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의 재대결, 전쟁 공포에 떠는 동유럽

● WORLD 2022. 1. 30. 04:0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운명은?

러, 12만 병력 우크라이나 둘러싸 “북·동·남쪽서 공격 가능한 상황”

나토군도 8500명 배치 일촉즉발 ‘두 세계 충돌’로 유럽 전역 불안

 

러시아군이 지난 26일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쿠즈민스키 지역에서 궤도형 다목적 수륙 양용 장갑차(MT-LB)를 앞세워 전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변에,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면 ‘전운이 감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8500명이 우크라이나 일대에 배치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도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를 넘어 옛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로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알라르 카리스 대통령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토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에스토니아에 나토군이 더 주둔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임자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가 발트해 이웃 나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취임한 카리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서방 쪽으로 훌쩍 더 다가섰다.

 

고래싸움에 끼인 옛 소련권 국가들

 

리투아니아는 미국산 스팅어 휴대용 방공시스템과 열영상탐지기 등 군 장비를 우크라이나군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미국산 장비의 제3국 이전을 승인해 리투아니아가 대전차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소련에 1940년 강제병합됐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을 보며 어느 때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듯하다. 세 나라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러시아, 그에 맞서는 서방, 그 사이에 낀 옛소련권 국가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곳은 벨라루스다. 친서방 발트국가들과 달리 크렘린에 찰싹 달라붙은 벨라루스야말로 ‘푸틴의 야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보여줄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국경지대에는 러시아군 병력 12만명가량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에도 7~10개 대대 약 4200~9000명과 수호이 전투기들을 이동시켰다. 미국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크라이나를 북쪽, 동쪽, 남쪽에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국의 우파 분석가들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프레더릭 케이건과 전쟁연구소의 조지 바로스는 의회전문지 <더 힐> 기고에서 “벨라루스로 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폴란드와 발트 3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거 없는 선동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푸틴은 2000년 취임한 이래로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다시 연합국가로 묶는 구상을 지지했으며 이미 몇년 전부터 벨라루스에 공군기지를 설치하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에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러시아의 압박 앞에서 미적거렸지만, 거센 민주화 시위에 부딪힌 뒤 루카셴코 대통령은 크렘린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다. 2021년 11월 루카셴코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사적 연합을 비롯해 크렘린이 요구해온 협정들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핵무기다. 올해 2월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벨라루스의 새 헌법 초안은 ‘중립’과 ‘비핵화’라는 현행 헌법의 핵심 조항들을 무력화했다.

 

 

푸틴은 소련의 해체를 ‘굴욕의 역사’로 보는 인물이다. 그는 동유럽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걸까.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이 무리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도박은 푸틴의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한 민족이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해야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인들 다수가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감정이다. 푸틴에게,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역사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남의 나라’가 아니다.

 

위험한 군사 배치를 감행하면서 푸틴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나토가 더는 동쪽으로 세력을 확대하지 않는 것,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력 아래에 남겨두라는 것이다. 팽창주의라기보다는 ‘원래 우리 것인 지역을 넘보지 말라’는 위협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분노할 상황이지만, 미국과의 대립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러시아의 야심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옛 세력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니 나토는 너무 설치지 말고, 미국은 너무 압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크렘린은 계속 발신해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개입한 것도 러시아의 세력권을 세계에 확인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뜻이 없어 보인다.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푸틴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돈줄인 가스프롬을 비롯해 주요 러시아 기업들의 가치는 떨어졌고 루블화도 폭락 중이다.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나토군을 내보내고 싶어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히려 나토의 보호를 요구하는 역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도 부담은 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만일 우크라이나를 건드리더라도 ‘소규모 공격’에 그칠 것이라면서 군사적 대응과는 선을 그었다. 유럽과 미국의 시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유럽연합 상임의장국 임기를 시작하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가 만나 휴전을 이끌어냈는데, 그 전례를 살린 ‘4자 회담’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유럽 뒤흔드는 두 세계관의 대결

 

독일도 미국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발트국가인 에스토니아는 미국산 무기뿐 아니라 러시아제 곡사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옛동독에서 핀란드로, 다시 에스토니아로 소유권이 이전된 곡사포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데에는 독일이 승인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최근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긴장이 주변국들로 퍼져가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 몇몇 독일 언론에는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주는 것을 숄츠 정부가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전운’만으로도 세계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동유럽을 뒤덮은 이 위기를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을 뒤흔들 수 있는 두 세계관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신문 <키예프 포스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불독 정신’을 배워 러시아에 맞서자는 글이 실렸다. 45년의 냉전은 진작 끝났고 그 후 다시 30년이 지나갔지만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사람들의 운명은 여전히 두 냉전국들에 달려 있는 듯하다. ‘두 세계’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 구정은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영 · 프 등 신규 확진 쏟아지는데도 '위드코로나' 방역 완화

높은 백신 접종률에 '덜 위협적인' 오미크론, 확진자 정점 판단

 

코로나19 규제 완화 속 마스크 없이 출근하는 영국인들= 27일 영국 수도 런던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런던 브리지를 건너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인 '플랜 B'를 종료해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과 대형 행사장의 백신 패스 제도를 폐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연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유럽 다수 국가가 속속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28일 현재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핀란드 등이 방역패스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규제 조치를 해제하거나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 전환은 언뜻 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현지 상황과 어긋나는 듯하다. 이들 나라의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는 영국 10만명, 덴마크 5만명, 프랑스 36만명 수준이어서 불안 어린 시선도 많다.

 

유럽 당국자들이 확진자 수치와 어긋나 보이는 이런 '대담한 결정'을 내린 근거는 뭘까.

 

높은 백신 접종률,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도가 낮다는 학계 연구, 오미크론 변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 등이 그 근거로 거론된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바이러스 변이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오미크론 변이는 빨리 전파되지만 중증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5일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19와 비교해 덜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기간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사용, 사망률 등의 지표는 델타 변이 유행 기간이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입원 위험은 델타 변이보다 3분의 2가량 낮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입원율이 80%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방역 규제 완화를 선언한 유럽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높은 편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인구 대비 백신접종 완료율은 지난 25일 기준 영국 71%, 덴마크 81%, 프랑스 76%, 핀란드 74%이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신규 확진자 수는 26일 4만6천명을 넘었지만, 집중 치료 병동에서 치료를 받는 중환자 수는 44명으로 2주 전(73명)보다 줄었다.

 

특히 영국은 부스터샷(추가 접종) 정책의 성공을 강조한다.

 

영국의 인구 대비 부스터샷 완료율은 54%로, 이스라엘보다 늦게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스라엘(54%)과 비슷하다. 이탈리아 51%, 독일 50%, 한국 50%, 프랑스 46%, 스페인 43%, 미국 26% 순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고령자 대부분이 부스터샷을 맞은 덕분에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는 중에도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고 영국 정부는 판단한다.

 

최근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부스터샷 후 2주가 지나면 코로나19 입원을 예방하는 효과가 89%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오미크론 변이 유증상 감염을 막는 효과는 65∼75%, 50세 이상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사망을 막는 효과는 9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벨기에 백신 반대 시위 [AP 연합뉴스]

 

백신 효과에 더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얻은 자연면역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확진자가 워낙 많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에서 올 1월 첫 주 성인의 항체 보유율은 98%를 기록했다.

 

영국 HSA의 백신정책 담당 선임 최윤홍 박사는 "치명률이 독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고 치료제도 나오고 있으니 사회·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하면 이제 팬데믹이 아니라 엔데믹으로 가는 게 낫다고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돌파감염 또는 감염 후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백신만 맞았을 때보다 10배 이상 강한 '슈퍼 면역'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미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마르셀 컬린 교수는 "자연 감염에 의한 면역은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연 감염 후 백신 접종은 항상 면역 반응이 매우 강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장차 팬데믹이 아니라 계절성 감기 같은 엔데믹으로 바뀔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19 감염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감염 시 생명과 의료 체계를 위협하는 중증 이행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세적으로 볼 때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영국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4일 21만8천여명을 기록한 후 10만명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이런 사례를 한국에도 적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부호다.

 

백신 접종률 등의 지표는 양호하지만 '오미크론 파도'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엔 아직 어려운 점, 코로나19 감염자가 유럽 국가보다 적어 항체가 생긴 사람이 많지 않은 점 등은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인구 6천700만명의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인구의 25%인 약 1천625만명이지만 한국은 79만명에 그친다.

 

또 유럽에선 지난해까지 강력한 봉쇄 정책을 유지해 국민의 피로가 누적돼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더는 감수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도 방역 정책을 전환하는 데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퓰리즘 국가’, 코로나 사망자 2배 많아”…그 이유는?

 

미국·영국 등 11개국 초과사망률 18%

나머지 나라의 8%보다 훨씬 높아

“방역 조처 꺼리고 과학 무시하는 탓”

 

2020년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지지 모임에 참석한 이들. 포퓰리즘 정부 아래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롬/EPA 연합뉴스

 

포퓰리즘 정부 아래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나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경제 방송 <시엔비시>(CNBC)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독일의 두뇌집단(싱크탱크)인 ‘키엘 세계경제 연구소’는 이날 학술지 <정치제도와 정치경제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세계 42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포퓰리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브라질·러시아·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2020년 ‘초과 사망률’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포퓰리즘 정부의 대응 능력을 분석했다. 초과 사망은 일정 기간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사망을 뜻한다.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사망자까지 포함한 전체 사망자 규모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한 나라의 평균 초과 사망률은 18%로, 나머지 나라의 8%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42개국 평균 초과 사망률은 10%였다. 포퓰리즘 국가에서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사망자가 18% 더 많았고, 나머지 나라에서는 8%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이 포퓰리즘 국가로 분류한 나라는 미국, 영국, 인도, 브라질, 이스라엘, 체코, 헝가리, 멕시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터키다.

 

연구팀은 포퓰리즘 정부가 있는 나라의 초과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사람들의 이동이 더 잦은 데서 찾았다. 구글 데이터를 이용해 식료품점이나 공원 등 붐비는 장소들의 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 포퓰리즘 국가의 이동이 2배 많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포퓰리즘 국가의 이동이 많은 이유로 두가지를 꼽았다. 포퓰리즘 정부들은 접촉 제한 등 인기없는 방역 정책을 꺼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의 심각성을 경시하거나 과학적 발견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발언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 정부가 있는 나라의 시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동을 제한하지 않을 여지가 높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키엘 세계경제 연구소’의 미하엘 바이에를라인 연구원은 “숫자를 보면, 포퓰리스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위기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게 명백하다”며 “피할 수 있었던 많은 죽음에 대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포퓰리즘을 “사회가 동질적인 두 개의 집단 곧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지배층’으로 나뉘고, 이들이 서로 적대적이며, 정치는 국민들의 일반적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념으로 규정했다. 신기섭 기자

 

독일 오미크론 사상최고속도 확산…"보건인력 백신의무화 시행"

 

보건장관 "극단적 백신 반대론자 보건분야 종사 적합한지 의문"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 탓에 사상 최고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오는 3월 15일부터 보건의료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의무화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 주사 직접 놓는 '의사 출신' 독일 보건장관=독일 북부 슈베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17일(현지시간) 의사 출신인 카를 라우터바흐(오른쪽) 보건장관이 한 남성에게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직접 놔주고 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자 백신접종 상황과 방역 대책을 점검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28일 한국의 질병관리청 격인 독일의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집계에 따르면 독일의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1천73명으로 치솟아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1천17.4명)를 경신했다.

 

독일내 16개주 중 11개주에서 인구 대비 신규확진자 지표가 1천명을 넘어섰다. 베를린 12개구 중 6개구에서 이 지표가 2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템펠호프-쇠네베르크구는 3천192.2명, 미테구는 2천546.8명까지 치솟았다.

 

24시간동안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19만148명, 사망자는 170명이었다.

 

독일내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4일 신규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3.3%까지 확대하면서 우세종이 됐다. 이 비중은 전주 96%까지 확대됐다고 RKI는 설명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이날 보건당국 기자회견에서 "고령층은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사망할 위험은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하면 미접종자에 비해 99% 감소한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올가을 타격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내달 15일부터 병원과 요양원의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6개주 중 일부 주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이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의료진이 과학적 인식을 부인하고,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용의까지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인력이 백신 접종 의무화로 떠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단적인 백신 반대론자면서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그 직업에 적합한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75.7%인 6천290만명, 2차 접종 완료자는 73.8%인 6천140만명, 추가접종자는 52.2%인 4천340만명이다.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96%는 ‘오미크론 감염’

국립 고등보건연구소, 사례 2486건 분석 결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50살 이상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밀라노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밀라노/AFP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중 오미크론 변이 비중이 90%를 넘어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에서 수집된 코로나19 확진 사례 2486건의 샘플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95.8%가 오미크론 변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델타 변이 비중은 4.2%였다.

 

지난달 20일 같은 조사에서 21%에 불과했던 오미크론 변이는 이달 3일 81%까지 치솟으며 우세종이 됐고, 이제는 신규 확진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이탈리아의 오미크론 변이 비중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코로나19 상황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의 오미크론 변이 비중은 89.1%, 델타 변이는 10.7%로 나타났다. 다만, 이탈리아 당국은 최근 들어 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하며 상황이 다소 호전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지난 주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러스 감염재생산지수는 지난주 1.31에서 이번 주에는 0.97로 뚝 떨어졌고, 병원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의 코로나19 환자 점유율도 각각 16.7%, 30.4%로 전주보다 소폭 내려갔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를 나타낸다. 통상 1.0 이상이면 대규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는 이달 11일 22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이래 20만 명 선을 밑돌며 하향 안정화하는 양상이다. 27일 기준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5만5697명, 사망자 수는 389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연합뉴스

미국-러시아의 재대결, 전쟁 공포에 떠는 동유럽

● WORLD 2022. 1. 29. 01:3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운명은?

 

러, 12만 병력 우크라이나 둘러싸 “북·동·남쪽에서 공격 가능 상황”

나토군도 8500명 배치 일촉즉발 ‘두 세계 충돌’로 유럽 전역 불안

 

러시아군이 지난 26일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쿠즈민스키 지역에서 궤도형 다목적 수륙 양용 장갑차(MT-LB)를 앞세워 전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변에,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면 ‘전운이 감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8500명이 우크라이나 일대에 배치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고,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도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를 넘어 옛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로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알라르 카리스 대통령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토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에스토니아에 나토군이 더 주둔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임자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가 발트해 이웃 나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취임한 카리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서방 쪽으로 훌쩍 더 다가섰다.

 

고래싸움에 끼인 옛 소련권 국가들

 

리투아니아는 미국산 스팅어 휴대용 방공시스템과 열영상탐지기 등 군 장비를 우크라이나군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미국산 장비의 제3국 이전을 승인해 리투아니아가 대전차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소련에 1940년 강제병합됐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을 보며 어느 때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듯하다. 세 나라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러시아, 그에 맞서는 서방, 그 사이에 낀 옛소련권 국가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곳은 벨라루스다. 친서방 발트국가들과 달리 크렘린에 찰싹 달라붙은 벨라루스야말로 ‘푸틴의 야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보여줄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국경지대에는 러시아군 병력 12만명가량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에도 7~10개 대대 약 4200~9000명과 수호이 전투기들을 이동시켰다. 미국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크라이나를 북쪽, 동쪽, 남쪽에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국의 우파 분석가들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프레더릭 케이건과 전쟁연구소의 조지 바로스는 의회전문지 <더 힐> 기고에서 “벨라루스로 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폴란드와 발트 3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거 없는 선동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푸틴은 2000년 취임한 이래로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다시 연합국가로 묶는 구상을 지지했으며 이미 몇년 전부터 벨라루스에 공군기지를 설치하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에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러시아의 압박 앞에서 미적거렸지만, 거센 민주화 시위에 부딪힌 뒤 루카셴코 대통령은 크렘린과 급격히 밀착하고 있다. 2021년 11월 루카셴코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군사적 연합을 비롯해 크렘린이 요구해온 협정들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핵무기다. 올해 2월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벨라루스의 새 헌법 초안은 ‘중립’과 ‘비핵화’라는 현행 헌법의 핵심 조항들을 무력화했다.

 

푸틴은 소련의 해체를 ‘굴욕의 역사’로 보는 인물이다. 그는 동유럽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걸까.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것이 무리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도박은 푸틴의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한 민족이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해야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인들 다수가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역사적 감정이다. 푸틴에게,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역사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남의 나라’가 아니다.

 

위험한 군사 배치를 감행하면서 푸틴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나토가 더는 동쪽으로 세력을 확대하지 않는 것,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력 아래에 남겨두라는 것이다. 팽창주의라기보다는 ‘원래 우리 것인 지역을 넘보지 말라’는 위협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분노할 상황이지만, 미국과의 대립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러시아의 야심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옛 세력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니 나토는 너무 설치지 말고, 미국은 너무 압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크렘린은 계속 발신해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개입한 것도 러시아의 세력권을 세계에 확인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뜻이 없어 보인다.

 

도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푸틴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돈줄인 가스프롬을 비롯해 주요 러시아 기업들의 가치는 떨어졌고 루블화도 폭락 중이다.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나토군을 내보내고 싶어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히려 나토의 보호를 요구하는 역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도 부담은 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만일 우크라이나를 건드리더라도 ‘소규모 공격’에 그칠 것이라면서 군사적 대응과는 선을 그었다. 유럽과 미국의 시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유럽연합 상임의장국 임기를 시작하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가 만나 휴전을 이끌어냈는데, 그 전례를 살린 ‘4자 회담’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유럽 뒤흔드는 두 세계관의 대결

 

독일도 미국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발트국가인 에스토니아는 미국산 무기뿐 아니라 러시아제 곡사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옛동독에서 핀란드로, 다시 에스토니아로 소유권이 이전된 곡사포를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데에는 독일이 승인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최근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긴장이 주변국들로 퍼져가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 몇몇 독일 언론에는 에스토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겨주는 것을 숄츠 정부가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전운’만으로도 세계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동유럽을 뒤덮은 이 위기를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을 뒤흔들 수 있는 두 세계관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신문 <키예프 포스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불독 정신’을 배워 러시아에 맞서자는 글이 실렸다. 45년의 냉전은 진작 끝났고 그 후 다시 30년이 지나갔지만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사람들의 운명은 여전히 두 냉전국들에 달려 있는 듯하다. ‘두 세계’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 구정은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바이든 “러시아, 2월에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뚜렷”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경고

"땅 얼어붙었을 때 공격 개시" 전망

크렘린 “미국과 대화는 계속하겠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27일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인 동부 루한스크에 설치된 참호 안을 걷고 있다. 루한스크/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경고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가 2월 중순까지의 시점에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미국이 모종의 정보 판단을 거쳐 이런 경고를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땅이 얼어붙으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북쪽에서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무거운 군장비 이동에 적절한 조건 형성을 기다리고 있다며,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가 점유하던 크림반도에 러시아군이 진입한 시점도 2월 말이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군사원조를 비롯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의 확고한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경제 지원도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소집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31일에 열린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 이상의 병력을 집결한 것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엔 헌장에 대한 분명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전날 미국과 나토가 나토의 추가 동진 금지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하는 회신을 보낸 것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낙관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화를 계속하겠다며 “그게 우리와 미국 양쪽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푸틴·마크롱,  러 '안전보장안' 등 우크라 위기 해법 논의

푸틴 "미 · 나토 답변서 러 우려 고려안돼…검토 뒤 향후 조치 결정"

 

 푸틴 대통령(왼쪽)과 마크롱 대통령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에 긴 통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이고 법률로 명시된 안전보장 제공 문제가 대화의 주요 주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일과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협상과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 결과 등에 기반해 이 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 측이 26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받은 (러시아 제안) 안전보장 협정 초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주의 깊게 검토할 것이며, 그 뒤 (러시아의) 추가 행동에 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의 답변에서 나토 확장 금지와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의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배치 나토 군사력 및 인프라의 1997년 수준 회귀와 같은 러시아의 원칙적 우려가 고려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나토 양자 기본 문서 등에 명시된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 즉 '누구도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신의 안보를 강화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와 같은 핵심적 문제를 무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공화국과 루칸스크공화국 당국과의 직접 대화 추진과 돈바스 지역 특수지위에 대한 법적 보장 조항 등의 철저한 이행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 정상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국 정상 정책보좌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해당 형식의 틀 내에서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이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분쟁 해소 방안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대표 회담을 일컫는다.

 

4개국 정상이 지난 201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을 계기로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정상이 참석한 노르망디 형식 회담 뒤 중화기 철수, 러시아와의 국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통제 회복, 돈바스 지역의 자치 확대와 지방 선거 실시 등을 규정한 민스크 협정에 서명했으나 이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돈바스 지역의 자치 지위 허용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입장차가 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 4개국 정상 정책 보좌관들은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해 돈바스 분쟁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2주 뒤 베를린에서 다시 회동하기로 했다.

독~러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이해관계에

2차대전뒤 무기공여 금지원칙 겹쳐 애매한 태도 지속

 

우크라이나군이 26일 볼린주에서 대공 훈련을 벌이면서 스트렐라-10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우크라이나 위기’를 지켜보는 독일의 ‘애매한 모습’에 독일 국내는 물론 주변국에서 다양한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는 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독-러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길이 1222㎞)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00년대 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선 관계를 통해 실현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시절인 2015년 공사가 시작돼 지난해 9월 완공된 뒤 가동 개시를 앞두고 있었다

 

이 사업에 대해선, 구상 단계부터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너무 의존하게 돼 전략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이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경유하지 않고 발트해 해저를 따라 두 나라를 직접 연결해 폴란드, 우크라이나, 발트 3국 등도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사업 중단을 요구했었다.

 

독일 국내적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가스관이 도착하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머른주는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 등의 이유로 노르트스트림2를 포기하기 어렵다. 이곳은 ‘신호등 연정’을 통해 지난해 11월 말 집권한 여당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급박해지자 독일의 애매한 입장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러자 독일 언론들은 정부가 ‘불분명한 태도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 정부는 미국의 신용을 잃고 나토에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독일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 불가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폴란드·라트비아 등 주변국도 독일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태도가 분명치 않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독일은 현재 2차 세계대전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 역시 주변국의 눈총을 받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장관은 17일 키예프를 방문했지만, “외교는 현재 최고조 긴장 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며 무기 원조를 완곡히 거절했다.

 

26일 독일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물품이 결정됐다. 군용 헬멧 5000개였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독일이 다음엔 뭘 지원할 것인가, 베개인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