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집회에서 목격한 것...윤석열의 난과 프레임 전쟁

< 조성식 통찰 >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를 타고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유성호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로써 윤석열의 난은 두 달이 채 안 돼 진압됐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상식과 비상식, 이성과 음모론, 법치와 불법의 프레임 전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그것이 조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안갯속처럼 불투명하다.

현장에서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믿음과 신념만이 중요했다. "강력하게 확립된 프레임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으면, 사실은 무시되고 프레임은 유지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조지 레이코프의 말이 실감 났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점거해 난동을 부리고 폭력을 행사한 극우파는 사실보다 신념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정치적 신념을 가질 수 있고 또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진실과 동떨어진 특정 프레임 속 신념은 세상에 해악을 끼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체포가 진행된 최근 한 달여 동안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한남동 집회 현장을 자주 찾았다. 취재를 위해 보수와 진보(편의상 이렇게 구분하겠다) 양쪽 다 둘러보는데, 보수 쪽 주장을 접할 때마다 절감한 것이 프레임의 위력이다.

언론학자들에 따르면, 뉴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현실인데, 반대로 뉴스가 현실을 구성하기도 한다. 대중이 느끼는 사회적 현실은 미디어의 프레임, 미디어의 언어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좌와 우, 보수와 진보가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미디어 프레임의 위력이 실로 엄청나다.

토드 기틀린은 프레임을 "인식, 해석, 표현, 선택 및 강조의 지속적인 패턴"이라고 규정하며 "뉴스 생산자들이 언어나 시각적 수단을 써서 담론을 구성해 간다"고 말했다. 언론의 색깔이나 정체성은 프레임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게 바로 프레임이다.

많은 언론 매체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고, 관련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 강력한 프레임은 '비상계엄=내란'이라는 사회적 현실을 구성해 대중에게 그 사태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각인시켰다.

이에 맞서 일부 우파 매체, 극우 유튜브 등은 내란이라는 범죄적/실존적 현실을 외면하고, 내란 우두머리가 꾸며낸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내세워 비현실적 현실을 구성하려 했다.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자 개표 조작 등 대규모 부정선거가 벌어졌고, 그 결과 탄생한 거대 야당의 폭주가 국정 마비를 빚었다는 게 골자다.

컴퓨터 게임 속 세상처럼 일종의 가상현실인데,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국회를 침탈한 비상계엄이라는 초현실적 사태에 충격을 받은 일반 국민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였다. '제1 공적'인 야당 대표야 그렇다 치고 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와 대통령과 갈등 관계인 여당 대표까지 체포해 군부대 지하 벙커에 가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주요 인사들을 '수거'하려 했던 계엄 시나리오는 무협 판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극우의 망상이 빚은 어설픈 친위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서 종종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던 여느 프레임 전쟁과는 달리 승패가 쉽게 결정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레이코프의 말대로 프레임은 지속적이고 강력하다. 체포영장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법리 논쟁이 격해지면서 보수우파의 결집도가 높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거기에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당 대표를 내쫓고 불법 수사 프레임으로 사태의 본질을 가리려는 집권여당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선동이 한몫했다.

가상현실로 현실 대체하려는 비논리적 프레임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우파 집회 현장에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조성식


집회 현장에는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여 있다. 윤석열이 체포되던 1월 15일에도 어김없이 한남동으로 달려갔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보수/우파의 구호와 절규가 미명의 도심 거리를 뒤덮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대형 현수막에 붙은 중국 비난 구호였다. '중공 부정선거-가짜 국개 간첩, 내란 세력 민주당을 체포하라'. 중국 공산당의 약자로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쓰던 '중공'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도 신기하고, 부정선거와 중국을 연계하는 것도 놀라웠다. 음모론자들은 선관위 설명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선관위 직원들을 중국의 간첩으로 여긴다. 국회와 더불어 선관위가 계엄군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된 이유다.

이 같은 음모론은 내란 우두머리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체포 직후 공개된 그의 자필 편지는 '부정선거'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헌법재판소에 낸 2차 답변서에는 부정선거의 배후에 민주당과 중국이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객관적 증거도 없이 제1 교역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그토록 노골적으로 드러내다니, 반국익 반민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부정선거론과 더불어 보수/우파 결집의 기폭제이자 원동력은 반이재명 정서다. 각종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범죄자'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는 '구국'의 신념이다. 실제로 집회 현장에서 "탄핵 무효"보다 더 많이 나오는 구호가 "X재명 구속"이다.

프레임 전쟁에서는 단순 무식한 구호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재명 불가론은 거칠기 짝이 없는 비논리적인 프레임이다. 사실에 근거한 내란 프레임과 달리 신념으로 가공된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 불가론으로 현직 대통령의 계엄 내란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가리려는 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논점 일탈 오류의 전형이다. 해가 안 보여 날이 흐리다고 얘기하는데, 달이 뜨면 밝아진다고 말하는 격이다. 게다가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는 현재가 아니라 몇 달 뒤에나 결정될 일이다. 가상현실로 현실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현실적 프레임이 보수층과 일부 중도층에 먹히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1심에서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의 유죄 선고를 받았기에 이 프레임은 대선 때까지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찬성이나 내란 비판과는 별개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우파 집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트럭이 등장했다.조성식


갈등과 혼란 부채질하는 양비론 언론

스멀스멀 작동하기 시작한 언론의 양비론은 갈등과 혼란을 부채질한다. 대형 정치적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보수 편향, 진보 편향, 중도 세 가지로 분류된다. 사실에 평가가 곁들여진다.

그런데 이번 계엄 내란 사태는 워낙 사실의 위력이 압도적이어서 평가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보수 대 진보라는 전형적 대립 전선이 흐트러진 이유다. 언론은 불법적인 비상계엄과 내란 비판에 거의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애써 참고 있던 양비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수사권 논쟁, 체포영장 적법성, 국가기관 충돌 불가론, 거야 폭주론, 국격 하락론, 대통령제 개헌론, 민생 우선론 등은 충분히 제기할 만한 이슈였다. 일부는 논리도 안 맞고 사실도 아닌 엉터리 의제지만, 일부는 비판적 관점에서 짚어볼 만했다. 반론 차원에서 다뤄야 할 내용도 있고.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현직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적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위중한 상황에서 이 같은 논쟁을 중대하게 다루거나 대등한 비중으로 보도하는 건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불공정 보도라고 비난 받을 수 있다. 비례와 균형이라는 보도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양비론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언론보도의 원칙에 부합하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건 무분별한 양비론이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과 균형성, 형평성에 대한 맹목적 기계적 해석 때문이기도 하다.

중립이란 대등한 세력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대립할 때 한쪽으로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양쪽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예컨대 어떤 매체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내는데, 내부의 일부 기자들이 왜 이재명 비판은 그만큼 안 하냐고 따지는 것은 중립이나 균형, 형평과는 거리가 멀다.

이 같은 오류는 정치적 표적 수사에 대한 보도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모든 죄는 걸린 죄다. 조국과 이재명에 대한 검찰의 지독한 표적 수사와 과잉수사, 먼지떨이 수사, 별건 수사는 수사 내용과 별개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범죄 혐의를 대등하게 다루면서 검찰이나 이재명이나 똑같이 문제라고 기계적 양비론을 펼치는 건 비례와 균형 원칙에 맞지 않는다. 원인을 외면하고 결과만 논하는 본말전도의 오류이기도 하다.

정파적 양비론부터 걷어치워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ㆍ안보 분야 주요현안 해법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체포와 관련해 수사기관과 경호처에 내린 지시도 이에 해당한다. 법원에서 내준 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경호처와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려는 수사기관을 대등하게 취급하면서 충돌 방지를 강조했다. 나아가 유혈사태 발생 시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최 대행의 발언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형적인 양비론으로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국가기관 간의 충돌이 아니라 불법과 법치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이는 강도와 경찰 양쪽에 평화적 해결을 주문한 꼴이다. 샤일록에게 안토니오의 가슴살 1파운드를 피 한 방울 내지 말고 베어가라는 포셔의 판결처럼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얼마 전 내가 운영하는 시사 유튜브 '조성식의 훅'에서 조국 사건 당시 검찰의 수사방식을 집중 비판하자 "조국의 특권층 비리를 감싸는 거냐"는 취지의 댓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방송에서 분명히 조국 부부의 잘못을 짚고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는데도, 수사방식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니 비리를 옹호하는 태도로 비친 모양이다.

최근 체포영장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과 그의 변호사들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자 이번에는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그런 비판을 하지 않느냐"는 댓글이 붙었다. 양비론 프레임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양비론은 정파성의 위장술이기도 하다. 정파성은 말 그대로 특정 정치세력에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다. 유리한 보도는 키우고 불리한 보도는 줄이거나 없앤다.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건 물론 매체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놓고 그렇게 보도하는 건 눈치가 보이니 양비론으로 본심을 감추거나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정파성 못지않게 보도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경영 프레임이다. 언론사 수익 구도를 좌우하는 재벌그룹과 대기업의 보수/우파적 성향은 프레임 설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제도권 언론사 대부분이 이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수사와 탄핵 국면에서 각 매체의 프레임이 좀 더 선명해지고 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의 본령은 사실 보도와 진실 추구다. 하지만 사실의 경중과 보편적 가치를 따지지 않는 기계적 양비론으로 접근한다면 진실은커녕 사실에서도 멀어질 것이다. 갈등이 수습되는 게 아니라 반목과 대립이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 여야의 권력 다툼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주와 독재,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고 이른 시일 안에 나라의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정파적 양비론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 오마이 조성식 통찰 >

"체포당했는데 국힘 변호사 선임 가능할까요?"...

법원 폭동 사태 직후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체포됐다며 변호사의 도움이나 후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극렬 시위대 100여 명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했습니다.

이들은 외벽과 유리창을 깨고, 정문 셔터를 부수고 법원 내부까지 들어가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 뺏은 방패를 비롯해 준비한 경광봉과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경찰들이 다수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찰은 기동대 1400명을 투입하고 난 뒤 3시간 30분여 만에야 난동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건조물 침입과 공무집방해 혐의로 체포된 46명은 서울 시내 7개 경찰서 형사과에서 수사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법원에 난입한 극렬 시위대뿐만 아니라 현장을 떠난 이들도 통신국 기지국 기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18일 서부지법 앞 집회에서 공무집행방해, 월담행위 등의 혐의로 연행된 이들은 40명,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연행된 이들은 46명이다).

폭동 사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저 체포당했는데 국힘 변호사 선임 가능할까요?"라는 제목으로 변호사 선임을 도와달라는 요청 글이 올라왔습니다. 또한 자신의 계좌번호를 올리며 후원을 호소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당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구을 당협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수정되기 전에는 "당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 페이스북 갈무리


법원 폭동 사태 이후 온라인커뮤니티와 극우 유튜버 채널 등에서는 체포된 이들을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소식이 돌았습니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구을 당협위원장은 19일 오전 12시 50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림'이라며 "공수처장을 둘러싼 소중한 청년들이 체포되어 경찰서에 있다"면서 "석동현 변호사와 변호사 당협위원장 두 분이 자정을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 당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오후 이 위원장의 글은 "당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문구가 삭제됐습니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윤상현 의원은 18일 밤 서부지법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젊은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하고 얘기를 했다"며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법원 폭동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자 19일 입장문을 내고 "18일 밤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학생 등 청년 17명에 대한 도움에 답을 한 것이지, 그 이후 발생한 기물파손과 침입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은 "서부지법 체포 시민들은 문자 주십시오"라며 MBC 제3노조 고문변호사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게시했습니다. 게시된 이미지에는 "재능기부 변호사 모집"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민지원법률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이 아니었습니다.

소화기 난사에 집기 파손까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극렬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해 컴퓨터 등 집기류를 파손하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법원 폭동 당시 극우 유튜버 채널 채팅창에는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화면을 끄고 소리만 나오게 하라"는 나름의 조언이 올라왔습니다. 법원 밖에 있던 모 극우 유튜버는 "서부지법 유튜버들은 시민들 얼굴이 촬영된 영상을 내려야 한다"며 "시민들이 징역을 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극우 유튜버들이 생중계한 영상을 보면 극렬 시위대의 난동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유리창이나 문을 부수거나 소화기 난사 뿐만 아니라 법원 내부로 진입해 컴퓨터 등 집기류와 서버 등에 물을 뿌리는 장면도 고스란히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극우 유튜버들의 생중계 영상은 20일 오전 6시 기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상을 촬영한 극우 유튜버들이 '특수 건조물 침입죄'로 경찰의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은 후 체포됐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체포 모습 또한 자신들의 유튜브 영상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법원 폭동에 동참한 극렬 시위대는 '건조물 침입죄', '소요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범죄 행위를 기록한 영상이 남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경우 유죄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권성동 "경찰이 방패로 시민 내리찍어"... 반대 증거 있어

극렬 시위대가 뺏은 방패로 경찰을 내리 찍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관련사진보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찰에도 경고한다"면서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 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폭력을 막으려는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고 명찰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경찰을 내동댕이치고 방패로 내리찍은 것은 극렬 시위대였다는 사실이 명백하기에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9일 오전 전국 지휘부 긴급회의를 마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폭력·불법에 대해선 구속 수사 등을 통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오마이 임병도 기자 >

피해액 약 7억 원 추산... "폭력 성공 못한다 한목소리로 말해야 할 때"

 
 

법원행정처장 "시위대가 난입한 판사실, 차은경 판사 방 아냐"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두고 "일부 시위대 난입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전날 서부지법 폭동 피해 현장을 둘러본 천 처장은 이날 의원 질의에 "시위대가 서부지법 영장판사실만 의도적으로 파손한 게 맞다"고 답했다. 천 처장의 답변에 따르면 시위대가 난입한 판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한 차은경 판사 방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남소연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유독 의도적으로 파손한" 곳은 영장 판사실이었다. 영장 판사의 사무실 위치를 미리 숙지하고 침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당직 판사로 당일 영장 업무를 담당했던 차은경 판사의 집무실은 영장판사의 사무실과 다른 곳에 있어 화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왔나 추측... 발 디딜 수 없을 만큼 유리 파편 굴러다녀"

당일 새벽 법원에 남아있던 직원 25명 가량은 서부지법 7층까지 난입한 폭도들을 피해 옥상과 지하로 나뉘어 대피했다. 음료수 자판기로 문을 막고 방호벽을 작동시키는 등 방어에 주력했지만, 결국 출입구는 폭도들의 폭력에 의해 여지없이 뚫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예상 시설 피해액만 6~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부지법 소요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앞서 열린 대법관 회의 결과를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져 유리창과 집기를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았다"라면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된 흔적이 있는 걸 봐선 (영장판사실을)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했다"라고 말했다.

소요 당일 법원을 찾았던 천 처장은 "제가 제일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발바닥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유리가 파편화 돼 굴러다니는 모습이었다"라면서 "월요일(20일)부터 정상 재판과 민원 업무가 시작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서부지법 담당 직원들은 어쨌든 사법 업무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국민들이 여전히 법치주의가 작동된다고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이를 받아들여 업무는 정상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폭도로 변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파괴한 법원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현 사태에 기함한 것은 천 처장만이 아니었다. 천 처장은 "(대부분의 대법관들이)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했는데 미증유의 사태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돼선 곤란하다. 법치주의 무시가 일상화되면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과 함께 명확한 수습 그리고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헌법 기관의 "한목소리"를 요청했다. 천 처장은 "불법적 난입과 폭력은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법조인이든, 비법조인이든 헌법 토대에서 생활하는 관계자들 모두가 법치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 조혜지 기자 >

 

비상계엄을 윤석열의 '성전'에 비유... 이양수, 법원 침탈 언급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남소연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현역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물리적으로 침탈하는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에도 집권여당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성전'에 비유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십자군'이라고 일컬으며 오히려 이들을 더 선동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 일부도 지지자들의 행위를 감싸며 '물타기'에 나섰다.

김재원 "윤 대통령, 성전 시작... 함께 거병한 아스팔트의 십자군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의 과거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며 "그리고 47일 만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겨울의 감방은 무척이나 춥다.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7일간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성채로 삼아 자신만의 '성전(聖戰)'을 시작했다. 이제 그 전쟁은 감방 안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 이재명이다"라며 "어젯밤 이재명은 윤 대통령 구속 소식에 쾌재를 불렀으리라"라고 적었다.

그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지 않았는가"라고 '삼국지'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감옥에 갇힌 윤석열이 괴수 이재명을 끌어내릴 것이다. 그날이 비로소 이 성전의 끝이다. 이 성전이 시작될 때부터 이재명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정해지고 말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며 "그리고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장문의 게시물 어디에도 법원을 향한 폭동 사태의 부당함이나 비상 계엄의 위헌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양수 사무총장, 법원 박살 났는데 "집회 마치고 주변 정리하는 시민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 집회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는 시민 여러분들의 모습이다"라며 "집회 참가자 여러분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에 기재된 촬영 시간은 이날 오전이었다. 법원 청사의 각종 기물이 부서지고, 법원 앞 반사경마저 부러지는 등 다수 폭력 사태가 있었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각종 사진과 영상이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는 가운데, 쓰레기 줍는 사진을 몇 장 올리며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셈이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