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층 와인 바


“호텔 꼭대기 층 비싸 지하로 갔다” 했지만
가격 차 없고 지하가 조명 어둡고 공간 좁아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성추행이 발생한 장소와 관련해, ‘W 워싱턴호텔’ 꼭대기 층 바의 가격이 너무 비싸 지하 1층 ‘허름한’ 바로 장소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을 가보니, 두 곳의 음식 및 와인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반면,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윤 전 대변인과 대사관 지원 요원, 그리고 운전기사는 사건 발생일인 7일(현지시각) 밤 9시30분께 이곳에 도착해 와인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음식은 뭘 먹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워싱턴호텔 꼭대기 층(11층)에 있는 ‘포브’(POV)라는 바와 ‘와인바’로 불리는 지하 1층 바의 가격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다. 백악관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 호텔은 4성급으로 1918년 세워진 유서깊은 곳이다. 와인바는 호텔 로비 기준으론 지하 1층으로 구분되지만 건물이 약간 경사가 져 있어서 실제로는 창문으로 밖이 내다보이는 지상층에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잔으로 파는 와인은 포브가 10~15달러(약 1만1천~1만7천원), 병째 파는 와인은 45~175달러(약 5만~20만원)였다. 와인바의 경우에도 잔으로 파는 와인은 10~20달러(약 1만1천~2만2천원)였고, 병째 파는 와인은 50달러(6만원) 안팎에서 시작했다. 물론 유명 와인들은 두 곳 모두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대부분 수백달러대였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포브는 밤 9시가 넘으면 18달러(약 2만원)짜리 ‘치즈모듬’만 판다고 이곳 직원은 말했다. 와인바는 스테이크 요리까지 겸하는 곳이어서 10~50달러(약 1만1천~6만원)의 다양한 음식이 메뉴판에 있었다.


워싱턴호텔 꼭대기 층 바


그러나 분위기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었다. 포브는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의 ‘나이트 라이프’ 난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선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있는 백악관 전경은 물론, 링컨기념관 등 기념관·박물관들이 밀집해 있는 내셔널몰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워싱턴의 야경을 즐기려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11일(현지시각) 오후 6시께 방문해보니 100명도 훨씬 넘어보이는 손님들로 북적댔고, 일부 손님들은 사진기를 꺼내 백악관 전경을 찍기도 했다.
 
반면, 와인바는 미국의 전형적인 술집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조명은 약간 어두운 편이었다. 공간은 비좁은 편으로 좌석은 40석 정도 돼 보였다. 제일 안쪽에 바텐더가 와인 셀러를 뒤로 하고 칵테일과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있었고, 가운데에 긴 탁자가 놓여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이 말한 긴 탁자가 이것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가로 길이는 한쪽으로 9명가량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로 길이는 약 50㎝ 정도로 짧았다. 겉보기엔 인테리어가 약간 수수해 보일 수 있으나,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와인바답게 세련미가 있었다.
포브와 와인바의 이런 특성을 토대로 추정해보건대, 윤 전 대변인은 가격보다는 분위기 때문에 장소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포브에서 젊은 여성과 술을 마시는 것이 아는 사람들에게 목격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한편, 이 와인바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7일 밤 윤 전 대변인 일행을 봤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텔 언론 담당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 워싱턴 / 박현 특파원 >

 
민변, 원 전 원장 또 고소 “박근혜 후보 유리 댓글 압도적”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30일 국정원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13시간여 동안 벌여 기밀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을 다는 활동에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전자우편 주소도 포털을 통해 확인중이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법 공소시효(6월19일)를 고려하면 검찰 수사는 더욱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와 함께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국정원 직원 김 모씨와 이 모씨 등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과 관련 있는 73개의 아이디를 통해 지난해 8월28일부터 12월11일까지 1467건의 게시글 추천·반대가 이뤄졌는데 1100건이 박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 ‘문재인 화면 잘 받는다’ 등 박 후보에게 불리한 글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베스트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반대 의견을 집중적으로 달았다는 것이다. 국정원 심리정보국이 김씨를 비롯한 70여명의 요원과 이들이 동원한 일반인들을 통해 이런 식의 활동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였다면 명백한 선거 개입이다. 여기에 원 전 원장이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을 홍보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까지 만든 것 등을 종합해보면 “종북세력 수사를 위한 것”이라는 국정원과 일부 수구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는 금세 알 수 있다.
 
검찰이 이미 드러난 ‘오늘의 유머’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사이트뿐 아니라 포털에 대해서도 수백명의 신원 확인에 들어간 것을 보면, 심리정보국 요원들의 활동이 포털 등에서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국정원이 대공·대테러 등 국내 보안 정보나 국외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외환죄 등 법에 정해진 직무범위를 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경찰이 인정한 정치관여죄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죄에도 해당될 수 있다.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관여, 선거개입은 물론 지난해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함께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지금 ‘평화 제로’

● Hot 뉴스 2013. 4. 14. 18:48 Posted by SisaHan

▶을씨년스럽게 휑한 남북출입사무소.


연일 긴장고조에 불안감도 확산

남북관계의 유일한 ‘생명선’이던 개성공단이 4월9일 마침내 가동을 멈췄다. 이어 10~15일 사이에 물리적 도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간접도발일 가능성이 크지만, 기습공격이나 테러와 같은 직접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잇달아 전쟁을 경고하는 도발적 언사를 늘어놓자 국지전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대형마트의 생필품 매출이 늘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쌓아왔던 ‘한반도의 평화’라는 공든탑이 5년 남짓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개성공단의 미싱은 가동 9년 4개월 만에 회전을 멈췄다.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11월 연평도 포격 때도 없던 일이다. 9일 오전 파주시 경의선 남북 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돌아온 입주업체의 한 직원은 “오늘 북한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제 끝장났다”고 고통스럽게 말했다.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을 매일 아침 8시께 실어나르던 250여대의 통근버스도 움직이지 않았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운동복 1000벌을 승용차에 바리바리 싣고 돌아온 다른 입주업체 직원은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71명이 돌아왔고, 외국인 2명을 포함해 408명이 실낱같은 희망을 붙든 채 개성에 남아 있다.
북한은 이날 “서울을 비롯해 남조선에 있는 모든 외국기관들과 기업들,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신변안전을 위해 사전에 대피 및 소개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불안감을 부추겼다.
모 대학 교직원 김아무개(40)씨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인공 위성을 쐈을 때만 해도 별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최근 정세를 보며, “이러다간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고 했다. 그사이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잇따라 출몰했고, 서로 질세라 남북간에 초강경 발언이 오갔다. 김씨는 보유중인 주식이 폭락할까봐 걱정하며 수시로 주식 시세를 확인한다.
 
2010년 11월 북의 포격을 받았던 연평도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해 있다. 신일근 청년회장은 “불안하다며 이미 100여명이 섬을 떠났다. 오늘 이장들이 모여 정부에 이주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라면, 생수, 부탄가스 등 생필품의 수요가 10~20% 정도 늘었다. 사재기라고 할 순 없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이날 밤 포털사이트 다음의 ‘소셜픽’을 보면 ‘외국인 대피 대책’이 5만여건의 검색, 1200여개의 트위트, 7700여개의 댓글로 소셜픽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주식시장에선 코스피200의 변동성 지수가 18.72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주가가 급락할 때 급등하기 때문에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5년 만기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88bp로 지난해 말보다 27bp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발행 주체의 부도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이날 “남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애타게 호소했다. 염원했던 평화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것은 상대를 향한 불신과 증오뿐이다.
< 길윤형·정환봉·홍대선 기자 >



“서울 미국인 대피 불요”
미 정부 밝혀… 한·미군은 워치콘 상향

북한이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대피하라고 위협한 데 대해,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에게 한국 방문을 피하거나 한국 내 미국 시민에게 대피를 권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할 계획이 있는 미국 시민에게 당장 보안상 특별히 주의할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북한의 ‘외국인 대피’ 위협에 대해 “이는 불필요하고 도발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리가 다르게 생각했다면 이와 다른 권고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우리의 권고다”고 답했다.
미국 백악관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대피하라고 언급한 북한의 성명에 대해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성명은 긴장만 고조시키는 도움이 되지 않는 수사”라며 “이런 종류의 언사는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화의 길을 선택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하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북의 의도에 대해 그는 “지역 내 긴장을 높이려는 것이다. 수년간 북한 문제를 다뤘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행동 패턴이다”고 말했다.
한·미 군당국은 그러나 10일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 발사 등 물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연합사령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 높였다”고 말했다. 워치콘은 북한의 군사활동을 추적하는 정보감시태세로, 평상시부터 전쟁 발발 직전까지를 5단계로 나누어 발령한다. 2단계는 북한의 도발 위협 징후가 뚜렷한 상황에 발령된다.
< 워싱턴=박현 특파원>


한반도 ‘화약고’ 되나?

● Hot 뉴스 2013. 4. 6. 18:42 Posted by SisaHan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진 한반도에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와 전쟁상태 선언 등 위협강도를 높이면서 2일은 핵무장 강화 의지를 내포한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선언, ‘맞불’을 놓으며 군사대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한반도가 지구촌의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 전개한 첨단무기들은 전략폭격기 B-52, B-2와 6900t급 핵잠수함 샤이엔에 이어 F-22‘랩터‘전투기, 그리고 미사일 방어용 해상 X-밴드 레이더 기지와 첨단 이지스급 구축함인 매케인호와 디케이터호도 한반도 인근 해역에 투입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일 전했다. 또 핵 항모도 동원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스텔스 기능의 B-2와 F-22는 적진 깊숙이 침투해 지휘부를 비롯한 전략 거점을 파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F-22는 2006년 6월에 열린 ‘노던 에지’ 훈련에서 F-15, 16, 18 등 제4세대 전투기들과 일대일 모의공중전을 벌여 144 대 0으로 승리하면서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얻은 비장의 전투기다.
SBX-1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MD) 체제의 일부다. 반잠수식 석유시추선 위에 X-밴드 레이더를 장착한 탐지장치로, 거대한 레이더 돔이 우뚝 솟아 있다. 높이 85m에 길이가 116m에 이르는 거대한 장비이며, 2000㎞ 반경 안에 있는 미사일 동향을 감시한다. 미 해군의 매케인호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최첨단 무력을 한반도에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정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무력 과시로 북한의 오판을 사전에 막고, 한국을 안심시키며, 중국에도 모종의 신호를 보내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첨단 무력 과시는 상당부분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의 독자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과잉 대응도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행동에 북한이 주눅들기는 커녕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가뜩이나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설마 재앙을 자초하겠느냐’는 낙관적 시각에 큰 동요는 없다지만, 자칫 단 한방이 쌍방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 한반도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북한이 2일 6자회담 합의를 깨고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중국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수호가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 위기가 도를 넘었다”며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 핵 위협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북한군 수뇌들의 미 본토공격 작전회의 공개사진.


북-미 ‘공포의 균형’에 휩쓸린 한국
한반도 휴전이전 회귀?

‘억지·국제적 위신·강압 외교’겨냥
미사일 쏘거나 NLL도발 등 시나리오
주판 두드리며 필요시 행동 가능성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지난 3월12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로 ‘억지’ ‘국제적 위신’ ‘강압 외교’ 등 3가지를 꼽았다.
 
◆ 말과 장막… 빈틈 찾기 어려운 ‘연출’
일반적으로 비핵국가들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안전 보장과 내부 결속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북한이 ‘핵억지력’을 바탕으로 ‘강압 외교’를 구사하는 것은,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 욕구 때문일 것이다. 핵과 장거리 로켓을 보유한 세계 10위권 국가라는 국제적 위신은 ‘내부 결속’과도 관련된 일이다.
2011년 초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무렵 <뉴욕타임스>는 북한과 대화를 하거나 한반도의 긴장 조성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양보만 얻기 위해 회담을 이용하더라도 회담을 하느냐, 회담을 회피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확장돼 한반도에서 긴장과 위협이 증가하는 것을 감수하느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원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후자를 선택한 꼴이 돼버렸다. 
2013년 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한국전쟁 휴전 이전 상태로 돌아갈 듯한 기세다. 북한은 “서울과 워싱턴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연일 험한 말을 내뱉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가며 따라서 북남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전시에 준하여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판가리 결전의 최후시각은 왔다”라며 “조선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는 끝장났다”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하고 전략미사일 타격계획을 최종 검토·승인했다고 언급하며 “원수님의 중대결심은 미국과 괴뢰패당에 대한 최후경고이며 정의의 최종결단”이라고 엄포했다.
 
앞으로 북한은 치밀하게 주판을 두드릴 것이다. 일단 말로써 군사적 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면서, 동시에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의 조짐부터 평양 시내 자동차들에 위장막을 치는 것까지 빈틈을 찾기 어려운 ‘연출’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이 북-미 협상과 내부 결속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북한이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세계 군사 정세에 관한 권위 있는 연례 보고서 ‘군사력 균형’(Military Balance)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예상하기도 한다. 북한이 실제 군사행동을 할 것인지는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에도 남북은 격렬하게 ‘말의 전쟁’을 치렀다. 북한은 김정은이 사령관인 인민군 최고사령부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선군의 불 맛을 톡톡히 볼 것’이라며 서울을 향해 ‘특별행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명박 정부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으로 맞섰다. 연말에도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에 대해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며 위협했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북한의 위협에도 국민은 덤덤하다. 국방부는 ‘짓는 개는 물지 않는다’면서 북의 약을 올리는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 공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은 북한의 ‘불바다’ 위협에도 골프장을 찾았다.

◆ 최소 능력으로 균형 유지, 최소 핵억지
그간 북한은 뽑은 칼을 소리 없이 칼집에 다시 넣기도 했지만,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의 목표가 ‘억지’와 ‘강압 외교’에 있다면, 북한의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나 남북한의 말의 전쟁이 양치기 소년의 발언처럼 반복되면서 둔감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불안정한 긴장 상태가 우발적 사건조차 통제하지 못한 채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북의 치밀한 계산에 따라 의도적 국지도발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이 핵억지력을 바탕으로 확전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소규모 도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핵능력을 발전시켜서 추구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지속적으로 핵탄두를 경량화·소형화해서 미사일 탑재를 가능하게 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소규모 핵전력으로 억지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핵전략을 발전시킬 것이다. 소량의 핵무기로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에게 절대적으로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최소 능력으로 핵강대국의 공격을 막고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최소 핵억지’(Minimum Deterrence)다.
‘최소 핵억지’란 상대의 공격을 막는 효과만 뜻하지 않는다. 핵무기 사용으로 협박하고 공갈해서 한국과 미국의 외교 전략과 목표를 북한의 이익에 맞게 변화시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것이 ‘강압 외교’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선제 핵타격 권리, 불바다’ 등을 외치는 것은 본격적으로 강압 외교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강압 외교를 뒷받침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은 세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북한은 이런 유형의 행동을 기획하고 있다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실행에 옮길 것이다.
 
첫째는 미사일 발사다. 북은 그동안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 실험 4차례(1998년 8월, 2009년 4월, 2012년 4월, 2012년 12월),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1차례(2006년 7월), 핵실험 3차례(2006년 10월, 2009년 5월, 2013년 2월) 등 여러 번 위기 고조 조치를 취했다. 서방 언론이 미사일 발사 실험이라고 했던 경우는 대부분 미사일 기술과 겹치는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었다. 
2006년 7월엔 위성이 아니라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 이뤄졌다. 당시 동해를 향해 발사된 대포동 2호는 40초 만에 폭파됐다. 실패로 알려졌지만, 미국 정보 당국은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목표는 미사일 발사를 원격 조정하는 지휘통제 시스템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북의 강압 외교는 2006년 이후 첫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3차례 핵실험 이후 본격적인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의 소형화·경량화를 시위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은 동해상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두 번째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1994년에 정전협정 백지화 조치를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 당시 북은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3가지 요소인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기구)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선과 면) △평화유지(규정) 등을 차례로 무력화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무장시위도 했다. 북은 이미 조선인민군판문점 대표부의 활동을 중지했다. 앞으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군사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 새누리당이 NLL을 분쟁지역화
세 번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다. 이미 최근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몇 차례 이 지역을 방문해 긴장을 조성한 바 있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는 NLL을 지키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경제협력으로 해소하자는 평화보장 방안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가 서해평화협력지대라고 손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잘못된 이해와 편견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치 공세를 퍼부었다. 새누리당은 당리당략 때문에 NLL을 다시 분쟁지역으로 만들어버렸다. 북한이 NLL 일대에서 도발할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북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가하며 강압 외교를 하는 것에 미국은 ‘확장 억지’로 대응하고 있다. 핵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를 바탕으로 북핵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태평양 지역의 미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전략폭격기, 각종 전략미사일과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의해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대결하면서 형성한 ‘공포의 균형’이라는 질서를 향해 가고 있다.
 
<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