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은 물론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 합류

전문가 "전 세계 권위주의자들에 같은 행동 부추길 수 있어"

미 유엔대사대리 "유엔헌장 집단적 자위권 부합한 조처" 반박


이란 공습후 대국민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에 동참하면서다.

 

24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자체에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합법적 틀'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 역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국제법 영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유엔 헌장 제2조는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한다.

 

미 예일대 로스쿨의 우나 해서웨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일방적 무력행사 금지는 전후 법질서의 기본원칙"이라면서 "유엔 헌장 비준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결로 승인되거나 무력 공격 대상이 됐을 때만 다른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이란 포르도 핵시설 [AP 연합 자료사진]

 

그는 "안보리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걸림돌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도 장애물이 돼 왔다"면서 "트럼프가 외교와 협상을 버리고 무력을 택한 건 전 세계의 권위주의자들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이후 3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나, 대만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여 온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강행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유엔헌장과 안보리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러시아 등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에 부합해 이란이 이스라엘 및 중동 지역,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셰이 대사 대행은 앞선 지난 22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과 관련해선 공격을 받은 뒤에야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해석과,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실제 공격 이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는데 이중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이란의 핵 위협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이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 (유엔본부 로이터=연합)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24

 

한편, 미국의 공습을 받은지 만 이틀만에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 정치권에선 대체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월권 논란도 일고 있다.

 

연방의회를 '패싱'한 채 타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내 급진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내놓았고, 공화당 몇몇 의원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헌법적으로 처리했더라면 같은 결과를 내면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란 핵시설 폭격의 절차적 정당성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미 정보당국 “이란 핵시설 파괴 안 돼…몇 개월 지연에 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스키폴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로이터/암스테르담 연합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가 공개됐다. 정보당국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쳤으며 이란이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다른 장소로 옮겨 피해가 미미했다’라고도 평가했다.

CNN은 24일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런 내용의 국방정보국(DIA) 초기 분석 결과를 단독 보도했다. 이 평가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미 중부사령부가 수행한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관계자 중 한 명은 시엔엔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밝혔다.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의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해당 분석에 따르면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 입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의 지하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다섯 장 분량의 초기 보고서는 ‘이란이 핵물질 대부분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교적 빠르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공습 이전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경우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해왔다. 공습 이후 지연 예상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에서 피해는 주로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으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금속화 설비나 전력 인프라 등이 손상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정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공습 이전에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 핵물질의 실질적 피해는 미미했다”며 “일부는 비공식 핵시설로 이전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밝힌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이란의 핵시설과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파괴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랑해온 ‘벙커버스터’ 폭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벙커버스터 폭탄 대신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스파한을 타격했는데, 이는 이스파한 하층부가 포르도보다도 더 깊어 벙커버스터로도 관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시엔엔에 전했다. 시엔엔은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이 이란의 지하 깊숙이 요새화된 핵시설, 특히 포르도와 이란 최대 핵 연구 단지인 이스파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에 “지하 시설에 보다 중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타격이 필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차 공격을 승인한 뒤 추가 공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국방정보국 초기 분석의 존재는 인정했다. 하지만 평가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러라인 레빗은 시엔엔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유출은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3만 파운드짜리 폭탄 14발이 정확히 명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전면적인 파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타격은 완벽했다. 해당 시설은 산속에 묻혔다”고 주장했으며, “이란이 해당 시설을 복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곳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도 현지 정보 수집을 계속 중이며, 이란 내부의 추가 정보를 통해 정확한 피해 수준을 파악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상·하원 전체 기밀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상원은 오는 26일로 일정을 변경했고, 하원 브리핑은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 하원의원 팻 라이언(뉴욕주)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는 하원 기밀 브리핑을 아무 설명 없이 취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말한 ‘완전 파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농축 우라늄 400㎏ 행방 묘연…이란 “핵 활동 계속할 것”

핵개발 결론 없는 휴전
이란 강경파 득세 땐 NPT 탈퇴 가능성도

 
 
위성사진 제공 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22일 촬영한 이란 콤 북동쪽 포르도 연료농축시설(FFEP). 미국의 공습으로 생긴 분화구가 관측된다. AFP 연합
 

미국의 개입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 이유로 내세운 이란 핵에 대한 결론은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모두 파괴했다고 하고, 이란은 피해가 경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번 전쟁이 이란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핵 개발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장비를 파괴했기 때문에 이란은 그들이 보유한 장비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핵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이 이란 국영통신사(IRIB)에 “핵 활동의 복원을 위한 일련의 준비를 미리 해뒀고 원자력 산업의 생산·활동 과정의 어떠한 중단도 막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며 “공격받은 핵시설에 대한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포르도 시설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60% 농축 우라늄 400㎏’의 향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90%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 포르도 시설 인근에 16대의 트럭이 접근한 정황이 포착됐다.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핵 기술력이 유지된다면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실제 핵 활동을 복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또 ‘핵 위협’을 빌미로 공습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분쟁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체제하에서 이란의 자위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확인한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도 있다. 탈퇴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의무가 자동으로 종료돼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 의혹에 국제원자력기구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2003년 1월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공습 이후 22일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해 이 역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란 핵합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타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높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있다. 빈/신화 연합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진행 중이던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도 우라늄 농축 권한이 쟁점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민간 원자력 에너지 사용과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는 것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란이 원하는 민간 원자력 에너지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고농축 과정까지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6차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습하면서 12일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3일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이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여건을 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 최우리 기자 >

 

포르도보다 더 깊은 땅속 145m, 이란 새 핵시설 가능성

나탄즈 핵시설 남쪽 산 아래 지어져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2일(현지시각)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촬영한 사진. 사진 가운데 미군이 떨어뜨린 벙커 버스터 폭탄 ‘GBU-57 MOP’가 만든 흔적이 보인다. 사진 EPA 연합
 

이란이 최근 완성했다고 밝힌 새 핵시설이 미국 공습에 타격을 입은 기존 핵시설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핵시설은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12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새로운 핵시설은 완전히 건설되었고, 안전하고 공격할 수 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심분리기 설치가 끝나는 대로 농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의 새 핵시설이 수년 전부터 외부에 알려진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이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지 않아, 이곳이 완성됐는지,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우라늄 농축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아직 타국 정부나 서방 정보기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서 공식적으로 에슬라미 사무총장의 주장을 확인하거나, 새 핵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썬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한 시설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추정만 있을 뿐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나탄즈 핵시설과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한 자료. 출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구글 어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 건설이 시작된 건 5년 전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22년 보고서에선, 이란은 2020년부터 현재 나탄즈 핵시설로부터 남쪽으로 2㎞ 떨어진 콜랑가즈라산 지하에 터널을 뚫고 핵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이버공격과 폭탄 설치로 나탄즈 핵시설 내 원심분리기 조립 시설을 폭파한 직후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깊은 지하에 위치해 공략이 어려웠던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 만들어진 콜랑가즈라산은 해발 1608m다.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쿠에다그구이산(960)보다 2배가량 높다. 덕분에 포르도 핵시설과 비슷한 각도로 파고 들어가면 지하 110~145m에 핵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계산이다. 포르도 핵시설의 지하 80~90m보다 30~55m 더 깊은 것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지난해 4월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의 위치를 설명한 자료. 출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구글 어스

 

보고서는 “포르도 핵시설은 너무 깊어 공중 폭격으로 파괴하기 어렵지만,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포르도 지하핵시설이 너무 깊어 미사일 타격이나 특수부대 파견으로 확실하게 파괴하긴 쉽지 않아, 미국의 개입을 요구해왔다. 결국 미국은 지난 21일 비-2(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6대로 벙커 버스터 폭탄 중 가장 강력한 ‘GBU-57 MOP’ 12발을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초기 분석 결과 포르도 핵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지난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때는 표적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습 다음 날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나탄즈 핵시설에 떨어진 벙커 버스터 폭탄 2발의 착탄 추정 지점 모두 나탄즈 핵시설 경내였다.        < 김지훈 기자 >

'울산AI센터·해수부 이전' PK 공들이기 이어 광주로…'영호남 통합행보' 분석도

지역 민원 관련 간담회 이례적 생중계…'소통강화' 기조 이어가는 듯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 호남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 행사를 열고 지역민 등 약 100여명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관계자들도 초청되긴 했지만, 이날 행사는 일반 주민들의 '날 것' 그대로의 민심을 청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며 이날 일정을 비우게 된 이 대통령이 그 시간을 호남 방문으로 채운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80%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을 직접 방문,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텃밭 민심을 어루만지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울산 데이터센터 출범식 참석 및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독려 지시 등으로 PK(부산·경남) 민심에 구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호남을 끌어안으며 영·호남 통합 메시지를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수시로 소통 강화를 주문해 온 것도 이날 행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현안을 직접 지역민의 입을 통해 듣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는 군 공항 이전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확충 등 지역 민원이 계속 화제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은 이례적으로 방송 생중계가 되면서 전국에 가감없이 전달된다.

 

최근 대통령실은 취임 30일이 되는 다음달 3일 기자회견을 검토하는 등 소통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힘을 쏟는 모습이다.

 

결국 임기 초부터 국민들과 스킨십을 최대한 자주 하면서 '일하는 정부'의 인상을 각인시키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도 "민원에 대해 '귀찮은 일', '없으면 좋은 일'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며 공직자들에게 최대한 민원에 적극적으로 응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캐나다를 찾은 뒤 한-멕시코 정상회담을 한 바 있는데, 이 자리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자신의 높은 지지율 비결에 대해 "일주일에 3∼4일은 직접 시민을 찾아 대화하고 야당과 토론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임기 초반의 경험 역시 소통강화 기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 임형섭 기자 >

 

이 대통령 “전쟁 다시 겪을 일 없는 나라 만들 것”

6·25 75주년 페이스북 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6·25 75주년을 맞은 25일 “가장 확실한 안보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체계를 굳건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쟁을 다시 겪을 일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올바로 응답하는 길”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곧 경제이자,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라며 “군사력에만 의존해 국가를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보훈을 강조했다. 그는 “전장을 지킨 국군 장병과 참전 용사, 유가족, 그리고 전쟁의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오신 국민 모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께 충분한 보상과 예우를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유공자와 가족에게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 엄지원 기자 >

 

통일부 "민간차원 소통채널 복구 필요"…19일부터 속속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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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북한으로 보내는 수재민 지원 물자를 싣는 적십자 봉사자들 [연합 자료사진] 
 

이재명 정부가 전 정부에서 사실상 차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연합뉴스에 "민간 차원의 대북 소통 채널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민간의 북한주민 접촉신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지난 19일 인도적 지원 목적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 2건을 수리했다. 이는 작년 8월 북한의 수해 후 예외적으로 민간 인도주의 협력단체의 접촉 신고를 수리한 후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접촉 신고 수리에 대해 "민간 차원의 남북 소통채널 복구 및 대화·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후에도 여러 건의 접촉 신고를 수리했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도 대선 이튿날인 지난 4일 통일부에 온라인으로 문화교류를 위한 북한 주민 접촉 신고서를 제출한 후 지난 24일 수리 통보를 받았다.

하기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남북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2023년 하반기부터 민간의 대북 접촉 신고를 사실상 불허했는데, 남북관계 복원을 최우선 대북 정책으로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방침이 달라진 것이다.

 

민간 단체도 이러한 기조 변화를 예상, 교류협력단체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발 빠르게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단체들은 통일부의 정책 전환을 반기면서도 정부 성향에 따라 민간의 남북 소통 채널이 끊기지 않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문협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민간의 대화채널마저 다 단절돼 이제 복원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민간의 대북 접촉에 대해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 차해림 박수윤 기자 >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연구관 보고서' 정보도 비공개
5월 1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월 1일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2025도4697)을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 판결은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 경향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것으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선고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이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과정은 이렇다. 지난 3월 26일 2심의 무죄 판결 즉시 검찰은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다. 본래 대법원 소부인 2부에 배당되었던 사건을 4월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였다. 놀랍게도 회부 당일 바로 첫 심리가 열렸고 4월 24일 두 번째 심리 후 5월 1일 원심을 파기하는 선고가 이뤄졌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었다. 이 대통령의 사건은 대법원 접수부터 선고까지 이르는 과정이 단 34일 걸린 셈이다.

정치계와 법조계, 언론들도 최소 4~5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판결이 불과 한 달 만에 선고가 이뤄지니 나라 전체가 뒤숭숭했다. 대법원 판례 경향을 거스르는 판결이 그것도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니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과 불신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법원 내부 인트라넷인 코트넷에서는 현직 판사들이 대법원의 합의와 선고에 대한 비판을 잇달아 제기했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대통령 선거 불과 한 달 전에 무리하게 선고가 이뤄졌다는 맥락에서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사법부에 대한 여론은 삽시간에 최악으로 치달았다. 2심까지 오며 누적된 6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사건기록을 대법관들이 실제로 검토했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사법정보공개포털에는 대법관들의 재판시스템 로그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2만 건 넘게 접수되었다. 대법관들이 사건기록을 열람했는지, 열람했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정보공개 청구들이었다. 불신을 초래한 대법원의 행태에 대응해 정보공개 청구를 도구로 시민들이 직접 행동을 한 셈이다.

재판연구관 보고서 생산일, 배부일, 분량 정보공개 청구

정보공개센터는 대법원 선고에 대응해 앞선 시민들과는 다른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대법관들은 재판 기록을 검토한 재판연구관들의 보고서를 토대로 기록을 검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복수의 대법원 관계자 진술이 언론 보도에서 발견되는데, 바로 이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관련해 보고서의 생산일, 대법관 배부일, 보고서의 권 수 및 권 당 쪽 수'에 해당하는 정보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정보공개 청구한 것이다.

만약 이 청구를 통해 사건 접수일부터 재판연구관 보고서가 작성되기까지의 시간과 보고서가 대법관들에게 배부되어 선고까지 대법관들이 검토한 시간, 그리고 보고서의 분량 정보 등이 공개된다면 판결에 대한 의혹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정리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취지에서 진행한 정보공개 청구였다.

그런데 지난 5월 29일 법원행정처는 정보공개센터의 청구에 대해 '비공개 통지'를 해왔다. 재판연구관 보고서에 관한 청구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4호에 해당하는,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고, 법원조직법 제65조에 따라 심판의 합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한다는 이유였다.

정보공개센터는 '청구한 정보가 실질적인 재판 내용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고, 단순히 재판연구관 보고서의 존재 유무와 생산 시기, 대법관 배부 시기, 자료의 분량에 한정되는 단순 정보로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련된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객관적인 사실이나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재판 내용과 관련 없는 단순 정보까지 무조건 비공개

법원행정처의 이의신청기각결정통지서법원행정처는 정보공개센터의 재판연구관 보고서의 생산일, 대법관 배부일, 보고서 분량에 해당하는 정보가 공개 정보라는 이의신청에 대해 신청 하루 만에 기각처분을 해왔다.정보공개센터


법원행정처는 정보공개센터가 제출한 이의신청마저도 6월 19일에 기각 처분을 내렸다. 더구나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정보공개심의회 개최도 없이 이의신청 제출 단 하루 만에 처분이 이뤄졌다. 대개 비공개결정통지의 이의신청 처리에는 이의신청서에 대한 검토, 심의회 개최 여부만 판단해도 일주일 가량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출된 이의신청 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내부 논의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기각 사유도 동일했다. 재판연구관이 작성하여 대법관에게 제출한 보고서가 합의 절차에서 기초로 사용되기 때문에 법원조직법 제65조에서 비공개하도록 하는 '심판의 합의'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연구관 보고서에 관한 청구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재판에 관해 '내·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공격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이로 인해 재판의 독립성을 저해함으로 공정한 재판업무에 지장을 줄 우려가 크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의 논리와 주장은 지나치게 협소하고 방어적이다. 비록 원심 파기환송 선고로 이 대통령의 사건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의 합의는 이미 종결된 절차이고 합의 과정에서 작성된 보고서의 생산 시기, 대법관 배부 시기, 자료의 양과 같은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이미 종결된 합의와 그와 관련된 업무에 어떤 영향도 발생시킬 수 없다. 또한 법원조직법 제65조는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는데 청구 정보와 같은 재판연구관 보고서에 관한 단순 정보들이 과연 '심판의 합의'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대법원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그저 '내·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공격이나 불필요한 오해'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법원 선고 절차에 대한 알권리의 최소한의 요구이고, 사법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대법원에 대한 비판이다. 이를 '부당한 공격'이나 '불필요한 오해'로 치부해 시민들의 신뢰를 더 잃어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센터는 법원행정처의 이번 비공개·이의신청 기각 처분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심판 및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   < 정보공개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