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들에게 손짓해 일제히 자리 옮기기도 구속된 극우 유튜버, 가족 통해 옥중편지 유포 "담대하게 싸우겠다" "한뜻으로 단결하자" "구속자 돕자" 대놓고 변호사 비용 모금도
투블럭 머리를 한 남성이 서부지법에서 깨진 창 너머로 기름을 부은 뒤 종이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5.01.24. 제이컴퍼니_정치시사 영상 갈무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폭도 58명이 구속됐다. '주도자'로 보이는 방화범도 뒤늦게 체포됐다. 폭도들은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우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계획적인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극우 유튜버들이 구속된 폭도들을 위한 변호사비나 후원금을 모집하는 등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찰은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당시 방화를 시도한 '검은색 코트를 입고 투블럭 머리를 한 남성(이하 투블럭 남성)'을 서부지법 폭력 사태의 주도 인물이라고 꼽고 있다. 투블럭 남성은 지난 22일 공동주거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제이컴퍼니_정치시사' 유튜브 영상에는 투블럭남이 방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영상 속의 투블럭 남성은 서부지법 폭동 당시 건물 복도에서 다른 남성들과 함께 서 있다가 주머니에서 노란색 병을 꺼냈다. 투블럭 남성은 주위 눈치를 살피면서 "나오지, 기름"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여 노란색 병에 액체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투블럭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노란색 병을 옆에 있는 남성에게 건넸고, 그는 건물 내부에 있는 깨진 창문 안으로 노란색 병 속에 들어있는 인화성 액체를 뿌렸다. 이후 투블럭 남성은 종이에 불을 붙인 뒤 기름이 뿌려진 깨진 창틀 너머로 던졌다. 그는 창문 너머에 불이 붙었는지를 확인한 뒤 자리를 떴다. 노란색 기름병, 종이, 라이터까지 준비한 것으로 '우발적'인 상황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당시 서부지법 내부에는 직원 20여 명이 옥상에 대피한 상황이었다. 만약 방화가 커졌으면 끔찍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블럭남은 자리를 이동하며 폭도들에게 지시를 하듯 손짓을 했고, 폭도들은 그의 지시에 맞춰 일제히 자리를 옮겼다. 계획적인 폭동이란 명확한 증거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외벽과 창문 등 시설물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
구속된 유튜버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글을 유튜브 커뮤니티에 남기고 있다.
극우 유튜버 A 씨는 커뮤니티에 올린 '옥중편지'에서 서부지법 폭동으로 경찰청에 소환됐다며 "강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에 맞서 싸워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폭동 사태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스마트폰 포렌식을 받고 왔다"며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되어야 한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 이준우 미디어특위 위원도 방문해 만나 격려했다"고 하며 구속된 상황에서도 선동을 이어갔다. 해당 글은 A 씨의 가족이 남긴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 B 씨는 구속된 유튜버들의 변호사 비용 후원을 유도했다. B 씨는 "2030 청년들이 모아서 변호사 비용을 도와줘야 한다"며 "뜻이 있는 사람은 함께 해달라"고 구속된 유튜버의 개인 계좌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여론전을 해야 한다"며 "법원이 편파적으로 판결하니 국민이 뚜껑 열려 화난 것"이라고 폭도들의 행태를 정당화하는 궤변을 이어갔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민경욱, ‘관외사전’ 표시 투표지로 부정선거 주장 후보 8명까지 접지 않고 봉투 넣을 수 있어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조용해지는 짤.JPG’? ‘하나같이 1번 기표 뿐이더라’? 명백한 거짓
앞서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을 때 접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단지 기표 내용이 보이지 않게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특히 관외사전 투표의 경우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넣으면서 아예 접으라는 지침이 없다는 사실도 자세히 살펴봤다. ☞ '신권처럼 빳빳한 투표지' 부정선거 음모론의 실체
나아가서, 윤석열 측 대리인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탄핵심판이라는 본안과 전혀 무관한 부정선거 관련 장광설을 풀어놓으면서 늘어놓은 여러 ‘빳빳한 투표지’ 사진들 중 투표지의 출처 구분이 확인되는 유일한 사진은 관외사전 투표지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원래, 당연히, 자연스럽게 빳빳할 수밖에 없는 투표지를 갖고 접힌 자국이 없으니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우긴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관외사전 투표가 아니어서 봉투에 넣지 않고 그냥 투표함에 넣는 일반 투표의 경우에도 접지 않고 넣어도 된다. 중앙선관위도 계속 그렇게 알려왔다. 완전히 접어야만 한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이야말로 거짓인 것이다.
대법원, ‘접지 않은 투표지 당연히 나올 수 있어’
한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접히지 않은 투표지’로서 지금도 가장 많이 문제 삼고 있는 사진들은 그 절대다수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의 인천연수을 선거구와 구리 선거구에서의 투표지들이다.
실제 윤석열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PPT로 ‘빳빳한 투표지’라며 제시한 여러 사진들도, 지난 회에서 살펴봤던 사진 단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2020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 등에서 제시됐던 사진들이다.
2020년 총선의 인천연수을 선거구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해당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이자, 이후 부정선거 원조 전도사 격이 된 민경욱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민경욱은 최종 대법원까지 가면서 재검표를 거치고 자신이 추천한 전문가까지 법정 감정인으로 참여시키며 분투했지만, 완벽하게 패소했다. 그가 무차별로 제기했던 여러 부정선거 의혹들 중 단 하나도 판결에서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주장했던 의혹들 중 ‘빳빳한 투표지’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지난 회에서 필자가 설명한 내용 그대로다.
“선거인이 투표지를 접지 않은 채로 투표함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고, 관외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이 사건 선거 지역구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어 있는 후보자가 4명에 불과하여 접지 않고도 회송용 봉투에 투입할 수 있음” - 대법원 판결 ‘2020수30’, ‘2020수5028’
대법원 ‘2020수30’, ‘2020수5028’ 선거무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보도자료.
위 화면의 문서는 민경욱이 제기한 선거무효소송과, 그 비슷한 시기에 제기된 다른 소송까지 2건에 대해 대법원이 같은 날에 선고를 내리면서, 그 판결들에 대한 설명으로 공식적으로 공개한 보도자료의 내용 일부다.
이를 조금 더 쉬운 말로 풀자면 이런 뜻이다.
일반 투표를 해도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
관외사전 투표지들은 후보가 4명뿐이라 투표지가 짧아 회송용 봉투에 넣을 때 접을 필요가 없었다.
지난회에서 설명한 그대로다. 인천연수구을 선거구 등의 관외 사전투표지들이 원래 접히지 않은 상태로 봉투에 넣어져서 왔고 그래서 그것들을 가지런히 정렬한 모습은 당연히 접은 자국이 없는 ‘빳빳한 신권’ 상태인 것이다.
더욱이 그보다 앞서 설명했던 대로, 공직선거법과 중앙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관외사전 투표가 아닌 일반 투표의 경우에도 반드시 접어서 넣을 의무는 없기 때문에 투표지를 접지 않고 투입한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궁극적인 대답에 이르게 된다. 접지 않은 투표지는 원래부터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경욱, ‘관외사전’ 표시된 투표지로 부정선거 주장
그러면 이제, 실제 민경욱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했던 사진들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살펴보자.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 증거라고 제시한 '빳빳한 투표지' 사진들 중 하나. 민경욱.
딱 보기에도 거의 완벽하게 빳빳하다. 고무줄로 묶인 부분 외에는 휘어진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바로 완벽하게 빳빳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로, 관외사전 투표로 받은 봉투에서 꺼낸 투표지로 보인다.
(참고로, 민경욱이 빳빳하다고 제시한 수많은 사진들 중에는 이 사진만큼 완벽하게 빳빳하지는 않은 사진들도 많다. 이런 ‘덜 빳빳한 투표지’ 사례들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따져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잘 보면, 이 사진에 보이는 세 투표지 묶음들 중 기호1번이 찍힌 투표지는 한 묶음 뿐이고 다른 두 묶음은 2번 민경욱에 기표되어 있다. 혹시 민경욱 자신도 부정선거의 수혜자인가?
물론 이 사진에는 앞서 관외사전 투표에서 나온 투표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집계전’ 종이가 함께 찍히지 않아 최종 확인은 어렵다. 하지만 민경욱은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 대해서도 부정선거라며 언론들에게 ‘빳빳한 투표지’ 사진을 제시했던 사례가 있다.
아래 사진은 당시 민경욱이 부정선거의 추가 증거라며 제시한 청주상당구을 선거구의 투표지다.
민경욱 전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내놓았던 청주상당구을 선거구 투표지 묶음.
여기서 왼쪽의 하늘색 집계전 종이를 보시라. ‘유효투표집계전’이라고 된 제목 바로 아래에 ‘선거일’, ‘관내사전’, ‘관외사전’의 세 가지 체크 표시 란이 있고, ‘관외사전’에 체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지난회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분류에 네번째 체크 란으로 ‘재외’가 추가된 것은 22대 총선부터였다.)
역시나, 한번도 접힌 적이 없는 관외사전 투표지인 이유로 당연히 신권처럼 빳빳한 것이다. 게다가 보다시피 이 선거구 투표지도 후보자 수가 5명에 불과해 투표지가 짧다. 회송용 봉투에 접지 않고 그대로 넣는 것이 상식적인 투표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긴 봉투에 짧은 종이를 넣으면서 일부러 접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당시 민경욱은 ‘관외사전’ 투표지가 당연히 접힌 자국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남의 선거구 투표지까지 부정선거 증거라며 주장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자신의 인천연수구을 선거구 투표지들을 확인할 때도 함께 있는 집계전들에 뻔히 ‘관외사전’ 체크가 된 것을 보고도 주목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지배적인 것이다.
후보 8명까지 접지 않고 봉투 넣을 수 있어
그러면, 후보자가 최대 몇 명인 경우까지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을까? 일단 회송용 봉투와 투표지 모두, 좁은 쪽의 폭은 규격이 알려져 있지만 긴 쪽의 길이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추정치를 생각해봤다. 일단 찾아낸 정보로는 투표지는 좁은 쪽인 가로 폭이 100mm로 규정되어 있고, 봉투는 좁은 쪽이 120mm였다.
먼저 회송용 봉투의 길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아래 사진을 참고했다. 여러 회송용 봉투 사진들 중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직각으로 위에서 찍은 것으로 보여 사진의 봉투 가로세로 비율로부터 길이를 알아냈을 때 비교적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보고 봉투의 가로 길이를 추정해보면, 회송용 봉투의 길이는 (접는 날개 부분을 제외하고) 대략 240mm 정도로 보인다. (회송용 봉투를 찍은 덜 직각의 다른 여러 사진들도 살펴봤는데 역시 비슷했다.) 즉 투표지는 길이로 최대 240mm 이내의 투표지는 접지 않고 이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다.
관외사전 투표용 회송용 봉투. 사이드저널.
그러면 투표지 길이는 어떨까. 투표지는 각각의 선거구 후보자 숫자에 따라 더 길어지지만, 21대와 22대 총선 당시 각 선관위들이 제시한 투표지 모형들과 투표지 촬영 사진들 중 비교적 가로세로 비율이 잘 맞는 사진들을 참고하면, 투표지 길이는 후보자가 5명일 경우 160mm 정도, 6명일 경우 180mm 정도, 7명일 경우 200mm 정도, 8명일 경우 220mm 정도가 된다.
(후보자가 6명인 투표지 모형의 후보자간 간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늘려본 것으로, 후보자 수가 많을 때 간격을 줄인다면 이보다 짧아질 수 있다. 실제 비례대표 투표지의 경우 정당 수가 너무 많아 지역구 투표지보다 간격을 크게 줄여 인쇄되기도 했다.)
즉 후보자가 8명인 경우까지는 투표지를 접지 않고 회송용 봉투에 넣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상식에 따르더라도, 봉투보다 작은 종이를 봉투에 넣으면서 일부러 접어서 넣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현실적 사례와 비교하자면, 조의금이나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는 일과 비슷하다. 축의금 봉투에 돈을 넣으면서 일부러 지폐를 반으로 접어서 넣어본 분, 단 한 분이라도 있을까.
2020년 총선에서 관외사전 투표지에 대해 음모론이 제기됐던 사례들은 필자가 찾아본 한 전부 후보자 수 6명 이하였다. 인천연수구을, 구리시는 후보자가 4명이어서 투표지가 160mm에 불과했고, 청주상당구을도 후보자 5명으로 180mm로 역시 짧았다.
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짜 투표지’라고 제시하는 접힌 자국 있는 사진들, 즉 그들이 주장하는 ‘진짜 투표지’는 대부분 후보자가 많아서 길이가 긴 투표지들이다. 관외사전 투표라도 접어서 넣을 수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이런 경우 ‘ㅇㅇ 선거구에서는 빳빳한 가짜 투표지는 단 하나도 안나왔더라’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래 투표지 사진도 부정선거 증거라며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이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투표지다. 그런데 사진이 비스듬하게 찍혀서 일견 길어보이지만 실제로는 후보자가 6명밖에 되지 않는 짧은 투표지다. 거기에 매우 빳빳해보이는 외관을 감안하면 관외사전 투표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부정선거 증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투표지 사진.
게다가, 이 양쪽 투표지 묶음들 모두 1번이 아닌 2번 ‘김은혜’에 기표가 되어 있다. 이미 소분되어 고무줄 묶음된 것을 다시 고무줄로 묶은 것을 봤을 때 이미 분류가 끝난 것이고, 따라서 이 투표지들은 전부 김은혜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로 보인다. 이 투표지를 갖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오히려 정반대의 사례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당사자인 김은혜 후보는 자신에게 투표된 투표지를 갖고 부정선거 증거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 음모론자들은 투표지의 가장 기본인 기표가 어디에 되어 있는지조차 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부정선거 증거라며 내세우고 있다. 음모론에 눈이 먼 것이다.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
아래 사진도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퍼져나간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커뮤니티 사용자가 MLBPARK에 게시한 사진이다. 이 사진에 붙여놓은 제목부터 가관이다.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이란다. (조용해지기는커녕 웃음부터 나와서 작성자에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일부 음모론자들이 ‘부정선거 아니라는 사람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짤.jpg’라는 제목을 붙여 주장하는 두 투표지 사진들. MLBPARK 게시 사진.
보다시피 이 사진을 편집해 올린 사용자는 위의 투표지에는 접힌 자국이 보이고 아래의 투표지에는 접힌 자국이 안 보인다는 것을 강조하려 친절하게도 각각 동그라미 표시까지 해놓았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봐도 두 투표지에 매우 중요한 차이들이 있다. 위 투표지는 한 눈에 보기에도 길고 아래 투표지는 짧다. 위 투표지 사진의 후보 수를 세어보면 12명이나 된다. 반면 아래 투표지는 후보가 4명 뿐이다.
즉 위의 투표지는 앞서 살펴봤듯 회송용 봉투보다 길어지기 때문에 설사 관외사전 투표로 투표하더라도 반드시 접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투표지 묶음 아래의 푸른 색 ‘집계전’ 종이를 보면 떡하니 ‘관내사전’에 체크되어 있다. 즉 봉투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함에 바로 투입된 투표지들인 것이다.
반면, 아래 사진은 관외사전 투표지다. 그리고 보다시피 후보자가 4명으로 짧은 투표지다. 그래서 당연히 접힌 자국이 없는 ‘신권 같이 빳빳한’ 투표지인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해당 사진에는 ‘관외사전’으로 표시된 집계전이 보이지 않음에도 필자가 관외사전 투표지라고 장담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 원본 사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구리시 부정투표의 증거라며 제시된 사진이다. 그 원본 사진이 바로 다음의 사진들 중 왼쪽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도 투표지들이 묶인 상태와 배치, 고무밴드가 묶인 위치 등을 비교해 보면 동일한 투표지 묶음들을 연이어 찍은 사진들임을 알 수 있다.)
박주현 변호사가 2020년 구리시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는 이 사진이 ‘관외사전투표지’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박주현 페이스북.
이렇게 구리시 관외사전 투표지 사진들을 제시하며 부정선거 증거라는 주장을 늘어놨던 사람은, 민경욱과 함께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잘 알려진 박주현 변호사다. 이 사진들은 그가 2020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 글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공개했던 사진이다. (조선일보에 저 사진이 첨부된 기사는 지금도 조회가 된다.)
그는 위 사진을 첨부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관외사전투표 봉투에 들어있던 사전투표용지가 어떻게 이렇게 신권지폐처럼 빳빳할 수 있을까요?”라면서, 스스로 관외사전 투표지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 투표지 묶음들은 신권처럼 빳빳한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즉 박주현은 적어도 이 의혹을 제기한 2020년 5월 당시에는 관외사전 투표지는 원래 접히지 않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알고도 음모론을 제기할 속셈이었다면 굳이 스스로 ‘관외사전투표 봉투에 들어있던 사전투표용지’라는 핵심 팩트를 공개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1번 기표 뿐이더라’? 명백한 거짓
나아가서,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빳빳한 용지들은 모두 하나같이 1번에 기표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이면서 동시에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분류가 끝나 후보자별로 묶인 묶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회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의 2020년 총선 집계에 따르면, 해당 구리시 선거구에서는 관외사전 투표 투표지가 총 8,714장 나왔고, 그중 1번에 찍은 투표지가 5,758장, 2번에 찍은 투표지는 2,594장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양이다. 즉 이 박 변호사는 이 8700여 장의 투표지가 모두 모인 관외사전 투표지들 중에서 1번 윤호중 후보에 찍은 5700여 장의 투표지들의 묶음 일부만 보고는, ‘다 1번이더라’라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필자는 박주현이 총 8700여 장의 관외사전 투표지들을 충분히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금 설명했듯 관외사전 투표지가 총 8700여 장이고 그중엔 2번을 찍은 2600 장 가까이 있었다는 중앙선관위 집계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1번을 찍은 5700여 장 외에 분명 2번 찍은 2600 장 가까운 투표지가 더 있었기 때문에 선관위가 투표 집계에 ‘2번 후보 2,594’이라는 숫자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주현이 주장한대로 2번을 찍은 2600 장이 없는데도 선관위가 그렇게 집계했다면, 오히려 박주현이 주장하는 취지와 정반대로 1번 민주당 후보가 부정선거의 불이익을 입은 정반대의 부정선거였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막 질러대기 전에 좀 제대로 뒤져보시지 그랬나.
요컨대, 2번 투표지가 2600여 장이라는 선관위 집계와 달리 박 변호사가 본 투표지는 전부 1번이었다는 그 주장 자체가, 전체 관외사전 투표지 묶음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는 전부 1번이더라며 허풍 혹은 거짓말을 했다는 확실한 반증인 것이다.
그럼에도, 박주현이 2020년에 올린 위 사진은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에도 아래와 같이 변형되어 돌아다녔다. 보다시피 “4.15 총선때 나온 사전투표지 상태. 2024.4.10 총선때는…이런 인쇄된 투표지 무더기 나오지 않도록 경찰 철통감시 필요”라고 써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박주현 변호사가 2020년에 퍼뜨린 엉터리 ‘부정선거 증거’ 사진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부정선거 증거라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때는 박주현이 선거무효소송에서 완패하면서 관외사전 투표지는 후보자가 적어 짧을 경우 원래 접히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 내용까지 확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전혀 바로잡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2차 음모론까지 다시 퍼져나간 것이다.
접힌 자국 없이 빳빳하다는 이유로 ‘부정선거 증거’로 몰린 사진들은 음모론자들 사이에 넘쳐난다. 아래는 그중에서 함께 찍힌 집계전에 버젓이 ‘관외사전’ 체크가 되어 있는 사진들이다.
또한번 강조하지만, 관외사전 투표지는 회송용 봉투에 담겨 투표함에 넣고 개표 현장에서 봉투를 뜯기 때문에 원래 접히지도 않고 가장자리가 닳지도 않는다. 당연히 신권처럼 빳빳해진다. 은행에서 받은 신권 지폐를 그대로 축의금 봉투에 넣었다면 그 봉투를 뜯었을 때도 역시 빳빳한 신권이다. 접히지도 구겨지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관외사전 투표지의 경우 해당 투표지의 후보자 수가 적을 경우엔 접히지 않은 빳빳한 상태가 오히려 정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봤다. 논리적∙상식적으로도 당연하고, 선거무효소송을 맡은 법원이 직접 살펴보고 검증한 결과도 같았으며, 해당 증거 사진이라는 것들을 우리가 함께 직접 눈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관외사전 투표지’만이 ‘빳빳한 투표지’ 음모론의 전부는 아니다. 이는 절반의 요인일 뿐 나머지 절반의 요인이 더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서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교육·학계·노동·군·농민·문화·예술·체육·법조·보건·의료·시민사회·언론·종교 등 원로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3 윤석열 내란사태에 대해 “12월 3일의 계엄은 윤석열 대통령의 삐뚤어진 망상의 결과인 동시에 낡은 시스템의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이다”며 “역사적 퇴행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파면과 교체를 넘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유성호
"내란 세력은 이념의 진지를 만들어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흔들려고 합니다. 이들에게 그럴 시간과 빌미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한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회 원로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나섰다.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등 한국 사회 원로 398명은 "현 시국을 걱정하는 원로"라는 이름으로 2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 모여 '다음 세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 민주화운동 시기를 경험했던 이들은 현 시국에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김상근 목사(KBS 전 이사장)는 "국민 여러분 앞에 나선 우리는 1945년 광복 이후 온갖 우여곡절을 몸으로 극복해왔다. 한때는 보수와 진보로 경쟁하고 협력해왔으나 국민 모두에게 한 마음으로 호소드리자고 뜻을 모았다"면서 "정무적 고려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에 의해서 오늘날의 사태를 빠르게 결말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란 세력·동조자 제압하고 헌정 질서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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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들은 각자 마이크를 잡고 일어서서 호소문을 읽어 내려가며 "민주주의의 적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자 국면을 진영 대결로 몰고 간다.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리 민주공화국은 이들을 불관용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과 내란 세력 그리고 그 동조자들은 헌정 파괴 세력일 뿐"이라면서 "윤석열과 내란 동조세력을 제압하고 민주공화국의 헌정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우리의 앞날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신속한 탄핵과 엄정한 내란죄 처벌, 철저한 사회대개혁 그리고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언론인으로서 최근 돌아가는 사태에 심각한 책임감을 느낀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과 그 일당이 구속됐지만 언론에서는 저들의 기도가 그대로 생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이는 마치 내란 세력이 정당했던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화운동 파괴의 정당성이 무차별적으로 주장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익 대전신학대학교 은퇴교수는 '기독교인'으로서 발언에 나섰다. 그는 "12.3 내란 사태와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내란을 찬동하고, 탄핵에 반대하고 폭동도 선동하는 모습을 보며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심히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일부 큰 교회의 목사들이 지금은 시비를 가릴 때가 아니고 기도할 때라고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는데, 목사라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인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삼열 대화아카데미 이사장(숭실대 명예교수)은 4.19혁명 당시의 경험을 말하면서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독재자를 물리치니 잘 될 줄 알았는데, 왜 역사가 되풀이되는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개탄했다. 이 이사장은 "촛불시위에 100만 명이 모여 독재자를 잘 물리친 대한민국이 뒤처리는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몇 달 뒤에 윤석열이 무너지겠으나 앞으로 헌법 제도에서만이 아니라 참된 민주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교육·학계·노동·군·농민·문화·예술·체육·법조·보건·의료·시민사회·언론·종교 등 원로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3 윤석열 내란사태에 대해 “12월 3일의 계엄은 윤석열 대통령의 삐뚤어진 망상의 결과인 동시에 낡은 시스템의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이다”며 “역사적 퇴행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의 파면과 교체를 넘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유성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후 처음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부지법을 찾아 직원 심리 치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2일 “조 대법원장이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서부지법을 방문해 피해현장 및 복구상황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시설 피해 상황 및 복구현황을 둘러보고, 시설물 피해가 컸던 민사신청과 등의 직원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보안관리대, 법원 직원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도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직원들에게 당시 상황 등을 상세히 설명 듣고,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도 서부지법이 정상화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으며 아울러 이번 사태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어려움을 겪고 계신 서부지법 구성원들에 대한 심리치유 방안 등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전국법관회의 “사법부 기능 침해 헌법질서 근간 훼손 행위"
지난 19일 새벽 3시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뒤 이날 오전 윤 대통령 과격 지지자들에 의해 부서진 서부지법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재판을 이유로 법원을 집단적·폭력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법부의 기능을 침해하고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2일 원격으로 임시회의를 소집하고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 이런 의견을 밝히는 의안을 가결했다. 지난 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사태 이후의 첫 공식 입장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전국의 법관들은 어떤 위협에도 흔들림 없이 공정한 재판을 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사법부의 기능과 법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공격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은 심각한 사안이고, 법관을 포함해 사법부 구성원이 입은 상처가 크며 앞으로도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내용을 공표하는 안건에 투표한 결과, 법관대표 전체 124명 중 81명이 투표해 찬성 48명, 반대 33명으로 가결됐다. 반대 의견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기존에 법원행정처장·대법관회의에서 같은 내용이 공표됐고, 법관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으며, 서울서부지법 사태로 인한 재판에 대한 예단을 가진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소극적 입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가결된 것은 “법원에 대한 집단적 폭력사태라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법관 전체의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고, 서울서부지법 관련 재판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서부지법 난동’ 대법관 회의…“사법부 침해 용납될 수 없어”
“국민들, 사법부 역할 믿고 존중해달라”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 설치되어있었던 서부지법 표시판과 부서진 건물 외벽. 정용일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난동’ 사건 이후 이후 대법관들이 회의를 열고“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20일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대법원에서 대법관 회의를 연 뒤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대법관들은 “서부지법에서 집단적으로 일어난 폭력적인 무단 침입과 기물 파손, 법관에 대한 협박 등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우리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관들은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된 법관이 재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보루다.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서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법원은 경찰 등 관계 기관과 협조해 청사 보안을 강화하고, 법관과 법원 공무원이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맡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법관들은 입장문에서 “사법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우리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기관의 역할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수행하며, 국민과의 소통 그리고 사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사법 절차와 법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믿고, 그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 오연서 기자 >
대법관회의 “영장판사 방 의도적 파손”…야 “윤상현, 폭동의 시작”
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청사 불법 진입 및 난동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폭동에 대법관들이 20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선 시위대가 당시 영장판사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사전에 법원 구조를 파악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19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태를 논의했다. 대법관들은 회의 뒤 입장문을 내어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회의에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 이날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전했다. 그는 “저도 그렇고, 다른 대법관도 그렇고,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하면서 초유의 미증유 사태라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천 처장은 현안질의에서 “7층 판사실 중에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시위대가)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을 봐서는 이런 부분(영장판사 방)을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적인 피해는 현재 6억~7억원 정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 폭동을 ‘2차 내란’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서울서부지법 담을 넘어 경찰에 연행된 지지자 17명이 “곧 훈방될 것”이라고 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폭동의 시작”(장경태 의원) “계획·조직적 범행의 정황”(김용민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은 “(시위대는) 국가 기능인 서부지법 재판업무 기능을 훼손했고, 법원 난입 과정에 ‘지휘 통솔 체계’가 있다면 내란죄에 해당된다”며 “(국민의힘)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하조직 ‘알오’(RO·혁명조직)만 갖고도 통합진보당 해산을 제청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의 소행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서울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황교안 당시 장관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혁명조직’의 총책이고, 이 조직이 일사불란한 ‘지휘 통솔 체계’를 갖춘 채 내란을 획책했다며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고, 이듬해 헌법재판소는 이를 인용해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박 의원의 주장은, 윤 의원 등의 발언이 시위대 법원 난입의 지휘 통솔 체계로 인정된다면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폭동을) 반국가단체, 내란죄로 의율하자는 민주당 주장은 법리적으로 과도하다”며 “밧줄이나 각목, 쇠파이프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지휘 통솔 체계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손현수 기민도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