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위는 “국제테러단체의 무장공격”

그동안 쌓인 경제격차 시정 뜻도 밝혀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11일 하원 회의에서 시위 진압을 위해 파병된 러시아 중심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이 이틀 내에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 누리집 갈무리

 

시위 진압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파견된 러시아군이 주축이 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이 이틀 내로 철수를 시작할 전망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집단안보조약기구 평화유지군의 주요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이틀 안으로 평화유지군의 단계적인 철수가 개시된다. 철수 과정은 열흘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의 대테러 진압 작전은 끝났고 현재 모든 지역이 안정을 되찾았다. 쿠데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선언했다.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에선 지난 2일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돼 4일 최대 도시 알마티 등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가 습격당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사태 악화로 통치 기능이 정지될 것을 우려한 카자흐스탄 정부는 5일 집단안보조약기구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그러자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러시아는 이튿날부터 공수부대 등으로 구성된 병력 2500여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카자스흐탄의 군경과 평화유지군이 시위 진압에 나서며, 최소 164명이 숨지고 8천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된다.

 

도카예프 대통령은 파병 요청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권력 찬탈을 위해 전문가들(테러단체들)이 준비를 했었다. 이것이 카자흐스탄에 대한 국제테러단체의 무장 공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법적 근거를 갖고 집단안보조약기구 회원국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테러 세력이 어떻게 시위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신임 총리 후보자로 알리한 스마일로프(49) 제1부총리를 지명하며 시민들이 요구한 ‘경제 개혁’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발생한 비극적 사태는 상당 부분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와 일부 국가기관의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업무 탓”이라며 “새 정부 구성안과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겠다. 국민에 합당한 몫을 돌려주고 제도적으로 국민을 도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30년 가까이 이 나라를 통치하며 자원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냈다. 지난 시위를 통해 드러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이루며 권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길윤형 기자

 

중, ‘테러’ 명분 내세워 카자흐 사태에 적극 나서나

왕이 외교부장, 반정부 시위 ‘테러’로 규정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 등 ‘3대 악’ 대응

카자흐 외교장관, “중국과 함께 싸울 것”

 

10일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에서 거리를 순찰하던 병사들이 한 남성을 붙잡아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다. 누르술탄/타스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고 나섰다. ‘대테러 활동’을 명분으로 중국이 카자흐스탄 사태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왕 부장은 전날 무크타르 틀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영구적인 전면 전략 동반자로서 중국은 폭력 사태를 멈추고 안정을 유지하려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조처를 단호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최일선 법 집행요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테러’로 못박았다. 왕 부장은 또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 등 이른바 ‘3대 악’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외세로부터 카자흐를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틀레우베르디 장관도 “3대 악에 맞서 중국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왕 부장이 언급한 ‘3대 악’은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를 언급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다. 국제사회가 인권탄압이라 비판하는 위구르족 집단 수용시설 운영에 대해서도 중국은 위구르족이 주축이 된 분리독립운동 조직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을 거론하며 “3대 악에 맞서기 위한 직업교육 시설”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신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중국~아프간 국경지대는 76㎞에 불과해 자체 방어가 충분한 상태다. 하지만 인접한 키르기즈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중국과 각각 1063㎞와 1782㎞씩 국경을 맞대고 있어, 테러단체가 ‘우회 통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카자흐스탄의 내부 혼란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이번 사태를 ‘테러단체’와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카자흐스탄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어 “지난주 정부 청사를 공격하고 보안군과 맞선 세력 가운데 외국에서 훈련받은 이슬람주의 과격파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연결시킨 것이다. 이들은 이어 “초기 수사 결과 반정부 공세에 나선 세력 가운데 해외 전투현장 참전 경험이 있는 과격 이슬람주의 단체 조직원이 포함돼 있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외국에서 훈련받은 잘 조직된 테러범들의 무장 공세에 직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외교냐 대결이냐…미-러, ‘우크라 위기’ 놓고 연쇄회담 돌입

    9일 제네바에서 실무만찬 하며 탐색전

   미 “주권과 영토 온전성 원칙 강조”

   러시아 “쉽지 않았지만 실제적 대화”

   유럽의 미래 결정할 중요한 한주될 듯

 

8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친러시아 반군의 참호를 감시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고위급 실무회담인 ‘전략안정대화’(SSD)를 10일 열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1991년 말 소련 붕괴 이후 가장 중요한 변곡점 위에 올라섰다. 13일까지 진행되는 연속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러시아의 군사행동과 미국의 보복조처가 이어지며 유럽 전체가 신냉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수 있다.

 

미-러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고위급 실무회담인 ‘전략안정대화’(SSD)를 하루 앞둔 9일(현지시각) 두시간 넘게 실무 만찬을 했다. 미 국무부는 만찬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웬디 셔먼 부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에게 “주권과 영토 온전성에 관한 국제적 원칙, 주권국가가 동맹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에 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럅코프 차관도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화가 쉽지는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현실적이었다”며 낙관할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내일(10일) 시간 낭비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미국이 타협에 이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 셈이다.

 

이번 회담은 소련 붕괴 이후 30년 동안 러시아와 미국 등 서구 사이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을 둘러싸고 타협점을 찾는 자리이다. 이날 양자 회담을 마친 뒤 12일엔 나토와 러시아의 회담, 13일엔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이 이어진다. 회담이 세차례로 나뉘어 이뤄지는 것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당사자인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를 강조하듯 미 국무부는 “미국은 러시아와의 특정한 양자 사안들을 논의하겠지만, 유럽 동맹, 파트너 없이 유럽의 안보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양국은 연쇄 회담에 기대치를 낮추는 한편 “양보는 없다”며 서로를 압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오전 <시엔엔>(CNN) 등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 대한 양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면서 “다가오는 주에 우리가 돌파구를 찾진 못할 것 같다. 러시아가 10만 병력을 배치해놓고 우크라이나에 총구를 겨누면서 긴장 고조 행위를 계속하면 실질적인 진전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럅코프 차관 역시 만찬에 앞서 “당연히 우리는 압박을 받아 어떤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통신 <리아 노보스티>(RIA)가 보도했다.

 

하지만 양국은 서로에게 자신들이 가진 카드를 내보인 상태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에 △나토의 동진 중단 △러시아 국경 인근 공격용 무기 배치 중단 △러시아의 동의 없이 1997년 이후 나토에 가입한 폴란드·헝가리 등에 배치된 나토군 철수 등의 명시적 안전 보장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특히, 나토의 동진 금지 등 핵심 요구 사안에 대해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 형태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8일 고위 당국자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형 미사일 배치 감축 △동유럽에서 미국과 나토의 군사훈련 제한 등의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블링컨 장관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8월 일방 폐기한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9일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걸 갱신하는 데 관한 바닥(기본적 논의)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러시아가 진지하게 나올 때만 검토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지금 진짜 질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와 대화의 길을 택할 것이냐, 대결을 택할 것이냐이다”라고 말했다. 럅코프 차관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원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수십년간 이어진 파괴적인 나토의 행위를 축소시키고, 나토를 1997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양쪽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선 만큼 이번 회담 결과는 즉각 발표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번의 회담으로 똑 부러진 결론이 나오기 힘든 구조인데다, 실패를 인정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민감한 국내 여론을 살피며 신뢰 회복을 위한 세밀한 사전 정지 작업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제재는 한번 시작하면 뒤로 물리기 어렵다. 제재 대상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제재를 해제하면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 상대하는 나라가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이라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곧바로 보복성 제재로 응수한다.

 

중국 최대 인공지능 업체인 센스타임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제재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사진은 상하이에 있는 센스타임 건물 모습.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인공지능(AI) 업체 센스타임은 지난달 10일 미국 재무부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재무부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유린과 관련된 투자제한 블랙리스트에 센스타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홍콩 증시 신규 상장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자 애초 기업공개(IPO)에 ‘코너스톤(초석)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돼 있던 기관투자자 9곳 중 4곳이 참여를 거부했다. 일부는 미국 투자기관이 아니었으나 미국의 제재를 받을까 우려해 빠져나갔다. 홍콩의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관투자자가 기업공개 전 공모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공모주를 장기투자하기로 하고 배정을 확약받는 투자계약을 말한다.

 

그러나 센스타임은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범위)의 하단인 3.85홍콩달러(약 594원)였다. 센스타임은 이 기업공개 공모에서 15억주의 신주를 발행해 57억7500만홍콩달러(약 8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센스타임이 무사히 상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도움이 컸다. 상하이인공지능펀드 등 정부의 전략산업 육성 펀드와 여러 국유기업들이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거나 새로 참여했다. 이에 힘입어 계획했던 공모가 희망 밴드와 신주 발행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센스타임은 지난달 21일 “(센스타임 주식은) 미국증권법 등 미국의 법률에 따라 등록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내에서 거래되지도 미국 투자자들에게 팔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과 연결되는 걸 차단함으로써 혹시나 미국의 제재에 노출될까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탕샤오어우가 2014년 설립한 센스타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 보유 업체로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 성공은 중국 기술 기업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중국 첨단기술 기업들에 대한 제재의 포문을 연 이래 제재 대상 기업은 현재 200개 이상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2018년 10월 반도체 회사인 푸젠진화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처음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2019년 6월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중국 군산복합체 기업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유린에 이용된 기술 기업 등이 주요 표적이었다. 제재 대상 분야는 반도체·5G·인공지능·원자력·클라우드컴퓨팅·데이터·드론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관련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보안감시·바이오테크·슈퍼컴퓨터 등으로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제재는 외교와 군사개입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목표는 모두 상대국의 행동을 바꾸려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엔 외교는 불충분하고, 군사개입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제재를 동원한다. 제재는 또한 효과가 어떻든 간에 자국 국민들에게 정부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제재를 외교정책의 한 수단으로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금융제재가 외교정책의 핵심적 도구로 자리잡았다. 금융제재는 크게 세차례의 사건을 계기로 ‘진화’했다. 첫번째는 2001년 9·11 사태다. 미국은 애국법을 제정해 테러조직과 연루된 기관을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도입했다. 이때 재무부가 범죄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지정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두번째로 2010년부터 북한·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이른바 ‘2차 제재’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1차 제재는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제한을 미국인들에게만 한정하지만, 2차 제재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이 1차 제재 대상이 된 사람과 거래를 할 경우 2차 제재 대상이 되는데, 민형사상의 직접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미국 금융시장 접근이 거부되기 때문에 사실상 제재 효과가 발휘된다. 2005년 북한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이 제재를 처음 도입해 ‘효과’가 입증되자 2010년 이란 제재부터 본격 적용했다. 후안 자라테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저서 <재무부의 전쟁>에서 “중국 은행들도 당시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며 “중국 은행들도 미국의 금융시스템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미 재무부의 조치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번째는 2017년 트럼프의 등장이다. 트럼프는 달러 패권 체제를 이용한 금융제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동원했다.

 

미국이 이런 독자적인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미국 시장과 함께,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기축통화 지위에 올라 지금까지 무역·금융 등 국제 지불결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시스템(SWIFT)과 미국 내 은행 간 결제시스템인 칩스(CHIPS)를 활용한다. 스위프트에는 전세계 200개 이상 국가의 1만1천여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자금결제를 한다. 미국의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국제결제시스템에 접근이 거부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정상적인 국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렇듯 달러를 사실상 무기화하는 중심에는 재무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7월 ‘홍콩자치법’을 제정해 그동안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철회하자, 재무부는 홍콩 전·현직 관료와 중국 관료 등 11명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자’(SDN) 목록에 올렸다. 이 목록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동결과 투자제한 등 금융제재를 받게 된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군산복합체 관련 44개 기업을 이 목록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지난해 3월 홍콩자치법 관련 제재 대상자를 34명으로 확대했으며, 6월에는 중국 군산복합체 투자제한 기업을 59개로 확대했다.

 

이런 제재가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미국이 그동안 북한·리비아·시리아·이라크·이란 등 다른 나라들에 시행한 경험을 보면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20여년간 제재의 강도를 높였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대상국들은 사활을 걸고 제재를 회피하며 핵개발에 성공했거나 여전히 진행 중이다. 리비아·이라크 같은 경우는 결국엔 미국의 군사개입으로 귀결됐다. 그렇지만 제재는 한번 시작하면 뒤로 물리기 어렵다. 제재 대상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제재를 해제하면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 상대하는 나라가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이라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곧바로 보복성 제재로 응수한다. 중국은 2020년 미국이 홍콩·중국 관료 등 11명을 제재하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11명에게 금융제재를 부과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예 ‘반외국제재법’을 공포했다. 외국이 중국인과 중국 기업에 대해 차별적 제한 조처를 할 경우, 이에 대응해 반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치 내용도 중국 내 자산동결과 중국인과의 거래 금지 등으로, 미국의 금융제재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중국 위안화가 달러 위상에는 훨씬 미치지 못해 미국만큼 위력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무역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데다 세계 2위 수입국이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수입 규모는 2조556억달러로 미국(2조4075억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 유럽이나 아시아 등 국가들이 중국을 무시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의 디지털화 가속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통화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 이는 달러 패권을 뒤흔들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재무장관인 잭 루는 2016년 3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재가) 비용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제재가 사업환경을 너무 복잡하거나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또는 세계 자금 흐름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면, 금융거래는 완전히 미국 밖에서 움직이기 시작할지 모른다. 이는 앞으로 제재의 효과성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미국의 중심적 역할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에 예외적으로 부여된 달러의 ‘과도한 특권’을 남용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금융 패권을 스스로 침식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박현 논설위원

 

중국산 반도체 틀어막나…미·일, 첨단기술 수출규제 ‘새 틀’ 검토

“반도체 제조장치·AI 등 유럽으로 협력 넓힐 것”

 미국, 다자간 경제 협력체제 만들어 중국 압박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로비.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첨단기술 분야 제품이 중국에 수출돼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새 규제 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미·일이 반도체 제조장치, 양자 암호, 인공지능(AI)에 관한 기술 등을 대상으로 수출을 규제하는 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치관을 공유하는 유럽의 우호국과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민간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군사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다.

 

신문은 미·일 양국 정부가 “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한 제품 등을 자국의 기술 개발에 활용해 경제·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미 의회 등에서도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가 중국의 무기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일본과 네덜란드의 첨단 장비 등이 중국의 생산력 강화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수출 규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다자간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안보상 우려 등을 이유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지만, 미국 혼자만의 제재로는 한계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 틀이 만들어져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의 중국 수출이 원천 차단되면, 중국은 사실상 첨단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없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 구상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주도의 규제에서는 일본의 의향이 반영되기 어렵다. 새로운 수출 규제 협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 쉽게 하거나, 국익에 따른 구조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유럽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틀이 1949년 옛소련 등 공산권 국가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코콤’(COCOM)의 현대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측근들 제거돼

토카예프 대통령 친위 쿠데타로 비화

미-러 대립에 중국도 개입 저울질 나서

 

반정부 시위사태가 일어났던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8일 불탄 차량이 서 있다. 알마티/타스 연합뉴스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사태가 내부 권력 투쟁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다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중국도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정보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KNB)의 전 위원장인 카림 마시모프(56)를 반역 혐의로 지난 6일 체포했다고 8일 발표했다. 마시모프는 카자흐스탄을 30년 가까이 통치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1) 전 대통령의 대표적 측근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재임 때 두 차례 총리를 지내고, 최근까지 국가안보위원회 원장으로 재직했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총리 등을 경질하면서 마시모프도 함께 해임했다. 앞서 지난 2일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을 계기로 서부 만기스타우주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최대 도시 알마티로까지 번지며 격화되자 취한 조처였다. 당시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차지하고 있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도 자신이 직접 맡는다고도 밝혔다. 토가예프 대통령은 이후 지난 7일에는 “경고 없이 사격할 수 있도록 군에 명령했다”며 시위대 강경 진압을 주도했고, 현재 시위는 소강상태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9일 이번 시위와 관련해 51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이번 사태로 적어도 16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이 소련 해체로 독립한 지난 1991년부터 대통령으로 재임하다가 지난 2019년 토카예프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물러났다.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회의 의장에 오르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8일 국가안보회의의 부사무총장인 아자마트 압디모무노프를 해임했다고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압디모무노프는 나자르바예프가 6년 전에 임명한 측근이다.

 

이 때문에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번 반정부 시위 사태를 계기로 자신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나자르바예프가 카자흐스탄을 떠났다는 망명설도 돌고 있으나, 나자르바예프의 대변인은 나자르바예프가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으며 토카예프 대통령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망명설을 부인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알렉산드르 바우노프 연구원은 <데페아>(dpa) 통신에 “토카예프를 나자르바예프의 후견에서 벗어나게 하는 내부 쿠데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점차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를 하는 등 러시아의 협력을 바탕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그는 옛 소련 소속 공화국들의 집단안보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평화유지군을 지난 5일 요청해, 러시아 공수병력이 주축이 된 4500명의 병력이 파견된 상태다.

 

8일 러시아 국방부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카자흐스탄에 파견된 러시아군이 군용기에 내리는 모습을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는 거친 말을 주고 받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7일 “최근 역사의 교훈은 일단 러시아 사람들이 당신들 집에 오면 그들을 떠나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인이 당신들의 집에 일단 들어오면, 살아남거나 강도를 당하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맞받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10일 러시아의 국경 지대 병력 증강으로 고조된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해 고위급 실무회담을 하는데, 카자흐스탄 사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도 카자흐스탄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9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상하이협력기구(SCO) 산하 대테러 기구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을 전제로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이어지던 1996년 4월 중국 주도 아래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주변 5개국이 참여해 설립됐으며, 우즈베키스탄(2001년)과 인도·파키스탄(2015년)까지 동참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이자 170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자칫 중국 내 신장 자치구로 혼란이 벌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러시아 이어 중국도 카자흐스탄 사태 개입 준비

상하이협력기구 “지원 나설 준비 돼 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사태 번질까 촉각

 

연료 값 급등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수십명이 숨진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5일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알마티/타스 연합뉴스

 

중국이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카자흐스탄 상황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는 회원국인 카자흐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히는 한편, 러시아 쪽에 병력을 요청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선 카자흐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했다.

 

9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상하이협력기구 산하 대테러 기구는 카자흐 정부의 요청을 전제로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이어지던 1996년 4월 중국 주도 아래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주변 5개국이 참여해 설립됐으며, 우즈베키스탄(2001년)과 인도·파키스탄(2015년)까지 동참해 회원국이 8개국으로 늘었다.

 

상하이협력기구 쪽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조처로 상황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치안과 카자흐스탄의 헌정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당국 지도부가 취한 단호하고 포괄적인 조처를 전면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장밍 상하이협력기구 사무총장은 따로 성명을 내어 “회원국인 카자흐스탄 내부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카자흐스탄 상황이 조기에 안정화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9일치에서 카자흐의 현 상황을 외부세력이 개입한 ‘색깔 혁명’이자, 테러리즘·극단주의·분리주의 등 ‘3대 악’과 관련된 것으로 규정했다. 이어 “이웃나라인 카자흐스탄의 안정 회복과 장기적 발전을 위해 경제협력과 테러 대응 등의 분야에서 중국은 언제든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는 정부의 급작스런 액화석유가스(LPG) 값 인상이 촉발시켰지만, 지난 4일 경찰이 수도 알마티에서 벌어진 시위를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이튿날 시위대는 알마티 시청을 포함한 정부 청사 와 대통령 관저 등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는 등 항의시위가 격화하자,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특히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도둑떼와 테러범’으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사전 경고 없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6개국 참여 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쪽에 병력 지원도 요청하면서, 러시아는 수송기 9대를 동원해 공수부대 병력과 각종 군사장비 등을 카자흐 수도 알마티로 파견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카자흐스탄 사태가 자국의 영향권 안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 입장에선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이자 170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정정이 불안해지면. 자칫 신장 자치구로 혼란이 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일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위기 해결을 위한 카자흐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며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를 부추기는 외부세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매주 인구의 1% 이상이 새로 감염”

 

     WHO 스위스 제네바 본부. 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 변이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확산되면, 6~8주 안에 유럽 인구 절반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 유럽국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워싱턴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의 전망을 보면, 지금의 속도라면 유럽 지역 인구의 50% 이상이 6~8주 내에 오미크론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들을 볼 때 오미크론이 폐가 아닌 호흡기의 상단 부분에 영향을 끼쳐 이전의 코로나19 변이보다 더 가벼운 증상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클루게 국장은 나아가 새해 들어 첫주에 유럽에서 오미크론을 포함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700만명을 넘어 2주 전보다 2배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26개 국에서는 “매주 인구의 1% 이상이 새로 감염되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놀라운 전파력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길윤형 기자

 

화이자 “오미크론용 백신, 3월에는 준비될 것”

모더나도 “올 가을 생산 목표로 곧 임상시험”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10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된 백신이 오는 3월에는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이미 일부 물량 생산을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라 시이오는 “이 백신이 오미크론 외에 다른 변이도 겨냥할 것”이라며 “전용 백신이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부 국가들이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달라고 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백신도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맞으면 입원이나 중증에 대한 예방효과가 괜찮기 때문에, 감염 예방 효과가 훨씬 뛰어난 백신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올 가을 생산 목표로 오미크론용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확진자 치솟는 유럽, 감염 의료진까지 근무해야 할 상황 직면

미국 입원 환자 13만명으로 최고치

일본 확진자 일주일 새 16배 급증

영국, 병원과 환자 수송에 군 투입

 

포화 상태에 이른 영국 런던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군인 200명이 투입된 7일 런던에서 의료진이 구급차에 실려 온 코로나19 환자를 맞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세가 입원 환자 증가로 이어지며, 의료 체계가 극도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일주일 사이 16배가 폭증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7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13만2천명에 육박했다고 8일 보도했다. 입원 환자가 빠르게 늘자 많은 병원들이 마비 사태를 피하기 위해 급하지 않은 수술을 미루고 있다. 뉴욕주의 경우, 적어도 40개 병원이 급하지 않은 수술을 2주 이상 중단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뉴욕 타임스>가 집계한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7일 89만4490명으로 지난 3일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64만8211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의료 체계가 극심한 압박을 받기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에서는 40명의 군의관을 포함한 군인 200명이 병원 지원을 위해 7일 투입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한 의료진의 경우 병원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코로나19 하루 신규 감염자가 8일 8480명으로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8천명이 넘었다. 더 큰 문제는 감염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 1일 534명에서 일주일 사이 16배가량 폭증했다.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지역은 여전히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와 히로시마 그리고 야마구치 3개 현은 미군의 느슨한 방역 대책으로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지역사회로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새로 일본에 배치되는 미군이 출국하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생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일본 정부는 이들 3곳에 대해 긴급사태에 준하는 방역 대책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9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령했다. 신기섭 기자

 

베이징 턱 밑, 톈진에 오미크론 변이 비상

7일 오후~8일 저녁 20명 신규 확진…대부분 초·중고생

2명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확인…올림픽 앞두고 방역 비상

일부 주거단지 봉쇄…시외 출입 차단·주민 전수조사도

 

9일 임인년 새해를 상징하는 호랑이 인형 등이 설치된 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가의 쇼핑몰 앞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겨울올림픽 개막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의 턱 밑에 해당하는 톈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재개됐다. 더구나 확진자 가운데 2명이 전파력이 강력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이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9일 톈진시 방역당국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7일 오후 6시부터 8일 저녁 8시까지 톈진에선 모두 20명이 코로나19 핵산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아, 추가 진단과 역학조사 및 치료를 위해 거점병원으로 이송됐다. 신규 감염자 가운데 15명은 초·중학교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신화> 통신은 “감염자 가운데 2명은 추가 유전자 정밀 분석 결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며 “지난달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와 동일한 전파 경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톈진에선 해외 입국자가 격리 나흘 만인 지난달 13일 중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된 바 있다.

 

다음달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의 수도권(베이징·허베이·톈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고개를 든 데다, 감염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에서 불과 120km 남짓 떨어진 톈진은 고속철로 30분 안팎이면 오갈 수 있어, 통근이 가능한 거리다.

 

이에 따라 톈진시 방역당국은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가 나온 29개 주거단지에 대해 봉쇄식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진난·난카이·둥리·시칭 등 4개구 주민 전원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안에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마쳐야 한다. 또 10일 오전 7시부터 나머지 12개 구 주민 전원에 대한 핵산 검사도 24시간 안에 마치기로 했다.

 

톈진시 쪽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시 경계를 벗어나지 말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날부터 시외 버스 운행이 잠정 중단시켰다. 또 시내 지하철 일부 구간도 일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앞서 베이징 시당국은 겨울올림픽 방역 상황 대비를 위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4일 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온 현급(시·구) 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베이징 거주자를 포함해 누구라도 시내 진입을 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델타+오미크론’ 잡종 변이 키프로스서 발견…이름은 ‘델타크론’

키프로스대 연구소 “델타크론 명명”

위험성·전염력 정도 아직 확인 안돼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 한 여성이 지난 5일 마스크를 쓴 채 텅빈 커피숍 야외 좌석 앞에 서 있다. 니코시아/신화 연합뉴스

 

지중해에 있는 나라인 키프로스공화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섞인 잡종 변이가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키프로스대학 생명공학·분자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인 레온디오스 코스트리키는 “오미크론과 델타 이 두 가지가 합쳐진 변종을 발견했다”고 8일 현지 <시그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 변이의 이름을 ‘델타크론’이라고 붙였다고도 말했다. 그는 델타크론 변이를 키프로스에서 채취한 25개 검체에서 발견했는데, 이 중 11개 검체는 코로나19증상으로 입원한 환자에게 그리고 나머지 11개 검체는 일반에게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자료를 독일에 본부를 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화를 추적하는 국제 연구소인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에 보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이 변이가 더 병적인지, 전염성이 강한지, 아니면 델타나 오미크론보다 우세할지는 지켜볼 것”이라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변이가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로 대체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이러한 돌연변이의 결과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대해 전파력 증가 혹은 역학적으로 부정적 변화가 확인되는 등의 경우에는 주요 변이로 따로 분류하는데, 키프로스대학이 발견했다는 이 변이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조기원 기자

 

일본,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확산세’…일주일 사이 감염자 16배 증가

8일 하루 감염자 8480명..감염력 강한 오미크론 영향 도쿄도 1천명 넘어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일주일 사이 16배가 폭증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이 도쿄 거리를 걷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일주일 사이 16배가 폭증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오키나와 등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력이 강한 코로나 새 변이 오미크론 감염자가 늘고 있으며 도쿄까지 확대된 상태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일본의 코로나 하루 신규 감염자가 8일 8480명이라고 보도했다. 8천명이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더 큰 문제는 감염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 1일 534명에서 4일 1265명, 5일 2635명, 6일 4472명, 7일 6208명 등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16배 가량 폭증한 셈이다.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지역은 여전히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오키나와현이 1759명으로 하루 감염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사흘 연속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히로시마현도 하루 감염자 547명으로 최고 수준이며 야마구치현은 154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3개 현은 미군의 느슨한 방역 대책으로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지역사회로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새로 일본에 배치되는 미군이 출국하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생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일본 정부는 이들 3곳에 대해 긴급사태에 준하는 방역 대책인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를 9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령했다. 지자체장이 음식점 등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거나 명령할 수 있다. 중점조치 적용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선 처음이다.

 

수도 도쿄도 1224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는 등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도쿄도는 이 가운데 70% 이상이 오미크론 감염으로 추계하고 있다. 확진자의 약 40%는 백신을 2차례 접종한 돌파감염자로 조사됐다. 도쿄도는 오는 11일부터 음식점 등에서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를 8명 이하에서 4명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우에노 동물원 등 도가 관리하는 시설도 당분간 휴관에 들어가기로 했다.

 

와다 고지 일본 국제의료복지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은 지금까지 바이러스와 다르다. 단기간에 감염자가 급증하면 의료·개호 분야를 시작해 갑자기 기능이 정지될 우려가 있다”며 “접촉 기회를 줄이는 등 기본적 대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