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거의 1년 만에 다시 20만명을 넘어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성탄절인 25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주 전보다 69% 증가한 20만1천330명이었다고 26일 집계했다.
NYT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돌파한 것은 올해 1월 19일(20만1천953명) 이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미 지난여름 확산 때의 정점(16만4천374명)은 훌쩍 넘어섰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추운 겨울철을 맞아 델타 변이에 더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까지 가세하면서 미국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달 14일만 해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1만8천여명이었는데 불과 10여 일 만에 거의 두 배로 불었다.
이런 상승세가 지속되면 올해 1월 세워진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최대 규모 기록인 25만1천232명도 머지않아 경신될 전망이다.
미국에선 오미크론 감염자가 초기에 발견된 북동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뉴욕에선 2주 새 신규 확진자가 80% 이상 증가했고, 수도인 워싱턴DC에서는 이달 초와 견줘 3배가 넘는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남부의 플로리다주에서도 이달 초 약 1천300명이었던 하루 확진자가 5천명 수준으로 올라섰다.
오미크론은 미국에서도 전광석화처럼 지배력을 확장하며 순식간에 우세종으로 떠올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만 해도 델타 변이의 비중이 99.3%, 오미크론 변이는 0.7%에 그쳤으나 이달 18일에는 델타가 26.6%, 오미크론이 73.2%로 역전됐다. 일부 지역에선 오미크론 감염자 비중이 90%를 훌쩍 넘어섰다.
확진자가 늘면서 후행 지표인 입원 환자와 사망자도 상승하고 있다.
25일 기준 7일간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2주 전보다 9% 높아지며 7만명(7만950명)을 넘겼고, 하루 평균 사망자도 4% 늘어난 1천345명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선 미성년자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어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
뉴욕에선 어린이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지난 5일 이후 4배로 증가했고,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없는 5세 미만 아동이었다.
미국소아과학회(AAP)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확진자가 1주일 전보다 17만명 증가했다.
AAP는 18세 미만 감염자가 '극도로 많다'며 북동부와 중서부에서는 연일 18세 미만 확진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미크론 확산을 먼저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럽 국가들의 데이터를 보면 오미크론이 번져도 입원 환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예일 의학대학원의 연구자 아키코 이와사키는 "미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가정할 수 없다"며 "각각의 지역은 저마다의 인구 구성과 의료 체계 접근성, 백신 접종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영국 런던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부스터샷을 막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유렵도 심각하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 최대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뒤섞여 강력한 전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보면, 영국의 24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2만2186천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137명이었다. 영국은 지난 7월 말 하루 확진자 수 5만여명 대에서 점차 낮아졌다가 이달 중순 다시 5만명대로 복귀했고, 열흘 만에 다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의 피해가 크다. 영국 당국은 이날 오미크론 감염이 2만371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확진자의 약 20%가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상황이다. 젊은 층 감염도 크게 늘고 있다. 제니 해리스 보건안전청장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주로 20대에서 코로나19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청장은 일부 어린아이들과 입원환자 대부분은 델타 변이 감염으로 나타나는 등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가 매우 뒤섞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도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프랑스 보건부는 24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4611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4일 5만명을 넘었고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3주 만에 2배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엘리제궁에서 관계 회의를 열고 추가 방역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도 24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5만59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신규 사망자는 141명이다.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 통계를 보면, 지난 6일 오미크론 변이는 전체 확진자 수의 0.19%에 불과했지만, 20일에는 28%로 높아졌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23일 방역회의를 열고 전국적으로 예외 없이 실외 마스크 착용을 전면 의무화하는 추가 제한조처를 확정했다. 지난 6월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지 6개월 만이다. 최현준 기자
24일 미얀마 카야주의 모소 마을 부근에서 차량들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카야주/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집단 살해가 반복되고 있다.
25일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 등은 미얀마 동부 카야주(옛 카렌니주)의 모소 마을 부근에서 민간인 최소 35명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희생자들은 전날인 24일 미얀마 군경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이며, 노인과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살펴본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렌니민족방위군(KNDF)의 한 간부는 차 8대와 오토바이 5대 등이 함께 불탄 채 발견됐으며, 사망자들이 차에 탄 상황에서 미얀마 군경이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시체의 훼손이 심해 정확히 몇명이 사망했고, 사망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을 주민은 “전날 불이 난 것을 알았지만 반정부군과 군부 간 교전이 계속돼 현장에 갈 수 없었다”며 “오늘 아침 가보니 시신들이 불에 타 있었고 어린이와 여성의 옷가지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카렌니민족방위군(KNDF)은 희생자들이 방위군이 아닌 난민들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카렌니인권그룹은 페이스북에 “(군부의)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살상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국제 구호단체 직원도 포함됐을 수 있다. 국제 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카야주에서 미얀마 현지 직원 2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직원들의 개인 차량이 공격받고 전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무기를 든 반군 소속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월 중부 사가잉주에서 민간인 40여명이 군부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최근 보도했고, 지난 7일에도 사가잉주 한 마을에서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민간인 11명이 미얀마군에 붙잡혀 불태워진 채 발견됐다. 군부가 반군부 세력이 꾸린 시민방위군(PDF)의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 보복을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최현준 기자
<로이터> 통신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26일 투투 대주교의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우리에게 해방된 남아프리카를 물려준 위대한 남아프리카인 세대와의 작별을 알리는 또 하나의 장이 넘어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1931년에 태어난 투투 대주교는 의사가 되려 했으나 형편이 여의치 않아 1955년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신학교에 진학해 1961년에 사제가 됐다. 영국 유학을 마친 그는 1975년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요하네스버그 성모마리아교회 주임 사제가 됐다.
1978년 남아프리카 교회협의회 사무총장이 돼 흑인 권리의 대변인 활동을 본격화했다. 전국을 돌며 설교를 통해 흑백 차별을 제도화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강력한 반대자로 활동했다. 비폭력을 내건 그는 “우리 땅이 불타고 피를 흘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남아공 백인 정권에 대한 제재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가 198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남아공 정권에 대한 국제적 경고이기도 했다.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압제자를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은 그의 ‘투쟁 철학’을 대표하는 표현이었다. 그는 남아공 최초의 최초의 흑인 성공회 주교에 이어 최초의 흑인 대주교에도 올라 남아공의 성공회 교회 수장이 됐다. 투투 대주교와 넬슨 만델라(1918~2013) 전 대통령 등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로 남아공은 1994년 평화적인 흑-백 정권교체를 이뤘다.
투투 대주교는 단호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로도 남아공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때로는 거칠고, 보통은 부드러우며, 두려움 없고, 좀처럼 유머를 빼놓지 않는 그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인종적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 국가’ 건설을 주창한 투투 대주교는 만델라 정권이 1995년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범죄를 조사하려고 만든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백인 정권의 범죄뿐 아니라 이에 맞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폭력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 대통령을 비롯한 흑인 정권의 부정부패를 놓고 만델라나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을 겨누며 “노다지판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싸움은 정치가 아니라 도덕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말년의 그는 참다운 ‘무지개 국가’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투투 대주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강점, 동성애자 권리, 기후변화 등 남아공 밖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 이본영 기자