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격 발생
용의자 체포 … 범행 동기 수사중
8명 사망 애틀랜타 총격 뒤 엿새 만

 

22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식료품점에서 총격이 발생한 뒤 사람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가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볼더/A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식료품점에서 22일 총격이 발생해 경찰관 한 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마리스 헤롤드 볼더 경찰서장은 이날 밤 브리핑에서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경찰관 에릭 탤리(51)를 포함해 10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는 부상당한 채 경찰에 붙잡혀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에서 촬영된 방송 영상에는 웃도리를 입지 않은 채 몸에 피가 묻은 한 남성이 수갑을 찬 채 경찰관에 의해 식료품점 바깥으로 끌려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용의자의 구체적인 신원이나 범행 동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용의자와 식료품점 내부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단독 범행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볼더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킹 수퍼스에 총격범이 있다”고 안내하면서 주민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오후 2시30분께부터 총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남편과 함께 이 식료품점에 있던 콜로라도대 학생 네븐 슬로언은 “총 소리를 처음에 들었을 때 누군가 물건을 떨어뜨린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15~20번의 총 소리가 났다. 남편이 와서 나를 문으로 밀쳐내면서 ‘911 불러’라고 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식료품점의 정육 코너에서 일하고 있던 알렉스 아렐라노(35)는 “연속적인 총소리에 죽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중무장한 특수기동대(SWAT)를 투입하고 헬기를 띄워 식료품점을 포위한 채 건물 안 용의자를 향해 “건물 전체가 포위됐다. 항복하라”고 경고했다.

숨진 경찰관 탤리는 총격 소식에 가장 먼저 현장에서 대응하다가 범인의 총에 맞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샘 위버 볼더 시장은 트위터에 “오늘 오후 벌어진 비극을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며 “우리 공동체는 우리의 손실을 슬퍼하고 치유를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추가 상황 또한 계속 보고받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번 총격 사건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백인 청년 로버트 애런 롱(21)이 세 군데의 마사지숍을 돌며 총격을 가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진 참사 뒤 불과 6일 만에 벌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콜로라도 총격 희생 경찰에겐 일곱 자녀…부통령 "너무 비극적"

CNN "애틀랜타 총격 이어 지난 7일간 미국서 7건의 총기 난사“

 

미국 콜로라도주 식료품점 총격 참사 희생자 10명 중 한 명인 경찰이 일곱 자녀의 아버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23일 협력사 KUSA의 보도를 인용, 총격으로 사망한 경찰 에릭 탤리(51)가 일곱 자녀를 뒀으며 첫째가 20세라고 보도했다.

탤리의 부친 호머는 "아들은 어떤 것보다 가족을 사랑했다"면서 유머감각이 좋은 장난꾸러기였다고 슬퍼했다.

                           콜로라도 총격에 희생된 에릭 탤리 경관 [AP=연합뉴스]

2010년부터 콜로라도주 볼더 경찰로 일한 탤리는 식료품점에서 벌어지는 총격 신고가 911에 들어오자 곧바로 출동했으며 현장에 도착한 첫 경찰이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동료들은 탤리의 행동을 영웅적이라 묘사하면서 추모행사를 열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삶을 살아가고 아무도 괴롭히지 않은 10명이었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엄청난 용기와 영웅적 행위로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도 있었다. 일곱 자녀가 있다고 한다. 비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콜로라도주 볼더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 탤리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사건 엿새 만에 또다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CNN방송은 지난 16일 애틀랜타 총격에 이어 17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서 5명이 총에 맞았고 18일에는 오리건주 그레셤에서 4명이 총격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토요일인 20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클럽에서 5명이 총격으로 다쳤고 같은 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8명이 총에 맞고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지난 7일간 모두 7건의 총기난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유럽공장들 생산 차질에 EU가 수출제한 추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놓고 벌이는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갈등이 수출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완료된 브렉시트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백신 민족주의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유럽연합이 네덜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출하라는 영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21일 <로이터> 통신 등이 유럽연합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덜란드 레이던에 위치한 이 공장은 하청 제약사 ‘할릭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과 영국에 공급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한다.

또다른 유럽연합 당국자는 “영국은 네덜란드 할릭스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 의약품을 자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할릭스가 생산한 백신 물량은 유럽연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과 영국 양쪽에 공급키로 한 계약을 무시하고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백신을 유럽연합에만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와 코브라 바이오로직스가 영국에서 운영하는 공장 2곳은 유럽연합에도 백신을 공급하기로 계약돼 있으나, 아직 보내지 않았다. 한 유럽연합 관계자는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자국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때까까지 수출을 막는 조항을 담은 것으로 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양쪽 갈등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영국계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에 애초 약속했던 백신 공급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고, 실제 공급량은 애초 1분기 약속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천만 회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많이 공급받은 국가로, 총 4200만 회분 중 1000만 회분을 받아갔다. 유럽과 영국에 있는 공장 중 유독 유럽공장들에 생산 차질이 빚어졌는데, 유럽연합은 이런 불균형의 배후에 영국 당국이 있다고 본다.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은 영국이 백신 보급에서 미묘한 태도를 보이자, 유럽연합도 지난 17일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유럽연합에 백신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률이 유럽연합보다 높은 나라들에 대한 백신 수출 제한을 강화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 조약 122조의 발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포기하고, 백신의 역외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다. 국제 통계 누리집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19일 기준 영국의 백신접종률은 42%에 이르지만, 유럽연합 국가들은 주로 10%대에 머물고 있다.

영국의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은 21일 <스카이 뉴스> 인터뷰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태도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유럽연합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미  “중국에 약점 간파당해” 위기감
중 “미국과 맞설 수 있다” 애국열풍

 

“중국인한테 안 통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없다.”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한 발언을 담은 각종 기념품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타오바오’ 갈무리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지난 18~19일 열린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의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쪽에선 ‘달라진 중국’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반면, 중국에선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중국’에 환호하며 애국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치에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중국의 경고’란 제목의 사설을 올렸다. 신문은 “앵커리지 회담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인 미-중 관계의 향후 판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담이었다”며 “공개 석상은 물론 비공식 석상에서도 중국 쪽의 언사는 거칠었으며, 중국의 부상을 두고만 봤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현 중국 지도부의 인식은 (베트남전 패전 이후) 미국 쇠퇴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공산주의가 전세계에서 득세하던 1970년대의 소련 지도부의 인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게다가 당시 소련보다 현재 중국의 경제력은 훨씬 막강하다”고 짚었다.

또 신문은 “앵커리지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처음 대면한 중국 고위 인사가 내놓은 거친 발언은 미-중 관계의 새로운 현실을 극명히 보여줬다”며 “그의 연설은 (중국이) 미국의 취약성을 감지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이어 “쇠퇴하는 미국에 맞서 전략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커다란 시험대이며, ‘앵커리지의 강연’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라고 강조했다.

신문이 언급한 ‘강연’은 회담 첫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비판적 머리발언에 대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반박 발언이다. 이날 양 정치국원은 통역을 포함해 무려 20분 동안이나 이어진 발언을 통해 “세계 절대다수의 국가는 미국의 가치가 국제적 가치이며, 미국이 말하는 게 국제 여론이며, 미국을 비롯한 소수 국가의 규칙이 국제사회의 규칙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있고, 중국은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인권 문제를 비롯해 각 방면에서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에나 신경을 써야지,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며 “미국은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중국에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으며, 중국인은 이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정치국원의 이런 발언은 “세계 무대에서 미국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중국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 내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회담 직후부터 타오바오·징둥 등 중국 거대 인터넷 쇼핑몰에선 그의 발언 내용을 담은 티셔츠와 휴대전화 케이스, 에코백과 우산, 라이터 등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미 애국주의’ 열풍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하루 10만명 육박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다 발생 기록, 사망도 부쩍

 

브라질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는데도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대통령 관저를 찾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브라질리아/AFP 연합뉴스

 

인구 2억1000만명의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의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불능 수준에 빠지면서 주변국은 물론 전세계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지난 19일 9만570명으로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사망자도 2815명으로, 사상 최다인 지난 16일의 2841명에 근접했다. 20일과 21일에는 확진자가 각각 7만9069명과 4만7774명으로 줄었지만, 주말 검사 건수 감소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으로 22일 오전 현재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199만8233명, 29만4042명으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전세계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안정된 것과 달리 브라질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은, 지난해 11월 북부 아마조나스주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P.1’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훨씬 강하고 기존 바이러스용으로 개발된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브라질 상황은 확진자 증가, 의료시설 마비, 사망자 급증이라는 악순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망자는 2월 하순부터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20일 기준 집계를 보면, 인구 100만명당 브라질의 하루 사망자 수는 세계 평균치(1.13명)의 9배가 넘는 10.52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달 새 갑절로 는 것이다.

사망자 급증은 의료체계 마비 탓이 크다. 미국 <CNN)>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중치료시설의 환자 수용 여력이 20%밖에 남지 않았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용 여력이 바닥나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게다가 산소호흡기나 의약품은 물론 환자용 산소까지 부족해 입원 환자들조차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현지 일간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브라질 상황이 주변국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국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주목하면서 방역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잇따라 브라질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선임연구원인 역학자 에릭 파이글딩은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하면 전세계가 함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일대 면역생물학과의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도 트위터에 쓴 글에서 “브라질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며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맞춘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을 최대한 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지난주 “브라질 당국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접국은 물론 전세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시민의 자유와 경제 보호를 내세우며 봉쇄 조처를 거부하는 등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CNN)>이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