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판결문 뜯어보니…
“개만도 못한 인간쓰레기”

‘놈’ ‘원수’ 등 원색적 용어 동원해 강한 적개심 드러내
김정은 후계자 추대 때 “건성건성 박수” 첫번째 적시
‘백두혈통 세습과 권위에 도전’ 부각시켜 사형 정당화

북한 <중앙통신>이 지난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 국방위원회 전 부위원장에게 사형을 판결한 뒤 즉시 집행했다며 13일 발표한 판결문을 뜯어보면, 장성택에 대한 ‘죄목’이 깨알처럼 나와 있고 거칠게 비난하는 용어로 채워져 있다.
판결문은 장성택을 ‘놈’ 또는 ‘장성택놈’이라고 표현했다. “놈은 오래전부터 더러운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라는 식이다. 게다가 판결문 곳곳에서 장성택을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혁명의 원수, 인민의 원수”,“극악한 조국 반역자”라고 규정해 장성택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판결문에 나온 장성택의 죄목은 한마디로 북한의 후계 세습에 반기를 듣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판결문은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장성택은 당과 수령으로부터 받아안은 하늘같은 믿음과 뜨거운 육친적 사랑을 배신하고 천인공노할 반역 행위를 감행하였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은 “제놈이 있던 부서를 그 누구도 다치지 못하는 ‘소왕국’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구절에서 잘 드러난다.
 
김정은 권위에 대해 장성택이 도전한 죄목으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위대한 장군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높이 추대할 데 대한 중대한 문제가 토의되는 시기에 왼새끼를 꼬면서”라고 지적했다. 2010년 9월 김정은 제1비서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선언한 로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감히 왼쪽으로 새끼를 꼬았다, 즉 딴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판결문은 당시 “온 장내가 열광적인 환호로 끓어번질 때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장성택은 또 김정은 제1비서에게 도전하기 위해 자기 세력을 규합했다고 판결문은 지적했다.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말씀을 거역하고 제놈에게 아부아첨하고 추종하다가 된 타격을 받고 철직, 해임된 자들을 비롯한 불순 이색분자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산하기관들에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끄나풀로 이번에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을 꼽았다.
판결문은 또 김정은에 대한 도전뿐만 아니라,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무시했다’는 점도 부각시켜 이번 처형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예를 들어 “무엄하게도 대동강 타일공장에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모자이크 영상 작품과 현지 지도 사적비를 모시는 사업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또 장성택은 자기가 심어놓은 세력을 바탕으로 “내각총리 자리에 올라앉을 개꿈을 꾸면서 제놈이 있던 부서가 나라의 중요 경제 부문들을 다 걷어쥐어 내각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나라의 경제와 인민 생활을 수습할 수 없는 파국에로 몰아가려고 획책하였다”고 판결문은 주장했다. 북한 경제와 인민 생활이 피폐화된 책임을 장성택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2009년 만고 역적 박남기놈을 부추겨 수천억원의 우리 돈을 람발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게 하고 민심을 어지럽히도록 배후 조종한 장본인도 바로 장성택”이라고 밝혀, 2009년 화폐 개혁의 실패에 따른 책임도 장성택으로 돌렸다.
또한 장성택이 “2009년부터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 자료들을 심복 졸개들에게 유포시켜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했다”거나 “외국 도박장 출입까지 한 사실”까지 공개해, 장성택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임을 부각시키려 애를 썼다. 심지어 장성택이 군대를 동원해 정변을 꾀하려 했다는 죄목을 내놓기도 했다.
판결문은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원수님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며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그가 누구이든,그 어디에 숨어있든 모조리 쓸어모아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 위에 올려세우고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숙청 작업이 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국가정보원은 3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67) 당 행정부장이 최근 실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비서의 후견인으로 사실상 김정은 체제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장 부장이 실제로 실각했을 경우, 북한 핵심 권력 구도의 변화뿐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11월 하순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이용하(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됐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서도 (북한이) 후속 조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오후에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조원진·정청래 의원에게 이런 사실을 대면보고했다.
외교 소식통도 “장성택은 현재 북한 모처에 연금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정은이 장성택을 경계 대상으로 본 것 같다. 장성택이 경제에서 유화적이라, 장성택이 (권력을) 맡으면 민생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민심 등이 그에게는 부메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 당 비서의 남편으로,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기도 한 장 부장은 김 위원장 생존 당시부터 권력 핵심부에서 부침을 거듭하다, 김 위원장의 뇌졸중 발병 이후부터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왔다. 특히 2011년 12월 김 비서의 권력 세습 이후에는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한 권력의 양대 축을 이뤘다. 장 부장은 군부에 대한 당 우위의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비롯한 각종 경제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에서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위원을, 정부에서는 국방위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군에선 대장의 직책을 맡아왔다. 하지만 장 부장은 올해 국가안전보위부가 자신의 심복을 비리 혐의로 내사하는 등 견제 분위기가 나타나자, 공개 활동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은 내부적으로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반당 혐의로 공개 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 동요 차단에 부심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현재 장성택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당 행정부는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로동신문>이 지난 1일 ‘김정은 유일영도 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장 부장을 실각시키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희 당 비서의 거취에 대해선 “특별히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장성택의 측근들이 반당 혐의로 처형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위부와 당 조직지도부 등이 주도했으며, 사안의 성격상 김정은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수헌 기자 >


안철수, 신당 창당 공식화

● Hot 뉴스 2013. 11. 29. 14:36 Posted by SisaHan


“다음주 새정치추진위 출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추진위)의 출범 계획을 밝히며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세력화의) 지향점은 당연히 창당”이라며 신당 창당 의지도 밝혔다.
 
안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오늘 그 첫걸음을 디디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선 다음주 초 추진위 출범과 함께 구체적인 조직구성과 인선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후 전국 순회 국민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이 구상하는 ‘새정치’와 ‘정치세력화’를 설명하며 세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 이승준 기자 >


민주당의 침묵

“우리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제소는 박근혜 정권의 정치보복이고, 구시대적인 매카시즘의 부활입니다.”
지난 13일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 20명은 이렇게 밝혔다. 민평련 사무총장인 노영민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김근태 선배가 살아계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다. 다들 ‘틀림없이 발언했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은 법적 정통성이 12·12 쿠데타로 설립된 민정당에 있고, 경제적 뿌리는 5·16 쿠데타로 설립된 공화당에 있다. 그야말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반한 쿠데타에 뿌리를 둔 것이 새누리당”이라며 “헌재에 제소당할 정당은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한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반대하고 우려하는 이 상식적인 주장이 ‘민주진영의 맏형’을 자임하는 민주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정당해산심판 청구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이었다.
 
민주당도 ‘공식적인 의견’을 내긴 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의 부당함과 정치적 함의, 이것이 불러올 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대신, 유보적이고 양비론적인 ‘관전자’의 자세를 선택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5일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책임있는 역사의식에 기초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대표는 “불행한 일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통합진보당도 이번 기회에 당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추구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종북몰이를 비판하기는커녕 통합진보당을 향해 ‘혐의 없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나마도 7일부터는 그 누구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통합진보당’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직후인 지난 9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통합진보당 규탄 대회를 열고 있다.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뒤 ‘불행하고 유감스럽다’면서도
스스로 혐의 없음을 증명하라며 유보·양비론적 입장 보인 민주당

“통합진보당에 거리를 두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생각하나 
피한다고 해서 될 문제 아니다 
통합진보당을 노린 것 같지만 결국은 민주당을 공격할 것”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금의 여권으로부터 ‘빨갱이’ 소리까지 듣는 색깔론의 피해자였던 동시에, 이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소속 의원들 가운데는 과거 공안사건에 연루됐던 이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왜 지금 민주당은 과감히 맞서지 못하는 것일까.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는 물론이고 의원들도, 통합진보당과 도맷금으로 ‘종북’으로 몰리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주요 선거 때마다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룬 탓에 유권자들은 두 당이 다를 바 없다고 여길 것이므로, 종북이라는 최악의 주홍글씨가 새겨진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지 않으면 자신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정서가 강하다는 얘기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일부 언론의 비판을 지도부가 견디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다른 의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정도로 언론 환경은 일방적으로 민주당에 불리하다. 이 때문인지 보수언론에 욕을 먹으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당 지도부가 (종북몰이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데 있어)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런 어정쩡한 태도가 민주당이 바라는 대로 매카시즘의 광풍에서 민주당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통합진보당에 거리를 두면 민주당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이건 피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을 노린 것 같지만 결국은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평련은 기자회견에서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라는 시를 읽었다. “독일에서 처음 나치가 등장했을 때/ 처음에는 그들은 유대인을 잡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다음에 그들은 사회주의자들을 잡아갔습니다./ 그때도 나는 침묵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중략) /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 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침묵으로는, 희망이 배제된 이 묵시록을 피해 갈 수 없다는 호소가 아닐까.
< 조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