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의 탄핵 앞선 최후통첩도 거부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요구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선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도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까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 경향 박순봉 기자 >

 

민주, 한덕수에 최후통첩…“1초도 지체 말고 재판관 임명하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 6인 체제를 9인 체제로 완성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시작”이라며 “오늘 (국회에서) 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정부 이송하는 즉시 단 1분 1초도 지체하지 말고 바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한 대행이 이날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진행된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난 23∼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도 불참했다. 한 대행 역시 지난 24일 “헌법재판관 임명권 문제와 관련해 여야가 타협안을 도출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이며 12·3 내란사태를 조속히 끝내지 않겠다는 심각한 반국가 행위”라며 “오늘까지가 인내할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이다. 역사의 반역자, 을사오적의 길을 걷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즉시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서지 않을 경우 늦어도 2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한 대행이 즉시 임명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 오늘 늦은 오후, 혹은 27일 오전에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내란 동일체라는 오명을 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김용태 신부 시국 강론 화제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9일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국기도회를 진행했다. 1부 시국미사에서 강론에 나선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마테오) 신부. ⓒ 천주교대전교구관련사진보기
 

12.3 윤석열내란사건을 묵시록에 빗대 용산을 사악한 용이 자리 잡은 곳으로, 비상계엄을 '지X발광'으로 비유한 김용태 신부의 유쾌발랄한 시국 강론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9일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태(마태오) 신부(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시국미사 강론을 통해 윤석열 내란 사건을 요한 묵시록에 빗대 설명했다.

묵시록 12장 3절에는 머리 7개에 뿔 달린 용의 얘기가 나온다. 이를 보면 이 용은 사악한 마음을 가진 괴물들을 이끌며, 신앙심이 깊은 인간들을 괴롭히거나 타락시켜 사람들을 하느님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 해 '악마', '사탄'으로 수록돼 있다. 용은 하늘에서 내쫓기지만 군대를 모아 전쟁을 일으킨다. 하지만 하느님이 내린 불에 삼켜져 순식간에 전멸하고, 용 역시 불과 유황의 바다로 떨어져 고통받는다.

김 신부는 묵시록의 하느님과 용이 싸우는 대목을 설명한 후 사탄이 땅에 떨어졌다고 강론을 이어갔다.

"악마라고도 사탄이라고 하는 자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의 부하들도 함께 떨어졌습니다. 사악한 용이 자리 잡은 그곳을 우리는 용산이라고 부릅니다."

미사에 참여한 1000여 명이 크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김 신부의 발랄한 미사가 이어졌다.

"악마라고도,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가 12월 3일 밤에 지X발광하였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지X발광은 개X랄의 경북 방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김 신부는 "대명천지에 비상계엄이라니… 이는 친위쿠데타, 국민을 향한 반란이었다"라며 "용산 이무기의 지X발광은 시민들의 용기와 계엄군 병사의 양심과 온 국민의 염원이 만나 몇 시간 만에 끝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앞장서서 용산의 이무기 반란수괴 윤석렬과 역도의 무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그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 감옥으로 내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공범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다"라며 "반란수괴 편에서 공범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을 통합진보당 때의 기준으로 해산되도록 하고, 해체 수준의 검찰개혁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지 않으면 지금 윤석열을 탄핵해도 제2의 윤석열, 제3의 윤석열이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의 이날 시국 강론은 <오마이뉴스> 기사로도 소개됐다(관련 기사 : "윤석열 탄핵하고, 검찰개혁까지 해야 한다." https://omn.kr/2bd44). 이후 천주교대전교구 등이 이날 강론 내용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소개하면서 '시국미사 신부님 명 강론, 이것이 바로 지X발광 용산 이무기 시국 파탄' 제목으로 널리 회자하고 있다.  < 오마이 심규상 기자 >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 저녁 7시에 대흥동 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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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 저녁 7시에 대흥동 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시국기도회에서 시국미사 후 정의평화대행진에 나서고 있다. ⓒ 임재근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이은 내란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9일 저녁 7시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대흥동 성당은 1층뿐 아니라 2층까지 만석을 이루었다. 급히 통로를 비롯한 빈 공간에 간이 의자까지 꺼 내 놓으며 대흥동 성당은 시국기도회 열기로 가득 찼다.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사제들도 100여 명이 넘었다.

시국기도회는 1부 시국미사와 2부 정의평화대행진 순서로 진행됐다. 1부 시국미사에서 강론에 나선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마테오) 신부는 결연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해가면서 30분간 말을 이었다.

김용태 신부는 이날 시국미사를 '내란수괴 윤석열의 검찰독재정권 종식과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시국미사'라 명명했다. 김용태 신부는 "2024년 대명천지에 '비상계엄'이라니!"라며 말을 꺼낸 뒤 "사실 그것은 비상계엄을 가장한 친위쿠데타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향한 반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우리가 앞장서서 참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온 국민과 함께 용산의 이무기, 대국민 반란수괴 윤석열과 그를 따르는 역도의 무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그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 바로 감옥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이어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공범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그게 끝일까?"라고 물으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대한민국 검찰이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요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을 향해 날선 비판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해체수준의 검찰개혁이 아니고서는 검찰은 지금껏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똑같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해쳐가면서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 들 것"이라며, "해체수준의 검찰개혁을 하지 않으면 지금 윤석열을 탄핵해도 제2의 윤석열, 제3의 윤석열이 등장할 것"이라며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목소리를 표명했다.

 

시국기도회 1부 시국미사에서 강론에 나선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마테오) 신부. ⓒ 임재근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 저녁 7시에 대흥동 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 임재근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땅의 어두운 현실을 생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불의가 만연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이 나라에서, 저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되새겨 봅니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지키겠다는 위정자들이 국민을 통제하고 군림하려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여주시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정확히 알고 올바른 언행과 행동,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며 하루 빨리 정권 교체를 통해 이 나라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울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시국기도회 1부 시국미사에서 보편지향기도에 나선 신자들. 왼쪽부터 김종남, 박지연, 이경민, 김성훈 씨(마이크 잡은 이).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 저녁 7시에 대흥동 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1부 시국미사를 마치고 2부 정의평화대행진에 나서고 있는 사제들. ⓒ 임재근


시국미사에서 보편지향기도에 나선 신자들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윤석열 탄핵을 통한 정국 안정을 기원했다. 보편지향기도에는 김종남, 박지연, 이경민, 김성훈 씨가 차례로 나섰다. 1시간 30분가량 시국미사를 마친 이들은 정의평화대행진에 나섰다.

주교좌 대흥동 성당을 나와 중앙로 네거리를 거쳐 목척교까지 행진했다가 다시 중앙로네거리로 되돌아와 대흥동 성당 옆 우리들 공원에서 마무리를 했다. 거리행진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사제들이 앞장섰다. 참가자들 손에는 태극기가 들려 있어 보수단체 시위로 보일 수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한독립'이라고 쓰인 안중근 의사의 태극기가 주를 이루었다.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가 극우 인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퇴색되고, 오염되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되찾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독립운동의 심정을 담아 태극기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거리행진을 하면서 "위헌계엄 반란수괴 윤석열을 구속하라", "공천개입 여론조작 김건희를 특검하라", "검찰독재 조기종식 국민주권 회복하자", "윤석열은 퇴진하라", "반란수괴 윤석열 탄핵이 답이다", "국민의힘 해체가 답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국기도회 2부 정의평화대행진에 나서면서 사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시국기도회 2부 정의평화대행진 모습. ‘윤건희탄핵’이라는 조명 피켓이 눈에 띤다.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우리들 공원에서 마무리 연대 발언에 나선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 김율현 공동대표는 "저는 행진에 함께 참여하면서 오늘 역사적인 날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87년 6월 항쟁, 독재타도 민주정치를 외치면서 거리를 행진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시각 2016년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들며 걸었던 둔산동 갤러리아 앞 도로를 대전 시민들이 가득 메우고 윤석열 퇴진, 국민의 힘 해체를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했다"며, "오늘 오신 분들이 함께 나와 주신다면 대전시민의 목소리를 크게 드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대전시민대회 참가를 호소했다. 시국기도회는 10시경에 모두 끝났다.

천주교대전교구 시국기도회는 지난 해 7월 24일 개최된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한편,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는 매일 저녁 7시에 은하수네거리에서 '내란범 윤석열 탄핵!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 대전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 저녁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1부 시국미사를 마치고 2부 정의평화대행진을 진행했다.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일 저녁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1부 시국미사를 마치고 2부 정의평화대행진을 진행했다.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시국기도회 2부 정의평화대행진을 마치고 우리들 공원에서 마무리 연대 발언에 나선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 김율현 공동대표. ⓒ 임재근관련사진보기

 

시국기도회는 2부 정의평화대행진까지 마치고, 우리들 공원에서 마무리를 했다. ⓒ 임재근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긴급성명
“완전한 언론자유 보장 안 하면 언론은 기자회견 취재 전면 거부해야”

 
 
▲지난 10월1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왼쪽부터)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
 

12·3 내란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 MBC와 JTBC를 비롯한 특정 언론사들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언론단체들이 “일부 언론에 취재 특혜를 주고 내란범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스피커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모든 언론은 내일 내란범 김용현 변호인단이 완전한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 기자회견 취재와 보도를 전면 거부하라”고 당부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오는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공지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초청하는 기자님들은 이 단톡방에 속하신 분들로 제한합니다. 다른 언론사나 기자님은 오셔도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자신들이 단체대화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한 매체만 기자회견에 참석하게 한다는 것.

25일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취재진과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MBC와 JTBC를 비롯해 다른 지상파와 일부 종편·일부 종합일간지 등의 매체도 단체방 입장을 막았다고 한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는 25일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목의 긴급 공동성명을 냈다. 언론단체들은 내란범 김용현의 변호인단을 향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제한 조치를 철회할 것 △내란에 가담한 범죄자들은 언론을 내란 선동 정당화를 위한 도구로 악용하지 말 것 △대한민국 모든 언론은 내일(26일) 완전한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 기자회견 취재와 보도를 전면 거부할 것 등을 주장했다.

언론단체들은 “공수처와 국수본 등의 수사마저 거부하고 있는 내란의 핵심인물이 자유로운 취재를 가로막고 특정 언론을 배제한 채 일부 언론을 취사선택해 회견을 열겠다는 의도를 모를 국민이 있겠는가. 일부 언론에 취재 특혜를 주고 내란범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스피커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들은 “12·3 내란 과정에서 언론은 윤석열 일당의 최우선 척결, 통제, 장악 대상이었다”며 “12월 3일 불법 계엄 선포와 동시에 발표된 포고령의 핵심은 ‘가짜뉴스’를 빌미로 한 집회, 결사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 말살이었으며, 이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언론통제 시도로 구체화 됐다. 또 다른 내란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는 언론인을 수거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언론자유의 완전한 파괴를 실행에 옮기려 했음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이 특정 매체를 취사 선택한 김 전 장관 측의 입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군사독재의 언론말살 망령을 부활시킨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적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입맛에 맞는 언론을 취사선택해 여론 조작을 시도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에 놀아난다면 그 언론 또한 내란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안은 이념적 지향과 뉴스의 취사선택에 다른 기준을 갖는 언론사 간의 취재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자들에 맞서 언론계 전체가 결연하게 공동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라며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반란군의 스피커 노릇을 했던 대한민국의 언론의 역사적 과오가 2024년에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여당과 보수층만 보고 가는 게 더 낫다는 정치적 계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로 ‘탄핵 갈림길’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28일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한 대행이 탄핵소추를 감수하고라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12·3 내란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이 내란을 부정하는 여당의 비호 아래 국정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국회 인준 절차가 끝나면 한 대행은 즉각 임명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세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정족수여서 민주당 의원들(170명)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파면이 안 된 대통령은 수사도, 체포도 쉽지 않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완성해 탄핵심판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27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안을 보고하겠다고 전날 예고한 민주당은 이날, 이르면 28일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중대하게 보고 있어,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28일 또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처리할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을 맡은 한 민주당 의원은 “한 대행이 임명 거부 의지가 뚜렷한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잖나. 우 의장이 주말에도 본회의를 열 용의가 있는 듯해 토요일(28일)도 표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뜻을 밝힌 한 대행의 생각엔 아직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한 대행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고심 중”이라며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고, 여야 협의 상황 등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임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야 협의’는 무망한 얘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총리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해 국정이 무너졌는데, 한 대행 뜻대로 나라를 주무르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가 ‘판사’에 해당되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개입하는 게 문제라고 보고 있다.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는 국회가 추천한 이들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인데, 이는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주장과 일치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 대행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이 유행이 돼, 어느 당이든 대통령을 탄핵하려 할 수 있다. 헌법적으로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대법원은 이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게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 대행의 이런 태도엔 민주당 요구대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더라도, 내란죄로 인한 처벌 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여당과 보수층만 보고 가는 게 더 낫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한 대행이) 지금의 정치 지형에 대한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며 “내란과 관련해 추후 수사로 밝혀질 부분까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행 탄핵안 가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인지, 총리 기준인 재적 의원 과반(151명)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한 대행의 ‘뭉개기’ 배경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총리’로서 12·3 내란사태에 개입한 것 등을 탄핵 사유로 들며, 151명 찬성으로 탄핵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 대행은 ‘200명’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명을 채우려면 국민의힘 이탈표 최소 8명이 필요하다.

다만, 한 대행이 막판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만약 한 대행까지 탄핵소추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을 이어받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다. 가결 정족수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더 어지러운 상황이 지난하게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에서도 헌법재판관은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한동훈계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내년 4월18일이 지나가면 지금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 사태가 되면 헌법재판관 수가 4명이 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완전히 마비된다”고 말했다. 내란죄 수사 대상인 한 대행으로서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진행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한겨레  장나래  고한솔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