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INF 조약 파기 후

유럽 ‘미사일 위기’ 재발 우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자리한 러시아 대사관의 철조망 너머로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유럽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면, 자신들도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동유럽의 위기가 지난 냉전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미사일 배치 갈등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럅코프 차관은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관영 <리아>(RIA)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토가 중거리 미사일 배치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간접적 징후”가 있다며 “정치적·외교적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군사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 쪽에도 비슷한 무기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현재 (이런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나토와 미국도 이 모라토리엄에 동참하도록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1987년 12월 옛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에 뒤쳐졌던 중거리 미사일 역량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이 개발하는 중거리 미사일의 배치 후보지로는 동유럽과 오키나와 등 난세이 제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이 꼽힌다.

 

<로이터> 통신은 럅코프 차관이 언급한 미사일 배치의 ‘간접적 징후’의 예로 제56포병 사령부를 되살려 유럽에 재배치한다는 지난달 미 국방부의 결정을 꼽았다. 제56사령부는 냉전기였던 1963년부터 1991년까지 서독에 배치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준중거리 미사일 ‘퍼싱’(사거리 약 1700㎞)을 운용한 역사를 갖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의 이 같은 우려에 ‘미국의 새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상태”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화상회담을 통해 “나토의 확장 등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논의하기 위해” 4개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가 만나는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 회담에선 러시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나토를 우크라이나 등에 확장하지 않겠다는 구속력 있는 확약’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러시아가 제기하고 있는 미국 중거리 미사이의 유럽 배치 문제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길윤형 기자

 

시진핑-푸틴 15일 화상 정상회담…대미 공조 논의

● WORLD 2021. 12. 14. 04:0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중, 미-러 이어 미-중-러 3각 정상회담 대단원

공세 수위 높이는 미국 겨냥 공조 방안 논의할 듯

러 관영매체, “러-중 화해는 미국 최악의 지정학적 악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담에 나선다. 미-중, 미-러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이 중-러를 겨냥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직후여서 양국 정상 간 대미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자료를 내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오는 15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에도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탙레반의 카불 입성 직후인 지난 8월25일에도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한 바 있다.

 

미-중(11월15일), 미-러(12월7일)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이번 회담은 지난 한달여 이어온 ‘미-중-러 3각 정상회담’의 대단원으로 볼 수 있다. 미-중, 미-러 간 갈등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러가 이번 회담을 통해 내놓을 대미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중-러에 대한 외교적 공세의 수위를 높여왔다. 실제 미국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러시아를 겨냥해선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을 앞세워 노르트 스트림 2 파이프라인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러도 밀착 행보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전략무기 운용 훈련인 ‘글로벌 썬더’를 실시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화상 회담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로이터> 통신 등은 당시 회담에서 쇼이구 장관은 “미국 전략 폭격기(B-52)가 러시아 국경 약 20km 지점까지 근접 비행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핵 폭격을 연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웨이 부장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에서 양쪽이 전략 연습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중-러가 군사동맹에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관영매체 <스푸트니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두 지역에서 전쟁을 벌이는 상황을 피하는 게 미국 대전략의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며 “러-중 화해는 잠재적으로 미국 최악의 지정학적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대만 장관급,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토론회 화상 참여

중-대만 다른 색 지도 화면 노출…후속발언때 화면송출 안돼

 

10일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이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한 패널 토론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대만 장관급 인사의 발언 때 화면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미 국무부 쪽은 ‘단순 실수’라고 밝혔지만, 발언 자료에 중국과 대만을 다른 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등장한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무임소 장관)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틀째인 지난 10일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토론자로 나섰다. 탕 위원은 ‘공중보건 분야에서 기술적 수단을 활용해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인터넷을 활용한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4분 남짓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시비쿠스(CIVICUS)가 지난 8일 내놓은 연례 보고서 내용을 따 “시민사회에 대한 포용성·개방도 평가에서 대만은 3년 연속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탕 위원이 해당 발언을 할 때, 화면에는 중국은 최하위 등급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반면 대만은 초록색으로 각각 표시된 지도가 1분 남짓 등장했다.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따 “문제의 지도가 화면에 노출되면서 미국 쪽이 대단히 난감해 했다. 백악관 쪽은 중국과 대만을 구분한 지도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탕 위원의 후속 발언 때는 화면은 전송되지 않은 채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자막과 음성만 나왔다. 토론 참석자 6명 가운데 유일했다. 패널 토론이 끝날 무렵엔 “토론자가 발표한 내용은 개인의 의견일 뿐, 미국 정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란 자막까지 등장했다.

 

지난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패널 토론에 참가한 탕펑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의 후속 발언 때 화면은 전송되지 않은 채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자막이 등장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통신은 “대만을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한 지도가 등장한 것을 두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쪽이 행사 진행을 맡은 국무부 쪽을 질책했다. 특히 사전에 미국 쪽에 공개한 탕 위원의 발표 자료엔 해당 지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만이 의도적으로 이를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3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포함해 110개국을 공식 초청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엔 탕 위원과 샤오메이친 미국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가 참석했다.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디지털 권위주의 대응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대만 참석자의 화면을 삭제한 것은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의 도전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행사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되풀이 강조해 온 대만에 대한 ‘바위처럼 단단한 지지’의 실체가 생각보다 그리 단단하진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쪽은 “화면 공유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탕 위원의 영상에 끊기는 실수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대만 외교부 쪽도 “단순한 기술적 오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이스라엘 총리, UAE와 수교 16개월만에 첫 방문

● WORLD 2021. 12. 14. 03: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란 핵합의 관련으로도 양국관계 눈길

이스라엘, 핵합의 복원 반대 외교 나서

UAE는 이란과 긴장 고조에 부담도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12일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셰이크 압둘라흐 빈 자예드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아부다비/ AFP 연합뉴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12일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재개된 이란 핵협상에 대한 반대 외교에 나서고 아랍에미리트는 안보 담당 고위인사를 이란에 파견하는 등 중동 지역의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방문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베네트 총리는 이날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해 아랍에미리트의 셰이크 압둘라흐 빈 자예드 외교장관의 마중을 받고 의장대를 사열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 지도자의 첫 공식 방문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와서 기쁘다. 두 나라 관계를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네트 총리의 이번 방문은 두 나라가 지난해 8월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1년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작으로 바레인, 수단, 모로코과 잇따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을 성사시켰다.

 

수교는 미국의 후원을 받으며 팔레스타인의 강력한 반대를 뚫고 이뤄진 것이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아랍 국가들을 향해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용인할 때까지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맹비난했다.

 

수교 뒤 두 나라 경제협력과 투자 확대 등이 활발해졌고, 두바이는 이스라엘 국민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베네트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아랍에미리트와의 외교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베네트 총리는 아랍에미리트의 최고 실력자인 셰이크 오하메드 빈 타에드 알 나햔 왕세자를 만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 등 공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특히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2015년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이 최근 재개된 직후 이뤄져 눈길을 끝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 등을 상대로 2015년 핵합의 복원에 반대한다며 이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 최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은 유럽과 이집트를 방문했고, 베니 간츠 국방장관과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은 미국을 찾았다.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와도 이란의 군사 활동을 겨냥한 공조 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는 미군과 프랑스군을 주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한때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오만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에 맞서 군사활동도 벌이는 등 오랫동안 이란과 적대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이란과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실제 아랍에미리트는 지난주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보좌관을 테헤란에 보내, 이란의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만나 지역 현안을 논의하게 하는 등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군사적 영향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이스라엘과 공유하면서도 코로나19로 침체된 자국의 경제적 활력을 되찾기 위해 지역 내 긴장 완화도 절실하다. 아랍에미리트의 정치평론가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긴장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춰야할 시점이다. 이스라엘이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을 공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