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활동이 저조한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에서 건국 74년여만에 첫 여성 대법관 탄생이 임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키스탄 사법(임명)위원회는 이날 라호르 고등법원의 아예샤 말리크(55)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9명의 위원은 표결 끝에 5 대 4로 말리크 판사의 대법관 지명안을 통과시켰다.
대법관 취임을 위해서는 의회의 관련 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집권 여당인 ‘파키스탄 정의운동’이 임명안 통과에 필요한 인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무난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대법관 임기는 10년이다.
파키스탄 여성 법조인 협회의 자라 바야니 대표는 이날 사법 위원회의 결정은 “후보 지명이라기보다 사실상 임명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자 의회 법사위원장인 말레카 보카리 의원은 트위터에 쓴 글에서 “뛰어난 법률가이자 판사가 파키스탄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되는 중대하고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환영했다.
말리크 판사는 파키스탄 법대를 졸업하고 1997년 한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2012년부터 라호르 고등법원 판사로 일하고 있다. 말리크 판사는 빈곤 퇴치 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를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는 등 봉사 활동도 적극적이다.
말리크 판사의 대법관 후보 지명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지난해 9월 사법위원회는 표결 끝에 그의 대법관 후보 지명을 한차례 부결시킨 바 있다. 그녀가 라호르 고등법원에서 서열 4위라는 게 주된 거부 이유였다.
이번의 두번째 지명 시도를 앞두고도 법조계의 반발이 거셌다. 일부 변호사들은 말리크 판사가 대법관이 될 경우, 파업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이번에도 역시 서열 파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자라 바야니 대표는 “서열을 깨고 대법관이 된 판사가 적어도 40명은 있다”고 반박했다.
말리크 판사의 대법관 지명은 여성들이 거둔 승리지만, 여성에 대한 성범죄와 차별이 거의 처벌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할 때 여성 인권 향상은 여전히 힘겨운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신기섭 기자
카자흐스탄의 치안 부대가 6일 수도 누르술탄의 대통령 관저로 접어드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누르술탄/로이터 연합뉴스
갑작스런 연료 가격 폭등으로 시작돼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확대됐던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가 6일 만에 진압된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번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히 진압하겠다고 경고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7일 오전 성명을 내어 “공권력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헌법 질서가 거의 회복됐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치안 유지를 위한 작전이 “무장세력들이 완전히 분쇄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진 대국민 연설에선 “나는 경고 없이 사격할 수 있도록 군에 명령했다. 무장세력은 무기를 버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마지막까지 싸워야 한다”며 타협 없이 강경 진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카자흐스탄 내무부 발표를 인용해 지금까지 시위대원(카자흐스탄 정부는 ‘무장한 범죄자’라 지칭) 26명이 사살됐고, 3000여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정부 쪽에선 특수부대원 18명이 숨지고 748명이 부상당했다.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에선 지난 2일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돼 최대 도시 알마티 등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가 습격당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카자흐스탄을 30년 가까이 통치한 뒤 지금도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노인은 그만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요 외신들은 오랜 독재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시위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을 쏟아냈다.
이번 사태는 옛 소련 영토에 대한 서구와 러시아 간의 세력 다툼인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참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해 세계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이 자신들의 세력권 아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 신속히 공수부대를 투입해 시위를 진압했다.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등 6개 나라가 결성한 안보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의장인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5일 “외부의 간섭으로 혼란에 빠진 카자흐스탄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평화유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튿날인 6일 곧바로 공수부대를 투입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파견된 집단안보조약기구의 병력이 25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기구가 회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6일 성명에서 “러시아는 계속해 카자흐스탄과 집단안보조약기구에 속한 동맹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만약 필요하면 카자흐스탄의 공권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반테러 작전’을 돕기 위해 더 효과적인 수단을 분석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무흐타르 틀례우베르디 카자흐스탄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 해법을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카자스트탄의 헌법 기구와 언론 자유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위기에 대한 평화적이며 권리를 존중하는 해법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을 강조했다. 길윤형 기자
카자흐 비상사태... 연료가 폭등 항의시위 격화 "시위 진압 보안요원 사망"
알마티 시청사·대통령 관저 피격…4개 지역에 비상사태, 내각 총사퇴
새해들어 차량용 LPG 가격 2배로 뛰며 시위 촉발…"190여명 부상"
알마티 시위=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 시내 공화국 광장에서 5일 시위대가 연료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연료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져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정국이 혼돈에 빠졌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 시위 사태가 심각한 최대 도시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옛 아스타나) 등 4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금 조치를 취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알마티에선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시청 청사와 대통령 관저 등에 난입하고, 다른 일부 도시들에서도 시위대가 관청을 공격하는 등 비상사태 선포에도 혼란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 토카예프 "보안요원 사망…단호히 대처하겠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시위 사태로 보안요원들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했다"면서 "이제부터 당국은 위법자들에 대해 최대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상사태와 관련해 이날부터 지금까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이끌던 안보위원회를 직접 지휘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서부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州)에서 처음 시작된 시위는 이후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져 이날 현재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 도시 알마티에서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5일 새벽 알마티 시민 수천 명이 도심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가두 행진을 벌이다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알마티 도심에는 검게 탄 차들이 나뒹구는 가운데 장갑차와 진압 병력 등이 배치됐다.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되고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알마티 한국총영사관은 비상사태 선포 직후 교민 안전 공지문을 연락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달하고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 시청사 불나고 대통령 관저 점령 당해
이날 새벽부터 도심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시위대는 알마티 시정부 청사의 출입문과 창문 등을 부수며 안으로 난입했다.
시위대는 저지하는 경찰을 폭행했으며, 인근에 있던 경찰차들은 공격을 피해 도주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시위대의 청사 난입 이후 건물에선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알마티 시내에 있는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 건물을 점령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알마티 시위=보안요원들이 5일 알마티 시정부 청사를 경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저 주변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섬광탄 폭발음과 사격 소리가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알마티와 누르술탄에선 이날 낮부터 인터넷 통신과 전화가 두절됐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일부 TV 방송도 송출을 중단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알마티시 보건국은 이날 130여 명의 경찰과 50여 명의 시위대를 포함해 약 19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 치안당국은 "극단주의자들의 불법 행동으로 시위과정에서 여성과 노인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또 "구급차와 소방차를 포함해 120대의 자동차가 불타고, 상점 120 곳, 대중식당 180곳, 사무실 100여 곳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밖에 서북부 도시 악토베에서도 시위대가 시 정부 청사로 난입했으며, 북부 도시 코스타나이와 페트로파블롭스크, 북동부 도시 파블로다르 등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 내각 총사퇴, 일부지역 비상사태 선포
토카예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전국적 시위 사태와 관련 아스카르 마민 총리가 이끄는 내각 사퇴안을 수리하고, 알리한 스마일로프 제1부총리를 총리 권한 대행에 임명했다.
그는 다만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기존 정부가 계속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시위 진압 나선 경찰=폭동 진압 경찰이 5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시위대 해산에 나서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이날 새벽 시위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남동부의 알마티시와 남서부 망기스타우주에 오는 19일까지 2주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통령은 뒤이어 알마티시 외곽 알마티주와 수도 누르술탄으로 비상사태 지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선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파업과 집회 및 대중행사 등이 일절 금지되며, 도시 출입도 제한된다.
대통령은 비상사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질서 유지, 국가기간시설 경비, 검문검색 강화 등을 명령했다.
또 향후 6개월 동안 휘발유와 디젤유 및 주요 상품 가격에 대한 정부 통제를 도입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동시에 아파트 관리비 인상 동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주택 임대료 보조,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펀드 조성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 연료가격 인상이 도화선
카자흐스탄 내 대규모 시위 사태는 새해 들어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 주도 악타우와 다른 도시 자나오젠에서 차량용 액화천연가스(LPG) 가격이 2배로 인상된 데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지난 2일부터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촉발됐다.
이후 시위 사태는 알마티, 수도 누르술탄, 중부 카라간다, 서부 아티라우, 북서부 우랄스크, 남부 심켄트 등 전국 주요 도시들로 번지면서 확산했다.
시위대는 가스 가격 인하 외에 복지 개선, 내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토카예프 대통령은 4일 망기스타우주의 가스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하며 시위대를 달랬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 사태에 대해 지난 2019년 물러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세력의 장기 독재와 전횡,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악화한 경제난 등에 대한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에너지 가격 인상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미-러 대결에서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자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에서 ‘우리도 자구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어서 향후 사태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일 새해 연설에서 “핀란드는 언제나 나토 회원국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말해두건대, 핀란드가 움직일 공간과 선택의 자유에는 군사동맹의 가능성, 나토 회원 가입의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 역시 별도의 새해 연설에서 ‘모든 나라가 자신의 안전보장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움직일 여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과거 핀란드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군사 비동맹과 중립 노선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핀란드는 1939~1940년 겨울전쟁 등 소련의 침공을 겪은 역사적 사실을 교훈 삼아, 1340㎞ 길이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차대전 직후엔 미국의 유럽원조계획인 ‘마셜 플랜’을 거부하고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핀란드 영토가 소련에 대한 공격기지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개 약속도 해줬다.
냉전 해체 이후엔 1995년 유럽연합(EU) 가입, 2002년 유로화 채택 등 유럽과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섰다. 군사적으로도 1994년 ‘나토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PfP)를 맺고 미국이나 유럽 각국과 양자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하지만 ‘나토 불가입’ 정책은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런 기조에 변화 조짐이 인 것은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병력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이면서부터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부각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든 것이다.
러시아는 핀란드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심각한 정치·군사적 결과를 낳고, 러시아의 상응하는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물론, 핀란드가 당장 나토 가입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계감은 극도로 고조돼 있는 상태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전쟁 회피가 강대국의 최고 정책 목표였을 때마다 국제사회는 가장 잔혹한 나라의 아량에 의존해야 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오판’을 내릴 경우 미국과 나토가 군사적 옵션을 제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국민연합당 대표도 최근 “이제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할지 논의할 때다.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보복하겠다고 했지만, 핀란드는 결코 러시아의 위협이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당의 아테 하르얀네 의원도 “최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해야 할 논거가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웃한 발트 3국 등도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고 있다. 마르코 미켈손 에스토니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북부 유럽이 훨씬 더 안정되고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핵무기 확산 방지를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5개국 정상들은 3일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 방지와 전략적 위험 저하를 자신들의 우선적 책임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들은 또 “우리는 핵전쟁에서 승자가 있을 수 없고, 핵전쟁은 결코 시작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선언한다”고 말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이들 정상들의 전격적인 핵 확산 방지 공동성명은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으로 핵무기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최근 들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결, 우크라이나 위기를 둔 미-러 알력 등이 커지는 긴장 국면에서 나와 주목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현재 어려운 국제 안보상 조건에서 그러한 정치적 성명의 승인이 국제적인 긴장 수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세계의 주요 핵무기 보유국의 정상회의가 필요하다고 여전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핵무기 공식 보유국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정상회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이들 국가들이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노력을 통해 최근 긴장 상태 해소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이 러시아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 공동성명은 우리의 주도와 러시아 대표들의 가장 적극적인 참여로 준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주도한 5대 핵무기 보유국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미국-러시아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핵무기 보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사이에서 최근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대결과 긴장고조를 막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