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 16주기]

그 정직한 대통령을 왜 지키지 못했나
6.3대선 무너진 역사 다시 세우는 시간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4.5.23. 연합
 

2009년 5월 23일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가눌 수 없을 만큼 심장이 뛰고, 피가 솟구쳐 올랐다. 깊은 추도와 묵상을 했고, 이어 조사(弔詞)를 썼다.

16년 지난 지금도 생각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인가?

 

강산이 두 번 가까울 만큼 변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이제나, 또 우리 역사를 통털어, 지도자란 민인(民人)을 뜨겁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높이의 삶 그 아래로 내려가 민인을 뜨겁게 품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옛말에도 대천이물(代天以物)이라 하여 지도자란 민(民)인 하늘(天)을 섬기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도자가 그래야 하듯 국민 또한 지도자를 아낌없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지도자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통절한 역사가 16년 전에 벌어졌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하면 지금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가슴 여민다. 다른 한편,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우리 역사상 그토록 서민적이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을 가까이 한 적이 있는가? 마음 씀에 있어 그토록 상대를 배려한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대통령을 왜 지켜주지 못했는가? 왜 그 잘난 자들의 허위에 맞서 분노하고 싸우지 않았던가? 생각할수록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지도자를 추모하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세월이 갈수록 연민의 정이 더해진다. 너무나 안쓰럽고 울컥해 목이 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목 놓아 울고 싶어진다.

 

보라,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역사는 이미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있을 텐데. 반역의 세월이, 퇴행의 역사가 짙게 어둠을 드리우고 있는데….

 

16년 전 썼던 조사에 인용한 다산 정약용의 <솔피 노래(海狼行)>를 다시 읽는다. 물고기의 왕 고래가 솔피 무리의 공격에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시다. 1800년 정조대왕의 갑작스럽고, 의문스런 죽음을 에둘러 묘사하며 탄식한다.

 

<솔피 노래(海狼行)>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 가죽
가는 곳마다 열 마리 백 마리 무리 지어 다니는데
물속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 알지 못해.

큰 고래 한입에 천석 고기 삼키니
한번 지나가면 고기 자취 하나 없어
솔피 먹이 없어지자 큰 고래 원망하여
큰 고래 죽이려고 온갖 꾀를 짜내었네.

한 떼는 앞쪽에 들이대고 한 떼는 뒤를 에워싸고
한 떼는 왼편 노리고 한 떼는 오른편 공격하고
한 떼는 배를 올려치고 한 떼는 등에 올라탔네.
상하 사방 일제히 고함지르며
살가죽 찢고 깨무니 얼마나 잔혹한가.

고래 우뢰처럼 울부짖으며 물을 내뿜어
바다 물결 들끓고 푸른 하늘 무지개 일더니
무지개 사라지고 파도 차츰 가라앉아
아아! 슬프도다 고래 죽고야 말았구나.

혼자서는 무리의 힘 당해낼 수 없어라
약삭빠른 조무래기 드디어 큰 짐 해치웠네.
너희들 피투성이 싸움 어찌 여기까지 이르렀나
본뜻은 기껏해야 먹이싸움 아니더냐.

큰 바다 끝없이 넓기만 하여
지느러미 날리고 꼬리 흔들며
서로 좋게 살 수 있으련만
너희들은 어찌 그리 못하느냐.

 

피투성이 싸움에서 고래의 죽음은 다산에겐 노론 벽파가 정조를 사정없이 물어뜯던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완성되지 못한 개혁의 종착점이 고래의 죽음으로 상징된 것이다.

 

어떤가? 민주주의가 압살되는 형국이나,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세력을 고발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의 죽음을 통한 항거와 그다운 명백함의 의사 표현을 구경거리 삼아온 우리의 졸렬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오늘 불현듯, 다산의 글을 다시 떠올리며, 지금 우리는 민족사의 어느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에서 정의로움은 패배당하고 마는가?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상념이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른다.

 

뿌리 깊은 사대와 작은 기득권의 끊임없는 강화가 민족사를 어지럽힌 주범이라면, 이 처연한 슬픔은 행동으로 넘어서야 하리. 그것이 죽음을 삶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기에.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한 대목을 살펴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한 시민이 자신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세겨진 종이를 들며 화장장으로 떠나는 장례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2009.5.29. 연합
 

주변에 미안해하고,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는 망자의 처연함 뒤엔 문득, 광주 망월동을 외로이 지키고 선 무수한 혼령들의 작은 빗돌처럼 그의 ‘오래된 생각’이 비친다.

 

노 대통령을 공격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그 ‘솔피 무리’는 16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것이 지난 12월 3일 국민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벌어진 일대 폭거가 아니겠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똑같은 질곡의 역사를 16년 지난 지금 이렇듯 또다시 반복하는가? 또 어떻게 국민들은 공격받은 민주주의를 다시 들쳐업고 분연히 일어나는가? 자연히 숙연해진다.

이제 반복되는 반역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 6월 3일. 무거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아니 윤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무너져온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한 겨울의 어둠을 뚫고 다시 봄이 왔듯, 이제 우리는 퇴행의 역사를 밀어내고 새로운 각오로 내일을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만세! 라고 다시 외쳐 불러야 한다.  <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 >

 
 

이재명 “노무현 보며 성남시장 출마…‘사람 사는 세상’ 이어가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경남 양산 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현장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2006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이재명이 지방선거 출마를 용감히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여정.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짜 대한민국’에 가닿겠다”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은 저 이재명의 길을 만드는데 두 번의 큰 이정표가 되어 주셨다.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남 모르게 번민하던 (사법)연수원 시절,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 주었다”고 했다.

이어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과감히 실행하셨던 정치개혁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며 “돈과 연줄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신 등대지기 노무현의 희망의 빛을 따랐고 어느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며 “노무현은 없지만 모두가 노무현인 시대, ‘깨어있는 시민’들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비상계엄 옹호, 해제표결 방해, 허위사실 유포 등

권오혁 "계엄 직전 윤석열과 통화 인물들 위주"
"선포 계획 듣고도 말리지 않았으니 윤과 한통속"
구본기 "모두 처벌해 내란 없는 나라 물려줘야"

 

촛불승리전황행동은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내란방조 내란가담 김문수, 추경호, 나경원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들고 국가수사본부에 들어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2025.05.22. 촛불행동TV 유튜브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과 직접 통화했지만 비상계엄 해제를 방해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추경호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을 내란 방조 및 가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내란 방조 자체가 범죄를 도와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다음 세대에게 '내란 없는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것. 이를 위해서 12·3 비상계엄 관련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촛불행동은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내란방조 내란가담 김문수·추경호·나경원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촛불행동은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들고 국가수사본부에 들어가 바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에는 12·3 비상계엄 상황과 지금까지 있었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추경호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의 '내란 방조 행위'가 세밀히 적혀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에 관한 동조 발언,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 행위, 허위사실 유포 등의 내용이다. 이 세 명은 윤석열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으로 결정됐다.

 

촛불행동 권오혁 공동대표는 "경찰이 윤석열의 통화 목록을 분석했는데 통화 대상자가 김문수, 추경호, 나경원"이라며 "내란을 가담, 동조, 옹호했고 탄핵을 반대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을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문수는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며 "비상계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는데 윤석열 파면 이후 장관직을 탈퇴하고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문수는) 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권 대표는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비상계엄 당시 추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과 1분가량 통화를 했다"며 "이후 추 원내대표는 본인도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다른 의원들이 표결하러 가지 못하도록 적극 방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경원은 윤석열과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되기 직전에 통화했다"며 "계엄 해제에 불참했고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며 계엄을 옹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경원은 계엄 표결에 불참한 이유로 민주당 지지자들한테 포위당해서 그랬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했다.

 

형법 제 32조에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나와 있다. 윤석열에게 직접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는데도 말리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범죄를 도와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 대표는 "내란 종범은 처벌 대상"이라며 "국가수사본부가 이들의 행위를 파악하고 처벌해 줄 것"이라고 요청했다.

 

촛불행동 구본기 공동대표는 "아직 12·3 비상계엄이 끝나지 않았다"며 "관련자가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어제는 극장에서 영화까지 봤다"며 "이들을 모두 처벌해서 다음 세대들에게는 내란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한다"고 했다. 

 

촛불행동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내란방조 김문수, 추경호, 나경원' 고발장을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하고 있따. 2025.05.22. 촛불행동TV 유튜브

 

구 대표는 "최근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윤석열과 한통속으로 보이는 자들을 고발한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회라고 하지 않을 테니 죗값을 받아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내란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마지막 한 명이 처벌받는 그날까지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촛불행동이 제출한 고발장에는 김 후보, 추 전 원내대표, 나 의원에 대한 '내란방조의 죄'를 기록해 놨다. 먼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지속적으로 윤석열의 계엄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정리해 놓았다. 김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2차 토론회에서 "젊은 사람들이나 정치 무관심층은 민주당이 얼마나 국회에서 포악한 일들을 많이 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계몽령'이라는 뜻이 나왔는데 상당히 센스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이는 모두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인 밤 11시 22분쯤 윤석열과 약 1분 정도 통화했다. 그 후 국민의힘 소속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게 해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에 있었지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계엄 해제 표결을 30분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 윤석열과 통화를 한 상황에도 비상계엄을 해제를 막은 것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인 밤 11시 26분쯤 윤석열과 약 40초 정도 통화한 후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원의 직무를 방임한 것이다. 

 

촛불행동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고발장을 들고 뒤에 있는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내란 동조 정치인, 군부를 모두 고소·고발할 것"이라며 "내일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레오 14세, 즉위 첫 일반 알현서 유가족들 만나
“낙담 말라” 희생자들 사진 담긴 현수막에 축복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씨와 어머니 강선이씨가 지난 21일 오전 9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와 만났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제공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새 교황 레오 14세를 알현했다. 가족들은 교황에게 “희생자의 영혼을 돌봐달라”며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22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세례명 요한마르코)씨와 어머니 강선이(세례명 로즈마리)씨가 새 교황 레오 14세와 만났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교황의 만남은 21일 오전 9시(현지시각)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새 교황의 일반 알현 중에 이뤄졌다. 이씨 유가족은 직접 알현 대상자 중 13번째,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로 새 교황을 만났다. 일반 알현은 교황이 매주 수요일 오전 신자들과 만나는 공식 행사로, 이날은 지난 18일 교황 즉위 뒤 첫 일반 알현이 열린 날이었다.

 

어머니 강씨는 교황에게 “이태원 참사로 저의 외동딸인 상은 실비아를 잃어 저의 마음은 산산조각났다. 그 끔찍한 밤에 세상을 떠난 상은이와 다른 158명의 영혼을 보살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유가족들은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어 교황에게 보라색 리본과 별 모양 배지를 전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씨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경청한 교황 레오 1세는 희생자들 사진이 담긴 현수막에 축복을 했다.

 

교황은 이날 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일반 알현을 온 신자들에게  “그분은 우리가 가장 좋은 땅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으시고, 언제나 우리에게 아낌없이 말씀을 주신다”며 “우리가 비옥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더 나은 토양이 되도록 주님께서 더욱 힘써 주시기를 간구하자”고 위로했다.

 

이날 알현은 유가족 신청으로 이뤄졌다. 이상은씨는 가톨릭 세례를 받기 위한 교리 수업을 듣던 중에 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대형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교황과 만난 것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당시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만난 이후 11년 만이다.  < 정봉비 기자 >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씨와 어머니 강선이씨가 지난 21일 오전 9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와 만났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제공

 

경호처와 포렌식해 서버기록 대부분 복구…체포저지 혐의 관련으로 한정

서버에 통화기록·문자 수발신 내역 남아…수사 탄력 속 추가 조사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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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정선거 주장 다큐 영화 관람=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2025.5.21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초로 대통령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박종준 전 경호처장 및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임의제출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등이 사용한 비화폰, 업무폰 등을 압수 및 임의제출 받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과 경호처는 3주가량 합동 포렌식을 진행해 비화폰 서버 기록 대부분을 복구했다. 경호처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계엄 당일인 작년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기록이 포렌식 대상이었다.

 

다만 자료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관련 내용으로 한정됐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버 기록에는 윤 전 대통령, 김 차장 등이 주고받은 비화폰 통화기록과 문자 수·발신 내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포렌식 장비 옮기는 경찰 =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 출입구로 나와 포렌식 장비를 옮기고 있다. 2025.4.16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수사 기관이 비화폰 서버 기록과 윤 전 대통령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체포 저지를 주도한 김 차장이 사의를 표한 뒤 경호처는 이전보다 임의제출에 적극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직원들은 최근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바 있다. 김 차장은 이달 말까지 휴가에 들어갔고 현재 대기 명령 상태다.

 

경찰이 '판도라'로 불리는 핵심 증거들을 손에 쥔 만큼 향후 경호처 수사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체포 방해를 지시한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있고, 이러한 지시를 이행한 김 차장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서버 기록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경찰의 혐의 입증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그간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김 차장 지휘 아래 있던 경호처에 가로막혔다.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네 차례 신청했지만 결국 법원이 기각했다.

 

경찰은 자료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추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연합 이동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