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

 

                          ▲분서갱유를 묘사한 18세기 중국 채색화위키미디어 공용


기원전 213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운 진의 시황제는 실용서를 제외한 책들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해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잘 알려진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7개의 나라로 갈라져 싸웠던 전국 시대를 종식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저질러진 것으로, 당시 불태워진 책들은 대부분 이른바 제자백가라고 불리는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책들, 그리고 진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역사서였다.

그런데 '분서갱유' 사건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분서갱유'의 대상이 된 책 중에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상가, 역사서들과 함께 시 등 문학 작품들도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었다.

'분서갱유'만이 아니다. 이후에도 전제 정권이 사상을 탄압하고 지식인들을 숙청하는 일들은 역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그 탄압의 대상이 된 경우는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했다.

얼핏 생각하면 권력에 위협이 되는 정치사상가, 혁명가들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탄압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치가들만큼이나 예술인들도 권력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 사건이다.

왕권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

정조는 성군으로 칭송받는 군주이지만, 어디까지나 전제 왕정 국가의 왕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정조는 극심했던 붕당의 대립을 통제하기 위해 왕권 강화에 애썼던 통치자였다. 영리했던 정조는 능숙한 정치 기술로 왕권을 확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진 "분서" 사건이 '문체반정'이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정조 무렵을 기준으로도 2000년 이전의 문헌인 논어 등의 한문체를 탈피하여, 좀 더 구어체에 가까운 새로운 문체가 유행하고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른 정조는 이를 패관 문체라고 불렀는데, 패관은 본래 세간의 정보를 정리하여 왕에게 보고하던 중국의 관직 이름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패관이 작성하는 정보 문서들은 저잣거리의 구어체로 작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패관 특유의 문체가 중국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의 문체가 되어, 결국 조선까지 영향을 준 것이었다. 정조는 이런 패관문체가 유교에 바탕을 둔 조선왕조의 정당성을 흔든다고 생각했고, 패관 문체로 작성된 책들을 불태울 것을 지시하였다.

재밌는 것은 당시 신식 문체로 가장 유명한 지식인 중 하나가 연암 박지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정조가 무도한 왕은 아니었기 때문에 박지원이 ' 문체반정'으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반성문을 써서 정조에게 제출해야 했다.

'문체반정'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는 부분은, '문체반정'이 단순히 글을 쓰는 스타일을 문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문화가 조선의 전통적인 전제 왕권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 확인

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문화예술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무관할 수 없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특별한 의식을 갖지 않고 창작하는 예술인인 경우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떨쳐 일어난 계기가 된 경우는 적지 않다.

독재자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벌어진 검열과 문화 탄압도 그렇게 벌어진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결국 그 근본은 이러한 문화예술의 속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워낙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더 또렷이 기억하지만,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이 작업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이어받아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대통령실이 주도한 건이라 그나마 수사가 가능했지만,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원장 원세훈의 지휘를 받아 주도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관련 정보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명박, 원세훈 등이 저지른 행위는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그들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특정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검찰조차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대상이 국가정보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문화예술 탄압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탄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두 정권이 군사정권 출신들이, 독재자들을 추종하는 자들이 만든 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뒤집어 말해, 블랙리스트 등의 방법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탄압했다는 사실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이 확인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이 결국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의 본질 때문이라면,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권력을 쥔 자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이를 실무 지휘한 몇몇 사람들에게 비판이 집중되었지만, 그 모든 범죄의 책임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이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을 일삼는다면, 정권이 그렇게 변질되었을 때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이 거의 필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문화예술인들은 이 사회의 "탄광의 카나리아"인 셈이다. 그들이 탄압받는 세상은 단순히 문화예술인들에게 부당한 세상인 것만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세상인 것이다.

책임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주요행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우려되는 것은, 현 정권에서 다시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명박 시절 블랙리스트 건으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행정 전문가들이 복귀했다. 윤석열 정권은 이명박 정부의 인물을 대거 등용했는데, 그렇게 등용된 인물 중에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예산들도 크게 삭감되었음은 물론,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수사, 손해배상 청구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예술인이 국가의 지원으로 힘겹게 예술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이 매우 교묘하고도 악질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에서 정권이 "찍은" 문화예술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그들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벌인 기술자들이 돌아오고,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축소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형인 현 정권의 문제이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권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현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는 하나, 이 정권에서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수장이자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얼마 전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의 이 평가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독재자들이 하나같이 문화예술을 탄압하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한림원이 말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젠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과거의 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김필성 변호사, 오마이뉴스 >

노동자대회-촛불대행진-민주당 2차 국민행동

시청역 앞 대로서 오후 4시부터 연쇄 개최
"더 이상 못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경찰 폭력 대응으로 "6명 연행, 9명 부상"
촛불행진 10만명 "대국민 사기 담화" 성토


민주당 2차 장외집회…"무릎 꿇게 만들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없는 대국민 담화에 분노한 노동자와 촛불시민, 야당 당원 등 수십만 명이 주말 서울 도심, 한자리에서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요구했다. 지난주 30만 명이 거리에 몰려나온 데 이어 이번 주도 수십만 명이 집회에 나서면서 탄핵 열기가 끓어 오르는 모습이다.

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등 집회가 연쇄적으로 개최됐다.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발디딜 틈 없이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9. 연합
 

'윤석열 퇴진 광장' 문을 연 민주노총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후 4시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노동조합원과 농민, 청년, 일반 시민 등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노동자가 앞장서서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라고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이 나라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고 있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 한다"면서 "이틀 전 대통령의 끝장토론(대국민 담화)은 이 정권의 끝을 보여주었다. 권력 주체인 국민들이 틀렸다, 바꾸라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 하겠다 답했다. 이제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몰아낸 자리에 노동자 민중의 권력을 세우자" "새로운 세상을 윤석열정권 퇴진 광장에서부터 만들어가자"면서, "전두환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자"며 "노동자 민중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세우자"고 외쳤다.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산별 노조와 지역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퇴진에 한목소리를 냈다. 공공운수노조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오히려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건강보험은 축소하는 민영화 방안이 들어있다"며 "대통령 말대로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지역·필수의료에 단 한 명도 배정할 수 없는 게 의료개혁의 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구한다. 국공립공공의대를 만들어 공공의사를 양성하자 그리고 시장의료를 공공의료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자연구자 협의회(민교협) 사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지금 전국대학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이 집권하자마자 2년 만이라는 단시일 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반동과 퇴행을 자행했다"라면서 "그것도 모자라 국정농단을 하고 전쟁위기까지 조장한다"면서 "이런 대통령은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오후 4시 노동자대회에 앞서 민주노총 16개 산업별연맹은 서울 도심 14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이후 각 연맹은 다른 경로로 행진해 본 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앞으로 결집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가하려는 노조원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로 막으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열어라" "폭력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경찰은 본 대회 중에도 노조원과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집회 장소인 차도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에 노조원과 시민들도 경찰 펜스를 들어 올리고 차도 밖으로 경찰을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11명이 현행범 체포됐고, 100여 명이 부상 당했으며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집회도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노동자와 야당을 이어준 촛불대행진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은 시작부터 힘찬 구호로 문을 열어젖혔다. 10만 여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여론조작 불법선거 윤석열을 탄핵하자" "대국민 사기 담화 범죄자 윤석열을 탄핵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을 통해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일당의 추악한 범죄행각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참칭하는 윤석열 김건희 사기꾼 일당들의 범죄 천국이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똑똑히 보고 있다"며 "그러나 윤건희 일당은 명백한 범죄증거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전국민을 상대로 실시간으로 사기친다"고 힐난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권 공동대표는 또 "국힘당 한기호와 신원식 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문자에서 보듯이 이자들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한반도 전쟁을 만들려는 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쟁을 (우리 땅으로) 수입하겠다는 완전히 미친 자들"이라며 "이 모든 수순이 김건희 방탄용 전쟁기획이다. 김건희 범죄 덮자고 전쟁까지 시도하는 윤건희 일당을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남은 것은 탄핵뿐"이라고 표효했다. 

이에 시민들은 "범국민항쟁으로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 "전쟁으로 돌진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화답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며 "다른 말로 하면 2027년 5월 9일까지 내가 왕이라고 국민 앞에 뻔뻔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윤석열 왕 밑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버티고 살겠나. 저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부끄러워서 그렇게 못산다"며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윤석열이 2027년 5월 9일 임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날짜까지 이야기하는 거 보면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 아니겠냐"며 "윤석열 임기는 윤석열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정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 민주당 당원들, 촛불시민들이 드디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며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의 마음 하나로 굳게 뭉쳐서 올겨울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탄핵하자"고 했다.

"국민에 복종 안 하면 무릎 꿇게 해야"

집회장의 열기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노동자와 촛불시민, 민주당원 등 20여 만명(주최 쪽 추산)은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성토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 국정농단 심판과 김건희 특검 등을 촉구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 등 야4당 당대표와 의원들도 참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아무리 불법을 저질렀어도 수사받을 순 없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통치차는 김건희다, 그러니 찍소리 말고 가만히 있으라, 이것이 대국민 담화의 본질이었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에서 안귀령 도봉갑 지역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충분히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며 "이제 관망은 끝났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은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하자"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겠다. 역사를 믿는다"고 다짐했다.

야 4당 대표의 연대사도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이제 가장 빠른 방식으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며 "국회는 김건희 특검과 탄핵소추뿐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합법적으로 국민주권을 실현해내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이제 국정농단 증거는 나올 만큼 나왔다. 우리에게 놓여있는 선택지도 하나뿐"이라며 "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자격한 정권을 내쫓자"고 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8년 전 박근혜를 탄핵시킨 게 누구냐. 바로 우리 국민들 아니겠느냐"며 "이 싸움은 대한민의 주인이 누구인지 판가름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검찰, 언론, 사법, 정치권력,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힘주어 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는 "조국혁신당 쇄빙선은 더 빠르고 단단하게 움직이겠다"며 "민주의 함대는 더 강력하게 움직여달라"고 했다.

                              https://youtu.be/CstC1NO4yUk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이재명 대표는 "국가는, 국가 권력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이 나라가 평화를 유지할수 있게 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우리 국민들이 누리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국가 권력이 해야할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이고,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면서 "국민의 어려운 삶을 살피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명령에 그들이 복종해야 한다.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첨병이다. 우리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란 것을 우리가 이 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증명해나가자"고 했다. 그는 "역사의 거대한 변화도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으로부터 시작했다. 오늘 눈에 보이는 우리 이웃만도 우리 동지만도 이렇게 참으로 많지 않은가"라며 "가족의 손을 잡고 우리 이웃과 토론하고 현장으로 함께 나가자"고 했다.      ( 이재명 대표 연설 https://youtu.be/CstC1NO4yUk )

 

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민주당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이어서 촛불행동이 진행하는 도심 행진에 참가했다. 숭례문→한국은행 앞 교차로→명동입구→을지로입구역→더 플라자 호텔→시청역 경로를 행진하며 "멈추지 않는 국정농단 윤건희를 끌어내리자" "김건희 방탄용 전쟁음모 탄핵으로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 집회의 열기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민주당은 야당, 시민사회 등과 연대하며 함께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5당이 공동 대회를 개최한다.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관측되는 만큼 다음 주 집회에서는 특검 촉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5차 촛불대행진도 예정대로 열린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는 20일 2차 총궐기를,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열 예정이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인내심에 한계…미래 잘려 나간 느낌”

 
청년단체들이 모인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이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 레드카드 퍼레이드’를 열고 손팻말을 드는 모습. 김가윤 기자
 

‘국정농단 아웃’, ‘전쟁위기 아웃’, ‘혐오와 차별 아웃’…‘윤석열 아웃!’

청년단체들이 모인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은 9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 레드카드 퍼레이드’를 열었다. 집회에 모인 청년 300여명(주최 쪽 추산)은 각자 생각하는 퇴진 사유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손팻말에 붙이며 정부 비판에 나섰다.

공동행동의 강새봄 공동대표는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언급하며 “지켜본 국민은 사과 아닌 사과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인내심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라며 “대통령만 바뀌는 정권교체는 두 번은 안 된다. 퇴진 이후 세상이 바뀔 때까지 함께하자”고 선언했다.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에선 윤석열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청년 의제·사건이 주로 등장했다. 발언에 나선 노민영 고려대 학생(생명공학)은 고등학생 시절 ‘이태원 참사’를 접하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정부를 봤다.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을 언급하며 “(이공계 학생으로서)미래가 잘려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회에서 몇십년을 살아가야 하는 건 우리인데,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20년은 망가졌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기에 지금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엔(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도 언급됐다. 노예진 경상국립대 페미니즘 동아리 ‘세상의절반’ 회원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혐오에 기반을 둔 지지를 유도했다”며 “계속 살아갈 우리와 이후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바뀌어야만 한다”고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청년들은 그밖에도 저마다 윤석열 정부에 느낀 다양한 실망감을 전했다. 김서윤(19)씨는 “뉴라이트 인사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역사교육이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유원우(18)군은 “집회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와 같이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윤석열 정권이 오히려 ‘반국가세력’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청년학생 10대 퇴진 사유서’를 제시했다. 청년들은 퇴진을 요구하는 첫 이유로 ‘대통령 가족비리, 국정농단’을 꼽았다. 이들은 “명품백을 받아도, 주가조작의 주범이라는 의혹이 도처에 있어도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전쟁을 부르는 동맹과 적대정책 △역사훼손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사건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 등의 이유도 담겼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 참가자들이 ‘국정농단’, ‘전쟁위기’ 등 각자 생각하는 퇴진 사유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손팻말에 붙인 모습. 김가윤 기자

 

“망했다” 소리 나오는 기자회견 후폭풍

‘채 상병 외압 전화 누가 했나’ 의혹 자초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애초 기대도 별로 크지 않았지만, 그 얕은 기대마저 완전히 저버린 내용에 많은 국민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을 것 같습니다.

“끝장토론이 아니라 끝장난 토론이다. … 지지율은 더 떨어지겠다, 망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7일 MBC ‘뉴스바사삭’)

보수 진영에선 윤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민심의 광범위한 이반을 조금이라도 추스리고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보여줌으로써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사적 인연보다 공공의 요구와 가치를 앞세우길, 또 솔직하고 품격있게 과오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쇄신책을 제시하길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전혀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이 기자회견의 후폭풍이 어떨까에 대해서 지금 상상하고 있었어요. 지금 정부에 대해서 나름대로 애정어린 비판을 했던 사람이라든지, 우려를 했던 사람들의 고뇌는 더 커지지 않을까…”(정옥임 전 국민의힘 의원, 7일 JTBC ‘장르만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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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제 불찰·죄송”하다는 ‘제2의 개사과’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읽은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며 사과했습니다.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왠 일로 사과를 다 하네’ 하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죠. 도대체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재발을 막을 대책은 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사과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무늬만 사과에 그쳤습니다. 회견 현장의 기자(부산일보)도 이 점을 캐물었죠.

“흔히들 사과를 할 때 꼭 갖춰야 할 요건, 가장 중요한 게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지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건데, 대통령께서 대국민담화에서 ‘제 주변 일로 걱정과 염려 끼쳐드렸다’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 사과를 했습니다. … 마치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거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견 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한술 더 뜨는 답변을 합니다.

“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거고. …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 자기들끼리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하고는 얘기한 적 없는 걸 갖고 했다고 하는 것이라든지 또는 민주당에서 언론에 공개했는데 짜집기가 됐는지 소리를 집어넣는지 그걸 갖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라고 다퉈야겠습니까.”

언론이 팩트를 딱 짚어서 물어보면 해명도 하고 맞으면 사과도 할 텐데 그렇지 않아서 구체적 사과를 못하는 것이라고 언론 탓을 합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자신이 인정할 수 있고, 정확하게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이 뭐냐는 후속 질문에도 애매모호한 답변만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습니까.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다니고 있어서.”

자신의 과오를 정확히 인식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다들 사과하라고 하도 시끄럽게 주문하니 내 들어는 줄 게 하는 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얼렁뚱땅 넘기고 가겠다는 속내가 너무 뚜렷하지요.

“나는 (사과)하라고 했으니까 했다 뭐 이런 식으로 그냥 퉁 치고 넘어가는 방식이에요.”(김준일 시사평론가, 7일 MBC ‘뉴스바사삭’)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이미 이런 식의 겉치레 사과를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전두환 옹호’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직후 ‘사과를 개에게 먹으라고 주는’ 내용의 SNS를 올렸던 이른바 ‘개사과’ 사건입니다. 이번 두루뭉술 사과도 본질적으로는 ‘제2의 개사과’에 불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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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개입 의혹’ 변명·부인·반박

실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에 대해서는 변명과 부인, 반박으로 일관했습니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육성 녹음까지 나온 바 있죠.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물증까지 나온 셈인데도, 윤 대통령은 ‘공천 개입’은 없었다고 부인합니다.

“그 전화 내용이, 전화 내용인지 텔레 통화를 녹음한 건지 전 모르겠습니다만은 오랜만에 몇달 전에 저한테 서운했을 것 같아서 저도 받았고, 그래도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한 거 같고. 무슨 공천 관련 얘기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했다면은 당에 이미 정해진 얘기, 아마 그 시기에는 다 정해졌을 것이고…”

“공관위에 좀 해줘라고 그랬다”는 음성이 나왔는데도, 공천 관련 얘기한 기억이 없다고 잡아뗍니다. 철판이라도 깐 걸까요. 그러나 이미 육성을 온국민이 들은 마당에 이런 변명이 통하긴 할까요.

대통령실이 “대선 후보 경선 뒤 명태균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가 들통난 데 대해서는 참모 잘못으로 돌렸습니다.

“축하 전화를 받고 … 하여튼 수고했다는 이야기 하고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 대변인이나 그런 입장에서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야기 하기 어려우니까 경선 뒷부분 이후에는 사실상 연락을 안했다, 그런 취지로 이야기한 건데…”

여러분은 이런 해명이 믿기십니까. 대통령을 거짓말장이로 만든 참모라면, 거짓 해명이 드러난 순간 바로 물러나거나 잘라야 했지 않을까요. 거듭된 거짓·부실 해명 탓에 말의 신뢰도가 떨어져, 이제는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쉬이 믿을 국민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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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의혹’ 단 하나도 인정 안해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선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티만 팍팍 냈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선거도 좀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하기를 좀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과거 육영수 여사께서도 청와대 야당 노릇했다고 하시는데, 그런 대통령에 대한 아내의 조언 같은 것들을 국정농단화 시키는 것은 정말 우리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요.”

공적 권한 없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실 내에 비선 라인을 거느리고 공천과 국정 같은 당무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단순 조언 정도라고 치부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리를 요구한 ‘김건희 라인’에 대해서도 확고히 선을 긋습니다.

“김건희 라인이란 말은 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립니다. … 고위직에 대한 인적 쇄신은 당연히 국정 쇄신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고, 실무자에 대한 것은 자기가 자기 일 안하고 엉뚱한 일이나 하면서 말썽피우고 하면 아예 계통대로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했고요.”

한 대표의 요구를 악의적 문제제기로 깔아뭉개는 대답입니다.

“계통을 무시한 사람들을 내보냈다고요? 지난번 박영선 양정철 이 부분에 대해서 비서실장은 그런 검토한 적 없다고 했는데, 거기 대통령 배우자와 가까운 분이 그거 맞아요라고 얘기한 거 조치 안 했잖아요.”(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7일 MBC‘뉴스바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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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동행을 포함한 김 여사 대외활동을 중단하라는 요구 또한 일축했습니다.

“지금 여론을 충분히 감안하고 그렇게 해서 외교 관례상 또 어떤 국익활동 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입니다.”

황당합니다. 그동안 여론을 감안해 필수적인 게 아닌 김 여사 대외활동은 중단해왔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사실 김 여사는 그동안 1박2일짜리 다자회담 한 번을 빼면 모든 국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 숱한 순방이 모두 반드시 김 여사가 동행해야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필수적 활동이었던가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여당에서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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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이게 당장 다음 주에 APEC하고 G20 순방이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도 김건희 여사가 안 가시는 게 맞다 이런 말씀이신 거지요?

한지아 : 말씀드렸듯이 우리 국력 수준에서는 필수적인 사항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외교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내 사정을 챙기는 게, 민심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사실 국빈 순방이 아닌 경우 외국 정상들도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고 혼자 실무적으로 순방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여사는 그런 경우조차 한번을 빼고 모두 순방에 동행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200억원 정도가 든 대통령 순방 예산이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는 578억원으로 급증한 이유의 하나일 겁니다.

결국 이날 답변의 핵심 포인트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똑같이 김 여사와 순방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11월에만 APEC 정상회의(페루, 10~16일)와 G20 정상회의(브라질, 18~19일)가 연이어 열리는데, 여당 내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김 여사는 전용기에 오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국민 눈치를 봐서 한 텀 쉬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실제 대통령실은 8일 “김 여사가 이번 순방에는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국빈 순방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순방 동행을 재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꺾이지 않는 순방 열정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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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은 정치선동”, 또 거부권 예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정치선동”이라며 또 다시 거부권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법률로는 뭐든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고요.”

궤변입니다. 당장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만 해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하고 야당에게만 추천권을 줬습니다. 최순실씨가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특검 추천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 등은 국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자신이 관여했던 사례조차 부정하며 위헌 운운하니 황당할 뿐입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기존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의 기소할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기소 못했지 않습니까?”

정작 이 정권 들어서 친윤 검찰조차 2년 넘게 불기소 처분을 못한 채 사건을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 여사 개입 증거가 넘치는 상황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가 나중에 어떤 책임 추궁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친윤 검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김 여사 소환조사를 주장하던 수사 지휘부를 ‘찐윤’ 검사들로 갈아치운 뒤에야, 검사 휴대폰까지 반납한 치욕적 출장 조사 끝에 면죄부를 내줬다는 사실은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린 모양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 안에서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판국입니다. 윤 대통령의 억지 주장은 특검 민심을 더욱 부채질할 뿐입니다.

“이게 계속 이 용산과 또 우리 당이 이 부분에서 제대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면, 저는 아마 거부권 행사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각이 아마 28일쯤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 시점에는 이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건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가지 않겠나 봅니다.”(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7일 MBC ‘뉴스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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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대통령 휴대폰 수시 사용…채 상병 외압 전화 누가 걸었나?

워낙 말이 많다 보니, 뜻밖의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죠. 김 여사와 자신의 휴대폰 사용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하는 답변에서였습니다. 먼저 명태균씨와 김 여사 간 오간 연락과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제가 뭐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물어봤습니다.”

뒤이어 ‘국정농단’ 의혹을 자초한 김 여사의 무분별한 외부 연락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민의힘 입당 이후) 하루 종일 사람들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고 지쳐서 집에 와서 쓰러져 자면은 아침에 일어나보면 5시, 6시인데 안 자고 제 휴대폰 갖고 답하는 거예요.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하는 거냐, 미쳤냐 그랬더니 지지하는 사람들 이런 거 잘하라는 사람들 있는데 고맙습니다라거나 잘 하겠습니다라거나 잘 챙기겠습니다 답을 해줘야 하는 것이지…”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인데, 김 여사는 무시로 윤 대통령 자신인 양 윤 대통령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권력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신은 김건희 여사의 휴대폰 못 보는데, 여사는 자기 폰으로 문자 보냈다. 역사상 최악이었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7일 담화 관련 기자회견)

중요한 건 이런 관계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대통령 돼서도 검사 때 휴대전화 계속 쓰니까 무조건 바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국가 안보 문제 있으면 보안폰 쓰지만, 그냥 통상적인 거 공무원들 장차관들하고 국가안보 뭐 그런거 아니면 제 휴대폰 쓰고요. 근데 인제 휴대폰으로도 지금도 많은 문자가 들어옵니다.”

두 사람의 권력관계가 변하지 않았고, 휴대폰도 같은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다면, 대통령 취임 뒤라고 대통령 휴대폰을 자기 폰처럼 사용하는 김 여사의 행태가 달라졌을까요? 저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김건희가 잠을 안자고 답을 계속 대통령 폰으로 해주고 있었다. 그 이후에 이어지는 국정에도 이런 식의 개입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백한 거고.”(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7일 담화 관련 기자회견)

이 경우 자연스럽게 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8월2일이죠,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 휴대폰에 한남동 관저에서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의 휴대폰 번호가 세번이나 찍힌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됐다가 이 장관의 지시를 받은 국방부에 의해 회수된 날입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사령관에게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을 지시했습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날 윤 대통령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사람은 과연 윤 대통령일까요, 김건희 여사일까요?

“채 해병 관련해서 전화한 게 김건희 아니냐는 의혹들에 대해 정황을 자백한 상황이다.”(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7일 담화 관련 기자회견)

어떻습니까. 윤 대통령의 장광설이 또 하나의 중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무엇보다 당당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보여준 건 김 여사만을 위한 궤변과 무책임한 변명 뿐이었습니다.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여권에서도 이번 기자회견이 민심을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 쏟아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그 후과는 민심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로 또 다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바닥이 안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운명도 갈수록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조기 퇴진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저는 2027년 5월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힘을 쏟아 일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국정이 ‘김건희를 위한 광대극’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지켜봐줄 여유가 대한민국엔 없습니다. 스스로 이 지루한 1인극을 끝내지 않는다면, 국민의 힘으로라도 막을 내려야 한다는 민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고비가 적잖이 남아 있지만, 하야하거나 탄핵당하거나, 운명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형국입니다.

“빨리 자연인으로 좀 만들어 드려야 되겠다.”(김준일 시사평론가, 7일 MBC ‘뉴스바사삭’)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아래 사이트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  한겨레 손원제 논설위원 >

https://youtu.be/u4q4TwsC7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