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대구대 교수 페이스북에서 밝혀
지난 6일 대외경제자문회의 비공개 발언
기재부 “그런 취지의 발언한 적 없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3 내란 사태 사흘 뒤 열린 회의에서 “어차피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기획재정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의 비공개 발언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김 교수는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한 발언이었으나 워낙 엄중한 시국이라 불가피하게 일부 발언을 공개함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의 설명을 보면, 애초 회의는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였다. 그러나 12·3 내란 사태 여파로 회의 주제는 ‘현 시국에서의 대외부문 관리방안’으로 바뀌었다.

‘최 권한대행의 당시 발언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당시 최 권한대행이) 이번이 자신이 공직자로서 겪는 세 번째 탄핵이라면서 ‘어차피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며 의외로 담담했다”며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장기화할 것인가’라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최 권한대행의) 당시 그 말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며 “당시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문제를 벌인 자들이 엎질러 놓은 물을 경제에 국한해 쓸어담는 부수적인 것이었다면,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은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결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는 서민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리고 국가신인도를 추락시키며 이 엄동설한에 평범한 시민을 광장으로 내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어차피 기정사실인 탄핵’의 강을 최대한 빨리 건너는 것”이라며 “지금 그것을 막는 세력은 어떤 이유를 대든 내란동조자일 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기재부 국제(금융)차관보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다시 올리며 “지금은 침묵할 상황이 아니다. 이런 전화할 시간 있으면 대통령 권한대행께 신속한 탄핵을 위해 노력하라고 진언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기재부는 28일 늦은 오후 보도 설명자료를 내어 “지난 12월6일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한겨레  천경석 기자 >

변호사 선임계 안 내고 아무 연락 없어…"수사권 문제 등 선결돼야"

조만간 후속조치 결정 전망…체포영장 청구 땐 집행 가능성도 변수

 

윤석열 대통령, 국회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2024.12.7 [대통령실 제공]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3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던 이날 조사도 아무런 연락 없이 불응함에 따라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 신병 확보 수순으로 나설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이날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지난 26일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은 조사 예정 시각인 오전 10시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출석에 대비한 경호 협의 등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수사팀 대부분이 이날 조사를 위해 휴일에도 출근했으나,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공수처는 이르면 30일께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거나 불응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요구서 수령을 반복적으로 고의로 거부한 만큼 체포영장 발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본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오 처장이 앞서 '내란 수괴 구속 수사' 원칙을 공언한 바 있고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도 여러 차례 시사했던 만큼, 공수처가 4차 출석 요구서를 보내기보다는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지,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공수처가 영장을 당장 집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청구·발부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앞일을 예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경호처가 수사관들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오 처장은 앞서 국회에서 "(영장을 청구한다면 경호처의 집행 방해에 대비해) 공수처장 명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수사 변호인단 공보 역할을 맡은 윤갑근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공수처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것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선결돼야 출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먼저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체포영장 청구 관측과 관련해서도 "법대로 진행돼야 한다. 법치주의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도 "안 나간다기보다 나가기가 어렵다고 본다"며 "사실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사할 권한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근거해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내란 혐의를 당연히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제2조는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함에 따라 윤 대통령의 내란·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공수처로 일원화된 상태다.                 < 연합 김다혜 이의진 기자 >

'촛불문화제'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 등 열려


"윤석열 즉각 체포" "헌재 윤석열 파면" 등 촉구
학교 밖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농민 등 한자리
서로 박수로 응원하며 일상의 '회복' 위해 연대

"덕후가 덕질만 걱정하면 되는 나라를 만들자"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 노래 가사 등 부르며
"세상이 반대로 가더라도 우린 똑바로 걸어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28. 연합
 

점점 뚜렷해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에도 탄핵 절차를 밟기 위한 최소한인 헌법재판관 임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분노한 5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다. 주말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수사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대로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정파괴 내란동조 국민의힘은 해체하라"고 외쳤다.

"세상이 반대로 가더라도 우린 똑바로 걸어갈게요"

2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이 개최한 '121차 촛불문화제 전국집중촛불' 집회가 열렸다. 주최 쪽 추산 5만 명의 시민들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정치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은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 앉아 내란 사태에 대한 규탄과 일상의 회복을 이야기했다. 또 내란 수괴인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고, 공권력에 맞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서로를 향해 박수로 응원하고 위로했다.

이원종 배우는 159명 희생자의 진상 규명을 위해 거리에 나온 이태원 유가족들과 채 해병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해병대 전우들, 남태령 고개에서 농민들과 새벽을 지켜낸 촛불 시민들, 정치검찰에 의해 차가운 감옥에 갇힌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석열 정권과 정면에서 싸우고 있는 민주당 당원과 의원들에 대해 박수를 부탁했다. 시민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배우는 시민들에게 "몸을 아끼고 건강하게 웃으며 버텨내자"면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큰절을 올렸다.

아울러 이 배우는 "일제 부역했던 자들을 우리는 단 1명도 처벌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 된다. 프랑스와 독일은 아직도 나치 전범을 찾아 처벌하고 있다"면서 "윤석열을 구속하고 김건희를 구속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에게 동조했던 자들을 우리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찾아 처벌하자"고 했다. 그는 "제가 이 땅에 발 붙이는 한 그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시민들도 큰 박수로 호응했다.

 

28일 오후 서울 안국역 앞에서 열린 121차 촛불문화제 전국집중촛불에서 이원종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2024.12.28.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시민들은 각자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다고 말했다. 용산구에서 온 중학생 이수빈 양은 연단에 올라 "저는 몇 달 전만해도 정치에 관심 없고 정치와 법을 배우는 사회 시간에 딴짓하고 조는 학생이었다"며 "하지만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하고 그 후 행동하는 걸 보니 분노가 치밀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양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일해야 하는 대통령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일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말을 바꿔가며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하고 있다"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반대로 가더라도 우린 절대 길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게요"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노랫말을 전했다.

이 양은 "이 가사대로 대한민국 국민은 절대 길을 잃지 않고 옳은 길을 향해 똑바로 걸어갈 것"이라며 "힘든 일이 있어도 똑바로 길을 걸어가자"고 했다. "'덕후'(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쌓는 매니아라는 뜻의 신조어)에게 '덕질'(덕후짓)만 걱정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일상 회복을 염원했다.

한국을 지켜보고 있는 '세계 시민'을 향한 외침도 이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고등학생 안영우 군은 한국 사회의 대변화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했다. 한국어 통역은 함께 연단에 오른 그의 어머니 도움을 받았다. 안 군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토대를 공격했을 때 이곳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한국인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안국역 앞에서 열린 121차 촛불문화제 전국집중촛불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안영우 군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28.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안 군은 이어 "고등학교 2학년이기에 제일 중요하고 바쁜 시기여서 한국에 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계엄령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싸움에 반드시 참여하고 여러분과 함께 하기 위해 한국에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며칠 전 크리스마스날 어머니와 시위에 참여했을 때 시민들의 의지와 열정, 이타심에 감동했다. 증오가 아니라 애국으로 함께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의를 위해 앞장서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윤 대통령은 곧 심판받게 될 것"이라며 "지구 곳곳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분들에게도 말한다. 올바름을 위해 이웃을 위해 싸우자"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의) 폭군들에게 정의가 실현될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저항하는 모든 이에게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한강 작가는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돕고 있다'고 했다. 바로 그렇다. 무덤 속에 있는 민주열사들이 저희들을 지키고 있다"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여러분들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부끄러워할 자는 윤석열이다. 여러분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들이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승리한다, 역사는 전진한다"고 외쳤다. 시민들도 그를 따라 구호를 외쳤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 대표였던 김영식 신부는 "이 탄핵의 시대, 파면의 시절, 새 봄의 시절을 기다리는 지금, 이 시대의 예수·부처는 촛불 시민들"이라며 "그들은 윤석열 파면, 긴급 구속, 김건희 체포, 국힘당 해산을 꼭 이루고 말 것"이라고 외쳤다. 김 신부는 "남태령에서 트랙터를 이끌고 한강을 건너 저 괴물 이무기가 살고 있는 한남동까지 여러분들이 길을 내었고 빛을 밝혔다"면서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 주권자 시민"이라고 추켜세웠다.

 

28일 오후 서울 안국역 앞에서 열린 121차 촛불문화제 전국집중촛불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8.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날 집회에는 시민들의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과 망원동에서 음악을 하는 시민들이 결성한 '7013B밴드'는 <아파트> <행복의 나라로>, 서울 시민 정도훈 씨는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노래패 '맥박'은 <평등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봄이 온다면> 등의 노래를 불렀다. 촛불행동에서 활동하는 백지은 씨는 <백지의 파면뉴스>를 통해 배우 최민수 씨의 아내 강주은 씨를 패러디하며 코믹하게 최근 주요 뉴스를 전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안국역에서 집회를 마친 뒤,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 합류하기 위해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했다.

"살고 싶은 세상 위해 다 함께 가자"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하 시민대행진) 이 이어졌다. 시민대행진에는 주최 쪽 추산 50만 명이 몰려들었다. 집회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국회의원들도 자리했다. 또 '남태령 대첩'에 참가한 농민들이 참가해 시민들에게 우리 쌀로 만든 무지개떡을 나눠주기도 했다. 트랙터 행진을 위해 지난 21~22일 밤샘 투쟁을 한 시민들에 대한 보답이었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8. 사진 이호 작가
 

시민대행진에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여성 농민,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학교밖 청소년 등이 함께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고 이주영 씨 아버지)은 "온갖 압박과 고통이 온몸을 휘감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총칼이 엄청난 공포과 충격을 가할지라도 여러분은 굴복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나라,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펼쳐가야 할 이 나라가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추종세력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2022년 12월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당시 윤석열 부부가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에 참석하고 술을 사며 웃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을 떠올리며 "인면수심의 악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에 취해 유가족을 조롱하고 모욕했다"며 "지금 당장 이 악마들을 체포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향해서도 "즉각 퇴진하라"며, 국민의힘을 향해선 "즉각 해체하라"고 했다. 시민들도 함께 '퇴진' '해체' 구호를 외쳤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모습. 2024.12.28. 사진 이호 작가
 

경기도 화성시에서 온 민지환 군은 자신을 학교밖 청소년이라고 소개했다. '전국 공개고백 장려 협회'라고 써진 깃발을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온 민 군은 자신이 내향적이지만 집회에 참가해 발언한 데 대해 "근래 탄핵을 외친다는 이유로 저와 여기 계신 분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며 "그러나 우리들의 이런 움직임이 잘못된 게 아니고, 올바른 것이고, 꼭 해야할 일이라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외쳤다.

민 군은 얼마 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면서 "비상계엄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영화처럼 지금 우리가 선 이곳도 무장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잡아가지 않았을까 너무 무서웠다"며 "이렇게 위험한 나라로 만들려는 저 무능력한 대통령은 당장 탄핵돼야 한다. 우리는 촛불과 응원봉의 힘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 노래의 한 대목을 불렀다 "살고 싶은 세상 위해 다 함께 가자"

자신의 정체성을 '성 소수자'라고 밝힌 김수경 심뇌혈관센터 간호노동자는 12·3 내란 사태 당시 당직 근무 중 응급환자가 있어서 국회에 갈 수 없었던 일, 지난 7일 대통령 1차 탄핵 시도가 무산됐던 일 등을 떠올리며 "무기력하고 울화통이 터졌다"면서 "그 다음주부터 국회 앞으로 나왔다. 가결된 이후에는 광화문으로 나왔고 남태령에도 나왔다. 관저 앞까지 갔다. 덕분에 지금 3주째 감기가 안 떨어진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2024.12.28. 사진 이호 작가
 

그는 "저는 다음주부터 다시 당직 주간에 돌입한다. 연말과 연초 여러분과 함께 보낼 수 없어 마음이 아프지만 그때처럼 무기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간호사로서 시민들에게 "감기 조심하시고, 몸이 아프면 의료부스로 와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힘 내!(Way To Go)' 노래를 부르면서 시민들을 응원하고 연대했다. "하지만 힘을 내 이만큼 왔잖아 이것쯤은 정말 별 것 아니야 세상을 뒤집자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뿐인 복잡한 이 지구가 재밌는 그 이유는 바로 너". 

충남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25년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한다는 이태성 씨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이 씨는 "기후위기는 심각하다. 재앙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일하는 석탄화력발전소도 폐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 8418명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고 해서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폐쇄하면 안 된다"면서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원전을 확대하고 민영화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 바람은 우리의 모두의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면서 "자본과 대기업이 아닌 깨끗한 전기를 누구에게나 공급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시민의 힘으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이제 탄핵을 넘어 기후 실현으로 우리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 함께 하겠다.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도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통령 퇴진 집회 전경. 2024.12.28. 사진 이호 작가
 

엑스(X)에서 '항연'이라는 닉네임(별명)으로 활동하는 청년 여성농부는 자신을 소개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닉네임을 외치며 큰 함성을 보냈다. 향연은 시민들의 호응에 감사해 하며, 지난주 '남태령 대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는 긴긴 동짓날 밤을 지나서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긴 남태령 대첩의 승자가 됐다. 우금치에 쓰러진 동학 농민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냈다"며 "이번만큼은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을 돕고 위로해드렸다"고 했다. 그는 "물론 (그 대가로) '익일 특급'으로 방배경찰서에서 집시법 위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며 "윤석열은 내란 이후 25일 넘도록 따뜻한 방 안에서 먹고자는데, 농민들은 '로켓 배송'으로 출석요구서를 받고 뒷목을 잡아야겠느냐, 이게 나라냐"고 했다.

그럼에도 '향연'은 시민의 승리를 거듭 확신했다. 그는 "지금 농민 선배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다고 한다. 피 흘리고 목숨 바친 아스팔트 농사 헛되지 않았다고 행복해한다"며 "남태령 불꽃이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으로 동덕여대로 곳곳에 농성 현장으로 들불처럼 번져간다. 남태령의 승리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아울러 "저희 농민들은 먹을 권리, 식량 주권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집회는 가수들의 연대공연이 이어지면서 무대 열기를 더했다. 가수 황푸하는 <아침이슬> <나의세상>을 불렀고, 밴드 패치워크로드는 존 레논의 <Imagine>과 유튜(U2)의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를 불렀다.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범 내려온다> <의사줌치> <히히하하> 등을 곡을 부르며 춤 공연을 펼쳤다.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마친 뒤 시민들은 광화문 앞에서 종로를 지나 명동 방면으로 행진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내란 주도세력과 공범자 비판 피하는 미국


CRS, 한미일 준동맹 지속가능성에 의문
VOA “한국 위기사태는 야당의 방해 탓”

캠벨 화낸 건 쿠데타보다 그로 인한 정권교체?
미국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의 위선 아니길

 

윤석열은 2023년 8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바이든은 이 한국 지도자에게 많은 투자를 했고, 그가 계엄령을 선포한 뒤에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 12월 26일
 

12월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애하고 키운(cultivated) 동맹국의 지도자(윤석열)가 수십년 만에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바이든 정부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보수주의자 윤 씨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뒤에도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버틴 트럼프와 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그에 대한 비난을 자제(refrain)했다.”

12월 26일 <뉴욕타임스>의 기사 ‘바이든과 그의 보좌관들, 미국의 목표를 훼손한 동맹국들에 구애(court)’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란 주도세력과 공범자 비판 피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이스라엘 같은 파트너들이 미국의 이익과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하자 깜짝 놀랐다’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윤 씨는 2023년 워싱턴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바이든 씨는 이 한국 지도자에게 막대한 투자를 했고, 그가 계엄령을 선포한 뒤 그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자제’가 아니라 그들이 윤 씨와 그의 추종자들을 공식적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비난한 적이 아예 없다. 그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 중 다수가 비판하고 경계해 마지 않는 상대는 오히려 그런 윤 씨와 그 추종자들을 헌법과 법률 규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야당들이다. 이는 미국 조야의 유력 인사들이 지금의 한국 위기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태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가려 하는지를 헤아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이스라엘에 도착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옹하고 있다. 바이든은 그때 네타냐후에게 일부 행동을 완화하도록 설득하려고 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다.  뉴욕 타임스 12월 26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위선적이거나 순진한 것”

뉴욕타임스는 그런 나라로 한국, 이스라엘 외에 아프가니스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꼽았다. 이들 나라가 미국이 맡긴 역할 수행에 실패하거나 미국의 정책 제안과 외교적 노력을 거부했을 때에도,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종종 러시아, 이란, 북한,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파트너를 소외시킬 수 없다며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2021년 꼭두각시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 뒷일을 맡기고 황급히 철수한 뒤 벌어진 아프간 정권 붕괴 뒤의 혼란과 유혈사태가 그러했다.

신문은 바이든 정부가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민주주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하고 윤 씨에게 ‘민주주의 정상회의’ 세 번째 회의를 서울에서 열어 주재하게 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위선적이거나 순진한 것”(hypocritical or naïve)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민주주의 정상회담은 미국의 많은 동맹국이나 파트너가 완전한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매우 논란이 많은 문제였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외교 정책의 중심으로 강조하면 위선적이거나 순진해 보일 뿐이다.”(엠마 애시포드 스팀슨 센터 수석 연구원)

위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팔레스타인 주민 4만 5000명 이상을 죽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부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한결같은 지지와 지원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애시포드는 미국 정부의 위선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한쪽(러시아의 침공)은 용납할 수 없는 전쟁범죄”라 비난하면서 “다른 쪽(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은 (정당한) 자기방어”라고 옹호하는 데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심하다”

버몬트 주의 독립적인 국제정책센터 수석 부사장이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고문을 지낸 맷 더스는 “그(바이든)는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한 것과 똑같은 일을 자행했을 때도 무조건 이스라엘을 지지했다”며 바이든이 강조해 온 “규칙 기반의 질서”가 정작 바이든 정부의 그런 위선적인 개입 때문에 입은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며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국제법의 기초에 더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수십년 간의 그의 정치활동 내내 미국이 세계질서 옹호의 챔피언, 즉 “교회의 대제사장”인 양 처신해 왔기 때문에 그런 위선적인 행위는 더욱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 미국 상원 초당파 그룹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전투원들에게 무기를 제공해 파괴적인 전쟁을 부추긴 또 다른 미국의 파트너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다른 외부 개입세력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바이든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UAE가 전쟁 내내 “인도적 기여”를 했다면서, 그들(UAE 등 개입세력)이 더는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그들을 옹호했다.

논란이 됐던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파병 움직임도 UAE를 통해 수단 내전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바이든 정부의 기획과 유사한 맥락에서 추진됐다면, 유럽과 미국은 자신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작 자신들은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고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아무 관련도 없는 8천 km나 떨어진 그들의 아시아 ‘파트너’에게 그 짐을 떠넘기려 한 셈이 된다.

불발로 끝난 비상계엄 이후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자료와 증언들을 보면, 윤 씨 등 친위 쿠데타 주도세력은 서방의 그런 구상에 자발적으로 적극 호응하고 가담해 자신들의 계엄령 발동을 정당화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CRS, 한미일 준동맹 지속가능성에 의문

지난 22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한국의 계엄 및 탄핵 사태로 한미일 삼국공조(준동맹) 등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 정책이 지속되지 않을지 모른다며,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의회”가 윤 씨가 주한 미군 지휘관들에게 통보도 없이 한국군을 계엄령 시행에 투입한 것과, (야당을 비롯한)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대북 대결자세를 강화해 온 윤 씨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대화정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회조사국은 특히 윤 씨가 과거 한국 대통령들보다 더 자발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준동맹관계 확장을 외교정책의 중심에 둔 데에 반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 씨의 그런 접근을 비판해 왔다며,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여당인 국힘당의 2배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윤 씨를 앞세워 추진해 온 한일관계 강화 및 한미일 삼국 준동맹체제 구축 노력이 지속 가능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 윤석열 대통령. 윤 씨는 지난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했으나 국회는 이를 해제하고 윤 씨를 탄핵했다.  뉴욕타임스 12월 26일
 

VOA “한국의 위기사태는 야당의 방해 탓”

그 이틀 전인 12월 22일 ‘미국의 소리’(VOA)에 출연한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지역 안보담당 부차관은 한국 야당 등 ‘진보’세력으로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 미국의 한반도 정책, 동아시아 정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계엄 사태 이후의 민주당 등 야당의 대응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경계했다.

국무부 직속이었다가 지금은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미국국제방송처(USAGM, 옛 BBG)에서 운영하는 VOA 출연자들은 한국에서 진보정부가 출범하면 진보적 대북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을 희생할 것이라며, 과거에 주한 미군을 ‘점령군’이라 했던 진보정당이 최근 동맹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보고 있고, 반일정서에 기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롤리스는 “지금의 정책 결정자들뿐만 아니라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도 향후의 ‘두 시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당장 몇 달간 지속될 혼란의 시기”를 걱정했다. 또 한 시기는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일어난 뒤의 ‘진보세력’ 집권 기간일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현 정부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최대한 방해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당장 겪게 될 혼란 시기를 “동맹으로서 최선을 다해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연합뉴스> 12월 22일)

롤리스는 위기의 한국사태를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는 세력이 정해진 헌법적 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과 집권당 주류가 아니라, 그런 그들을 비판하면서 법대로 하자는 야당과 ‘진보세력’이라고 완전히 뒤집어 주장한다.

롤리스에게 한국사태의 '정상화'는 한국 민주주의 체제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고 미일동맹이 끌어온 한일 유착, 한미일 3국 준동맹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거기에 방해가 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버려도 좋다.

윤석열은 그런 그들의 전략에 자발적으로 호응했다. 그들은 그런 윤의 등장에 열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떠나고 있다. 2024.12.27. 연합
 

캠벨이 화낸 건 쿠데타보다 그로 인한 정권교체?

미국 전현직 관리들 다수가 윤석열 친위 쿠데타가 야기한 한국의 최근 위기상황을 이런 관점에서 파악, 대처하고 있다면, 12.3 비상계엄 선언 직후 이를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 비판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의 얘기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좌우하는 국무부 제2인자의 그 발언은 윤 씨의 뜬금없는 친위 쿠데타 시도와 실패로 바이든 정부가 집중 투자를 해 온 한일 유착 및 한미일 준군사동맹 체제 구축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지도 모를 우행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미국이 콘트롤하기 쉽지 않은 한국 야당과 진보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가게 만들 문을 열어제쳤다는 것에 대한 화풀이일 수 있다.

캠벨을 비롯한 미국 고위관리들이 이번 사태로 재확인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과 저력을 칭찬하면서 합헌적, 합법적 절차에 따른 위기상황 해소를 강조하면서도 위기사태를 만든 장본인 윤 씨와 그의 동조자, 공모자들에 대한 합헌적, 합법적 처벌 절차를 방해하면서 ‘시간 벌기’를 하고 있는 집권 국힘당 주류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비판을 피하는 것은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위선’일 수 있다. 캠벨이 “심한 오판”이라며 화를 낸 것도 비영리단체 아스펜 전략포럼이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였다.

캠벨 등은 비상계엄 발동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실패 이후 윤석열은 정치적으로 이미 회생불능인 상태에서, 미국이 집착해 온 한미일 준동맹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를 배제한 친미 보수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지 않을까. 한국 민주주의 파괴자들인 쿠데타 세력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나 '진보세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CRS 보고서나 VOA 출연자들 발언도 그것을 암시한다. 국힘당과 한덕수 등 일부 관료들의 어정쩡한 태도도 미국 내의 그런 기류변화를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의 위선 아니길

합헌적이고 합법적인 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한덕수 권한대행과 국힘당의 최근 행보는 지난 23일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캠벨 부장관의 회담 및 계엄 사태로 연기됐던 한미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 ‘완전 재개’ 이후 더 도드라져 보인다.

미국이 주창해 온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이 위선적이라는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미국에 대한 세계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사태들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극우 정권 지지와 지원이다. 극우 네타냐후 정권 유지와 이스라엘군의 야만적인 ‘제노사이드’는 미국의 재정 및 군사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최근 ‘사태’가 미국의 민주주의 우월성 담론의 위선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지 않기를.     < 한승동 기자 >

‘내란 사태’ 2년 반 더 끌어가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재판관 임명 거부, 4월까지 버티면 ‘헌재 마비’

헌재 기능 정지, 윤석열에겐 최선의 시나리오
국힘, 대선지연∙수사회피 위해 국가 재앙도 감수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도구, ‘법기술’
내란 정국 ‘2년 반’ 연장, 절대 있어선 안돼
벼랑 끝에서 지지자 붙잡는 국힘, 뿌리쳐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가 26일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끝내 거부했다.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이 아닌 형식적 절차일 뿐임에도 임명을 거부한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한덕수는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가 됐지만, 권한대행의 바통을 넘겨받은 최상목 부총리도 미리부터 한덕수 탄핵에 반대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 부총리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에 나설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당초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던 신임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12.3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 사태가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이어질 현실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원래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27년 5월 9일까지 이 정국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의 헌법재판관들 6명 중 2명의 임기가 4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대혼란 정국이 향후 2년 반 동안 이어지는 것, 이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현실적으로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국민에게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도 없는 대재앙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24.12.2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재판관 임명 거부, 4월까지 버티면 ‘헌재 마비’

헌법재판관들 중 문형배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은 오는 4월 18일에 임기가 종료된다. 두 재판관은 2019년 4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명과 임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으므로 2025년 4월에 5년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이다. 앞으로 3개월 반 남짓 남았다.

이미 신임 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에 이어 최 부총리도 임명 거부 입장을 내세울 경우, 4월에 두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고 나면 헌법재판소에는 규정된 재판관 인원 9명 중 4명의 재판관만 남게 된다. 이번 3명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상황에서 다음 2명의 재판관이라고 임명할 리는 당연히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를 할 수 있고 탄핵 결정과 위헌 결정, 정당해산 결정에는 6명 이상의 재판관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중 ‘7명 이상 출석으로 심리할 수 있다’ 부분은 지난 10월 1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당장 윤석열 탄핵심판 심리는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과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만약 탄핵심판이 4월 전에 결정을 내지 못하고 4명의 재판관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는 탄핵, 위헌, 정당해산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탄핵심판을 포함해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기능들 중 가장 핵심 부분들이 모두 마비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7인 이상 출석으로 심리한다는 부분도 또다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월 ‘7명 이상 심리’ 부분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는 몇 명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변경을 한 것이 아니라 해당 문구의 효력 전체를 정지시켰으므로, 4인 체제가 된다 해도 심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외견상, 명목상으로만 그렇다.

‘4인 체제’는 원래 9명으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 헌법재판관 구성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4인 체제에서 심리를 강행하려 해도 그에 대한 이의제기를 헌법재판소가 견뎌낼 가능성은 없다. 윤석열은 미리부터 헌재 심리 불복을 선언할 것이 뻔하고 그로 인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최악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헌재가 이런 부담까지 감수하며 4인 체제에서 심리와 결정을 강행할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헌재는 6인 체제에서 선고가 가능한지 여부조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6인 체제에서의 대통령 탄핵 선고가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6인 체제인 지금도 선고를 망설이고 있는 마당에, 4인 체제로까지 추락하게 되면 선고는 커녕 최소한의 심리 진행도 전면 정지될 것이 분명하다.

거꾸로 말하면,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재판관 3명 임명 무산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최대한 탄핵심판을 지연시켜 어떻게든 4월 18일만 넘기는 것이 최선이 된다.

헌재 기능 정지, 윤석열에겐 최선의 시나리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헌법재판소 기능의 마비를 가장 반길 것은 당연히 윤석열 본인이다.

대통령직 복귀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 윤석열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권한정지 상태에서라도 2027년까지의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윤석열이 온갖 치사한 방법까지 다 동원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통보서 수령을 회피했던 것도 당연히 이 목적 때문이다. 그리고 수령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심판 절차에 응하기 시작했다. 탄핵심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2024.12.27 연합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에서부터 윤석열 측은 그런 의도를 여지 없이 드러났다. 시작부터 기일연기 신청서부터 내고 국회의 탄핵소추 적법성과 송달 과정의 적법성도 다투겠다고 했다. 이미선 재판관이 바로 ‘적법하게 송달됐다’면서 기일연기 신청도 거절하기는 했지만, 어떤 작은 틈만 보여도 파고들고 붙잡고 늘어져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언제까지? 4월에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할 때까지다. 어떻게든 그때까지만 지연시키면 탄핵심판은 정지된다. 그 시점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전히 신임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만 있으면,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원래의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권한정지 상태와 파면 상태는 당연히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이 임명한 장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수장들도 윤석열이 임명한 사람들이며, 일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차관들도 윤석열이 임명했다.

27일 탄핵소추된 한덕수 총리와 새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어도 파면 전에는 윤석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탄핵 심리가 장기화될 전망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윤석열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국힘, 대선 지연과 수사 회피 위해 국가 재앙도 감수

당연히 국민의힘에게도 이 시나라오가 최선이다. 이미 벌어진 비상계엄을 되돌릴 수도 없고 현재의 정국에선 패배할 것이 너무나 당연한 대선은 무조건 뒤로 미뤄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당장 마땅한 대선 후보도 없다. 당내 확고한 1위였던 한동훈은 국힘 스스로가 힘을 모아 몰아냈고, 홍준표나 오세훈 등의 후보군은 어떤 관점에서 돌아보더라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시시각각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선을 미루자면 탄핵심판 결정 자체를 최대한 미루는 방법 뿐이다.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정권이 바뀌고 나면 ‘명태균 게이트’를 비롯해 윤석열을 주범으로 하는 온갖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줄을 이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여기에 연루된 국힘 정치인이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명태균과 윤석열의 공천 비리에 직접 관여된 윤상현 의원은 가장 먼저, 가장 앞장서서 윤석열 비호에 나섰다. 국힘에 넘쳐나는 윤석열과 명운을 함께하는 의원들로선 탄핵 결정 지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신임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극렬 반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탄핵된 한덕수가 26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도 본인 의사가 아닌 여당 압박에 등 떠밀린 결과로 봐야 한다. 물론 윤석열의 의사도 어떤 식으로든 전달됐을 것이다.

27일 한덕수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수용하겠다 선언했지만, 의결 직후 당사자도 아닌 국민의힘이 나서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국힘 의원들이 한덕수와 대단한 친분이 있다거나 한덕수의 국정 수행 능력이 객관적으로 대단해서가 아니다. 오직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국힘의 명운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부총리에게도, 다른 모든 시급한 당면 사안들을 제쳐놓고서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라는 요구부터 내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덕수든 최상목이든 또 다른 누구든, 누가 권한대행이 되든 국힘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 4월까지 시간을 끌어 헌법재판소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 2024.12.17 연합
 

희박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도구, ‘법기술’

물론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애타게 바라는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당장 헌법재판소부터 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4월 이전에 탄핵심판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또 윤석열과 국민의힘, 소수의 극우 지지자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이 대혼란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종결되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탄핵 직후 시점에 비하면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얼마라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무시해도 될 만큼 작았던 불씨를 윤석열과 국힘이 사력을 다해 입김을 불어 키우고 있다. 한덕수가 그 노력에 부응해 재판관 임명 거부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직무정지된 윤석열이 여전히 대통령이고 그가 임명한 자들이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이며 권력기관의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들로서는 어떻게 잘 하면 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을 일어나게 만들려 할 때 동원되는 것이 ‘법기술’이다. 법의 적용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법의 정신과 취지임에도 현실 재판에서는 법기술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재판 결과가 원칙과 상식을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구사되는 것이 법기술이다.

윤석열로 상징되는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 대표적인 법기술 전문가들이다. 실질적 사실관계와 사회적 상식까지 왜곡시키며 침소봉대와 지록위마, 삼인성호를 끝없이 반복한 끝에 검찰을 개혁하려던 장관과 그 가족을 끝내 도륙해버리고도 그걸 대단한 성과로 포장까지 해낸 법기술 달인들이 바로 특수부 검사들, 특히 윤석열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들에게 훗날의 역사적 평가 같은 것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다. 그런 걸 두려워할 사람들이라면 이 정권의 끝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헌재의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들은 어떤 상상초월 파렴치한 법기술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매우 낮은 가능성이라도, 성공만 한다면 살아남고 다시 집권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소한 절차를 문제삼고 사문화되거나 전례도 없는 조문들, 판례들을 발굴해 헌법재판관들 앞에 쳐들 것이며 사사건건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이들은 심판 절차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최대한 지연만 시키면 된다. 어떻게든 탄핵심판을 4월 18일까지만 지연시키고 나면, 그 시점부터 헌법재판소의 기능은 마비되고 윤석열은 권한정지 상태에서 임기를 채우게 되며 그로써 자동으로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는 소멸된다. 탄핵 대상인 윤석열이 임기를 마쳤으니 심판으로 다툴 이익이 없어져 각하되는 것이다.

내란 정국 ‘2년 반’ 연장, 절대 있어선 안돼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에게 유일한 그 희망은 나머지 모든 국민에게는 재앙이자 지옥이자 고통이다. 윤석열 지지자, 국민의힘 지지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라. 지금과 같은 대혼란과 날이 갈수록 시시각각 악화되는 모든 것이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이어지는 것이다. 그 사이 경제부터 시작해 모든 사회 분야가 줄줄이 다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하다.

이미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환율부터 반응하고 있다. 26일 한덕수가 임명 거부 발표를 한 오후 1시 30분경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어 27일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해 오전 11시경 1,480원을 돌파했고 다시 30분 정도만에 1,486원까지 뚫었다.

하지만 탄핵안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3시를 앞두고 1,470원까지 급락했고, 본회의 진행 중에 약간 상승했지만 탄핵안 가결 후엔 안정을 찾기 시작해 28일 0시 시점까지 급등락 없이 1,475원 선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인해 현 정국이 기약없이 길어질 가능성이 대두되자 당장 환율부터 들썩이며 급등했다가 한덕수를 탄핵하고 나서야 다소 안정을 찾은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내수경기활성화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27 연합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당장 헌법재판소가 지금처럼 재판관 구성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된다는 것이고, 이 상황이 4월까지만 이어지면 헌법재판소의 기능 대부분이 정지되면서 탄핵심판이 정지된다. 그 상황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대한민국 전체의 ‘외통수’다. 이 대혼란 상황이 앞으로 2년 반 더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넘겨받은 최상목 부총리가 한시라도 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권한대행이 탄핵되어 부총리까지 권한대행 자리가 넘어간 것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하지만 그와 비교도 되지 않게 훨씬 심각한 상황은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로 대통령 탄핵 상황이 앞으로 2년 반이나 더 이어지는 것이다.

탄핵심판이 정지되어 2년 반 동안 지금의 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반길 사람은 오직 윤석열과 국힘 의원들 뿐이다. 나머지 모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에 너무도 절박한 문제여서 이런 초유의 비상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총리도 부총리도 장관도, 필요하다면 줄줄이 탄핵할 수밖에 없다. 내각의 장관들 전부를 다 탄핵하고 그 아래의 차관들까지 순서가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총리나 장관 몇 탄핵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줄탄핵은 헌정사상 최초 어쩌구 하는 소리도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못한 한가한 소리다. 윤석열 탄핵심판의 결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4월 18일 전에 선고가 나와야 한다. 그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파국이 다가온다.

벼랑 끝에서 지지자 붙잡는 국힘, 뿌리쳐야

국민의힘이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은 안된다’ 구호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국민들에게는 숨긴 중요 부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나라가 망해도’다.

물론 정말 나라가 망한다 해도 이재명만은 안된다고 핏대를 세울 초극우파도 아주 소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 막연하게 ‘이재명’이란 이름에 부정적 어감이 각인된 다수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이재명을 막기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해도 되는가. 그 망하는 나라에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가족과 지인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나라가 망해도 이재명만 막아내면 대한민국의 성공인가. 이재명만 아니면 나라와 가족이 파탄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파멸의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윤석열과 국힘 의원들이지 그들을 지지했던 보수 국민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살겠다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국가적 파멸로 몰아가는 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벼랑 끝에서 지지자들을 붙잡고 늘어진 그 더러운 손, 이젠 뿌리쳐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 박지훈 기자 >

촛불행동 "미국은 한국민 편인가? 내란범 편인가?

미 의회조사국, 윤석열 불법 계엄 비판 없어
"부패 총본산" 김건희 놔두고 이재명에 '낙인'
촛불행동 "미의회, 윤석열과 검찰 논리 수용"

 

"미국에게 엄중히 묻는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편인가? 내란범의 편인가?"

윤석열 퇴진과 탄핵 시위를 주도해온 '촛불승리전환행동'(상임대표 김민웅, 약칭 촛불행동)은 28일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공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국의 정치 위기: 계엄과 탄핵보고서가 현 계엄 및 탄핵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따져 물었다.

 

28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의 8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4.12.28 연합
 

미 의회조사국, 윤석열 불법 계엄 비판 없어

촛불행동은 '미국은 내란범들의 편인가?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란 제하의 성명에서 미 의회조사국이 '내란 수괴' 윤석열과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윤의 불법 계엄령 선포와 한국 민주주의 파괴와 "부패의 총본산"인 김건희 문제에 대한 비판 없이 차기 대선의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부패 인물'로 낙인찍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촛불행동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문제 삼지 않고 이재명 대표를 도리어 문제 삼고 있다"며 "미국에 우리가 경고하고자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최근 미국이 내란 대행 한덕수를 공개 지지하더니, 이제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치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과 국제 망신 주기가 도를 넘어섰다"라고 지적했다.

촛불행동은 "이 문건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미국의 한미일 공조 체제 전략을 반대했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수치스럽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기를 들 인물로 찍어 공개적인 거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28 연합
 

"부패 총본산" 김건희 놔두고 이재명에 '낙인'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의 군작전 지휘권을 갖고 있다. 1980년 5.18광주항쟁 당시에도 전두환 군부독재의 광주진압을 승인했던 미국이 이번 윤석열의 내란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면서 불법 군 동원을 통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에 대한 미국의 '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23일 미 의회조사국은 특히 윤석열이 과거 한국 대통령들보다 더 자발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공개 비판하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준동맹 관계 확장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둔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그런 접근을 비판해 왔다고 소개했다. 또한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2배가 넘는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윤석열을 앞세워 추진해 온 한일관계 강화와 한미일 3국 준동맹체제 구축 노력이 지속가능 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쿠데타 세력의 몰상식 버티기…미국 믿고 저러나?'. 12월 27일)                                     < 민들레 이유 기자 >

 

12월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연합
 

[촛불행동 성명 전문]

미국은 내란범들의 편인가? -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

지난 23일 미국 의회 공식 싱크 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계엄·탄핵 정국을 맞은 한국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유력 후보가 될 이재명 대표에 대해 '부패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북한에 대한 불법 자금 송금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라고 적어 놓았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조사 기구의 보고서 내용과 논리가 윤석열과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던 논리를 그대로 베꼈다. 한국에서 대표적 부패의 총본산인 김건희 얘기는 쏙 빼고 이재명 대표를 부패 혐의로 낙인찍는다는 것은 미국이 윤석열, 검찰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게다가 이 문건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미국의 한미일 공조 체제 전략을 반대했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수치스럽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결국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기를 들 인물로 찍어 공개적인 거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문건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문제 삼지 않고 이재명 대표를 도리어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게 우리가 경고하고자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이 내란대행 한덕수를 공개 지지하더니, 이제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한국 정치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과 국제망신주기가 도를 넘어섰다.

미국에게 엄중히 묻는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편인가? 내란범의 편인가?

미국은 한국의 군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다. 1980년 5.18광주항쟁 당시에도 전두환 군부독재의 광주진압을 승인했던 미국이 이번 윤석열의 내란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미국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윤석열 파면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와 뜻은 확고하다.

우리 국민들의 뜻에 맞서는 자들은 모조리 탄핵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내정에 간섭할 생각을 버리고 향후 행보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

2024년 12월 28일                촛불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