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후보자, 조사국장만 6번

2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TF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임 후보자가 임명되면 현직 의원 출신이 국세청장이 되는 첫 사례가 됩니다.

임 후보자는 1994년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2021년 국세청 차장까지 취임했다가 이듬해인 2022년 퇴임했습니다. 평생 국세청에서만 근무한 '조세 행정 전문가'입니다.

그는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당시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임 후보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후보자는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순번 4번을 받았습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임 후보자를 안정적인 당선권에 배치한 이유가 정권교체 이후를 대비한 행정가적인 포석이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조사국장만 6번... 국세청 '조사통' 탈세 전문 임광현

임 후보자를 가리켜 '조사통'이라고 합니다. 그는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2·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 조사국장만 6차례나 맡았던 보기 드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가장 큰 무기는 '세무조사'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탈세를 조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사국'은 국세청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모입니다. 임 후보자가 조사국장만 6차례를 했다는 사실은 그가 국세청 엘리트였음을 보여줍니다.

2020년 2월 18일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국세청사에서 전관특혜 전문직·스타강사 등 탈세혐의자 138명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국세청 제공


임 후보자는 국세청 조사국장 시절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를 지휘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며 수십억 원 상당의 폭리를 취한 유통·판매업자와 한 강좌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액 과외나 입시컨설팅을 했던 사교육 업자들의 세무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변호사·회계사·변리사·관세사 등 '전관 특혜' 전문직과 불법대부업자 등 탈세 의혹이 있는 이들의 숨겨진 자금까지 집요하게 찾아내는 '추적 과세'도 실시했습니다.

당시 임광현 조사국장은 "반사회적·불공정 탈세 행위로 얻은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세 누적 체납액만 110조원... 이재명 정부 '탈세' 추적 시작?

지난 10일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올해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만 1조 원이 넘습니다. 매년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를 발표하지만, 이번은 과거와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세금 체납이나 탈세를 정리하면 어느 정도 (재정) 여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세 누계 체납액은 110조 7000억 원으로 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세금 체납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재정에 여유가 생길 순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국세청이 재산 추적 등을 통해 확보한 세수가 2조 8000억 원에 불과했고, 체납 세금의 80%가 징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리 보류' 체납액이라는 점에서 쉽진 않습니다.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내거는 캐치프레이지를 보면 '신뢰'와 '세수 증대', '조세 정의' 등입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안정적인 세수확보를 확보하는 것이 국세청의 목표인 셈입니다.

이 대통령이 '조사통' 임광현 후보자를 국세청장에 지명했다고 '조세 정의'와 '세수 확보'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있어 정당한 세무조사라도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같은 비리라도 터지면 한순간에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이 이재명 정부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합니다. 경제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국세청의 수장으로 지명된 임광현 후보자의 활약을 기대하면서도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 임병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검찰주장 뒤집는 증언 속출

KH그룹 배상윤 회장 최측근 발언 확인돼

오랜 침묵 깨기 시작한 그룹 핵심 관계자들

 

검찰의 범죄 조작 의심 ... 민주당, TF 구성

 

동남아에 도피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인터뷰를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도피 직전인 지난 2022년 5월 회사가 후원하는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배 회장의 모습이다. ⓒ KH그룹 홈페이지 캡처


쌍방울그룹과 함께 대북송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KH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최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관련 내용을 밝히기 시작해 주목된다. 이들이 밝힌 내용은 지금까지 검찰의 공소사실, 나아가 대법원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확정판결 내용과도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정치검찰 조작 기소 진상규명 TF' 발족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권 초반기인 2022년 6월 동남아로 출국해 도피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 회장은 지난 24일 보도된 S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에) 비밀스럽게 돈을 주는데 경기도가 어떻게 끼겠습니까"라며 "이재명 지사님하고 경기도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의 방북 및 경기도 사업 대가였다는 김성태 쌍방울 회장 및 검찰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오마이뉴스>는 최근 KH그룹 부회장 조아무개씨가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에게 밝힌 녹취록을 확인했다. KH그룹에서 알펜시아 관련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우리 셋(조씨, KH 배상윤, 쌍방울 김성태)은 도원결의한 형제"라며 "관계가 30년이 넘었다, 우리 셋은 그냥 눈빛만 봐도 안다, 뭘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라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다른 사건에 연루돼 구치소에 수감중이다.

2023년 1월 태국에서 잡혀 국내로 송환된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과 경기도의 관련성에 대해 모른다"던 초기 입장에서 180도 바뀐 이유에 대해 조씨는 "검찰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때 왜 얘(김성태)가 넘어갔냐. 원래라면 안 넘어갈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얘가 의리가 있었습니다. 뭐든지 다 지키려고 그랬고. 근데 회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주변에 열명이 넘는 우리 식구들을 (검찰이) 싹 다 잡아갔습니다. (김 전 회장) 친동생도 구속시켰습니다. 방용철(부회장)도, 양선길(사촌), 박OO, 엄OO 다 구속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가 엉망이 되고, 제수씨들은 국세청 동원해서 다 신용불량자 만들어버리고... 그러니까 얘가 이제 이러다 죽겠다 싶으니까 맞장구 치고 나간 거죠."

- 그럼 그때 검찰에 요구한 거는 이화영이 김성태에게 부탁해서 대북 송금했다는 것?
"이화영이를 잡아, 제대로 잡자, 그러면 이재명이 자동으로 잡힌다, 이런 이제 스토리 테마였죠."


조씨는 "검찰에서 제시한 건 형량과 횡령금액을 줄여주고, 주가조작한 것에 대한 것(무마)이었다"며 검찰의 압박뿐 아니라 회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씨는 논란이 됐던 소위 '검사실의 연어술파티'에 대해서도 "회, 도시락은 자주 왔다"며 "술자리가 (공개적으로) 밝혀진 거는 그때 그거 하나뿐이지만, 그 전에도 자주 갔다. (쌍방울 이사인) 박OO이가 직접 물건을 실어올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이뤄진 술파티에 대해 "참 분위기 좋았다,"며 "화요도 먹고, 소주 화요. 25만 원짜리 도시락을, 돈 아끼지 말고 그냥 좋은 걸로 쓰라고 그래서..."라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같은 KH그룹 회장과 부회장의 발언은 대법원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검찰의 조작 사건"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및 정치자금법,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돼 복역중인데, 유죄의 핵심 근거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이었다. 1심(수원지법 형사11부, 부장판사 신진우)부터 대법원까지 재판 내내 ▲연어술파티 등 검찰과 쌍방울의 회유 의혹 ▲북한공작원 리호남 존재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법원은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김 전 회장과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1심 유죄가 나온 지 닷새 만에 이 대통령을 북한에 보낼 돈을 쌍방울이 대신 내게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고, 이 재판은 이 대통령 취임 후인 현재까지 아직 공식적으로 정지되지 않는 상태다.

2024년 10월 2일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유성호


쌍방울 측 반박 "배 회장은 깊숙이 관여돼 있지 않았다"

KH그룹 핵심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김 전 회장 재판을 담당하는 쌍방울그룹 핵심 관계자는 "배상윤 회장측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배 회장은 대북 사업에 깊숙이 관여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배 회장 측이) 검찰에 제출한 서류에도 이 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수동적으로 따라간 분이라고 했다"며 "KH그룹에서 돈이 나가거나 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KH와 쌍방울 사이에 실무담당자는 소통하지 않는다. 다만 수뇌부 사이에서 어떤 소통이 오가는지는 모르겠다"고 다소 여지는 열어놨다.

공소사실과 완전히 배치되는 KH그룹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수사 상황은 확인이 곤란하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배상윤-김성태 모두 조폭 출신, 사석에서 "상윤이형" 호칭... 사건 기록 곳곳 KH그룹 등장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모두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사석에서 김 전 회장은 두 살 많은 배 회장에게 '상윤이형'으로 부른다. 사진은 2024년 7월 12일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나오는 김 전 회장 모습이다. ⓒ 이정민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모두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2007년 이후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M&A) 시장에 거의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며 제도권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2010년께 모두 쌍방울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배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1대 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이후 자금이 부족해 김 전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배 회장은 2016년 조명회사인 필룩스를 인수했고, 2019년 그랜드하얏트호텔과 2021년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등을 사들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사석에서 김 전 회장은 두 살 많은 배 회장을 '상윤이형'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과 KH그룹은 대북송금 사건 기록 곳곳에 등장한다. 핵심 관련자 중 한 명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회장의 1심 판결문에는 "아태협은 2019년 1월 22일 배상윤이 회장으로 있는 KH그룹 계열사인 삼본정밀전자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필룩스로부터 각 1억 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며 "이후 피고인(안부수)은 중국 심양에 있는 식당에서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그룹 임원들, KH그룹 회장인 배상윤, 송명철 등 조선아태위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 및 술자리를 가졌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피고인은 2019년 2월 13일 중국 심양에서 방용철, 북한의 이명운(리호남)을 만나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위 사이의 2019년 1월 17일 자 합의서에 따른 추가 협약 체결, 쌍방울그룹뿐만 아니라 KH그룹 계열사인 주식회사 장원테크 내지 필룩스의 협약식 참석, 아태협과 민화협의 평화 마라톤 대회 개최, 민화협을 통한 쌍방울그룹 임원들의 방북초청 등을 논의하였다"라고 적혀있다.

검찰은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북 경협 사업권을 얻기 위해 북한 측에 돈을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김 전 회장이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 특구 광물자원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을 때 배 회장 역시 동석해 합의서를 함께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정치검찰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대북송금을 지시·승인했다는 혐의를 덮어씌우는 이른바 '이재명 죽이기' 수사 공작을 설계하고 조작해 왔음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라며 "27일 정치검찰 조작 기소 진상규명 TF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 대하여 즉각 재수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가 이런 공작을 지시했고 관여했는지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윤석열씨의 '이재명 죽이기' 전위부대 역할을 했던 정치검찰의 무도한 행태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종훈 기자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모습.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곳이다. ⓒ 연합
 
 

민주당 김병기 “정치검찰의 대북송금 조작 수사 진상조사 TF 구성”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대북 송금에 연루됐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고 사법정의를 농락하는 정치검찰의 대북송금 의혹 조작사건을 철저히 재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배상윤 케이에이치(KH)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지사님과 경기도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며 “이 증언은 정치검찰이 있지도 않은 죄를 조작해 수년간 이재명 대통령을 괴롭혀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2019∼2020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한 혐의(제3자 뇌물) 등으로 지난해 6월12일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오늘 정치검찰 조작수사 진상조사 티에프(TF)를 출범한다”며 “끝까지 파헤쳐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검찰 조작수사 진상조사 티에프 단장은 한준호 최고위원, 공동부단장은 김용민·최기상 의원이 맡을 예정”이라며 “국민의힘의 조작된 프레임을 이용한 기소행태를 방지하고 적시 대응을 위해 구성했다”고 말했다.  < 기민도 기자 >

내란 특검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굳건히 하는 헌법적인 의미

 [이석태 칼럼]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은 맨손으로 군 병력의 국회 침탈을 막아내었다. 국회가 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분명한 선언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가의 주인이 주권자인 국민임을 망각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내란 특검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굳건히 하는 헌법적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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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태 | 전 헌법재판관

 

1972년 6월17일 백악관과 리처드 닉슨 재선 위원회의 사주를 받은 5명의 괴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워싱턴디시의 워터게이트 지역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불법적인 도청 등을 하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상원에 의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언론들이 보도를 시작하며 사건이 커졌다. 닉슨이 임명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며 송무차관을 지낸 아치볼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상원 청문회를 통해서 닉슨이 백악관 집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서 모든 대화를 녹음한 사실이 밝혀지자, 콕스는 닉슨에게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계된 녹음테이프 전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닉슨은 이를 거절하고 콕스를 해임했다. 후임 특검은 거듭 테이프 전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였으며 닉슨이 다시 거부하자, 사건은 연방대법원에 회부되었다. 대법원은 7월24일 녹음테이프 전체를 제출하도록 판결했다. 결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사법 방해와 권력남용 등의 이유로 닉슨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하였으며, 닉슨은 1974년 8월9일 사임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 활동을 위법하게 감시하고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것이었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야당의 정치 활동과 국회 입법 기능 봉쇄를 시도한 내란 사건과 일부 유사성이 있다. 또 특별검사가 임명된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 결과 닉슨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불명예를 안았고,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된 데 이어 수사를 받고 있다.

특별검사는 기존 검찰이 제대로 수사 등을 하기 어려운 경우 그에게 수사와 기소를 맡기는 것으로, 과거 대통령 측근이나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입법으로 특검을 임명하였다. 최초의 특검은 김대중 대통령 때인 1999년 조폐공사노조 파업 유도 사건의 강원일 특검과 검찰총장 부인 옷 로비 사건의 최병모 특검이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때 대북송금 특검(송두환)이 있었고, 이후 몇몇 중요한 사건에서 특검이 임명되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최순실 특검(박영수)이 있었다.

 

대북송금 사건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되어 현대그룹이 몰래 4억달러를 북으로 보낸 사건이다. 노 대통령의 회고록에 의하면, “어차피 수사를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검찰보다는 특검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누가 수사하든 대북송금 절차의 위법성을 밝히는 데 그쳐야지 남북관계의 근간을 해치는 데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송두환 특검은 송금의 절차적 위법성 문제만 정확하게 수사했다”.

 

그러나 특검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강원일 특검이 그랬다. 1999년 12월 강 특검은 대검 공안부가 조폐공사노조의 파업을 유도하였다는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각 부문의 관련자들은 모두 수사 결과에 반발했다. 이 사건에서 특검보로 참여한 김형태 변호사는 자신이 대전지검에서 압수해온 서류 등을 돌려달라는 검사들의 부당한 요구에 반발하여 사임하였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압수 서류를 돌려달라며 수사 대상 검사들이 쳐들어왔다. 죄를 파헤쳐야 할 강원일 특검은 되레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방을 나온 뒤 특별수사관들은 대전 검사들과 함께 압수 서류들을 검토한 뒤 대부분 돌려주었다. 내 판단으로는 그 서류들 중에는 이번 조폐공사 이외에 다른 회사들에도 검찰이 적극 개입해온 흔적들이 분명 들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을,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순직 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 세 특검 가운데 내란 특검은 최장 170일간 내란·외환 혐의 등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한다. 무인기 평양 침투 등 북한 공격 유도 등 외환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내란 연루 의혹을 추가로 밝힐지가 쟁점이다. 김건희 특검도 170일간 김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건진법사·명태균씨 관련 국정농단, 선거·공천개입 등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 순직 해병 특검은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고 관련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 등 수사 외압,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을 최장 140일간 수사하게 된다.

 

이번 특검의 규모가 크고(검사만 120명), 검찰이 처리하지 못하거나 처리가 어려웠던 사건들을 수사하는 데서 검찰에 미칠 파급력이 작지 않아 보인다. 현재 검찰청 폐지 법안, 공소청 설치 법안(검사의 직무를 기소와 공소 유지 등으로 한정), 중수청 설치 법안(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법안(수사 전반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4대 검찰개혁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안이다. 만일 공소청이 신설되고 검사가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이 된다면, 검사의 힘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인터뷰에서 “공소(공소청)와 수사(수사청)의 분리 법안에 적극 찬성하고, 3개월 안에 입법을 마무리해 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하여 검찰 개혁안의 이른 처리를 강조했다.

 

세 특검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특검은 내란 특검이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은 맨손으로 군 병력의 국회 침탈을 막아내었다. 국회가 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분명한 선언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가의 주인이 주권자인 국민임을 망각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특검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굳건히 하는 헌법적인 의미가 있다. 지난 23일 내란 특검은 특검보가 윤 전 대통령 공판에 출석하고, 이후 소환 일정을 잡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 결과가 국민주권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자못 그 성과가 주목된다.

‘방위비 인상’ 불똥이 아시아 쪽으로 확대할 것이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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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 뒤 퇴장하고 있다. AFP 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쓰는 데 합의하자 일본에서는 ‘방위비 인상’ 불똥이 아시아 쪽으로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6일 “나토 정상회의가 방위비 목표를 크게 끌어올려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5%로 잡았지만 현재 수치와 간극이 크고, 많은 회원국에 장벽이 높다”며 “미국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에도 ‘5% 인상’ 필요성을 입장을 밝혀온 만큼 현재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 대비 1.8%인 일본도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나토 정상들은 하루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 수요 및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무기구매 등 직접 군사비에 3.5%를 쓰고, 주요 기반시설과 사이버 대책비 등 ‘국방 관련’ 간접 비용으로 1.5%를 지출한다는 방침이다. ‘국방 관련’ 비용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예산이 필요한 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수 나토 회원국에는 직접 군사 비용인 3.5% 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목표는 2014년 설정한 2%인데, 10년 전부터 추진된 계획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회원국이 9곳이나 된다. 러시아에 직접적 군사 위협에 노출된 폴란드는 4.12%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은 2% 달성도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향후 5년 이내 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주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선거 유세 때 1기 집권 시절에 “나토 쪽에서 ‘방위비를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고 묻길래 ‘절대 아니다’라고 답하는데 그들이 믿지 않더라”라며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쪽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가 아시아 동맹들에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나토가 국방지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우리 동맹들이 국방 지출의 새 기준을 갖게 됐다”며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의 방위비 지출 속도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 2%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를 5%대로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국방비 규모는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미국 쪽에 이런 입장을 끈기있게 성심성의껏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일본은 올해 국방비 관련 예산은 최대 9조9천억엔(93조4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8% 수준이다. 일본 방위성 한 관계자는 현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5% 증액 요구’와 관련해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나토 정상 “GDP 5% 국방비로”…트럼프 위한 정상회의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나토 정상들. AFP연합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쓰기로 약속한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즐거움을 준 거대한 장이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32개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러시아라는 안보 위협에 맞서 미국을 나토의 틀 안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나토 수장과 회원국들이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나토 정상들이 발표한 ‘헤이그 정상회의 선언’을 보면, “동맹국들은 2035년까지 매해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 수요 및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국내총생산의 최소 3.5%를 직접 군사비에 쓰고, 주요 기반시설과 사이버 연결망, 국방산업 강화 등 간접 비용으로 1.5%를 추가로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회원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계획을 제출하고, 전략적 환경과 역량을 고려해 지출 추이 등을 2029년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9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줄곧 요구했던 5% 국방비 증액을 나토가 6개월여만에 이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커다란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결과를 “미국의 기념비적 승리”라며 “(나토 정상들은) 정말 자신의 나라를 사랑한다. 이건 바가지요금도 아니며, 우리(미국)는 이들이 국가를 지키도록 돕기 위해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 수준이 국내총생산 대비 1.24%로 가장 낮은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5% 목표치 이행에서 면제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을 직격하며 “그들은 무임승차를 원하지만, 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스페인은) 무역에서 우리에게 갚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방비 증액을 약속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집단방위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공동성명은 “워싱턴 조약(나토 조약)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 즉 하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는 원칙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짐한다”고 했다. 나토의 집단방위 공약은 정상회의 때면 통상 포함되는 문구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없이는 미국이 집단방위 의무를 다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날은 “나는 그것(나토 5조)을 지지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헤이그로 향하는 비행기에선 집단방위 의무 조항이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던 그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걱정을 그만하라”며 “미국은 전적으로 5조를 준수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 점을 말해야 하는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마르크 뤼터 총장은 나토 회의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이견을 조율해 왔다. 이번 공동성명 내용도 5개 항목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양이 대폭 줄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의 당시엔 38개 항목에 더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장기적인 안보 지원 서약까지 6개 항목의 성명을 냈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규탄이나 우크라이나에 관한 언급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엔 러시아를 44차례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반면, 이날 성명엔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러시아의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해 (나토는) 단결했다”는 표현 정도가 담겼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동맹국들은 우리의 안보에 기여하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제공한다는 주권적 공약을 재확인하며, 동맹국의 방위비 산정 시 우크라이나의 국방과 방위 산업을 위한 직접적인 기여를 포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러시아를 적으로만 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뤼터 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관한 발언을 최소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며 그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충돌을 빚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가리켜 “운동장에서 두 아이”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하자, 뤼터 총장은 “아빠(대디·트럼프 대통령 지칭)가 때로는 이들을 멈추게 위해 강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이 좋은듯 “(뤼터 총장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다정하게 ‘당신은 나의 아빠’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이후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 있는 모습을 엑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이란의 핵 시설 세 곳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 연합


6월 2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12일 만의 일이다. 이번 휴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개입에 따른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의 3개 핵시설을 공격하며 이란을 압박했고 더는 전쟁을 이어갈 뾰족한 수가 없는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산하지 않고 중단된 건 천만다행이지만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 그리고 미국의 무력 개입과 그를 통한 휴전은 국제사회에 여러 가지 숙제를 안겼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첫 번째 숙제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무력 사용을 어떻게 제지할 것이냐다. 이스라엘이 주장한 이란 공격의 이유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국가라면 국제 사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적 문제 해결을 촉구할 테지만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무력 사용을 결정했다.

그 배후에는 이란의 군사력 및 지역 패권 약화 시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생존 문제 등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많은 언론과 전문가의 중론이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이 주장한 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 이틀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설사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이스라엘이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국제 규범을 어긴 건 심각한 문제였다.

제멋대로 타국 공격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이런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에서 G7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과 '이란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서방국들이 가자지구 공격과 무차별 학살, 레바논 공격, 이란 공격 등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제지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선제공격 등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서방국들이 원하는 중동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지지한다는 의사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런 서방국들의 행태는 유독 이스라엘 앞에서만 멈추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의 법과 규범을 회복하고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제지할 방법을 찾는 건 세계에 던져진 큰 숙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국제사회는 이 숙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의 오만과 아집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땅이 파인 이란 나탄즈 농축 시설 ⓒ 로이터=연합


두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어떻게 미국의 무력 사용 부당성을 확실히 지적할 것이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세계인을 경악을 넘어 혼란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고립주의와 국제 문제 불간섭 원칙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두 가지 면에서 정당성이 없었다. 하나는 외교적 해결을 외면하고 군사적 해결을 택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회유하고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및 정치적 지지 중단을 압박할 수 있었다. 미국의 무기와 지지가 없이 이스라엘은 현실적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계속할 수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란 등과 무력 대결을 계속할 수도 없다. 또한 미국의 지지가 없으면 가자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민간인 학살과 식량 무기화 등 온갖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압박해 전쟁을 중단하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외교적 해결인 이란과의 핵협상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비군사적 수단도 강구하지 않고 무력 사용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어떤 핑계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란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 직후 이것이 '일방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의 목표는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이란)의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또한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미군과 우방국인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공격을 승인했다"며 이란 공격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장이었다. 유엔 헌장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타국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복구 내지 유지할 예외적 조건에서 무력 사용을 결의했을 때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침공을 받아 자위권을 행사해야 할 때다. 미국의 공격은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것과도 다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향후 러시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위협을 가정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은 러시아의 논리로 이란을 공격했고, 나아가 서방국들은 역시 같은 논리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했다. 그 근거는 이란이 국제사회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것이지만 이란과 외교적 협상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서방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이런 이중잣대는 미국의 무력 사용 부당성을 지적하는 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미국의 무력 사용 재발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세계가 경악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무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을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위협으로 여기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위반하면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공격은 그런 신뢰를 깨고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었다. 사실 이는 미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은 이란 공격을 통해 미국의 경고와 요구와 응하지 않는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의 이런 변화는 국제사회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 공격은 예외적인 사례고 아무리 독불장군이고 국제 규범 따위에 관심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없을 거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로 비춰볼 때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 던져진 심각한 숙제는 어떻게 국제적 합의 없는 미국의 일방적 무력 사용 가능성을 제거할 것이냐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이냐도 의문이다. 국제사회 질서에서 실질적으로 핵심 역할을 하는 서방국들이 미국을 제지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기구 감시 없이 이란만 뭐라 하나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25일(현지 시각) 헤이그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도착해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2025.6.25 ⓒ AP=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BBC 보도에 따르면 6월 24일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란에 대한 단호한 행동"을 축하했다. 그는 "진정 특별하고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더 안전해졌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아부가 가득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에 공유해 드러났다. 이는 나토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을 오히려 지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이란 공격 후 기자회견을 통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스퇴르 노르웨이 대통령이 "합법성이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그건 단편적인 의견일 뿐이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사실상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 또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무력 사용 문제에 전혀 문제를 제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네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중동의 핵무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지만 CNN은 미 정보국의 초기 평가를 인용해 미국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는 파괴하지 못했고 단지 핵개발을 몇 개월 늦췄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공격 목표가 정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는지가 모호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또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란은 오히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고 미국은 이란과 진행 중이던 핵협상을 걷어차고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공격까지 감행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고 이것이 이스라엘과 대결하고 있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핑계 중 하나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을 쓰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된 국가도 아니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공식화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기구의 감시 없이 이란에 대한 핵무기 개발 감시와 포기 압력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외교적 협상 또한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 정주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