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단죄하는 역사적 소임

 
내란 특검으로 임명된 조은석 전 감사위원이 2023년 10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밤 12·3 내란 사건 특별검사로 조은석 전 감사위원을 지명했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역대 최대 규모 수사팀을 지휘해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단죄하는 역사적 소임을 맡게 됐다. 수사 대상은 역대급이다. 직전 대통령과 전임 정부 국무총리·부총리, 국방·법무 장관 등 국무위원을 망라한다.

 

조은석 특검은 검찰 시절 최고권력과 여야, 검찰 내부, 재벌, 언론을 가리지 않는 수사로 좌천성 인사를 여러 번 당했다. 호남 출신이지만 민주당 소속 대통령 최측근과 정치인을 여럿 구속했다. 평검사 때 특별수사로 명성을 얻었지만, 이후 형사부 보직을 주로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검사들이 실패한 수사를 살려내 유죄를 받아내면서 ‘재수사 전문검사’라는 별칭도 있다. 그를 잘 아는 검찰 안팎 인사들은 “수사력과 집요함은 물론 큰 수사를 이끄는 공보 감각이 탁월하다” “내란 관련자들이 독한 사람에게 걸렸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7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였던 조 특검은 경성비리 사건을 재수사 하며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 이기택 전 대표 등 거물을 여럿 구속기소했다. 1999년에는 옷로비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또 최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홍두표 전 한국방송(KBS) 사장도 구속기소했다.

 

같은 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수사 때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검찰 선배였던 진형구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 구속수사를 했다. 기소 뒤 200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조 특검이 직접 공판을 맡았다. 진형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장인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 재수사 때는 주임검사로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를 구속기소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재판에 넘겼다.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는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씨를 수사하고, 자금을 전달한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있을 때는 여야 모두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수사를 지휘해 여야 의원 11명의 지역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현직 의원 6명을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세월호 사건을 두고 청와대 및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2014년 대검찰청 형사부장이었던 조 특검은 세월호 사건 현장에 출동하고도 구조 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해경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국가 책임 인정을 극구 피하려던 박근혜 청와대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주현 검찰국장은 재검토를 계속 요구했지만, 결국 해당 혐의로 불구속기소가 이뤄졌다. 이후 조 특검은 청주지검장으로 좌천 인사를 당한다. 2015∼2017년에는 아예 비수사 한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거듭 좌천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위원에 임명된 조 특검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반복된 감사원의 전 정권 표적 감사와 현 정부 봐주기 감사에 대해 절차와 법령, 규정 위반 등을 앞세워 내부 견제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올해 1월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에 대한 재심의 검토를 지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관저 관련 뇌물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 김남일 기자 >

 

조은석 내란 특검 “사초 쓰는 자세로 특검직 수행”

 
지난 2017년 10월23일 조은석 당시 서울고검장(왼쪽)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오전 질의순서가 끝난 뒤 국정감사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사건 수사를 이끌 조은석 특별검사가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조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에 진력해 온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임명 소감을 밝혔다.

 

조 특검은 검찰의 대표적인 호남 출신 특수통으로 꼽힌다. 2014년 대검 형사부장 때 세월호 참사 수사 과정에서 해경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이끌었다. 2021년 1월 감사위원으로 임명돼 윤석열 정부 시절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에 제동을 걸고 대통령 관저 비리 감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 한겨레 정혜민 기자 >

 

‘김건희 특검’ 민중기 “사회적 논란된 사건…객관적으로 바라봐야”

 

‘김건희 특검’으로 지명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규명할 민중기(66) 특별검사가 13일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이 됐던 사건인 만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민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맡게 된 사건이 여론을 통해 여러 의문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 특검은 “먼저 사실관계와 쟁점을 파악하고 사무실을 준비하는 데 진력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건진법사 금품수수 의혹, 공천개입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다. 법안에 명시된 수사 대상만 총 16건에 이르며, 특검보 4명 등 최대 205명 규모의 특검을 이끌 전망이다.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이다.

 

민 특검은 수사 우선순위에 대해 “아직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이라 지금 얘기하는 건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민 특검은 앞으로 20일 동안 주어지는 준비기간 동안 수사팀 인선과 사무실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에 민 특검을 임명했다. 민 특검은 1988년 대전지법을 시작으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원장 등을 거쳐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임명됐다.

 

민 특검은 2017년 11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들의 신상 자료를 따로 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추가조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 배지현 기자 >

 

‘채상병 특검’ 이명현 “억울한 죽음, 명백하게 진실 규명할 것”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명현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이끌 이명현(63·군법무관 9회) 특별검사는 13일 “억울한 죽음에 대해 명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특검은 “23년 전에 병역 비리를 수사했는데 그때도 나름대로 ‘이걸 덮어달라’ 이런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소신껏 열심히 했다”며 “이번 것도 마찬가지다. 외압이나 이런 것에 상관 없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특검은 채상병 특검을 최장 140일간 이끌며,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윤 전 대통령의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대사 임명 과정 등 8개 의혹을 수사한다. 채상병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20명의 파견 검사를 포함해 최대 105명 규모다.

 

이 특검은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다 통화 내역이 나왔는데도 부인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이라도 사실을 먼저 시인하면 나머지는 더 쉽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에 대해서도 “다른 특검보다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누가 진실을 은폐하는지는 다 나와 있으니 그 부분만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특검으로 지명된 데 대해 “3개 특검 대부분이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이런 부분이 많고 검찰을 대상으로 수사하는 부분도 많아 특검도 거절한 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수사도 할 줄 알고 군도 알고 이런 부분에서 제가 강점이 있어 선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법무관 출신인 이 특검은 1998년 제1차 병역비리 합동수사본부에서 국방부 팀장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를 수사했다. 당시 그는 수사 과정에서 직속상관과 기무사의 수사 방해와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특검은 특검보 인선에 대해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며 “박정훈 대령의 변호인인 김정민·김경호 변호사는 옛날에 같이 근무했던 후배들이다. 그분들이 저한테 자문을 구해서 어느 정도는 내용을 알고 있다. 그분들이 (수사팀에) 선발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군 생활을 26년간 했는데 소신껏 한 경력 때문에 특검에 임명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기대에 맞게 실체적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정혜민 기자 >

군 통수권 이용 전쟁 유도 발본색원 촉구

대북 전단 규제와 확성기 방송 중지 환영
9.19 합의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내란, 외환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하라."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 의장 이홍정)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에 즈음해 12일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비상계엄 해제 6개월 만에 비로소 내란 및 외환 특검법이 제정, 공포됐다. 그러나 내란 세력의 저항과 증거 인멸, 사태 무마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면서 새로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이렇게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 의장 이홍정)는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25주년에 즈음해 12일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주권과 평화를 위해 새 정부에 요구한다'란 선언문을 발표했다. 2025. 06. 12 [평화연대 제공]

 

"내란·외환 진상 철저 규명, 엄벌해야"

 

평화연대는 '주권과 평화를 위해 새 정부에 요구한다'란 선언문에서 내란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남북 군사 충돌을 유도했다는 윤석열 정권의 '외환 혐의'의 사례로 △ 평양 무인기 침투 △ 오물 풍선 원점 타격 △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공격 유도 등을 거론한 뒤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해 다시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이용해 일부 세력의 권력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고 내란을 획책하는 일이 재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작년 6월 15일 조직 명칭을 바꾼 시민사회종교 연합체로서 한반도의 자주·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북 전단에 대한 규제와 확성기 방송 중지 등 긴장 완화 조치가 시행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군사분계선(MDL) 인근의 군사 완충 지대 설치 등 9.19 군사합의 복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남북 접경지역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함께 접경지역 심리전과 군사훈련 등 적대행동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도 주장했다. 우선 광복 80년인 올해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5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2025.6.12 연합
 

9.19 합의 복원,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평화연대는 "'빛의 혁명' 속에서 새로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앞에는 단절된 남북관계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심화된 군사적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며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북방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한미동맹 일변도의 진영대결,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앞장섰던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인한 갈등과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며, 트럼프 2기의 공격적인 경제·안보 관련 압박에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연대는 △ 주권과 민생 중심 대미 협상 △ 주한미군의 대만 문제 개입 등 한미동맹 성격 전환 거부 △ 미일 패권과 진영대결을 위한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폐기 △ 북한점령, 흡수통일 배제, 평화 협력 선언 △ 국가보안법 폐기 △ 전쟁, 대결 중심 안보 교육에서 평화통일 교육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12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 옆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 근무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2025.6.12 연합
 

"하나 된 민족공동체 얼굴 그려야"

 

이홍정 의장은 발언을 통해 "남북의 평화주권자인 민(民)의 만남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간극을 넘어 이질성의 조화를 찾아가는 평화의 여정인 남북 민간교류를 복원하고, 그 어떤 지정학적 변화에도 중단하지 말라"면서 '하나 된 민족공동체의 얼굴'을 그려 나갈 것을 강조했다.

 

이날 선언문은 김경민 한국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방용승 전북평화연대(준) 상임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함재규 전국노동조합총연맹 통일위원장이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각계인사 1133명이 서명했고, 347개 단체가 참여했다.  < 이유 기자 >

 

"내란수괴가..." 윤석열 ‘반바지 산책’  경찰 소환 무시하고 아크로비스타 활보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김봉규 선임기자 

 

비화폰 정보 등 증거를 인멸하고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찰의 2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는 19일에 출석하라는 3차 출석 요구서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2일, 윤 전 대통령에게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19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다음달 내란 특검팀이 출범하면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비화폰 정보 삭제 정황을 확인한 경찰 특수단은 “특검 출범 전까지 할 수 있는 수사를 최대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상계엄 전후 10개월여의 비화폰 서버 기록, 대통령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물증’을 확보한 경찰은 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과 관련 인물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캐묻는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특검팀에 사건을 넘기기 전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경찰 특수단이 윤 전 대통령에게 3차 소환을 통보한 건 ‘최후통첩’ 성격이 강하다.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선다.

 

경찰은 특히 비화폰 서버 기록 분석 과정에서 나온 비화폰 정보 삭제 경위에 집중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뒤인 지난해 12월5일(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6일(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이뤄진 비화폰 정보 삭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2월7일 군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그동안 국무위원 진술에만 의존해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계엄 국무회의’ 수사도 최근 대통령 집무실 폐회로티브이 확보로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경찰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 이지혜 기자 >

 

윤석열 ‘반바지 산책’…경찰 소환 무시하고 아크로비스타 활보

소환 불응 뒤 한국일보 카메라 포착
“내란 수괴가 저리 돌아다니니 경악”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 특별수사단의 2차 출석 요구일인 12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은 채 반바지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상가를 활보하고 있다. 한국일보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찰의 2차 소환 통보일인 12일 소환에는 응하지 않은 채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상가를 반바지 차림으로 활보하는 모습이 한 언론에 포착됐다.

 

한국일보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경호원을 대동한 채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포착해 단독 보도했다.

 

한국일보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20분께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나와 건강·미용 관련 가게들이 모여있는 구역으로 이동했다. 경호원들이 윤 전 대통령을 뒤따르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 특별수사단의 2차 출석 요구일인 12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은 채 반바지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상가를 활보하고 있다. 

 

이날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경호처에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도록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와 경호처에 계엄에 연루된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로 입건된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하라고 2차 소환 통보를 한 날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인은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행위는 위법·무효인 직무집행”이라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5일까지 출석하라는 경찰의 1차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이날도 윤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음에 따라 경찰은 3차 소환 통보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3차 소환까지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신청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경찰 소환에는 불응하면서 자택 인근 상가를 활보하는 윤 전 대통령의 근황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내란 수괴가 저리 돌아다니게 두다니”, “자유대한민국이 구속 사유가 있어도 바깥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나 보다”, “(자신이) 진심으로 무죄라고 생각한다는데, 진짜 경악하게 된다” 등의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 신윤동욱 기자 >

 

김남진 감사원 국민제안3과장
“새 정부 공약 ‘감사원 중립성 강화’인데
사람 안 바뀌면 스스로 개혁 가능하겠나”

 
                         감사원 전경. 김혜윤 기자 
 

감사원 직원이 내부 게시판에 “감사원이 대통령경호처나 검찰 등에 못지않게 우선 개혁 대상인 적폐라고 불리고 있다”며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한 지휘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올린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김남진 감사원 국민제안 3과장은 지난 11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지휘부 총사퇴하고 재신임만이 우리가 살길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새 정부의 공약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강화’인데 사람은 바뀌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라면 우리 스스로 이런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며 이렇게 밝혔다.

 

김 과장은 해당 글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부실·봐주기’ 논란과 최 원장 탄핵소추 대응에서 “우리 원(감사원)이 많은 권위 손상과 외적 불신을 초래하게 됐다”며 “현 지휘부 등이 새 정부로부터 불신을 받으며 셀프 개혁을 할 것이 아니라 일괄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받고 그 결정에 따르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최 원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인데, 감사원 개혁을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 글에서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 중심의 ‘타이거 사단’이 조직을 장악하면서, 감사원이 정권 보위기관으로 전락한 실태를 다룬 한겨레의 기획보도 ‘감사원의 민낯’을 언급하며 “우리 원 내부 모습에 대해 국민들은 매우 놀랐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아울러 관저 이전 의혹 관련 재감사를 담당했던 장난주 국장이 최근 보직 해임된 점 등을 언급하며 “실무 직원들까지 누구나 우리 원 생활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김 과장은 이날 한겨레에 “내부 공익과 국민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감찰) 위협을 무릅쓰고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의 글은 게시 당일 조회수가 500회 안팎에 그친 다른 글과는 달리 조회수 1천회를 넘겼다.

 

한편, 유병호 감사위원은 전날 한겨레의 ‘감사원의 민낯’ 보도로 인해 본인의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 신형철 기자 >

 

인사 전횡·권위주의에 사기 저하…감사원 ‘탈출 러시’

윤 정부 3년, 감사원의 민낯 (상)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논란에 휘말리긴 했어도, 중립적 외양을 유지하는 독립 헌법기관의 경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 중심의 ‘타이거 사단’이 조직을 장악하면서 검찰과 함께 정권을 떠받치는 양대 보위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겨레는 감사원 전현직 관계자 증언, 국회 제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윤석열 집권기 감사원의 몰락상을 3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감사원 모습. 김혜윤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인사 전횡과 경직된 직장 문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이는 퇴직·휴직자 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가 7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감사원 자료를 보면, 감사원 휴직자는 2020년, 2021년 각각 40명, 49명에서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2022년 74명으로 크게 늘었다.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60명, 52명이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26명을 기록하고 있다. 퇴직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감사원 퇴직자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29명, 41명이었지만 2022년 58명으로 늘었고,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59명, 49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4월 말까지 15명이 사표를 냈다.

 

휴·퇴직자가 늘어난 데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심각해진 특정 인맥의 전횡과 권위주의 문화의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지난 1월 감사원 직장협의회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리더십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다수의 간부급 인사들이 하위 평가를 받았다.

 

하위 평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문성과 독창성 없이 과거 방법만을 답습하는 업무 처리”, “잦은 짜증, 폭언, 모욕”, “업무와 무관한 지시로 부서원 부담 가중”, “사소한 문제를 과도하게 집요하게 문제 삼아 직원을 괴롭힘”, “의견을 전혀 경청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유도하고, 근평(근무성적평가)을 무기로 업무를 강제하면서 성과는 책임지지 않음”.

 

한 퇴직자는 “감사원은 과거부터 군대식 조직 문화가 강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과장이 식당에서 숟가락을 놓으면 밥을 다 먹지 않았더라도 같이 일어나야 하는 분위기였다. 산책을 가면 무조건 따라가야 했고, 이 문화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이 지금 관리자층이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청탁창구 된 감사원…비위는 눈감고 감사관 해임

‘의정부 미군터 개발’ 감사 착수에
감사원 실세 유병호 등 윗선 압박
대통령실이 인사권…청탁에 취약

 
 
대통령실·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 결과가 나온 지난해 9월 12일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감사원 정문 담벼락에 손팻말을 가까이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기업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비위 사실을 눈감아주거나 축소된 감사 결과를 내놓은 사실이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간 업자 청탁을 받은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감사원 인사권을 무기로 민원을 넣으면 감사원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방식이었다. 민원 통로의 허브에는 실세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이 있었다. 대표적 사례는 2023년 진행된 경기 의정부시 미군기지 반환 부지 개발 관련 감사다.

 

사무총장에게 들어왔다는 제보

 

이아무개 감사관은 의정부시가 공원을 조성한다며 국고를 지원받아 사들인 땅을 민간 아파트 부지로 전환해 헐값에 매각하고, 받기로 한 공익환원금 423억원까지 면제해준 정황을 포착해 감사를 진행했다. 곧바로 윗선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상급자인 ㄱ 국장이 이 감사관을 불러 “외부에서 당신이 강압 조사를 한다는 제보가 사무총장에게 들어왔다”고 했다.

 

이 감사관은 얼마 뒤 일선 감사 업무에서 배제됐고, 같은 해 8월17일 직위해제 처분이 났다. 이어서 먼지털기식 감찰이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 감사관이 의정부시 직원에게 반말을 하는 등 강압적으로 감사를 했다며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 감사관은 징계에 이의를 제기하며 2024년 3월 자신이 감사 과정에서 들었던 청탁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정식 요청했다. 감사원 조사를 받던 기업 쪽 인사가 대통령실과 여권 주요 인사들을 거론하며 감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발언 녹취록도 제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신고 서식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7일 한겨레에 “녹취록에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을 특정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지만, 조사를 해보지도 않고 혐의가 특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징계 취소 판결에 곧바로 2차 감찰

 

이 감사관은 소송 끝에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감사원은 이 감사관을 상대로 2차 감찰을 시작했다. 5년치 감사 내용을 샅샅이 들여다봤고, 이를 근거로 이 감사관을 해임 처분했다. 이번에도 피감 기관 직원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 감사관은 2차 징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병호 위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본인의 부당한 업무 처리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 없이 오히려 아무 근거 없이 본건과 관계없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이 감사관을 몰아세웠다.

 

결국 의정부시 주요 인사를 직권남용으로 수사 요청해야 한다는 이 감사관 의견은 묵살됐다. 현재 이 감사관은 해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 취소 여부를 다투는 중이다. 이 감사관은 한겨레에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의 책무를 되새기며 감사관으로서의 사명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복도까지 들려온 유병호의 고성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23년 말 충북 청주 청남대(옛 대통령 별장) 운영과 관련한 공익감사 청구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병호 감사위원이 “내가 ‘불문’(법적 책임을 묻지 않음)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담당 국장을 다그친 사실이 감사원 내부에 알려졌다.

 

감사원 내부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담당 국장이 ‘감사위원은 사무처 일에 관여하지 말라’며 반발하면서 사무실 복도까지 고성이 들릴 정도로 격한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청남대를 관리·운영하는 충청북도가 상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한 청남대 경내에서 야외 취사와 행락 행위를 허용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황이었다.

 

당시 충북지사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일한 김영환 지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해당 감사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맞지만, 어떤 지시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이 청탁에 취약해진 것은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헌법기관이지만 고위공무원단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실 소속이다. 앞서 2022년 10월에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관련한 한겨레 보도에 대해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인정보 털어 검찰에 통째로 넘겨…감사원의 ‘공포 통치’

 

감사원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감사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ㄱ 감사관은 2022년 인천의 스카이72 감사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내부 감찰과 검찰 조사를 받고 지난해 12월 해임됐다. 그는 검찰로부터 무혐의를 받았지만, 감사원 감찰은 그때부터 오히려 강도가 높아졌다. 감사원은 ㄱ 감사관의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검찰에 제공했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기록이 ㄱ 감사관의 감찰과 징계에 활용되도록 협조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불문’ 처리를 지시한 스카이72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시작이었다. 감사원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나가자 최 원장은 유출자를 찾아내라며 내부 감찰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ㄱ 감사관도 감찰 조사를 받았다.

 

당사자 동의·참여 없이 포렌식

 

문제는 감찰 방식이었다. 2022년 9월 감찰 착수 직후 ㄱ 감사관의 전자저장장치에 대해 무리한 포렌식이 진행됐다. 감사원 감찰관은 ㄱ 감사관의 업무용 컴퓨터와 노트북, 외장하드디스크,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봉인한 뒤 가져가 ㄱ 감사관과 담당 과장이 지켜보지 않는 상태에서 대용량 저장매체에 복사했다. “정보저장매체 처리 전 과정에 (피감찰자의) 참여권을 보장한다”는 감사원의 ‘디지털 자료 수집 및 관리 세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이 규정은 전자정보의 추출이 완료되면 상세 전자정보 목록을 압수품 사용자에게 주고, 목록에 없는 내용은 삭제하도록 했지만 ㄱ 감사관은 목록 자체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 자료들은 감사원의 ‘수사자료 제공’ 결정에 따라 인천지검청에 통째로 넘어갔다. ㄱ 감사관은 이 사실을 2023년 5월 인천지검 수사관으로부터 감사원 감찰담당관실에서 제공받은 물품의 포렌식 참관을 요구받은 뒤에야 알게 됐다. 거기엔 ㄱ 감사관의 대학원 수강 과목, 기말 과제, 자기소개서 같은 각종 사생활 자료들이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은 7일 “당시 담당 과장의 동의를 받아 포렌식을 진행했고, 자료 또한 선별해 취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 지침을 보면, 피감사자의 상급자 동의를 받더라도 본인 또는 관리자 참석하에 디지털 자료를 선별해 이미징(파일 복사)하는 방법으로 제출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검찰이 취득한 ㄱ 감사관의 자료를 봐도 일기, 진단서와 같은 사생활 자료가 포함돼 있어 선별했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피의자조서 통째로 베껴 오기도

 

ㄱ 감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하던 검찰은 결국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ㄱ 감사관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검찰에 요청하며 ㄱ 감사관에 대한 2차 감찰에 착수했다.

 

인천지검은 수사기록에 대해 복사 대신 현장 열람만 허용했지만, 감사원은 기록 전체를 손으로 베껴 적어 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담당 검사가 허용해 필사를 했고, 이를 감찰에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사원은 검찰이 수사 중 확보한 통신 비밀을 취득할 수 없다. 취득하더라도 통신 비밀을 제외한 감찰과 관련된 한정된 정보만을 활용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개인 동의 없이 통신 비밀을 사용할 수 있다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과, 타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20조를 근거로 이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감사원이 언급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 업무의 범위를 정한 일반법일 뿐, 수사기관이 확보한 개인정보나 수사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감사원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수사기관은 감사원이 필요로 하는 피의자 자료를 제공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이 된다.

 

2년 넘게 수사·감찰 시달리다 해임

 

2년 넘게 검찰 수사와 내부 감찰을 받은 ㄱ 감사관은 결국 2024년 12월 해임됐다. ㄱ 감사관은 현재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구제 절차를 밟고 있다. 감사원 안에선 당시 사건의 실무 책임자도, 최종 결재권자도 아니었던 ㄱ 감사관이 해임된 것은 ‘최재해·유병호 라인’에 속하지 않은 7급 공채 출신이라는 점에서, 징계 타깃으로 삼기 쉬웠기 때문이란 시각이 팽배해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찰과 징계로 감사원을 떠난 직원은 ㄱ 감사관만이 아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징계는 한해 평균 3.8회에 그쳤지만, 윤석열 정부가 본격화된 2023년에는 7건, 지난해에는 9건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단 1건에 그쳤던 해임 처분은 지난해에만 4명을 기록했다. 모두 5급 이상이었다. 직위해제는 2015~2022년 평균 1.1건이던 것이 2023년 3건, 2024년에는 5건을 기록했다.

 

지금도 이어지는 감찰과 직무배제

 

감찰과 직무배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저 의혹 재감사를 맡았던 ㄴ 전 국장은 경기 파주시 감사교육원 교수직으로 발령 난 데 이어 감찰까지 받고 있다. 조은석 전 감사위원이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할 당시 대통령실 감사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따랐다는 게 감찰 사유다.

 

감사원 안에선 지금처럼 ‘보복 감찰’이 진행된다면 조직 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가 절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란 푸념이 나온다. 한 감사원 직원은 “감찰관실이 보복을 설계하고, 인사과가 실행한다는 말까지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장경태 의원은 “감사원이 지난 3년간 정치·표적·짬짜미 감사로 정권에 충성하는 동안 내부는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공포 정치가 판치게 됐다. 해체에 준하는 감사원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