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식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시스템을 점검하는 동안 경호 관계자들(왼쪽 두명)이 회의장을 둘러보고 있다.

여 양보뜻 없어 출발부터 난항 예고

13일 20대 국회가 개원식을 열어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디디는 가운데 야당 원내대표들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당은 ‘대타협의 정치’를 천명하면서도 현안을 두고는 양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혀 새 국회의 출발선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가장 시급한 과제여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낙하산 방지법’ 제정,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우선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통해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하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두고 “이미 상당 부분 조사가 이뤄졌다”(지난 3일, 정진석 원내대표)며 반대의 뜻을 표시해온 터다.

국회 운영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두고도 여야의 견해차가 크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에서 예산이 법정기일을 넘기면 정부 안대로 자동 상정되는 부분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청문회 활성화법’(국회법 개정안)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임위 운영, 대정부질문 절차 등 국회 운영 제도들을 여야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만나 진지하게 의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대타협은 국민의 뜻으로, 이는 선택이 아닌 당위로 향후 국회 운영도 이 원칙과 기조에 따라 하겠다”면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청문회 활성화법’(국회법)을 재의결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엄지원 송경화 성연철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신당동 김종필 전 국무총리 자택을 방문, 환담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경주 ‘유엔 NGO 콘퍼런스’ 참석후 NGO 대표와 공동 회견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며 정가 안팎에 파장을 몰고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경주에서의 일정을 끝으로 6일간의 한국 및 일본 체류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경주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유엔 NGO콘퍼런스’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고 이어 정오 께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NGO 대표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은 반 총장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만큼 그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 NGO 콘퍼런스’ 개막에 앞서 방한을 수행한 유엔 직원들과 조찬을 함께 하고, 콘퍼런스 부대행사인 ‘YOUTH CAUCUS(유스 코커스)’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경주 일정을 마치고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난다.

앞서 반 총장은 방한 첫날인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선출마 가능성을강력히 시사한 데 이어 28일에는 충청권의 맹주 김종필(JP) 전 총리를 전격 예방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내년 1월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면서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총장은 또 29일에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류성룡(柳成龍)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忠孝堂)을 둘러보고 이곳에서 김관용 경북지사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특히 반 총장은 충효당 부근에 ‘나무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주목을 기념식수하고, 방명록에 서애 선생의 ‘조국사랑’을 강조해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초 ‘재난피해자 연대’ 방안 논의 합의
사고 수습·진상 조사·피해 구제 등 ‘실질적 권리 보장 법제화’ 추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프랑스의 재난 피해자들과 손잡고 세계의 대형참사 피해자들이 연대하는 국제회의를 이르면 오는 10월 서울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사될 경우 세계 최초의 재난피해자 연대 모임이 꾸려질 전망이다.

지난 3일부터 유럽 순회 방문에 나선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독일·바티칸·벨기에·영국에 이어 14일(현지시각) 마지막 방문지인 프랑스 파리의 테러참사피해단체연합(FENVAC:이하 펜박) 사무실에서 프랑스 참사 피해단체들과 만나 아픔을 나누고 공동대응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재난 피해자들의 국제적 연대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세 가지의 구체적인 목표에 합의했다. 첫째, 유엔산하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항공기 운항의 안전 규정을 만들고 각국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처럼 선박 운항 분야에도 비슷한 기능의 국제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둘째는 세계의 모든 재난과 테러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사고 수습과 진상 조사, 피해 구제 등의 과정에서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선언을 채택하고 각국이 그에 걸맞은 법제를 갖추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두 나라 참석자들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10월 서울에서 세계 대형참사 피해단체들이 참가하는 국제회의를 열자는 데에도 뜻을 같이 했다. 서울 개최 방안은 4·16가족협의회가 먼저 제안했고, 스테판 지쿠엘 펜박 사무총장은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4·16가족협의회 쪽은 이번 유럽 방문에서 만났던 에스토니아호 참사 피해단체와 영국 힐즈버러 참사 피해자단체, 그리고 그동안 유대를 맺어왔던 일본 후쿠시마 피해단체가 이런 연대회의에 함께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의 피해가족들로 구성된 ‘11·13 박애와 진실’, 펜박, 그리고 ‘재난긴급구조’(SOS Catastrophes) 등 프랑스 재해 피해자 단체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만나기 2주 전부터 이번 뜻깊은 만남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인지를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번 유럽 방문에서 앞으로 10년은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파리에서의 일정은 앞서 독일, 바티칸, 벨기에, 영국 방문에서 쌓아온 성과들을 한데 엮어내는 화룡점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 안산의 4·16가족협의회 집행부 관계자는 16일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귀국한 뒤 17일 집행부 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얼마 전 그런 얘기가 나와 공감대를 갖고 논의한 적은 있으나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프랑스 테러참사피해단체연합(펜박)과 파리 테러 피해자 가족 협회인 ‘박애와 진실’의 집행부 임원들의 기념사진. (사진 정유진)


한편, 펜박이 참사 피해자 국제 공조와 연대에 적극적인 것은 펜박 자체가 연대의 힘을 입증하는 구체적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1994년 열차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는 각각의 대형사고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외롭게 각자의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고, 당시 8개 대형참사 피해단체들을 모은 전국참사피해단체 연합을 만들었다.

이듬해, 그들은 의회를 압박해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수단 내에서 발생한 집단사고 희생자 협회가 직접 수사와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냈다. 2002년에는 주거공간이나 직업공간에서의 대형참사 피해단체에도 이 권리를 확대 적용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피해자 가족들이 협회를 만들고, 최근 테러 피해자단체 역시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지원해준 단체 역시 펜박이었다. 11월 테러 피해 가족단체 ‘박애와 진실’은 현재 70개에 이르는 펜박의 회원 단체이기도 하다.

세월호 가족 대표들은 앞서 13일에는 소르본 대학에서 영화 <나쁜 나라> 상영과 유족 강연회를 열었다. 행사장은 좌석이 부족해 입장하지 못한 50여명이 밖에서 기다렸을 만큼 성황이었다. 유족 대표단은 세월호 유족들의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자신들의 활동이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한 프랑스 시민은 자신이 만일 한국의 청년이었다면 기성세대에 커다란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이 한국의 젊은층에 가져온 변화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지난 4·13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급등한 것이 (가족 활동의) 구체적 결실이며 여소야대라는 정치지형 변동의 실질적인 동력이었다고 답했다.

앞서 오전에 세월호 가족과 펜박이 합의한 성과를 전하자 장내에는 우렁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자리를 가득 메운 한국인과 프랑스인들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노래를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잇따라 부르며 서로를 다독였다.
<목수정/재불 작가>



서거 7주기 맞아 한달간 주말에 일반 공개… 손녀 낙서도 그대로

“중국 진시황이 살던 아방궁처럼 크고 화려하게 지었다더니, 어디를 아방궁이라 하는지 모르겠네요. 실제 둘러보니 소박한 모습까지도 생전에 노 대통령을 그대로 빼닮았는뎄E 빼닮았는데….”

1일 오전 11시 부인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특별관람한 신양식(49·경남 창원시)씨는 이렇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집을 지어, 퇴임 직후인 2008년 2월25일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9년 5월23일까지 살았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5월23일)를 맞아, 5월 한달 동안 토·일요일마다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노 전 대통령 사저는 “지붕 때문에 뒷산 풍광이 가려서는 안된다”는 그의 뜻에 따라 나즈막하게 지어졌다. 대문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는 중문을 지나면 가로·세로 7m의 사각형 마당과 마주친다. 마당 건너편은 서재, 오른쪽은 거실·침실·식당·사랑채 등 개인공간, 왼쪽은 경호시설이 배치돼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 집에 혼자 살던 부인 권양숙씨가 지난해 11월 인근에 집을 지어 거처를 옮기면서, 경호시설은 비어있다. 마당 둘레에는 비를 맞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회랑처럼 지붕 덮힌 복도가 있다.

서재엔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읽던 책 1000여권이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다. 식당엔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식사했던 4인용 식탁이 놓여있다. 거실 책상엔 컴퓨터가 놓여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23일 새벽 5시20분께부터 5시40분께까지 이 컴퓨터로 유서를 작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일반인에게 공개된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노 전 대통령 사저 내 사랑채를 둘러보고 있다.


사랑채에선 네쪽의 넓은 창문을 통해 인근 봉화산을 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창문 너머 경치를 “마치 병풍 그림을 보는 것 같다”며 즐겼다고 한다. 벽에는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글 ‘사람사는 세상’이 액자에 걸려 있는데, 액자 아래 벽면에는 연필 낙서가 남아있다. 한유진 노무현재단 기획관리본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손자가 낙서한 것인데, 그는 손님들에게 ‘우리 손녀가 그린 거예요’라며 자랑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건물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뜰에는 경복궁 정원을 본뜬 계단식 정원이 있다. 많은 나무가 있지만, 기념식수는 2008년 11월16일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가 기증한 산딸나무 1그루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일반인에게 공개된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노 전 대통령 서재를 둘러보고 있다.


사저를 지을 당시 보수언론들은 집이 크고 화려하다며 비판을 쏟아냈고, 일부 정치인들도 ‘아방궁’이라며 가세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둘러본 시민들은 그런 주장을 했던 언론과 정치인들을 오히려 비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김시은(62)씨는 “아방궁이 아니라 그저 일반주택일 뿐이었다. 재벌들 주택보다도 훨씬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경남 김해시 장유동에서 온 설상근(54)씨도 “언론에서 아방궁이라고 하도 떠들어서 집이 무척 크고 화려할줄 알았는데, 한마디로 소박했다. 사랑채에 손녀의 낙서를 지우고 않고 놔둔 것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 사저 인근 묘역에서 열린다. 이와 별도로 5월 한달 동안 봉하마을에서는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란 주제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노무현재단은 5월21·22·28·29일 노 전 대통령 사저 특별관람 신청을 오는 9일 오전 10시 재단 누리집(knowhow.or.kr)을 통해 받는다. 5월15일까지는 이미 신청마감됐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특별관람 기간에 발견되는 문제점을 보완해 노 전 대통령 사저를 가능한 빨리 일반에 완전히 공개할 계획인데, 공개시점은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해/최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