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언론·일반인 접근 차단 ‘보안성’
② 잘 갖춰진 회담 지원 인프라
③ 접근성 좋아 출퇴근 회담 가능
④ 평화의집은 ‘제3자’가 내용 파악 우려

2018년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북측 판문각 입구에 의장대들이 도열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동서 800m, 남북 400m의 좁은 땅이다. 그런데도 회담 공간이 많다. 군사분계선 위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T1),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 소회의실(T3)이 있다. 모두 7개동이다. 3개동은 유엔군사령부가, 4개동은 조선인민군(북한군)이 관리한다. 정전 직후인 1953년 10월 세워졌다.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 남쪽엔 회담장인 ‘평화의 집’(1989년 준공, 지상 3층), 연락사무소인 ‘자유의 집’(1998년 준공, 지상 4층)이 있다. 북쪽엔 회담장인 ‘통일각’(1985년 준공, 지하1층·지상1층)과 연락사무소인 ‘판문각’(1969년 준공·1994년 증축, 지상3층)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27일엔 평화의 집에서, 26일엔 통일각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그 통일각에서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책임자로 한 북-미의 정상회담 의제 조율 실무회담이 27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판문점이 적대와 갈등을 녹이는 대화의 용광로로 펄펄 끓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북-미 양국은 왜 통일각을 회담 장소로 선택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자면 통일각 이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사 군정위의 승인이 없이는 누구도 이곳에 드나들 수 없다. 민간은 60일 전 국가정보원에, 정부·공공기관은 14일 전 통일부에, 국방부·군은 14일 전 군정위 한국군연락단에 신청해야 한다. 외국인 여행객은 지정 여행사를 통해 군정위 비서처에 신청해야 한다. ‘보안성’이 매우 높은 공간이다. 요컨대 언론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할 수 있다.

둘째, 회담을 지원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북쪽은 정전 직후부터 유엔사와, 1971년 8월20일 첫 적십자 접촉을 시작으로 지금껏 다양한 남북회담을 이곳에서 치렀다. 미국 쪽도 유엔사 창구로 북쪽과 숱한 회담을 했다. 그만큼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더욱이 군사분계선 남쪽 2.4km 지점엔 ‘캠프 보니파스’가 있어, 미국 협상팀이 워싱턴과 연락을 취하기도 용이하다.

셋째, 접근성이 좋다. 판문점은 미국대사관이 있는 서울에서 52km 거리다. 미국 대표단이 출퇴근 회담을 하는 이유다. 평양에선 147km 떨어져 있지만, 북쪽 행정명이 ‘개성특급시 판문군 판문점리’일 정도로 개성에서 가깝다.

여기까지는 회담 장소로서 판문점의 이점이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야 한다. 왜 평화의 집이 아니라 통일각일까? 형식적으론 북-미 협상이라는 사실이 고려됐겠지만, 내용적으론 ‘보안’ 문제가 크다. 평화의 집은 국정원이 관리한다. 회담 장면을 촬영하고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북-미 양쪽 모두 ‘제3자’가 협의 내용을 직접 알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 한 듯하다”(외교 소식통)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북쪽은 남쪽과 달리 ‘언론 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


북, 고위급회담 연기 이어 남쪽 취재진만 방북 불허
남쪽에 대한 불만에 ‘북-미 정상회담 집중’ 작용한 듯
정부, 6·15공동행사 계기 남북관계 재진전 궁리 중

남북관계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고위급 상호 방문을 밑돌 삼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까지 급가속 페달을 밟아온 남북관계가 ‘노란 신호등’에 걸려 급정지한 형국이다. 짧게 잡더라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정상회담 때까지는 남북관계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기 어려우리라는 우려가 많다.

북쪽은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한 데 이어, 22일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 행사’를 현장 취재할 남쪽 취재진한테 끝내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북쪽은 애초 풍계리 행사에 초청하겠다고 밝힌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5개국(12일 외무성 공보) 가운데 남쪽 취재진만 부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고위급회담 연기를 통보하며 밝힌 남쪽에 대한 ‘불만’ 표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북쪽 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16일 <조선중앙통신>(중통) 인터뷰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을 회담 연기의 이유로 제시했다. 앞쪽은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을, 뒤쪽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4일 국회에서 ‘반(反) 김정은’ 강연을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17일에도 <중통>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무지무능한 집단”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난하고는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엔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대변인이 <중통>과 인터뷰에서 2016년 4월 남쪽에 온 중국 닝보의 북한식당인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송환과 ‘책임자 처벌’을 공개 요구했다. 이쯤 되면 파상 공세에 가깝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남북의 정상이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 나가겠다”고 공언한 ‘4·27 판문점 선언’ 채택 직후인 만큼 정부가 역지사지하는 태도로 사려깊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 사정에 밝은 여러 전문가들은 북쪽의 고위급회담 연기 통보 직후 나온 ‘통일부 대변인 성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쪽의 태도가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하고 회담에 나오라고 ‘촉구’한 게 핵심 내용인데,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남북 상호 공방을 연상시키는 관성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역지사지의 성찰이 필요한 때에 북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반응이 불을 지른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정부 안에서도 ‘유감’이라는 표현을 쓸지를 두고 고민이 있었는데 우리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나름의 고충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최근의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22일 남쪽 취재진의 풍계리 방문 무산과 관련한 공식 반응을 따로 내지 않았다. 대신 ‘통일부 장관’ 명의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관련 정부 입장’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하며, 북한의 이번 조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위급회담 무산 때와 달리 공방을 피하려는 태도가 눈에 띈다.

다른 한편, 북쪽의 남북관계 ‘중지’ 조처엔 남쪽에 대한 불만 표시 말고도 임박한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해야 할 내부 사정이 작용했으리라는 분석도 많다.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체제’의 명운이 걸린 역사적 승부처인데다 남북관계의 실무 총책임자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미·대중 외교의 전면에도 나선 터라 남북관계에서 가속 페달을 밟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6·15 공동선언 17돌을, 멈춰선 남북관계 전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6·15 남북공동행사’를 위한 협의를 북쪽과 해야 한다”며 “6·15 공동행사를 잘 치르면 상황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한-미 외교장관 16일 전화통화
외교부 “오전 미쪽 요청으로”
고위갑회담 연기 등 의견교환
한 “판문점 선언 충실히 이행”

북쪽의 갑작스러운 16일 남북고위급회담 ‘중지’(연기) 통보에 한-미 외교장관이 전화통화를 하고 회담 연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요청으로 동인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통보문제 등 상호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16일 밝혔다. 외교당국이 양자 관계에서 고위급 간 전화통화가 어느쪽의 요청으로 이뤄졌는지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강 장관이 북쪽의 회담 연기 통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북측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우리 쪽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강 장관의 설명에 사의를 표하고 “미측으로서는 금번 북측의 조치에 유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이)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룰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장관은 또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강 장관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연 바 있다.

<김지은 기자>


"김정은, 솔직하고 실용적…국제사회 요구 명확히 이해"
"일본 납치피해자 문제 김정은에 얘기…일본과 지속 협력"
"한일문제, 진정한 반성·사죄 필요…양국 마음 통하는 친구 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북한과 일본의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며 "북일관계가 정상화하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일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일 공조,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북일관계 정상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렇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북일관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과거 문제 청산에 기반을 둔 북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고, 김 위원장도 언제든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여정에서 일본의 지지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잘 알고 있다.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도 다시 한 번 직접 얘기했다"며 "일본 정부와 함께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진솔한 얘기를 많이 나눴고,완전한 비핵화와 핵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뛰어난 협상가이자 리더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의 진전을 높이 평가하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지만, 반대로 과거 협의가 실패했다고 해서 오늘도 실패하리라는 비관론에 빠진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공개 방침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놓칠 수 없는 역사적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내내 김 위원장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했다. 김 위원장은 아주 솔직하고 실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해 판문점선언이라는 귀중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저는 북미간신뢰를 강화하고 합의가 잘 이뤄지도록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 이 과정에서 일본을비롯한 국제사회 주요 관련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관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간 합의나 조약만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가 피해자들에게 전달되고 수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저는 역사문제와 분리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투트랙' 접근은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번에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함으로써 한일 간 셔틀외교도 완전히 복원하게 된다. 양국이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도록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고다이라 나오 선수와 이상화 선수의 아름다운 우정처럼 한일관계가 발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취임 후 1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든든한 대통령이 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가야 할 길이 더 멀기 때문에 묵묵히 남은 길을 갈 것"이라며 "특히임기 초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싶었는데 취임 1년이 되는 지금 그 단초가 마련돼 다행이다.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어느 때보다 튼튼한 남북관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를 하며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것이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른 것'이라는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라며 "국가가 정의롭고 공정할 때 국민은 국가를 믿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거듭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