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D-4 "그럼에도 해리스 찍어야 하는 이유"

● WORLD 2024. 11. 2. 11: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가디언’과 ‘이코노미스트’ 해리스 지지글 게재

뛰어나서가 아니라 실격사유 없는 해리스가 낫다

트럼프, 국내외 상황 바뀌고 더 위험해져 안돼
과도한 관세와 세금 감면, 미국경제 기반 파괴

트럼프의 허세, 동맹 경멸은 미국 안보 위협
트럼프 2기 충성도 중심으로 재조직, 견제장치 없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유세 도중 활짝 웃고 있다. 2024.10.14. EPA 연합
 

“카멀라 해리스가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리스에게 표를 찍을 수 있나? 내 대답은 이렇다.”(How can I vote for Kamala Harris if she supports Israel’s war? Here is my answer.)

10월 31일 <가디언>에 실린 버니 샌더스(82)의 글이다. 샌더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 상원의원이며, 상원 건강교육노동연금위원회 위원장이다. 버몬트 주에서 장기간 무소속 하원의원을 지냈고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 민주당 유력후보로 거론된 민주사회주의자다. 미국 정치계에서 드문 좌파 사회주의자지만,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리스를 지지하는 이유”쯤으로 제목을 바꿔 달 수 있다.

샌더스의 글은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갈릴 이번 선거판에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는 젊은 층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아랍계, 유색인종 유권자들을 염두에 두고 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 전날인 10월 30일에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2기 집권은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동반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투표권이 있다면 카멀라 해리스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A second Trump term comes with unacceptable risks. If The Economist had a vote, we would cast it for Kamala Harris.)는 제목의 공개적인 해리스 지지 글을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다시 집권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지금이 그의 1기 집권 때보다 국내외의 위험이 더 커졌고, 1기 집권 때 그의 최악의 본능을 억제했던 냉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각료 등 측근들) 중에서 많은 수가 지금은 맹목적 신봉자, 아첨꾼, 기회주의자들로 대체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데 반대한다.

두 글의 기본 논조는, 여러 문제가 있는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감으로 마음에 꼭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위험한 트럼프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니 해리스에게 표를 찍어 달라는 것이다.

선거전은 막판까지 누가 이길지 점치기 어려운 박빙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2024.10.30. 로이터 연합
 

민주당은 이스라엘 공범이지만 트럼프보단 낫다

샌더스는 먼저 이스라엘의 끔찍한 가자 무력공격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 동의하지 않는 수백만명의 미국인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1200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250명의 인질을 잡아간 테러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게 전면전을 벌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권리는 없다고 지적한다. 3분의 2가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인 4만 20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10만여 명을 다치게 할 권리, 12개의 대학을 폭격할 권리, 인도적 지원을 막아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양실조를 야기해 사실상 기아상태를 불러들일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민주당이 이스라엘의 그런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의 공범(complicit)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민주당보다는 트럼프가 훨씬 더 나쁘다고 했다. 샌더스 자신은 이스라엘 극우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과 무기판매 저지를 위해 진력해 왔다면서,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해리스가 그런 끔찍한 전쟁을 지지하는데 어떻게 표를 줄 수 있겠느냐고 할 것이고, 그것은 매우 공정한 질문이라고 했다. 샌더스는 그러나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트럼프와 그의 우익 친구들이 더 나쁘다는 얘기를 늘어 놓는다.

이하 샌더스의 글을 원문에 가깝게 정리해서 옮긴다.

해리스를 당선시켜 미국정책을 바꾸자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 가자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막기 위해 초과 근무를 했다.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바이든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가자지구를 개발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아주 좋은 해변 부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트럼프 당선을 바랄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이번 선거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투표해서 트럼프를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리스가 선거에서 이긴 뒤 우리가 함께 네타냐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즉각 휴전, 모든 인질들 귀환, 대규모 인도적 지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유대인 정착민의 공격 중단,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가자 재건 등이 포함된다.

단언하건대, 네타냐후와 매우 가깝고, 그를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극우 동맹으로 보는 트럼프보다 해리스와 함께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트럼프가 이기면 기후위기 대책 없다

상원의원으로 나는 매일 이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스라엘 문제, 가자 문제가 이번 선거의 유일한 쟁점은 아니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미국 여성들은 엄청난 좌절을 겪고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다. 용납할 수 없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기후위기에 맞선 싸움도 끝장난다. 이 문제를 연구한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기후위기가 현실이며 인류에게 존재론적 위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트럼프는 그것을 ‘사기극’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화석연료를 버리고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노력을 중단한다면 중국,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들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가 물려받게 될 지구가 어떻게 되겠는가.

부익부빈익빈, 편견과 차별 심화된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엄청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깎아줄 것을 요구하면서 노동자 가족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프로그램들은 축소할 것이다.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최저임금은 시급 7.25달러(약 9950원)에 묶여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은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임금만 받게 될 것이다.

최근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트럼프 집회에서 봤듯이 그들의 지독한 편견을 용납해선 안 된다. 지난 세월 우리는 모든 형태의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역경에 맞서 싸워 왔다. 인종차별이든 성차별이든, 동성애 혐오든 외국인 혐오든 뭐든.

그런데 그 트럼프 집회에서 우리가 본 것은 바로 그런 편견과 혐오였다. 그날 등단한 연설자들에겐 그런 문제들에 대해 해리스와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가 여성이고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히 저속한 성차별과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가했다. 우리가 그런 미국을 허용할 수 있을까.

샌더스는 이번 선거가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거라면서, 여러 문제들에서 해리스와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그냥 지켜보기만 하지 말고 트럼프를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트럼프는 패배해야 한다. 다음 주에 카멀라 해리스가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뉴욕 차바드-루바비치 회당에서 유대교 모자인 '키파'를 쓴 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간 남성의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08. AP 연합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위험성 과소평가 탓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에게 투표할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그 나름의 이유들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은 트럼프의 위험성에 대해 잘못 판단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일부는 해리스가 나라를 파괴할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자라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투표를 할 것이다. 또 일부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어야 국가적 자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그에게 투표할 것이다. 또 한 부류는 위험한 계산을 하면서 냉정하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많은 독자들을 포함한 이 마지막 부류의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사업을 함께하고 싶다거나 자녀들의 롤모델로 삼고 싶진 않을지라도, 그가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그에 대한 소송들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가장 나쁜 본능이 직원이나 관료들, 의회, 법원에 의해 제한(억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주장이나 생각들이 자만심에 빠진 무모한 것이라고 본다.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정리해서 옮긴다.

미국은 트럼프의 2기 집권 4년을 쉽게 견뎌낼 수도 있고, 어쩌면 나라가 번창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를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트럼프를 자유세계의 지도자로 만들면 미국인들은 경제, 법치주의, 국제평화를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심하게 잘못될 가능성을 정량화해 알 수는 없지만, 유권자들은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 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기우라고 일축할 것이다. 트럼프의 1기 집권 때 그에 대해 우리가 생각했던 최악의 두려운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들을 해제했는데, 부유한 세계의 다른 나라들보다 미국은 더 빠르게 성장했다. 그의 행정부는 미국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 촉구를 거부했지만,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한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 해외에서 트럼프는 힘을 과시하며 중국에 대한 대결적 자세로 여론을 바꿨다. 그는 또 이스라엘과 이웃 아랍국가들 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이행에 도움을 줬다. 그는 미국의 일부 동맹국들에게 방위비(군사비)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 막바지인 2021년 1월 6일 자신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권력 이양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을 때조차 미국의 기관들은 잘 버텨냈다.

트럼프, 국내외 상황 바뀌고 더 위험해져 안 돼

이코노미스트가 2016년에 많은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에 우리의 경고에 유권자들이 귀를 기울일지 모르겠으나, 그의 2기 집권은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의 위험이 1기 집권 때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정책이 더 나쁘고, 세상은 더 위험해졌으며, 1기 집권 때 그의 최악의 본능을 억제했던 냉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각료 등 측근들) 중에서 많은 수가 지금 맹목적 신봉자, 아첨꾼, 기회주의자들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과도한 관세와 세금 감면, 미국경제 기반 파괴

2016년에 공화당 플랫폼은 미트 롬니당과 트럼프당 사이에 놓여 있었다. 오늘날의 버전은 훨씬 더 극단적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려 하고, 멕시코산 자동차에는 200% 심지어 5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와 미국 태생의 자녀를 둔 불법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려 한다. 그는 또 예산 적자 수준이 보통 전쟁이나 경기침체 때에나 볼 수 있는 수준임에도 세금 감면을 연장할 것이다.

그런 정책들은 인플레를 유발해 연방준비제도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을 빈곤하게 만들 무역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인플레, 통제불능의 적자, 제도적 쇠퇴가 결합되면 미국 재무부에 무제한으로 돈을 빌려 주게 될 것이고 외국인들을 불안에 빠뜨릴 것이다.

미국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그것은 창조적 파괴, 혁신, 경쟁을 수용하는 개방된 시장이 전제돼 있다. 트럼프는 관세와 세금 감면을 무기처럼 휘둘러 친구들에게 보상하고 적들을 처벌하며, 국가 보조금으로 무역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19세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정치는 미국 번영의 기반을 파괴할 수 있다.

트럼프의 허세, 동맹 경멸은 미국 안보 위협

트럼프의 2기 집권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의 1기 집권 때인 2017~21년은 대체로 평화로웠다. 그때는 그의 예측 불가능성과 강력하고 비전통적인 조치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외교정책 엘리트들이 이란의 장군 카셈 술레이마니 암살이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그는 밀어붙였고, 그것이 먹혔다.

하지만 그가 만일 다시 집권한다면 그의 임기 때 두 개의 전쟁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유럽에서 추가 공격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중동에서 이란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는 지역전쟁의 확전이 미국을 빨아들일 수 있다. 그런 대란은 그의 1기 집권 기간에는 없었던 방식으로 그를 시험할 것이다. 단 하루만에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다 주겠다는 그럴싸한 약속과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한 거침없는 격려는 위험하다.

더 나쁜 것은 동맹에 대한 그의 경멸이다. 동맹이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강점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약한 나라들이 미국의 군사력을 등쳐먹는 사기라고 본다. 허세와 위협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파괴할 수도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고, 아시아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 보장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계산할지도 모른다.

트럼프 2기 충성도 중심으로 재조직, 견제장치 없어

국내외 정책의 위험은 1기와 2기 집권 때의 차이로 증폭될 것이다. 멕시코의 마약 밀조실을 미사일로 날려 버릴까 고민했던 트럼프는 측근들과 기관들에 의해 억제됐다. 하지만 그 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중심으로 재조직됐다. 트럼프에 대한 제약은 약화될 것이다. 우호적인 싱크탱크는 차기 행정부에서 일할 사람들 명단을 충성도를 기준으로 검토했다. (그의 1기 집권 때 보수적인 대법관들을 다수 임명한) 대법원은 공적 행위에 대해 기소될 수 없다는 판결로 대통령에 대한 견제 장치를 약화시켰다.

외부적 제약이 느슨해지면서 트럼프 개인의 독특한 성격에 의해 많은 것들이 결정될 것이다.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한 뒤 헌법을 무시한 그의 제도에 대한 완강한 경멸을 생각할 때 낙관하기 어렵다. 1기 집권 때 각료들의 절반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원로 공화당 상원의원(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은 그를 “비열한 인간”이라고 했다. 그의 전 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은 그를 파시스트라고 불렀다. 대선 선거가 아니라 구직자 면접이라면 그런 그의 성격적 요소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훌륭한 대통령은 국가를 통합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천재성은 사람들을 서로 가르고 대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2005년 5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이 눌려 질식사한 흑인)가 사망한 뒤 트럼프는 시위대의 다리를 쏘라고 군에 제안했다. 미국의 번영은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공정하게 대우받는다는 생각에 달려 있다. 트럼프는 법무부를 자신의 정치적 적들을 탄압하는데 동원하겠다고 위협했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실격사유 없는 해리스가 낫다

카멀라 해리스는 안정성을 대표한다. 사실 해리스는 정파적 이해를 우선하는 특별할 것 없는 정치인(underwhelming machine politician)이다. 그녀는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얘기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우유부단하고 확신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민주당의 가장 좌파적인 생각을 포기하고 리즈 체니(조시 부시 정권 때의 부통령 딕 체니의 딸. 와이오밍 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공화당 내 반트럼프주의자)와 다른 공화당 망명자들과 함께 중도 근처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평범하다는 단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어느것도 실격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그녀의 정책 중에서 일부는 경쟁자보다 더 나쁘다. 예컨대 규제와 부의 창출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 취향이 그렇다. 일부는 무역과 적자에서처럼 그냥 덜 나쁜 정도다. 하지만 기후와 낙태에 대한 일부 정책들은 분명히 남들보다 더 낫다. 해리스가 뛰어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그녀가 재앙(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없다.

대통령이 성인이 될 필요는 없으며, 우리는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이 재앙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에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을 안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투표권을 가졌다면, 우리는 해리스를 찍을 것이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유엔 “지난 1년 기후 대응, 그 어떤 진전도 없어”

● WORLD 2024. 10. 31. 03:0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유엔환경계획,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24’ 발표

2일 모로코 남동부에 있는 마을로 ‘사하라 사막’ 관문인 메르주가에 있는 야자수가 폭우로 반쯤 잠겨 있다. AP 연합
 

각국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환경 정책을 통한 감축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이 21세기 동안 최대 3.1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유엔의 진단이 나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24’(EGR)를 통해 “각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따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하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 기온은 2.6도에서 최고 3.1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2%, 2035년까지 57% 감축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에 기반해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수립되고 있지만, 정작 이행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각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목표치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내지 2.0도 상승’을 훨씬 넘는 2.6∼2.8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상 최대인 571억톤을 넘어섰다. 이중 가장 큰 배출원은 26%을 차지한 전력 부문이었고, 농업 및 토지 이용(18%)과 운송 부문(15%)이 그 뒤를 이었다. 연간 배출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부문은 항공으로, 2022년과 2023년 사이 19.5%나 증가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시나리오별 지구 온난화 도달 온도. 현재 각국의 정책을 유지하면 21세기 안에 3.1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환경계획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는 중국으로, 160억톤을 배출해 한 해 전보다 5.2% 늘었다. 미국은 1.4% 감소한 60억톤을 배출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은 1.8% 증가한 409억톤을 배출했다. 주요 20개국의 배출량은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유엔은 중국과 인도 등 7개 회원국의 배출량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려면 매년 7.5%씩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드러난 배출량(과 목표 사이의) 격차는 명확하며, 우리는 지금 불장난을 하는 셈”이라며 “정책 목표와 실행 사이의 격차, 재정 계획의 격차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윤연정 기자 > 

이스라엘 당국과 협력하는 문화기관 거부
정보라·황정은·안톤 허 등 초기 서명자로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 일부 갈무리.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세계 작가 및 출판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이스라엘 출판 기관을 통한 공모를 거부한다’는 ‘보이콧 선언’에 국내 작가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 작가 및 출판 관계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한 우리말 문서가 만들어져 공유되고 있으며, 정보라, 천희란, 최돈미, 황정은, 검은새 작가와 안톤 허(허정범) 번역가가 초기 서명자로 나섰다. 30일 오후 1시 기준 국내 작가, 편집자,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도서관 및 서점 관계자, 디자이너, 연구자 등 92명이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이스라엘 출판 기관을 통한 공모를 거부한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계 작가 및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이다. 아니 에르노, 주디스 버틀러, 나오미 클라인 등 팔레스타인 지지 작가들도 서명 명단에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에 대해 “21세기 가장 심각한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위기”이자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하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우리의 생활로 들어와 심장을 찌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이 ‘아트 워싱’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박탈과 억압을 교묘하게 감추고 위장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극심한 탄압에 연루되어 있거나 침묵으로 방관하는 이스라엘 문화 기관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면서, 전세계 동료 작가, 번역가, 출판 노동자 등에게 선언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 한겨레 양선아 기자 > 

남 북한 유럽 대리전쟁까지 원정가서 맞서 싸우나

● WORLD 2024. 10. 30. 12:2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크라 전선 북한군을 겨냥할 한국제 무기


북한군 참전 김정은 체제 강화 ... 남북대결 격화
메드베데프의 '이이제이' 경고대로 움직인 러시아

북 참전 전부터 한국제 포탄 우크라 대량 반입
대국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포섭당한 남 북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2024.10.27. 연합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파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방송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면서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4.10.20. 연합
 

북한군의 러시아 입국과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설이 난무하더니 국방부와 정보기관 고위관리들로 구성된 한국정부 대표단이 브뤼셀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찾아갔다. 나토 및 유럽연합 쪽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에 대한 정보공유 및 대책 논의를 한 방문자들은 조만간 우크라이나도 방문할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이 우크라이나 정보·국방 당국자들과 전황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28일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그에 앞서 윤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도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이동한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정보 판단도 공유했다.

우크라 전선 북한군을 겨냥할 한국제 무기

며칠 전인 25일 <가디언>은 한국의 무기 지원이 수천 마일 떨어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을 죽이는데 사용될 가능성을 키우겠지만, 한국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기사(‘혈맹’: 한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개입을 두려워하는 이유, ‘Blood alliance’: why South Korea fears North’s involvement in Ukraine war)에서 유안 그레이엄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분석가는, 문제는 한국정부가 직접적인 군사지원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개헌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과 북 모두 전쟁에서 귀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서울이 키이우에 직접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면, 이는 남북한(two Koreans)이 대리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4.10.29. 연합
 

북한군 참전 김정은 체제 강화, 남북대결 격화

<가디언>은 실전경험이 없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의 바람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북한군의 참전은 김정은 체제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봤다. 스톡홀름대학 한국학과 부교수 가브리엘 욘손은 북한군의 참전은 북한에게 군과 무기 역량을 테스트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과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도움을 러시아로부터 받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과 푸틴의 밀착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대처하기 위한 북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더욱 힘을 실어 주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겐 나쁜 뉴스다. 그렇게 되면 남에서도 핵무기를 자체 개발해야 한다는 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

대리전을 매개로 한 남북한의 대결 고조는 남북 양쪽 권력자들의 집권에 유리한 정치환경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그레이엄은 우크라에 대한 서울의 살상 무기 직접 제공이 남북한 대리전 참여를 두드러지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의 간접적인 무기 지원과 (아직 단정할 순 없지만)북한군의 전선 투입으로, 남북한 대리전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을진 몰라도 이미 시작됐다. 그레이엄은 북한과 러시아의 혈맹관계 발전을 한국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한국이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한국에는 한반도에서 7300km 떨어져 있는 유럽 한복판에서의 남북한 대리전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심 반기는 세력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기호 의원이 10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4.10.10. 연합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24.10.29. 연합
 

”우크라에 북괴군 부대 폭격하게 해 심리전에 활용“

한국 방문자들과 만난 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주에 배치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쿠르스크 주 일부든 우크라이나 본토든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 군 대치 전선에 투입되는 순간 한국제 무기가 그들을 향해 날아갈 것이고, 한국의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제공한 북한군의 전략 전술 등에 대한 정보들이 우크라 야전군에 전달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지난 24일 국정감사장에서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문자를 날린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언행을 그의 주장대로 “사적인 대화 차원”의 별것도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육사 37기의 예비역 중장인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며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고 선배인 한 의원 문자에 화답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육사 31기의 예비역 중장인 한 의원은 그 1주일 전인 17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1만 명 이상 파병돼 있다면 우리도 최소한으로 참관단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그날 국정감사에서 모니터링 요원의 우크라이나 파견이 “단계적 조치의 하나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런 사태로의 발전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꼐 자동차를 타고 얘기하고 있다.   가디언 10월 25일
푸틴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화의 부의장.  위키백과
 

메드베데프의 '이이제이' 경고대로 움직인 러시아

지난해 4월 18일, 1주일 뒤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 대해 발끈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그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지원이나 재정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말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고 있지만, ‘살상무기 지원 불가’라는 한국정부 기본입장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도 있음을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그 발언에 대해 바로 다음날 이렇게 맞받았다.

“그 나라(한국)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메드베데프는 “최근까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도 배제한다고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우리의 적을 돕고자 하는 새로운 열성가가 등장했다. 한국의 윤 대통령은 한국이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 뒤 이처럼 북한에 대한 러시아제 최신 무기 제공이란 맞대응 협박카드를 꺼내 보였다. 그는 그것이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 서로 주고 받기. 맞대응)”라고 했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이건 일종의 이이제이다. 서로 죽이겠다고 필사적으로 맞서 싸우는 '북쪽 오랑캐'를 끌어들여 '남쪽 오랑캐'를 막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메드베데프가 경고한 대로 움직였다.

북 참전 전부터 한국제 포탄 우크라 대량 반입

그 바로 전인 지난해 4월 8일 우크라 전쟁 및 각국에 대한 첩보와 정보수집에 대한 미군의 기밀 문건이 인터넷에 유출된 사건이 터졌다. 유출된 방대한 문건 중에서 그 전달인 3월 초에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 실장의 대화를 도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수집된 정보에는 한국산 155mm 포탄 33만 발의 미국 수출 일정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진해항을 출발해 독일 노르덴항으로 가는 것으로 돼 있는 한국산 포탄들의 최종 행선지는 우크라로 추정됐다.

3월 16일 도쿄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를 ‘제3자 변제’라는 편법으로 밀봉함으로써, ‘화해’라는 이름의 한일유착을 압박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윤 대통령은 4월 25일 미국을 방문했고, 8월에는 국빈방문으로 캠프데이비드에서 환대받았다.

그해 12월 4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그해에 한국에서 건네받아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155mm 포탄량이 모든 유럽 국가들의 공급량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포탄이 러시아로 실려가고, 군인들까지 파병되기 전부터 이미 한국제 포탄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대량 흘러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기사는 보여 준다.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한 적이 없다.

대국들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포섭당한 남북

그렇다고 북한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인 러시아의 대응이 정당화될 순 없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 등 서방의 ‘동진’(유럽연합과 나토의 동쪽으로의 세력 확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유발했다고 해서 러시아의 침공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그것은 일본군의 조선 및 중국대륙 침략과 하와이 진주만 미 태평양함대 기습 공격을 일본의 이익(팽창정책)을 방해 내지 훼손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 미국 탓으로 돌리며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일본 우익은 지금도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강점, 중국대륙 침략을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적 팽창으로 인한 국가존망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행한 자구책 내지 정당방위라고 우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은, 군국 일본의 조선, 중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러시아와 한몸처럼 묶여 있던 우크라이나에는 지금 러시아와의 통합을 바라는 주민들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절대다수 국민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러시아와의 통합 또는 그 지배체제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 주민들의 의사는 우선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땅에까지 가서 남북한이 대리전을 펼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전쟁 자체가 용납돼선 안 된다. ‘대국’들의 헤게모니 경쟁에 포섭돼 분단으로 상징되는, 70년이 넘는 자민족의 분열을 확대 재생산해 온 남북이 그 비참한 역사를 유럽 땅에 수출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 민들레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