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희망사항?  핵협정 복귀협상서 동결자금 문제 부각 의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11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란의 유엔 분담금 일부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약 7조7000억원)으로 납부하는 방안에 한국과 이란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미국과 협의 절차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는 등 내용을 다소 부풀려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동결자금을 둘러싼 한-이란 간 협의 결과와 관련해 “현지 시간 22일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 간의 면담에서 이란은 우리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 다만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22일 이란 정부 누리집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한국 시각으로 22일 밤 늦게 이런 내용을 공개하자, 양국이 이란 동결자산의 처리와 관련해 결정적 합의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 정부가 공개한 유 대사의 발언도 이런 해석의 근거가 됐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70억달러(약 7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날 외교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양국이 ‘동의’한 것은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세부 절차다.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송금 자금의 규모와 흐름을 세세히 적시하고 그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봤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란이 유엔 총회 투표권을 회복하려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1625만달러·약 180억원)을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대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이달 초 “분담금을 (동결자금으로) 낸다는 것은 (미국과) 협의가 끝났고 굉장히 기술적 부분만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 쪽 은행 한 곳과 얘기가 된 것으로 안다. 미국 은행이 (송금 과정 등) 관련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국은 유엔 분담금 대납 외에도 동결 자금 일부를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해 전하는 세부안에도 동의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안을 우리가 제시했고 이란이 동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본격화한 ‘스위스 채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아래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 개설된 통로로, 스위스에서 의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고 대금은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지금껏 이란 정부는 이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스위스 채널을 통해서는 꽤 큰 규모(의 이전)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란 쪽에서 만족할 만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협의 내용을 부풀려 발표한 데 대해 외교부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동결자금 이전 문제에서 결정적 변수인 미국과 협의 절차의 필요성을 빼놓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란의 희망사항을 밝힌 것뿐”이라며 “한국과 이란이 의견 일치를 봤더라도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실행이 안 된다. 합의라고 할 수 없고, 잘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이 ‘이란 핵협정’(JCPOA) 복귀를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과정 속에서 동결자금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거나, 6월 대선을 앞두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정부가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은 기자

 

이란 “한국과 동결 자산 이전·사용 합의”...한국 부인

한국 외교부 관계자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 통해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21일)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자산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며, 이란 정부가 22일 공식 누리집에 공개한 사진. 이란 정부 누리집 갈무리

 

이란 정부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한국 외교부는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이란의 발표를 부인했다.

이란 정부는 22일 오후(한국시각 22일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한국 대사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중앙은행이 서울에 이전을 원하는 자산의 액수와 송금 은행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또 “한국 (유정현)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고,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의 발표를 보면, 헴마티 총재는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 문제와 관련한) 서울의 접근 태도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이란은 다른 나라의 태도 변화와 협력 강화를 환영하지만, 이란중앙은행은 한국의 은행들이 지난 몇 년 간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한 것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쪽은 이 부정적인 기록을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이후,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자금은 총 70억 달러(약 7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 정부의 협상 타결 발표를 부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문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4일 페르시아만의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을 억류했고,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 대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란은 지난 2일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의 억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으나, 오염 조사를 위해 선박 억류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선원들의 귀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10일 억류됐던 선원 중 처음으로 한국인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귀국했다. 전정윤 김지은 기자

일본 도쿄전력 직원이 21일 후쿠시마현의 제1 원전의 원자로 격납용기 옆에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이 원전의 일부 원자로 격납용기에 균열 등 추가 손상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나타났다. 오쿠마 AFP/연합뉴스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폐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이 원전 관련 중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23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에 설치한 지진계 2대가 고장 난 상태였지만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규모 7.3의 강진과 이후의 여진이 3호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열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의 질문에 도쿄전력이 답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폭발 영향으로 3호기 원자로 건물 등의 내진성이 떨어져 안전성을 지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5, 6호기에만 있던 지진계의 추가 설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지난해 3월에 3호기 건물 1층과 5층에도 각각 지진계를 설치했다.

1층 지진계는 지난해 7월 폭우로 침수되면서 고장 났고, 5층 지진계는 작년 10월부터 측정 데이터에 오류가 생기는 문제가 확인됐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고장 난 지진계를 방치한 채 함구하다가 전날에야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13일 강진 이후로도 몇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와 관련해 설명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진계 수리가 늦어진 이유로 "오류(노이즈)가 발생한 원인 분석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장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시험 설치한 것"이라며 정상 가동으로볼 수 없어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뒤 3호기에서 900m가량 떨어진 6호기의 지진계로 관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3호기의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쿄전력은 13일의 강진으로 제1원전 부지 내의 오염수 저장 탱크 중 정상위치에서 이탈한 탱크가 있는 것을 이튿날 확인하고도 강진 발생 5일 후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새거나 설비가 손상된 것이 아니라서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해양 방류 방식으로 처분하려는 오염수나 폐로 관련 사안 등을 놓고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각종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전날 열린 원자력규제원회에서 도쿄전력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성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13일의 강진 이후 1호기와 3호기의 격납용기 냉각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등 최근 강진의 영향으로 보이는 이상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도쿄전력은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  “시리아로 백신 전달 안해 … 푸틴에 감사”
군 라디오 “네타냐후, 외교 수단으로 백신 거래 고려 언급”

 

지난 1월 2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밀리에 대신 사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감자 교환을 성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교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1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하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시리아로 보내는 방법으로 수감자를 교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17일 러시아의 중재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민간인 여성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 민간인 2명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 2명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원주민이며, 이스라엘 여성 2명은 실수로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지방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협상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SANA통신은 백신 대리구매 협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과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 백신을 전달하지 않았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더는 부연하지 않겠다"라고만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자국민 석방을 도와달라고 직접 2차례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외국 언론의 보도 후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한 '비공개 명령'(gag order)을 풀었지만, 러시아와 맺은 합의서에 백신 관련 이슈는 비밀로 하자는 규정이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고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불법 점령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의 적성국인 이란의 후원을 받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바샤르 정권의 최대 후원자이지만, 이스라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 위기가 결과적으로 두 적성국의 인도적 외교의 지렛대가 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빠르게 접종하는 곳이며 11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백신 접종은커녕 방역 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

NYT는 그러나 양국의 이번 협상 소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은 인구 2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고작 수천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200만 명이 사는 가자지구에는 지난주 첫 백신 접종분의 수송을 지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와 수교를 맺는 수단으로 백신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 불특정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후 수단, 모로코 등과도 관계를 정상화했다. 다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체 접종을 위해 필요 이상의 백신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자국민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 이후 잉여 물량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일상 복귀' 본격화 이스라엘이 알려준 백신의 효능과 한계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신청 사이트에 게시된 일상 복귀 일러스트. [이스라엘 보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본격적인 일상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폐쇄했던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의 문을 다시 열었고 백신 접종자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문화·스포츠 행사 등 참석도 허용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천명대에 달하는 상황 속에 단행된 이번 조치는 임상시험이 아닌 실제 접종에서 확인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상당부분 의존한 조처다.

그러나 절대적인 백신 접종자 수가 집단면역 수준에 못미치는데다, 백신의 효능에 한계가 있고, 접종을 강력하게 거부하거나 청소년과 아동 등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이 있어 집단면역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았다.

 백신 접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전체 인구의 30%가 접종 마친 백신 효능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은 91.8%였다.

이는 2회 접종 후 1주일이 지난 접종자 통계를 통해 확인했다.

발열과 호흡기 이상 등 유증상 억제율은 96.9%,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5.6%,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6.4%, 사망 억제율은 94.5%였다.

2차 접종 후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효능이 더욱 좋았다.

감염 예방 효능은 95.8%, 유증상 억제율은 98%, 입원환자 발생 억제율은 99%, 중증 환자 발생 억제율은 99.2%, 사망 억제율은 98.9%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19일 이스라엘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21일 오전까지 1차 접종자는 456만 명으로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46%,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288만여 명으로 인구 대비 30.9%에 달한다.

강력한 봉쇄 조치와 함께 빠른 접종이 진행되면서 한때 1만 명을 넘어섰던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3천 명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사례를 인구 상당수에 대한 효율적 백신 접종의 모델로 여긴다"며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작은 나라지만 대국민 접종을 위한 조직적 능력은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앞서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의 효능과 관련된 눈에 띄는 감염 사례 감소가 확인됐다. 이는 백신이 접종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중요한 암시"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백신 접종자에게 공짜 술 제공 이벤트 [로이터=연합뉴스]

 

◇ '그린 패스' 유효기간 접종·회복자는 6개월…음성 판정자는 72시간

이스라엘은 21일부터 2단계 일상 복귀 조치를 가동했다. 지난해 12월27일부터 6주간 이어온 코로나19 봉쇄를 지난 7일에 일부 완화한 데 이은 조치다.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에서는 누구나 일반 상점, 재래시장, 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졌고, 박물관과 도서관에도 입장할 수 있다.

2차 접종을 마치고 1주일이 지난 사람과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자, 코로나19 음성 판정자에게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

이들은 '접종 증명서', '회복 증명서', 또는 '그린 패스'(green pass) 등 3종의 증명서 중 하나를 받아 헬스클럽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호텔 투숙도 가능하다. 또 실내 또는 야외에서 열리는 문화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에도 참석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그린 패스' 견본 [이스라엘 보건부 제공=연합뉴스]

 

백신 접종자와 감염 후 회복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패스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지만,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72시간 동안만 유효한 증명서를 받게 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미성년자의 경우도 부모의 '그린 패스'를 통해 인증이 가능하다.

그린 패스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그린 패스 발급 사이트는 20일 저녁부터 방문자가 급증해 한동안 먹통이 됐다.

또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SNS상에 그린 패스 위조와 매매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위조한 그린 패스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4천 셰켈(약 170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집단면역' 달성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접종을 진행하고 시민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시작한 이스라엘은 '집단 면역'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앞서 의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70%가 접종해야 한다"며 "그린 패스는 백신 접종자와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일상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70%는 650만 명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2회 접종자는 288만 명이고 1차 접종자 기준으로도 456만 명에 불과하다. 완치자 수는 69만4천 명이다.

백신의 예방 효능과 접종을 거부하는 계층, 아직 접종이 불가능한 연령대의 존재는 집단 면역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밝힌 화이자 백신의 최대 예방 효능은 95.8%(2차 접종 후 2주일 경과 기준)다. 백신을 맞더라도 감염되는 사례가 적잖이 나온다는 뜻이다.

더욱이 화이자 백신이 영국 또는 남아프리카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는 초정통파 유대교도 등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거나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집단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16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은 임상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전면적인 접종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전체 감염자 가운데 접종대상이 아닌 아동과 청소년 비중이 최근 급증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감염자중 상당수게게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연합뉴스

2차대전 때 강제수용소 경비 근무…캐나다 거쳐 59년부터 미국 거주

 

                               추방 명령 받은 베르거의 옛 사진

 

과거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 경비병으로 근무한 90대 노인이 미국에서 독일로 추방됐다.

2차대전 후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지만 침몰한 배에서 발견된 근무 카드로 인해 부역 사실이 드러나 결국 75년 넘게 지나 95세의 고령에 추방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독일 시민권자 프리드리히 카를 베르거가 2차 대전 때 독일 함부르크 인근 노이엔가메 강제수용소 산하 수용소에서 근무했다고 판단해 추방을 명령했다.

당시 이곳에는 유대인 수용자는 물론 러시아, 네덜란드, 폴란드 민간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정적이 수용돼 있었다.

베르거는 1945년 영국과 캐나다 군이 이 수용소로 진격할 당시 수용자들을 본 수용소로 강제 이동시킬 때 경비를 담당했다. 당시 2주간에 걸친 이동으로 70명이 사망했다.

또 수용자들은 2대의 배에 나뉘어 발트해의 뤼베크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데, 영국 전투기의 오인 공격으로 인해 전쟁 마지막 주에 수백 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했다.

몇 년 뒤 침몰한 배에서 서류를 건져냈고, 법무부의 역사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베르거가 수용소에서 복무한 기록을 찾아냈다.

베르거가 전시 복무를 포함해 독일에서 고용된 것에 근거해 독일로부터 연금을 받는 사실도 추방 결정의 근거가 됐다. 그는 독일 해군에서 근무하다 2차 대전 마지막 몇 달간 이 수용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거는 당시 자신이 수용소에서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잠시 머물렀을 뿐이며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독일의 과거 한 집단수용소 모습

베르거는 2차 대전 후 아내,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뒤 1959년 미국으로 넘어와 정착했다.

미국은 나치의 박해 때 부역한 이들의 입국을 금지했지만, 이 법은 1957년 만료됐다. 베르거는 미국 이민을 신청할 때 독일 해군에서 근무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은 이후 1978년 '홀츠먼 법' 개정을 통해 나치의 박해에 참여한 이들의 입국이나 미국 거주를 금지했다.

베르거는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추방된 70번째 인사에 해당하며, 현재 추가로 추방 심사를 받는 이는 없다.

독일은 지난해 증거 불충분으로 베르거에 대한 소를 취하했지만, 추방 후 독일 경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