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국회 "신속파면"·윤측 심판정 직행

첫 변론준비기일 대리인들 참석…대통령측 별도 입장 개진 안해

국회측 정청래·김이수·이광범, 윤측 배보윤·배진한·윤갑근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의 첫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은 변론 시작에 앞서 '신속한 파면'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이 개시되는 시간에 임박해 도착해 별도 견해 표명 없이 곧바로 입장했다.

탄핵심판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7일 오후 1시 45분께 재판에 출석하면서 "12·3 윤석열 내란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신속한 파면을 위해 국회 소추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명령은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것"이라며 "반역의 무리를 역사 속에서 퇴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재판에서 내란 혐의를 따질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현재 6인 체제인 헌재 재판관 구성에 관해 "완전한 구성체로 만들어주셔서 헌법재판이 완전한 재판이 되도록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재판 지연책을 쓰리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예상되는 수순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어느 입장이든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의 탄핵심판을 거치면서 헌재가 내린 결론이었다"라며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이광범 변호사 등 다른 대리인들도 출석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기일 예정 시간인 오후 2시께 헌재에 도착해 취재진 질의에 별다른 답변 없이 바로 심판정으로 들어갔다.

대리인 4명 가운데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배보윤 변호사를 비롯해 배진한, 윤갑근 변호사가 출석했다.

참석할 의무가 없는 윤 대통령은 예상대로 출석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측의 별도 입장 표명도 없었다.

이날 변론을 앞두고 다수의 시민이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을 담은 피켓 등을 들고 헌재 앞을 찾았다.   < 연합 이미령 황윤기 기자 > 

정청래 탄핵소추단장 “내란은 현재 진행형…윤석열 파면 신속해야”

 
 
2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활동가들이 대통령 즉각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국회 쪽 인사들이 “내란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윤 대통령 파면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나온 정청래 탄핵소추단장(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12월3일 그날 밤은 계엄군이 직접 총 들고 쳐들어왔지만 지금은 궤변과 요설로 헌법질서 부정하고 정당화하는 제2내란 사태를 획책하고 있다”며 “헌재에서 가장 빠르게 윤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도록 소추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판관 6인 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하루 빨리 9인 완전체가 됐으면 한다. 헌재에서 현명히 판단하고 신속히 진행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김이수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장(전 헌법재판관)은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 침탈하는 것을 생중계를 통해 많은 국민이 목격했다. 여기 계신 기자분들 포함해 많은 국민이 증인”이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오히려 계엄이 정당하다 강조한다. 그렇다면 제2, 제3의 계엄선포와 같은 헌법침해 행위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대리인단은 이 나라의 조속한 정상화와 안정 위해 대통령 파면하는 결정이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헌재가 완전체로 구성돼서 가장 중요한 헌법재판인 탄핵심판을 해야 하고, 구성에 관여하는 분들은 당연히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관 3인 임명도 촉구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연책 쓰리란 건 대체적으로 예상된 수순이었다”며 “그러나 탄핵 심판은 어느 입장에서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게 (과거) 탄핵 거치며 헌재가 내린 결론이었다. 지연책에도 헌재가 제대로 된 심리를 거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수명재판관(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 2명이 진행하는 변론준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이 27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명재판관(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 2명이 진행하는 변론준비기일에는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채택 등에 대한 청구인과 피청구인 쪽 입장을 들어 앞으로의 변론 계획 등을 수립한다.

변론준비기일에는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서 대리인이 출석한다. 윤 대통령 쪽은 이날 오전 배보윤, 배진한, 윤갑근 변호사 선임계를 내면서 출석을 예고했다. 

이번 재판은 소심판정에서 진행되는데, 일반 방청인 자리는 18석, 기자 좌석은 7석이다. 일반 방청인 자리 가운데 온라인 추첨으로 선정하는 좌석은 9석인데, 모두 2만264명이 신청해 225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당시의 방청 경쟁률(796 대 1)보다 높다.

이번 탄핵 심판의 쟁점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위반인지, 내란에 해당하는지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시는 헌법상 비상계엄 선포 기준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헌적 비상계엄선포에 해당해 탄핵심판 인용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본격적인 변론은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세자리가 채워진 뒤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사건 관련 서류를 받지 않는 등 탄핵심판 절차를 ‘보이콧’하고, 한덕수 권한대행이 후임 재판관 3명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9인 완성체’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재판관 6명으로도 탄핵심판 진행이 가능하긴 하지만, 결론까지 내놓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일단 6인 체제로 절차를 진행한 뒤 추후 3명의 재판관이 임명되면 변론갱신절차를 통해 심의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변론준비절차 뒤 이어지는 변론에는 윤 대통령이 출석해야 한다. 다만 첫 기일에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 2회 기일부터는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도 궐석재판이 가능하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우크라 민족주의-승공연합-일본 극우의 연결고리

반공에 편승, 극우의 평화헌법 개헌 논리 합리화

파시스트 반데라주의자의 야스쿠니 참배 의미는?
비상계엄 막지 못했다면 활개 쳤을 ‘검은손’ 연합

 

 

                                                                              남기정 교수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이었음은, 계엄선포 조건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정의한 헌법 77조 1항을 위반했기 때문이 크다. 그러나 만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졌다면 비상계엄은 정당성을 확보했을 것이다. 내란 실패 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우리 군 일부가 실제로 이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평양 상공에 대한 무인기 출격, 오물풍선에 대한 원점타격 대응,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공작이다.

그런데 이게 먹히지 않자 ‘서풍’ 공작을 시도했나 보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설이다. 북한군이 대거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곧 참전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왔던 것이 지난 10월 초였다. 주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정보원으로 하고 있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간절했던 우크라이나 측의 정보조작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국가정보원이 이를 덥석 물었던 것이 10월 18일이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들이 2017년 1월 1일 파시스트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가운데 액자 속 인물)의 108회 생일을 맞아 수도 키이우에서 야간 횃불 집회를 하고 있다. 반데라는 추종하는 민족주의자들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한 파시스트들이었다. 독일군 점령지였던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모두 8만~12만 명의 폴란드인들을 학살한 주역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전쟁 개전을 전후해서 아조프(Azov) 여단을 구성해 러시아계 주민들을 학살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7.1.1. EPA 연합
 

이후 수차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이 사실인 것처럼 발표되었으나, 적어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는 확실한 증거로서 입증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북한군의 교전과 사망자 발생을 사실로 인정한 것은 12월 16일이었으나, 이마저도 아직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풍’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란 실패 이후 주목할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국회에 제출한 메모지가 우크라이나 안보 당국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보다 깊은 곳에서 이번 계엄 선포와 우크라이나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국정원이 러시아어 능통자를 HID 요원으로 모집하고, 이들을 북한군 복장을 입혀 우크라이나로 파견하려는 계획을 세운 정황이 있었다는 분석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계엄 선포 소식에 일본의 개헌론자들이 반응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12월 4일 새벽,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의 바바 노부유키(馬場伸幸) 전 대표가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일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헌법개정으로 긴급사태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는 글을 ‘X’에 투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오히려 헌법개정론의 입지는 협소해졌으나, 한국 헌법에 계엄령 해제 규정이 있었기에 사태가 진정되었다면서 긴급사태 조항과 관련한 헌법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세르기 코르슨스키 주일본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 9월 3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는 장면.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X계정에 올렸던 사진이 물의를 빚자 5일 삭제했다. 우크라이나는 학습교재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2024.9.3. [주일 우크라 대사관 X계정] 시민언론 민들레 
 

일어나지 않았던 ‘서풍’, 실패한 내란 기도, 그리고 역풍을 맞은 헌법개정론의 조합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 공작이 계엄 선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어서 일본의 헌법개정론에 불을 붙이는 발화점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1970년대 한일유착을 주도한 국제승공연합의 검은 그림자가 되살아나려 했던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70년 9월 일본에서 세계승공대회가 개최되었다. 세계반공연맹의 리더는 야로슬라브 스테츠코(Yaroslave Stetsko)로, 그는 나치를 지지하며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던 스테판 반데라(Stepan Bandera)와 함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을 이끌었다. 또 하나 기억해둘 이름이 미콜라 레베드(Mykola Lebed)다. 반데라의 측근이었던 그는 전후 미국 CIA에 채용되어 냉전의 전위에서 활약했다.

탈냉전기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던 이들이 역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 2013년 겨울부터 2014년 봄까지 키이우에서 일어난 반 야누코비치 운동의 와중에서였다. 2016년에는 네오나치로 지목되는 아조우 대대의 정당조직인 국민군단(National Corps)이 창설되었다. 이 사실은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전쟁을 배경으로 해서 전개되는 한일관계의 한 단면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7년에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던 태극기 집회에서는 계엄 촉구 선동이 쏟아졌다/ 당시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2024년 10월) 일본인으로 귀화한 안드리 나자렌코(Andrii Nazarenko)는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일본의 헌법개정을 잇는 고리다. 그는 자신이 국민군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국민군단이 창설된 것은 2016년인데, 그가 일본에 유학생으로서 입국한 것은 2014년이다. 그사이 그가 어떠한 경위로 국민군단의 일원이 되었는지, 일본에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국민군단이 창설된 2016년 나자렌코가 일본에 이름을 알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해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유학생 신분으로 연설한 것이 주목을 끌었다. 일본의 전쟁을 미화하고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그는 우익 미디어를 중심으로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반한, 반중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역사부정주의와 논조를 같이 하는 언론활동을 펼쳤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청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주된 무대가 대표적인 우익집단인 일본회의이며, 통일교 계통의 국제승공연합이나 승공 유나이트(勝共UNITE) 등이 개설한 채널이 이를 업로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다른 우크라이나인, 안드리 구렌코(Andrii Gurenko)는 2016년 일본에서 우익운동의 중심 가운데 하나인 APA일본재흥재단이 실시하는 제9회 「‘진정한 근현대사관’ 현상논문」에 지원하여 학생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일본사회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게 안드리 나자렌코가 대중에 얼굴을 알린 것과 같은 해이며, 국민군단이 창설된 것과도 같은 2016년이었다는 사실이 우연인지, 모종의 배후가 기획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2024.12.4. 연합
 

구렌코는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헌법개정을 통한 일본의 안보태세 강화를 호소하는 강연회를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그가 활동하는 무대도 주로 일본회의가 마련해주고 있었다. 최근 그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설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다. 북한의 참전은 시간의 문제라며 일찍이 이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북한의 침략행위’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확대와 러시아 국내에 대한 공격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의 움직임을 추적하다가 만난 조직이 포스트-러시아 자유국가포럼(Free Nations of Post-Russia Forum)이다. 이 포럼은 러시아의 반정부 활동가와 분리주의자 등, 러시아 붕괴를 주장하는 그룹의 회의체로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후 매우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회는 점차 비대해져서, 그간 브뤼셀의 유럽의회 의사당이나 필라델피아 시청사 등에서 개최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도쿄에서 제7회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때 두명의 안드리, 나자렌코와 구렌코가 참석했다. 올해 9월에 열린 제12회 대회에서도 구렌코가 참석하여 강연했다. 이제 그의 활동 범위는 포스트-러시아 자유국가포럼이라는 국제적 조직을 타고, 대만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2024년 12월 3일, 국회 앞에서, 국회 안에서 한국 국민과 국회의원이 막아낸 것은 계엄만이 아니었다. ‘북풍’과 ‘서풍’을 막고, 일본의 개헌의 흐름을 막고, 한일 동맹화의 흐름을 막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흐름은 집요하다. 계엄을 세계사적 사건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2024년 12월 24일 『창비주간논평』에 발표한 글을 재게재한 칼럼입니다.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담화 후 환율 급등


“내란에 북풍, 서풍 실패하자 환란 부추겨”
“내란 비호 세력 탄핵 방해로 민생 추락”

윤석열 탄핵과 내란 수사 순조로운 진행이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민생 살리는 지름길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대표와의 5∼6선 의원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4.11.6. 연합
 

윤석열 내란 비호세력의 탄핵 훼방이 노골화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달러당 1500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국내 증시도 장 초반부터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금융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 외환시장과 국내 증시의 흐름을 보면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 권한대행과 국민의힘 등 내란 비호 세력은 민주당 탓만 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 탄핵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으로 환율, 물가, 대외신인도, 수출 모든 부문에 있어서 먹구름을 드리웠고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 외교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민생탄핵이며 외교 탄핵”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은 26일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으로)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한덕수 대행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다가 조금 멈췄고 오히려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총리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서 환율이 올랐고 거의 달러당 1500원도 넘을 것이라 본다. 그렇게 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원 달러 환율 추이. 2024. 12. 27. 네이버 화면 갈무리
 

정말 그럴까? 26일 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대국민 담화와 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의 한 권한대행 탄핵 반대 발표가 나온 직후 환율 시장과 주가 흐름을 보면 누가 금융시장 불안과 경제위기를 부추기는지 알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시각은 26일 오후 1시 30분. 이날 환율은 1455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20분쯤 환율이 큰 폭으로 올랐으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146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가 나온 직후부터 환율은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1시 50분에서 오후 2시 무렵까지 가파르게 오르더니 3시 20분에는 1466.0원까지 뛰며 1470원 선을 위협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한 권한대행의 담화 직후 약세로 전환됐다.

27일 금융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2.7원 상승한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5분쯤 147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계속 오르다가 오전 10시 30분 무렵 최상목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간담회를 통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재고해 달라”는 발표가 나오자 상승 폭이 더 커졌다. 국무위원 전체가 내란 비호 세력에 가세하며 정치적 불안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간담회 이후 환율은 곧바로 1480원을 돌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 등 정국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12.27. 연합
 

현재 상황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이렇다.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의결로 내란 사태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와 달리 내란 사태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치적 불안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결국 윤석열 탄핵과 내란 수사의 신속하고 순조로운 진행이 금융시장 불안과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진압이 국정 안정이고, 민주공화정 회복이자 경제위기 극복, 민생 회복의 길”이라며 이렇게 역설했다. “총리가 쓸데없이 입장 표명을 하는 순간부터 환율이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범죄자가 동네를 버젓이 돌아다니면 누가 안심하고, 물건을 사고,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겠나. 12·3 내란 사태 때문에 소비 심리가 코로나 팬데믹에 비견될 정도로 최악이다. 그것도 모자라 국민의힘을 비롯한 내란 비호 세력의 탄핵 방해로 가뜩이나 힘든 민생 경제가 아예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소 직설적 표현을 썼으나 핵심을 짚은 말이다.  < 민들레 장박원 기자 >

 

 “ 비상계엄,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55·사법연수원 23기)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 사유에 대해 “중대한 위법성이 있고 대통령도 내란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의 뇌물죄·직권남용 탄핵사유와 윤석열의 내란죄·직권남용 탄핵사유 중 무엇이 더 위법이 중대한가’를 묻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탄핵소추 사유 자체만 놓고 보면 위반된 법률 내용 등 모든 게 후자가 더 중하다”고 답했다.

마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의 비상계엄이 정당한 것이냐’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는 “헌법 규정이나 계엄법 규정에 비춰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 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이 될 수 있냐’고 묻자 “마찬가지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은 내란죄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민주공화정인데, 왕정도 아니고 어떻게 대통령이라고 해서 내란죄의 주체가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통치행위도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라며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견해”라고 밝혔다. ‘계엄포고령 1호에 입법부의 국회 활동을 금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마 후보자는 계엄 선포와 관련해선 “TV를 보다가 채널을 바꿨는데 중간 부분부터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봤다”며 “순간 AI(인공지능) 기술이 뛰어나고 KBS가 해킹을 당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와 관련해선 “권한대행이라도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마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했고 대통령이 제청을 수용해 국회에 임명동의 요청서를 보냈다”며 “국회가 이 청문회를 거쳐 대법관으로 적격 판단한다면 실질적인 요건을 갖춰 결론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이어 대법관 임명권에 대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이날 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불참했다.   < 경향 유선희 기자 >

 

대법원, 윤석열 주장과 달리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

 
 
대법관들이 지난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연합
 

대법원이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취지의 답변을 국회에 제출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법원은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국헌 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대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12·12 군사반란과 관련한 1997년 96도3376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사법심사 제외 행위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례도 제시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 위반 재심 사건인 2010년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입헌적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 행위나 국가 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해질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또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대해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해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으나,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런 판례를 제시하면서도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이 접수될 경우 재판을 통해 판단하는 기관이므로, 재판 외에서 특정한 쟁점이나 가정적인 상황에 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