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는 없다

● Hot 뉴스 2013. 3. 8. 17:17 Posted by SisaHan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인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야당은‘백기투항 압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새누리당과 청와대 비서진들 도 “싸늘하고 비장, 소름끼쳐…”라고 평하는 등 박 대통령의 언성과 태도가 강경일변도여서 정치권이 꽁꽁 얼어붙었다.


박근혜 정부 2주째 ‘국정공백-압박정치’

정부조직법 야당 양보요구 강경 담화

취임 1주일째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여야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안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야당의 양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하면서 화가 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시종일관 싸늘하고 굳은 표정이었고 높은 톤의 목소리에 주먹을 불끈 쥐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야당은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여당에 대해선 ‘타협 불가 가이드라인 제시’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야당이 취임 초반부터 ‘강 대 강’으로 물러섬 없이 대치하면서 여당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백기투항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 문제는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로, 국회에서 결정돼야 할 사안이다. 제아무리 국정철학이라고 해도 대야당 압박 일방주의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근본적인 문제는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다.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매주 화요일에 열리던 국정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국무회의가 5일에도 열리지 않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주째 국정 공백이 이어졌다. 또 취임 뒤 나흘을 아무런 공식 일정 없이 보냈다. 국무회의 취소와 박 대통령의 ‘일정 공백’은 야당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로 보는 이들이 많다. 정치권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반쪽정부’의 공백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국회 정부조직법 미결, 내각 구성 못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0시를 기해 18대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권한을 모두 넘겨받음으로써 ‘박근혜 시대’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국내외 축하객과 일반시민 등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임기 5년의 제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취임선서를 통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박 대통령은 이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통해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출발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불안하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출범 사흘이 지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내각 구성이 미뤄지고 있고,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될 청와대 보좌진의 진용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6일, 청와대를 찾은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30분 단위의 외교사절 접견을 종일 이어갔다. 하지만 취임 초반 쉴 새 없이 이어져야 할 국정 관련 회의나 각종 인선, 임명장 수여 등 ‘내치’에선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게 유일했다.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암초’에 걸리면서 전반적으로 답답하게 출발하는 모양새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청와대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내각 구성 및 청와대 조직 정비 작업은 멈춰선 상태다. 청와대 실무를 이끌 비서관급 인사도 일부 인사 내정이 취소되는 등 혼선이 빚어지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취임 초반 국민의 관심이 청와대로 쏠려 있지만, 대통령의 일정과 핵심 메시지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도 막혀 있다. 청와대 공동대변인이 내정돼 있지만, 정식 임명이 아니라 브리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런 ‘기형적 청와대’의 모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단 청와대 주요 보직자들을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직제에 맞춰 임시로 임명했다. 이전 직제대로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장으로, 경호실장은 경호처장으로 임명됐고, 9명의 수석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청와대에 보직이 없던 안보실장은 임명장을 받지 못해, 당분간 안보 컨트롤타워가 제구실을 못하게 됐다. 매주 화요일의 국정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국무회의도 취소됐다. 국무총리는 있지만, 새 정부의 장관들이 없어 열 수가 없다.


다시 새해다. 새 날들을 향한 희망과 다짐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캐나다 경제도 긴축으로 찬 기운이 돌고있는 가운데 맞는 새 아침은 기쁨과 감격만으로 맞기에는 가슴들이 무겁다. 올해도 만만찮은 시련과 도전이 펼쳐질 것이다. 녹록치 않은 안팎 상황에서 올해는 어떤 비상한 각오와 결단으로 헤쳐 나갈까?
각계 동포인사들은 새 희망을 잃지말고 인내와 포용, 그리고 최선의 정진을 마음에 새기자고 입을 모았다.



“꿈과 용기 잃지말고 인내와 포용, 마음의 여유로 긍정·자심감 갖고 최선을”
각계 동포들 새해 희망의 메시지

전 한인회장 윤택순 박사는 “이제 한국선거도 끝나 새 정부가 출범하니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잘 풀어줬으면 좋겠다”면서 “동포사회도 갈등없는 한 해가 되기바란다”고 소망했다. 
윤 전 회장은 “지난 실협 사태처럼 법정에 갈 정도가 되면 서로가 큰 손실이니, 다시는 없도록 해야할 일”이라며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대화로 풀어가면서 원로들 의견과 여론을 참작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여화 전 한인회장도 “올해는 조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동포사회도 한-캐 수교50주년을 맞는 해로, 모두가 건강하고 발전하며 사업들이 번창하기 바란다”고 덕담을 전하고 “선현들의 지혜와 발자취에서 배우며 어려움에 굴하지않고 나아가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완일 전 평통 부회장(한인합창단 이사장)은 “선거가 끝난 모국이나 이 곳 동포사회도 화합하며 상생의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면서 “세상사에 부침이 있게 마련이니 상황이 어렵다고, 또 실패했다고 낙심이나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로 절치부심하며 갈고 닦고 도전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수 교회협의회장(큰빛교회 담임목사)은 “새해는 뒤가 아닌 앞이 목표가 되어야한다”고 역설하고 “불유쾌하고 괴롭고 슬픈 일, 해가 될 일들은 가급적 빨리 잊으면서 앞의 푯대를 바라보고 최선을 다해 정진해 나가자”는 삶의 지침을 주었다.
권혁병 온주 실협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동포들 모두 꿈과 희망과 용기를 잃지않고 정진하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모쪼록 건투하시고 새해 만복이 깃들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백경락 전 한인회장(자유총연맹 지회장)은 “이민생활에는 경제가 핵심인데, 무엇보다 경제가 좋아져 동포들의 삶이 여유로워 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내심으로 참고 견디면서 최선을 다하면 나아질 때가 곧 올 것”이라고 용기를 주었다.
박인걸 전 호남향우회장은 “다들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 모두 좌절해서는 안되겠다”면서 “꿈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 나가면 언젠가 꿈이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새로운 자신감으로 나아가자는 다짐을 전했다.
 
조성준 시의원도 “모든 일은 마음가짐에 달렸고,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 단결해 싸워나가는 지혜가 있다”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긍정적 자세를 갖고 열심히 나아가면 어려움을 딛고 성공할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이진수 한인회장은 “올해의 키워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포용하는 사회”라며 아량으로 서로 끌어안는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특히 “올해 계사년은 흑사의 해로, 우리 모두 흑사처럼 강하고 진취적인 정신과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다 발전적인 해로 만들어 가자”고 제창했다.


불안은 50대의 영혼을 잠식했다

● Hot 뉴스 2012. 12. 28. 19:42 Posted by SisaHan
추웠다. 2012년 12월19일. ‘대선 한파’였다. 바람까지 쌩쌩 불었다. 그러나 ‘투표 바람’이 더 강했다. 투표소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당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비상입니다. 투표율이 심상치 않게 높습니다. TV 방송에서도 예전과 달리 투표 독려 방송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지지층을 투표케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십시오.” 투표율이 높은 걸 걱정하는 한심한 보수였다. 오후의 긴 줄에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트위터에는 “투표율이 77% 넘으면 말춤은 (약속대로) 문재인이 추고, 당선은 박근혜가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떠돌았다. 최종 투표율 75.8%.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승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은 깨졌다.



50대 투표율 89.9%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는 인구 구성의 변화다. 10년 전 유권자 절반(48.3%)을 차지하던 30대 이하 비중은 38.2%로 줄었다. 반면 3분의 1 수준(29.3%)이던 50대 이상 유권자는 40%로 늘었다. ‘고령층 다수 사회’가 된 것이다. 특히 50대는 가장 많이 늘었고(325만 명 증가) 가장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50대의 예상 투표율은 89.9%에 달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말로 예상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들의 62.5%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2030세대의 투표율도 10년 전보다 5~8%포인트 높아졌지만, 박 후보 지지세가 강한 고령층의 결집이 더 셌다. 둘째 요인은 수도권의 변화다. 수도권 유권자는 전체의 절반이다. 대체로 야당 우위 지역이다. 그러나 경기·인천에서는 박 후보가 이겼다. 서울의 투표 결과(박근혜 48.2%, 문재인 51.4%)도 사실상 박 후보의 승리로 평가된다. 또다시 의문은 남는다.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수도권은 왜 여당 후보를 선택했나?
 

50대의 불안

2002년 대선은 세대 투표 현상이 처음 나타난 선거였다. 2030세대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5060세대는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다. 캐스팅보트는 40대가 쥐었다. 당시 출구조사를 보면 40대에서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비슷했다. 40대가 보수를 더 지지하리란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40대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들이 지금의 50대다. 나이가들며 보수화한 것일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들은 보수 55, 진보 45 정도로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4월 총선 때부터 보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연령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관통하는 열쇳말로 ‘불안’을 꼽았다.

50대는 불안했다. 은퇴를 했거나 곧 해야 하는 세대다. 자식은 취업이나 결혼 전후의 나이다. 부모를 모시는 경우도 많다. 노후가 불안했다. 이런 문제를 믿고 맡기기에 민주당은 불안해 보였다. 한귀영위원은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불안하지 않은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박근혜는 믿음직하다. 약속을 지키려고 늘 애썼고 훈련이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은 사람도 좋고 깨끗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당이 너무 싫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힘을 합쳐 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서행준·58·제주)

산전수전 겪어온 50대에게 ‘현실성’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50대는 자신과 자식 세대의 존재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사람들이라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같은 (야권의) 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것 같다. 결국 박 후보가 꺼내든 경제위기론, 성장론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2030세대의 분노의 결집도 컸지만, 50대의 위기감의 결집이 강했다. 젊은세대가 지지하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신들은 사회·경제적 정책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소외 의식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부감

“안보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 잘못했지만, 그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은 우리나라도 힘든데 북한에 너무 많이 지원했다. 문재인도 북한을 돕겠다고 해서 싫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니까 성장은 크게 기대 안 한다.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는 게 어디냐.”(김경아·55·여)

안보 이슈는 50대의 불안감을 높이며 결집의 불쏘시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50대에게는 경제 분야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분야가 굉장히 중요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보며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석연치 않게 받아들여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정희 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대선 토론회를 보며 젊은이들은 속 시원했을지 몰라도, 50대 이상 세대는 불안감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에서 거부감을, “남쪽 정부”라는 표현에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에 “50대의 최대 관심사인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해 박근혜가 더 어필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을 이념 세력으로 수용했다. 이정희 효과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민주당의 50대 전략은 없거나 패착이었다. 박 후보가 이들에게 ‘신뢰와 약속’ ‘안정적 변화’ 이미지로 다가간 반면, 민주당은 이들의 불안감을 달래줄 정책도 정치도 작동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386세대 일부가 50대 초반으로 편입된 점을 강조하며 50대 득표율에서 ‘선방’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생활 공간에 밀착돼 목소리를 낼 조직을 갖지 못했다. 지방 조직은 다 잘려나가고 상층의 리더십 교체만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뿌리 조직이 살아 있다. 동네마다 당원들이 일상적으로 떠들어준다. 트위터 등 뉴미디어로 흡수할 수 있는 유권자는 2002년 대선 이후 ‘뉴커머’(newcomer)로, 연령대가 높아야 40대 중반까지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람’으로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세력이 하는 것임을 안다. 50대들은 지난 5년 동안 새누리당 조직의 목소리를 들었고, 민주당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삶이 고단하고 바쁜 50대는 정책의 내용 차이보다는, 믿고 신뢰할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가 더 컸을 것”이라며 “박 후보가 계속 문 후보의 정책에 대해 ‘미 투’(me, too) 전략을 펴는 상황에서, 불안해 보이고 설명도 안 해주는 민주당보다는 좀더 안정적인 세력에게 맡기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SNS 착시 현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착시 현상’이 이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과 SNS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다소 과격한 표현 방식이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위축되게 만들고, 그래서 그들의 의견이 실제보다 소수의 의견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은 갈수록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달라진 수도권

수도권은 선거 때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서울이 특히 그렇다. 이슈에 민감하고,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문 후보 캠프는 수도권에서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야 이긴다고 봤다. 4월 총선 때의 ‘여촌야도’ 현상이 어느 정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다. 고령층이 많은 지방에서는 박 후보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영남과 충청·강원 등지에서 밀리는 표를 수도권에서 만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졌다. 서울에서 근소한 차이(3.2%포인트)로 앞선 것도 사실상 패배로 평가된다. 인천에서는 51.5% 대 48%, 경기에서는 50.4% 대 49.2%로 오히려 박 후보에 밀렸다. 문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39.9%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빛이 바랬다. 수도권 패배는 ‘중도’ 장악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는 관성처럼 이길 줄 알고 소홀히 한 것 같다. 수도권을 겨냥한 정책이 다가오는 게없었다.”(한 서울시민·50대·공무원)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치 혁신’보다는 ‘민생정치’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도시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하우스푸어’ 같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유권자 상당수는 경제적 곤란함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다. 민주당은 하우스푸어같이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에 대해 아무대답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하우스푸어는 전국 57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에 33만9천 가구가 쏠려 있다. 윤희웅 실장은 “수도권은 갈수록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실용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 등 중산층을 상대로 ‘욕망의 정치’를 재활용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새로운 욕구에 대한 고민 없이 바람에만 의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변화 조짐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많은 조사에서 인천·경기 지역은 근소하나마 박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귀영 위원은 “인천·경기 여론조사에서 2%포인트 정도 박 후보가 우세한 게 일관된 흐름이었다. 민주당 처지에서는 이상하고 위험한 조짐이었는데, 민주당이 이 지역의 표심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투는 사이, 박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

수도권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내건 정치 혁신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껄끄러웠던데다, 민주당의 정치 혁신 ‘행동’은 잘 보이지 않고 정치적 메시지만 난무한 것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12월21일치 <한겨레> 대담에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도층은 새정치가 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을 것이다. 새정치공동선언을 내놨지만, ‘새 정치가 되면 뭐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민주당이 한 얘기는 박 후보도 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씨는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야권은 쫓는 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 후보가 나름 노력은 했지만 정말로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는가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침묵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박 후보는 민생 이미지를 꾸준히 심었다. 박 후보는 ‘70% 중산층 복원’ ‘민생 대통령’을 외쳤다. 신진욱 중앙대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생이 바로 정치 혁신’이라고 치고 나간 건 바로 박근혜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