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특검법 통과를 해서 반드시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검법을 수용해서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 3명 중 2명이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을 반드시 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회담을 제의한 뒤 이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을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회의에서 “우리 정치가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민생’으로 화답했는데, 이틀 만에 채 상병 특검을 특정해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쪽은 25일 의제 조율을 위한 2차 실무협상에 나선다. 사전 협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윤-이 회담’은 다음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하도록 한 내용 등을 ‘독소조항’이라며 채 상병 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 쪽 인사들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진 상황에서 채 상병 특검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이라며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 민심의 요구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 반대 뒤 대통령 거부권 행사’ 패턴이 반복돼온 상황에서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 수사로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법 수용에 부정적인 기류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특검 거부 명분이 더 약해진데다, 겨우 시작되려는 협치 분위기가 어그러지는 것 또한 부담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금 입장을 밝히는 건 협의를 위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25일 2차 준비회동에서 민주당에 입장을 전하겠다”고 했다. < 강재구 장나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