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엔 ‘배상 아니다’에 할머니들 허탈감과 분노
위안부기림일인 14일 소녀상 앞 ‘나비문화제’
김미화씨, 기금 1천여만원 정의기억재단에 기부


“오늘은 위안부 기림일이지만 내일은 광복절인데… 광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렸던 그 의미들, 거리에서 외쳤던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우리 정부는 허사로 만들고 있구나 싶다. 무능한 외교다.”

일본 정부가 이달 안 화해·치유 재단에 건네는 10억엔이 ‘배상이 아님’을 한국 정부 쪽에 분명히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맞은 위안부 기림일인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의 목소리엔 허탈감과 분노가 배어 있었다. 25년 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를 이어받자며 시민사회는 2013년부터 이날을 기림일로 선포해 행사를 벌여왔다.

폭염과 간간이 뿌린 소나기에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세계 행동’ 나비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800여명(경찰 집계)은 “12·28 합의는 무효다. 우리 손으로 해방을 찾자”고 외쳤다.

이 자리에 나온 피해 당사자 김복동(91)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내는 돈이 배상금도 아니고 위로금인가 뭔가라는데, 그 돈 몇 푼 받으려고 우리가 수십년 동안 싸운 게 아니다. 아베가 나서서 ‘우리가 했으니 할머니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그러고 나서 ‘법적으로 배상한다. 사죄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오늘부터라도 용서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해놓고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첫 순서로 무대 발언에 나서며 “우리가 무슨 돈이 필요하겠습니까. 국민과 여성단체의 후원으로 지금도 편안히 살고 있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당사자 길원옥 할머니도 자리를 함께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김미화 기금’ 1086만원 전액을 시민들의 힘으로 십시일반 만든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2010년 8월 김씨가 ‘<한국방송>(KBS)에 출연금지 연예인 목록이 있다’는 일명 ‘블랙리스트’ 발언을 한 뒤, 이 방송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시민들이 김씨를 응원하겠다며 조성한 것이다. 김씨는 “이 기금을 제 소송에 사용하기보다 더 뜻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다”며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다.

나비문화제 참석자들은 한·일 합의 무효화, 화해치유재단 중단, 전쟁 및 여성폭력 거부 등의 4가지 결의를 담은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재일 조선인 가수 이정미씨, 이화여고 학생 등의 노래와 율동이 어우러진 평화콘서트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에도 경기도 김포, 오산 및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새로 세운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김미향 박수진 기자>


경북경찰청, 집회 참석 주민·시민운동가에게 추가 출석요구서 보내
주민 시민운동가 “사드 배치 반대 여론 커지자 위축시킬 의도” 반발

경찰이 사흘 만에 또다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한 경북 성주 주민들과 시민운동가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도 경찰의 추가 소환 대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북경찰청은 25일 “지난 22일 외부참가자 1명을 포함한 불법행위자 3명에게 출석을 통보한 데 이어, 오늘 외부참가자 1명을 포함한 불법행위자 3명에 대해 추가로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내면, 지난 15일 사드 배치 반대 성주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소환 대상은 모두 6명으로 늘어난다.

이번 2차 소환 대상자는 주민 2명과 시민운동가 1명이다. 주민 김아무개(52)씨는 황교안 총리가 탄 승용차의 유리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주민 김아무개(49)씨는 트랙터를 도로에 세워둔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 왔을 때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이다.

대구와 경북지역 30여개 단체로 꾸려진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찬수)의 김두현(48) 집행위원장도 황 총리의 승차를 방해한 혐의로 소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두현 집행위원장이 김찬수 공동대표와 함께 사드 배치 반대 성주 집회에 간 것을 두고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공동대표는 성주에 사는 주민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2일에도 주민 2명과 시민운동가 1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트랙터를 도로에 세워두고 황 총리에게 사드 배치에 항의한 주민 이아무개(47)씨에게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다른 주민 김아무개(24)씨에게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또 당시 주민을 끌어내는 경찰관을 말리며 잡아당긴 변홍철(47)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에게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김두현 집행위원장은 “경찰의 이런 수사는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이 커지자 이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라고 말했다.

성주 주민들로 꾸려진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주민에 대한 경찰의 소환 결정이 이어지자 변호사들을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 등 1318명이 모여있는 커뮤니티 서비스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정영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경찰이 주민들을 이렇게 소환하면) 주민들은 심적으로 위축이 되지 않겠느냐. 경찰이 주민들을 상대로 과잉 대응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김일우 기자 >


사드 정보 없어 전자파 안전성 아무도 몰라
다양한 불확실성 전제로 주민 위험 검증해야

정부가 경상북도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자파’의 건강 영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성주군민들은 주민의 건강을 해치고 참외 농사도 망친다며 전자파를 방출하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안전하며 주민들과 농작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성주군민들이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걸까, 국방부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3중의 불확실성 고려해야

이 질문의 답은 그리 쉽지 않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이 3중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불확실성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성주군민에게 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사드는 최신 군사방어 시스템이다보니 이에 속한 레이더 장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엑스밴드 레이더’이고 그 전자파의 파장은 8~12GHz 정도라고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레이더 전자파 파장에 대한 정보가 없다.

전자파의 인체 건강 영향은 전력밀도에 비례한다. 이 전력밀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레이더 안테나의 크기와 모양, 레이더의 최대 출력, 첨두 출력, 동작비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정보도 없다. 항공 레이더나 기상관측 레이더 등 이미 알려진 레이더들의 데이터로 추정해볼 수 있지만 이런 추정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전력밀도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 키울 수 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전력밀도를 추정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에 따라 사드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와 거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자파의 영향은 전자파 진원지로부터 멀어질수록 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낮아진다.

사드 레이더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지면 그 영향이 무시할 만한 수준인지를 계산하려면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안테나의 모양과 안테나에서 방출하는 레이더의 비산 방식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에 따라 사드가 배치된 전면만이 위험한지, 측후면도 위험한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성주 성산포대로 사드 배치 지역이 결정된 뒤 정부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주요 논리는 이 지역이 해발 393m에 달하는 고지대이며, 사드 레이더는 여기서 상방 5도 각도로 전방을 향하므로 산 아래 1.5km 정도 떨어진 주민 거주 지역에는 전자파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배치된 곳 기준으로 2.4km 전방에선 고도 210m까지, 5.5km 전방에선 고도 483m까지 전자파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적잖은 이들이 국방부의 이 설명에 의구심을 갖지만, 앞에서 언급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 한 국방부 발표의 진위를 따지기는 어렵다.

국방부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두 가지 문제는 남는다. 첫째, 국방부 발표는 데이터와 수식에 근거해 ‘계산’된 자료라는 것이고, 둘째, 국방부의 거리 계산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력밀도’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드로부터 100m 떨어진 곳에서 실제 전자파 전력밀도를 측정한 결과 그 측정값이 일정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데이터를 수식에 넣어서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그 정도 거리면 그 정도 전자파가 측정될 것이라고 ‘추정’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다르다

그러나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개입되고 상호작용하면서 100m 떨어진 곳에서 계산하는 것보다 많은 전자파가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 무중력 진공상태를 가정한 시뮬레이션과 자연환경, 사람, 인공구조물 등이 존재하는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리 계산의 조건이 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력밀도’가 갖는 문제점이다. 전자파의 주파수 대역에 따른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력밀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값이다. 이는 ‘미국표준협회/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ANSI/IEEE)’ 등이 정해놓았다. 전자파 진원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야 안전한 수준인지 계산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완벽한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는 뒤에서 언급할 전자파의 건강 영향 메커니즘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데, 이 기준보다 적은 전자파에 누적 노출된 이들에게도 뇌암 등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노출 기준이 의미 있으려면 노출에 따른 질병 발생 메커니즘이 규명돼야 하는데, 현재 전자파에 의한 질병 발생 메커니즘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므로 이 기준은 관련 전문가들이 결정한 ‘임의적’ 기준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은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기준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사드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과연 성주군민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논의부터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다.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레이더 전자파는 라디오파(Radio-frequency Field)에 속한다. 이는 경남 밀양 등지에서 논란이 된 고압송전탑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다른 종류의 전자파다. 라디오파는 고주파 전자파로서, 휴대전화·블루투스 기기·전자렌지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기기들과 레이더는 같은 라디오파로 묶이긴 하지만 전력 출력 차이가 커서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가 진행 중인 신체 유해성

라디오파의 건강 영향과 관련해선 휴대전화 전자파의 건강 영향과 관련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레이더 전자파의 건강 영향과 관련된 연구는 수도 적지만 질이 높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자료 가치가 높지 않다. 이는 레이더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대부분 군인 등 특수 신분인 경우가 많고 그 수도 적어 현실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레이더가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 역시 휴대전화 전자파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레이더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휴대전화로 인한 건강 영향 메커니즘 역시 아직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라디오파 주파수대의 전자파는, 인체 조직에 에너지가 흡수돼 열을 발생시켜 인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그 열 발생은 전자파에 존재하는 에너지 입자가 서로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동반 현상이므로 열 발생 외에 전자파 에너지 입자와 인체 조직 간에 다양한 상호작용 메커니즘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작용으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 이에게 뇌암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상당수 축적됐음에도 아직 라디오파가 국제암연구소가 정하는 발암물질 기준상 ‘2B’(발암가능물질)에 머물러 있는 까닭도 이러한 질병 발생의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못한 탓이 크다.

레이더만의 독자적 상호작용 메커니즘 중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레이더 박동에 의한 ‘소음’이다. 이는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전자파가 대기 중에 열에너지를 전달해 파동이 생기고, 이것이 사람 귀에 전달돼 느끼게 된다. 이는 고전적 의미의 ‘소리’라기보다 ‘박동’에 가까운데, 청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이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 귀에 전달되는 이런 에너지 박동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세 번째 불확실성은, 라디오파가 발생시키는 질병의 종류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라디오파로 인한 건강 문제로 거론되는 질병은 적지 않다. 성인과 소아의 뇌암, 청신경종(종양의 일종), 수면장애, 인지장애, 두통, 구역질, 구토 등 비특이적 복합 증상, 생식장애, 불임 등 다양한 질병 발생과의 관련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 확정적 근거를 가진 질병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뇌암, 청신경종, 수면장애 등은 그나마 근거 수준이 높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영역으로 거론되지만, 나머지 질병들은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통, 구역질, 구토 등 비특이적 복합 증상의 경우 전자파가 이것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자파와 관련된 논란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이 복합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누가 ‘100% 안전’을 말하나

국방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성주군민의 불안과 우려가 지속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몽의 언어로, 시시비비의 자세로 접근한다면 국방부는 성주군민과 영원히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문제를 ‘안전하다’ ‘전혀 문제없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와 정보 수준으로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성주군민에게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개인의 특수성과 현실의 가변성을 고려할 때 특정 조건에서 특정 개인에게는 위험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사드의 안전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의원 간담회 열었으나 합의 불발
집중 논의할 당내 기구 만들기로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개별 의원간 이견을 보여온 더불어민주당이 의견 수렴을 위해 12일 의원간담회를 열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신 더민주는 사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당내 기구를 마련해 향후 집권 뒤까지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본청에서 의원간담회를 열어 70여명의 소속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 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열어 “간담회에서 많은 분들이 당론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적극적으로 반대한 분들은 북핵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사드가 유효한 전술체계인지 의문이고 외교적으로도 중국과 러시아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놨다. 토론자 대부분이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지만 전술적·전략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 대변인은 “원내대표가 의원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고, 이후 절차를 어떻게 밟을지는 비대위에서 토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대다수의 의원은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 당론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의 보복을 걱정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가 잘못될 경우 미국의 보복은 고려하지 않느냐”거나 “반대 당론을 정했다가 우리가 집권하면 배치된 사드를 철수할 거냐”는 등의 현실론에 입각한 신중론도 비등하면서 총의를 모으는 데에는 실패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훈 의원은 “사드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판단은 누구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사안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정무적 판단에 대한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해 ’당론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경협 의원은 “당이 명확히 사드 배치에 반대해야 한다. 무엇이 국익의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국민이 정확히 알아야 할 문제고, 여론의 눈치를 봐서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사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당내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국회 국방위원회나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차원의 부실한 보고로는 국민적 의혹을 떨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