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헌재 주변 ‘범죄 테러 위험 큰 구역’ 도보 점거·시위 원천차단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계란 투척’에 봉변을 당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경찰이 헌법재판소 주변을 ‘범죄와 테러 위험이 큰 구역’이라고 판단하고, 헌재 앞 점거와 위협적 시위 행위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 심리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야당 의원들에 대한 물리적 폭행이 가해지는 등 헌재 주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위협도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20일 서울경찰청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찰은 이날부터 윤 대통령 탄핵 선고로 인한 갈등이 잦아드는 시점까지 안국역~헌법재판소 인도와 도로에서 벌어지는 점거와 과격한 시위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헌재 주변을 점거하고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제 해산한 뒤, 경찰 울타리를 쳐 재진입을 막는 식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탄핵 선고와 관련된)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점거나 사실상의 집회 행위를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탄핵 선고 전후로 헌재 주변 100m를 집회·시위 ‘진공 상태’로 만들 계획을 밝혔는데, 이날부터 실제 윤 대통령 지지자 이동을 통제하는 등 적극적인 제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경찰이 헌재 앞 보도를 통제하고 나선 건 범죄·테러 위험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탄핵 재판 심리가 길어지면서 헌재 주변에는 ‘탄핵 찬성 쪽에 자리를 빼앗겨선 안 된다’며 소위 ‘알박기 시위’를 벌이는 지지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방해하거나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헌재를 압박해왔다. 재판관 살해 위협과 분신 등을 언급해 수사 대상이 된 유튜버가 헌재 앞에서 버젓이 방송을 이어가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이날 아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도중 백혜련 의원에게 가해진 ‘계란 투척’ 사건은 경찰이 헌재 주변 통제에 나선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날 저녁엔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재정 민주당 의원을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의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테러 행위가 벌어졌다”며 “테러 방지를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위험 발생 방지 범죄 예방을 위한 조처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범죄행위가 눈앞에서 벌어지려고 할 때’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한 통행 제한·금지 조처를 허용한다. 헌재 앞을 범죄 행위나 테러 위험이 매우 큰 지역으로 판단하고 시위 제한 조처에 나섰다는 의미다.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늦어지는 헌재 판단이 낳는 사회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법학 교수·변호사·연구자 등 총 1358명의 법률가는 이날 시국선언문을 내어 “분열과 혼란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범죄자의 파면 결정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한겨레 정봉비 고경주 기자 >

 

디플로매트 "윤 극단 발언, 폭력 지점까지 지지자 자극"

"한국 경제 붕괴, 외교 고장, 민주주의 위험"
"최악은 윤의 헌재 결정 승복 거부"
"검찰, 윤석열에 유리하게 편파적"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2025.3.20 연합

 

"한국의 리더십에 관한 불확실성이 계속됨에 따라 한국의 경제는 부서지고 있고, 외교는 고장 난 상태다. 다른 견해를 지닌 민간인을 향해 폭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훼손으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헌재의 윤석열 탄핵 평결 지연 이유'란 19일 자 기사에서 불법 계엄령 선포를 통한 12·3 내란 사태에도 탄핵을 반대하는 윤석열의 극렬 지지 세력의 폭력, 난동 행위와 장기화하는 국가 리더십 부재에 대해 이렇게 지적하고 "그런 만큼 헌법재판소는 가능한 한 신속히 윤석열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의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얼굴에 계란을 맞아 닦아내고 있다. 2025.3.20 연합

 

"윤 극렬 지지자, 폭력 주저 안 해"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 위험 처해

 

실제로 윤석열의 극렬 지지 세력은 1월 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방법원 건물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으며, 헌재 게시판과 각종 극우 커뮤니티, SNS 등에 일부 헌재 재판관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에 대한 암살, 헌재 폭파 위협 등을 지속해왔다.

 

20일에는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윤의 극렬 지지자들이 던진 달걀에 백혜련, 이건태 의원이 맞았으며, 오후에는 헌재 인근에서 길을 가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발로 허벅지를 차여 부상하기도 했다.

 

디플로매트는 "한국(의 정치)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윤석열 자신이 극단주의 발언들을 통해 분열을 부추기고 폭력의 지점까지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3.8. 연합

 

윤 석방, 지귀연·심우정 공모?

"검찰, 윤에 유리하게 편파적"

 

기사에서 디플로매트는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열이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취소 결정과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시 항고 포기가 맞물리면서 지난 8일 석방되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그 결정은 검찰에 대한 불신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윤석열 석방은 사실상 지 부장판사와 심 총장이 '공모'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석방 이후 극렬 윤 지지자들은 헌재가 탄핵을 각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플로매트는 "많은 사람이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에 유리하게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라고 비난한다"라고 전했다. 디플로매트는 "한국의 검찰은 윤의 부인(김건희)과 2002년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다른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와 관련해 현격하게 다른 접근법을 취해왔다"며 "이런 맥락에서 검사들이 윤석열과 친윤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철저하게 하지 않을 거란 우려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내란수괴 '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5.3.20 연합

 

윤 탄핵 선고, 26일 또는 28일

"최악 문제는 윤의 승복 거부"

 

한편, 헌재는 윤석열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은 채 먼저 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하기로 했다.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는 이르면 26일, 늦으면 28일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디플로매트는 "윤석열이 결국 탄핵 되든 (대통령직에) 복귀하든, 한국은 혼란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은 극심하게 분열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디플로매트는 윤에 대한 파면 여부가 "한국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 "최악의 문제는 윤석열이 공개적으로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한덕수 운명 24일 결론…“이번 주 윤 선고 없어”


국힘 등 요구대로 ‘변론 먼저 종결된 순서’ 선고
‘선입선출’ 원칙상으론 먼저 접수된 윤부터 해야
헌재, 절차 문제 내부 격론 탓에 시간 지체했나

26일 이재명 선거법 2심 선고까지 고려해 결정?
결국 윤 선고는 다음 주 중후반에나 이뤄질 듯

민주 “강한 유감…헌재 흔들린단 의구심 커져”
한덕수 선고가 계엄 위헌·위법성 판단 ‘가늠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2.19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24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선고는 이번 주를 넘겨 한 총리 선고 이후로 또 미뤄지게 됐다.

 

헌재 공보관실은 20일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3월 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선고기일에 관한 공지는 없었다. 공보관실은 이번 주에 윤 대통령 선고 공지를 할 계획이 없으며, 한 총리와 같은 날 선고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데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 탄핵소추안도 같은 달 27일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가결한 바 있다. 당시 해외 체류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 191명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으며, 조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투표를 거부했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총리 탄핵안의 의결 정족수는 대통령 탄핵과 같은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아닌 '재적의원 과반(151석)'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한 총리가 그 전날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하자 곧바로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에는 ▲'김건희 특검법'과 '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치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등 총리로서 행한 업무와,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행한 업무를 합해 총 5가지가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12.8 연합

 

한 총리 탄핵심판 사건에는 이처럼 12·3 비상계엄 내란 행위의 위헌·위법성에 관한 내용이 주요하게 포함돼 있고,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채택 등 윤 대통령 측이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각하’를 주장하는 부분도 겹쳐있기 때문에 24일 선고가 향후 이어질 윤 대통령 선고 결과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 탄핵심판 사건은 윤 대통령 사건보다 13일 늦게 헌재에 접수됐지만 변론 종결은 오히려 6일이 더 빨랐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단 한 차례 변론을 끝으로 한 총리 사건 변론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변호인단은 물론 국민의힘과 수구언론 등에서는 헌재가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반면 민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먼저 접수된 윤 대통령 사건이 우선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이 같은 양쪽 입장을 검토하고 결국 절차상 시비를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여권 측 주장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격론을 벌이는 등 시간이 지체돼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여태 못 잡고 미뤄왔을 수도 있다. 헌재가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탄핵심판 사건을 먼저 털어내고 한 총리 사건까지 24일 선고하기로 함에 따라 윤 대통령 선고는 다음주 중후반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고 2~3일 전에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에 기일을 통지하는 관례를 감안하면 윤 대통령 선고는 빠르면 26일, 늦으면 28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주요 사건 선고를 이틀 연속 내린 전례가 없으며,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모두 금요일에 선고된 바 있다. 국민의힘과 극우 진영은 정국 반전을 노려 26일로 예정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에 윤 대통령 선고를 해야 한다고 기대해왔는데, 헌재가 그 점까지 고려했는지는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에 대한 선고기일이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보다 먼저 잡힌 데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헌재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까지는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왜 선입선출을 어기고 윤석열보다 먼저 한덕수에 대해 선고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러니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헌재가 윤석열에 대해 선입선출의 원칙을 어그러뜨린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파면’ 이후 내다봤나…한덕수 먼저 탄핵심판 선고, 왜

법조계 “한덕수 기각돼 복귀하면 국정안정 효과”
윤석열 선고, 28일 유력…다음 주 후반 내려질 듯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걔혁 비상행동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앞에서 ‘이번주를 넘길수 없다. 주권자의 명령이다’라며 윤석열 즉각 파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전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을 먼저 선고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국정이 불안정한 상황을 윤 대통령 선고 전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선고일은 한 총리 선고 이후인 다음주 후반이 유력해 보인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기조와 달리 한 총리 탄핵 사건의 결론을 먼저 내놓기로 했다. 전직 헌법재판관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재가 한 총리 탄핵 사건을 기각해서 한 총리를 복귀시켜 국정을 책임지게 하면, 만약 윤 대통령을 파면하더라도 국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먼저 선고 일정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변론이 종결된 사건들의 결론을 앞서서 내놓는 게 공정하다는 윤 대통령 쪽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총리 탄핵 사건은 지난해 12월27일 접수돼 윤 대통령보다 6일 먼저인 지난달 19일에 변론을 마쳤다. 한 총리 사건까지 먼저 처리하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헌재가 절차를 서둘렀다는 윤 대통령 쪽과 여권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접수한 지 96일째인 20일에도 헌재는 평의를 이어갔다. 세부 쟁점을 두고 재판관들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연구관 출신 법조인은 “헌재는 하나의 소추 사유를 인용했다고 해서 나머지 사유를 판단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며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세한 쟁점이라도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 사건 선고기일이 오는 24일로 잡히면서 윤 대통령 사건은 다음주 후반부로 밀리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사건 결정문 작업은 세밀하고 방대한 조정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한 총리 선고일 다음날인 25일 선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26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일인데다, 고3 모의고사 날이다. 헌재 인근 학교들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 학생 안전을 위해 임시휴업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날도 선고는 어렵다. 27일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헌재의 정기선고일이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처럼 중대하고 관심을 받는 사건을 정기선고일에 다른 사건들과 함께 선고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동안 헌재의 주요 사건은 주 후반부에 선고되는 경향이 있었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가 모두 금요일에 있었고,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선고도 금요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는 목요일이었다. 이 사건들 모두 정기선고일이 아닌 날로, 2~3일 전에 지정됐다. 경찰 등 주변 기관들과 경비 방안 등을 평일에 미리 논의하려면 주 후반부에 선고하는 것이 원활하다는 게 헌재 안팎의 설명이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얼굴 피습’ 백혜련 의원 등 고발장 제출

서울경찰청 “심각성 감안” 전담팀 구성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시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경찰이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계란을 던진 사건에 대해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을 중심으로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계란을 던진 사람을 추적하는 등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중 계란 세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백혜련 의원이 한 시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백 의원 등은 회견이 끝난 뒤 서울종로경찰서를 찾아 계란을 투척한 이를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 경향 전현진 기자 >

 

‘계란 봉변’ 백혜련 “극우가 헌법기관 난도질…강력 대응”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계란 투척’에 봉변을 당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다가 ‘계란 투척’ 봉변을 당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성지지층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백주대로에서 테러를 일삼는 수준까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백 의원은 이날 오전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백 의원은 “이미 일반 국민들이 극우세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왔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까지 테러가 가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유린한 헌정질서가 불러온 사회적 갈등이 너무나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폭력의 일상화가 헌재 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헌재 앞에서는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극우세력으로부터 헌법기관이 난도질 당하는 걸 뒷짐만 진 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백 의원은 이어 “헌재는 이 갈등을 치유하는 건 신속한 결정뿐이라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며 “정치적 고려나 극우 강성 세력의 위협 등 다른 요인 때문에 선고 일정이 지연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

법조계 “헌법재판 절차상 각하가 될 만한 문제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5일째인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으로 경찰 경비가 강화된 가운데 선고일 결정을 앞두고 있는 헌재 주변. 신소영 기자 

 

헌법재판소는 19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평의를 이어갔지만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못해 선고 일정은 다음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권에선 ‘각하’ 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기각을 주장할 수 없기에 이어지는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하’란 소송 절차에서 흠결이 분명해 본안을 따져볼 필요도 없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결정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들어 각하를 주장하며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건은 헌법재판 절차상 각하가 될 만한 문제점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됐던 내란죄 철회로 탄핵소추의 동일성이 사라졌으므로 각하 사유가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국회에서 뇌물·강요죄를 포함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를 제외하고 탄핵 재판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이 당시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또 헌재는 소추 사유를 의결서 체계에 구속받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한다. 지난달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재는 청구인(국회)이 주장한 법 규정 외에 다른 관련 법 규정에 근거해 탄핵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각하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직후부터 강변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위헌적 행위가 면책되는 건 아니라는 게 확고한 판례다. 헌재는 1996년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위헌 확인 사건에서 “이른바 통치행위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 긴급명령이 통치행위이므로 헌법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4년 이라크 파병 사건 때 헌재가 통치행위를 인정한 사건이 유일하게 있었지만, 헌법·법률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단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고 하더라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행위는 그 후속 행위이기 때문에 통치행위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각하를 주장하는 흐름은 윤 대통령 탄핵 건이 기각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여권이 새로 꺼내 든 전략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법조계에서 모두 극복된 이론들을 끌어와 언급하면서 각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각 사유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니 소송 요건을 걸고넘어지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짚었다.   < 김지은 기자 >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촉구 대학생 삼보일배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터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진행된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촉구를 위한 대학생 삼보일배'에서 대학생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재판소의 길어지는 침묵에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헌법학자들마저 "이 이상 지체하면 위기만 더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여 헌정을 조속히 회복하여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헌법학자 100여명이 참여하는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20일 "헌재는 조속히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라"는 긴급성명을 냈다. 이들은 "오늘로 12.3 계엄사태가 발발한 지 108일째, 대통령 윤석열이 탄핵소추된 지 97일째"라며 "지금의 상황에서 척사입정(斥邪立正, 삿됨을 배척하여 정의를 바로 세움),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됨을 깨부수고 정의를 밝힘)의 중차대한 임무를 가진 유일한 국가기관이 헌재"라고 강조했다.

외부로부터 법기술자들의 온갖 회유와 위협, 정치적 억지 논리가 헌법의 외피를 두르고 난무하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민주공화국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헌재는 연일 '대통령 탄핵심판 최장 심리'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11일만에 결론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벌써 23일이 지났다. 헌법학자회의는 "외부로부터 법기술자들의 온갖 회유와 위협, 정치적 억지 논리가 헌법의 외피를 두르고 난무하고 있지만,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이 이상 지체하면 위기만 더 커진다. 돌다리를 두들겨 건너려다 너무 두들겨 깨져버리면 건널 수조차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준법의지도 찾기 어려워… 즉각 파면해야"

이들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존망의 기로에 서서, 21세기의 희망찬 미래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20세기의 억압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가 헌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윤석열은 그동안 정립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들을 종합할 때 직무수행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음이 너무도 명백하다"며 그의 '헌법수호의지 없음' 그리고 '헌법파괴의지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국회를 반국가단체로 단정하여 그 권능을 배제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병력을 동원하여 정치과정을 중단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중대한 헌법 위반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계엄선포 이후 대통령 경호요원들을 방패로 삼아 체포영장의 집행을 저지하는 한편, 객관적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거짓 진술들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증인들에게도 거짓 진술을 유도하는 등 수사기관, 법원,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정당성을 부정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태도를 지속하여 헌법질서의 수호의지는커녕 최소한의 준법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헌법학자회의는 "대통령 윤석열의 이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 법 위배 행위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대표로서의 지위를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될 수밖에 없고, 그 위반은 매우 중대하므로 즉각 파면하여 헌정을 조속히 회복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재는 상황의 엄중함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입헌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위하여 주저없이 나서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