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 3 결정으로 정부 조처 무효화

“코로나는 가정, 학교 등 모든 곳에”

정부 지원 의료시설에는 의무화 유지

바이든 “기업들, 의무화 동참하길”

 

워싱턴에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 로이터 연합뉴스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조처가 연방대법원에서 가로막혔다. 다만 정부 지원이 들어가는 의료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백신 의무화는 유지됐다.

 

대법원은 이날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지난해 11월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시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마스크를 쓰도록 한 조처를 대법관 6 대 3의 의견으로 무효화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반대했다.

 

다수 대법관들은 정부의 이같은 백신 의무화 조처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가 직장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대법관들은 “코로나19는 가정, 학교, 스포츠 행사,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곳에서 퍼진다”며 “코로나19가 많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이긴 하지만, 그것은 대개 직업재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위험”은 여럿이 함께 쓰는 실내 공간에서 더욱 높아진다고 반박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하급심들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의 행정 권한으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늘리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좌절됐다. 미국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이들은 약 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결정 뒤 성명을 내어 “대법원이 결정했다고 해서 미국인들의 건강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주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대통령이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00인 이상 기업들 가운데 3분의 1이 백신 의무화에 동참했다면서, “기업 지도자들이 당장 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유통 기한 짧아 접종 어렵다” 거부

냉장 시설 부족해 받지 못하기도

많은 물량 한꺼번에 보내 창고에 쌓여

가난한 나라 인구의 8%만 1차 접종

 

네발 카트만두의 한 학교에서 여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폐기가 임박한 백신을 개도국에 보내는 데다가 보관 시설도 부족해 개도국에 대한 백신 공급이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폐기를 앞둔 백신 제공과 보관 시설 부족 등으로 여전히 원할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유엔 아동기금’(유니세프)이 13일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개도국에 공급된 백신 가운데 지난달 수령을 거부당한 물량이 1억회 접종분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부분은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이어서 거부당했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유니세프의 공급 담당 책임자 에틀레바 카딜리는 많은 개도국이 백신을 보관할 냉장 시설도 부족해 백신 수령을 늦추는 실정이라고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금까지 코백스가 공급한 물량은 144개국에 9억8700만회 접종분이다.

 

유니세프는 유럽연합이 제공한 백신 가운데 1500만회 접종분이 수령을 거부당했다며 이 가운데 4분의 3은 유통 기한이 10주도 남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고 밝혔다.

 

케냐 보건부 대변인 음부루구 기쿤다는 유통 기한이 임박한 백신을 받으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보관 시설의 백신을 접종 시설까지 운송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 거부감이 큰 데다가 의료 시설도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탓에 접종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백신도 늘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케어’는 유니세프의 공급·사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90개국에서 6억8100만회 접종분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케어는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등 큰 나라를 포함한 30개국은 공급 받은 백신 가운데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코백스와 협력하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가비)의 대변인은 지난해 4분기, 특히 12월에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공급된 탓에 보관 물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공급되는 백신은 유통 기한이 긴 것들이어서 앞으로는 접종하지 않고 버려지는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부유한 나라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67%인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1회 접종을 끝낸 인구도 전체의 8%에 불과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

대만과 단교 입장에서 돌연 입장 바꿔

미국 특별 사절단 파견 효과 있었던 듯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자인 시오마라 카스트로(오른쪽)가 지난달 28일 테구시갈파에서 대선 이후 연설을 하고 있다. 테구시갈파/로이터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취임식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공식 초청했다. 카스트로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대선 당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밝혔다가 당선 뒤 돌연 태도를 바꾼 바 있다.

 

13일 <대만중앙통신>(CNA)의 보도를 종합하면, 온두라스 쪽은 퇴임을 앞둔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과 카스트로 당선자 공동 명의로 오는 27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차이 총통을 초청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통신은 오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따 “차이 총통이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온두라스를 방문할 지, 특별사절을 파견해 대리 참석할 지 여부는 총통부에서 곧 공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둔한 대만 총통부 대변인도 “차이 총통 직접 참석 여부가 결정되면, 온두라스에 파견할 대표단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8일 치러진 온두라스 대선에서 무난히 승리를 거머쥔 카스트로 당선자는 지난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호세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당시 80년 간 이어온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를 추진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온두라스 대선 투표일 직전에 특별 사절단을 급파해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은 경제 지원과 군사 원조 등을 내세워 온두라스를 비롯한 중남미 각국에 장기간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온두라스 남부 코마야과 지역에 자리한 소토카노 공군기지엔 1200~1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당시 <로이터> 통신 등은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따 “온두라스-대만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 진영을 비롯한 온두라스 각계에 명확히 설명했다. 양자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며 “중남미 국가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품고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고 전했다.

 

실제 대선 승리 직후 대통령직 인수 절차에 나선 카스트로 당선자 쪽은 돌연 태도를 바꿔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도 지난 12월 “카스트로 당선자 인수위 쪽이 양자 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시 중국 쪽은 “미국식 ‘강압 외교’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대표단은 정작 자국은 아무런 외교적 연계도 없는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온두라스 대선 후보들을 압박했다”며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중국에 맞서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한 나라에 대한 역대 최고 지원액 50억달러 요청

“900만명 심각한 기아, 어린이 320만명 영양실조”

탈레반 재집권 뒤 경제난 · 가뭄 이어져

여성 억압 정책에 미 동결자산 해제 않고 제재 지속

 

지난 12월14일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바드기스주의 주도인 칼라에나우에 남성 주민 수백명이 인도적 지원 물품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유엔(UN)은 11일 굶주림 등 아프간의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총 50억달러에 이르는 지원을 요청했다.칼라에나우/AP 연합뉴스

 

유엔(UN)이 인구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총 50억달러(약 5조9600억원)에 이르는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1945년 유엔 설립 이후 한 나라에 대한 지원 요청액으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은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는 총 44억달러에 이르는 모금 계획을 시작하려 한다. 이는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단일 국가를 위한 역사상 가장 큰 액수”라고 밝혔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도 아프간 주변 5개국으로 흩어진 난민 지원을 위해 추가로 6억23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두 액수를 합치면 유엔이 요청한 지원액은 총 50억2300만달러에 이른다.

 

그리피스 조정관은 아프간의 미래를 위해 이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아프간인들에게 문을 닫지 말아 달라. (이 나라에) 넓게 퍼진 기아, 질병, 영양 불균형과 그로 인한 죽음을 없애기 위해 각국의 출연이 필요하다. 돈이 모이지 않으면 아프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올해 원하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요구액은 100억달러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미국이 철수한 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권력을 재장악하며 아프간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더해 탈레반 정권을 승인하지 않는 미국 등의 경제 제재가 겹친 탓이다. 미국 등은 현재 탈레반의 아프간 국외 자산 약 90억달러를 동결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필요한 식량 수입이 이뤄지지 않으며 식량난이 가중되고, 아프간의 공무원과 공공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나라 전체가 굶주리는 광범위한 인도적 위기가 시작됐다. 유엔은 아프간 전체 인구 55%에 해당하는 2300여만명이 식량 부족, 이 가운데 900여만명은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아프간의 5살 이하 아동 중 320여만명이 이번 겨울 영양실조 상태에 처할 우려가 있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100여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중이다. 그 때문에 미 하원의원 40여명은 지난달 15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탈레반이 아니라 아프간 사람들에게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조처를 하길 권고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은 심각한 경제난에도 1차 정권(1996~2001년) 때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새로 만든 권선징악부를 통해 여성이 72㎞ 이상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남성 가족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그 전에는 대학 내 여성의 히잡 착용과 남녀 분리 수업을 도입했고, 방송국엔 여성이 나오는 드라마를 방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아프간 자산의 동결 해제 등 미국의 정책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10월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원조는 독립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탈레반에 직접 지원되어선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유엔의 요청이 공개되자 미국은 11일 아프간에 올해 3억800만달러와 100만회에 이르는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에밀리 혼 미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이 아프간과 아프간 난민들에게 제공한 인도적 지원액은 7억8200만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카불에서 6개월 간 임금 안 보내”…주중 아프간 대사 사임

카엠 대사, 트위터로 ‘사임’ 발표

“외교관 대부분 이미 떠나”

각국 주재 아프간 대사관 혼란상

 

자비드 아흐마드 카엠 중국 주재 아프간 전임 대사가 지난해 12월31일 국기가 내걸린 대사관 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1월1일부로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트위터 계정 갈무리

 

“영예로운 임무가 끝났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민을 대표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자비드 아흐마드 카엠 주중국 아프간 대사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사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카엠 대사가 ‘이임’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사임을 결정한 개인적인 이유도, 직업적인 이유도 많지만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다. 인수·인계 서한을 통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담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카엠 전 대사는 지난 1일부로 대사직을 사임하면서 남긴 서한에서 대사관 은행 잔고와 소속 현지인 직원 임금, 대사관이 운행하는 차량 5대 관리 문제 등 일상업무 관련 내용을 빼곡히 적어 후임자에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2일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카불 입성 이후 지금까지 급여가 전혀 지급되지 않았으며, 주중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아프간 외교관 대부분이 카엠 전 대사보다 먼저 중국을 떠났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카엠 전 대사는 지난 1일 아프간 외교부에 보낸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하고, “지난 6개월 동안 카불에서 급여를 송금하지 않아,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따로 위원회를 꾸려 대응해 왔다. 1월1일 현재 대사관 계좌에는 10만달러 가량의 잔고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베이징 주재 아프간 대사관에는 외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중국인 직원 1명만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귀국 여부를 포함해 카엠 전 대사의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1월 부임한 카엠 전 대사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채 한달도 안돼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했고, 이후 외국 정부의 원조 중단 및 계좌 동결 조치가 이어지며 아프간은 심각한 경제 위기로 빨려 들었다. 카엠 전 대사와 같은 처지에 내몰린 아프간 외교관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세계 각국 주재 아프간 대사관 대부분이 주중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이전 정부가 임명한 외교관들이 남아 있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라며 “최근 이탈리아 주로마 아프간 대사관에선 해직된 외교관이 ‘자신이 후임자’라며 현직 대사를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