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26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경제협력 및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하고, 북한 비핵화 달성을 비롯한 동북아 역내 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3월 중순~4월 초에 치열하게 전개된 미-중의 ‘외교 공방전’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느낌입니다.
지난 1월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2월19일 뮌헨 안보회의 화상 연설에선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과 장기적이고 전략적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3월3일 공개된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NSS)지침에 중국을 “안정되고 개방적인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지목하며, 이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동맹에 새 힘을 불어넣고 현대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3월12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 화상회의에 참여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대치 중인 두 동맹인 한국(17~18일)과 일본(16~17일)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파견했습니다. 이어,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18~19일 알라스카 앵커리지로 중국 외교의 ‘투 톱’인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을 불러 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1시간 동안의 태그매치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후 4월2일 메릴랜드주의 해군 사관학교로 일본과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을 초청해 한-미-일 3개국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16일 바이든 대통령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외국 정상과 첫 대면 회담에 나섭니다.
중국이 미국의 날랜 움직임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23~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구이린에서 회담한 뒤, 24일부터 이란 등 중동 6개국을 순방했습니다. 30일 귀국한 왕이 부장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4개국 외교장관과 만난 데 이어 3일 푸젠성 샤먼으로 이동해 정의용 외교장관과 만났습니다.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한 미-중의 치열한 외교전의 한가운데 대한민국이 있었던 것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지금까지 상황을 둘러보니 하나의 커다란 공백이 눈에 띕니다. 중국과 일본입니다. 왕이 부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1월25~27일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 바 있습니다. 당시 왕이 부장은 일본에 대해선 가까운 이웃이라는 ‘일의대수’(一衣帶水), 한국에겐 같이 망을 보며 도움을 주고 받는 친구라는 뜻인 ‘수망상조(守望相助)’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일 간에 대면 회담이 없었다는 점이 신경이 쓰였는지 왕이 부장은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5일 오후 전화 통화를 합니다.
중-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는 일본 외무성 자료. 일본 외무성 누리집 갈무리.
이 통화에선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요. 일본과 중국 외교당국은 통화 내용을 정리해 각각의 누리집에 걸어 놓았습니다. 이를 본 첫 소감은, “둘이 통화를 한 게 맞아?”였습니다. 분명, 같은 얘기를 나눴을 것이지만, 중-일의 강조점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별로 길지 않은 전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일본입니다. 꼼꼼하게 언제 통화를 시작해 얼마나 길게 얘기를 나눴는지 적어둔 것이 눈에 띕니다.
일-중 외상 전화회담
레이와 3년 4월5일
1. 4월5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은 왕이 국무위원 겸 외무장관과 전화회담을 했다. 개요는 아래와 같다.
양 외상은 양국 모두 책임 있는 대국으로 지역·국제사회에 공헌해 가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양 외상은 내년 일-중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폭넓은 분야에서 교류·대화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밝했다.
2. 모테기 대신은 다시금 중국 해경에 의한 센카쿠 영해에 대한 침입, 중국 해경법, 남중국해 정세, 홍콩 정세 및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구체적 행동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 모테기 대신은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조기에 철폐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3. 양 외상은 일-중 경제와 관련해 진실로 공평·공정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포함한 내용들에 대해 계속해 논의해 갈 것을 확인했다. 양 외상은 앞으로도 코로나19에 관해 대화해 가는 것에 대해서도 확인했으며, 기후변동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를 심화시켜 가는 것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
4. 양 외상은 북한을 포함한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 정세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향한 연대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 또 모테기 대신은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을 향한 이해와 지지를 요구했고, 왕이 국무위원 겸 외무장관으로부터 계속된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또 양 외상은 미얀마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으며, 모테기 대신은 폭력의 즉시 정지, 관계자의 해방, 민주적 정치체제의 조기 회복을 미얀마 국군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뜻을 말했고, 사태의 해결을 향해 국제 사회가 연대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자료를 보면, 경제 규모로 따질 때 세계 2위(중국)와 3위(일본)인 중국과 일본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 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음을 확인할 있습니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자 중-일이 국교정상화를 이룬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매개로 삼아 중-일은 험난한 정세 속에서도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려 1시간 반이나 이어진 이 통화는 매우 날카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졌음이 틀림 없습니다. 일본이 중-일 간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중국의 일방적 행동, 홍콩과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중국의 “구체적 행동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어 한국 입장에서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비핵화를 향한 연대를 확인하면서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중-일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안보리 결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동의 없이는 의결될 수 없습니다. 일본이 ‘안보리 결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중국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원칙적 차원에서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중-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전하는 중국 외교부 자료.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결국 이 통화를 통해 일본은 중국이 동중국해(센카쿠열도 포함된 지역)·남중국해·홍콩·신장 등에서 벌이는 안하무인에 가까운 행동을 강하게 견제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해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확인한다는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럼 중국은 어땠을까요? 자료를 봅시다.
왕이 일본 외상 모테기 도시미쓰와 전화 통화
2021년 4월5일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가 일본 외상 모테기 도시미쓰와 통화했다.
왕이는 복잡한 국제정세에 대면해 있는 중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이웃나라였으며 세계의 제2, 제3의 경제 대국으로서 마땅히 시대의 조류와 국제적 정세에 적응하고, 상호존중하고, 피차 신뢰하며, 상호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지역과 세계를 위해 협력하고, 평화 발전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왕이가 말한 내용) 쌍방은 중-일이 어렵게 얻는 관계 개선과 발전을 소중히 하고, 유지하며, 시진핑 주석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지난해 달성한 중요한 공통 인식을 꿋꿋이 관철·시행하며 중-일 간의 4개 정치 문서의 원칙과 정신을 준수하고, 양국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체하지 않고, 후퇴하지 않으며, 이른바 대국간의 대립에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중국은 일본이 독립자주국가로서 객관적으로 이성을 갖고 중국의 발전을 대하며, 중국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 일부 국가와 보조를 맞추지 않기를 바란다. 일-미는 동맹관계이고, 중-일은 우호조약에 조인한 사이이니, 일본도 그 조약의 의무를 이행할 의무를 지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일본과 실질적 협력을 계속 추진하고, 도쿄 올림픽과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잘 개최되도록 서로 지지하며, 올해와 내년 중-일 문화·체육 교류를 촉진하고 내년 중-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양국 국민감정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한층 더 안정되고 건전한 향후 50년의 일중관계를 만들기 원한다.
모테기 도시미쓰는 일-중은 서로 가까운 나라이고, 일중관계의 안정·발전를 유지하는 것은 양국과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미 동맹은 특정 제3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은 중국과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일-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이후 모테기가 말한 내용) 일본은 중국과 소통을 유지하고, 대화를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해 차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일중 국교정상화 50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기 원한다. 일본은 중국과 각 영역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원하고 도쿄 올림픽과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성공 개최하기 위해 지지할 것이고, 소통을 유지하기 원한다.
왕이는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밝혔고, 신장과 홍콩 등 중국 내정에 대한 일본의 개입에 반대하고, 일본이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을 준수할 것과 이웃 나라로서 중국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 최소한의 존중을 유지할 것, 손을 너무 길게 뻗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요구했다.
쌍방은 또 지역 협력, 기후변화 미얀마 정세 등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료에서도 일단 중-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는 양국의 희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일 양국이 미-일 동맹과 쿼드 등을 앞세워 중국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명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왕이 부장은 모테기 외상에게 일본이 “독립자주국가로서 객관적으로 이성을 갖고 중국의 발전을 대하며, 중국에게 편견을 갖고 있는 일부 국가에 보조를 맞추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은 (중국과) 우호조약에 조인한 사이이니 조약의 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972년 9월29일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와 저우언라이 중화인민공화국 총리가 서명한 중-일 공동성명과 1978년 8월12일 양국이 서명한 중-일 평화우호조약에는 중국이 주장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대만도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과 상호존중, 내정불간섭 원칙 등이 적시돼 있습니다. 왕이 장관은 일본이 홍콩·신장 등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거듭 표현을 바꿔가며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일본 쪽 자료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강조한 것과 달리 북핵 문제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중국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교섭의 동시진행)의 원칙을 내세워 온 중국 입장에서 중-일 회담 내용을 정리하는 문서에 굳이 북한 문제까지 언급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담을 통해 중국은 미-일 동맹과 쿼드의 틀을 활용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일본을 강한 어조로 공격했습니다. 일본에게 ‘미국의 딸랑이’가 되지 말고 독립자주국가가 돼라 했으니, 모테기 외무상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두개의 문서를 보면서 중-일 관계의 앞날이 앞으로 쉽지 않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뒤에 한발짝 비켜서 있는 한-중 관계는 어찌될까요?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일본 다음으로 중시하는 2번째 동맹입니다. 한국도 일본의 뒤를 이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 대치한다면, 앞으로 공개되는 한-중 문서에도 ‘자주독립국가’가 되라는 중국의 독설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게 싫다고 지금과 같은 모호성을 유지한다면요? 현재 미국에선 한-미 동맹의 미래를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중입니다. 수년 내로 한-미 동맹은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어렵다면, 그것은 그 문제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것입니다. 답을 내리긴 쉽지 않고, 고민만 쌓여갑니다. 길윤형 기자
이란 핵합의 복구를 위한 미국과 이란 등 합의 당사자국 전원 회담이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가운데, 이란 대표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차관(왼쪽)이 회담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인 탈퇴로 사실상 파탄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를 복구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본격화됐다.
미국과 이란을 포함한 합의 당사국들은 6일(현지시각) 이를 복구하려는 회담을 열어, ‘건설적인’ 출발을 보였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언론이 회담 참석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 등 6개국(P5+1) 및 유럽연합(EU)과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이란의 수석대표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차관은 회담 뒤 이란의 <프레스 텔레비전>과 회견에서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첫 협상들을 “옳은 궤도”라고 평가했다. 이는 그 동안 핵합의 복귀에 대한 이란의 강경한 자세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평가다. 그는 미국을 향해 이란의 조처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처보다는 먼저 제재를 해제하라는 기존 요구를 반복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아라그치 외무차관이 진전이라고 평가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이 합의 탈퇴 뒤 다시 부과한 이란 제재의 틀을 해체하는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어려운 협상이 있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으나, 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거리를 두더라도 외교적 접촉은 본래의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바이든의 공약을 완수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는 긴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외교적 경로가 앞으로 가는 옳바른 경로이고,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계속 믿는다”고 이란의 핵합의 복귀에 희망을 표시했다.
영국·독일·프랑스·러시아·중국·유럽연합을 포함한 합의 당사국들이 모두 참가하는 이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은 직접적인 양자협상을 하지 않고, 유럽 국가들의 중재를 통해 협상한다. 유럽연합 고위 외교관인 엔리케 모라가 협상의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미국과 이란이 공식 석상에서 핵합의 복구를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부터 시작된 이번 회담은 9일까지 계속된다. 엔리케 모라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자들과의 개별적 접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기자
미 포함 이란 핵합의 참가국들, 6일 빈서 복원 논의 재개
EU, 화상회의 뒤 발표…"미국-이란 직접 대화는 없을 것"
이란 "조건 없는 미국의 핵합의 복귀" 기존 입장 고수
핵합의 복원 관련 화상 회의하는 이란 관리들[AP=연합뉴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참가국들이 오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직접 만나 합의 복원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2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공동위원회 참가국들이 내주 빈에서 회의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EEAS는 이날 JCPOA 공동위원회 화상회의 뒤 이같이 밝히고 내주 회의는 제재 해제, 핵 이행 조치 문제를 분명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EAS는 이 같은 맥락에서 조정자는 또한 빈에서 모든 JCPOA 참가국들, 미국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JCPOA 공동위원회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EEAS는 또 이날 회의 참가국들은 JCPOA 유지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강조하고 그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방식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외교관들은 이란과 미국 관리들이 내주 빈으로 올 것이지만, 양측의 직접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 유럽 외교 소식통은 "이란과 미국은 같은 도시에 있을 것이지만, 같은 방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서방 외교관은 셔틀 외교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EU 고위 관리는 미국이 해제할 수 있는 제재와 이란이 지켜야 하는 핵 의무 목록을 협상할 것이라면서 2개월 내에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다음주 화요일(6일) 대면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면서도 "불필요한(unnecessary)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한 미국이 조건 없이 합의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2019년 촬영된 이란 핵시설 [AP=연합뉴스]
이날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중국, 이란 외교 관리는 미국의 핵합의 복귀 가능성을 논의하는 화상회의를 했다.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체결한 핵합의는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 합의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적 실패'라고 비난했으며, 2018년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복원했다.
그러자 이란도 2019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합의 조항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핵합의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란의 의무 이행이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이란 정부는 미국이 경제제재를 우선 해제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이 팽팽한 기 싸움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앞서 이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CPOA 복원을 위한 참가국들의 회담이 내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WSJ은 서방 외교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을 포함한 핵합의 참가국 관리들이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모두 모여 합의 복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