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치료와 경고 받고 단식 중단
다리 마비 치료 요구하는 24일간 단식투쟁
러시아서 반정부 시위, 국제사회 항의 사태

 

 

옥중에서 단식투쟁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4·사진)가 단식을 중단했다.

나발니는 23일 자신의 주치의 치료와 계속적인 단식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는 경고를 받고는 단식투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가 단식을 시작한지 24일만이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단식투쟁 중단을 알리면서 자신의 팔과 다리 마비와 관련한 주치의의 방문 치료를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주치의에 의한 치료는 그가 옥중 단식투쟁을 한 주요 이유이다.

 

그는 “러시아와 전 세계의 좋은 사람들의 큰 지지 덕분에 우리는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신의 단식투쟁 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주치의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단식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단식과 이에 따른 건강악화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에서 큰 우려와 반향을 일으켰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그의 치료와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의료진들은 나발니가 건강악화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고,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압박해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나발니가 사망하면, 러시아가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발니는 올해초 횡령 혐의 등으로 체포되어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체포에 앞서 나발니는 시베리아로 여행 도중에 독극물에 중독되어 독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나발니와 서방은 그의 독극물 중독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공작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빚었다.

 

나발니는 수감 중에 요통과 다리 마비 등으로 자신의 주치의 치료를 요구했으나 거부되자, 지난 3월31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그의 단식과 건강악화는 러시아 전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촉발했다. 지난 21일에도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나발니를 지지하고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정의길 기자

바이든, 부유층 대상 자본이득세
현행 20%서 39.6%로 인상 추진
법인세 이어 ‘불평등 해소’ 고삐

한국, 주식·부동산 과세 완화 기조
미국·유럽 등 증세 흐름과 대조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부자 증세’ 모드로 완전히 접어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회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 법인세를 올린 데 이어, 자본이득세도 2배나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과세를 완화하는 국내 흐름과 대조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수준의 2배인 39.6%로 올릴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자본이득세는 주식 등 자산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이득에 대해 물리는 세금이다.

 

통신은 이 방안을 준비 중인 관리들을 인용해, 주식 등의 투자수익이 100만달러 이상인 이들에게는 현행 20%의 세율을 39.6%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본이득세 인상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지금 최종 마무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하층이 겪는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지출안’과 ‘부자 증세’를 검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 의회에서 교육 개선 및 아동 복지를 위한 ‘미국 가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때 신규 지출 1조달러와 세액공제 5천억달러 등 1조5천억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자본이득세 인상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전국민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위해 투자수익에 대해 3.8%의 세금이 추가되는데, 이를 포함하면 자본이득세는 43.4%까지 오르게 된다. 특히, 주 정부도 자본이득에 대해 별도로 과세할 수 있어 뉴욕주의 경우는 고액의 자본이득 세율이 52.22%,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56.7%까지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이득세가 인상되면 향후 10년 동안 약 3700억달러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부자들이 중산층보다 적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부자들에 대한 자본이득 및 소득세 세율을 공정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자본이득세 인상이 실현되면, 그동안 노동임금보다 투자수익 세율이 낮았던 조세 체계가 역전된다.

 

자본이득세가 인상되면 월가 등 금융가의 고액 성과보수 체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금융가와 기업들이 강력히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역시 일관되게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상원 재무위원장이었던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은 자본이득세를 인상하면 “투자를 줄이고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자본이득세를 자산 매도 때가 아니라 매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도 발표했다. 법인세 인상은 미국의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재원으로 추진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연 소득 40만달러 이상의 급여 등을 받는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도 현행 37%에서 39.6%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이미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속된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 증세’ 기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의 경우 올해부터 과세 대상을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현행 10억원 이상 보유)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려 시행 직전인 지난해 말 전격 유보했다. 최근에는 집값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소득이 증가한 법인과 개인의 최고 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5%포인트 올리는 등 몇몇 증세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심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코로나 극복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고소득자·대기업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거듭 권고해왔다. 정의길 기자

 

‘법무부에 증오범죄 다룰 상근자 지명’ 등 담아
법안 일부 표현만 수정해 94 대 1로 압도적 통과
민주당 “증오범죄 용납 안 된다는 메시지”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22일 상원에서 코로나19오 관련한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법안이 통과된 뒤 같은 당 동료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법안을 주도한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 왼쪽은 리차드 블루멘탈 상원의원. 워싱턴/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증가한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를 줄이기 위한 법안이 22일 미 상원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했다.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메이지 히로노 상원의원과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주도한 ‘코로나19 증오범죄 법안’을 찬성 94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유일한 반대표는 지난 1월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에 반대했던 공화당의 조시 하울리 상원의원이 던졌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연방·주·지방 정부 사법기관에 신고된 증오범죄를 신속하게 검토할 상근자를 연방 법무부에 지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지방 정부 사법기관이 증오범죄 신고 온라인 창구를 여러 언어로 제공하고, 공공교육 캠페인도 주도하도록 연방정부가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공화당에서는 애초 이 법안에 반대 기류가 강했으나, 이 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히로노 의원과 타협해 연방정부의 지침과 관련한 법안의 일부 표현을 수정한 뒤 자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히로노 의원은 표결에 앞서 “우리는 미국에서 반아시아계 폭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상원이 구경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단단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호소했다. 표결 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정부가 관심을 갖고, 걱정을 들었으며, 보호하기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또한 우리는 증오범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너무도 명백한 메시지를 이 나라에 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법안을 다음달 하원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통과 또한 유력시된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으로 확정된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뒤 지난해 전세계로 퍼지면서 미국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행위가 급증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니노 연구소가 뉴욕 등 미국 내 16개 주요 도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122건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증오 행위를 신고받는 ‘아시아·태평양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379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의 한국 '패싱'(열외취급)이 도를 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외교의 현주소와 치졸한 근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 등에 배치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 판결을 시정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런 입장에 근거해 올해 취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는 물론이고 새로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와의 면담도 거부하고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23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의 한국 관련 질문을 사실상 묵살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날 회견에서 아사히신문 기자가 '주권면제'를 인정해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부인한 서울중앙지법의 지난 21일 위안부 소송 판결이 한미일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이 판결을 계기로 3국 간 협력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물었다.

아사히 기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언급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모테기 외무상은 난해하다고 볼 수 없는 이 질문에 "미안하지만 질문 취지를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3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외무성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모테기 외무상은 아사히 기자가 거듭 "21일 위안부 소송 판결이 나왔잖아요"라고 하자 "그건 알고 있다.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 협력을 도모해 나가는 일, 이런 것의 중요성을 표명한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질문을 하는 의미를 모르겠다"고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아사히 기자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로 "(내 질문은) 말 그대로입니다만"이라고 대꾸했고, 모테기 외무상은 "약간 내 사고(思考)를 넘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이어갔다.

모테기 외무상은 "만약 (질문을) 해설해 준다면 이러이러한 것으로 영향이 생길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내가 몰라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그 설명을 해 주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횡설수설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엉뚱한 답변으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날 아사히 기자의 질문을 묵살한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21일 중의원(일본국회 하원) 외무위원회에선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판결을 한 것에 대해 "이 판결이 일본 정부 입장을 근거로 한 것이라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해야 한다. 한국 측의 전향적인 제안을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자 사설에서 "신임 한국 외교부 장관이나 주일(한국)대사를 냉대하고 각료들에 대한 예방이나 회담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외교적으로 치졸하다. 난제가 있기 때문에 더욱 직접 이야기하는 성숙한 이웃 나라 관계를 명심해야 한다"고 모테기 외무상을 겨냥한 논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