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1980년대 이후 민주사회라 여겨진 한국에 큰 충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긴급으로 전한 미 뉴욕타임스 메인 화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정치적 분쟁, 평화적 해결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제사회도 일제히 한국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엑스포 관련 행사 연설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 등이 한국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면서 “한국 상황을 중대한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정치적 분쟁이든 평화적으로, 법치에 부합하게 해결될 것을 전적으로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속보를 통해 “한국의 윤 대통령이 야당을 비판하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면서 “그는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지만, 이 조치가 한국의 통치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AP는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해 왔고, 자신의 부인이 연루된 스캔들에 대한 야당의 독립적인 조사 요구를 일축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22년 출범한 윤 정권은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저조했다”면서 “5월 총선에서 여당이 대패해 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국정운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몰리자 야당을 힘으로 억누르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비상수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N,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도 속보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1980년대 이후 민주적인 사회라고 여겨진 한국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고 전했다. 존 닐슨 라이트 케임브리지대 조교수는 CNN에 “솔직히 말해서 윤 대통령이 이런 일을 마음 먹은 것이 기괴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정책 분야 한 고위 관리는 “꽤나 미친 짓”이라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외신들은 한국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국회 상황 등을 실시간 긴급 타전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민주당의 긴급 의원회의 소집 상황 등 여러 기사를 긴급 타전했다. 영국 BBC는 홈페이지에 라이브 페이지를 편성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했다.

BBC는 “윤 대통령은 부인을 둘러싼 스캔들 등에 휩싸여 있으며 야당은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보여 왔다”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마지막 계엄령 선포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 이후였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국내외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할 때 쓰는 라이브 업데이트 방식으로 실시간 뉴스를 보도하며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군사독재가 종식된 이후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처음”이라고 짚었다.

아랍권 최대 매체 알자지라를 비롯해 기타 외신들도 속보를 전하며 윤 대통령과 여당이 내년 예산안을 놓고 야당과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 경향 선명수 기자 > 

 

요건도 절차도 안 지킨 비상계엄 내란죄

 

 

비상계엄 선포 150분 만에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 4일 오전 1시 35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아 상황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의 난데없는 계엄선포는 '취중 난동극'과도 같은 상황이 돼가고 있다. 

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국회 본청에 진입했던 계엄군 병력도 철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4일 자정 야시경 및 K1 기관단총을 소지한 무장 군인들은 헬기를 타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지만 1시간여 만에 철수한 것이다.

심야에 기습적으로 내린 비상계엄 선포는 이같이 한밤의 '소극(笑劇)'으로 끝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계엄령 시도가 무산되는 것에서 나아가 윤석열의 대통령직 탄핵의 결정적 요건을 스스로 제공했다.

법학자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상황이 헌법에 규정한 계엄의 실체적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사유가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탄핵사유의 충분조건을 충족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 소집을 막거나 의원들의 국회 회의장 입장을 막으면 대통령의 내란범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았다(계엄법 2조 5항).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명백한 계엄법 위반이다.

계엄 선포 자체가 무효였으므로 해제 의결 자체가 필요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은 내란을 시도했지만 내란 시도 능력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계엄선포 요건이나 절차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민들은 장갑차와 군인들 앞에서 두려워하기는커녕 계엄령 선포를 비웃으며 국회로 모여들어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 절차 진행을 보호했다. 공수부대가 나오지 못하게 버스 문을 앞에서 막고 버티는 등 시민들이 나서서 윤석열의 사실상의 친위 쿠데타를 막아냈다.

이제 '윤석열 탄핵'은 급가속을 밟게 됐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인 내란죄를 적용해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밤을 새고 있는 국민들은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 모여 윤석열의 즉각 퇴진과 탄핵, 처벌을 촉구하려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오전 9시 광화문에서 시민단체 총집결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 민들레 이명재 >

 

앙골라 방문 바이든도 “보고받았다”

 
앙골라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수도 루안다의 국립노예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루안다/로이터 연합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사태에 대해 더 파악해 나가면서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앙골라를 방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행한 기자들에게 “막 브리핑을 받았다”, “밤사이 상황에 대해 자세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특정 국가의 법률과 규정들은 준수돼야 한다는 희망을 확실히 갖고 있다”며 “여기에는 (한국) 국회의 표결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가 참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을 무효화한 표결을 윤 대통령이 헌법 조항에 따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이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도 담긴 메시지로 읽힌다.

이날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 연설에 앞서 별도의 발언을 자청해 “우리는 한국의 최근 상황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의) 상대방들과 이곳과 서울에서 모든 급에서 관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모두가 상황을 브리핑받고 계속 상황 평가를 보고받고 있다”고 했다. 캠벨은 또 “우리는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으며, 불확실한 시기에 있는 한국을 지지한다”며 “또한 우리는 정치적 분쟁이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

 

 “ 일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이 해제된 뒤 법조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계엄법에는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을 위반한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 같고 일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과 같다”며 “대통령 제1의 책무는 헌법 준수,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다. 이걸 위헌적으로 행사했다는 점에서 100% 탄핵사유”라고 강조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국회에서 국회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했으니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해야 하고, 이를 받지 않는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 지금의 계엄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으로 걸어들어간 셈”이라고 평가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77조는 통상적인 경찰력만 가지고는 치안유지가 될 수 없는 비상사태를 얘기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소추 등으로 국가기능이 마비된다면 정당의 위헌성을 따져보면 될 일이지, 비상계엄선포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예산 마비 등은) 국가 기관 내에서 장애가 발생한 건데, 전시사변이라는 국가기관 밖에서 벌어졌을 때 하는 비상계엄 선포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지 이게 무슨 비상계엄인가”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회가 계엄해제를 요구했는데 안 하고 군대를 밀어넣는다면 이건 전형적인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을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게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위헌 행위”라며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우리는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탄핵 사유를 넘어 내란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야말로 탄핵사유다. 바로 탄핵 국면이 전개될 거라고 본다”며 “사실 이건 내란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통령은 즉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내란은 대통령 재임 중에도 수사 및 소추가 가능하다”고 적었다.  < 한겨레  오연서 이지혜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