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공개

“탄핵 소추사유 모두 사실 아니다” 전면 부인
“세월호 참사 당시 정상 근무하면서 현장지휘”
“뇌물죄 등은 최씨 형사재판 심리 뒤 결정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제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부정하며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씨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은 공익사업이고, 케이디(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요청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뇌물죄 혐의도 정면 반박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뇌물죄 등은 최순실씨의 1심 형사재판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되어야 한다”며 사실상 1심 선고 뒤 탄핵심판 결정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18일 공개한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위배 사실을 모두 부정했다.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사유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소추안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는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단정하여 무죄추정원칙을 위반했다”며 “최순실씨의 책임을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으로 보는 것은 연좌제 금지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을 위배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보면 국회는 5가지 헌법 위배행위를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와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등을, 최씨 측근을 공무원으로 임명한 것은 직업공무원 제도(헌법 제7조) 등을, 대기업에게 금품 출연을 강요한 것은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등을, 최씨 등을 비판한 세계일보 탄압은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등을, 세월호 참사의 무책임한 대응은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 조항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은 헌법 위배는 추상적 헌법조항의 나열에 불과하다며 모든 헌법 위배행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부정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등이 국정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다”며 “국정 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일부 반영했더라도 피청구인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집행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사업 등은 대통령 국정수행의 극히 일부분이고 피청구인은 사익을 취한 바 없으며 최씨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임명과 최씨 특혜 등은 “공무원들이 최씨 등에게 특혜를 제공했다 해도 개인비리로 그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도 “기업들에게 강제적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하지 않았고 출연기업도 검찰조사 등에서 자발적으로 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책임에 대해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피해자 구조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고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했다”며 “대응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적법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뇌물죄 혐의 등 법률 위배 부분도 어느 하나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기금 모금은 “공익사업으로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조건으로 기금을 부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미르·케이스포츠재단과 최씨와도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범죄를 공모하거나 예측할 수 없었다”며 “미르재단과 대통령 또는 최씨는 별개이고 재단 사유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의 납품을 현대차에 요청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적극 해결해주라고 관계 수석에게 지시한 것은 국정업무의 일환으로서 제3자 뇌물수수의 고의가 없다”고 단언했다. 최씨에게 연설문 등 국가 기밀문서를 전해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피청구인의 지시로 최씨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며, 유출된 연설문은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지인의 의견을 청취한 것이므로 누설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의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한 박 대통령 쪽은 마지막으로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할 자료들이 없고 뇌물죄 등은 최씨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되어야 한다”며 “증거가 있다 해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고 맞섰다.
<김민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해 표결한 결과,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통과됐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회 사무처 의안과장은 저녁 7시에 청와대에 도착해 탄핵소추의결서 사본을 송달할 예정이고 박 대통령이 이를 전달받은 시점부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소추의결서 정본을 전달받은 뒤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하며 헌재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대통령의 직무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행하게 된다.

<김태규 기자>


[박 대통령 3차담화 의도 뭔가]


총리추천 논의도 못하는 야당·국회에 임기단축 등 퇴진 일정 만들라 꼼수
눈앞에 닥친 탄핵 미뤄 시간 벌기
검찰 수사내용 통째로 부인하며 저항
바닥까지 추락한 여론 반등 노림수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투쟁에 능한 사람이다. 20대에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아버지로부터 일종의 ‘제왕학’을 사사했다. 그래서인지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내 권력싸움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했다. 어떻게 그렇게 권력싸움에 잘 대처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건 내가 좀 해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9일 3차 대국민 담화의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 자신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첫번째 메시지는 지금까지 언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 내용을 통째로 부인하는 강력한 저항이다. 1998년 정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자신이 사익을 챙기는 것을 본 일이 있느냐고 지지자들에게 되묻고 있는 것이다. 바닥으로 추락한 여론을 끌어올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4% 남은 지지자들에게 거리의 논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마지막 무기를 손에 쥐여준 것이다.

두번째 메시지는 2일이나 9일로 임박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급제동을 걸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다. 탄핵에 동참하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흔들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탄핵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담화를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본래 예정대로 탄핵을 밀어붙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표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40명 이상이 동참하지 않으면 탄핵소추 의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무엇인지는 이날 담화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은 △‘정권 이양의 일정과 절차’ 여야 논의 △야권이 추천하는 거국내각 총리 국회가 결정 △야권의 개헌 주장 경청 등 세 가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야당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일정은 고사하고 총리 추천이나 개헌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야당이 이끌어온 것이 아니고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 사태나 정치적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거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서청원 의원은 야당의 이런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과 국회에 대통령직 임기 단축 일정을 만들어보라고 떠미는 것은 코앞에 닥친 탄핵을 좀 미루고 시간을 벌기 위한 얄팍한 술수라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기는 그 나름의 진정성과 정치공학을 결합한 짤막한 메시지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피습 뒤 말했던 “대전은요”가 그런 사례다. 2007년 원포인트 개헌을 요구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던진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도 그런 경우다. 이날 3차 담화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나름대로 그런 반전을 시도하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나 국회가 임기 단축 일정을 마련해보라는 메시지는 과거와 같은 울림이 전혀 없고 비웃음을 사고 있다.

진정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론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자신의 범죄행위를 깡그리 부인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는 1·2차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실패한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 요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파문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영국 런던 중심부에 있는 트래펄가 광장에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6일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는 재영한인 유학생과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사업가 등이 모여 “故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구호 아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사진 출처: 재영한인시국선언 공식 페이스북


이들은 재영한인들을 대표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외신의 비아냥거림에도 우리는 그동안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가의 대표자로서 그의 자격과 권한을 존중해왔다”며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 한 그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로서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어 “지금까지의 꼬리 자르는 행태는 더 이상 방조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태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을 촉구했다.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혜인 씨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국선언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현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발언을 한인 커뮤니티에 올리게 되었고, 그 글을 보고 모인 약 13명의 재영한인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 있더라도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국선언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 역할 분담을 해 집회 기획 1주일 만에 시국선언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번 재영한인 시국선언이 기폭제가 되어 많은 재외국민들이 이 불을 이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선언문에 서명한 130여 명을 포함해 약 150여 명의 재영한인과 외국인들이 참여했다. 서명서는 주영한국대사관으로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