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후보 시절엔 "대가 치르게 하겠다"  강경론과 배치

'동맹' 사우디와 관계 · 실권자 왕세자 위상 감안 고육지책 평가

 

2018년 10월 암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미국은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대(對) 사우디 제재 조처를 했다.

그러나 정작 미 정보당국이 2018년 10월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고 판단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제재대상에서 빠졌다. 그가 실권자인데다 사우디가 중동의 동맹이라는 현실과 타협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사우디 정보국의 전직 부국장인 아흐메드 알아시리를 제재하고,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신속개입군은 왕세자 경호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카슈끄지 암살에도 개입했다는 것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보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된다.

미 국무부는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지 조처를 발표했다.

이 조처는 국경을 넘어 언론인이나 반체제 인사를 대상으로 억압, 괴롭힘, 감시, 위협 등 행위를 한 국가를 겨냥해 국무부가 '카슈끄지 금지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도입한 정책이다.

국무부는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을 감시하거나 괴롭히고 표적으로 삼는 사우디와 다른 나라의 행동을 매년 발간하는 인권보고서에 기록하는 작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이 조처는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이날 공개된 데 따른 후속 작업이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왕세자가 카슈끄지 생포나 살해를 승인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제재 명단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빠졌다. 솜방망이 제재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 카슈끄지 암살이 왕세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들이 대가를 치르고 '버림받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도높은 발언까지 했다.

카슈끄지 암살을 못 본척하며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앙꼬 빠진' 제재는 사우디와 관계, 왕세자의 위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는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껄끄러운 나라들이 많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대표적인 동맹국이다. 중동의 대 테러전과 이란 견제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국왕의 아들을 제재할 경우 양국관계의 경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무함마드는 2017년 왕세자에 지명된 뒤 사우디를 실제로 다스리는 실권자로 통한다. 머지않아 공식 통치자로 등극할 인물을 내치는 결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를 공개한 국가정보국(DNI)의 애브릴 헤인스 국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보고서가 양국관계의 진전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 당국자는 무함마드 제재는 너무 복잡한 문제이고 사우디에서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선택지가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국무부에 왕세자 제재 옵션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전언도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번 보고서 내용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1년도 더 이전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로선 보고서 전격 공개와 관련 인사 제재를 통해 사우디에 모종의 조처를 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양국 간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타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CNN은 대선 후보 시절에 비해 대통령이 된 뒤 더 복잡해지는 의사결정의 유형을 보여준 것이자, 휘발성 높은 지역에서 동맹과 결별하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왕세자 직접 제재시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전하면서도 인권단체와 친정인 민주당 구성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카슈끄지 보고서에 "스모킹건 없다" vs "왕세자 제재해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승인자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도 그를 제재하지 않은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친사우디 인사들은 미 국가정보국(DNI)의 보고서에 '스모킹건'(명백한 증거)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는 암살을 승인한 왕세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아라비아재단의 전직 이사장인 알리 시하비는 26일 로이터 통신에 "(카슈끄지 암살에 관해) 이전에 거론됐던 것들이 보고서에는 없다. 스모킹건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얇은 보고서는 무함마드 왕세자에 관한(그가 살해를 승인했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 정부가 통제하는 미디어 그룹을 이끄는 칼럼니스트 압둘라흐만 알-라셰드도 "(암살 혐의를 받는) 팀이 카슈끄지 암살을 위해 여행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여기엔 스모킹건이 없다"고 동조했다.

사우디 정부 측이 왕세자의 암살 승인 주장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현지 최대 신문과 방송은 아직 카슈끄지 암살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영 알-아라비아 TV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이번 정보 보고서 공개를 반기면서도 무함마드 왕세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슈끄지가 설립한 미국 소재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바이든 행정부의 투명성에 감사한다. 책임자인 사우디 왕세자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DNI는 4쪽 분량의 기밀 해제 보고서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생포 또는 살해 작전을 승인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DNI는 평가의 근거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우디 내 의사 결정상의 지위 ▲왕세자 측근의 직접적인 개입 ▲반체제 인사를 침묵하게 하려는 왕세자의 폭력적 방법 지지 등을 꼽았다.

                  카슈끄지 암살에 관한 미 국가정보국(DNI) 보고서 표지 [연합뉴스]

2017년 이후 왕세자가 사우디의 안보 및 정보기관에 절대적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승인 없이 사우디 관리들이 이런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또 보고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아마도 카슈끄지 암살 임무에 실패했을 경우 측근들이 해고되거나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밖에도 DNI는 암살팀 15명 중에는 왕세자의 측근이 주도하는 사우디 연구·미디어센터(CSMARC) 소속 관리와 왕실 경비를 담당하는 신속대응군(RIF) 소속 경호원 7명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카슈끄지 암살에 연루된 21명의 명단을 게시하고 "이들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관련이 있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참여하거나 명령을 받거나 공모했거나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썼다.

 

유엔 보고관 "미국, '카슈끄지 암살승인' 왕세자 제재해야"

  

2018년 10월 암살된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유엔 특별보고관은 26일 미국 정보 당국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즉결 처형에 관한 보고관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인 자산은 물론, 그의 국제 업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민사 소송과 관련한 면책 특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슈끄지 시신이 터키 이스탄불 영사관에서 훼손됐는지, 또 어떻게 처리됐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의 살해를 승인했다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사우디인 76명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재무부도 제재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그가 실권자인데다 사우디가 중동의 동맹이라는 현실과 타협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슈끄지는 지난 2018년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갔다가 피살됐다. 그의 시신은 훼손된 뒤 버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바이든,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 배제,  살만 국왕과 통화
‘카슈끄지 사건 보고서’ 기밀 공개로  빈 살만 견제 시도
빈 살만 주도 ‘반이란 대외정책’ 저지, 중동 정책 재조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탈동조화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조건적인 친사우디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친사우디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의 기존 중동정책뿐만 아니라 대외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통화를 할 예정이고, 이에 즈음해 미국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비밀해제해 공개할 방침이다. 이 보고서는 카슈끄지 살해에 사우디의 최고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적으로 공모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빈 살만 왕세자 및 그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의도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우리는 처음부터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측정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며 “이 정부의 의도처럼 대통령의 의도는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개입을 재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그 일환으로 (…) 대통령의 상대역은 살만 국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인권을 고리로 하여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사우디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며 버림받은 자들인 그들을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한 발언을 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왕실 숙청이나 카슈끄지 살해 같은 반체제 인사 탄압을 비롯한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사우디가 과도하게 밀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내세워 빈 살만 왕세자와의 직통 채널을 구축하고는 중동정책을 조율했다. 그 결과가 미국의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일방 탈퇴 등 강경한 반이란 정책이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의 중동 정책을 일방적으로 지지해,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 내전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관련된 무기 및 다른 장비 판매를 중단하는 명령을 내리며,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을 중단시켰다.

바이든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전화통화에서는, 빈 살만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어떤 형식으로든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주 <CNN>과의 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비밀보고서 해제에서 이 범죄에 관련된 개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진전된 대답”을 동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카슈끄지 살해에 관련된 17명에게 제재를 가했다. 곧 공개될 보고서에는 살해팀이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에게 건 전화통화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부담이 큰 탓에, 미국이 빈 살만을 실제로 제재할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빈 살만 제재보다는 사우디 국영기업이나 국부펀드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제한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우디 쪽은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국왕인 빈 살만을 고립시키려 하는지, 그를 왕위에서 낙마시키려고 시도하는지 당황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이 후보 시절에 말한 ‘버림받은 자’라는 표현과 관련해 “나는 그의 우려들이나 견해들이 바뀌었다고 확실히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강경한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미국이 빈 살만을 실질적인 국정 운영자로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면, 사우디 왕실의 권력투쟁이 점화될 수 있다. 빈 살만이 주도한 중동의 ‘반이란 전선’ 등 갈등요소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당면 과제인 이란 핵합의 복원과도 관련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권을 고리로 대중국 전선을 구축하려는 더 큰 그림의 전초 작업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위구르 지역 무슬림 탄압 등 중국의 인권 침해를 부각해 중국 견제 전선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사우디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대중전선의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   정의길 기자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매년 600여명 숨져

40~80%가 ‘자연사’…부검 안 이뤄져 법의학적 조사 불발

 

카타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EPA 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서 최근 10년 동안 이주노동자 67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타르는 2010년말 월드컵 개최권을 획득했고,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대규모 사망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으나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체 조사한 결과, 카타르로 이주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5개국 출신 노동자 중 6751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출신 노동자가 27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이었다. 케냐와 필리핀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조사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는 2010년 말 월드컵 유치 뒤 축구장 7개를 새로 만들고, 공항과 고속도로, 호텔, 신도시 등 수십 개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짓는 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20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동원됐다. 인구 290여만명인 카타르에는 정식 시민권자가 40여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국 출신 체류자들이다. 카타르 인구는 2000년 59만명에서, 2015년 203만명으로 늘었고, 현재 290만명까지 증가했다.

이주노동자의 대규모 사망은 일찍부터 논란이 됐다. 월드컵 유치 2년째인 2014년 초 인도와 네팔 출신 노동자가 각각 900여명, 300여명 사망해 ‘개최권 박탈’ 주장까지 나왔고, 2019년에는 인도·네팔 출신 사망자가 2700여명 사망한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됐다.

카타르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규모에 비례해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망자 중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카타르 정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죽음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에게 1급 의료보호를 제공하고 있고, 제도 개선을 통해 사망률이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사인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고, 그나마도 투명하게 밝히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보낸 국가도 마찬가지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부실하게나마 공개된 자료를 보면 사망자의 40~80%는 사인이 심정지나 호흡 장애로 인한 ‘자연사’로 기록되지만,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한 부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인도 출신의 경우 80%가 자연사였고, 작업장 사고는 4%, 도로사고 10%, 자살 6%였다. 네팔 출신은 48%가 자연사였고, 작업장 사고 9%, 도로사고 16%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20~50대인데, 이 나잇대 노동자들은 심정지 등으로 인한 자연사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낮에 섭씨 50도를 넘는 작업 현장에서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10시간 이상 일하다 사망한 경우, 이를 자연사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2014년부터 자연사의 경우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카타르 정부는 7년째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멀리 떨어진 유가족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종교적 이유 등으로 부검을 꺼린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히바 자야딘 연구원은 “카타르 당국에 돌연사 등 의심스러운 모든 죽음에 대해 법의학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이주 노동자들 피로 짓는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카팔라’ 족쇄 묶인 이주노동자,  4년새 인도출신만 1000명 숨져
‘2022 카타르 월드컵’ 유치 뒤 노동착취 참혹…실질적 노예 생활

 

2010년 233명, 2011년 239명, 2012년 237명, 2013년 241명, 2014년 2월 현재 37명…….

카타르 도하 주재 인도대사관이 지난 2월 공개한 카타르내 인도인 사망자 숫자다. 인도대사관은 카타르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30만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 규모는 ‘통상적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 인권·노동단체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한다. 카타르내 인도인의 절대 다수는 젊고 건강한 남성 이주노동자들이다. <가디언>은 카타르 통계청 자료 등을 인용해 2010년을 기준으로 15살 이상의 카타르 이주노동자 가운데 남성이 89%이고, 전체 이주노동자 중 15~44살 연령대의 청장년층이 85%라고 전했다.

2010년 12월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전후로 카타르 정부는 경기장과 인프라 공사 등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쏟아냈다. 그리고 4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체로 젊고 건장한 인도 노동자 1000명 가량이 숨졌다. 카타르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도 2012년과 2013년에만 38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등은 이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를 건설 노동자로 추정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인골탑’ 아래서 열린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카타르 인구는 2001년만 해도 60만명에 불과했는데, 10여년 만에 3배 이상 불어났다. 2000년대 들어 자원개발·건설 사업 규모를 늘린데다 월드컵을 유치한 뒤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이주노동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통계청은 2013년 인구를 190만명으로 추정했는데, 이 가운데 카타르 국적자는 15%도 안되는 25만명 수준이다. 160만명 이상이 외국인이고, 거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 국적자 한명당 거의 5~6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남아시아 빈곤국 출신인데 인도, 파키스탄, 네팔, 이란, 필리핀, 이집트, 스리랑카 등의 순으로 많다.

문제는 이주노동자 절대 다수가 ‘카팔라 시스템’(후원자 제도)이라는 중동 지역 특유의 족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카팔라는 건설·가사도우미 등 비숙련 이주노동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제도로, 노동자의 지위를 사실상 고용주의 ‘노예’ 신분으로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타르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레바논·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에서 뿌리내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카타르가 최악이라는 평을 듣는다. 예컨대 이주노동자가 되려면 반드시 카타르 국적자인 고용주가 스폰서가 돼야 한다. 일단 입국하면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일터를 바꿀 수 없다. 심지어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출국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카타르 고용주를 연결해주는 인력중개업체에 3~6개월치 월급을 뜯기는 조건으로 빚을 지고 오는 사례도 흔하다. 이러다 보니 거짓 계약조건에 속아서 입국했거나 고용주가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아도 되돌아갈 길마저 막혀 있는 경우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테레사 단테스라는 29살의 필리핀 여성은 입국 전에 가사도우미로 매달 400달러를 받고 식사와 방도 따로 준다고 해서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막상 입국해 보니 고용주는 250달러밖에 주지 않았다”며 “식사도 하루에 한끼 집주인 가족이 먹다 남은 것을 줬고, 계약과 달리 고용주의 장모와 여동생 집까지 청소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알 와크라 스타디움

건설 노동자들은 6월만 넘으면 녹아내릴 듯 뜨거운 사막 기후 속에서 건설 현장에 투입되지만 노동환경은 참혹하다. 카타르 노동법상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은 안되고, 기온이 최고 50℃까지 치솟는 여름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일을 시키는 게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주노동자들이 50℃를 오르내리는 한낮에도 쉬지 못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고, 안전모 같은 기본 보호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건설 노동자의 임금은 한달에 150~450달러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체불되거나 아예 떼먹히는 사례도 많다. 노동자 기숙사에 에어컨은 없거나 대부분 고장나 있고, 전기나 수돗물조차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곳들도 발견됐다. 이러다 보니 젊고 건강한 노동자도 건강이 악화하면서 툭하면 추락 사고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팔라 족쇄에 묶인 노동자들은 저항할 길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최근 이주노동자의 떼죽음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지자 카타르 정부도 제도 개선 뜻을 밝히긴 했다. 하지만 카타르의 노동인권 의식은 워낙 낮다. 카타르에 노동법이 생긴 건 2000년대 중반의 일이고, 최저임금제도도 없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계약서를 쓴 노동자의 4분의 1도 계약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고, 275달러 미만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의 42%는 계약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유한 소수의 카타르 국적자가 저임금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고용하고 편히 사는 데 익숙해진 국민 의식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카타르의 1인당 총생산(GDP)은 2011년 기준으로 9만8900달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점을 고려하면 카타르 국적자의 1인당 총생산은 69만달러에 이른다. 카타르인 가구의 95%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절반 이상이 두명 이상의 가사도우미를 둔다. 카타르인 10명 가운데 9명은 카팔라 시스템이 약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카타르 노동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카타르 시스템은 변화해야 한다”면서도 “개혁은 천천히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4월 9∼11일 팜비치서 개최…실탄 필요 대권주자들엔 '필참' 행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월 열리는 공화당 기부자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23일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9∼1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리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기부자 행사에 참석키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고 있는 개인리조트 마러라고도 팜비치에 있는데 어디서 행사가 열리는지는 공화당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봄마다 열리는 공화당 기부자 행사는 대권주자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다. '큰손'에 눈도장을 찍고 친분을 돈독히 해야 향후 대권 레이스를 위한 실탄이 넉넉해진다.

이 행사에는 톰 코튼·릭 스콧 상원의원과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2024년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이들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지난달 20일 백악관을 떠난 뒤 비교적 잠잠히 지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우 논객 러시 림보의 사망을 계기로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를 시작한 데 이어 점점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일 보수행동정치회의(CPAC)에서도 연설할 예정이다. 미 보수진영 대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연례행사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자신이 사실상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라고 언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며 거리를 두는 공화당 의회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그는 매코널 후보의 지원을 받아서는 선거에 승리할 수 없다면서 2022년 중간선거에서 '친(親)트럼프' 후보를 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인사들에 자기 편으로 줄을 서라고 대놓고 압박한 것이다.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 당?" … '트럼프 사람들' 출마 러시

보수진영 트럼프 영향력 토대 상원·하원·주지사 선거 저울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측근들의 선출직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와 탄핵심판이란 풍파를 겪었지만, 보수진영에 대한 그의 여전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정치권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전 백악관 참모 클리프 심스는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23일 보도했다. 현재 이 지역 공화당 상원의원인 리처드 셸비는 2022년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심스는 2019년 백악관 경험을 쓴 회고록 '독사들의 팀' 저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잠시 사이가 틀어졌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녀인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및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서 나온 뒤 작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문 작성을 감독했고, 이후 국가정보국장실(ODNI)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DNI 국장이던 존 랫클리프는 "그가 출마를 결심하면 누구도 그처럼 앨라배마를 위해 더 열심히 싸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고 기부자 중 한 명인 린다 플랜처드 전 슬로베니아 대사는 자신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의 자랑스러운 멤버"라며 이미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고 더힐은 전했다. 마가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였다.

트럼프 정부 때 해군장관을 지낸 케네스 브레이드웨이트와 덴마크 대사를 역임한 칼라 샌즈는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이곳 현역인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은퇴를 선언했다.

리처드 그리넬 전 DNI 국장대행은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해임될 때를 대비해 트럼프 측근들로부터 주지사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작년 11월 방역 수칙을 어기고 고급식당에서의 로비스트의 생일파티 참석 논란으로 공화당 주도의 주민소환에 직면해 있다.

아칸소 주지사 출마하는 트럼프 시절 백악관 대변인 샌더스 [로이터=연합뉴스]

새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이미 아칸소 주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선캠프 선임고문이었던 카트리나 피어슨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고(故) 론 라이트 공화당 하원의원 자리에 출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전 백악관 참모인 맥스 밀러는 트럼프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앤서니 곤살레스 하원의원(오하이오)을 상대로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더힐은 "트럼프 전 정부 관료들이 '포스트 트럼프'의 정체성을 찾는 공화당에 대한 트럼프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선출직이란 미지의 영역을 시험하고 있다"며 "공화당 인사들은 이런 움직임이 트럼프의 유산을 이어나가길 바라는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트럼프의 계속되는 인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고 전했다.

루 바레타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의 당이고, 트럼프는 탄핵 심판 이후 인기를 얻었을 수도 있다"며 "민주당 목표가 그의 자격을 뺏는 것이었다면 그들은 그를 더 크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납세기록 확보에도 트럼프 수사 곳곳 장애… '시간 싸움'

뉴욕주 중범죄 '5년 시효'·수십개 회사 기록검토 등 변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검찰에 납세 자료를 내라는 법원 명령으로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여전히 여러 장애물이 있어 예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

CNN방송은 23일 뉴욕주 검찰의 수사는 트럼프 측의 납세 및 재무 기록을 확보하게 돼 상당한 힘을 얻었다면서 검찰은 며칠 내로 기록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연방 대법원은 전날 뉴욕 검찰이 소집한 대배심 소환장에 따라 납세자료를 넘기라는 하급심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트럼프 측 요청을 기각하는 명령을 내렸다.

뉴욕주 맨해튼 지검은 2019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수사에 착수, 트럼프 개인과 트럼프그룹의 8년 치 납세자료 제출을 요구해왔다.

검찰은 납세 기록 검토 후 주요 증인을 조사하고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검찰은 트럼프 회사의 재무제표, 업무 계약, 세금신고서 작성과 검토에 관련된 문서, 세금 작업 서류 및 의견교환 내용 등 4개 범주의 문서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세금 감면 시도와 기업 가치 평가 등에 관한 의사결정이 담긴 문서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범죄 의도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록을 검토하고 다른 문서 및 증언과 함께 짜 맞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그룹은 수십 개의 회사로 구성돼 있으며 자체 재무제표와 세금보고서를 갖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왼쪽) [AP=연합뉴스]

시효 문제로 '시간과의 싸움'도 예상된다.

뉴욕주는 대부분 중범죄에 5년의 시효를 갖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범죄가 드러나도 검찰이 공소시효에 막혀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측이 건물과 자산의 가치를 속여 금융기관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에 관한 금융·보험사기 의혹도 수사 중이다.

불법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세금 및 금융사기 사건의 속성도 어려움을 가중한다.

전직 검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자문을 의존했기 때문에 세금이나 금융사기 의혹을 사건화하기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동산은 자산 평가에서 재량의 여지가 더 많아 복잡성을 더한다고 CNN은 말했다.

전직 검사들은 세금 감면이나 자산 가치 평가가 표면적으로 의심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출기관도 거액 융자 전에 자체 검토를 해서 이들에게 손실이 없다면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문은 수사를 이끄는 사이러스 밴스 검사장의 지휘 아래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CNN은 짚었다.

밴스 지검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이며 그는 재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인사는 전했다.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맨해튼 지검장

660명 중 1명꼴로 숨져…누적 감염자는 12명 중 1명꼴

백신 속도전 접종 6% …'집단면역 70∼85%' 갈 길 멀어

 

2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이 넘은 것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그는 부인 질 여사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함께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했으며 연방기관에 조기를 걸도록 지시하는 등 미국이 직면한 비극적 현실을 국가적으로 애도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22일 50만명을 넘어서자 정부 차원에서 추모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연방기관에 조기를 걸도록 지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의사당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등 미국이 직면한 비극적 현실을 국가적으로 애도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팬데믹의 치명적 영향에 지속해 집중하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거듭 얕잡아 말하고 미국인들이 추모하는 것을 이끌 생각이 없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미국의 누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를 2천818만1천128명, 누적 사망자 수를 50만71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2월 초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 그로부터 1년 남짓 만에 무려 50만명이 이 질환으로 생명을 잃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숨진 미국인 수(약 40만5천명)보다 더 많은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미국의 감염자는 확진자 수 2위인 인도(1천100만5천여명)의 거의 3배에 달하고, 미국의 사망자는 2위인 브라질(24만6천여명)의 2배가 넘는다.

사망자 50만명은 미국 전체 인구 3억2천820만명(미국 인구조사국 기준)의 0.15%에 달한다. 이는 그동안 미국인 660명당 1명꼴로 코로나19로 숨졌다는 뜻이다.

또 미국인 12명 중 1명(8.6%)이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셈이다.

고무적인 소식은 백신 접종에 조금씩 속도가 더 붙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까지 7천520만5천여회분의 백신이 배포됐고, 이 중 6천417만7천여회분이 접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은 4천413만8천여명, 2회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1천943만8천여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각각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3%, 6%에 달하는 것으로,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한 집단감염 형성에 요구되는 추정치 70∼85%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도 위험 요소다. CDC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약 1천700건의 변이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發) 변이를 모두 합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현실을 과소 반영하는 것으로 보건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려면 별도의 유전자 시퀀싱 검사를 해야 하는데, 미국은 아직 이 검사를 충분히 많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검사를 확대할 경우 실제 변이 감염자는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영국발 변이인 B.1.1.7이 현재 미국 감염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못 미치지만 4월 하순께에는 80%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금부터 수십 년 뒤 사람들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호흡기 감염으로 숨진 것을 두고 이 나라의 역사에 끔찍하게 역사적인 이정표였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