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야권, 예상과 다른 행보에 당황
“시간 끌며 윤 돕는 쪽 선택한 듯”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내란 세력에 대한 대대적 수사와 신속한 탄핵 절차 진행으로 불안정한 ‘내란 정국’을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하려던 야권의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야권이 요구해온 ‘쌍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계엄 국무회의 참석 등 내란 연루 의혹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압도적 여론이 요구하는 수사와 탄핵 절차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 대행이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자 야권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체 한덕수가 왜 저러는가’를 두고서도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여러 관측이 나왔다.

일부에선 한 대행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내란에 깊숙이 연루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내란 공범으로서 처벌받을 기로에 서 있지 않나. 주어진 역할을 잘 이행한다고 해도 추후 선처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시간을 끌면서 결국엔 윤 대통령을 돕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헌법과 법에 따라서 판단하겠다는 말은 ‘내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평생 공직 생활을 해온 사람인데 마지막에 내란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퇴장하느니 최소한 보수진영에서 자신의 명예를 어떻게 지킬지 그 고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마치려다가 막판에 보류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26일까지 한 대행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도 한 대행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탄핵안 발의를 늦춘 건 최대한 인내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탄핵의 명분을 더 쌓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행의 탄핵은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하는 것이어서 민주당도 고민이 가볍지만은 않다. 만약 한 대행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 당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은 “최 부총리는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 대행에 견줘서는 나아 보이나 특검법 수용 여부는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고 우려했다. 특검 후보 추천 권한을 야당에만 부여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위헌 요소’가 있다는 정부의 공식 의견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가결 정족수를 둘러싼 논란이 말끔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12·3 내란사태라는 위법 사유가 발생한 만큼 국무총리 신분을 기준(151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 견해다. 물론 국민의힘은 한 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통령을 기준(200명 이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결 정족수에 대한 일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입법조사처가 의견을 낸 걸로 알아서 그런 점 등을 참고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 한겨레 고한솔 기자 >

 

한덕수는 '확신범'이다

노욕으로 가득찬 궤변…탄핵이 내란 종식 지름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4.12.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특검법을 여야가 다시 협의하라고? 이미 국회 협의를 거친 것이다

한덕수는 ‘윤석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한덕수는 기껏해야 권한대행일 뿐이다. 권한대행이 이런 말을 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가? 한 마디로 어이없는 궤변이다.

‘윤석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이미 적지 않은 국힘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진 법률이다. 즉 이미 국회에서 여여 간의 충분한 협의와 찬반 표결을 거쳐 제정된 법률이다. 이 특검법들이 야당 주도로 이뤄진 것은 국민이 선택하고 명령한 정치 지형이고, 그것은 현실이다. 엄연한 이 정치 현실을 무시하고 붕괴시키기 위해 계엄으로 뒤엎으려 한 자가 윤석열이었고, 이제 한덕수는 궤변으로 뭉개려 하고 있다.

더구나 상설특검법은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면 “지체없이”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여기에서 “지체없이”라는 기간은 통상 2~3일이다. 그러나 상설특검법률은 정부로 이송된 지 이미 10일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직 특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이미 ‘불법’이다.

무능, 반농민, 반서민, 친미, 보수 본당…그가 걸어온 족적들

한덕수는 자신의 뒤에 미국이 밀어주고 있다고 단단히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덕수는 김대중 정부 때 스크린쿼터를 반대했고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변함 없이 친미 일변도였다. 한덕수에게도 미국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겠지만, 그것은 단지 덕담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은 항상 승자의 편에만 서왔다.

한덕수는 노무현 정부 때 정부가 농민에게 추곡을 수매하는 추곡수매 제도를 폐지시켰으며 쌀 시장을 개방한 장본인이다. 당시 그는 농민들에게 쌀 세례까지 받았었다. 이번에 양곡법 등 법안에 대해 보란 듯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그의 뿌리 깊은 ‘반농민적 철학’에 토대한 것이다. 그는 윤석열 아래에서 총리를 지내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고, 택시 기본요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대해 “1000원쯤 되지 않나”라고 발언하는 등 서민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인물이다. 오직 부자 감세에만 집중했다. 이 나라 보수 본당이다.

뿐만 아니라, 한덕수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가 윤석열 밑에서 오랫동안 국무총리를 지냈지만, 기억나는 성과는 전혀 없다. 그저 내란수괴 윤석열 옆에서 비굴하게 비위를 맞추면서 호의호식 최고 직장 생활을 누렸을 뿐이다.

한덕수는 내란 공범이다

12월 11일 국회에서는 긴급현안질문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는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자신이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3일 저녁 8시 40분께 들었고, 밤 9시께 자신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요한 점이 존재한다. 우선 국무회의는 대통령만이 소집할 수 있다. 그런데 한덕수는 자신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하였다. 국무총리가 소집하는 것은 이미 불법이다. 당일 소집된 국무회의 자체가 이미 불법 국무회의인 것이다. 다음으로 이렇게 한덕수가 ‘불법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은 윤석열 계엄선포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마련해주기 위한 행위로 간주될 여지가 충분하다. 본인은 윤석열을 설득하기 위해 소집한 국무회의였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결국 최소한의 ‘심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내란수괴 윤석열의 의도에 ‘순응’했을 뿐이다. 한덕수가 내란 공범임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다.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는 151명이다

한편, 한덕수에 대한 탄핵 정족수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힘은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같이 200명이 정족수라고 강변하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가 200명을 주장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필자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처럼 소위 ‘국회 전문위원’이란 법률가도 아니고 ‘전문적’이지 않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국회에 근무하고 있는 국회 공무원이다. 전문적이지도 않고, 따라서 본래 권위가 있을 수 없다.

또한 백 번 양보를 한다고 해도, 국회 전문위원이 작성했다는 해당 보고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되기 전 총리직무 수행 중에 발생한 탄핵 사유를 구분하지 않은 채 설명한 것일 뿐이다. 총리 직무 수행 중 발생한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그 탄핵 의결 정족수가 151명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본래 권한 대행이란 적극적 행사를 해서는 안 되고, 또 할 수 없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 그의 행태를 보면,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양 호가호위 권세를 부리고 있는 모양새다. 언필칭 ‘민생 행보’를 한다고 나선다. 가소로운 이야기다. 아니 누가 당신에게 지금 이 시각에 민생 행보를 하라고 했는가! 그럴 시간 있으면 국회에서 넘어온 내란 특검법을 시급하게 공포했어야 했다. 또 그는 언필칭 대외신인도도 말한다. 하루바삐 내란 특검법에 의해 내란 책임자를 단죄하는 것이 유일한 민생 행보이며 가장 빨리 대외신뢰를 회복시키는 길이다. 그만 궤변을 멈춰야 한다. 탐욕스러운 노욕이다.

지금 하루바삐 한덕수를 탄핵시키는 것이 내란 종식의 지름길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조사관 >

서태지 “탄핵, 시대유감…젊은 친구들 지지하는 이모·삼촌 돼주자”

서태지컴퍼니 인스타그램에 글 올려

 

 

 
                                                            서태지
 

가수 서태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 “시대유감”이라고 말했다.

서태지는 24일 소속사 서태지컴퍼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올려 “벌써 한해가 지나고 12월의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며 “요즘 7년 만의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하다. 무려 2025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또 다른 탄핵이라니 시대유감”이라고 말했다.

서태지는 그러면서 “우리 퐐로(서태지 팬덤명)들도 집회에 많이 참여한 것 같은데 아직도 작동하는 응원봉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특히 20대 친구들이 많이 참여했다는데 그 옛날 함께 투쟁하던 우리들도 생각나고 기특하더라. 이제는 우리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그들을 변함없이 지지해줄 수 있는 삼촌, 이모가 돼주자”고 덧붙였다.

서태지컴퍼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태지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올해를 되돌아보니 특별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며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삶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전과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다. 가끔은 이질적인 세상이 어색하고 위축될 때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온몸으로 겪고 있는 유일한 세대이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강인하게 잘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서태지는 “아직 시국도 어수선하고 갈 길도 멀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따뜻하고 안전한 크리스마스 되길 바란다”며 “나는 또 돌아올 테니 너무 염려 말고 모두 모두 아프지 말고 신나는 25년을 맞이하길”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민제 기자 >

최고 성탄선물  “윤석열 탄핵되고 김건희랑 같이 수감되는 것”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4일 개최한 ‘메리 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에 참석한 시민이 트리 복장을 하고 인사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저는 노래할 때마다 이 노래는 세상의 모든 약한 사람한테까지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여러분이 약자와 연대해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성탄 전야인 24일 밤 경복궁 앞에 가수 하림의 바람과 노래가 전해졌다. ‘슬퍼도 울지 못한 채 살아온’ 이들에게 “눈물 흘려요” 말하는 노래 ‘위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진씨 아빠 최정주씨가 만든 ‘별에게’가 이어졌다. 노래에 맞춰 각양각색 응원봉과 촛불은 잔잔히 흔들렸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4일 개최한 ‘메리 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에 참석한 시민이 산타와 루돌프 복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메리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에 시민 10만명(주최 쪽 추산, 저녁 9시 기준)이 모였다. 시민들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여느 날처럼 기발한 복장과 손팻말을 쥔 채 거리로 나왔다. 성탄 전야답게 416합창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퀴어페미니스트 댄스공간 루땐, 하림 등의 공연이 집회 무대를 메웠다. 수사와 탄핵심판을 회피하는 윤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는 듯한 한덕수 권한 대행에 대한 분노는 한결같이 일렁였지만, 평소보다 한층 더 내란 사태 이후 함께 거리를 지켜온 서로에게 고마움과 위로를 전하는 시민이 많았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4일 개최한 ‘메리 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에 참석한 시민이 자신이 만든 트리 모양 모자를 쓰고 있다. 김가윤 기자
 

트리 모양 복장을 입은 여아무개(30)씨는 ‘지친 국민 안아드립니다’라는 손팻말을 붙이고 시민들을 하나둘씩 안아줬다. 여씨는 “모두가 기쁜 날이어야 하는데 마음이 우울해서 나왔다. 다른 분들한테도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타 복장에 흰 수염을 붙이고 나온 이주영(26)씨는 “힘이 되어주려고 집회에 나갔다가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다. 혼자 집에서 불안해하는 것보단 같이 있으니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무대에 오른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지난 주말 남태령에 모인 시민을 떠올렸다. 양 회장은 “서울을 가로막은 벽 앞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 때였다. 응원봉의 맑은 물결과 시민들의 눈빛은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우리는 이미 승리를 경험했다. 잡은 손 굳게 잡고 추위를 견디며 나아가자”고 외쳤다. 전남 함평에서 혼자 왔다는 김진(29)씨는 “시위는 처음이라 두려웠는데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와서 좋아하는 음악에 방방 뛰기도 하고,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더라. 지치지 않고 항상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4일 개최한 ‘메리 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 다시 만들 세계’에 참석한 시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이들에게 ‘성탄 선물’은 무엇일까. 루돌프 코를 달고 나온 채서빈(25)씨는 “윤석열이 탄핵되고 두 부부가 같이 수감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채씨는 “더 나아가서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농민처럼 다양한 소수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꼽았다. 루돌프 복장을 입은채 봉사활동을 하다가 왔다는 안아무개(34)씨는 “윤석열의 빠른 파면과 김건희의 빠른 특검,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 그리고 연대하는 시민들이 모두 행복하는 날이 오는 것이 선물”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50)씨는 “윤석열 체포, 올해 성탄절 선물은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경복궁 동십자각부터 시작해 국무총리 공관을 거쳐 안국역 인근 헌법재판소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새 방언(方言)이 터진 시대, 새 술은 새 부대에"

[성탄절 메시지]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4. 연합

 

하나님 나라는 다름 아닌 인민의 나라이며, 인민이 주인되는 세상

본문 : 마태복음 2장 1절-3절/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셨다. 그런데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말하였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헤롯 왕은 이 말을 듣고 당황하였고, 온 예루살렘 사람들도 그와 함께 당황하였다.

성탄의 인사: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윤석열 파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2024년 성탄절 인사 드립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가수 백자의 “탄핵이 답이다”가 이제 “파면이 답이다”, “체포가 답이다”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크리스마스”, “윤석열 파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도 있습니다. 복음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쁜 소식이 곧 복음입니다. 올해 성탄절은 우리가 1차 승리했다는 감격으로 그 기세가 사뭇 다른 감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악의 뿌리가 뽑힐 때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입니다.

십자가의 피가 우리를 구원했다는 믿음이 기독교에는 있습니다. 광주의 피가 비상계엄의 총구와 군화발로부터 우리를 구했다는 고백을 한 순간, 이 십자가의 구원이라는 신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들 모두가 더욱 뚜렷하게 알게 한 올해였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의를 위해 핍박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던진 이들의 희생이 산 자를 지켜내고 살려내는 것입니다. 죽은 이들이 살아 있는 이들의 목숨, 그 생명을 지켜냄으로써 죽은 이들이 부활했습니다.

이 시대의 십자가들

광주는 우리 역사의 십자가가 되었고, 그것은 저 멀리 홍경래의 민란, 진주민란,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기세와 맞닿아 있습니다. 일제의 폭력이 자행되었던 시기에 그 무수한 독립투쟁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이 땅 도처에 그런 십자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있다는 고인돌처럼 많습니다.

작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제주 4.3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제주 한라 숲에서 “이 나무가 모두 묘비명인가”라고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 땅에 그런 묘비명처럼 세워진 십자가들이 또한 하나 둘이 아닙니다. 폭정의 시대와 맞서 싸운 이들의 혁명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현장이자 기록과 기억들입니다.

헤롯의 폭정과 십자가의 행렬

예수님은 헤롯 때에 태어났습니다. 헤롯가문은 로마제국의 졸개노릇을 하고 있던 식민정권으로 포악하고 잔인했습니다. 예수 탄생 30여 년 전에 갈리리 싶포리아라는 곳에서 히브리 민중들의 민란이 일어나자 로마군대와 함께 대학살극을 벌였던 권력이 바로 헤롯가문이었습니다. 그런 공로로 로마제국의 황제가 그 직위를 내려주는 분봉왕(分封王)이 된 폭군의 시대가 어떠했을지는 뻔했습니다. 헤롯 정권은 식민지 매국 정권이었던 것입니다.

싶포리아 민란은 로마제국의 십자가처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 노예 스파르타쿠스 반란이 아피아 가도에 줄지은 십자가 처형으로 비극의 역사가 되었던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이런 민중의 반란과 그대로 직결되어 있는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종교적 사건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물러서지 않는 싸움만이

동방의 박사들은 선지자를 뜻합니다. 이들은 고통에 빠져 있던 히브리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과 생명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미리 내다보고 유다로 옵니다. 그 소식에 온 나라가 야단이 납니다. 헤롯의 권력이 무너질 세상이 조만간 온다는 예언은 특권세력 동맹 모두에게 아찔한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헤롯은 그때가 언제인지 캐물어 새로운 세상의 싹을 잘라버립니다. 하지만 그건 소용이 없게 됩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누구도 찍어 내릴 수 없듯이 성탄의 감격은 땅의 권력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독한 탄압과 핍박이 기다리고 있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악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이들의 길만이 정의와 승리의 길이 됩니다.

 

대학생진보연합 노래 동아리가 촛불집회에서 캐럴을 개사해 "윤석열, 김건희 없어져라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노래를 불렀다. 2024.12.21. 이호 작가

혁명을 노래하는 마리아의 기도

그 싸움의 시작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기도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누가복음 2장 46절-55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좋아함은, 그가 이 여종의 비천함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 힘센 분이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의 자비하심은,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그는 자비를 기억하셔서, 자기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는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토록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이스라엘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학살의 범죄국가 이스라엘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 그러니까 힘이 없어 이리 몰리고 저리 찢기고 강한 자들에게 짓밟혀 힘겹게 살아가는 비천한 이들을 의미하는 상징입니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입니다. 마리아의 기도는 혁명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혁명의 모태, 인자(人子)는 인민의 아들

이 혁명의 길은 부활의 현장을 목격하고 전한 여인들에 그대로 이어집니다. 누구나 이들의 증언을 쉽사지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건 당대의 사유,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혁명의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혁명의 모태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걸 그대로 뜨겁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혁명이 여성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민 가운데 인민입니다. 그 존엄성이 짓밟히고 억눌린 이들의 존재가 새로운 세상을 잉태하고 태어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을 “인자(人子)”라고 했습니다. 흔히 해석하듯 사람의 아들이 아닙니다. 오클로스, 인민의 아들입니다. 그가 말하고 하려는 것은 모두 오직 하늘의 뜻이 이 땅, 인민들의 삶에서 실현되는 것 뿐입니다. 광주의 딸과 아들, 제주 4.3의 딸과 아들이 모두 인민의 딸과 아들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바로 이 인민의 나라이며, 인민이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새로운 방언, 혁명의 언어가 터졌다

사도행전 2장에는 오순절 성령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늘의 영이 내리자 사람들이 방언(方言)을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기서 방언은 각 지역의 언어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가 방언이 아닙니다. 많은 한국교회가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잘못된 것입니다. 옳지 않습니다. 기만입니다.

당대의 지배언어는 로마제국의 언어였습니다. 이는 폭력과 명령, 지배와 군림, 배제와 폭력의 언어였습니다. 이 통치세력의 언어에 짓눌려 있는 이들의 언어가 바로 방언입니다.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그 말을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의 입에서 그 말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촛불문화제에서 10대, 20대, 30대의 시민발언에서 이 방언이 터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마음에 가두었던 말들, 가슴 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사연들, 밀실의 말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옵니다. 혁명의 언어들이 잇달아 폭포처럼 터져 나옵니다. 이 시대의 영이 내려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동양학만이 아니라 성서연구에도 일가를 이룬 도올 김용옥 선생이 촛불행동의 투쟁을 보면서 “영감의 열기가 모아진 곳에서 혁명이 이루어진다”고 격찬과 응원의 말씀을 해주신 바 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 성령 사건, 거룩한 영의 힘으로 방언이 터지는 현장을 우리는 놀라운 마음과 경외감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올해 성탄의 복음 : 우리가 혁명이 되었다

그 방언이 터지는 역사는 이 시대를 휘몰아치는 세찬 바람이요, 모든 거짓과 폭력으로 세운 성채를 불태우고 새로운 생명을 기르는 불길이며 혁명의 본진입니다. 사도행전은 성령의 역사를 목격한 어떤 이가 “저들은 술에 취했다”고 비아냥댄 것을 적고 있습니다. 이 또한 옳습니다. 비아냥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술이 옳다는 것입니다. 새 술에 취해 터진 방언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낡은 것도 이 새 술을 담지 못합니다. 그러고자 하면 그 낡은 부대가 터지고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그건 혁명입니다.

올해 우리 성탄의 가장 큰 복음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혁명이 되었습니다. 이제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마련하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가 깃들 것입니다.  <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

 

 

"윤석열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니 불안하다"  호소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뒤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군용차량을 시민들이 둘러싼 채 막아서고 있다. EPA 연합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늦은 시간에 90살이 다 된 동네 어머님들이 하나둘씩 찾아오셨어요. 어디로 숨어야 하느냐고 묻는데, 저도 사지가 떨리더라고요.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우리는 아니까….”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뒤 광주에서 계엄군의 폭력과 학살을 직접 목격한 양재혁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지난 3일 또다시 그날의 악몽을 떠올렸다고 했다. 12·3 내란사태로 계엄군이 국회로 들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며 “그 끔찍한 역사가 다시 펼쳐지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사태가 안긴 충격은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24일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양 회장은 이날 한겨레에 “혹시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되지 않을까 봐, 윤 대통령이 복귀해 2차 계엄을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심장이 벌렁거려 잠들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12·3 내란사태는, 5·18과 더불어 양 회장에게 한순간 충격을 넘어 지속적인 불안과 공포를 안기는 경험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전날인 지난 13일 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아무개씨가 헬리콥터가 여러 대가 국회로 향하고 있다며 한겨레에 보내온 사진.
 

24일로 12·3 내란사태가 벌어진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충격은 지속해서 이어지는 모양새다. 믿고 있던 일상과 사회 체계가 대통령 한명에 의해 무너질 뻔한 경험을 한 가운데, 치유의 첫 단계인 윤 대통령과 여당의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12·3 내란사태 이후 잠을 뒤척이며 관련 뉴스를 찾아보거나, 헬리콥터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아무개(57)씨는 지난 13일 밤 11시께 한겨레에 헬리콥터 여러 대가 국회 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는 제보 전화를 했다. 그는 “한밤중에 헬리콥터 소리가 계속 들려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준비하는 걸까 봐 걱정돼 제보를 했다”며 “다행히 아무 일 아니었지만 직무 정지된 상황이라도 윤 대통령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국회에서 상황을 가까이 지켜봤던 이들의 공포는 더 크다. 3일 밤 다른 보좌진과 국회 본청을 지킨 김재상 비서관은 “비상계엄을 겪은 뒤부터 막연한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며 “출근할 때 국회 경비대를 보면 지금은 이들이 국회 정문을 지키고 있지만 언제 우리를 막아설지 모르고, 어떻게 제압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인 국회에 무장병력이 진입하면서 사회적 약속이 깨졌다는 충격 탓에 후유증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했다.

‘대북 도발’이나 ‘사살’ 등 계엄과 함께 실제 목숨을 위협하는 조처까지 언급됐던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며 공포와 불안의 크기가 커진 면도 있다. 내란 사태 당일 국회 앞으로 달려갔던 직장인 김홍민(29)씨는 “계엄군이 국회에 들이닥치는 걸 보고 유혈 사태로 번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당시에도 긴장을 많이 했다”며 “이후 실제 북한과의 국지전까지 벌이려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걸 보고 아찔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도 “이번 계엄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또다시 피를 흘릴 뻔했느냐”며 “이 땅에 다신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