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1년 동안 집요하게 '괴담' 유포해온 언론들

ALPS처리하면 안전? 삼중수소보다 위험한 핵종들

 

오늘로 만 1년이다. ‘ALPS 처리수’라고 이름지은 핵폐수를 일본정부(도쿄전력)는 일곱 차례에 걸쳐 5만 4734톤을 바다에 투기했다. 향후 30년간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정부는 지난 1년 아무런 일이 없었다며 엉뚱하게 화살을 일본이 아닌 한국 야당에 돌리며 "국민을 선동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최근 이상한 방향으로 ‘괴담’을 유포하는 괴상한 언론과 정치인이 있다. 팩트 체크를 해보자.

1. [ALPS처리수가 위험한 이유] 정상적인 가동 원전에서 배출되는 폐수와 후쿠시마 ALPS처리수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멜트다운(노심용융)된, 핵연료가 녹아내린 사고이므로 알프스(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아무리 정화 처리를 해도 그 폐수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세슘137, 세슘135, 스트론튬90, 요오드131, 요오드129 등 12개의 핵종은 제거되지 않았다.

ALPS가 처리할 수 없는 핵종 중 11개는 정상가동원자로의 폐수에 포함되지 않은 핵종이다. 64개 핵종 중 삼중수소와 C(탄소)14는 아무리 ALPS처리를 해도 구조적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3호기의 일부연료인 치명적인 플루토늄도 마찬가지다.

2. [삼중수소 외의 핵종의 위험성]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 외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 수천 년에 걸쳐 환경 속에 존재하며 탄소는 모든 생물에 편입되므로 장기적으로 인간도 세포DNA가 손상된다. 삼중수소보다 32배나 유해하다. WHO의 해양과학자인 켄 부셀러 박사는 탄소14의 경우 삼중수소에 비해 생물농축지수가 5만 배, 코발트60은 삼중수소보다 퇴적토에 30만 배 더 잘 결합한다고 지적한다.

3. [삼중수소의 위험성] 일본정부가 인정하는 삼중수소만 따져도 문제가 많다. 삼중수소 농도가 73만Bq(베크렐)인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일본 배출기준 6만Bq보다 4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1500Bq로 줄여 방류한다는 것이다. 음용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740Bq, 유럽이 100Bq, 미 캘리포니아주는 15Bq이다. 기준조차 제멋대로다.

‘ALPS처리수’를 측정한 결과 전체 시료의 34%가 기준치 이하이고 나머지 66%가 기준치 이상인데, 기준치의 1~5배가 31%, 5~10배가 17%, 10~100배가 13%, 100~19,909배가 5%로 드러났다. 식품 방사선 기준치가 100Bq(베크렐)/kg이더라도 어른과 아이는 피해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영유아의 경우 4~8Bq를 넘어서는 안 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제6차 일본 후쿠시마 해양투기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6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2024.5.20. [연합]
 

4. [신뢰할 수 없는 도쿄전력 데이터] 도쿄전력은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해 발표했고 그것도 저장탱크의 4분의 1에서만 측정했다. 미국 페렝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그 9개의 방사성 핵종은 핵폐수투기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5. [오염된 생선의 실태] 희석해서 버린다고는 해도, 버리는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IAEA도 정상적인 작업에서 발생하는 희석 외에 의도적으로 물질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희석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쇼나 다름없다. 바다는 하나다. 식물성플랑크톤이 방사능에 오염된 후 먹이사슬에 의해 점차 큰 생선으로 방사능이 축적되고 결국에는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다. 체내 피폭은 대기중 피폭보다 인체에 큰 위협이 된다. 어릴수록 더 치명적이다.

삼중수소만 따져도, 영국 셀라필드핵연료재처리공장이 있는 브리스톨해협에서, 바닷물이 자연상태에서 5~50Bq/L인 데 비해 넙치 4000~5만 Bq/㎏, 홍합 2000~4만 Bq/㎏의 농축이 인정되었다. 이들 어종 농축률 평균치의 각 3000배와 2300배였다. 작년 5월 후쿠시마원전 항구 내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1만8000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이는 자연 상태의 삼중수소수(HTO)와 내부피폭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의 피해 차이를 보여준다.

이 데이터를 놓고 유추해보면 먹이사슬에 의해, 상위어종의 방사능은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바닷물을 직접 마시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염된 생선을 먹는다. 핵폐수로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아무리 낮은들 결국에는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 [해양투기하지 않고도 대안이 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 100년이 지나면 독성이 1000분의 1로 완전히 사라진다. 기존 1000t 탱크 증설이나 10만t 대형탱크 신설을 통해 20년 더 보관하면 삼중수소의 80%가 사라진다는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켄 부셀러 박사의 제안도 있다. 땅은 얼마든지 있다. 핵폐수를 시멘트와 섞어 몰타르화해 건설현장에 활용하는 방법도 전문가들이 권고하고 있다.

7. [일본의 여론도 투기를 반대한다] 2020년 11~12월, 아사히신문이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는 55%가 방류에 반대했다. 100개 해양학 연구소가 모인 전미해양연구소협회(NAML) 그리고 노벨평화상(1985년) 수상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의 (IPPNW)는 핵 폐수 투기의 반대를 분명히했다.

8. [일본정부의 자기모순] 일본 정부는 과거 러시아 핵잠수함에서 방류하려는 폐기물을 극렬히 반대하여 런던협약(1996)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일본정부가 저지르고 있다.

9. [일본정부가 강행하는 이유] 비용을 핑계로 해양투기를 강행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사고 있다. 2024년 이후 가동목표인 롯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한다. 매년 약 9700조Bq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Bq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며 매년 약 50조Bq의 탄소14와 500억Bq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후쿠시마 핵폐수의 10배의 양을 매년 바다로 방출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에서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본 원자력정책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 의도를 가진 일본정부가, 장차 발생할 대량의 해양투기에 대한 전례를 미리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의 지적이다.

10. [미국연방정부의 월권] 작년 여름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와 뉴욕주는 훨씬 적은 수준의 핵폐수조차 극력 저지하였다. 주정부들의 판단이 옳은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연방정부는 IAEA를 앞세워 일본정부의 핵폐수투기를 용인하고 있다. (IAEA담당자가 일본정부로부터 100만유로의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다) 이는 미국이 일본을 핵기지국가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식자들은 진단한다. 미중대립국면에서 종래의 핵우산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일본이 언제라도 핵무장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켜온 핵우산정책을 미국이 변경하는 셈이다. 미국민과 미국의회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주제이다. 이에 대한 공론적인 논의가 없이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전개되는 것은 미국연방정부의 월권이다. 지구촌 모두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

부화뇌동하는 한국정부는 더욱 문제다. 국가의 명운과 관련되는 이런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위헌이다. 자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일본수산물 수입금지를 관철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원래 버리면 안 되는 독극물이다. 그런 나쁜 행위를 저질러놓고도 잘못한 게 무어냐고 반문하는 것은 조폭이나 다름없다. 그런 행태가 용인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핵폐수 투기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 이원영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운영위원 >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하는 것을 요구"

"역시 한국어 교가는 기분이 나쁘다",

 

"교토의 수치", "왜 다른 나라 학교가 나왔나"

 
 
승리 후 한국어 교가 부르는 교토국제고 야구부 (니시노미야[일본] 교도=연합)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승리한 직후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2024.8.23 photo@yna.co.kr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3일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한 글이 잇달아 올라오자 교토부 지사가 자제를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토국제고가 소재한 교토부의 니시와키 다카토시 지사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차별적인 투고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가라"고 촉구했다.

니시와키 지사는 SNS 운영사에 민족 차별적인 내용 등이 포함된 4건에 대해서는 이미 삭제 요청을 했다면서 담당 부서가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 우승 후 엑스(X·옛 트위터) 등에는 "교토국제고를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하는 것을 요구한다"라거나 "역시 한국어 교가는 기분이 나쁘다", "교토의 수치", "왜 다른 나라 학교가 나왔나" 등 혐한에 가까운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같은 일본내 심한 혐한 반응에 한국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으로 교가도 한국어로 돼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고시엔 전통에 따라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일본 우익은 교토국제고가 한국계 학교이며 교가가 한국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공격하고 있다.

앞서 교토국제고가 2021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는 협박 전화가 학교에 걸려 오고 SNS에서도 혐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연합 박성진 특파원 >

일본 내 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첫 우승 (니시노미야[일본]=연합)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8.23

 

한미일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각서 함구
각서에 3국의 독도 공동 활용 방안 담겼나?

윤석열 취임 후 동시다발로 터진 '독도 참사'
독도 인근의 일본 군사 활동에도 적극 '협조'

서울지하철역·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 제거
독도 방어훈련, 명칭 변경·규모 축소·비공개

 

윤석열 정권이 일제 과거사 지우기에 이어 독도 지우기 작업도 은밀히 추진해왔을 거란 그동안의 심증이 최근의 독도 조형물 철거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확증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 6곳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 중 5호선 광화문에선 지난 5월, 그리고 3호선 안국역과 2호선 잠실역에선 광복절을 앞둔 지난 12일과 8일에 각각 독도 조형물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앴다. 이들 독도 조형물을 '독도 수호' 의지를 천명한다는 취지에서 2009년 서울시의회의 건의에 따라 설치된 것이다.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독도 조형물. 독자 제공. 연합

 

서울지하철역·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 제거

독도 방어훈련, 명칭 변경·규모 축소·비공개

그런데도 서울시 교통공사는 몰래 조형물을 철거했다가 뒤늦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되면서 들통났다. 백호 사장은 "시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 철거를 결정했다"고 해명하고 10월 독도의 날에 벽면 독도 조형물을 재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문제는 독도 조형물 제거가 서울 지하철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란 점이다.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의 6·25전쟁실 앞 복도에 설치돼 있던 독도 조형물도 지난 6월 초 남모르게 철거된 사실이 이번 지하철역 사건이 불거지면서 탄로 났기 때문이다. 독도 축소 모형인 이 조형물은 기념관이 기증받아 2012년경부터 전시해왔다. 전쟁기념관 측은 "조형물이 낡아서 수장고에 넣어 두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정권은 우리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방어훈련도 일본의 눈치를 보며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그것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그것도 '독도 방어훈련'이 아닌 '동해영토수호훈련'이란 모호한 명칭을 쓰고 있다. 일본을 의식해 이젠 '독도 방어훈련'도 안 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1일에야 비공개로 시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 08.18 [연합]

 

군 "동해영토수호훈련"…'독도' 명칭 외면

김병주 "독도마저 일본에 상납하려는 건가"

군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동해영토수호훈련을 동해상에서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에는 해군과 해경 함정이 참여했으며, 해병대 병력의 독도 상륙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정부 들어 독도방어훈련은 이번까지 포함해 다섯 번째이며,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엔 공군 전투기와 해병대 상륙 병력까지 동원하고 사전에 훈련 계획을 알리면서 공개적으로 비교적 큰 규모로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주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 발언을 통해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이러다 대한민국 지도에서도 독도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독도마저 일본에 상납하려는 것인가? 친일 매국 정권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나라를 팔아먹으려 한다는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영토는 한 치도 양보할 수가 없다. 단 1mm도 양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 입은 잘도 틀어막으면서, 일본의 항의에는 항변 한마디 없다. 일본이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 항의하니, 대사 초치는커녕 오히려 숨어 훈련하고 있다. 우리 영토를 수호하는 군의 훈련을 왜 숨어서 하게 하느냐"고 따졌다. 한 대변인은 "친일 인사를 기용하며 독립유공자를 탄압하고, 일본 과거사를 덮어 주는 것도 모자라 독도마저 지우려 하고 있다"며 "국민 분노는 이미 임계치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정한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을 맞아 일본 측이 독도 강치를 활용한 홍보를 더 강화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 곳곳에 붙어 있는 '다케시마의 날' 홍보 포스터. 2024.2.22 [성신여자대학교 창의융합학부 서경덕 교수팀 제공]

 

일본의 '독도 공세'는 치밀하고 전략적

윤 정권에 '독도 수호' 의지 찾기 어려워

독도 조형물 철거와 수세적 독도방어훈련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들이 그동안 윤 정권의 독도 문제 관련 각종 '참사'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윤 정권 들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권의 '독도는 일본 땅' 공세는 명확한 목표 아래 매우 전략적이고 치밀하며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윤 정권의 '독도 수호' 의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일본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의도적' 실수란 얘기마저 나온다.

기시다 정권은 그동안 △ 외교·안보 기본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로 최초 명시(2022년 12월 16일) △ 도쿄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 제기(2023년 3월 16일, 윤 정부 부인) △ 일본 외무상의 국제사법재판소(ICJ) 방문(2024년 1월 11일)과 정기국회 연설에서 '독도 일본 땅' 주장(1월 30일) △ 리우데자네이루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독도는 일본 땅' 공식화(2월 21일) 등과 같이 차근차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해마다 발간하는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을 이어가고 있음는 물론이다.

 

대한민국 고유 영토 '독도'

 

윤석열 취임 후 동시다발로 터진 '독도 참사'

독도 인근의 일본 군사 활동에도 적극 '협조'

당연히 강하게 맞대응을 했어야 할 윤 정권은 그야말로 '꼬리'를 내린 형국이다. 지난해 말 군장병 정신전력 교재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이 교재에서 독도를 "영토분쟁이 진행되는 지역"으로 기술하고 11장의 한반도 지도 중 단 한 곳에서도 독도를 표기하지 않아 큰 파문을 불렀다. 외교부도 다를 바 없다. 해외여행과 관련한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외교부의 '해외 안전여행' 사이트에 독도를 '재외(在外)공관'으로 표시해 '다른 나라 땅'이란 오해를 불렀다. 행전안전부 또한 지난 5월 민방위 교육 영상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윤 정부는 독도 인근에서 일본의 군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론 △ 독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함 도발 대비 명분의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2002년 9월) △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한미일 연합 미사일방어 훈련(2002년 10월) △ 독도 해상에 일제의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전함 출현 등이 있다. 특히 2023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주장)의 날'인 2월 22일에는 한국 해군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해도에 맞춰 독도 인근에서 미국, 일본 해상전력과 함께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이는 '망동'을 벌여 거센 비판을 불렀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민주당 강득구, 김준혁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당 대표, 민주당 양문석 의원. 2024.8.17. 이호 작가

 

오죽하면 윤석열-기시다 '독도 밀약' 의혹도

촛불행동 "독도를 아예 공동작전 구역화하나"

독도와 관련해 윤 정권의 '수상스러운' 행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급기야 윤석열-기시다 '독도 밀약' 의혹마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촛불행동은 22일 '국회는 한일간 '독도 밀약'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란 논평을 통해 독도 조형물 철거와 축소된 비공개 독도 방어훈련과 관련해 "독도 팔아넘기기 작전이 수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촛불행동은 "1단계로 한국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지 않으면서, 독도 표시나 설치물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어 "독도 방어훈련도 소규모로 몰래 하는 판에 이후 독도 인근 해역에서 한일 군사훈련을 보다 강화하다가 독도를 아예 공동작전 구역화하면서 일본에게 넘길 계획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월 28일 도쿄에서 한·미 국방부 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 각서(MOC)를 체결한 것과 맞물려 일각에선 '독도 공동작전 구역' 현실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각서의 핵심은 3국 간 실시간 군사정보 공유와 정기적인 연합군사훈련 등의 안보군사협력의 제도화다. 그러나 문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한·미·일 3국이 이 각서의 세부 내용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일 국방장관이 28일 일본 도쿄 방위성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 각서에 서명하고는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원식 국방부 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2024.7.28. 연합

 

한미일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각서 함구

각서에 3국의 독도 공동 활용 방안 담겼나?

그 바람에 혹시 각서 안에 3국의 공동작전 구역화 등 독도의 공동 활용 방안이 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독도는 일본군이 러일전쟁 중인 1905년 강제로 점령해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 뒤 러시아 함대를 궤멸시키기 위한 군사 요충지로 활용했던 만큼 독도의 군사 전략적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미·일은 이 각서의 내용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기시다 총리가 9월 초 방한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이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성사될 듯하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는 퇴임 전에 윤 대통령을 만나 한일관계 개선 과정 점검과 지속적인 안보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확인하길 원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고 한일, 한미일의 군사동맹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차기 일본 정부도 힘껏 도와달라고 당부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을사년인 202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60년을 맞이해 내놓을 가능성이 큰 (가칭)'신(新) 한일관계 선언'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독도 문제,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협조, 상호군수지원협정, 상호 여권 면제 등과 관련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촛불행동은 "독도는 역사의 섬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영토 자체다. 그걸 이렇게 포기해버리는 쪽으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수상한 움직임은 수상함을 넘어 국가변란에 해당한다"며 "국회는 독도 문제를 정면으로 내걸고 따져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비굴한 결정에도 검찰 게시판에 글 한 줄 없어
조직 전체가 정권 재창출 위해 뛰기로 작정했나

 

 

[논썰] 명품백 무혐의, 용산 친위대로 전락한 검찰. 한겨레TV

https://www.hani.co.kr/arti/subscribe-recommend

안녕하세요.

검찰이 다시 개가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인 없는 늑대가 되어 ‘살아있는 권력’의 살점을 물어뜯던 검찰이 이제 다시 물라면 물고 핥으라면 핥는 개가 되었습니다. 다시 개가 된 검찰이 모시는 주인은 오직 한 사람, 검찰 선배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윤석열 검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로 스타 검사가 됐는데, 대통령이 된 뒤에는 검찰 조직 전체를 윤석열이라는 사람에만 충성하는 조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검찰이 윤석열 정권 친위대 또는 사병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감사의 표시라면 받아도 되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22일 정례회의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처벌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처분 내용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청탁금지법엔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단, 직무와 관련한 청탁이 있을 때는 알선수재(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나 뇌물죄,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청탁’이 열쇳말입니다. 선물을 준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는 청탁을 했다고 밝혔죠.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사후에 국립묘지 안장 △김 전 의원 주도의 미국 전직연방의원협회(FMC) 방한 시 윤 대통령 부부 접견 및 행사 참석 △통일TV 재송출 등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디오르 백과 샤넬 향수와 화장품과 위스키가 ‘감사의 표시거나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고, 청탁이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청탁을 한 사람은 청탁이라고 주장하는데, 검찰은 청탁이 아니라고 본 겁니다. 청탁 내용들이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데, 검찰이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을 조사한 적이 있었나요? 저는 금시초문입니다.

“과거에 삼성이 최순실 씨한테 뇌물을 줬지 박근혜 대통령한테 뇌물을 준 게 아니었어요. 명시적인 청탁이 없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삼성도 그때 명시적 청탁 없었어요. 그런데 묵시적 청탁이 있고 대통령은 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해서 묵시적 청탁이 가능하다. 이 기소를 했던 그 특검팀 안에 우리 대통령이 계셨던 거예요.”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8월22일)

최 목사가 선물을 전달하던 날 김 여사가 정부 인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를 했고, 선물을 전달하려는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도 봤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사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혐의도 없어졌습니다. 청탁방지법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해당 공직자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죠. 그런데 검찰이 직무와 관련이 없는 선물이라고 정리해줌으로써 윤 대통령의 신고 의무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제대로 수사도 않고 짜여진 각본대로 억지 면죄부를 찍어준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의 표시’로 커피 한잔 드리는 것도 금지한다는 사실 아십니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에 근거해서 현장에 배포한 금지 사례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스승의 날 학생들이 돈을 모아서 담임에게 5만 원 이하 선물을 드리는 것 불가예요. 청탁금지법 위반이 된다는 겁니다. 담임과 면담 시에 커피를 제공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에요. 이렇게 선생님들한테는 커피도 안 돼 해놓고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받았는데 권익위가 괜찮다고 했잖아요.” (뉴스공장’ 8월22일)

 

앞으로 ‘감사의 표시’라면 공직자 부인에게 고가의 선물을 해도 된다는 선례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청탁금지법은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에도 자신의 발언으로부터 도망가기 바쁩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로 결론내렸다고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법적 판단은 국민 눈높이… 어차피 결국 팩트와 법리에 관한 것이니까요. 거기에 맞는 판단은 검찰이 내렸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세히 보진 않았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 8월21일)

각본대로 억지 면죄부 발행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종결 처분과 같은 논리입니다. 권익위 김 국장은 윗선의 종결 처분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반대했으나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자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검찰이 권익위와 다른 점은 수사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피의자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하기는커녕, 오히려 수사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습니다.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대통령 경호처에서 출장조사를 했을 때부터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릴 거라고 다들 예상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지난 5월 인사에서 ‘찐윤’ 검사들로 검찰을 재편했을 때부터 이런 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리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모양 갖춰서 대충 조사하고 얼른 무혐의 처분하라고 윤 대통령이 내려보낸 검사들이 입맛대로 일을 ‘제대로’ 한 것입니다.

명품백이라는 ‘맥거핀’에 가려진 주가조작

 

여러분, ‘맥거핀’이라는 영화 용어 아시죠?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주인공들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돈 가방 같은 건데요.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지만, 실은 별게 아닌, 일종의 눈속임 장치입니다.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투쟁을 이끌어가려고 만들어낸 소품이나 사건을 말하는데요,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인 앨프레드 히치콕이 처음 만들어낸 기법입니다.

저는 명품백이 맥거핀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명품백이라는 맥거핀에 정신이 팔려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공사 수주 의혹 같은 더 중요한 일에서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공범들이 구속기소돼서 1심 판결까지 끝났는데, 검찰은 2년이 지나도록 김 여사를 직접 조사도 못 하고, 기소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있으니 무혐의 처분도 할 수 없는 상태죠.

이미 결론은 나와 있습니다. 명품백과 주가조작뿐만 아니라, 한남동 관저 공사와 이종호 녹취록(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인천세관 수사 외압), 양평고속도로와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사건까지 모두 모아서 특검 수사를 해야 합니다.

‘찐윤’ 검찰의 친위쿠데타

 

이원석 총장은 검찰에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지난달 경호처 출장 조사 때 총장 사전보고를 누락한 ‘총장 패싱’ 사태 기억하실 겁니다. 이 총장이 화를 내면서 대검 감찰부에 감찰도 아니고 겨우 ‘진상파악’을 지시했는데, 그조차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총장의 진상파악 지시에 이창수 지검장이 “나만 조사하라”고 반기를 들고, 명품백 수사팀 소속 김경목 부부장검사가 사표를 내는 등 반발했습니다. 김경목이라는 검사는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에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다음 달 15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총장인데다, 대통령실이 “총장이 정치하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험담을 하니, 검사들이 이 총장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대통령실의 신임을 받는 이창수 지검장에게 줄을 선 형국입니다. 명백한 하극상입니다. ‘찐윤’ 검사들의 용산 친위쿠데타라고 할만합니다.

윤석열 사병 집단으로 전락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있습니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인사에서 부산고검장으로 날아간 이유도 김건희 여사 소환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장이 윤 대통령 눈 밖에 난 이유도 “성역없는 수사” 등등 눈치 없는 소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본인들을 ‘성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니 화가 난 거죠.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입니까? 윤 대통령은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공개적인 전쟁을 벌였던 사람 아닙니까? 검찰 수사 앞에 성역 같은 건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는 게 검사들의 공정과 상식 아니었나요? 그런데 지금 검찰의 비굴한 행태에 대해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 한 줄 올라오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추진하자 이원석 총장부터 말단 검사, 퇴직 검사들까지 집단으로 의견을 표출하던 투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검찰은 용산이라는 하나의 태양 아래 일렬로 도열한 해바라기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야당 표적수사에 올인

 

과거에도 검찰은 독재정권이나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는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고, 검찰을 개혁하려는 민주당 정부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며 정권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은 청와대를 5번이나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렇게 정권을 상대로 사실상 전쟁을 벌였고, 그 갈등 과정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정권까지 장악했습니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나서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액세서리가 귀찮은 듯 저 멀리 던져버렸습니다. 집권 3년 차에 이르기까지 전 정권과 야당 대표를 이렇게 끈질기게 수사하는 경우를 저는 처음 봅니다. 검찰은 최근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의혹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는데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한 데 따른 대가로 사위가 이스타항공의 자회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소환을 통보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 압수수색만 376회(장소 기준) 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영장 발부에 따른 횟수로 치면 36회라고 주장하지만, 36회든 376회든 한 사람에게 과도한 강제수사를 벌였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형사소송법의 수사비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입니다. 옛말을 변형해서 표현한다면, 대여춘풍(待與春風) 대야추상(待野秋霜)이 따로 없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서는 따뜻한 봄바람 같고, 야당과 전 정권을 향해서는 차가운 서릿발 같습니다.

수오지심을 잃어버린 검찰

 

법은 수많은 법조문으로 이뤄져 있지만,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모두 다 규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률가들의 양심이 중요합니다. 법 집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정의라면,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적 가치는 형평성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공정인데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사회적 설득력과 공감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지금 검찰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과연 공정한가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었을 때 관내 기업들이 성남시 소속 축구단인 성남FC에 후원을 했는데, 검찰은 제3자 뇌물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습니다. 관내 기업들이 관내 축구단에 후원을 했는데, 그게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에게 뇌물을 준 거나 마찬가지라는 논리입니다. 이 대표가 직접 받은 건 한푼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10만원으로 기소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300만원짜리 명품백은 당연히 기소해야 하고, 주가조작은 당장 구속수사를 해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검찰은 최소한의 정의에 대한 감각과 공정성을 상실했습니다.

과거엔 그래도 검찰이 여론의 눈치를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전혀 개의치 않죠. 검사동일체의 연장선상에서 윤 대통령과 한 배를 탔다고 검찰 조직 전체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공동운명체라고 보는 거죠. 윤 대통령이 망하면 검찰도 망한다고 생각하고, 정권 재창출에 조직의 운명을 건 것처럼 보입니다. 더이상 국가기관이 아니라 사병집단이나 사당(私黨)이 된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부끄러움, 수오지심(羞惡之心)마저 잃어버렸습니다.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의 교훈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더 인플루언서’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보셨나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77명 중에서 최고의 1인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제1화에서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좋아요’와 ‘싫어요’를 각각 15개씩 쓸 수 있는데요. 어떤 사람이 살아남을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게임 초기에 참가자들은 ‘좋아요’만을 받으려 노력합니다. ‘싫어요’를 받으면 감점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게임의 메기 역할을 하는 유튜버 진용진씨가 제작진의 기획 의도를 간파합니다. ‘좋아요’든 ‘싫어요’든 무조건 많이 받는 사람이 승자라는 거죠. 인플루언서에게 중요한 건 ‘좋아요’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 그 자체이고, 그렇다면 요즘 말로 ‘어그로’를 끌어서라도 많은 수의 ‘좋아요’와 ‘싫어요’를 받는 사람이 살아남게 된다는 겁니다.

설명이 좀 길었는데요. ‘더 인플루언서’ 초반에 참가자들이 최종 규칙을 몰라 우왕좌왕하듯이 지금 우리 사회는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에 적용되는 게임의 규칙을 최종적으로 정하는 제작진은 바로 국민이라는 겁니다. 검찰이 아닙니다. 누구를 수사할지 안 할지, 기소할지 안 할지,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어떻게 형평성을 기할지 등 너무 많은 재량권이 검찰에 몰려 있습니다. 이 권한을 나눠야 합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에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