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이라도 빨리 확인해달라”  유족들 울부짖

 

 
 
동생이 제주항공 항공기를 타고 귀국하던 한 탑승자 가족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울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김○○, 장○○, 김○○, 정○○, 박○○…”

세밑 한파 속에 모처럼 따뜻한 남국으로 여행을 떠났던 가족의 이름이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로 불렸다. 5살부터 70대까지 탑승자 181명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방당국의 설명에, 설렘과 교차의 장소였던 공항 곳곳이 오열로 얼룩졌다.

29일 아침 9시3분께 전남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충돌·폭발한 타이 방콕발 제주항공 비행기에 가족이 탑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오전부터 다급한 심정으로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서울에서 시속 130㎞로 달려왔다”는 가족도 있었다.

어머니 돌보던 동생…결혼 앞둔 딸

“동생이 병이 있어 몸이 안 좋고 추위를 많이 타니까 신랑이 따뜻한 쪽에서 쉬고 오자고 해서 간 여행이었어요.” 이날 오후 탑승자인 40대 중반 여동생 부부를 찾으러 온 오빠 ㄱ씨는 “탑승했다는 명단만 확인했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확인을 못 했다”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ㄱ씨는 “우리 4남매가 다 흩어졌는데 동생은 계속 광주에서 어머니 곁에 살며 아들 노릇 딸 노릇 혼자 다 했다. 그런 동생한테 이런 일이 생겨버렸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연결되지 못한 마지막 통화는 사무치는 후회로 남았다. “어젯밤에 전화했는데 안 받는 거예요. 이후에 ‘일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카카오톡을 하기에, 제가 ‘부럽다, 여행 잘하고 와라’ 보냈어요. 근데 그게 마지막이… 한번 전화해볼걸.”

오후 늦게까지 사망자 신원 확인은 쉽지 않았다. 사고 발생 5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30분께가 돼서야 신원이 확인된 5명의 사망자 명단이 처음 발표됐다. 뒤이어 30분 단위로 확인된 사망자가 12명, 22명으로 더해졌다. 가족의 이름을 듣지 못한 가족은 “신원이라도 빨리 확인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대체 어딨냐, 어디에 있느냐”며 공항 로비를 헤매기도 했다.

부산지방항공청의 가족 대상 브리핑에 동행했던 한 경찰은 “경찰 40여명을 투입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혹시라도 잘못 알려질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어 소지품, 지문 확인 등을 하고 있다”며 “주검 훼손이 심해 지문 확인이 어려운 분들은 유전자 채취 뒤 가족들과 비교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2살 조카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던 김남종씨는 “가족들이 7~8시간씩 기다리고 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예쁜 딸이었는데 부모들이 지금 얼마나 아프겠냐”며 “이름이 불리는지 안 불리는지만 목만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박아무개(22)씨가 무안제주항공참사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었던 어머니와 사고 직전 나눈 대화를 담은 메신저 화면. 박씨 제공.
 

‘성탄절 패키지 여행’ 탑승자 다수

사망자 가운데는 동료, 이웃, 친구끼리 단체 여행을 떠난 경우가 적잖았다. 사고가 난 항공기에는 지난 성탄절 3박5일 패키지 여행을 떠난 이들이 다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던 ㄴ씨는 “전 직장 동료 모임에서 모은 돈으로 17명이 함께 가셨다. 성탄절이라 인사를 가려 했더니 여행 간다고 하셨다. 막내 손주를 좀 보여달라고 하셔서 동영상 보내드린 게 마지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70대 형의 사고 소식을 들은 김병완(68)씨는 “장흥 장평면에서 평생 사신 분인데, 그 동네에서만 5명이 함께 여행을 갔다. 동네도 비상일 것”이라며 “농사만 지은 분이다. 이제야 좀 쓰면서 즐기고 살자고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셨다”고 했다. 64살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형 ㄷ씨도 “동생이 친구 11명과 떠난 단체여행이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놀라서 달려왔다”며 ‘기도해달라’는 지인 메시지로 가득한 메신저 화면을 내보였다.

정확한 사망자 명단과 사고 현장 확인을 요청하기 위해 가족들이 안간힘을 쓰며 직접 나서는 모습도 이어졌다. 한 가족은 수첩을 뜯어 모인 이들의 연락처를 모으며 “저도 형님이 돌아가셨는데 나설 사람이 없다”고 울먹였다. 가족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정리에 나서야 할 정도로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사망자 명단이 작은 소리로 불려 “들리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반복됐고, 정부·지자체·소방과 경찰·항공 당국 등 다양한 관계기관 가운데 소통 창구도 모호했다. 이날 공항을 찾은 정치인과 관계 기관 책임자에게 “컨트롤타워를 마련해달라”는 가족들의 호소와 통곡이 수차례 이어지고서야, 국토교통부 담당자가 소통 창구로 지정됐고 사망자 신원을 확인한 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현장 확인이 이뤄졌다.

부모님 두 분이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대학생 박아무개(22)씨는 ”친구 분들이랑 다같이 연말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사고 직전 박씨가 부모님과 나눈 메신저 대화(사진)는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키는 일상적인 내용이다. 순간 어머니가 ‘잠깐 있어’라고 말을 멈춘 뒤, ’착륙 못하는 중’ ’유언해야 하나’라고 말을 이은 뒤 대화는 멎었다. 박씨는 ”처음에 별 일이 아닌 줄 알았다. 뉴스 속보를 보고 나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나는 형제도 없어서 외동이에요. 천애고아가 되었네요.”

사망자 신원이 조금씩 확인되며 늘어나는 과정은 이날 저녁 늦게까지 반복됐다. 이름을 제대로 듣기 위한 적막, 뒤이어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아흑” “어떡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터져나오는 가족들의 울음과 참혹한 몸부림도 그치지 않았다.        < 정인선  임재희  김용희  김가윤 기자 >

 

“무안 제주항공 참사 주검, 신원 파악 어려울 만큼 참혹”…소방관 눈물

  무안항공 참사 화재 진압 투입 “기체에 남은 연료 없었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수색 작업하고 있다. 무안/연합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화재 진압을 담당했던 한 소방관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참혹한 현장을 표현했다.

이 소방관은 이날 오전 10시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165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9시3분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1시간여 만이었다. 소방관 동료들과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이 소방관은 “여객기 사망자들의 주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꼭 전쟁터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9일 오전10시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165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사고. 독자 제공

이날 사고 항공기 화재 진압은 43분여 만에 종료됐다. 이 소방관은 “항공기엔 남아 있던 연료가 없어서 화재 진압이 빨랐다”고 했다. 소방당국 등은 항공기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는 제주항공 7C 2216편이 활주로를 이탈해 담에 부딪히며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버드스트라이크(운항 중 항공기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불발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2009년 생산된 기령 15.4년의 기체다. 이 사고로 항공기는 전소했으며,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 탑승자 중 124명이 숨졌고, 현재까지 생존자는 2명이다.  < 한겨레 정대하  천경석 기자 >

 

“메이데이” 신호 뒤 방향 바꿨지만…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단 10분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에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타이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29일(현지시각) 새벽 1시30분 타이(태국) 방콕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여객기(7C 2216)는 방콕 수완나품공항을 출발해 아침 8시30분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이 여객기는 도착 시간이 지연돼 착륙 시간은 아침 8시50분으로 미뤄졌다. 비행기에는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무안공항 관제탑이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정상 착륙 방향인 01번 방향(남쪽에서 북쪽)으로 착륙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착륙 때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영상을 보면 기체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 유족이 취재진에게 공개한 탑승객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해당 탑승객은 오전 9시 “방금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1분 뒤 “유언해야 하나”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사고 기체는 착륙 당시 랜딩기어(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주로 중간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는 활주로 남쪽 끝에 있는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에 부딪힌 뒤 외벽 담벼락까지 충돌했다. 기체는 꼬리 부분만 남기고 완파됐고 화염에 휩싸였다. 같은 시각 신고를 접수한 소방청은 오전 9시14분 현장에 도착해 재난대응 3단계(광역지방자치단체 소방력 총동원)를 발령했다. 오후 3시 기준 구조·수습 인력은 소방 490명, 경찰 455명 등 1562명이다.

오전 9시23분과 9시50분 기체 꼬리 쪽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두번째로 구조된 생존자는 구조대 쪽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했다”는 말을 전했다.

오후 1시께까지 구조작업을 진행하던 구조당국은 더는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주검 수습 작업으로 전환했다. 오후 1시20분 구조대원들은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사고 현장 주변으로 가방 등 유류품 수거에 나섰다. 주검이 있던 자리에는 노란색 깃발, 유류품이 있던 자리에는 빨간색 깃발로 위치를 표시했다.

이날 소방청은 오전부터 사망자와 생존자가 몇명인지를 발표했다. 오전만 하더라도 사망자는 20~30명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어 밤 9시께 전남소방본부는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179명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원 확인은 밤 10시 현재 88명에 그쳐 유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 작동이 불발된 것이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은 다음달 1일 새벽 5시까지 활주로를 폐쇄할 예정이다.  < 김용희 박수지 기자 >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독자제공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으로부터 새떼와의 충돌 경보를 받은 지 2분 만에 조난신호를 보냈고, 이어 동체착륙을 감행했다. 새떼와 충돌한 뒤 오른쪽 엔진에서 불이 났고, 랜딩기어(기체에 달린 바퀴)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는 사고 수습 뒤 이어질 조사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항공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무안공항 관제탑이 제주항공 7C 2216편(방콕→무안)에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크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1번 활주로로 착륙하려 했으나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 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타이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 추락한 2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랜딩기어 왜 작동 안했나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사고를 키운 ‘랜딩기어의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운항학과)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하나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엔진만으로도 랜딩기어는 작동되고, 수동으로도 조작된다. 랜딩기어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동 시스템이 메인 랜딩기어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동체착륙 감행 후 감속이 안 돼 사고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재동 세한대 교수(항공정비학)도 “유압 계통이 동시에 다 망가져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쪽은 “정기 점검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 점검해왔으며 사고 항공기에 이상이 있었던 징후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의 영향이 랜딩기어 제어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등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류 충돌 방지, 적극적으로 했는지도

동체착륙을 할 경우, 통상 관제탑과 교신 등을 통해 공항당국이 소방차를 대기시키고 활주로에 소화액을 뿌려놓는 등 화재에 대비한다. 항공기도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기내에 있는 연료를 최대한 배출한다.

그러나 이날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소방청이 현장에 출동한 것도 화재 신고를 접수한 뒤다. 충분한 사전 조처 없이 동체착륙이 감행된 정황이다. 새떼 충돌부터 외벽 충돌에 이르기까지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급하게 상황이 돌아간 탓이 커 보인다. 향후 엔진 화재 등으로 인해 기체 내부에 어떤 비상상황이 벌어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제와 사고기 기장이 동체착륙 시작점을 제대로 확보했는지도 조사 쟁점이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퇴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도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 조류 충돌 예방 관련 인력은 4명에 그친다. 김포국제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등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무안공항은 인근에 몸집이 큰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과 호수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공항으로 꼽혀왔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류 충돌 예방) 기준에 맞춰서 인력 및 장비가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박수지 임재희  정인선 기자 >

 

정부 "제주항공 사고기, 착륙 직전 '조류 충돌' 경고 6분 뒤 충돌"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 뒤 공항 벽면에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조류 충돌' 주의"를 전달했다"라며, "해당 항공기 조종사가 메이데이(긴급상황)를 선언한 뒤 대략 2분 후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착륙 전 무안 공항 접근 당시 오른쪽 엔진에서 이상 화염이 나오고 있는 모습(빨간원). 2024.12.29 ⓒ 연합= 독자 제공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사고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여객기는 조류 충돌 경고 후 1분 후에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고, 이후 5분 만에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리핑을 맡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 58분께 사고기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

이후 사고기는 오전 9시께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처음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주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며 "그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줘 조종사가 수용하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다.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 현 직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2가지 블랙박스 가운데 비행기록장치의 수거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머지 음성기록장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로, 그전에도 항공기가 운행했다"며 선을 그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m∼3600m) 보다는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보다는 길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 파손된 여객기 좌석이 떨어져 있다. 2024.12.29 ⓒ 연합
 


국토부는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동체 착륙을 한 뒤 화재가 났고 그 뒤에 소방 당국이 바로 출동했다"며 "어떤 원인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1개월이 걸렸다.   < 연합 김보경 임성호 기자 >

  

구조물 등 비행기에서 떨어진 잔해 곳곳에 흩어져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시작지점에는 사고를 수습하는 구조대원들과 취재진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9시 7분께 태국 방콕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7C 2216편 항공기가 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을 태우고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활주로를 이탈해 화재가 발생했다.

오전 11시께 화재는 진압된 상황이지만 사고 현장 주변은 매캐한 연기 냄새가 뒤덮고 있었다. 종이더미, 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 등 비행기에서 떨어진 잔해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활주로 외벽 너머로 보이는 사고 기체 꼬리날개는 시커멓게 불에 탄 모습이었다. 구조대원들은 기체가 있는 지점 100∼200m 주변에서 주검을 수습하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철조망 일부를 제거하고 환자이송용 침대를 수십 차례 옮기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활주로가 보이는 도로변에 모여 수습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안군 주민 김아무개(64)씨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찾았다”며 “1993년 목포 아시아나항공기 사고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사고 기체 착륙 전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지만 현장에 있는 경찰들은 공항에서 새를 쫓기 위해 설치한 총포음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공항 본부건물에 모여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공사 쪽은 본부건물 3층 회의실에 ‘유가족 대기실’이라는 문구를 붙여넣었지만 일부 가족들이 “왜 우리가 유족이냐”며 문구 종이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사고 현장에 접근하다가 구조대원들에게 제지당한 뒤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공항본부건물에서 만난 한 유족은 “공항 쪽에서 아무런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마냥 기다리고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국토교통부 주재 현장 브리핑은 낮 12시30분께 이뤄졌다.

낮 12시50분 기준 탑승자 181명 중 생존자 2명, 사망자는 85명이다.                   < 한겨레 김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