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히 사실에 반한다” 헌재 반박에 “내가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발 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에 나섰다. 전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절친’ 사이라며 “(문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을 다룰 자격이 있냐”고 운을 떼더니, 헌재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며 직접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재를 찾아간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의 모친상에 조문했다’며 두 사람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헌재가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고 반박하자 “내가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며 발을 뺐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등 사법부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헌재소장 권한대행-야당 대표의 유착’ 가능성을 부추기며 극렬 지지자들의 선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재를 방문했다. 헌재 사무처장 등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외부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만남은 불발됐다. 권 원내대표는 “외부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의원이면 당연히 만나야 한다”며 “헌재가 면담 자체를 거부한 것은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아니면 말고’식 헌재소장 권한대행-야당 대표 유착 의혹

 

권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을 거듭 제기하며 헌재의 탄핵심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문 대행은 이 대표와 절친이고, 누구보다 가깝다”며 “문 대행은 평상시 헌재 관계자들에게 정치 평론을 많이 하고, 정부·여당 비판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행이) 이 대표와 친분에 대해 과시도 많이 하고, 자랑도 많이 했다. 이 대표의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상가 방문한 걸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가깝다”며 “그렇기 때문에 문 권한대행의 탄핵심판 진행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이 문제에) 명확히 답변해야 헌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헌재는 곧바로 “문 대행은 이 대표의 모친상에 문상을 한 적이 없으며, 조의금을 낸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자 “문 대행이 (이 대표와의) 친분 때문에 (이 대표 모친상에) 가봐야 하는데 헌법재판관이어서 못 가서 아쉬워했다는 얘기를 (내가) 잘못 전해들은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은 끝내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사법연수원) 18기 고위직 출신에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했다”며 “나머지 부분은 반박이 없으니까 (가까운 사이인 걸) 시인한 거 아니냐. 틀리면 (문상 여부에 대해서만) 반박했겠냐, 정치평론하듯 정부·여당 비판한 것 등도 다 반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폭동 뒤 ‘애국 청년학도들 헌재로 집결하라’는 의견광고

 

당 안에선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헌재에 대한 신뢰도를 흔드는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사상 초유의 법원 난입 폭동이 일어났는데, 지도부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극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권 원내대표가 헌재를 찾아가 탄핵심판 공정성에 의문을 던진 이날, 조선일보에는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재판광 등 8인 헌법재판관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는 내용의 한면 짜리 의견광고가 게재됐다. 이 의견광고에는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애국 청년학도들’을 향해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영남 재선 의원은 “지금은 당 지도부가 발언에 신중할 때다.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제기해서 지지자를 더 자극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가능성 살펴봐야 한다” 목소리 표면화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제기한 ‘부정선거’ 가능성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의원 중에서도 부정선거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 분들이 있고, 저 역시도 선거를 치러보면 ‘이거 이상한 데’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으로 부정선거가 없었단 것을 분명히 밝혀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당 차원에서 부정선거 가능성을 일축해왔으나, 윤 대통령은 물론 일부 지지층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자 검증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민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방에 연일 부정선거 관련 기사를 공유한다고 한다. 보다 못한 한 중진 의원은 이에 “이 방에선 부정선거와 관련된 논의가 더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당을 보면,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간 거 같다”며 “이대로면 대선 필패”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헌재 앞 국힘 ‘시간끌기 전략’…문형배 문제삼더니 “탄핵 남용” 주장

헌재 몰려가 ‘문형배-이재명 친분설’ 언급
“탄핵심판 스스로 기피 신청해야” 압박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10여명이 2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했지만, 헌재 쪽은 “협의된 바 없다”며 출입을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친분관계를 의심하며, “사실이면 최소한 탄핵 심판을 기피해야한다”고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장동혁·송석준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이들은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및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친분 의혹 등을 추궁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외부 일정과 변론 일정이 있어서 면담이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 출입을 저지당한 권 원내대표는 건물 밖에서 압박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헌재에 면담을 요청했는데 전면 거부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의 입법 독주와 탄핵소추권 남용의 반작용으로 비상계엄 선포가 이뤄졌다고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만큼,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에 대한 판단이 먼저 이뤄지고 대통령 탄핵소추사건 결론이 나야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고, 헌정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소장대행은 이 대표와 절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 소장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사건 진행 과정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고, 명확히 답변해야만 헌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헌재 결정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적 탄핵소추인인 이 대표와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 만약 제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소장은 최소한 재판 기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손현수 기자 >

 

“헌재 공격” “판사·민주당 의원 살해” 예고 글 올린 3명 검거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과 유리창 등을 파손한 19일 오후 건설업자가 깨진 창문의 블라인드를 제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판사와 국회의원을 살해하겠다거나 헌법재판소 등을 공격하겠다는 예고 글을 쓴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은 22일 “헌법재판소·법원·국회·경찰 등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 대상 흉악범죄를 예고하는 글·영상 게시 행위는 심각한 범죄”라며 “55건 수사에 착수해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피의자들을 신속히 검거해 엄정 사법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검거된 3명은 각각 △윤석열 대통령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특정해 살인 예고 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살인 예고 글 △헌법재판소·대법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공격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향해 살해 위협을 한 이들도 고발됐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중 쇠파이프 등을 들고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며 “죽이자”,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이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보복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 한겨레 임재희 기자 >

 

노상원도 불출석 ... 곽종근-홍장원 등 윤석열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확인

내란 국조특위 첫 청문회

 
 
김성훈 경호차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12·3 내란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첫 국회 청문회에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파괴 행위를 입증하는 증언을 다시 한번 쏟아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주요 증인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은 증언을 거부하거나 핵심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22일 열린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 쪽이 곽종근한테 체포·구금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어제 헌재에서 말했다’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분명하게 사실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지난해) 12월9일 검찰조사에서 그런 내용을 검사한테 얘기하고 자술서를 작성했고, 12월10일 (국회 국방위에서도) 그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도 주요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는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비상계엄 이후) 저녁 10시53분께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말한 내용)”이라며 거듭 확인해줬다.

 

특위는 이날 여당 위원들의 반대 속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 7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날 오후 2시까지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제외한 6명은 끝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상민 전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형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 시작 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증인들이 기립해 오른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할 때도 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12월3일 23시47분, 소방청장에게 (한겨레신문 등 5곳의)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바 있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비상계엄 직후 동선이나 경찰 지휘부와의 소통 여부를 묻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문에 총 여덟차례 증언을 거부했다.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성훈 경호차장도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에게 경호처가 비화폰을 지급한 적 있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버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 18일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 차장 등에게 총기 사용이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등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기재한 바 있지만, 김 차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한겨레  기민도 김채운 신민정 기자 >

 

“조 원장님, 국정원 사랑하시잖아요? 넘버2를 이렇게 경질하시면…”

홍장원 1차장, 청문회서 조태용에 작심발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정치 중립의무 위반’을 이유로 자신을 경질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장이 저에 대해 인사권자(윤석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한 것”이라며 “무고이며 인사제청권의 남용”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종료 직전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제 이야기가 아니라 국정원장과 관련되고, 국정원의 앞날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주시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국정원장께서 (제가) 야당 대표에게 전화하라고 말한 것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국정원법에도 없고 국정원직원법에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이) 임의적,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법 제11조2항에 정치활동 관여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데 자신의 발언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이어 “12월6일 있었던 저에 대한 경질은 원천 무효이고 불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장을 고발하거나 행정소청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이 ‘아침 티타임에서 의견을 달라’고 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한 걸로 저를 정치관여 금지 위반이라고 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면), 앞으로 국정원이 창의적이고 자율적 사고(에 바탕한) 대화를 나눠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이 말한 ‘아이디어’란 그가 비상계엄 다음날인 12월4일 조태용 원장에게 “야당 대표에게도 ‘한반도 안보상황을 국정원이 잘 관리하고 있고, 해외 쪽과도 소통하고 국내 사회질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전화 한번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을 가리킨다. 홍 전 차장의 말은 ‘조 원장이 매일 아침 티타임 때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서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말한 것인데, 이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번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 국정원을 사랑하시잖아요. 우리 국정원을 위해서 ‘넘버2’를 이런 식으로 경질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발전을 위해서 (청문회 끝나고) 돌아가시는 길에 (제 말을) 충분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자 조 원장은 “저한테도 발언 기회를 꼭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 전에 조 원장에게도 발언 기회를 줬다”며 “2차 청문회에 나와서 발언하라”고 한 뒤 청문회를 산회했다.  < 기민도 기자 >

 

 계엄 이튿날 ‘삼청동 안가’ 4인 회동, 이상민이 소집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12·3 내란’ 이튿날인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 4명이 모인 ‘삼청동 안가 회동’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소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임의 성격이 불분명한 안가 회동에서 실패한 내란의 후속 대책이 논의됐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를 ‘충암파’ 이 전 장관이 주도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2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누가 모이자고 했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상민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12월4일 밤 이 전 장관과 박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이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을 가진 사실은 드러났지만,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무슨 얘기를 했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계엄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계엄 관련 이야기가 없을 수는 없는데 새로운 계엄(2차 계엄)을 생각한 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 수습책을 논의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다 끝났는데 무슨 대처를 하겠나. 우리끼리 무슨 사후 수습 이야기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장관은 12월3일 밤 한겨레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튿날인 12월4일 삼청동 안가 회동까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12월5일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옹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도 거부하고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검찰, 김성훈 ‘총기 사용 검토’ 내용 있는데도 영장 반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오른쪽 두번째), 김주현 민정수석(오른쪽) 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경찰이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 구속영장에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및 총기 사용 검토’ 등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이를 이행한 정황을 포함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내용이 ‘범죄사실’에 포함돼 있지 않아 반려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윤 대통령이 김 차장 등에게 총기 사용이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등을 지시한 내용을 기재했다. 김 차장의 ‘범죄사실’에 지난 3일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특정하고 이를 전후로 윤 대통령이 김 차장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범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추가한 것이다. 이는 김 차장 체포영장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구속영장 단계에서 새롭게 포함됐다. 경호처 강경파 간부들의 체포 저지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진행됐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차장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윤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또 김 차장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보복할 가능성도 구속의 필요성으로 담았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 채증기록이 있고,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됐으니 재범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이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이를 김 차장이 이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구속영장 반려에 대한 비판이 일자 검찰은 ‘범죄사실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월3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만 (김 차장의) 범죄사실이다. 이것과 시간상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데, 그런 사유를 여럿 들어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별건 구속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하지만 김 차장이 직무대리로 복귀해 경호처를 지휘하면서 내란 및 체포 저지 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우려는 커지고 있다. 김 차장이 내부 직원들을 입단속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 직원 26명의 신원 확인을 요청했지만 경호처는 이것도 거부하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 때 무력 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경찰 특수단은 경호처 관계자 추가 진술 등을 종합해 김 차장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은 경호처 강경파 지휘부가 윤 대통령 지시를 받고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에 배치한 정황 등을 보강할 계획이다.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이 윤 대통령과 변호인을 공유하고 있는 점도 체포영장 집행 방해의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요인이다. 경찰은 김 차장 등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한겨레  김가윤  신민정 기자  ?

 

관저에 기관총·실탄 준비한 이광우 “진보단체가 쳐들어온대서…”

경호본부장, 경찰에 진술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이 지난 17일 오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경호처 내부 ‘충성강경파’로 알려진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로 옮겨두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진보노동단체 시위대가 관저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하려던 것”이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본부장에게서 이런 내용의 진술을 받았다. 앞서 경찰 특수단은 이 본부장이 체포영장 재집행이 임박한 이달 중순 관저 무기고에서 기관단총인 엠피(MP)7 2정과 실탄 80발을 관저 안에 있는 가족경호부로 옮겨두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실제로 실탄이 관저에 배치된 뒤 이 본부장은 경호관들에게 “(관저 건물과 가까운) 제2정문이 뚫릴 경우 기관단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단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 본부장이 무기고에서 총기와 실탄을 꺼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기관단총과 실탄 배치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 집회를 연 시위대의 난입에 대비했다는 진술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민을 대상으로 실탄 발포 계획을 세웠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윤 대통령 쪽의 해명과도 통한다.

윤갑근 변호사는 앞서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반박하면서 “당시 시위대가 매봉산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불법 침입할 것이라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 본부장이 외곽을 경비하는 관저 초소의 총기 2정을 관저동 내부 초소에 배치해 경계근무를 강화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김성훈에 반발…대통령경호처 본부장급 이상 집단 사직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영장 반려로 풀려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에 반발해 경호처 본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호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본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일부 부장들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 체제가 유지되는 한 경호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조직을 추스르기 어렵다는 판단에 고위직 간부들이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파’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0일 김 차장이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부장급(3급) 간부들은 “부장급 이상 전원이 사표를 쓰자”며 현 상황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자거나, “직원들 평의회를 열어 의견을 듣자. 전부 모이기 어렵다면 급수별로라도 모여보자”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차장은 간부들의 쇄신 의견을 묵살한 채 ‘반성과 회복을 통한 통합’을 강조하며 “보안 (정보) 누출은 우리가 먹는 우물에 스스로 침을 뱉는 것과 같다. 우리 조직의 생명은 보안이다”고 내부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날 경호처 간부들이 사직서 제출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경호처 내부에선 12·3 내란 수사가 시작되자 김 차장이 대통령실 비화폰의 통화기록을 지우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 인멸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직원들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김 차장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 한겨레  이승준  엄지원 기자 >

 

윤석열·김성훈·이광우 변호인이 겹친다…증거인멸 우려

경호본부장 쪽 4명 중 3명, 윤석열 쪽과 겹쳐
그 중 1명은 김성훈 차장 변호인도 맡아
검찰 출신 변호사 “의뢰인 이익 보호 위한 방식”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윤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경호처 간부 사이 상하 관계가 명확한 상태에서,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이익을 위해 경호처 간부들의 경찰 대응을 조정하는 ‘증거인멸’ 우려까지 제기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지 일주일을 맞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대테러과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
 

21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선임한 변호인단 명단을 보면, 4명 중 3명(송진호·배의철·이동찬)이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1명의 변호사는 한겨레에 “건너건너 소개를 받아 하루만 조사에 들어가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의철 변호사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변호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사실상 대통령과 경호처 간부들이 같은 변호인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통령과 경호처 간부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런 변호사 공유 자체가 구속 사유가 되는, ‘증거인멸 우려’를 낳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은 “지휘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진술을 감시·청취하는 셈이라, 보통 이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신청 사유로 적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복수의 경호처 관계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 검토 등을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게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두 사람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사를 공유하는 모습은 주로 조직범죄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식이고, 그렇게 거의 증거인멸을 한다”며 “이번 경우 ‘의뢰인의 이익’이란 건 대통령의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등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김성훈, ‘김건희 해군함정 술 파티’ 의혹에 “폭죽은 샀다”

국회 내란 국조특위 청문회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가 해군 함정에서 술 파티와 폭죽놀이를 즐겼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당시 경호처 직원을 시켜 폭죽을 산 사실을 인정했다.

 

김 차장은 22일 오후 속개한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휴가 때 경호관들을 동원해 폭죽을 구매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폭죽을 산 적은 있다”고 답했다.

 

앞서 14일 내란 국조특위에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2023년 8월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여름 휴가 당시 해군 함정을 사적으로 이용하며 지인들과 노래방 기계·폭죽놀이 등을 동원한 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성훈 차장이 이 일정을 주관·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 11일 경호처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지우라고 시킨 사실도 인정했다. 해당 글은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은 공무상 정당 행위인데, 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공무집행방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호관들 사이에 이 글이 공유되며 내부 동요가 커지자, 김 차장은 글쓴이가 소속된 부서의 부서장에게 삭제 지시를 했다. 부서장이 지시를 따르지 않자 직접 전산 담당 직원을 시켜 글을 지웠다. 이런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경호처 내부 반발이 확산하자, 다음날 다시 원상복구를 지시했다.

 

윤건영 의원이 삭제 지시 여부를 묻자 “없다”고 잡아뗀 김 차장은, 거짓말 하지 말라는 질타를 받자 “내용이 부적절하니 다시 검토하라고 했다. 수정 게시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게 삭제 지시’라는 지적을 다시 받자 결국 “과정은 맞다”며 삭제 지시 사실을 인정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벌어진 ‘무력 시위’에 대해서도 “경호기법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억지를 부리며 답하지 않았다. 15일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대테러팀이 헬멧과 전투복을 착용하고 총기가 든 가방을 휴대한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이런 복장을 하고 언론에 노출되도록 지시한 당사자로 김 차장이 지목됐다.

 

‘윤석열 생일파티’ 간호장교도 동원…김성훈 “당연한 행사”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경호차장이 2023년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생일 파티로 만들면서 군부대까지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성훈 경호차장은 22일 오전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국조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에 국군서울지구병원 간호장교, 90정보통신단이 참여해 합창 경연대회를 했느냐”는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군부대를 동원한 게 아니고 경호처와 경호부대가 함께하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 말했다. 당시 행사에 경호처 직원뿐 아니라 경호처 지원부대 소속 군인들까지 동원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매년 (군부대를) 투입했다면 지적받는 게 맞다. 그런데 (지금까지) 50주년·60주년 행사 딱 2번만 했다”고 했다.

 

앞서 김 차장은 대통령경호처 기획관리실장이었던 2023년 12월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생일을 맞은 윤 대통령을 찬양하는 헌정곡을 합창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생일에 친구들이 축하 파티나 생일 축하 노래를 안 해주냐”며 문제될 일이 아니라는 투로 대응해왔다.

 

김 차장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대통령 생일잔치가 당연한 일이냐’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당시 행사에선 ‘생일 축하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윤석열 이름으로 3행시 짓기’ 등도 이뤄졌는데, 김 차장은 “그 부분은 (당시 행사의) 한 코너였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를 위해 작살로 물고기 잡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서도 “업무상 취득한 모든 정보에 대해선 비밀을 엄수하게 돼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건희 여사가 ‘바다에서 작살로 잡은 생선이 맛있다’는 얘기를 하니, 김 차장이 활어를 사 가지고 가두리에 가둬놓고 작살로 잡는 걸 보여줬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충성심을 가진 경호처 직원들을 (이용하는) 영부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3차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모두 무산, 압색은 경호처가 막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화폰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고자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윤 대통령 3차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모두 무산됐다. 공수처의 수사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윤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는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을 채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이날 “대통령실·관저 두 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허가하지 않아 집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지난 12월3~4일 비상계엄 당시 군·경 지휘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 체포 등을 지시할 때 사용한 비화폰의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상·공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이 있어야 수색이 가능하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경호처가 막아서면서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번번이 막히고 있다.

 

공수처의 이날 강제구인도 무산됐다.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데리고 오려는 애초 계획 대신 구치소에 조사실을 마련하고 현장 대면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쪽의 거부로 또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피의자에 대하여 강제구인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여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 위법한 수사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23일도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출석을 이유로 공수처 조사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윤 대통령 조사는 검찰의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공수처는 구속기간에서 제외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체포적부심 절차 등을 고려해 오는 28일을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 만료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보다 하루이틀가량 더 빨리 구속기간이 만료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한 만료 이전에 연장을 하기 위해선 늦어도 24일엔 사건을 넘겨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검찰과 공수처는 이첩 시기를 협의 중이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1차 구속 만료 전에 사건을 넘길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윤 대통령이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까지 포함해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불러 조사하는 등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참석자 등의 진술을 확보해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본은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조사했다. 이 밖에도 계엄 실행에 동원된 군·경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보강하면서 윤 대통령 직접 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 한겨레  곽진산  배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