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한나절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접근

키예프 북쪽 30㎞ 비행장서 치열한 교전

“공중에서 군인 투하해 도심 침투 가능성”

 러 의원, “친러 정권 수립하는 게 목표”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장악 시도까지

 동부 접경 지역, 남부 항구에서도 전투 격화

 

러시아 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헬리콥터들이 24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저공 비행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키예프 진입을 시도하면서 우크라이나 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 작전을 시작한 지 한나절 만에 러시아 군이 수도 키예프 인근까지 진출해 수도 진입 작전에 돌입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4일 오후(현지시각)에 접어들면서 러시아 군이 수도 키예프 주변까지 진출했다고 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경 수비대는 러시아 군이 키예프 북부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시설에 그래드 다연장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아에프페>는 수도 북부에 있는 공항이 공격을 받는 가운데 자사 기자가 헬리콥터 몇 대가 저공 비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데페아>(DPA) 통신은 두 쪽이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호스토멜 비행장 주변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비행장 주변에서 적어도 3대의 러시아 군 헬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내무부 장관의 고문인 안톤 헤라시셴코는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군 헬기 격추 동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가 이 비행장을 장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은 러시아 군이 공중에서 군인들을 지상으로 투입한 뒤 키예프의 정부 청사 지역으로 침투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가 공격 초기부터 키예프 진입에 집중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을 빠르게 무력화시킴으로써, 군과 시민들의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의원을 인용해 러시아의 목적은 키예프에 친러시아 정부를 세워 미국의 영향력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 군의 교전은 동부 지역 러시아 접경 도시인 하르키우와 수미,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 등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쪽 국경을 넘어온 러시아 군인들이 1986년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략군이 원전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으며, 우리 방위군이 1986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두쪽의 전투 과정에서 원전 폐기물 보관 시설이 파괴됐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이 우크라이나의 11개 공군 기지를 포함한 74곳의 군 시설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가 국경 지대의 시설들을 이미 포기했다고 주장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기자

 

 바이든, NSC 소집… G7 정상과 협의 후 대러시아 제재 발표 예정

"첨단기술 유입 차단 · 금융기관 및 푸틴 측근 제재 대상 포함될 듯"

 

백악관서 국가안보회의 주재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중앙)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오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NS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북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침공을 개시한 뒤 처음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참석했다고 CNN이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전날 밤늦게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부당한 공격에 책임을 묻겠다며 동맹과 단호한 대응을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NSC 직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 대책 회의를 한다.

 

여기에선 사실상 전면적인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신속하고 가혹한 경제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한다.

 

제재에는 첨단 기술 유입 차단과 대형 금융기관 제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추가 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 마침내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지상군 각 방향 진입

푸틴 새벽 TV 연설 “특별 군사작전 결정”

우크라이나 곳곳에 미사일·포탄 공격

바이든 “책임 묻겠다” 강력 제재 예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공항 근처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시설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행했다. 유럽은 2차대전 후 최악의 전쟁 공포에 빠졌고,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등 서구 진영과 러시아의 극한 대립으로 세계 질서에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침공은 24일 아침 6시(현지시각) 직전 푸틴 대통령이 “나는 특별 군사작전을 결정했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텔레비전 특별 연설에서 “작전 목적은 지난 8년간 괴롭힘과 집단 학살을 겪어온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연방 시민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많은 유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협박했다. 이어 “러시아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비롯되는 끝없는 위협 속에서는 안전을 느끼지도, 발전하지도, 살아가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방 친러 공화국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저지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시도하며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침공 근거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집결한 러시아군은 개전 선언 직후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 목표물들에 미사일과 포탄을 쏟아부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를 보면, 키예프에는 군사령부 등을 노린 폭탄 공격이 가해졌고, 제2 도시 하르키프, 폴란드와 인접한 서부 리비프도 공격받았다. 현지 언론은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와 마리우폴에는 러시아군이 상륙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의 친러 병력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지역 공격에 나섰다. 역시 러시아 병력이 포진한 벨라루스 쪽에서도 포격이 가해졌다. 15만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동·남·북 3면에서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는 러시아군 탱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전투기와 헬기 5대를 격추했다며, 자국이 전면전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무기를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라. 모든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전투 지역을 자유롭게 떠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투항을 종용한 것도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 의도와 계획을 거듭 폭로하며 “가혹한 제재”를 경고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푸틴은 재앙적인 생명 손실과 고통을 부를 계획된 전쟁을 선택했다”며 “러시아는 이 공격이 초래할 죽음과 파괴를 책임져야 한다. 세계는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또 “내일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과 만날 것이며, 미국과 우리 동맹, 파트너들은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중으로 전면 제재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발령하고 항전 의지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반푸틴 연합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전쟁 발발 소식에 석유시장과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201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안전자산인 금값도 뛰었다. 장중에 개전 소식을 접한 아시아 증시는 급락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러 침공, 2차대전 뒤 가장 어두운 시간” 국제사회 맹비난

 

나토 사무총장 “중대한 국제법 위반”

벨기에 총리 “유럽의 가장 어두운 시간”

유엔 사무총장 “군대 되돌려달라” 호소

 

23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마키이우카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이 어린이를 열차에 태우고 있다. 마키이우카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하자, “유럽의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며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수많은 시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러시아의 무모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공격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러시아는 군사 행동을 즉각 중지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성을 존중하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의 결과에 대처하기 위해 모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 이 어두운 시간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그리고 무고한 남성과 여성, 아이들과 함께한다. 우리는 크렘린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적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지하철역 밖에서 시민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50분을 기점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불안에 빠져있다. 키예프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을 시작해 파괴와 유혈의 길을 선택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러시아의 공격은 “노골적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고,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우리 마음은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 있다”며 “지금은 2차 대전 뒤 유럽의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체코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의 공격을 “야만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공격이 개시되기 전인 23일 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전쟁의 시작은 우리가 아는 세계 질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를 20세기 가장 어두웠던 시간으로 되돌릴 시나리오”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 호소에 많은 나라가 호응했다. 라체자라 스토에바 불가리아 대사는 “우크라이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과테말라와 터키, 일본 대사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3일(현지시각)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군대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엔TV 화면. AP 연합뉴스

 

쿨레바 장관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엄중한 사태에 대해 안보리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유엔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푸틴 대통령에게 생각을 돌리고 평화에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호소가 푸틴 대통령이 결심을 막진 못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속보가 쏟아진 뒤에도 전쟁을 멈추라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 푸틴 대통령,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군대를 러시아로 되돌려달라. 인도주의 이름으로 이번 세기 시작 이후 최악이 될 수 있는 전쟁을 유럽에서 시작하도록 허용하지 말아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조기원 박병수 기자

 

푸틴 “군사작전 개시”…우크라 수도 키예프에 폭발음

 

TV연설서 “범죄자들 법정 세우겠다”

주우크라 영국대사 “공격 시작, 충격”

바이든 “푸틴, 재앙·고통 부를 선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군사 기술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이 직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도도 나와, 러시아군의 침공이 개시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오전 6시(현지시각) 직전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연설에서 “나는 군사작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집단 학살”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 정책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또 “많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과 러시아인 등 민간인들의 유혈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발표 직후 여러 발의 폭발음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들렸다고 보도했다. 현지인들은 폭발음이 포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영국대사 멀린다 시먼스는 트위터를 통해 “평화로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이 시작됐다. 충격적이다”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발표 직후 그가 “재앙적인 생명 손실과 고통을 부를 계획된 전쟁을 선택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공격이 초래할 죽음과 파괴에 책임져야 한다. 세계는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 “한국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무력사용 정당화될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의 경제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계속된 경고와 외교를 통한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에서 우려하던 무력 침공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존, 독립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문 대통령은 이와함께 “정부 관련 부처는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와 경제 및 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필요한 조처를 취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완 기자

24일 미-러 외무장관 회담… 푸틴, 핵무기 훈련 무력 과시

우크라 돈바스서 정부군-반군 교전에 ‘침공명분 쌓기’ 의심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프 지역에서 19일 여성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방위군 전역자들로부터 소총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하르키프/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공언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세력이 군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4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위기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 한다고 믿을 이유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280만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는 수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공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최근까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심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혀왔으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지금으로서 그가 그런(침공)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믿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19일 리투아니아에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 병력)이 풀리고 있고, 이제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병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15만명 이상으로 증강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의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포격전 등으로 민스크 휴전협정 위반 사례가 19일 2000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 2명이 숨졌다. 반군 쪽은 정부군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군은 이를 부인한다.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세력 중 하나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주택 5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고 20일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깃발 작전’을 펴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난 19일에는 자칭 독립국을 주장하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세력이 군 총동원령을 내리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정부군이 공격해올 위험성이 높아졌다면서 모든 예비군들은 모병 사무소로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친러시아 세력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도 18~55살 남성은 루간스크(루한스크)주를 떠나지 말라며 총동원령을 선포했다. 이들 반군 세력은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대피를 촉구했으며, 이미 수천명이 러시아 로스토브 지역으로 피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난민 70만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서방 또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는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안내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키예프에 있는 연락사무소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와 벨기에 브뤼셀로 옮겼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예고한대로 19일 벨라루스와 합동으로 전략 핵무기 훈련을 실시하며 힘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20일 종료할 예정이었던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의 연합 군사훈련도 종료 직전 연장한다고 벨라루스 국방장관이 발표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대대적인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뒤 19일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추가적 군사 공격은 금융·경제 제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부문에서 엄청난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외교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병력을 상당 부분 철수해 긴장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도 대화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 유럽에서” 만나는 데 합의했다면서, “러시아가 그 날짜 이전에 군사 행동을 한다면 외교의 문을 닫고 전쟁을 선택했다는 게 분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야권 성향의 러시아 민영방송 <도쉬티>(Dozhd)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그것(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실제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의 모든 이를 위한 안보를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호적 기반 위에서 대화할 준비가 전적으로 돼 있다”도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9일 뮌헨안보회의 행사에서 “러시아 대통령이 무얼 원하는지 모른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준범 기자

 

우크라 대통령 “러시아 침공 뒤 제재 소용없다…당장 행동하라”

동부 내전 지역 긴장 고조에도 뮌헨안보회의 참석

미국 등 서방의 전략에 대해 쓴소리 쏟아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뮌헨안보회의에 도착해 연설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 등 서구의 대응이 말만 앞세운다며 대러시아 제재를 포함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폭격이 시작돼 우리나라가 불바다가 된 뒤나, 우리의 국경이 없어지고 경제도 없고 우리 국토의 일부가 점령당한 뒤에는 우리는 당신들의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유피아이>(UPI)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그때가 되고 나면 왜 제재가 필요한가, 그때는 무엇을 위한 제재인가”라고 한 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목록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다루는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연일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경제에 타격을 주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효과밖에 없다며 “우리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등 서구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한 “명백한 현실적인 시간표”를 마련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러시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했지만, 이후 “회원국 간 이견이 남아 있다”며 약속 이행을 미뤄왔다.

 

그는 또 서방이 1994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 시절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하면 안보 보장을 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서구가 러시아와 ‘이면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그렇지만 그는 러시아와 대화할 여지도 남겼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기꺼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뮌헨안보회의는 1963년 설립된 연례 국제안보협의기구로, 이번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정상급 인사 30여명과 장관급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정부군 병사 두명이 친러시아 반군의 포격으로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뮌헨안보회의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존슨 총리 등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외교적 행보도 이어갔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과 나토의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구체적인 대책,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가 더 침공하면 미국은 (러시아에) 빠르고 심각한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또 이 문제가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되길 선호하며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겠다”며 러시아와 외교적 접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할 방침임도 밝혔다. 박병수 기자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 “총동원령”…내전 지역 긴장 고조

 

도네츠크 · 루한스크 반군 수장들 선포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최근 포격 공방

바이든 미국 대통령 “며칠 내 러시아 공격” 또 주장

우크라이나 정부는 “상황 통제되고 있다”

 

18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러시아로 피신하기 위해 버스 터미널에 모인 민간인들 옆에 서 있다. 루한스크/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 수장들이 총동원령을 선포했다.

 

도네츠크주를 장악하고 있는 친러 세력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19일(현지시각) 군 총동원령을 내리고 모든 예비군들은 모병 사무소로 나와줄 것을 촉구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어서 돈바스 지역 내 또다른 친러 세력이 세운 ‘루한스크(루간스크)공화국’의 레오니드 파세츠니크도 총 동원령을 선포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모두 1만4000명 이상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때 친러 반군이 러시아와 접경한 돈바스 지역에 세운 자칭 독립국들이지만 이들을 독립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없다. 러시아와 친러 반군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5년 정전협정인 ‘민스크협정’ 을 맺었으나 이 협정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부터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민스크협정을 어기고 상대방이 자신들에게 포격을 가했다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자주 발생했지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병력 10만여명을 배치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충돌이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들은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에서 여성과 민간인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있다. 우크라아 정부는 19일 동부 지역에 배치된 자국 군인 한 명이 반군 포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러시아군 일부가 훈련을 마치고 원대복귀하고 있다고 밝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는 한때 완화되는 듯 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군이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몇주 며칠 안에 공격할 의도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금 현재 상태로 나는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여전히 외교를 선택할 수 있다”며 “긴장 완화와 협상장 복귀로 가기는 늦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임박설을 부인해온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9일 성명을 내고 친러 반군이 활동하는 동부 지역의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대로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20일 전화 회담을 한다. 조기원 기자

 

청, 우크라 관련 긴급 NSC회의… “현지 비상키트배낭 배포”

긴급점검회의…공관원·크림지역 교민 외 68명 국민 체류중

 

     청와대.

 

청와대가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및 한반도 관련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최근 군사적 동향 및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의 외교 동향과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영향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전했다. 미국·러시아 외교장관회담 등 국제 협의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점검하면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대피용 비상키트배낭 배포와 현지 방공호 등 대피소 정보 안내, 안전한 출국을 위한 인접국 협조요청 등 긴급상황에 대비해 수립된 대피·철수 지원 계획도 재점검했다. 청와대는 20일 현재 68명의 국민(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 제외)이 우크라이나에 체류중이며 이번주내로 41명이 철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베이징 겨울올림픽 종료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대화 국면으로 조속히 진입하기 위한 유관국과의 협의 방안도 논의하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완 기자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 촉각 곤두 세우는 이유는 대만?

대만해협·센카쿠 열도 등 중국에 영향

일 외무상 “힘에 의한 현상변경, 유럽만의 문제 아니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지난 19일 독일 남부 뮌헨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뮌헨/AFP 연합뉴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에 대해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는 일본도 자국 외교·안보에 영향이 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근본적인 원칙과 관련된 것으로 유럽의 안보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 17일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파벌 모임에서 “주전장(주된 전쟁터)은 유럽이지만 현상변경을 허용하면 아시아에도 파급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안에서도 “오늘의 우크라이나를 내일의 대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갈등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대만해협’과 중-일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가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면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미국의 대응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저지에 미온적이면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대만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군사·경제 분야에서 부상하는 중국,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저하는 자신들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보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일본에) 대중 견제의 역할을 한층 더 담당하도록 요구해 올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올해 개정할 예정인 일본의 국가안보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러시아, 우크라 남·북 접경지에 미사일발사대 등 무기 배치

야전병원 등 위한 전투지원 병력도 접경지서 목격…"준비태세 강화"

 

헬기 사격하며 연합훈련 하는 러시아-벨라루스군= 17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 오시포비치 훈련장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연합훈련을 벌이면서 헬기 사격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방인 벨라루스의 훈련장에서 '연합의 결의 2022'로 명명된 연합훈련을 오는 20일까지 벌일 예정이다. (오시포비치 AP=연합뉴스)

 

러시아는 훈련을 마친 자국 군대를 철수시키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인근에 주둔한 러시아 병력에 대한 서방의 추정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13만∼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병력 규모가 19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까지 나왔다.

 

서방 당국은 지난 주 이곳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10만 명에서 13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어 지난 15일 이보다 2만 명 더 많은 15만 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를 둘러싸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의 추정치 15만명에는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서 연합 훈련 중인 러시아 병력 3만명이 포함돼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러시아 지상군 병력 60%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쪽 지역에 있다"고 밝혔다.

 

위기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공군과 해군 병력을 포함한 러시아군 14만7천 명이 접경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클 카펜터는 이날 OSCE 회의에서 "지난달 30일 약 10만명과 비교해,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와 접경에 16만9천∼19만명을 집결해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동원"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측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에 배치된 군 텐트와 장비들 [맥사 테크놀로지스 제공·연합뉴스]

 

위성사진으로도 러시아군의 동향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에는 러시아군 1만 명이 추가 배치됐으며, 군 관련 활동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 있는 일부 러시아 부대는 최고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에서 45마일(72㎞)도 채 되지 않는 벨라루스 옐스크 인근에는 단거리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발사대도 배치된 것으로 목격됐다.

 

벨라루스 남부 루니네츠 내 비행장에는 공대지용 최신 전투기 Su-25 등이 촬영됐다.

 

이와 함께 러시아해군은 지중해 훈련을 이유로 대형 상륙함 6척을 흑해에 배치했다.

 

지난 12일 러시아 흑해함대는 30척 이상의 전함이 크림반도 인근에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분석가는 러시아군의 상륙작전은 실제 극도로 어려울 것이며, 해군은 우크라이나 지상군을 지상 공격이 가능한 곳에서 더 멀어지도록 하는 유인 수단일 수도 있다고 했다.

 

서방은 러시아 전투 병력 외에도 지원 병력이 속속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모여드는 상황을 침공 임박 신호로 보며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장갑차=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보병부대의 BMP-3 장갑차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로스토프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들어 탱크 수리, 혈액 공급을 위한 야전 병원 운영 등을 담당할 지원 병력이 전투 병력과 나란히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야전병원 배치는 침략을 위한 준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방은 러시아 정규군 외에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에 친러 분리주의 반군 1만5천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의 규모가 이보다 더 크다고 믿고 있다.

 

다수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군의 병력 배치 상황을 두고 언제든지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부족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드미트리 폴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이날 BBC방송에 "(러시아군 배치 병력에 관한)모든 추정은 서방 동료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나온 이 같은 수치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러시아는 서방이 제기한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며 접경지에 배치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접경지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러시아군 증강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러시아, 며칠 안에 우크라 침공할듯”

 

블링컨 “침공용 명분 조작 가능성” 거듭 경고

“사이버·미사일 공격 뒤 키예프로 진군할듯”

반군 지역 주변 포격전 책임 공방 달아올라

러, 주러 미 부대사 추방 “미국에 맞대응”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7일 친러시아계 반군의 포격으로 파괴됐다고 주장한 러시아 접경 지역 유치원 내부. AFP 연합뉴스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군 침공 계획에 대한 미국의 추가 경고와 동부 반군 지역 충돌로 다시 살얼음판으로 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우리가 확보한 모든 지표로 볼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위장 술책으로 침공의 명분을 삼으려고 한다”며 “내 감으로 그런 일은 며칠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나와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에 관해 전보다 더욱 살벌한 경고를 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내밀 조작된 침공 명분이 무엇일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러시아 안에서의 폭탄 테러, 드론 공격, 허위 또는 실제 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이를 “인종청소나 집단 학살로 묘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조작된 공격을 빌미로 한 러시아군의 침공은 사이버 공격과 우크라이나 전역을 노린 미사일과 폭탄 공격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핵심 목표들로 진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그는 러시아의 계획을 폭로해 전쟁을 막으려고 일정을 조정해 안보리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런 경고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쪽은 동유럽 회원국들에 병력을 증파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대한 5천명 증파에 착수했으며, 불가리아에도 병력을 증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영국도 수백명을 폴란드로 보내면서 전함과 군용기도 추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도 러시아군의 침공 임박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런 판단의 구체적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쪽이 러시아의 침공 명분용 사실 조작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서로 포격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긴장 강도가 더 높아졌다. 돈바스는 2014년 이후 양쪽의 분쟁으로 1만4천여명이 숨진 곳이다.

 

돈바스 지방에서 친러시아계가 자신들의 독립국가라고 주장하는 루한스크공화국은 1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포격을 가해 응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이 정부군에 포격을 가했으나 자신들은 반격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에 있는 소도시를 노린 반군의 포탄이 유치원을 타격했다며 벽에 구멍이 난 건물 내부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 이 공격으로 교사 2명이 다치고, 도시 절반에 전기가 끊겼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휴전 합의 준수를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대치 지역을 따라 17~18일에 500번의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치원 건물 포격은 친러시아에 세력에 의한 “큰 도발”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치원 포격은 자신들이 말해온 러시아 쪽의 위장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앞으로 며칠간 그런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양쪽 경계 지역에 너무 집중돼 있으면 도발 가능성이 있어 끔찍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도 계속 부인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논의하는 이 회의를 “서커스”라고 부르며 “근거 없는 주장”을 다루지 말자고 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바트 고먼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최근 주미 러시아대사관 고위 외교관을 미국이 추방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친러 반군 “우크라 정부군이 이틀째 포격” 주장

우크라이나 위기 고조 불씨 될까 우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7일 북동부 하르키우의 검문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이 이틀째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자신들에게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루간스크)공화국’ 인사가 18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이날 두 차례 자신들을 향해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7일 루한스크공화국 인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이날 29차례 자신들에게 박격포 등으로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루한스크공화국은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때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돈바스 지역에 세운 자칭 독립국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이 인용한 루한스크공화국 쪽 인사는 러시아와 친러 반군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5년 맺은 우크라이나 내전에 관한 정전협정인 ‘민스크협정’ 이행을 위해 만든 조직인 공동통제조정위원회(JCCC)에 파견된 인물이다. 이 인물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민스크협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중화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동부 내전 지역 충돌은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이후 여러 차례 발생했던 일이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 고조 때문에 전쟁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 쪽 주장을 부인하며 공격을 당한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24일 미 - 러 외무장관 회담… 푸틴, 핵무기 훈련 무력 과시

우크라 돈바스서 정부군-반군 교전에 ‘침공명분 쌓기’ 의심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프 지역에서 19일 여성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방위군 전역자들로부터 소총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하르키프/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공언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세력이 군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4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위기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 한다고 믿을 이유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280만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는 수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공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최근까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심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혀왔으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지금으로서 그가 그런(침공)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믿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19일 리투아니아에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 병력)이 풀리고 있고, 이제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병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15만명 이상으로 증강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의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포격전 등으로 민스크 휴전협정 위반 사례가 19일 2000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 2명이 숨졌다. 반군 쪽은 정부군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군은 이를 부인한다.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세력 중 하나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주택 5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고 20일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깃발 작전’을 펴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난 19일에는 자칭 독립국을 주장하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세력이 군 총동원령을 내리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정부군이 공격해올 위험성이 높아졌다면서 모든 예비군들은 모병 사무소로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친러시아 세력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도 18~55살 남성은 루간스크(루한스크)주를 떠나지 말라며 총동원령을 선포했다. 이들 반군 세력은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대피를 촉구했으며, 이미 수천명이 러시아 로스토브 지역으로 피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난민 70만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서방 또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는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안내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키예프에 있는 연락사무소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와 벨기에 브뤼셀로 옮겼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예고한대로 19일 벨라루스와 합동으로 전략 핵무기 훈련을 실시하며 힘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20일 종료할 예정이었던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의 연합 군사훈련도 종료 직전 연장한다고 벨라루스 국방장관이 발표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대대적인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뒤 19일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추가적 군사 공격은 금융·경제 제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부문에서 엄청난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외교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병력을 상당 부분 철수해 긴장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도 대화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 유럽에서” 만나는 데 합의했다면서, “러시아가 그 날짜 이전에 군사 행동을 한다면 외교의 문을 닫고 전쟁을 선택했다는 게 분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야권 성향의 러시아 민영방송 <도쉬티>(Dozhd)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그것(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실제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의 모든 이를 위한 안보를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호적 기반 위에서 대화할 준비가 전적으로 돼 있다”도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9일 뮌헨안보회의 행사에서 “러시아 대통령이 무얼 원하는지 모른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준범 기자

 

우크라 대통령 “러시아 침공 뒤 제재 소용없다…당장 행동하라”

동부 내전 지역 긴장 고조에도 뮌헨안보회의 참석

미국 등 서방의 전략에 대해 쓴소리 쏟아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뮌헨안보회의에 도착해 연설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 등 서구의 대응이 말만 앞세운다며 대러시아 제재를 포함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폭격이 시작돼 우리나라가 불바다가 된 뒤나, 우리의 국경이 없어지고 경제도 없고 우리 국토의 일부가 점령당한 뒤에는 우리는 당신들의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유피아이>(UPI)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그때가 되고 나면 왜 제재가 필요한가, 그때는 무엇을 위한 제재인가”라고 한 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목록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다루는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연일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경제에 타격을 주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효과밖에 없다며 “우리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등 서구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한 “명백한 현실적인 시간표”를 마련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러시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했지만, 이후 “회원국 간 이견이 남아 있다”며 약속 이행을 미뤄왔다.

 

그는 또 서방이 1994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 시절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하면 안보 보장을 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서구가 러시아와 ‘이면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그렇지만 그는 러시아와 대화할 여지도 남겼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기꺼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뮌헨안보회의는 1963년 설립된 연례 국제안보협의기구로, 이번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정상급 인사 30여명과 장관급 인사 100여명이 참석해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정부군 병사 두명이 친러시아 반군의 포격으로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뮌헨안보회의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존슨 총리 등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외교적 행보도 이어갔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과 나토의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구체적인 대책,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가 더 침공하면 미국은 (러시아에) 빠르고 심각한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또 이 문제가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되길 선호하며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겠다”며 러시아와 외교적 접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할 방침임도 밝혔다. 박병수 기자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 “총동원령”…내전 지역 긴장 고조

도네츠크 · 루한스크 반군 수장들 선포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최근 포격 공방

바이든 미국 대통령 “며칠 내 러시아 공격” 또 주장

우크라이나 정부는 “상황 통제되고 있다”

 

 18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러시아로 피신하기 위해 버스 터미널에 모인 민간인들 옆에 서 있다. 루한스크/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 수장들이 총동원령을 선포했다.

 

도네츠크주를 장악하고 있는 친러 세력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19일(현지시각) 군 총동원령을 내리고 모든 예비군들은 모병 사무소로 나와줄 것을 촉구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어서 돈바스 지역 내 또다른 친러 세력이 세운 ‘루한스크(루간스크)공화국’의 레오니드 파세츠니크도 총 동원령을 선포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모두 1만4000명 이상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 때 친러 반군이 러시아와 접경한 돈바스 지역에 세운 자칭 독립국들이지만 이들을 독립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없다. 러시아와 친러 반군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5년 정전협정인 ‘민스크협정’ 을 맺었으나 이 협정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부터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민스크협정을 어기고 상대방이 자신들에게 포격을 가했다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자주 발생했지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병력 10만여명을 배치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충돌이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들은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에서 여성과 민간인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있다. 우크라아 정부는 19일 동부 지역에 배치된 자국 군인 한 명이 반군 포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러시아군 일부가 훈련을 마치고 원대복귀하고 있다고 밝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는 한때 완화되는 듯 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군이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몇주 며칠 안에 공격할 의도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금 현재 상태로 나는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여전히 외교를 선택할 수 있다”며 “긴장 완화와 협상장 복귀로 가기는 늦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임박설을 부인해온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9일 성명을 내고 친러 반군이 활동하는 동부 지역의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대로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20일 전화 회담을 한다. 조기원 기자

 

청, 우크라 관련 긴급 NSC회의…“현지 비상키트배낭 배포”

긴급점검회의…공관원·크림지역 교민 외 68명 국민 체류중

 

 청와대.

 

청와대가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및 한반도 관련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최근 군사적 동향 및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의 외교 동향과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영향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전했다. 미국·러시아 외교장관회담 등 국제 협의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점검하면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대피용 비상키트배낭 배포와 현지 방공호 등 대피소 정보 안내, 안전한 출국을 위한 인접국 협조요청 등 긴급상황에 대비해 수립된 대피·철수 지원 계획도 재점검했다. 청와대는 20일 현재 68명의 국민(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 제외)이 우크라이나에 체류중이며 이번주내로 41명이 철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베이징 겨울올림픽 종료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대화 국면으로 조속히 진입하기 위한 유관국과의 협의 방안도 논의하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완 기자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 촉각 곤두 세우는 이유는 대만?

  대만해협 · 센카쿠 열도 등 중국에 영향

  일 외무상 “힘에 의한 현상변경, 유럽만의 문제 아니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지난 19일 독일 남부 뮌헨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뮌헨/AFP 연합뉴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에 대해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는 일본도 자국 외교·안보에 영향이 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근본적인 원칙과 관련된 것으로 유럽의 안보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 17일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파벌 모임에서 “주전장(주된 전쟁터)은 유럽이지만 현상변경을 허용하면 아시아에도 파급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안에서도 “오늘의 우크라이나를 내일의 대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미-중 전략갈등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대만해협’과 중-일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가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면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미국의 대응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저지에 미온적이면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대만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군사·경제 분야에서 부상하는 중국,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저하는 자신들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보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일본에) 대중 견제의 역할을 한층 더 담당하도록 요구해 올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올해 개정할 예정인 일본의 국가안보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우크라 접경 러 병력 10만→15만→19만"…서방추정치 계속 늘어

   러시아, 우크라 남·북 접경지에 미사일발사대 등 무기 배치

   야전병원 등 위한 전투지원 병력도 접경지 목격…"준비태세 강화"

 

헬기 사격하며 연합훈련 하는 러시아-벨라루스군= 17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 오시포비치 훈련장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연합훈련을 벌이면서 헬기 사격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방인 벨라루스의 훈련장에서 '연합의 결의 2022'로 명명된 연합훈련을 오는 20일까지 벌일 예정이다. (오시포비치 AP=연합뉴스)

 

러시아는 훈련을 마친 자국 군대를 철수시키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인근에 주둔한 러시아 병력에 대한 서방의 추정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13만∼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병력 규모가 19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까지 나왔다.

 

서방 당국은 지난 주 이곳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10만 명에서 13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어 지난 15일 이보다 2만 명 더 많은 15만 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를 둘러싸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의 추정치 15만명에는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서 연합 훈련 중인 러시아 병력 3만명이 포함돼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러시아 지상군 병력 60%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쪽 지역에 있다"고 밝혔다.

 

위기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공군과 해군 병력을 포함한 러시아군 14만7천 명이 접경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 대사 마이클 카펜터는 이날 OSCE 회의에서 "지난달 30일 약 10만명과 비교해,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와 접경에 16만9천∼19만명을 집결해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동원"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측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에 배치된 군 텐트와 장비들 [맥사 테크놀로지스 제공·연합뉴스]

 

위성사진으로도 러시아군의 동향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에는 러시아군 1만 명이 추가 배치됐으며, 군 관련 활동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 있는 일부 러시아 부대는 최고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에서 45마일(72㎞)도 채 되지 않는 벨라루스 옐스크 인근에는 단거리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발사대도 배치된 것으로 목격됐다.

 

벨라루스 남부 루니네츠 내 비행장에는 공대지용 최신 전투기 Su-25 등이 촬영됐다.

 

이와 함께 러시아해군은 지중해 훈련을 이유로 대형 상륙함 6척을 흑해에 배치했다.

 

지난 12일 러시아 흑해함대는 30척 이상의 전함이 크림반도 인근에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분석가는 러시아군의 상륙작전은 실제 극도로 어려울 것이며, 해군은 우크라이나 지상군을 지상 공격이 가능한 곳에서 더 멀어지도록 하는 유인 수단일 수도 있다고 했다.

 

서방은 러시아 전투 병력 외에도 지원 병력이 속속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모여드는 상황을 침공 임박 신호로 보며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장갑차=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보병부대의 BMP-3 장갑차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로스토프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들어 탱크 수리, 혈액 공급을 위한 야전 병원 운영 등을 담당할 지원 병력이 전투 병력과 나란히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야전병원 배치는 침략을 위한 준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방은 러시아 정규군 외에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에 친러 분리주의 반군 1만5천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의 규모가 이보다 더 크다고 믿고 있다.

 

다수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군의 병력 배치 상황을 두고 언제든지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부족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드미트리 폴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이날 BBC방송에 "(러시아군 배치 병력에 관한)모든 추정은 서방 동료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나온 이 같은 수치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러시아는 서방이 제기한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며 접경지에 배치된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접경지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러시아군 증강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러시아, 며칠 안에 우크라 침공할듯”

블링컨 “침공용 명분 조작 가능성” 거듭 경고

 “사이버·미사일 공격 뒤 키예프로 진군할듯”

  반군 지역 주변 포격전 책임 공방 달아올라

  러, 주러 미 부대사 추방 “미국에 맞대응”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7일 친러시아계 반군의 포격으로 파괴됐다고 주장한 러시아 접경 지역 유치원 내부. AFP 연합뉴스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군 침공 계획에 대한 미국의 추가 경고와 동부 반군 지역 충돌로 다시 살얼음판으로 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우리가 확보한 모든 지표로 볼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위장 술책으로 침공의 명분을 삼으려고 한다”며 “내 감으로 그런 일은 며칠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나와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에 관해 전보다 더욱 살벌한 경고를 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내밀 조작된 침공 명분이 무엇일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러시아 안에서의 폭탄 테러, 드론 공격, 허위 또는 실제 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이를 “인종청소나 집단 학살로 묘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조작된 공격을 빌미로 한 러시아군의 침공은 사이버 공격과 우크라이나 전역을 노린 미사일과 폭탄 공격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핵심 목표들로 진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그는 러시아의 계획을 폭로해 전쟁을 막으려고 일정을 조정해 안보리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런 경고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쪽은 동유럽 회원국들에 병력을 증파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대한 5천명 증파에 착수했으며, 불가리아에도 병력을 증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영국도 수백명을 폴란드로 보내면서 전함과 군용기도 추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도 러시아군의 침공 임박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런 판단의 구체적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쪽이 러시아의 침공 명분용 사실 조작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서로 포격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긴장 강도가 더 높아졌다. 돈바스는 2014년 이후 양쪽의 분쟁으로 1만4천여명이 숨진 곳이다.

 

돈바스 지방에서 친러시아계가 자신들의 독립국가라고 주장하는 루한스크공화국은 1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포격을 가해 응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이 정부군에 포격을 가했으나 자신들은 반격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에 있는 소도시를 노린 반군의 포탄이 유치원을 타격했다며 벽에 구멍이 난 건물 내부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 이 공격으로 교사 2명이 다치고, 도시 절반에 전기가 끊겼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휴전 합의 준수를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대치 지역을 따라 17~18일에 500번의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치원 건물 포격은 친러시아에 세력에 의한 “큰 도발”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치원 포격은 자신들이 말해온 러시아 쪽의 위장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앞으로 며칠간 그런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양쪽 경계 지역에 너무 집중돼 있으면 도발 가능성이 있어 끔찍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도 계속 부인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논의하는 이 회의를 “서커스”라고 부르며 “근거 없는 주장”을 다루지 말자고 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바트 고먼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최근 주미 러시아대사관 고위 외교관을 미국이 추방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친러 반군 “우크라 정부군이 이틀째 포격” 주장

 우크라이나 위기 고조 불씨 될까 우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17일 북동부 하르키우의 검문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이 이틀째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자신들에게 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루간스크)공화국’ 인사가 18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이날 두 차례 자신들을 향해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7일 루한스크공화국 인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이날 29차례 자신들에게 박격포 등으로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루한스크공화국은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때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돈바스 지역에 세운 자칭 독립국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이 인용한 루한스크공화국 쪽 인사는 러시아와 친러 반군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5년 맺은 우크라이나 내전에 관한 정전협정인 ‘민스크협정’ 이행을 위해 만든 조직인 공동통제조정위원회(JCCC)에 파견된 인물이다. 이 인물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민스크협정으로 사용이 금지된 중화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동부 내전 지역 충돌은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이후 여러 차례 발생했던 일이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 고조 때문에 전쟁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 쪽 주장을 부인하며 공격을 당한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 병력 일부, 전격 철수…‘우크라 침공설’ 16일 직전

서방 주장 ‘침공 예정 16일’ 하루 앞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첫 병력 철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13일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키예프/UPI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4월 이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증강해온 병력 중 일부를 15일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로 주장해온 16일 직전에 이뤄진 이번 병력 철수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는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온라인으로 발표된 화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나, 남부와 서부 군구의 일부 부대들은 훈련을 완료하고 기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동영상에서는 탱크와 장갑차 등 군장비들이 철수를 위해 열차에 탑재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남부 군구는 병력이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완료한 뒤 철수해서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일부 훈련들이 종료됐고, 다른 훈련도 곧 종료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병력이 훈련이 끝나면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고, 이는 통상적인 과정이다”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은 없었음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발표한 이번 병력 철수는 규모와 철수 거리가 불명확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지난해 4월 이후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병력을 구축해 위기가 고조된 이후로는 첫 병력 철수 조처이다. 러시아의 이날 병력 철수는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주장해온 16일의 전날에 맞춰 발표됐다. 러시아군의 철수 소식에 모스크바 증시 등 유럽 증시들은 크게 반등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협상과 합의의) 가능성이 소진된 것은 아니며, 한없이 이어질 수는 없지만 협상을 계속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는 “좋다”고 반응해 외교 협상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푸틴은 15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했다.

 

러시아의 병력 철수 발표에 서방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긴장 완화의 의미 있는 진정한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우리는 그 조처가 진정임을 보여주는 전면적인 병력 철수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14일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러시아군의 급격한 증강 때문에 키예프 대사관의 임무를 한시적으로 리비프로 재배치하는 중에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도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쟁중’…미-러, 정보전쟁 뜨겁다

 

미국 연일 ‘러 침공 임박’ 공개

16일 우크라이나 침공설로 절정

미 적극적 정보 공개는 러 역정보전 대응

러 ‘미, 전쟁 유도하는 도발’ 규정…서로 비난

 

동유럽 크로아티아 항구도시 스플리트에 정박한 미군 핵 추진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 갑판에 미 해군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물리적 전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위기를 둔 정보전쟁이다.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거나,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연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을 침공 예정일로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면서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유도하는 도발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정보 공개와 공유’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의 러시아 병력 구축과 관련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연일 침공 가능성과 혹독한 제재를 경고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침공일은 16일이 유력하며, 지상군 공격은 물론 벨라루스 쪽에서 미사일 공격도 가능하다”고 말해, 이런 움직임은 절정에 올랐다.

 

그 이후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 러시아의 군사침공이 어떻게 전개되고,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를 예상하는 등 연일 침공을 기정사실화하는 정보 공개를 하고 있다. 앞서, 영국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괴뢰정권을 수립하려고 한다는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의 이런 움직임은 2008년 조지아전쟁이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의 러시아의 역정보전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뉴욕타임스> 등에 밝혔다.

 

윌슨센터의 역정보전 전문가인 니나 재코비츠는 <시엔엔>(CNN) 방송에 조지아전쟁 때 러시아는 1990년대 발칸전쟁 때 동영상을 유포해 자신들이 침공을 정당화했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에는 내전이 일어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한 소년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들에게 희생됐다고 주장하는 여배우의 동영상을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역정보에 대한 ‘사전반박’은 서방이 뒤처져왔던 정보전쟁에서 사활적인 억지력이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촉발 때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들이 알고 있던 정보의 공유를 막았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장은 러시아의 계획들을 와해하려고 이런 정보 공개를 주도하고 있다고 관리들은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에밀리 혼 국가안보위 대변인은 “우리는 2014년 이후에 러시아가 정보 공간을 자신들의 안보 및 군사 도구로 사용하는지를 배웠다”며 “또 우리는 정보 공간에서 그들의 그런 영향을 반박하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미국 국무부 언론 브리핑에서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과 기자들은 설전을 벌였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러시아가 서방 쪽의 소행으로 돌리는 폭탄 공격 영상을 전파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됐다. 이에 기자들이 이에 대한 증거를 요구했다. 한 기자는 국무부가 “알렉스 존스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렉스 존스는 미국의 유명한 극우 음모론자이다. 이에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 정보를 자신한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이런 형태의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설전이 보여주듯이, 미국의 이런 정보전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허위 정보 공개의 악몽을 재현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라크 때는 정보가 전쟁을 시작하려고 사용됐으나, 우리는 현재 전쟁을 막으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나치 동조자들 있고, 러시아계 주민들을 학살하려고 한다고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동부지역을 재합병하려는 개입을 정당화하는 은밀한 계획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2월 미국 용병들이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들의 “적극적인 적대행위”를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12일 서방이 주장하는 러시아 침공설에 대해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역의 긴장 증폭을 조직적으로 진행한다”며 “진실은 미국이 이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고, 진짜 위협을 느끼는 쪽은 러시아”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마샬펀드 동맹’의 선임연구원 브레트 샤페르는 “흥미로운 것은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나토, 미국의 위장 작전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러시아가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양쪽이 서로 위장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공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러시아, 우크라 침공 말라”…전세계 총력 외교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예상일’(16일) 앞 대화 노력

숄츠 독 총리 러시아 방문하고 미-영 정상 통화

러시아도 “가능성 소진 안 돼”…대화 지속 신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군 제28공수사단 부대원들이 1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서 유럽행 수송기에 오르기 전 휴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예상한 16일(현지시각)을 코앞에 두고, 전쟁을 막으려는 외교전이 숨 가쁘게 펼쳐졌다. 러시아 또한 서방과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혀, 당장의 극단적 충돌은 피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는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즉각적인 군사행동보다는 서방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정일로 지목한 16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다.

 

이 영상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과의 대화) 가능성이 소진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그 가능성을 지속하고 심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좋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군사훈련 일부는 이미 끝나가고 있고 일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함께 방영됐다. 쇼이구 장관은 끝나가는 훈련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13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는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벨라루스에서 벨라루스군과 열흘간의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 쪽의 이러한 발언은 크렘린궁이 실제 군사행동은 취하지 않으면서도 국경지역 병력 증강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등 원하는 바를 이뤄낼 가능성을 붙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나토 가입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며 톤을 누그러뜨렸다. 그는 지난 14일 키예프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나토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누가 우리를 지지해주겠나? (나토 가입 전망은) 꿈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막으려 서방 국가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4일 통화하고 “외교를 위한 중요한 기회의 창이 남아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백악관도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러시아가 추가로 긴장 고조를 선택할 경우 심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를 포함해 동맹과 긴밀한 조율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숄츠 독일 총리는 14일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15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교장관도 15일 모스크바에서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교장관도 15일 키예프, 1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카운터파트를 만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4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대화를 통한 해법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유럽에서의 잠재적 군사충돌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모든 문제는 외교적 프레임을 통해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황준범 기자

 

미 우크라 대사관 폐쇄…우크라 대통령도 “16일 침공설” 인정

 

“러시아의 군사행동 가능성 뚜렷”

폴란드 국경 근처 대사관 기능 이동

“대사관 통신장비 등 파괴 지시”

미-러, 외교 통한 해결도 계속 강조

위기감 끌어올리며 양보 얻으려는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미국이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핵심 인력을 제외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령을 내린 지 이틀 만에 전원 철수를 결정해 긴박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러시아군의 급격한 증강 때문에 키예프 대사관의 임무를 한시적으로 리비프로 재배치하는 중에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군사행동으로 나아가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현실적이고 뚜렷하기 때문”에 외교 인력 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반적으로 둘러싼 상황에서 언제든 침공이 개시될 수 있다고 했다.

 

키예프에 남아 있던 미국대사관 핵심 인력은 폴란드에서 70㎞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프로 이동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최근 미군이 증파된 폴란드는 전쟁 발발 때 미국인들의 육상 탈출로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 미군에게는 미국인들의 철수를 돕는 임무가 부여됐다. 유럽 국가들의 공관 인력들도 유사시 탈출이 용이한 리비프로 이동하고 있다. 키예프의 미국대사관을 경비하는 우크라이나 보안 관리는 모든 미국인들이 떠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국무부가 키예프 미국대사관의 통신장비와 컴퓨터 단말기를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13일에는 먼저 철수한 대사관 직원 56명이 기밀 자료와 함께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동안 미국이 상황을 과장한다면서 침공 임박설을 부인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2월16일이 공격 날짜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언제든 침공을 개시할 수 있다며, 이달 16일이 공격 개시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6일 공격설’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의) 최종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여전히 모른다”면서도 “군사행동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지난 주말에도 우크라이나 주변에 군사력을 증파했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이달 초 83개이던 우크라이나 주변의 러시아군 대대 전술단이 105개까지 불어나고, 우크라이나를 공격 범위에 둔 러시아 전투기도 약 500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흑해에는 러시아 전함 40척이 배치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쪽 국방장관들과 만나고 대 러시아 ‘최전선’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도 방문하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회동에서 “우리 파트너들과 핵심 문제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가, 아니면 그들은 우리를 끝없는 협상 절차로 끌어들려 하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과 합의의) 가능성이 소진된 것은 아니며, 한없이 이어질 수는 없지만 협상을 계속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좋다”고 반응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에 모스크바에 온다는 점도 언급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동유럽 배치 나토 군사력의 1990년대 수준으로의 회귀를 명시적으로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외교적 해법에 도달하려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러시아가 건설적 간여를 선택한다면 외교의 길은 여전히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주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 고비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러의 이런 행보는 위기 의식을 한껏 고조시키면서 서로에게 양보를 얻어내려는 책략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