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에 맞서는 할머니들’(Omas gegen Rechts) 그룹은 201711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결성됐으며 현재 3천여명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독일 100여개 그룹 차별에 맞불할머니 그룹 오마스(Omas)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 맞선 시위 나서는 50~80대 오마스

 

우리의 영혼과 정신은 젊습니다. 불의·차별로 나라 망가지는 것 원치 않아, 다음 세대, 모두 위해 투쟁할 것

이주·난민 여성과 함께 일하는 국제 페미니스트 그룹인 국제여성공간’(IWS)은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모든 차별에 맞서 투쟁하고, 그 가운데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이 그룹에서 나의 주된 업무가 기록이다 보니, 베를린의 다양한 진보 단체가 조직하는 여러 집회에 자주 참석한다.

극우에 맞서는 할머니들’(Omas gegen Rechts. 이하 오마스)이라고 적힌 피켓을 처음 발견한 건 20185, 나치 반대 집회에서였다. 당시 극우주의자들이 조직한 집회에 5천명이 모였고, 그들의 5배 규모인 25천여명의 시민이 극우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맞불 시위를 열었다. 당시 베를린의 큰 클럽과 극장, 예술단체 등이 시위를 주도한 덕에 거리는 음악과 춤으로 가득 찼고 나치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

2017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

그 이후로 할레에서 벌어진 극우주의자의 유대교회당 테러(201910) 규탄 시위, 하나우(Hanau)에서 극우주의자에 의해 벌어진 총기 난사 테러(20202) 규탄 집회, 지난 58일 종전기념일에 맞춰 도시 곳곳에서 열린 파시즘 해방의 날집회에도 오마스 그룹은 함께했다. 세계 여성의 날이나 임신중단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형법 ‘218조 폐지촉구 시위 등 페미니즘 이슈에 관한 집회에도 오마스 회원들은 피켓을 들고 등장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신자유주의, 파시즘 등에 맞서 투쟁하는 베를린 시위 현장에 그들은 늘 함께 있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습니다. 우리의 육체는 늙었으나 영혼과 정신은 젊습니다. 우리는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 세대로부터 전쟁과 독재 체제에서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결의를 다졌습니다. 우리는 불의와 차별로 나라가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다음 세대 그리고 모두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Omas gegen Rechts’ 선언문 중에서)

오마스 활동은 201711,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됐다. 모니카 잘처(72)가 페이스북에 그룹 계정을 만들면서 빠른 속도로 회원들이 생겨났고, 이후 민주주의를 외치는 현장이나 집회에 극우에 맞서는 할머니들피켓이 등장했다. 이후 20181월부터는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과 보훔, 뮌헨 등 독일 전역에서 100개가 넘는 오마스그룹이 생겨났다. 현재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총 3천여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 중이다.

지난 519, 베를린 템펠호프 공원에서 오마스 베를린 지부에서 활동 중인 베티나(왼쪽)와 아네테를 만났다. 베를린 지부에는 60여명 회원이 활동 중이다.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활동가로 구성된 오마스 그룹은 대부분 나치의 국가사회주의’(Nationalsozialismus)나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세대다. 그리고 파시즘은 여전히 독일 사회의 주요 과제다. 몇년 사이 독일에서는 극우세력에 의한 테러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이들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 연방 내무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익세력에 의해 발생한 범죄 건수는 총 22342건으로 전해에 비해 9.4% 증가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2013년 창당 이후, 20179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12.6%를 득표하며 제3정당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오마스 그룹은 지역별로 저마다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은 같다. 모든 차별이 금지되고 이주자와 난민에게 열린 사회, 성적 정체성에 상관없이 모두 존중되고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연대해 공평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사회다.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위해 오마스 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및 이동제한 조치 속에서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마스 그룹의 베를린 지부는 요즘도 매주 한두 번 비디오 회의를 연다. 혼자 사는 회원이 고립되지 않도록 안부를 묻기 위한 이유도 있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베를린 지부에는 60여명이 활동 중이며, 평균 연령대는 60대 후반이다. 최근 회의에서는 그간 연계 활동을 펼쳐온 여성, 환경 단체들과 새로운 온라인 행사 기획, 6월에 열리는 큰 예술축제 참여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의료진, 법조인, 활동가 등 각기 다른 직업군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회원들은 극우세력 확장을 두고 볼 수만 없다는 마음으로 오마스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베를린 지부에서 활동 중인 베티나(73)2008년과 2012년 남미 니카라과에 머물면서 정치 세력에 의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독일로 돌아와 우익세력이 가하는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깨달았고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오마스 회원들이 매주 토요일, 크로이츠베르크 동네에 위치한 카페 마다메에서 모인다는 정보를 접했고, 바로 그 카페로 찾아가 활동에 합류했다. 은퇴 전 변호사로 일했던 그는 법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이주민과 난민 아동을 위해 난민 지위 신청 등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도와주고 독일어 수업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921성적 자기결정권을 위한 행동의 날을 맞아 열린 집회에 참석한 오마스 베를린 지부 활동가들 모습.

아네테(58)는 베를린 지부가 꾸려진 2018년 초기부터 오마스 그룹에서 활동해왔다. 헤센주에 살다가 1998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아네테는 노인 간호 전문가로 일해오면서 환경, 빈부격차 등 여러 사회문제를 접하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특히 2015년 독일이 난민을 대거 수용한 이후로는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을 발견했고, 나치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가 오마스 그룹을 만나 활동을 시작했다.

베티나와 아네테는 전쟁과 나치를 경험한 우리는 미래를 위해 두 번 다시 끔찍한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극우세력으로 하여금 당신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세력이 아니며 언제나 우리가 더 큰 사회 세력으로 맞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를 만드는 것, 청년만의 몫 아니야

현재 오마스 베를린 지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극우세력 위주로 열리고 있는 코로나 봉쇄령 반대시위에 맞서는 집회를 조직하고 있다. 또한 5월부터 50명 이하의 소규모 집회가 허용된 상태라,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광장인 알렉산더광장에서 월 1회 진행해온 홍보 활동도 이어간다. 홍보는 피켓을 들고 서서 홍보물을 배포하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시리아에서 온 청년이 독일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며 정착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랩 음악을 하는 청년이 자신의 작업에 함께 참여해줄 수 있는지 의사를 물어온 적도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민과 논쟁도 벌인다. 오마스 활동가들은 우리의 목소리와 의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다양한 시민과 소통하는 것도 우리의 주요 활동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4년 동안 여러 현장에서 오마스 활동가들을 만나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청년 세대만의 몫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역사의 산증인으로 통찰과 혜안의 힘을 지닌 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결의로 길 위에 서 있다. 여성의 정치적 저항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상징인 핑크 모자(Pussyhat)를 쓰고서. ‘두 번 다시 파시즘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외치는 오마스 활동가들을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 < 채혜원 통신원 >


2016116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오른쪽)와 함께 나란히 손을 흔들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마이클 조던 이어 르브론 제임스 흑인 투표참여 독려 단체 설립

투표로 바꾸자목소리 더 커져 유권자 등록등 여전히 장벽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시작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하면서,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을 통해 투표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를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흑인들이 다시 변화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뉴욕 타임스>10일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다른 유명 운동선수 및 연예인들과 함께 흑인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모어 댄 어 보트’(More Than a Vote)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종잣돈을 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배우 케빈 하트와 농구스타 유도니스 해즐럼 등이 그와 함께한다. 제임스는 이 신문에 사람들이 마침내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금이 우리가 차이를 만들어낼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우선 11월 대선에 맞춰 흑인들의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고, 이후에는 선거권 제한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농구 황제마이클 조던은 향후 10년간 인종차별 반대 단체 등에 1억달러 기부 의사를 밝혔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도 함께 투표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미 대선 승패, 흑인 투표율이 가른다?

미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버락 오바마가 미국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2008년 흑인 투표율은 64.7%, 2004년 대선 때보다 4.7%포인트나 올랐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2012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흑인 투표율(66.2%)이 백인 투표율(64.1%)을 앞질렀다. 반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한 2016년 대선 때는 백인 투표율이 65.3%로 소폭 늘었지만, 흑인 투표율은 59.6%로 크게 떨어졌다.

당시 클린턴이 오바마처럼 흑인 표를 흡수했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 힐러리는 러스트 벨트라 불리는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3곳에서 1~4만표, 득표율로는 0.2~0.7%포인트 차이로 졌는데, 이들 3개 주의 선거인단 수는 46명에 이른다. 두 후보의 최종 선거인단 수 차이가 77명임을 고려하면, 세 지역의 승패가 뒤바뀌었다면 최종 결과도 바뀔 수 있었다. 민주당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올해 대선에서 2012년 투표율을 재현하면 민주당이 미시간 등 4개 경합 주를 탈환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투표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 아직도 존재

흑인이 제대로 된 투표권을 확보한 것은 1965투표 권리법이 제정되면서다. 1964년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이 이끈 흑인 인권 운동의 결과로 쟁취한 투표 권리법은 흑인 등 소수 인종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유권자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시험을 금지하고, 영어를 모르는 유권자에게 이중언어로 된 선거자료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당시 미국 남부의 일부 주는 읽기·쓰기 등 문맹시험을 통과해야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고 투표권을 줬는데, 문맹률이 높은 흑인들에게 불리한 제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흑인 투표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가령 조지아주의 경우,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유권자 정보가 여러곳에서 정확하게 일치해야 유권자 등록을 받아주는 정확한 일치법을 실행해, 5만여명의 유권자 등록을 거부했다. 이들 중 70%가 흑인 거주지 출신이었다.

2018년 미국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원 퍼슨, 노 보트>를 쓴 캐럴 앤더슨은 미국인들이 1965년 투표 권리법 제정 이후 투표권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해왔지만, 투표에 대한 권리는 더욱 악화돼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색인종 비율이 늘고, 2008년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교묘하게 투표 장벽을 높이는 작업이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플로이드 죽음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흑인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플로이드 장례식에 영상 추모사를 보내는 등 공감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번주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도 <시엔엔>(CNN) 기준 14%포인트까지 벌렸다.< 최현준 기자 >

노예제 옹호장군 이름 딴 기지 개명 요구에 트럼프 못 바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흑인 지지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부터 오클라호마주에서 유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 때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를 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 뜻을 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자, 인종 문제 논란을 격화시켜 지지층을 다지려는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군 기지 개명 요구에 대해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 이들의 이름을 딴 기지가 위대한 미국 유산의 일부로 승리와 극복, 자유의 역사가 돼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전날 기지 명칭 변경을 위한 초당적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밝히는 등 군 기지 개명 논의가 탄력을 받을 조짐을 보이자,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앞서 미 해군은 지휘관들에게 작업장, 군 시설 관련 일반인 접근 구역 등 안에서 남부연합 군 깃발 및 관련 상징들의 전시를 파악하고 제거하라는 명령까지 내린 상황이었다.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한 언론 기고에서 군 기지에서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에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브래그, 텍사스의 포트후드, 조지아의 포트베닝 등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가 10여곳 있다. 이들 기지는 대부분 남부연합군의 근거지였던 남부 주에 몰려 있다. 이 지역은 트럼프의 지지층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날 흑인 유권자 지지층과의 원탁회의 1시간 전에 군 기지 개명 반대 트위트를 올렸다. 남부의 보수적 백인 유권층을 겨냥해, 미리 쐐기를 박아둔 것이다.

트럼프 쪽이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최근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주 <CNN>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41%의 지지율로, 55%를 얻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무려 14%포인트나 뒤졌다. 역대 최대 격차다. 트럼프는 가짜 조사라고 반발했고, 대선 캠프 쪽에선 아예 <CNN> 방송에 사과와 함께 조사 결과를 취소하지 않으면 법적 조처에 나서겠다는 경고서한까지 보냈다. <CNN> 방송 쪽은 여론조사 결과를 취소하라는 요구는 처음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 쪽이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 취소까지 요구한 것은, 최근 지지율 추세가 재선에 실패한 과거 대통령들의 사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선거전문매체 <538>11월 대선을 147일 남겨둔 10일을 기준으로 트럼프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39.6%)과 지미 카터(39.5%), 조지 H. W. 부시(35.7%) 세 사람뿐이라고 전했다. 이들 중 트루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 < 정의길 기자 >


준금리 0.00~0.25% 동결 현재수준 자산매입 지속 뜻

나스닥 출범 49년만에 1만 돌파 팬데믹 공포 바닥서 46% 급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제로 금리2022년까지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꿈의 1만선을 돌파했다.

연준은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0~0.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2년 말까지 모두 0.1%로 나타났다. 앞으로 26개월여 동안은 현재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다. 국채 등 자산매입 규모도 현재 수준을 유지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준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5%로 추락한 뒤 내년엔 5%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실업률은 9.3%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5월 고용지표 개선에 대해 파트타임 노동자 등을 포함한 실업률(U-6)21%를 넘고 영구실업이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수익률곡선 통제정책 도입에 대해선 이번 회의에서 브리핑을 받았다. 앞으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수익률곡선 통제란 특정만기 국채의 금리에 상한선을 설정해 금리가 이를 넘어서면 무한대로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떨어뜨리는 걸 말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67%(66.59) 상승한 120.35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가 1만 고지를 밟은 것은 1971년 시장 출범 이후 49년만이다. 코로나팬데믹 공포에 휩싸였던 지난 323(6860.67)에 견주면 46% 급등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정보기술(IT)주들이었다. 시가총액 1~3위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중국 수요 급증에 주가가 사상 첫 1000달러를 넘어섰다.

기술주를 제외하고는 전 업종이 내렸다. 특히 최근 반등했던 항공, 여행, 에너지 업종이 다시 급락했다. 아메리칸항공(-8.2%), 보잉(-6.1%), 엑손모빌(-5.4%) 등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한 경기 민감주들의 주가가 줄줄이 흘러내렸다. ‘비대면 바람까지 업은 기술주의 성장성을 인정하더라도 이같은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물경제 침체 상황과는 동떨어진 정보기술주의 독주가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과 닮았다는 것이다.

11일 코스피는 개인투자자가 역대 네번째로 많은 순매수에 나섰지만 기관의 차익매물에 가로막혀 9거래일 연속 상승행진이 멈춰섰다. 이날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2663억원의 주식을 쓸어담았지만 증권사와 연기금이 대거 매도에 나선 탓에 0.86%(18.91) 내린 2176.7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0.21%(1.56) 내린 757.06으로 마감했다. < 한광덕 기자 >

지난해 9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시민들이 추모비 앞에 헌화 뒤 묵념하고 있다.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추도제, 올해 사용 허가 안 해

방해 집회와 동급으로 자제요구하며 서약서 요구

지식인들 민족차별 선동 집회와 동렬 규제 부당비판

 

일본 도쿄도가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의 한 남성이 추도제 허가를 촉구하는 시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고 지식인들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도통신>한 회사원 남성(42)11일 도쿄도청을 방문해 추도식 개최를 위한 공원 사용을 허가하라는 청원에 31846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의 지식인 117명도 도쿄도에 예년처럼 추도식을 허가하라는 성명을 제출했다.

해마다 9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제를 열어온 ‘9·1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 위원회’(이하 실행위)는 이날 지식인 117명과 1개 단체가 참여한 문화인 성명을 도쿄도에 제출했다. 지식인들은 성명에서 도쿄도가 올해 추도제 개최에 필요한 공원 점유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사태를 비판했다. 해마다 91일이면 일본 간토 곳곳에서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데,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리는 추도식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행사다.

문제의 발단은 도쿄도가 추도제를 주최하는 ‘9·1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 위원회’(이하 실행위)에 점유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지난해 말부터 준법 서약서제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서약서에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전체를 대상으로 도쿄도가 하는 행사 시간대에는)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사용하지 말라등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행사 개최를 위한) 공원 점용 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이의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공원에서는 1974년부터 해마다 추도식이 열렸고, 도쿄도가 이런 서약서를 요구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도쿄도는 서약서 제출 요구 근거로 일본 우익이 3년 전부터 시작한 방해 집회를 거론한다. 일본 우익은 2017년부터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 장소 바로 맞은 편에서 학살 피해를 부정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쿄도는 이 단체에도 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지식인들은 11일 발표한 문화인 성명에서 민족차별 희생자를 추도하는 의식과 민족차별을 선동하는 집회를 동렬로 놓고 규제하는 것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 도쿄/조기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