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협의회 시국선언문 발표

“국정파괴 사태 세월호참사 연루 의혹 밝혀라”
정계 원로, 종교계, 역사학자, 대학가 등 시국선언 일주일째 계속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종교계, 보수 원로, 역사학자들도 시국선언에 참여해, 지난 25일 대학가에서 시작된 시국선언 물결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골든타임 시간대에 ‘대통령의 7시간’ 공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 국정파괴사태가 세월호 참사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증거인멸의 가능성과 수사권력을 쥐고 있는 박근혜 집권세력이 그대로 있는 한 진실은 밝혀낼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청와대 책임자 총사퇴, 새누리당 해산, 최순실 구속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공백 의혹’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종교계도 일제히 나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는 위원장 유흥식 주교 명의의 성명에서 “‘비선 실세'를 통한 국정 개입은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유린한 반헌법적 행위”라며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 책임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어떠한 불의와도 결탁하지 않는 용기와 엄정한 법 집행이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우선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도 이날 성명을 내 엄중한 수사와 처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한기총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명의의 성명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큰 혼란 속에 빠져 있다”며 “특검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 “조속한 인적 쇄신과 함께 책임 총리제를 실시하고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공백없는 국정 수행이 이뤄지길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불교단체 공동행동'(이하 불교행동)도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충격적인 사태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의 유린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최순실이라는 한 사인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한 이런 엄혹한 상황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불교행동은 바른불교재가모임,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신대승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불교단체 간의 연대기구다.

역사학계도 나섰다. ‘역사학계 47개 학회 및 단체’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지금까지 일방적 정책들은 정상적인 국정운영의 결과가 아니었음이 백일하게 드러났다. 역사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화 고시를 철회하라. 검찰은 국정농단과 관련된 사안을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을 물으라”는 구호를 외쳤다.

동덕여대 교수들과 총학생회도 “꼭두각시 대통령은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 책임지고 하야하라”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서경석 목사와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 등 보수 성향의 원로들이 모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하야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고한솔 조현 기자>


“최씨는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홍보물 등에 도움 받아
청와대 보좌체계 완비된 이후에는 관둬”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비선 실세’ 논란을 빚고 있는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이 사전 유출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에 나선 것은 기초연금 축소, 세월호 참사에 이어 3번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3분 춘추관을 찾아 2분 동안 사과문을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9월까지 승마훈련을 했던 호프구트 승마장의 지난 15일 모습. 정씨는 10월 들어 훈련을 중단한 상태다. 이 승마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곽 리더바흐시에 있다.

K스포츠재단, 정유라 지원 어디까지 했나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가 독일에서 승마훈련을 받으며 들어가는 비용이 한달에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씨는 이런 거액을 어떻게 대는 것일까? 최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케이(K)스포츠재단이 자금 지원에 관련돼 있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딸 정씨의 승마훈련을 위해 지난 5월부터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방 20개 규모의 호텔을 매입 또는 임대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인들은 최씨 쪽에서 이 호텔을 매입했다고 하면 2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매입이 아닌 임대를 했다고 하면, 같은 규모의 방을 빌리는 데에는 한달에만 3천~4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씨를 지도하는 독일 챔피언 수준의 코치를 영입해 개인지도를 받는 비용은 최소한 2천만원 이상이며, 마방 사용료 및 사료비, 마장 임대료 등 말 관리 비용을 합하면 이 또한 천만원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 승마 훈련을 위한 기초비용만 최소한 한달 3천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최씨 가족만 아니라 10여명에 이르는 지원인력의 인건비 또한 만만찮다. 독일 최저임금(시간당 8.5유로)으로 따져봐도 한달에 3000여만원이 최소 비용으로 들어간다.

또 정씨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유럽의 국제승마대회 출전은 필수적이다.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국제대회는 출전 비용만 회당 천만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씨의 말 이동비, 대회 현지 말 관리비, 인건비 등을 합하면 또 천만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는 게 승마 쪽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소 비용만 잡아도 정씨를 위해 한달 들어가게 되는 비용은 총 1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이는 정씨 및 지원인력이 운행하는 차량 구입이나 운행 비용, 정씨의 말 구입 비용, 항공료 등은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이런 거액을 최씨가 전액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최씨의 현재 자산으로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200억원 상당의 7층짜리 빌딩이 꼽힌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 하남시의 토지와 건물을 52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자산 규모로만 보면 딸 뒷바라지에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최씨는 전남편인 정윤회씨와 이혼을 하며 재산을 분할하기로 한 상태여서 무한정 돈을 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승마계 인사들은 최씨가 도쿄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재단을 설립해 딸의 유럽 훈련을 지원하려 했다고 전하고 있다. 자신의 재산 대신 다른 경로를 찾아보려 했다는 것이고, 그게 케이스포츠일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향신문>에 따르면, 케이스포츠재단은 대기업이 288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2020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명목으로 지난 1월 한 대기업에 80억원을 추가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이 시기는 최씨가 케이스포츠재단 직원과 함께 정씨의 훈련 숙소를 구하던 시기와 겹친다. 승마는 ‘2020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법조계는 최씨 쪽과 케이스포츠재단 사이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기 위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는 “케이스포츠재단이 권력의 수혜를 기대하며 돈을 지원했다면 배임증재, 이를 받은 최씨 등은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도를 통해) 케이스포츠재단은 케이‘승마’스포츠재단임이 확인됐고 최씨의 딸을 위한 재단이었음도 확인됐다”며 “최씨를 국회에 출석시키든지 검찰에 출두시켜 국민적 의혹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날 ‘비선실세 국정농단 야당탄압 대책위원회’(위원장 전해철 최고위원)를 출범시켰다.
<하어영 방준호 엄지원 기자>


인천시교육청이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 진상규명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의 소속을 파악하고 관련 집회 참여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침을 일선 고등학교에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 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천시교육청이 교육청 통신망을 통해 일선 학교 교감선생님들께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에 소속돼있는지 파악하고, 앞으로 있을 집회 참여 등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할 경우 즉시 교육청으로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가벼운 사안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의 최소한의 의사 표현도 독재적 방식으로 잡아내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인천 17개 고등학교의 학생 57명은 토요일인 지난 8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사건의 책임자인 정부와 경찰은 현재까지 어떠한 사과 또는 유감표명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학문과 진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 사건에 분노할 수 없고, 침묵할 수 없다”며 “경찰은 고 백남기 어르신께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더 이상 물대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자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의 한 장학사는 이튿날이 휴일인 일요일임에도 교육청 통신망 메신저를 통해 인천 지역 일선 고등학교에 “첫째 '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 규명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에 소속되어있는지 파악하여 연락줄 것과 둘째, 앞으로 학생들의 집회 참여 등과 관련하여 정보 수집시 즉시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로 알리고 학생 안전지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해당 장학사는 공문 말미에 “혹시 파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인천시교육청으로 시국선언 관련해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런 정보수집 지시가 그 자체로 사찰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허승 고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