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인지장애 나타나는 원인불명 질환

러시아 등 외부세력 공격 의혹 제기돼

CIA  “대부분 기저질환 등 다른 요인”

 

쿠바인 남녀가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 앞을 오토바이로 지나고 있다. 2021년 3월 28일 촬영됐다. AFP 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이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을 조사한 결과 외부세력의 공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작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가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중앙정보부(CIA)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를 포함한 외부세력이 무기나 기계장치로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미국 인사를 공격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바나 신드롬은 두통이나 어지럼증, 인지장애 등을 호소하는 원인불명의 신경계 질환이다. 2016년 쿠바 아바나에 주재하는 미국 공관원들에게 처음 발병되어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이후 유럽 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군 인사들에게도 증상이 보고됐다. 처음에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빛을 보는 등 감각 이상을 겪은 뒤 발병했다는 증언이 나옴에 따라, 러시아 등 외부세력의 공격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동안 아바나 증후군 1천여건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기저질환이나 환경적 요인 또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주 심각한” 몇십건의 경우는 원인을 설명할 수 없고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우리 조사는 계속될 것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렇지만 이번 조사로 아바나 신드롬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당장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앙정보부 조사로 설명되지 않은 건이 많다”며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을 포함한 다른 조사가 곧 시작될 것이다. 이들의 조사는 중앙정보부 조사와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단체도 반발했다. 아바나 증후군 희생자 지지 그룹은 성명을 내어 “중앙정보부의 조사 결과는 ‘잠정’라는 이름을 달았고 몇몇 경우 다른 설명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헌신적이었던 많은 공직자와 가족, 동료에게는 거부의 마지막 종이 울린 것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의회에서는 추가 조사 얘기가 나왔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마크 워너 의원은 서명을 내어 “중앙정보부의 평가는 임시 작업만 반영했다”며 전문가 패널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장 애덤 시프 의원은 중앙정보부 보고서가 “이들 사건의 많은 의문에 답하는 첫걸음이며 마지막 걸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정보부 윌리엄 번스 부장은 “우리가 잠정 결론에 도달했지만 작업을 마친 게 아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최고 수준의 보살핌을 제공하는 우리의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다음달 15일부터 접종 거부 성인에 벌금 3600유로 부과

 

 오스트리아의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 2021년 11월 20일 빈에서 촬영했다. AFP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의회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하원에서 열린 표결에서 찬성 137표, 반대 33표로 통과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 극우 정당을 뺀 모든 정당이 법안을 지지했다. 발효까지는 상원 통과와 알렉산데르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는 요식 절차 성격이 강하다.

 

계도 기간을 거쳐 다음달 15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성인에게 벌금 3600유로(486만원)이 부과된다. 임산부와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 접종이 어려운 사람은 제외된다. 오스트리아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 비율이 72%이다.

 

백신 의무화는 2024년 1월까지 유효하며, 이때까지 오스트리아 정부는 백신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14억유로(1조9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도우파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백신이 우리 사회가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자유를 이룰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표를 던진 극우 자유당의 헤르버트 키클 대표는 “오스트리아에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 깔렸다”고 반발했다. 그는 백신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민 몇백명도 이날 의회 주변에 모여 “법안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학교 교사라는 케르스틴은 법안이 위헌이라며 “우리에게 기본권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인구 900만명의 오스트리아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에 150여만명이 감염됐고 1만4000여명이 숨졌다. 박병수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예됐던 상환 재개

  2년 전보다 상환액 109억달러 늘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 직면할 위험”

 

올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새로운 외채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의 외채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스리랑카의 ‘콜롬보 항구 도시’. 콜롬보/AFP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개발도상국발 ‘외채 위기’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세계은행이 경고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세계은행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올해 74개 저소득 국가가 상환해야 하는 외채가 2년 전에 견줘 109억달러(약 13조원) 늘어난 350억달러(약 41조6천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가 2년 만에 45%나 늘어난 것이다. 개도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고, 보건 분야에 투자를 늘리기 위해 채권 발행을 확대한 상황이다. 투자 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보면, 저소득 국가의 정부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0% 많은 연평균 3000억달러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주요 20개국(G20)이 2020년 저소득국의 외채 200억달러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유예를 받은 국가는 42개국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연말 유예기간이 끝났다. 게다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시작하며, 국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저소득 국가 가운데 60%가량이 부채 재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외환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채 부담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히는 곳은 남아시아의 스리랑카, 아프리카의 가나·튀니지, 중남미의 엘살바도르 등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때에 마침 상환 시기가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도국들의 부채 구조에도 큰 변화가 관찰된다. 과거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통한 공공부채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민간 금융계에서 빚을 얻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개도국이 얻은 전체 부채 가운데 60%가량을 제공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중국이 제공한 부채는 2011년의 3배 이상인 1700억달러로 파악된다. 외채 부담이 매우 심각한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며 부채가 크게 늘어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러시아 등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 개도국들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개발전망국장은 “낮은 금리의 자금이 많을 때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았지만, 상황이 빠듯해지면서 다른 관점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외채 부담과 함께 개도국의 재정 여력도 줄고 있다”며 “개도국들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미, “러시아가 침공 구실 만드는 기만 공작 중”

러, “인내가 바닥나고 있어. 요구 받아들여야”

극한 대립 속 러,  해커집단 ‘레빌’ 전격 체포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스스로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DNR)을 선포한 친러시아 무장세력의 한 군인이 14일 우크라이나군과 맞서고 있는 전투 지점에서 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9~13일 이뤄진 미국 등 서구와 러시아 간의 일련의 대화가 성과 없이 마무리된 뒤 미 백악관과 국방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위장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잇따라 쏟아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해커 집단을 전격 체포하는 등 파국을 피하고 긴장을 관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의 구실로 자신들이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공격으로 보이는 공작, 즉 ‘위장작전’을 수행하는 공작원들을 러시아가 미리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우려를 공유하면서, 러시아 군부가 자신들의 침공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위장술책’을 “(실제) 침공을 하기 몇주 전에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작전이) 1월 중순에서 2월 중순 사이에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 역시 15일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주장은 러시아의 위장작전 부대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참여 중인 친러시아계 세력들을 거짓 공격한 뒤, 이를 구실 삼아 군사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우려가 나온 타이밍이다. 지난 13일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등이 모두 참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 등 연쇄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 미국 대사는 “전쟁의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구실을 조작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할 때 사용한 똑같은 각본(playbook)”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이에 대해 “무엇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회담이 결렬된 뒤 미국 등을 향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러시아의 목소리는 더 노골화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15일 자국 언론에 “인내가 바닥나고 있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그것은 (선택해야 하는) 메뉴가 아니라 (일괄 타결해야 하는) 패키지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즉, 자신들이 요구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 금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1997년 이전 시점으로 나토 군사력 철수 등의 요구를 미국이 일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쇄 회담에서 미국과 나토의 주요국들은 한 나라가 나토에 가입할지 말지는 ‘해당국들이 결정해야 하는 주권 사항’이라며 요구를 수용할 여지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해 12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간의 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오른쪽부터)과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교차관,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의 모습. 브뤼셀/AP 연합뉴스

 

곳곳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식에도 미-러 모두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공식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회담 이후 “미국 등 서방과의 대화가 결렬되지 않았고,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커비 대변인 역시 “외교의 시간과 공간이 여전히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가 14일 미국이 요구하던 해킹단체의 조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경찰은 이날 랜섬웨어를 이용한 해킹 범죄 집단으로 지목된 ‘레빌’ 구성원 1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 기반을 둔 레빌은 악성 랜섬웨어를 감염시키고 그 복구의 대가로 금품을 챙기거나 애플 등 거대 기업의 정보를 해킹한 혐의를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이 단체에 대해 1천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추적해왔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